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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8.15 09:07

LiTaNia 조회 수:473 추천:2

extra_vars1 13-A. 운명의 시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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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아, 좋은 아침!"


뭐 오늘도 희연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 희연이랑 팔짱을 끼고 등교하는것도 이제 일상이 되었고.


처음에는 희연이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계속 함께하다보니 부담스러운 마음은 사라졌다.


나는 이런 희연이가 사랑스럽다. 언제까지나 희연이랑 함께 하고싶다.


"호진아, 무슨 생각하고 있었어?"
"희연이 생각! 나한테 있어서, 희연이는,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고나 할까?"
"헤헷. 호진아. 나도나도."


이렇게 학교를 가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수영이였다. 수영이의 모습은, 상당히 어두워보였다.


뭐.. 수영이가 나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다.


그런 수영이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옆에서 희연이가 말을 걸었다.


"호진아, 왜 그래?"
"...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내 곁에는 어차피 희연이가 있잖아. 잡생각은 떨쳐버려야지.


당연히 오늘 수업은 일찍 끝났다. 그런데. 다음주에는.


...무려 내가 주번이다. 이럴수가. 이제 시계를 좀 더 일찍 맞춰놔야 하는건가. 생활패턴 또 꼬이겠는데.


그리고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하교.


"호진아, 오늘 미안한데."
"응?"
"오늘 아빠가 집에 일찍 오셔서.. 호진이랑 공부 같이 못할것같아."
"아쉽네.. 같이 못한다니. 그래도, 희연아. 내가 모르는것들.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
"뭘~ 호진이 때문에 나도 공부가 재미있었는데."
"나도."


그런 이유로,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공부는 같이 못하게 되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아쉽네.


"그럼, 희연아, 잘가~"
"그래, 호진아. 다음주에 봐~"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집에서 혼자서 공부를 해보니, 역시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힘들다랄까. 하긴 희연이랑 같이 공부하고 있었을 때는 정말 그렇게 공부가 잘 될줄은 몰랐었지.


에이. 잠시 컴퓨터나 켜봐야겠다.


희연이의 소희월드 미니홈피, 역시 그 뒤로 업데이트를 안한지 꽤 되었네. 일단 방명록에 새 글을 하나 남겨놓고.


그다음에 간만에 Theme of EZ2DJ나 가봐야겠다.


자유게시판에서는, 커플 하나가 깨진것때문에 지금 양쪽편에서 서로 시끄럽다. 두분이 정말 잘 어울리셨던데, 지금 대부분의 리플은 '둘이 그냥 해결하지 왜 여기서 이러느냐' 는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싸울때마다 꼭 깽판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런거 없어져야 하는데 말이지.


그리고 또다른 글.


'요새 유일오락실에서 펌프 하는 여자애 알고보니 여장남자라는데?'


...민서 얘기인가. 희연이에 이어서 민서도 어느샌가 이쪽에서 유명해진건가. 어휴. 동네망신이다. 그러길래 여장에는 왜 재미가 들렸는지 모르겠다.


'캐리어 가야죠'(주1)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에이. 간만에 '썩은 어택'이나 해야지. 혼자서 공부하려니까 공부도 잘 안되고.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안하다보니까 옛날 실력이 안나온다. 역시 게임이라는 것은 오래 잡아야 실력이 오르는 것일까.


게임 좀 하고 있으니까, '유한도전'이 벌써 나올 시간이네. 봐야겠다.


그렇게,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날이 밝았다.


이상하게 빨간날에는 알아서 늦잠을 자게 된다. 이게 좋은 습관일까 나쁜 습관일까. 나중에 고3되면 일요일날에도 자습을 해야 한다는데. 그때가 되면 이 습관도 버려야겠지. 하지만, 습관을 버리기가 힘들다는데.


간만에 또다시 오락실에나 가볼까. 새로운 게임. 들어왔으려나.


오락실에 도착한 뒤에 혹시나 해서 드럼매니아가 있는 곳을 보니까, 드럼매니아 10th가 V3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아직 사람은 많이 없었고, 누군가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은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민애선배였다.


비록 어드밴스드(주2) 난이도로 하고 있었지만, 민애선배도 꽤 잘하시는데.


동전넣는곳을 보니까 당연히 10th때는 400원이었는데 500원으로 가격이 올라가있었다. 일단 나도 해야하니까, 돈을 걸어놔야지.


