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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8.21 07:28

LiTaNia 조회 수:568 추천:3

extra_vars1 16-A.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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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희정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호진오빠."


희정이가 무슨 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혹시, 희정이와 함께라면.. 희연이를 찾을 수 있을까. 물론 희정이가 여태까지의 일로 봐서 나를 좋게 볼리가 없지만.


"언니.. 지난 일요일부터 이상해졌어요. 그리고.. 월요일날에. 학교에는 간다고 했었는데.. 그 뒤로 여태 소식이 없었어요. 혹시, 언니 월요일날 학교에 있었어요?"
"아니.. 희연이, 어제.. 학교에 안왔었어."


분명히 희연이는 어제 학교에 나오지 않았었다. 우리집에 편지 하나를 남겨놓고 말이다.


그 편지를 희정이한테도 일단 보여줬다. 어쩌면 희정이가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희연이가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을 희정이가 보고 있었다면.


'호진아.. 미안해.
나.. 나쁜 애지?
내가.. 호진이랑.. 호진이 주변의 애들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준것 같아..
나.. 이제.. 더이상의 상처는 주기 싫어..
- 희연 -'


희정은, 희연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한테 다시 말했다.


"호진오빠.. 도대체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한거예요. 왜 언니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거예요."
"나.. 정말 아무것도 한 적 없어. 희연이가 일요일날 우리집으로 와서.. 애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나도 왜 그런지 전혀 모르겠어. 나를 정말 좋아해도 되는건가 물어봤고.."
"그러고보니, 언니가.. 그저께 밤에 자다가 가위눌린것 같았었어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저도 잠깐 깼어요."


그저께 밤이라. 아니면 어제 새벽일수도 있겠지. 그 때 나도 꿈에서 하마를 봤으니까. 하마도 꿈 속에서 희연이를 안다는 얘기를 했었고. 그렇다면, 희연이 꿈에서도 하마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아.


"그래서 언니가 학교 끝나고 전에 살았던데 한번 가본다고 했는데.. 언니가 학교도 안갔었다니."
"전학오기 전에 살았던데?"
"네. 그래서 언니가 걱정되어서.. 한번 가보려구요."


먼저 살았던 데라면.. 내 짐작이 맞다면 분명히 그곳인데.


"희정아,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나도 희연이를 찾고 싶어. 여자애 혼자 멀리 가는건 위험하기도 하고."
"호진오빠."
"응?"
"정말.. 언니를 찾고 싶으세요?"


뭐 이 시점에서, 당연한것 아닌가. 찾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응.. 찾을수만 있다면. 나도 찾고 싶어."
"그러면.. 호진오빠도 한번 같이 가요."


그런 이유로 나는 희정이와 함께 상월곡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는 얼마 안가서 상월곡역에 도착했고, 전철역에는 막 학교가 끝난 학생들이 꽤 있었다. 서울이라는 곳이 전철이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곳이라서 전철로 통학하는 사람들도 조금 있지.


1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아마 응암행을 타야 하던가. 마침, 안내방송이 들렸다.


"지금 응암순환, 응암순환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왜 응암행이 아니라 응암순환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희정이랑 나는 전철에 올랐다. 여전히 나를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희정이.


"역시.. 희정이는, 내가 싫은건가.."
"그.. 그건.. 아니지만요. 호진오빠가 정말 언니를.. 좋아할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어느새 열차는 금방 동묘앞역에 도착.


"이번 역은, 1호선 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동묘앞, 동묘앞 역입니다..."


역시, 갈아타는 역이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린다. 우리도 일단 내려야지.


조금 걸어가다보니 1호선 정거장이 보였다. 그리고 마침..


"지금 병점, 병점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철이 온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그리고 잠시 후에 전철 도착. 옳지. 이걸 타면 송내역으로 갈 수 있는건가.


전철에 발을 내딛은 순간, 희정이가 막았다.


