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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8.17 03:37

LiTaNia 조회 수:506 추천:2

extra_vars1 14-A. 즐거운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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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플라자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의 맞은편 골목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 2층에 있다. 오락실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오히려 동네에 있는 유일오락실보다도 작지만. 그 작은 규모에 비해서 꽤 희귀한 게임들이 있다.


"우와.."


희연이랑 희정이도 조이플라자에 있는 게임들을 보고 놀란것 같다. 우선 오락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태고의 달인 9탄, 아이돌마스터(주1), 팝픈뮤직 피버 2대, 최근에 유일오락실에도 들어온 드럼매니아 V3에다가 드럼매니아 V3와 연결되는 게임인 기타프릭스 V3, 그리고 오른쪽에는 비트매니아 IIDX의 14번째 버전인 IIDX 골드, 그 옆에 있는 비트매니아 III(주2) 더 파이널.. 그리고 동전 교환 기계에는 비트매니아 IIDX 5th가 소형기계 버전으로 있다.


물론 EZ2DJ 7th랑 펌프 NX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자주 하고 있으니까 굳이 여기서 할 필요는 없겠지.


카운터 앞에는 공용 컴퓨터가 있었는데, 지금 누군가가 컴퓨터를 치고 있다. 디씨인사이드 리듬게임 갤러리를 이용하고 있군.


일단 희연이는 EZ2DJ 7th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언니. 나 저거 좀 하고있을께."
"할 수 있겠어?"
"응. 한번 해보려구."


희정이는 팝픈뮤직쪽으로 갔다. 팝픈뮤직도 꽤 어려운 게임인데. 희정이가 잘 하려나.


그리고 나는 비트매니아 IIDX 골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누군가가 하고 있었다. 이 조플이라는 곳이 전국에서 리듬게임 고수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만큼, 하는 사람들 수준이 동네랑은 질적으로 다르다. 정말 저런걸 인간이 할 수 있나.. 하고 생각될만큼 눈이 돌아간다.


조이플라자의 비트매니아 IIDX GOLD는 가격은 한판에 1000원이라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이 돈이라면 동네에서 EZ2DJ를 세 판 할 수 있다구. 그런데 하는 사람이 많아서 아예 대기용 번호표까지 갖춰놨다. 일단 내꺼랑 희연이꺼 번호표를 뽑아놔야지.


기다리는 동안 희정이가 팝픈뮤직을 하고 있는것을 봤는데, 역시 언니를 닮아서 희정이도 리듬게임은 꽤 하는것 같다. 팝픈뮤직에 슈퍼마리오 노래도 있었구나.


희정이가 하는 거 끝나고, 박수를 쳐줬지만, 희정이는 그냥 고개를 돌리고 하는것을 계속 하고 있었다.


희연이쪽으로 가려고 하다가 펌프NX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렸는데, 도대체 지금 저거 하고있는 사람은 정말 지구에 온 목적이 뭔지 궁금한 외계인으로밖에 안보인다. 저게 아마 비메라였던가? 비+키메라를 섞어놓은 리믹스인데. 저거 인간이 할 노래가 아닌데 저렇게 능숙하게 하고있다니. 발이 안보여.


역시 조이플라자에 오니까 플레이어들 수준이 완전히 다르구나. 동네랑은.


그저 공포감을 느끼면서, 희연이한테 가봤다. 희연이가 지금 하고있는 곡은 패닉스트라이크인데, 뒷부분에 롱노트 나오는게 그나마 좀 쉬운걸로 봐서 노멀이다. 이제 희연이가 하는 것을 보는게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희연이의 실력은 여전히 대단한걸.


문제는 그런 희연이의 실력도 이 조이플라자라는 곳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만한 것밖에 못된다는 것이지. 이미 눈돌아가는 것들을 너무 많이봐서. 그래도.. 박수는 쳐줘야겠지?


