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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8.23 08:10

LiTaNia 조회 수:478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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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아.."


희연이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를 봤나보다. 나는, 우산을 희정이한테 넘기고, 희연이한테 달려가서 희연이를 안아줬다.


"희연아.. 많이 보고 싶었어.."
"호진아, 나도.."


지금, 비가 많이 내린다. 그것도 굵은 빗방울이. 우산을 쓰지 않은 내 몸은, 많이 젖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다. 희연이는 아까전부터 계속 이 비를 맞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많이 차가웠을 것이다. 희연이의 몸보다는.. 마음이 더욱 차가웠을 것이다.


희연이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게 보인다. 지금 비가 세게 와서 빗물과 섞이고 있지만 희연이 눈에 고이고 있는 것은 분명히 눈물이다.


"호진아.. 편지만 남기고 사라져서 미안해.. 나.. 나쁜애지?"
"아..니야. 지금.. 내 곁에 다시 돌아왔으니까.. 그걸로 좋은걸."
"호진아..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희정이가..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희연이가.. 혹시 여기에 있나 해서.. 온다고 했는데.. 혹시나 해서.. 같이 온거야.."
"아.. 희정이도.. 왔구나."


희연이는, 이제야 희정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희연이한테도 하마가 준 방울 휴대폰줄을 보여줬다.


"이게, 하마랑 만났을 때 하마가 나한테 남겨준 거였는데.. 이게 나한테 희연이 있는 곳을 알려줬어. 그리고 여기에 오다가, 희연이 친구라는.. 은미라는 애도 만났고."
"은미랑.. 만났었구나.. 호진아, 나.. 아까전에.. 호진이 목소리 들었었어."


내 목소리라면.. 그랬지. 분명히 방금 전에 Tomorrow Perfume Radio에 연결되어서, 희연이 얘기를 했었지. 분명히 그때 내가 한 말이 전국에 방송되었을 것이고.


"희연이도.. 아까전에 라디오 들은거야?"
"응.. 아까, 돌아다니다가..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리가 들렸는데.. 호진이가.. 내 얘기 하고 있어서.. 그때.. 울었어."


역시 전국에 방송되는 라디오라서..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탄 것은 순식간이었나보다. 희연이가 내가 한 말을 들었다는게 다행이다.


희연이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진아.. 그리고.. 내가 약한 애라는거.. 지금까지.. 숨겨서.. 미안해."
"아니야.. 희연아. 그런 희연이를.. 내가 지켜줄테니까."
"호진아.. 앞으로는.. 정말.. 헤어지지 않을께.."


나는 희연이의 그 말에, 희연이의 입술에 내 입을 맞추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희연이의 입술은 많이 차가웠다. 하지만.. 앞으로 이 차가운 입술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희연이는 말이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희연이도 입술을 떼지는 않았다.


그러기를 한참 후.


"언니, 지금 비 많이 오는데.. 안가?"


희정이가 희연이한테 말했다. 그 때 우리들은 우산도 쓰지 않고 큰 비를 여태 맞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 급히 우산이 있는 희정이 쪽으로 달려갔다.


송내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우산이 작아서 우산은 희연이랑 희정이만 썼고, 나는 나무 밑에 있었다. 아까전에 희연이가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랬다.


"언니, 그럼 그 때 그 음악방송에서 방송하던 '셀리스티안'이라는 사람이 설마?"
"그게.. 호진이였어."


뭐 이미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나. 희연이가 그 때 내 음악방송을 듣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면.. 방송할 때 잠깐 들어왔던 '이루나'가?"
"응. 그게 나.. 맞아."


뭐 그 때 조이플라자에서 '이루나'가 희연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었기 때문에.


"내가.. 전에 Theme of EZ2DJ 사이트에서 회원들하고 싸우다가 안좋은 일이 생겼고.. 그 때 내 편 들어줬던 사람도 조금 있었는데.. 다들 그 때 나를 매장하느라 바빴어. 그 뒤로 '이루나'라는 닉으로 하던 활동은 다 멈췄어. 그 때, 정말 많이 울었었어."


그래서 '이루나'라는 닉네임을 들었을 때 그렇게 굳었었던것이구나.. 그저께 희연이가 완전히 애가 달라졌을때도 자기가 '이루나'였던것은 호진이한테 안 밝히려고 했었지.


"사실, 조이플라자도 호진이랑 갔을 때 처음 갔던게 아니었어. 나도 어쩌다 가끔 EZ2DJ라던가 비트매니아라던가 하러 갔었어."