"호진오빠. 이거 타면 안돼요. 인천행 타야돼요."


아차. 그러고보니 1호선은 천안방향과 인천방향이 있었지. 그리고 부천이라면 분명히 인천방향이고. 내가 1호선 타본지는 꽤 되어서 이걸 까먹었네.


"희정아. 고마워."


그리고 잠시 후에 인천행이 또 왔고, 우리는 전철에 올라탔다.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앉을 곳은 없었다.


전철은 시청역에 도착했고, 마침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이 내렸다.


"희정아. 여기 앉아."


희정이는, 그냥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이거 뭔가 좀 뻘쭘한데.


그 뒤로 전철은 내리는 사람보다는 타는 사람만 늘어났다. 만원 전철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 특히 신도림역에. 왜이렇게 타는 사람이 많은거냐.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갔더니, 전철은 송내역에 도착했다.


부천. 오래간만에 오는걸. 그 때 하마랑 데이트하러 왔을 때 이후로, 두번째인가. 웬지. 그 때의 기억이 나는걸. 만약에 정말 하마가 시한부인생이 아니었었으면.. 나는 지금 하마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려나.


전철에서 내리고 보니, 이런. 갑자기 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냐. 오늘 비가 오는줄 모르고 깜박잊고 우산을 안가지고 왔는데.


"호진오빠, 우산 안가지고 오셨어요?"
"응.. 오늘 비가 이렇게 오는줄 모르고."
"다행이네요. 우산 하나 가지고 왔는데. 이거라도 써요."
"희정아,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서 희정이가 비 많이 맞을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그래도 둘이 비 덜맞는게 좋죠."


다행히도 희정이가 우산을 빌려줘서, 나는 희정이랑 우산을 같이 썼다. 희정이가 나이가 어리다보니 몸집이 작고, 우산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둘이 겨우 한 우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송내역 북광장으로 나오고 나니까, 또다시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이곳에는 꽤 많은 버스가 다닌다. 아마 그때 하마랑 아인스월드 갔을때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었지.


"여기서 버스타고 가면, 전에 살았던 동네가 나와요."


그리고 또다시 희정이랑 버스를 탔다. 그때 하마 만나러 왔을때도 느꼈지만, 이동네, 정말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괜히 '중동신도시'가 아닌건가.


버스는 잠시 후 중앙공원에 도착했고, 희정이가 벨을 눌렀다. 아마 여기서 내려야 했던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희정이는 어떤 아파트를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가 전에 살았던 곳이예요."


라고 말했는데.. 어이. 이봐. 고층아파트잖아. 하긴 이동네가 신도시라서 그런가 고층아파트밖에 없으니. 그런데 왜 지금은 저층아파트에 살고있는거냐. 희연이네는.


정말 희연이가 이쪽으로 다시 온 것일까. 아닐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일단 온 것인데. 어쩌면, 우리, 헛다리 짚은게 아닐까.


희정이를 따라가다 보니까, 갑자기 내 주머니속에서 뭔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혹시 문자라도 왔나.. 해서 휴대폰을 꺼내봤지만, 문자같은건 안왔다. 도대체 뭐가 흔들린걸까.


"호진오빠, 왜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려는 순간, 다시한번 휴대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멈추니까, 다시 흔들리는 것을 멈췄고.. 걸어가니까, 다시 흔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휴대폰이 아니라, 하마의 유품인 방울 휴대폰줄이.


"호진오빠.. 뭔가 소리가 들린것 같았는데.. 그거.. 뭐예요?"


희정이도 휴대폰줄에서 소리가 들린 것을 눈치챈 것인가. 하긴, 방울이 작긴 하지만 그 작은 방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로 울리고 있으니.


희정이한테도, 하마의 유품인 방울 휴대폰줄을 보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희정이도.. 혹시 '한하마'라고 알려나."
"들어본 이름인데.. 혹시.. 언니 친구요? 지금은.. 죽은.."
"아마 맞을거야."
"언니가 사라지기 전에 그언니얘기 했었던데.. 호진오빠.. 어떻게 하마언니를 알아요?"