"희연아."
"응?"
"좀있다 저쪽에 있는 비트매니아 IIDX.. 한번 해볼래?"
"응. 오락실에서는 처음이네. 한번 해보고싶어."
"여기 대기표가 있으니까, 좀있다 해보자."
"그래그래! 그런데.. 궁금한게 있어, 호진아."
"응?"
"여기서는.. 슈퍼하드 못고르는거야?"
"고를 수 있어. 이렇게 검은건반 왼쪽꺼 누른다음에 오른쪽것도 누르면.."
"아하. 호진아. 고마워!"


그리고 희연이가 고른 곡은 프란틱 슈퍼하드. 롱노트랑 스크래치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못깨는 곡인데.. 희연이는 이 곡도 어김없이 잘 넘겼다.


"오랜만에 하니까.. 잘 안되네."


...어이. 그게 잘 안되는겁니까. 희연양.


마침 희연이의 EZ2DJ 플레이가 끝나고, 비트매니아 IIDX 쪽에서 하고있던 사람도 플레이가 끝났다. 해봐야지.


우선 처음에 고른 곡은 airflow 어나더(주3). 어나더치고는 쉬운, 난이도 7(주4)짜리 곡이다. 귀여운 분위기의 곡이지. 배경 애니메이션도 귀엽고. 뭐 노래가 쉬운 편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AA(주5)가 나와줬다.


"와. 호진이 이것도 잘하네."
"뭘.. 이 노래가 쉬운거라서."


다음에 고른 곡은 Tomorrow Perfume 어나더. 이 곡은 하드를 걸고 해볼까. 원래 비트매니아는 게이지를 채워가면서 하는 게임이지만, 하드게이지를 걸면 EZ2DJ처럼 꽉 차있는 게이지를 지키는 방식이 되는데, 엄청나게 잘 깎이고 엄청나게 안 찬다. 마침 오늘 Tomorrow Perfume Radio도 들었겠다, 간만에 생각나는 곡이라 해봤다. 특이하게 하이퍼랑 어나더가 똑같은 표기난이도 9다. 박자 맞추는건 어렵지만, 묘하게 재미있단 말이지. 물론 Tomorrow Perfume Radio에서 로고송으로도 쓰인 노래니까 노래가 익숙하기도 하고.


"그래도, 호진이 꽤 잘해."
"에이.. 아니야."


희연이가 칭찬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 정도로는 잘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모자란 실력이다.


그 다음에 고른 곡은, Tizona d'El Cid 어나더. 이건 난이도 10짜리다. 조금 어렵다는 이야기지. 물론 하드는 풀고 했다. 이런게 브라질음악이라는데.. 조금 노트가 복잡하게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는 곡이다. 그러나.. 내 실력이 모자라서 제대로는 못했고, 결국 어찌어찌 뽀록 클리어.


그리고 마지막에 한 곡은..


Concertino in Blue 어나더. 원래 드럼매니아에 나왔던 곡인데, 드럼매니아에서도 어려운데, 비트매니아에서도 무려 어나더 난이도가 최고난이도인 12이다. 당연히.. 제대로 못하고 보기좋게 폭사.


"호진아. 너무 어려운거 했나봐."


나의 플레이가 끝나고 나서, 희연이가 비트매니아 IIDX에 돈을 넣었다. 어느샌가 희정이도 팝픈뮤직이 다 끝났는지, 이쪽으로 왔다.


희연이도 뭔가 자신있었는지, 하드를 걸고 시작버튼을 눌렀는데, 희연이가 나한테 물어봤다.


"호진아."
"응?"
"이거 오락실에서는.. 난이도 어떻게 고르는거야?"
"아.. 여기에 VEFX 버튼이라고 있잖아. 이거 누르면 노멀, 하이퍼, 어나더 이게 바뀌어."
"아~"


이렇게 해서 희연이가 고른 곡은, Foundation of our love 어나더. 아까전 airflow 어나더와 마찬가지로 난이도 7짜리인 무난한 곡이다.


"언니. 나 이노래 알아. 아까 팝픈뮤직에서 이거 했었어."


희정이가 이 노래를 알아본 듯 말했다. 생각해보니 이 노래가 팝픈뮤직에서 건너온 노래였다던가.