역시.. 희연이가 조이플라자에 안 갔을리가 없다. 리듬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니까. 그런데 왜 나는 그 때는 희연이를 못봤을까. 뭐 그 때는 서로 몰랐을 상태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랑 하마는 실제로 친구였어. 그래서 하마가 작년부턴가 음악방송을 듣는다고 하기에.. 어떤것을 듣나 한번 물어보고 나도 들어봤는데.. 괜찮았었어.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나도 가끔 시간나면 하마가 있을 때 같이 들어왔었어. 그런데 그 때 사건이 터진뒤로.. 세이클럽에도 안들어갔었어."
"아아.."
"그리고,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하마가 나한테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이라고 얘기했었어.. 한 달밖에 못 산다는 얘기를."


그 때 송내역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타야지.


"하마가 호진이랑 학기 초에 만났었던 거.. 만나기 몇일 전에.. 나한테도 얘기해줬어."
"아.. 그러면.. 그 때 내가 여기 온거.. 희연이도 알고 있었어?"
"응.. 그 때 말은 못했었지만. 그 전날에, 내가 음악방송방에 자주 들어가니까, 자기가 죽으면 호진이를 잘 부탁해 달라고.. 나한테 말했었어. 그리고 그 때 하마가 찍었던 사진들.. 하마가 나한테 줬었어."


그러고보니 그 때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게 하마였지. 그래서 사진은 많이 찍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하마가 죽고난 뒤에 그 사진들은 볼 수 없었지. 그런데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희연이였단 말인가. 이거 뭔가 의외인데.


"그 때 호진이를 처음 봤는데, 내 맘에 딱 들었었어."


역시. 그 때부터 희연이가 나를 점찍어 놓았다는 얘기였던가.


"그런데 그 뒤에 세이클럽에 잠깐 들어가보니까 더이상 그 음악방송은 없었고.. 그래서 호진이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우리 아빠가 이번에 유일동으로 발령나서, 유일동으로 전학오게 된 거였어. 그 때에 잠깐 동네 한바퀴 돌았었는데, 사진에서 본 낯익은 애를 발견한 것이었어."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그런데 정말 하마가 나랑 희연이를 이어줄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나, 그 때 실제로 보니까 어땠어?"
"사진이 잘 나와서 그런가.. 실제로도 별 차이 없이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나랑 하마랑 원래 알고 있다는 것은 숨기고, 호진이한테 말 걸었던 것이었어. 마침 유일고에서도 호진이랑 같은 반이 되었고, 호진이의 짝이 된 걸 보면.. 정말 하마가 나랑 호진이를 이어주려고 했었나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간 하마한테, 정말 고마워진다. 하마는 죽었지만, 대신 희연이를 나한테 보내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때, 호진이가 다른 여자애들하고도 만나는 걸 보고.. 솔직히 불안했어. 그 지갑 주인이라던가.. 나래라던가, 퀸카라는 소현이에.. 방송부의 민애선배까지. 하지만 내색은 할 수가 없었어. 그냥 호진이한테는 내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었구나.. 그때는 말 못했지만, 희연아. 미안해."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그리고 호진이랑 시험공부 같이 했을때.. 난 정말 기뻤어."


버스는 어느덧 송내역에 도착했다. 송내역에 도착한 우리들은, 교통카드를 찍고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호진이가 조이플라자 얘기 했었을 때.. 내가 조이플라자를 이미 알고 있다고 얘기하기가.. 좀 그랬어. 혹시라도 내 옛날 모습이 드러날까봐."
"괜찮아.. 희연이 옛날 모습, 나는 상관 안하는걸."
"그 때 내 옛날 닉네임 들었을 때.. 뭔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었어. 그 닉으로 호진이 음악방송 하는데도 들어가봤고 하니까.. 혹시 내가 하마 대신 희연이를 가로채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들었고.. 그 때 데이트 끝나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나래를 만났어."


나래를 그 때 만났었단 말인가. 마침, 전철은 도착했다.


'지금 소요산, 소요산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소요산은 또 어디 붙어있는 산이던가. 여튼, 전철에 올랐다. 여전히 앉을 자리는 없었다.


"그 때 나래가 울면서 말하는 것을 보고.. 나.. 정말 큰 실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 내가 정말 호진이를 사랑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호진이를 좋아하는 다른 애들한테.. 상처를 입힌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
"그럴것까지는 없었는데.. 그 애들은, 그냥 내 친구나 친한 동생일 뿐이고.. 내 짝은, 희연이니까."
"그래서.. 내가 그저께 호진이네 집에 갔던 것이었어. 그때.. 많이 놀랐지?"