그런데, 민애선배가 하고 있는 GLIDE라는 노래.


...이거 프레이아의 GLIDE 아니었나. 가사가 일본어라는거 말고는. 도대체 요새 가수들 왜 이러는 것일까. 조금만 듣기 좋은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면 알고보니 원곡이 있어. 프레이아가 소몰이에서 벗어나서 좋아했었는데, 알고나니까 갑자기 실망이다.


그 다음에 민애선배가 고른 곡은, 世界はそれを愛と呼ぶんだぜ(세상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라는 노래였다. 뭐 어드밴스드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어려워보이지는 않는 노래인데, 아마 이 노래가 일본의 '삼보 마스터'라는 밴드의 노래였지. 드럼매니아에서도 재미있어보이네.


그리고 민애선배가 게임이 끝나고 돌아서면서, 나랑 시선이 마주쳤다.


"어, 호진군이네."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호진군도 이거 하러온거야?"
"네. 혹시나 해서 들렀더니.. 들어와 있네요."


그리고, 나는 돈을 넣었고, Bump of Chicken의 'K'를 골랐다. 물론, 익스트림 난이도로. 드럼매니아 V로 나가는 시리즈에서는 안해볼수가 없는 노래. 비록 드럼매니아에서는 그렇게 재미있는 곡은 아니지만, 원곡이 너무나 좋기에 안 해볼수가 없다. 게다가 드럼매니아에서는 풀버전으로 있어서 더더욱. 대신 원래 3스테이지인 드럼매니아에서 풀버전으로 된 노래 고르면 그 판밖에 못한다.


이 노래의 가사가 정말 멋지다.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 화가에게 은혜를 갚아준 검은고양이의 이야기이다. 예전에 이 노래 가사를 베껴서 단편소설을 썼던 어떤 무개념 고등학생이 입상을 했었다가 입상이 취소되었다고 하지. 배경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노래 가사를 잘 살렸네.


그렇게 어려운 노래가 아니라서, S가 나왔다(주3). 뒤에서는, 민애선배가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와, 호진군. 잘하네."
"이게 별로 안어려운 노래라서요."


S가 나오니까, 엑스트라 스테이지가 나왔는데, Micro Fin이라는 쉬운 노래와 over there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노래를 할 수 있다. 한번 over there를 해볼까.


...당연하겠지만, 얼마 안되어서 죽었다. 왜 이렇게 미칠듯하게 어려운거야.


"호진군. 그래도 그정도면.. 꽤 잘하네. 나는 익스트림은 손 못대겠던데."
"민애선배도.. 하시다보면 잘 되실거예요."
"호진군. 희연이랑은 요새 잘 되어가고 있어?"
"네.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희연이랑 저랑.. 서로 잘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요새 노래 신청하는거.. 잊어버린거 아니지?"
"요새 시험기간이라서 시험공부하느라 많이 바빠서요.. 시험끝나고 노래 신청할께요."
"그래. 호진군 노래 신청, 기다리고 있을께. 그리고 혹시라도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찾아와. 난 그럼 집에 가볼께~"
"안녕히 가세요, 민애선배."


역시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놀라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나는 민애선배가 지금까지 드럼매니아를 하셨다는 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왕 여기 온 김에, EZ2DJ도 해볼까. 나도 언젠가 희연이처럼 EZ2DJ를 잘 할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G.O.A.의 롱노트. 정말 누르고 있으니까 뭔가 짜릿하다. 7th 신곡에서는 롱노트에서 계속 콤보수가 올라가니 말이다.


그리고 200억 하드를 건드렸지만, 역시 죽었다. 희연이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다.


EZ2DJ가 끝나고 나서, 오락실 노래방 기계에서 한번 노래연습을 좀 해봐야겠다. 희연이 앞에서 부를 사랑의 세레나데(?)를 나름대로 준비하기 위해서.


일단 내귀에 도청장치의 'Magic Man',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플라워의 '애정표현'.. 이정도를 불러봤는데, 역시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라서 그런가 노래가 제대로 안나온다. 연습을 해서 희연이 앞에서는 제대로 부를 수 있어야 할텐데.


이제 집에 가야지. 내 휴대폰의 알람을 확인해보니, 월요일날 것, 알고보니 다른 걸로 바꾼다는 것이 아예 설정을 안해놓은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날에 늦잠을 자서 희연이한테 피해를 줬지.