...저런. AAA라니. 희연이... EZ2DJ만 잘하는게 아니라, 비트매니아도 잘하네. 그저 박수를 쳐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희연이가 그 다음에 고른 곡은 LOVE SHINE 어나더. 무려 난이도 10짜리... 인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문제는. 이거 그 때 깡통모아에서 들었던 곡이잖아. 수영이가 일하고 있었고, 나래가 뛰쳐나가버렸을 때 들린 노래가 이 노래였었지.


"럽~ 럽~ 럽~ 럽~ 랄랄라 러브샤인~ 예예예~♬"


생각해보니, 다시한번 나래한테 미안해진다. 하지만, 나래도 그냥 나를 친한 오빠로만 생각해줬으면 어쩌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뭐 어찌되었든, 희연이는 이 노래도 AA로 넘겼다. 나는 겨우 깨는 노래인데, 이걸 AA라니.


그 다음에 고른 곡은, Xepher(주6) 어나더. 어이. 이거 난이도 11이라구. 희연아. 할 수 있겠어?


...하긴 EZ2DJ에서 레벨레이션 노멀도 깨는 희연이라서 이정도는 문제도 아니었겠지. 저 폭타를 저렇게 자연스럽게 넘기더니.


그런 이유로 이 노래까지 AA로 깼는데, 그 다음 스테이지 곡 선택 화면.. 뭔가 좀 분위기가 다르다.


"호진아, 이거 뭐야?"
"..."


무려 VANESSA를 꺼냈다니. 이 노래를 꺼내려면 앞 스테이지까지 전부 하드게이지로 AA 이상으로 깨야 나오는건데. 다행히도(?) 어나더는 안나오고 하이퍼까지만 나왔지만(주7). 이거 하이퍼도 난이도 11이라구.


나도 이거 말로만 들었는데, 이 노래를 꺼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줄은. 게다가 그것을 꺼낸 것이 내 옆에 있는 희연이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게.. 여기서 숨겨진 노래인데. 꺼내기가 어렵다는데, 꺼냈네.. 한번 해봐."
"알았어, 호진아."


어쨌든, 희연이는 VANESSA를 골랐다.


조이플라자 오락실 전체에 울려퍼지는 VANESSA. 이것을 교복입은 여자애가 꺼내서 하고있다는 것 때문인지. 이쪽으로 어째 사람둘이 하나둘씩 오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은 지켜보고 있는 나한테 물어봤다.


"이거 꺼내서 여자친구분 하라고 하신거예요?"
"아니요. 이거 얘가 직접 꺼낸건데요."
"우와.."


그나마 이게 하이퍼라서 다행이지, 만약 어나더였다면 얼마나 더 큰 파장이 있었을까.


그리고, 희연이는 이 VANESSA마저 깨버렸다. 그것도 딱 AA로. 희연이가 동네에서는 확실히 잘한다고 보였지만.. 설마, 희연이 실력이 이곳 조이플라자에서까지 먹힐 정도였어?


그리고 이 VANESSA가 AA가 나오니까, Fascination MAXX라는 곡이 자동으로 따라나왔다. 변속이 장난아니게 심한 곡인데. 오죽하면 작곡자 이름도 100-200-400이라고 나왔겠는가.


희연이도 이 곡에서는 많이 당황한듯, 중간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이 곡이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겠지.


...정말, 내 여자친구이긴 하지만, 희연이. 무섭다.


"호진아. 나.. 어때?"
"대단해."
"언니 멋져!"


옆에서 희정이까지 희연이를 칭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게임온넷 게임자키, 임지은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리듬게임에 대해서 봤는데요. 하지만 아직도 오프라인에서의 리듬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오프라인 리듬게임 취재 나왔습니다."


잠깐. 게임온넷에서 취재를 나온건 그렇다쳐도.. 게임자키가.. 임지은? 얼마전에 우리동네에 사인회를 온 바로 그 임지은?


비트매니아 IIDX의 플레이를 마치고 내려오려고 하는데, 지은이 이 쪽으로 왔다.