솔직히 많이 놀랐다. 그 때의 희연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었으니.


"응.. 조금 많이 놀랐어. 전에는 밝은 희연이였었는데.. 애가 완전히 달라져버렸으니까."
"그래서.. 그 다음날 호진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그 때 하마가 꿈에서 나타났었어. 그래서 여기에 온거였어."
"언니.. 그래서 학교도 안 간거였어?"
"호진이를 보기가 두려워서.. 차마 학교에 가기가 그랬어. 여기로 와서.. 하마한테 말하려고 했어. 내가 호진이의 짝이 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해서."


희연이가 학교에 안왔던것을 희정이도 몰랐으니. 희연이가 집에 안 오니까 오늘 학교 끝나고 희정이랑 같이 여기에서 찾으러 온 것이었고.


"그리고.. 그 때 Tomorrow Perfume Radio를 들었던 것이었어. 그리고.. 용기가 났어. 호진이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고.. 그런데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호진이를 만나게 되어서. 정말 많이 기뻤어. 호진아.. 지금까지 이런 것들을 숨겨와서.. 미안해."
"희연아."
"응?"
"희연이가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나를 어떻게 알게 되었다고 해도.. 나는 희연이가 좋아. 그런데 희연이는 역시 밝은 모습이 잘 어울려."
"에헤헷. 정말?"


그리고, 희연이는 몸이 많이 젖어있긴 해도, 다시 이전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호진아. 우리가 잡은 두 손, 앞으로도 놓지 않는거야."
"그래그래."
"언니. 호진오빠가, 정말로 좋아?"
"응!"


그리고 다시 동묘앞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고, 상월곡역에서 내린 뒤에 나와보니까 어느덧 비는 그쳐 있었다. 그곳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우리동네로 도착했다.


"그런데.. 희연아, 이거 알아?"
"어떤거?"
"시험성적 나왔는데.. 희연이가 반에서 2등이야. 나는 3등이고. 역시 같이 공부한 효과가 났나봐."
"와! 나도 그정도 나올줄 몰랐는데."
"그러면.. 내일 학교에서 봐."
"그래!"
"호진오빠, 안녕히 계세요."


모든 것이 잘 된 것인가.. 희연이가 다시 돌아와줘서, 기쁘다. 그리고, 희연이는 이제 또다시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뒤로, 다시 평소같은 일상이 이어졌다. 희연이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줬고, 희연이랑 같이 하는 하루하루는 여전히 이어졌다. 다만 달라진 것이라면, 학교 끝나고 희정이도 희연이를 데리러 왔지만, 희정이는 이제 더이상 나한테 뚱한 표정은 짓지 않는다. 이제 나는 희연이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런 희연이를 더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희연이가 말해준 희연이의 생일이 되었다.


문제는 오늘이 놀토라서 그런가 당연히 내 기상시간은 늦춰졌고, 오늘도 일어나보니까 어김없이 시계는 10시.


아마 희연이라면 지금쯤 일어나고도 남았겠지. 일단, 희연이한테 전화는 해봐야지.


"으으음.. 호진이야?"


저런. 희연이도 아직 덜 깼나보다.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딱 자다 깬 목소리다.


"미안. 나 때문에 깼어?"
"아냐아냐."
"희연아."
"응?"
"생일 축하해!"
"와~ 호진아. 고마워. 오늘 나한테 생일축하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호진이가 처음이야."


그게 아니라 내 전화 때문에 이제야 잠이 깬 것이겠지. 그래도 고맙다고 말해주니까 다행이려나.


"그렇게 되는건가.."
"응. 역시 나한테는 호진이밖에 없어!"
"히힛. 희연아. 그런거야?"
"응!"


역시 희연이는 밝은 모습이 어울린다. 전에 사라졌다가 다시 만났을 때의 희연이는 정말로 희연이가 아닌 것 같았으니.


"아.. 희정이가 부르네. 미안~ 오늘 우리 가족끼리 생일잔치하기로 해서."
"그렇구나.. 그러면 나랑은 못노는거야?"
"저녁쯤에는 시간이 날 것 같은데."
"그래. 그럼 5시쯤에 공원으로 와~"
"응~ 그럼 좀있다 봐, 호진아~"


아쉽게도 낮에는 희연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잘되었던걸. 내가 지금까지 희연이를 위해서 준비한게 있지.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각종 레시피랑 동영상들을 보면서 많이 연습한 것.


그 이름하여! 이호진표 수제 케이크.


