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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1.06 18:43

LiTaNia 조회 수:607 추천:3

extra_vars1 9-C. 둘 다 친해지는건 어려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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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어제 열심히 써놓은 사연을 곡 신청함에 넣어놓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수영이네 반을 얼핏 보니까, 또다시 혜림이가 수영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구수영. 참 답이 안나온다. 애가 도대체 왜 이모양이야?"
"..."


도대체 정혜림. 쟤는 왜 저렇게 수영이를 괴롭히는걸까. 저런 애 때문에 수영이가 마음을 더 닫게 되는게 아닐까.


"이봐. 정혜림. 보자보자하니까, 너무한거 아냐?"


제대로 말도 별로 못해본 상대방한테 이렇게 말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수영이가 당하고 있는 것을 내 두 눈 뜨고는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저런. 말없이 그냥 교실로 들어가버리네. 그런데 이쪽을 째려봤어 쟤.


"호진아.. 이럴 필요는.. 앗. 얼굴이 왜 그래?"


역시 상처난걸 수영이가 못봤을리가 없다. 수영이도 뭔가 적지않게 당황한 표정인데.


"아.. 어제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깡패들한테 맞아서."
"괜찮아? 지금도 많이 아파?"
"아니.. 지금은 별로."


하지만 어제 깡패들한테 맞은 것 때문에 아직도 어지럽긴 하다. 수영이 앞에서 말은 못하겠지만.


"호진아.. 어제 내가.. 좋은 애 아니라는거 알고 나서, 실망했지?"


하긴 어제 수영이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만. 실망같은 것을 할 리가 있나.


"아니, 나 실망같은거 안했어."
"다행이야."


그 때 마침, 수업종이 울렸다. 어쩔 수 없이 교실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


"호진아, 잘가.."


수영이가 인사를 해 주고, 어쨌든 교실로 돌아와서 다음 시간 준비를 하자.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실 마음같아서는 식당에서 먹고 싶긴 하지만, 오늘도 희연이를 뿌리쳤다가는 희연이가 정말 제대로 삐져버리겠지. 그런 이유로 오늘은 그냥 희연이랑 같이 먹을수밖에 없겠지.


희연이랑 같이 먹고 있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방송이 들려왔다.


"첫번째 사연인데요. 1학년의 이호진 학생의 사연입니다."


뭐 이번엔 딱히 이름을 가릴 사연이 아니라서 그냥 그대로 이름을 밝혀서 신청했다. 지난번 그 유치한 사연이 심지어 유머대학에까지 올라갈 정도로 파장이 컸긴 했지만, 이번 사연은 그정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거.. 호진이가 신청한거야?"
"응. 점심방송때 노래신청을 이전부터 많이 했었어."


그런데 문제는 이 사연이 수영이 얘기인데, 지금 내 옆에 있는건 희연이. 이 사연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려나. 걱정이네.


"저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친구를 별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애가 좋은 애라서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말이죠.. 가끔 말을 걸어보기는 하지만요. 어떻게 그 애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우연주의 'Sweet Love' 부탁드립니다. 라는 사연인데요. 저도 그 학생이 마음을 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연주의 'Sweet Love'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Sometimes 우울해지는 날
거울 속에 내가 너무나 한심해 보여서
oh sweet love
이런 건 내 모습 아니라고 나 혼자말로
위로에 용기를 더해서
내일은 또 내일에 해가 뜰거야
일어나 다시 한번 너의 곁으로


To my arms
모르니 너와 함께라면
여기가 나의 아름다운 세상
To my heart
꿈속에 그린 소원처럼
나만의 사랑될거야


수영이도 눈치챘으려나. 이게 자기 얘기라는것을. 하긴 수영이는 어제부터 나한테 약간씩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호진아."
"응?"
"그..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거, 혹시 여자애는 아니지?"


역시 예상대로다. 희연이는 수영이 뿐 아니라 내가 다른 여자애랑 있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지.


"희연이는.. 내가 다른 여자애랑 친해지는거, 그렇게 싫어?"
"응. 친해졌다가 호진이를 뺏아가면 어떡해. 호진이는 내껀데."


그러니까 나는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내가 자기꺼였다고 그래.