하마가 희연이의 친구라고 하지만 내가 하마를 알게된건 희연이를 알기 한참 전이었지. 일단 희정이한테도 나랑 하마랑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그렇게 세이클럽에서 내가 했었던 음악방송을 자주 들어줬던 애였어."
"아.. 언니도 가끔 세이클럽에서 음악방송 들었는데.. 어떤 방송인지는 얘기를 안해줬었는데."
"그런데.. 둘 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하마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알고보니 하마가 시한부인생이라는 얘기를 한 거였어. 그리고.. 그 다음날.. 죽었다는 얘기를 결국 듣고 말았지."
"아.."
"지금 이 휴대폰줄이. 하마가 그날 나한테 마지막으로 남겨준 거였는데.. 정말.. 하마가 길을 가르쳐주고 있는걸까."
"밑져야 본전이죠.. 그런데 정말 하마언니가 우리를 도와주는걸까요, 호진오빠."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방울소리를 따라서 계속 걸어가다보니, 갈림길이 보였다. 이쪽이 신도시라서 길이 십자로 잘 이루어진 것은 좋지만, 이렇게 갈림길이 나오는게, 도대체 어느쪽으로 가야 하는거야.


일단 쭉 가봐야지. 그런데, 방울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 길.. 아닌것같아. 왼쪽으로 가볼까."


그리고 왼쪽으로 가보니까, 방울소리가 안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길도 아닌것같아. 이제 오른쪽만 남았네.."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보니, 결국 또다시 방울이 흔들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거 무슨 게임에서 이런거 본 것 같은데(주1). 종하고 보석 중에 종을 고르면 마지막판 갈림길에서 제대로 된 길을 가니까 종을 알려주던가. 그리고 지금 하마의 방울 휴대폰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것일까.


"이쪽으로 가보자."


지금 걸어가고 있는 쪽은 또 상점가라서 그런가, 각종 가게들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게에서는 길거리에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지금 비가 와서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겠지만,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고 김현식씨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레이지본이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틀어놓고 있었다. 희연이가 떠나간 지금, 정말로 비가 내리고 있다. 희연이도 정말로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것이 희연이의 눈물이려나. 기분이 많이 울적해진다.


그 때, 반대편에서 어떤 여자애가 걸어왔다. 못보던 교복을 입은 여자애였다. 아마 이 동네 학교 교복이겠지. 그런데, 희정이는 그 여자애를 알아본 듯 했다.


"어, 은미언니."
"어머, 희정이네. 오랜만이야. 옆에 있는 사람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안녕하세요. 희연이 남자친구 이호진이라고 합니다."
"아.. 너가 호진이였구나. 희연이 미니홈피에서 사진 봤어. 실물로 보니까, 더 귀엽네. 난 희연이 친구 박은미라고 해."


박은미였던가.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다. 게다가 희연이 친구라고 했으니. 분명히 이 이름을 희연이의 미니홈피에서 본 적이 있었지. 어차피 동갑이니, 말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아.. 희연이 미니홈피에 있는 내 사진에 리플을 단 박은미?"
"응. 맞아."


그런데 말입니다. 박은미씨. 저 전혀 안귀엽거든요. 그런데 왜 저보고 귀엽다고 하시는겁니까. 궁금합니다.


"그런데.. 왜 이쪽으로 온거야? 거기서 여기까지는,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사실은.. 언니가, 말도없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언니가 혹시나 여기로 오지 않았나 해서, 와 본 거예요."
"그렇지않아도.. 아까전에 희연이 만났었어."


아앗. 희연이가 그러면 이근처에 있다는 얘깁니까. 다행이다. 헛다리를 짚지는 않은것인가.


"희연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산도 안쓰고.. 걸어가고 있었던걸. 왜 여기로 다시 왔냐고 하니까.. 얘기를 안해. 무슨 일 있었어?"
"희연이가.."