노래를 뭘로 바꿀까나.. 그래. 엘르가든의 Make a wish. 이 노래가 좋겠다. TV광고에 나왔었던 노래인데, 딱 월요일 모닝콜에 어울리는 노래지. 지금 내 상황과도 딱 맞는 노래고.


Sunday is over
일요일은 끝났어.


We are all going home
우린 모두 집에 가겠지.


No reason to stay here
여기 남을 이유가 없잖아.


But no one has made a move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질 않아.


We know that for sure
우린 다들 알고 있어.


Nothing lasts forever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But we have too many things
하지만 우린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Gone too fast
너무나 빨리 잃어 가고 있잖아


Let's make a wish
자, 소원을 빌자


Easy one
어려운 게 아냐


That you are not the only one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And someone's there next to you holding your hand
그리고 네 옆에 네 손을 잡은 누군가 있다는 걸


Make a wish
소원을 빌자


You'll be fine
넌 괜찮을 거라고


Nothing's gonna let you down
아무것도 널 쓰러뜨리진 못할 거라고


Someone's there next to you holding you now
네 옆의 누군가가 지금 너의 손을 잡아 줄 거라고


지금 저 세상에 있는 하마는 이제 정말 완전히 잊어버려야지. 현실에 충실해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현실의 내 곁에는 희연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외롭지가 않다. 그래서 이 노래 가사가 나한테도 와닿는다고 해야 하나.


그 시점에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이 벨소리는.. 그렇다. 희연이다. 희연이한테 전화올때는 벨소리가 달라진다.


"어, 희연아."
"호진아, 안녕~ 지금 뭐해?"
"공부하다가.. 혹시 새로운 게임이 나왔나 해서 오락실 잠깐 들렀어."
"저런.. 호진아. 시험 끝나고 가도, 늦지 않잖아."
"응.. 맞아. 희연이는 지금 뭐해?"
"공부하다가.. 호진이가 생각나서 전화해봤어."
"희연아, 고마워!"
"헤헷. 그리고 시험 다 끝나고.. 조이플라자인가 거기 같이 가는거야?"
"응. 희연이랑 같이. 희연이한테도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
"와. 기대할께."


글쎄. 기대가 되려나. 그 조이플라자는 리듬게임의 전국구 고수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라,


"그럼, 전화 끊을께. 호진아. 사랑해~"
"그래. 나도 희연이 사랑해~"


그리고 뭔가 전화기에서 키스소리가 들린것 같은것은 내 귀의 착각일까.


나는. 희연이가 좋다. 물론. 희연이도 나를 좋아하고 있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도 별다른 일 없이 하루를 마감했다.


새로운 모닝콜인 Make a wish..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내 곁에 희연이가 있다는 것도 이미 익숙해진 상태이니 이 노래도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번주는 주번이라서 학교에 일찍 등교하게 되는데, 마침 희연이가 오고 있었다.


"호진아, 좋은 아침! 오늘은 일찍 나왔네."
"이번주에는 내가 주번이라서.. 하필이면 시험보는 주에."
"아.. 호진이 힘들겠다. 그래도 내 생각 해줄거지?"
"물론!"


그리고 오늘도 같이 팔짱끼고 등교를 한 뒤에, 반에 도착하고, 우리반 담당구역인 계단청소를 하고 난 뒤에 교실에 돌아와보니, 현석이녀석이 나한테 말했다.


"호진아,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인데?"
"3반의 박소현.. 무려 길거리캐스팅 되었대."
"길거리캐스팅이라니?"
"어제 친구랑 놀러갔다가, 아마 연예기획사 눈에 띄었나봐."


잘 된 것이려나. 물론 소현이가 예쁘긴 하니까 연예기획사 눈에 띄어서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앞으로 잘 되려나.


흔히들 이런 얘기도 있잖아. 약속은 '약간씩 속이는 것'이고, 스타는 '스스로 타락하는 것'이라는 얘기. 이런 얘기들이 더이상 없도록,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고, 스타들이 타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현석이 너는 그 얘기 어떻게 들은거냐."
"전교생한테 소문이 쫘악 퍼졌어."
"매번 애니나 비디오게임만 하는줄 알았는데."
"나.. 나를 그런 놈으로 보지 말라구!"


안 보려고 해도 안 볼수가 있냐. 특히 민서한테 그런 연기를 시킨것, 정말 끔찍하다. 뭐 더이상 민서를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그리고 오늘도 평소같은 일상은 이어졌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오늘은 내가 주번이라서 유난히 할 일이 많았다는것, 그리고 희연이는 주번이 아닌데도 그것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것.