"그러니까 이해를 못하겠어. 왜 친해졌다가 나를 뺏아간다는건지.."
"호진이는.. 역시 둔해. 뭘 몰라도 너무 몰라."


내가 왜 둔하냐니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나. 더 울고싶다.


"호진아. 슬픈 일 있어?"
"아니.."


어쨌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더니, 어느샌가 효선이가 내 자리에 와 있었다.


"호진아, 수영이랑 잘 되어가는 것 같더라."
"다행이네.. 수영이랑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런데 효선이가 말할 때 옆에서 희연이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건 왜 그런걸까.


남은 수업시간이 지나간 뒤에. 종례시간 직전이었다. 현석이가 내 자리에 다가와서 말했다.


"그 수환이라는 녀석. 내가 알아보니까. 엄청 필사적이던데. 독서실 이름부터가 '자지마 독서실'이니."
"그러니까.. 왜 처음부터 내 생각은 전혀 다들 묻지도 않는거야."
"그럴때는 정말 부러운지 불쌍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반 교실에는, 어느샌가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인 유아름양이 와서 효선이랑 얘기하고 있었다.


"호진이가 수영이랑 잘 되어간다니. 그런데 그런건 흥미진진하다가도 재미가 없다니까."
"나는, 아름이한테 재미있는게 뭔지 궁금해."
"여자의 로망은 바로 야오이! 쿈이랑 코x즈미랑 잇는 거라던가.."
"그게 어딜봐서 여자의 로망이라는건지.."


현석이도 그 말을 들었는지, 아름이 쪽으로 다가가서.


"아무리 그래도 쿈이랑 코x즈미는 좀 아니지 않냐."
"그게 그 만화 공식 커플링인데 어떡해!"
"쿈하고는 나x토라던가, 하x히라던가 이을만한 애들 많잖어."
"그런 애들이 쿈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도대체 진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화들이다. 서로 다르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잖아.


"저 현석이녀석이랑 친하다가도 가끔 저럴때 보면 내 친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아름이가 가끔 저럴때는 싫어."
"생각해보면 우리는 동지인건가."


그리고 오늘도 종례 뒤에 학교 끝. 오늘은, 내가 청소당번이라서, 교실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다.


"호진아. 기다리고 있을께. 청소 끝나고 나와"


희연이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빗질을 이렇게 이렇게 하고.. 그런데 반 교실에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거야. 제발 좀 쓰레기는 휴지통에다 잘 버리라구요. 조준을 잘 해서.


마포걸레 빨아와서 걸레질도 하고. 책상을 밀지 않고 마포질을 하는건, 힘들다.


교실 밖을 얼핏 보니까. 소현이. 우리반에는 또 왜 온거야. 그리고 지금 희연이랑 말싸움을 하고 있네.


"그런 귀여운 애가 우리학교에 있었다는것도 여태 몰랐고, 전학생이 그런 애를 벌써 낚아채다니. 능력은 좋은데. 내가 조금 늦었나."
"호진이는, 누가 뭐래도 내꺼야. 호진이를 뺏아갈 생각, 하지 말아줘."
"시험 끝나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한번 볼까. 그럼 나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이런 이야기가 들린 것 같았다.


이제 다시 마포걸레를 빨고, 원위치 시킨 뒤, 검사 받고. 모든 게 잘 끝났으니 집으로 가야지. 복도에서는 아직도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아. 어제 깡패 만난거.. 저 소현이라는 애가 구해줬다는거, 사실이야?"
"응.. 맞아. 나도 얼떨결에 겪은 일이라서."
"설마, 호진이가 저런 여자같지도 않은 애한테 넘어가는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나도 성격 안좋은 애는, 안좋아해."


그리고 남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고 부담스럽게 달라붙는 애도 안좋아하고.


소현이는 겉보기에는 정말 많이 꾸미는 여자애같다. 다만 성격이 좀 그렇고 그럴 뿐이지. 어차피 소현이는 나 아니라도 다른 짝을 찾을 수 있어보이는 애다. 그 짝이 소현이의 성격을 극복해주기만 한다면.


소현이가 나를 구해준 것은 정말 고맙긴 하지만.. 소현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애는 아니다. 웬지 나중에 소현이가 짝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짝도 소현이한테 잡혀살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그래서 잘 꾸미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 남자친구가 아직 없지.