희연이를 알게 된 뒤에 처음 맞이하는 희연이의 생일이니만큼.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해봤지만. 안하던 짓이니만큼 시행착오가 상당하지.


그런데 요새 동영상들이 처음 시작할때 나오는 '넘버원 스타커뮤니티 아이뿔닷컴' 광고 때문에 동영상 보기가 정말 불편해졌다. 그런다고 아이뿔닷컴 들어가는 사람 없으니까 제발 광고를 하려면 동영상 뒤에 하던가. 아차. 동영상 뒤에도 하던 광고는 하는구나.


나름대로 슈퍼같은 곳에서 재료도 다 준비했다. 밀가루, 버터, 계란,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생크림. 그리고 식용색소. 식용색소 구하는게 좀 힘들었지. 그래도 인터넷 구매라는게 정말 편하긴 하네. 로젠메이드 택배에서 빨리 보내주고.


정말 반죽한 것을 밥통에다가 넣고 돌리면 되는건가.


일단 작게 만들어서 시도해봤다.


실패했다.


또 시도했다. 실패했다. 역시 이런것은 처음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건가.


그러기를 수십번. 드디어 성공했다. 일단 데코레이션 안 먹인 상태로 한 입 물었다.


오호. 드디어 뭔가를 성공했는걸. 이제 뭔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만들어야지. 밥통을 가득 채우고.. 다행히도 무사히 성공.


그런데, 그 때 누가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종양일보인데요, 저희 신문 구독하시면 자전거를.."


그냥 무시했다. 제발 저런것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 집에 어른도 안계시는데.


그리고 성공한 것에다 생크림까지 입혀봤는데.. 역시 생크림은 좀 아니었나. 이러다가 부모님 집에 돌아오시면 또 혼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뭐 이렇게 이호진표 수제 케이크 완성. 일단 냉장고에 넣고, 좀 있다 희연이 만날 때 줘야지.


그리고 잠시 후에, 또다시 전화가 왔다. 현석이였다.


"여보세요."
"어. 호진아. 오늘 혹시 뭐 하냐. 뭔가 보여주려고 했는데."
"뭔데."
"민서가 정말로 호진이를 보고싶다고 사정사정 하는데. 어떻게 안되겠냐."
"야. 나는 그런놈은 필요없고. 오늘 희연이 생일이라서, 희연이랑 놀아야 해."
"저런. 오늘 날 잘못잡았네. 하필이면 오늘이 희연이 생일일게 뭐람."
"뭐 그렇지 않아도 민서놈이라면 별로 끌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게임이나 만화 있으면 그때 불러라."
"알았다. 그럼 나중에 보자."


뭐 쓸데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민서놈은 왜 갑자기 나를 보고싶다고 사정하는거지.


그리고 준비한 오르골. 사실 오르골이 아니라 역시 인터넷에서 건전지로 작동하는 작은 스피커 하나 샀고, 그것을 종이에다 그려놓은 오르골로 감싸놓은 모습이지만. 그런데 역시 내 그림은 뭔가 안습이네. 뭐 여기다 내 MP3 플레이어를 연결하기만 하면 되겠지.


희연이랑 5시까지 약속하긴 했지만, 일단 공원 벤치에 희연이 모르게 케이크를 숨겨둬야 하니까. 한번 미리 공원에 나와봤다. 뭐 놀토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꽤 많네. 그런데 어느쪽에 케이크를 숨겨야 하나.


그런데, 공원에 왔는데, 또 낯익은 분을 만났다. 민애선배였다.


"앗.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호진군이구나. 지금 들고있는거 뭐니?"
"케익이요. 오늘 희연이 생일이거든요."
"그 때 희연이랑 다시 만난 뒤, 희연이랑 잘 지내고 있는거지?"
"물론이죠."
"그래. 희연이랑 앞으로도 잘 지내구, 혹시 신청곡같은거 있으면 앞으로도 잘 부탁해, 호진군."
"네. 안녕히 가세요."


민애선배는 정말 좋은 분이다. 민애선배도 좋은 짝을 만나시길 바란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것은.. 하지만, 그 케익이 내가 직접 만든 수제 케익이라는 것은, 비밀이다.


...나래다. 뭐 나래도 이쪽을 보진 못한듯 하니, 굳이 말을 걸 필요는 없겠지. 내가 나래한테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했으니 말이지. 나래가 그냥 나를 친한 오빠로 생각해줬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을.


다행히도 나래는 나를 보진 못하고 그냥 지나간 것 같다. 그런데 이 공원에는 왜 왔을까.