"어, 그때 유일동에서 사인받으셨던 분, 아니세요?"


가만. 그때 나는 지은을 난생 처음 봤는데, 지은이 지금 나를 알아보는 것은 뭐하자는 플레이라냐.


"마.. 맞는데. 어떻게 저를 기억하고 계세요?"
"다른 사람들하고 뭔가 느낌이 달라서, 기억에 남았어요. 역시, 여자분한테 인기가 많으시네요. 여자분 두분이 같이 계시니."
"오.. 오해예요. 얘는 제 여자친구고, 그 옆에 있는 애는 제 여자친구의 동생인데, 따라온거예요."


그리고 희연도 나한테 물어봤다.


"호진아, 임지은 사인 받았었어?"
"응. 일요일날 잠깐 밖에 나갔다가 사인회 하기에."


뭐, 지은이 물어보는 것은 그냥 자질구레한 것들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듬게임 중 어떤걸 주로 즐기느냐. 나는 온라인쪽은 맞지 않아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주로 즐긴다고 했고, 동네에서 EZ2DJ랑 펌프를 한다고 했다.


"아참, 유일동에 살고 계신다면, 혹시 한민애라고, 알아요?"


가만. 민애선배?
지은은 어떻게 민애선배를 알고 있지.


"저희학교 방송부에서 방송하는 선배..인데, 어떻게 아세요?"
"중학교때 동창이었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본거예요."


...세상 참 좁구나. 민애선배랑 임지은이 중학교 동창이었다니.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지은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 갑자기 뒤쪽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뒤쪽을 봤더니, EZ2DJ쪽에 대량의 코인이 걸려있고, 그 EZ2DJ를 하고 있는 사람은 써클스킨(주8) 모드로 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자세에, 페달과 버튼을 엄청 세게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에 놓여져 있는 1.5리터 코카콜라.


"호진아. 저사람, 뭔가 이상해. 저렇게 해도 되는거야?"
"저러면 안되지. 저러다가 기계 고장나."


조이플라자의 EZ2DJ는 두대였는데, 나머지 한쪽은 지금 아무도 안하고 있다. 희연이 그쪽으로 가서 다시 돈을 넣었다. 이번에는 5키 라디오믹스(주9)를 골랐는데, 라디오믹스 채널을 보고 말했다.


"어, 여기도 NF스페셜이 있네?"


NF스페셜이라. 이거 꽤 예전에 있었던 채널이라고 들었는데. 꽤 재미있는 5키 라디오 채널이다. 희연이는 NF스페셜을 일단 골랐다.


1번째판 BOW 하드. 무려 올콤까지 해주는 센스. 희연이가 내 여자친구이지만 이래서 무섭다.
2번째판 JMJ 슈퍼하드. 하드랑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역시 희연이는 무난히 깼고.
3번째판 매드로봇 슈퍼하드. 이하동문.
4번째판 아쿠아리스 슈퍼하드. 저거 은근히 꼬이던데.. 희연이는 저걸 풀게이지로 무난히 깼다.


그런데, 옆에서 기계를 부수도록 하고 있었던 사람이 희연이의 플레이가 다 끝난것을 보면서


"와. 굉장히 잘하시네요. 저는 어뮤즈월드 기자인데요, 기자일을 하면서 여자분이 이렇게 잘하시는거 못봤어요."


라고 말하면서 사탕을 주는 것이었다. 작업을 거는 것인가.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한테.


희연이는, 사탕을 받지는 않고, 그 '기자'라는 사람한테 말했다.


"요새 기자는, 임자 있는 사람한테 사탕을 주면서 말을 거시나봐요?"
"특종거리가 생기면 취재를 하는것이 기자의 사명입니다."
"정말 기자가 맞으시면, 기자증 한번 보여주시죠."


그리고 그 자칭 기자라는 사람은 아무말도 못했다. 그 때 나도 나섰다.


"이봐. 당신. 도대체 누구인데 내 여자친구를 건드려?"
"취재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시죠."
"이게 어딜 봐서 취재야. 사이비주제에."