그런데, 지금 복도에는 희연이 말고도, 의외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앗.. 수영아?"


나는 청소당번이라서 늦게 끝났고, 효선이는 청소당번이 아니라서 먼저 집에 갔었는데, 수영이는 우리반 교실에는 웬일일까.


"혹시.. 효선이랑 같이 가려고 온거야? 효선이는 먼저 갔는데."
"응.. 나도 그거 알아."


그렇다면.. 설마? 이거 뭔가 좀 예감이 안좋은데. 이미 희연이가 나랑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나.. 호진이랑 같이 가고 싶어서 온거야."


그런데.. 수영아. 그런 말을 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좀 위험하지 않을까. 지금 내 옆에는 나를 자기꺼라고 계속 말하는 희연이가 나랑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호진이는 이미 나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희연..이 맞지? 호진이한테 부담스럽게 붙는다고 들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사태가 일어나버렸다. 난 정말 수영이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단말야. 오늘 희연이랑 같이 공부하기로 해서 어쩔 수 없이 희연이랑 같이 가야 하는데..


수영이의 말이 의외였던듯, 희연이의 표정도 많이 당황한 듯 했는데..


"호진이는 내 꺼란 말야. 왜 맘대로 호진이를 가지고 그래."
"호진이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것같은데.."


정작 당사자인 나는 가만히 있는데 둘이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일단 분위기를 수습해봐야지.


"수영아.. 미안. 나 오늘 희연이랑 같이 집에서 시험공부하기로 해서.. 희연이랑 같이 집에 가야 하는데."
"역시, 내가 호진이를 뺏길리가 없지. 호진아. 고마워~"
"그런데.."


여전히 희연이는 나를 자기꺼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난 희연이꺼같은건 아닌걸.


"수영이도 방향은 같으니까.. 그냥 다 같이 가면 안될까."


그런 이유로 셋이 함께 교문을 나섰다. 하지만, 이거 뭔가 분위기가 안 좋아. 희연이랑 수영이 두명의 사이에 있으니까 뭔가 싸늘한 느낌이야. 희연이랑 수영이. 둘의 시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아보여.


지금이 6월이라서 원래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해야 정상이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역시 내가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지금, 희연이한테도 수영이한테도, 말을 걸기 어색한 분위기다. 희연이랑 나래였으면 둘이 나를 놓고 말싸움이 상당했겠지. 하지만 말이 별로 없는 수영이가 이렇게 희연이랑 같이 있으니, 이건 나래때랑은 또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무서워.


나. 도대체 왜 이런 일까지 겪게 되는 건가요. 궁금해요. 누가 좀 대답 좀 해주세요. 희연이랑 수영이가 대답해줄리는 없고..


이렇게 식은땀만 나는 상황 속에, 결국 집으로 도착했다.


"수영아, 잘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수영이랑 헤어진 뒤, 나는 희연이랑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째 약간 때가 늦기는 했지만, 이제야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들어갔다. 이 과목들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면, 분명히 어렸을 때 나왔던 노래 중에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아리아리 인정받고 일류대학으로 간다~' 라는 노래를 들었었지. 수능시험에서도 언어, 수리, 외국어는 필수영역이라고 하고. 사탐과 과탐은 선택과목들의 향연이라고 하지.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 특히 요새 대학입시에 내신이 많이 반영된다고 해서 더더욱 죽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붙잡아봐야 흰색은 종이고 다른색은 글씨나 그림인것을 어떡합니까.


그런데, 희연이랑 공부하니까 오히려 공부가 더 안되는것은 왜 그런 것일까. 물론 희연이는 잘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혼자 할 때보다 더 안되는 느낌이야.


뭐 이런식으로 오늘도 같이 공부하다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희연아. 미안하지만."
"왜, 호진아?"
"나.. 솔직히 희연이랑 같이 공부하니까.. 공부가 잘 안되는것 같아. 나도 이번에 기말고사때 중간고사 성적 안나왔던건 만회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혼자 하는것보다 공부가 더 안돼."
"아.. 미안해. 그렇다고 해도, 호진이가 설마 그 수환인지 뭔지 하는 녀석보다 성적이 안나온다고 해도, 나 걔한테 절대 안갈꺼야. 호진이는 내꺼니까."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희연이것이 아니었다구..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희연양.