"희연아.. 희연이는 주번이 아니잖아.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는데."
"호진이가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물론 주번이라서 하교시간도 늦어졌고, 희연이는 그런 나를 기다려줬다. 물론 같이 하교.


"호진아, 오늘 많이 힘들었지?"
"아니.. 그런데 정말 이런거 안도와줘도 되는데. 희연이가 주번인 주에 잘 해주면 되고."
"그래도.. 호진이가 힘든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나 할까."


그리고 역시 희연이네 집에서 공부-여전히 나를 별로 안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희정이-집으로 귀가 패턴은 이어지고. 그렇게 하루는 또 갔다.


또다시 하루는 시작되고, 뭐 어제랑 별로 다를바없이 흘러갔고, 오늘도 희연이는 기다려줬는데, 수환이녀석 오랜만에 왔네.


"희연아. 이제 내일이야. 내가 저 녀석을 누르고 너를 지켜주고 말겠어!"
"글쎄."


희연이는 내 앞에서는 말을 많이 했지만, 수환이한테는 말수가 완전히 적다. 이미 호감도면에서 김수환 당신은 KO패라구요. 그리고 너정도면 이 학교의 다른 여자애들하고 사귀어볼만하지 않냐.


그런데, 희연이가 전화를 받는듯 하더니, 전화가 끝나고 나한테 다가와서 말했다.


"호진아. 미안한데.. 오늘은 가족하고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께."
"아쉽네.. 어쩔 수 없지. 그럼 내일 시험 잘봐, 희연아."
"호진이도 잘 봐~"


그러고보니 간만에 혼자서 집에 가보네. 이제, 내일부터 기말고사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혼자서 집에 가본것이 얼마만이었을까. 그동안 계속 희연이랑 함께 하교하다가 혼자서 집에 가보니까 뭔가 많이 허전하다. 이미, 희연이가 나의 반쪽이 되었던 것일까.


내일 시험보는 과목이 뭐가 있나.. 살펴보자. 국어, 사회, 체육이네. 국어랑 사회. 그냥 그럭저럭 할만한 과목인데, 체육이라. 몸으로 때우는 과목인데 이런거 이론이 의외로 안습이던데. 다행히도 예체능 과목들은 자필 수행평가 반영이 별로 안된다는게 다행이다.


일단 죽어라고 봐야지. 이제 내일부터 드디어 운명의 날(?)인데.


뭐 그런 이유로 오늘은 정말 자정이 넘어서까지 공부를 죽어라고 했다. 내일 시험. 과연 잘 볼 수 있을까.


...생각만 많이 하다보니 오늘은 잠이 안왔다. 그래서 제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잠은 제대로 못잤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비몽사몽인 상태다. 더군다나 나 이번주가 주번인데.


"호진아, 좋은 아침!"


그나마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희연이가 있기 때문에 기운이 난다고나 할까. 학교에서는, 이제 시험기간이라서 책상 배치가 시험형 배치가 되어있다.


"호진아, 시험 잘봐~"
"희연이도~"


그리고 시험은 시작되었다.


확실히, 희연이랑 같이 공부한 효과가 난다. 중간고사때 시험지를 받아보고 좌절을 겪었고 시험결과를 보고 대좌절을 겪었지만, 이번은 확실히 그때랑은 느낌이 다르다.


다만 역시 체육은 몸으로 때우던 과목을 이론으로 보려니 안습이 되는건 당연.


그렇게 어찌어찌 세과목을 보고, 오늘꺼는 일단 끝.


"호진아, 시험 잘 봤어?"
"응. 희연이는?"
"나도. 호진이랑 같이 공부하니까, 더 잘 된것 같다고 해야 하나."
"나도!"


그리고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팔짱끼고 하교를 했다.


"그럼, 남은 시험도 잘 봐, 호진아."
"응~ 희연이도."


내일꺼는 영어랑 도덕이네. 그냥 무난한 과목들이니까, 잘 해야지.


그리고, 날이 또 바뀌었다.


역시 희연이랑 같이 시험공부를 하다보니, 이 과목들도 부담없이 할 수 있었다.


물론 오늘도 무난하게 봤는데, 시험 끝나자마자 수근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11반의 수환이 걔. 이번 영어시험에 답 밀려썼대."
"독서실까지 다니면서 빡세게 공부를 했다는데.. 쯧쯧."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좋아."