생각해보니 수영이랑 이 공원에 왔다가 나래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었지. 나래가 원래 이 공원에 자주 들르는 것이었나. 그리고 수영이는 지금 전학간 상태이고. 희연이가 오기 전에 나래가 다른 곳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리고, 저 쪽에서는 또다른 낯익은 소녀가 보인다. 아니, 소녀가 아니지. 민서구나.


"하필 오늘이 그 희연이라는 애 생일이라니.. 현석이 이녀석. 날짜를 잡아도 왜 그런 날로 잡은거야. 호진씨한테 정말 잘 보이려고 했었는데."


어이, 민서군. 어차피 오늘이 아니라도 난 너한테 관심 없거든. 다행히도 민서는 그냥 공원을 나가버렸다.


아니. 가만있자. 지금 희연이 생일인데, 왜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드는걸까나.


그리고, 약속한 5시가 되었다. 이제 숨겨놓은 가짜 오르골을 한번 틀어봐야지. 나도 숨어있고. 인터넷에서 구한 Tomorrow Perfume 오르골버전 미디파일을 MP3 파일로 녹음한 것을 일단 틀어놨다.


옳지, 저 멀리서, 희연이가 오는구나.


"호진아~"


희연이가 과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아직 나를 못찾은듯, 공원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호진이 여기 오라고 해놓고 어디간거야.."


그런데 왜 이쪽으로는 안오는걸까. 이봐. 희연아. 나 여기 있다구. 내가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지.


"호진이.. 약속을 잊어버린걸까? 그런데.. 어디서 음악소리가 들리네. 요새 공원에서 음악도 트는걸까? 그런데 왜 오르골 소리인걸까."


옳지. 오르골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오는구나. 그리고 희연이가 벤치에 다가왔을 때. 이때가 기회다. 폭죽을 터뜨려야지.


펑!


"앗. 깜짝이야."
"미안, 희연아. 많이 놀랬지?"
"쬐끔.. 놀랬어."
"오늘은 희연이한테 특별한 날이라.. 나도 희연이를 놀라게 해주려고 조금 많이 준비했어. 자, 눈을 감아 보아요."


그리고 직접 만든 수제 케익을 꺼냈다. 생크림을 바른게 좀 허접스럽고, 삐뚜르게 써있는 글씨인 '희연아 생일축하하고 사랑해♡' 라는 글씨도 뭔가 좀 허접스럽다. 뭐 평소에 하던 짓이 아니니까.


"웬.. 케익이야?"
"이거.. 한번 내가 안되는 실력으로 인터넷에서 제조법이랑 동영상 보면서 만들어봤어.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희연이~ 생일 축하 합니다~♬"
"호진아.. 이런것까지 안해줘도 되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더 준비했어."
"어떤 선물이야?"
"그것은.. 바로 내 자신! 나도 희연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확실히 말을 못해서 미안해. 난 역시 희연이껀가봐. 희연아, 나를.. 받아줘."
"호진아.. 고마워. 정말 내 이번 생일.. 잊지 못할거야. 사실 나도 하나 준비한게 있는데!"
"응?"
"일단.. 호진이도 눈을 감아봐."


희연이 말대로 일단 눈을 감아봤다. 그리고, 입술에 뭔가 촉촉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헤헷. 놀랬지?"
"약간."


뭐 사실 별로 놀란건 아니다. 나도 이런 것을 바랬으니까.


"호진이, 이제 정말 내 꺼 되었으니까, 한눈팔면 안돼애~"
"걱정마. 나도 희연이 말고는 다른 사람은 안보이니까. 내 눈에는 희연이밖에 없는걸."
"헤헷. 정말?"
"정말!"


그리고, 나랑 희연이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 잡은 손, 영원히 놓지 않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우리는 계속 함께인 것이다.


희연아. 정말 사랑해. 나도 희연이 말고 다른 사람은 내 눈에 보이지가 않아. 희연이 너는 어때?


- 다음회에 계속 -


네. 결국 호진이와 희연이가 다시 만났고.. 둘은 다시 잘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예전 일을 결국 호진이한테 밝혀버린 희연이. 그리고 다가온 희연이의 생일. 희연이의 생일을 위해서 나름대로 수제 케이크까지 만드느라 애쓴 호진이였습니다. 공원에서 몇몇 안습된 인물들이 보이지만.. 결국 호진이랑 희연이가 잘 이어졌으니 잘 되었다고 할까요. 희연이의 이번 생일. 정말 희연이한테는 잊지 못할 날이겠죠.


다음회는 드디어 대망의 A분기 에필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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