은미한테 최근의 희연이 얘기를 했다. 그저께 희연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우리집에 왔었던 얘기랑, 어제 희연이가 학교에도 안왔다는 얘기. 그리고 오늘까지 학교에도 오지 않고 희연이네 집으로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


"그런거였구나. 아까 희연이를 만났을때도.. 호진이가 보고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한번 저~쪽 중앙공원 쪽으로 가봐. 희연이가 저쪽으로 갔어."
"네, 고마워요. 은미언니."
"나중에 희연이 방학때 여기 놀러오면 호진이도 같이 와~"
"응.."


정말 어느샌가 여자애들이 무서워진다. 난 귀여운거하고는 정말 거리가 먼데. 왜 다들 그러는걸까. 현석이놈 말대로 내가 정말 페로몬이라도 흘리고 있는걸까. 방금전 은미라는 애의 말대로라면, 저~쪽으로 걸어가면, 중앙공원이 있고, 그 중앙공원 쪽으로 희연이가 갔다고 하고..


뭐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던가. 한번 가봐야지. 마침, 그쪽 방향으로 가니까 핸드폰 줄의 방울도 울리고 있고.


지금도 비는 계속 세차게 내리고 있다. 심지어 천둥번개까지 치고 있고. 정말 장마철이 시작된건가.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거리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보이는 것은 하교하는 학생들이랑, 퇴근하는 직장인들 뿐.


그런데, 이 방울소리. 정말 믿어도 되는걸까. 혹시. 우리는, 말 그대로 '귀신에 홀리고 있는'게 아닐까.


아냐. 분명히 하마도 내 꿈속에서 희연이를 잘 부탁해달라고 했지만.. 하마랑 희연이가 아는 사이라면, 어쩌면 희연이를 홀려놓고 희연이를 저세상으로 데려가려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하마가 지금 살아있었으면 희연이랑 사귈일도 없었겠지만, 지금의 나한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하마가 아니라, 희연이다. 하마는 지금 저세상에 있고, 이세상에 지금 있는것은 희연이니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냥 희연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우리, 잘못 가고 있는거 아니죠."


희정이도 옆에서 물어봤다. 내가 너무 방울소리에만 의지해서 걸어가고 있는것 같기에.


"아냐.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믿어보자. 아까전에 은미라는 애도 희연이가 이쪽으로 왔었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희정이의 말대로 희연이가 가위눌린게 하마 때문이었다고 하면.. 뭔가 더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만약에, 정말로 하마가 희연이를 홀려서 저 세상으로 같이 보내버린다면, 그 때는 나도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다. 정말로 퇴마사같은 분들을 불러서라도 하마한테 혼을 내야겠지. 아니. 그정도로는 부족하고, 어쩌면 나도 세상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너무 대책없이 방울소리만 믿고 걸어가고 있다보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난다. 그래도, 하마가 희연이랑 정말 친했으면, 그리고 지금 나랑 희연이랑 사귀는 것을 정말 축복해주고 싶으면, 나를 도와주고 싶지 않았을까.


에이. 모르겠다. 지금은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이다. 하마야, 정말로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리고 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나를 좀 도와줘. 나는.. 희연이가 정말 좋아. 내가 원하는건 희연이밖에 없어. 부탁이야.


지금 우산을 쓰고 있긴 하지만, 우산이 하나뿐이고 그렇게 큰 게 아니라서 나도 많이 젖었고, 희정이도 많이 젖었다.


"호진오빠. 정말.. 언니를 좋아하세요?"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서, 희정이가 나한테 물어봤다.


"응.. 나, 희연이가 좋아."
"호진오빠.. 정말.. 언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요?"