뭔가 심하게 눈물난다. 먼저 제멋대로 승부를 걸었지만 그 승부에 묶여서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으니. 이로서, 희연이를 수환이녀석한테 뺏길 일은 없는건가.


그 다음날 시험은, 수학, 국사, 기술/가정이었다. 특히 기술/가정이 중요과목은 아니지만 좀 외워야 될 부분이 많았지.


그리고 마지막 날, 일은 일어났다.


과학시험은 역시 희연이랑 공부한것 때문에 무난하게 넘겼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음악시험이었다.


첫번째 문제의 답이 4. 그리고 그 다음이 계속 1234 1234 이런식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예체능 과목이 아무리 이론보다는 실기가 중요한 과목이라고 해도, 이렇게 선생님께서 문제를 대충 내시면 어떡하나.


뭔가 알쏭달쏭한게 있는데 그것도 1234 순서대로 찍으면 혹시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반장이 잠깐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간다고 했다. 화장실로 어찌어찌 갔는데, 그 때 감독선생님께서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지르신 것이었다.


"이 놈은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답을 1234로 찍냐?"


그러자, 갑자기 모두의 손이 빨라졌다. 반장은 중학생때부터 반에서 1~2등을 다투었다고 했고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1등을 했던 인물. 그런 반장이 쓴 답이 1234로 나간다고 했었으니, 답안지가 유출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OMR 카드에 테이프 붙이는 소리.. 칼로 긁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선생님, OMR 카드 바꿔주세요"


이런 말도 많이 나왔고 말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에..


"정말 이번 음악시험 답이 1234로 나갔어?"
"응."
"앗싸 가오리!!"


반의 학생들은 모두 쾌재를 질렀지만, 혹시. 너희들. 맨 처음 1번문제 답이 4라는거 빼먹은거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되면 전부 0점이라는 안습의 상황이 나오고 마는데.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까 희연이랑 조이플라자로 가야지. 조이플라자로 가려면 학교에서 나가서 얼마동안 걸어간 뒤 나오는 큰 길에서 압구정 방향 버스를 타야 한다.


"희연아, 시험 잘 봤어?"
"응! 호진이도 잘 봤겠지?"
"물론이지. 그런데 희연아."
"응?"
"희연이는 아까 음악시험에서.. 1번 문제 답이 4번이라는거 알고 있었어?"
"응. 호진이는?"
"나도 물론 알고 있었지. 그다음부터가 1234로 나가고."
"헤에. 다행이네."


이거, 정말 사상 초유로, 한 반에서 100점하고 0점밖에 안나오는 상황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이렇게 희연이랑 같이 나가고 있는데, 교문 앞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과 마주쳤다.


"희정아, 많이 기다렸지?"
"응. 이번에 같이 가는거야?"


그렇다. 희연이의 동생 희정이가 여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앗.. 얘도 가는거야?"


그때 희정이가 말했다.


"언니랑 이 오빠랑 어떻게 같이 노는가 해서.. 따라와봤어요."


희정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곱지는 않다는것이 문제인데. 그런 희정이까지 따라오게 되니.. 이거 뭔가 부담이 되는걸.


"괜찮아. 어차피 내 동생이니까."


...희연양. 당신은 어차피 희정이랑 같이 사니까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나까지 부담이 안될리가 있나.


버스는 금방 도착했고, 모두들 버스카드를 찍었다. 나랑 희연이랑 같이 앉았고, 희정이는 건너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안에서는, 라디오 방송이 들리고 있었다.


"언제나 평안하십니까? Tomorrow Perfume Radio의 리타니아입니다. 이제 장마철이 다가왔죠."


그러고보니 지금이 Tomorrow Perfume Radio 할 시간이었던가. 이거 DJ인 리타니아라는 분.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지. 원래 인터넷으로 방송을 했다가 그게 반응이 좋아서 결국 공중파 라디오로도 진출하게 되었으니. 공중파를 통해서 이전에 이거 모르던 사람들도 많이 듣게 되셨고. 물론 공중파이다보니까 인터넷에서는 못받는 신청곡도 많이 받으시게 되셨지.


희연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아.. 졸려. 호진아. 버스가 도착하면.. 좀 깨워줘."
"응. 알았어."


그리고 희연이는 그대로 내 어깨에 기대서 잠들었다. 희연이.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운걸. 내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긴 했지만.