그 때, 카운터에 있었던 알바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그 사이비 기자를 끌어냈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이 x끼가. 당장 나가!"


그리고 사이비 기자를 끌어내고 나서, 알바는 우리들한테 말했다.


"늦게 발견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전국에 EZ2DJ 있는 오락실이 비상이 걸린 상태거든요. 저 이수MB 때문에."


그 말로만 듣던 이수MB가 저 사람이었단 말인가. 원래 이수 테마파크 오락실에서 활동하는데, 기계를 고친답시고 오히려 기계를 부수면서 하고 있어서 Machine Breaker의 약자로 이수 MB가 되었고. 기계를 부수는 것과 오락실에 있는 여자들한테 작업거는것 때문에 악명이 굉장히 높지.


그런데 그 이수MB가 감히 희연이를 건드리다니. 다행히도 알바의 대처로 쫓겨나긴 했지만.


"뭐, 처음부터 사이비 티가 확 났어요. 기자치고는 뭔가 이상해요."
"그런데.. 혹시."
"네?"
"'이루나'님 아니세요? 제가 알던 이루나님하고 비슷해보이는데."


순간, 희연은 '이루나'라는 말을 듣자마자 굳어져버렸다. 옆에서 희정은 굳어진 희연을 걱정해 줬고.


"언니,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런데.. 제가 이루나라는건.. 어떻게?"
"제가 예전에 본 이루나님하고 웬지 닮은것같아서, 게다가 아까전에 비트매니아 IIDX에서 VANESSA 하시는 것 보고 혹시나 해서.. 여쭤봤는데, 맞네요."


그러고보니 '이루나'라는 닉. 분명히 본 적이 있다.
분명 지금의 Theme of EZ2DJ 사이트 디자인을 했지. 밑에 보면 Designed by Yiruna라고 써있고(주4), 여자분인데도 불구하고 활동이 꽤 많으셨었는데, 작년엔가 잠수를 타시더니 그뒤로 나타나지 않으셨는데.


그 이루나가.. 희연이었단 말인가. 세상 참 좁다.


"옆에 계시는 분은, 남자친구분이신가요?"
"네.. 맞아요."


나는 희연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 처음본다. 희연에게도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희연은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하고 밖으로 나갔다.


"호진아.. 미안해. 내가 이루나였다는 것을 숨겨서."


그러고보니 이루나님, 아니, 희연이가 Theme of EZ2DJ에서 잠수탔던게, 그 때 다른 회원 한분하고 조금 불미스럽게 다툰 뒤에 그뒤로 잠수탔었던가.


"아니야. 나는 그 때 안좋게 생각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리고 옛날 일은 옛날 일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건, 내가 사랑하는, 희연이잖아."
"호진아, 고마워.."


그리고 희연이는 나한테 안겨왔다. 어이. 여기는 유일본동이 아니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복판이라구. 이런 장소에서 이러면..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다. 희연이가 나한테 안기니까, 나도 기분이 좋은걸.


그리고, 희연이의 기분이 전환될 즈음, 다시 조이플라자로 돌아갔다. 아까 그 알바는 근무시간이 끝났던지 보이지 않았고, 주인아저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태고의 달인'을 해볼까. 일단 난이도를 고르고. 제일 어려운 모드인 오니모드는 내가 할 것이 아니니까 그 다음 모드를 골랐는데, 노래 중에서..


'ハレ晴レユカイ'(맑게 맑게 유쾌하게) 라는 노래가 있었다. 분명히 이거 현석이녀석이 요새 보는 만화의 주제가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뭐, 한번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오락실용 태고의 달인은 처음 해보는 거였는데, 그때 현석이네 집에서 했던 NDD용과는 달리 북채를 잡고 제대로 하니까 재미있네.


그 다음에 고른 곡은 일본가수 오오츠카 아이의 노래 '사쿠란보'. 드럼매니아에도 있는 노래인데, 여기에도 있다. 뭐.. 그냥 무난히 했다.


태고의 달인은 2스테이지까지밖에 없는것이 참 안타깝다.