행복하게라.. 솔직히 자신은 없다. 내가 희연이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희연이는, 행복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걸. 그런 희연이를 감싸줘야겠지만. 그게 정말 희연이를 위한 것일까.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해 줘야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희연이를 행복하게 하고 싶은걸.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희연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정말이죠. 호진오빠. 언니가.. 호진오빠 앞에서는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정말.. 호진오빠, 언니를.. 행복하게 해야 해요. 안그러면.. 제가 호진오빠.. 가만두지 않을거예요."
"한번.. 해볼테니까."


나도 정말 희연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걸. 희연이가 예전처럼 웃는 모습을 다시 보여주면 좋은걸. 지금까지 희연이가 나한테 보여준 모습이.. 정말로 희연이가 나를 좋아해서 희연이가 나한테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었던 것이었던가.


그리고 방울이 울리는 쪽으로 계속 걸어가다보니, 어느샌가 중앙공원으로 도착했다.


"아까전에 은미가 말한 그 중앙공원이 여기 맞아?"
"네.. 맞아요. 은미언니 말로는 언니가 이쪽으로 왔다는데.."


그리고, 더이상 방울은 울리지 않았다. 방울이 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길을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이근처에 희연이가 있다거나.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번 공원을 잘 찾아봐야겠지.


"혹시.. 잘못 온 거 아니예요?"
"일단, 이 공원, 한번 잘 찾아보자."


과연 누가 '중앙공원' 아니랄까봐 공원이 크긴 크다. 우리동네에 있는 유일공원하고 비슷해보이긴 해도 뭔가 규모는 더 큰데. 지금 비가 오고 있어서 사람이 없긴 하지만.


얼마쯤 걸어갔을까. 나는, 발견해버렸다.


지금 공원 한가운데에서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는, 낯익은 여자애를. 그녀는 이쪽을 아직 못본것같지만.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희연아.."


그리고, 희연이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이거 무슨 게임에서 이런거 본 것 같은데 : 고전게임 원더보이2(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에서 아이템 전달을 잘 해주면 마지막에 종 또는 보석을 받음.


13. 박은미 : 17살. 여자. 부천 소명여고 1학년 재학중. 희연이가 유일동에 전학오기 전의 친구였는데, 얘도 호진이와 희연이의 커플사진을 희연이의 미니홈피에서 봤다.


네. 결국 배경이 되는 동네는 상월곡역에서 마을버스가 다니는 동네라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월곡역에서 유일동 가는 마을버스는 안다닙니다 - 유일동은 가상의 동네라서) 희연이가 전에 살았던 곳인 부천의 중동신도시로 온 호진이랑 희정이. 알고보니 하마의 유품이었던 방울이 호진이한테 길 안내를 해줬죠. 희연이의 전학오기 전 친구인 은미를 일단 만나고, 공원에서의 희연이와의 재회. 이제 점점 A분기가 마무리로 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소명여고는 부천에 실존하는 학교 이름이지만, 실제로 여기 등장인물이 다니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은미 : 저 출연시켜주신 건 감사한데.. 왜 제가 1학년이 된거죠. 저 원래 2학년이었는데.
리타니아 : 희연이랑 나이 맞추려고 그랬어. 그래도 학교 바뀌었잖어.
은미 : 하긴 저 TSHF에서는 정명여정보고였죠. 여기서는 소명여고. 그나마 낫네요.
리타니아 : 그나마 나이 2살이나 깎아먹은 최수현(The Unforgiven의 조연)보다는 낫다. 걔는 3학년에서 1학년 된거야. 걔도 희연이 친구로 나왔는데.
은미 : 그언니도 그러고보니 안습하네요.
리타니아 : 호진이 보니까 어때?
은미 : 혁오빠(TSHF의 주인공)가 멋있다면.. 호진이쪽은.. 귀여워요. 희연이 남자친구만 아니었다면 저랑 사귀면 딱 좋을텐데.
리타니아 : (은미 너마저 호진이놈의 페로몬에 말려든거냐. 아무리 호진이를 미연시 주인공스럽게 설정을 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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