그리고, 라디오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시청자 연결 시간인가보다.


"네, 청취자분 전화연결 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네, 저는 장충동에 사는 왕족발이라고 합니다."
"네, 왕족발씨.. 이봐요. 장난치지 마세요."
"장난 아닙니다."
"장난치지 마시라니까요."
"장난 아니라니까요!"
"아버지!!"
'뚜-뚜-뚜-'
"네, 잠시 후에 집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유일동에 사는 윤나래라고 해요."


헉.
나래가 갑자기 Tomorrow Perfume Radio에 왜 전화했지?


"요새 시험기간인데 시험이 끝나서 Tomorrow Perfume Radio에 전화연결 걸어봤는데. 정말로 연결될 줄은 몰랐어요."
"시험 잘 보셨어요?"
"네. 그럭저럭 봤어요."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호진오빠. 나래를 정말 버린건 아니지? 나래는 호진오빠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생각나면 언제라도 돌아와줘."
"호진오빠라는 분이 누구예요?"
"저의 백마탄 왕자님이예요. 그런데.. 그 왕자님이 지금 다른나라 공주님하고 같이 맺어진 것 같아요."


...그러나 전국의 라디오 청취자들은 그 '호진오빠'가 나라는 것을 알리가 없다.
나래... 정말 이런애가 아니었는데.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정말 세상이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이렇게 라디오가 나가는 사이에, 버스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도착했다.


"희연아. 다 왔어. 여기서 내려야해."
"벌써.. 이렇게 되었어?"


희연이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물론 우리가 내린뒤에, 희정이도 따라서 내렸고.


일단 내리고 난 뒤에, 길건너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간단히 먹었다.


"희연아. 미안해. 내가 이 근처에서 아는 밥집이 없어서.."
"괜찮아. 호진아. 이런거라도 일단 괜찮은걸."


그리고 햄버거를 다 먹고 나서, 편의점이 있는 골목에 들어가니까, '조이플라자' 간판이 보였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캐리어 가야죠 : 캐리어는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족 유닛 중 하나인데, 모 스타크래프트 중계 해설자가 프로토스전 할때마다 계속 답 없는 상황에서 캐리어만 외쳐대서 이제는 답 없는 상황에서는 '캐리어 가야죠'라는 말이 따라나옴.


주2. 어드밴스드 : 드럼매니아는 3단계의 난이도로 나뉘어져있다. 베이직, 어드밴스드, 익스트림. 물론 곡에 따라서 셋 중 하나가 없는 곡도 있음. (대표적으로 Across The Nightmare - 어드밴스드가 없다)


주3. S가 나왔다. : 드럼매니아의 랭크는 SS-S-A-B-C-D-E 순으로 나뉘는데, S를 두번 이상 받고 나머지 한 곡을 A 이상 받으면 엑스트라 스테이지 등장.


네. 연재 횟수가 너무 많이 밀려있어서 이번회에는 빨리빨리 진행을 했습니다. 어느샌가 확실히 커플로 진화해버린 호진이랑 희연이. 그리고 민애선배의 의외의 모습. 음악시험의 1234 답안 이야기는 예전에 나왔던 유머를 그대로 써먹은 것입니다.. 수환이는 답안지를 밀려써서 안습이 되었고, 호진이와 희연이는 시험을 잘 보고.. 조이플라자로 가려고 하는데 희정이까지 따라붙었죠. 버스에서는 제가 잠시 까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라디오 DJ로..) 그리고 조이플라자에 도착한 호진이+희연이+희정이. 이곳에서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장충동에 사는 왕족발 부분은 개그콘서트 '집중토론' 코너에 나왔던 부분을 써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A분기도 후반부가 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설문조사를 해볼까 합니다. B분기에서는 호진이가 누구랑 맺어졌으면 좋겠습니까? 적절한 리플 부탁드립니다.


1) 구수영 (눈에 띄지는 않는, 낯을 가리는 소녀. 하지만 호진이가 잘해주면..)
2) 윤나래 (소꿉친구이지만 연하, 호진을 심하게 좋아하는 소녀)
3) 박소현 (도도한 퀸카. 희연이때문에 생긴 승부욕. 하지만 그녀의 또다른 모습은.)
4) 한민애 (방송부의 선배. 호진이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분인데.)
5) 기타 (그런데 맺어질만한 사람들은 위에 다 적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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