그 뒤로 나랑 희연이, 희정이는 조이플라자에서 리듬게임들을 약간씩 하고, 아까 희연이가 VANESSA를 꺼낸 여파 때문인지 희연이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호진아. 이제 돌아갈까?"
"그러자. 그런데.. 아직 날이 밝았는데.. 노래방이나 갈까? 같이 노래방 가본적은 없어서."
"응. 나도 노래방 못가본지가 꽤 되어서."


그런데, 노래방 얘기 나오니까, 옆에서 희정이가 벌벌 떨고 있었던 것이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일까. 일단 강남 물가는 비싸니까, 다시 버스를 타고 우리동네로 도착해서 노래방에 들어갔다.


우선, 나부터 노래를 불렀다. 희연이 앞에서 부르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마른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만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설혹 너무 태양 가까이~ 날아~ 두 다리 모두 녹아내린다고 해도~ 내 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거야~♬"


후우. 간만에 큰 소리로 노래 부르니까. 지친다.


"와. 호진이 노래 잘부르네."
"희연이 앞에서 불러보려고, 연습 많이 했어."


그 다음에는 희정이 차례. 희정이는 조민혜의 'Teenage Superstar'라는 노래를 불렀다.


"She's a teenage superstar~ 이별이 다 끝은 아니야~ 이제는 나를 더 사랑할거야~ 예에~♬"


희정이가 아마 나래보다 나이는 더 어리던가. 그런데, 나래같이 '어린애' 느낌은 안난다. 뭔가.. 요염하다고 해야 하나. 하긴 나래가 나랑 1살차이밖에 안나는데 나이에 비해서 어려보이긴 했지. 희정이쪽이 정상인지 나래쪽이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희정이의 노래가 끝난 뒤, 희연이가 윤하의 '비밀번호 486'을 선곡했지만.


"호진오빠. 준비하세요."
"응?"
"귀 막을 준비요. 우리언니.. 노래 못해요."


그래도 희연이가 부르는 것을 듣고싶은데.


"하루에 네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번 웃고~♬ 여섯번의 키스를 해줘~ 날 열어주는 단 하나뿐인 비밀번호야~♬"


...라고 생각한 것 취소다. 이거.. 꽈당민정의 재림이잖아. 희연이가 이렇게 노래를 못불렀다니. 노래방에서 문 닫고 있으면 다른 방으로 노래소리는 안들린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미안해.. 호진아. 나.. 노래 못하지?"
"아냐.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데."
"호진아. 고마워~"


그리고, 희연이는 옆에서 희정이가 보고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한테 살짝 입맞춤을 했다.


그 때 희연이가 못한다는게 하나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노래였구나.


어쨌든, 나름대로 남은 레파토리를 뽑고, 희연이가 노래부를때는 노랫소리에 일부러 집중을 하지 않고.. 그렇게 노래방 시간도 끝났다.


"호진아, 미안해. 오늘.. 나 때문에 재미 없었지?"
"아니. 그래도 희연이랑 같이 노니까.. 재미있었어."
"헤에~ 다행이다."


그리고 희연이랑 팔짱을 끼고 걷는데, 옆에 희정이의 눈치가.. 정말 무섭다. 오늘, 나, 희정이한테 제대로 찍혀버린걸까.


"그럼, 호진아, 다음주에 학교에서 봐~"
"그래, 희연아~"


집에 돌아와서, 혹시나 해서 Theme of EZ2DJ 사이트를 봤다.


"'이루나'님의 귀환 - 조플 비트매니아에서 바넷사 클리어"


그리고 밑에 달린 댓글.


'정말 그 이루나님 맞아요?'
'확실해요. 우리나라에서 츠루(주11)님 말고 비트 잘하시는 분은 이루나님밖에 안계시는데.'
'이수MB가 이루나님한테도 작업걸었다가 쫓겨났다죠?'


그러고보니 이루나라는 닉네임. 나도 본 적은 있다. 그 이루나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음악방송을 했을 때, 하마가 있었을 때, 가끔 들어왔었지. 그리고 역시 내 방송을 칭찬했던것 같은데.. 그게 알고보니 희연이였다면.. 뭔가 정말 무섭다.


정말 의외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발견하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것은 어쩔 수 없던가. 희연이의 또다른 모습. 너무 많이 보네. 에이. 오늘은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프레이아 콘서트라는데, 표는 못구했고..


- 다음회에 계속 -


주1. 아이돌마스터 : 남코에서 나온, 아이돌스타를 키우는 게임. 아마 오락실 게임으로서는 유일한 (?) 육성시뮬레이션으로 추정되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제대로 플레이를 해보지는 못했음. XBOX360용으로도 나왔다.


주2. 비트매니아 III : 코나미에서 나온, 5키 비트매니아 기계의 고급형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도 극히 보기 드물다고 한다. 3.5인치 디스켓을 넣고 자기 기록을 저장할 수 있다. 어차피 5키 비트매니아 시리즈는 지금 끊겼음.


주3. 어나더 : 비트매니아 IIDX는 곡의 채보가 노멀-하이퍼-어나더(IIDX RED까지는 라이트-노멀-어나더)의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주4. 난이도 7 : 비트매니아 IIDX는 곡 난이도가 12단계이다. 1이 가장 쉽고 12가 가장 어려움. 물론 난이도 12짜리 곡들은 인간이 건드릴 게 아니다.


주5. AA : 비트매니아 IIDX에서는 곡을 얼마나 플레이를 잘 했느냐에 따라서 AAA-AA-A-B-C-D-E의 판정이 있다. 바넷사를 꺼내려면 랜덤/미러 등을 걸지 않고 하드를 걸고 3스테이지까지 AA 이상으로 깨야 한다.


주6. Xepher : 비트매니아 IIDX의 12번째 버전인 HAPPY SKY 수록곡.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참 아름다운(?) 곡인데, JINNAI씨가 만든 Fate/Stay night 매드무비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인 곡이기도 하다. 기회가 되시면 그 매드무비도 꼭 보시길.


주7. 다행히도(?) 어나더는 안나오고 하이퍼까지만 나왔지만 : VANESSA 어나더를 꺼내려면 첫번째 판에 난이도 8, 두번째 판에 난이도 10, 세번째 판에 난이도 12짜리 노래를 다 HARD 걸고 AA 이상 나와야 꺼내진다. 희연이는 이 조건을 만족 못해서 어나더는 꺼내지 못했음.


주8. 써클스킨 : EZ2DJ에 있는 노트 스킨 중 하나. 내려오는 노트가 원형이 됨.


주9. 라디오믹스 : EZ2DJ의 모드 중 하나. 채널을 골라서 그 채널에서 정해진 곡 4곡을 연달아 플레이하는 모드. 5키에서는 스트릿믹스와 마찬가지로 게이지 방식이지만, 7키에서는 퍼센트를 채워가는 방식이다.


주10. 위에 나온 내용은 실제 Theme of EZ2DJ 사이트와 전혀 관계 없습니다.


주11. 츠루 : 국내의 독보적인 비트매니아 IIDX 여성고수분. 실제로 이분이 V어나더를 깨는 것을 목격. 참고로 G모 사이트의 스루님(이 소설 등장인물 일러 그려주신분)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분이다.


네. 리듬게임의 집결지 조이플라자로 온 호진이와 희연이 커플, 그리고 희정이. 동네에서만 실력이 먹히는 줄 알았던 희연이. 설마 조이플라자에서 비트IIDX로 파란을 일으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마 이것 때문에 희연이에 대한 소문이 리듬게임 유저들한테 많이 퍼지겠지요. 그리고 게임자키로 취재를 온 임지은. 그리고 이번회에 쫓겨나는 이수MB의 등장입니다. 또한 임지은과 한민애가 원래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호진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았었던 희연의 과거가 살짝 밝혀지네요. 그리고 희연이가 알고보니 음치였었고. 이제 점점 A분기도 후반부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회에는 리듬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해가 안가실 부분이 많아서 주가 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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