"그래도.. 나 내일부터는 그냥 혼자 공부하고 싶어. 미안해, 희연아."
"호진이가..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다른 여자애 만나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아까전에 그 수영이라는 애라던가.. 나, 정말 호진이를 다른 애한테 뺏기는거 아냐?"


희연이 얘. 눈치 정말 빠르다. 잘못 걸리다간. 내가 큰일나겠어.


"그럴리가.."
"나.. 정말 불안해. 이대로라면, 호진이를 뺏겨버릴것 같아.."


그러니까 난 처음부터 희연이것이 아니었다니까.. 희연이가 정말 왜 그럴까.


"희연아, 나는 그냥 수영이랑 친해지고 싶을 뿐이었어.. 친구 하나라도 더 생기면 좋은거 아니야?"
"그러다가 호진이를 그 수영이라는 애한테 뺏기면 어떡해.."
"설마.. 그것까진 아닐꺼야."


그런 이유로, 희연이를 오늘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래도 여자 혼자서 어두운 밤길을 가는건 위험하니까.


"호진아. 그러면 내일은 호진이랑 같이 못있는거야?"
"뭐 같이 있는거는 학교에서도 계속 같이 있으니까."


라고는 하지만 학교에서도 자리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왜 드는걸까.


그리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골목길쪽으로 가지 말고 큰길로 가야지. 그나마 큰길쪽은 인적이 조금 있어서 어제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수영이의 잃어버린 지갑을 우연히 찾아줌으로서 수영이라는 애를 알게 되었다. 수영이는 말수가 적고, 다른 사람들한테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애였지. 하지만 마침 같은 반의 효선이가 수영이랑 친해서 효선이의 도움으로 수영이한테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를 제멋대로 자기 꺼로 생각하는 사람들. 희연이뿐이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나래라던가, 우리 학교 퀸카인 소현이마저도 희연이랑 경쟁이 붙어서 나를 서로 뺏니 마니 하고 있으니.


게다가 내가 수영이랑 친해지는 것을 희연이가 안좋게 보고 있어. 나를 수영이한테 뺏길것 같다는 얘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정말 말하고 싶다. 나는 물건짝이 아니라고.


에이, 모르겠다. 쓸데없는 생각 하다가 시험 망친다. 복습이나 죽어라고 하자.


...라고 해도 잠깐 TV를 보면서 사색에 잠겨볼까. 이상하게 시험기간 중에는 6시 내고향 같은것도 재미있다. 가만. 공부를 해야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공부하다보니 날은 또 가고, 아침 일찍 일어난 뒤, 오늘도 대충 밥을 먹고 가방을 챙긴뒤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얼래.


없다.


희연이가 없어.


나랑 희연이랑 집이 같은방향이라서 학교에 등교할 때 언제나 희연이랑 같이 등교하는게 이제 일상이 되었는데 희연이가 없다.


어떻게 된 걸까.. 하고 잠깐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뭔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호진아. 안녕."
"앗. 수영이구나."


마침 희연이가 안왔기에 다행이다. 수영이는 나랑 희연이가 항상 학교에 같이 갔던것은 몰랐는듯. 수영이가 그냥 나랑 같이 가고 싶어서 이쪽으로 왔다면, 평소같이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면 수영이가 또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희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수영이랑 같이 가야지.


"그 희연이라는 애.. 왜 호진이보고 자기꺼라고 하는 거야?"


수영이가 물어봤다. 하긴 수영이도 궁금했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내가 궁금하다고.


"나도 모르겠어. 걔가 전학오고나서, 나한테 계속 그랬어."
"이상하네.."


수영이랑 같이 등교하다보니, 마침 역시 등교하고 있는 현석이를 만났는데, 현석이도 적지 않게 놀란 것 같다.


"오호, 이호진. 그 지갑 찾아준 애랑 잘 되는거야?"
"이봐. 그런 사이 아니라구."


그렇게 셋이 같이 교문을 통과하기 직전.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희연이였다.


"헉헉.. 호진이.. 내가 피곤해서 늦게 일어난 사이.. 다른 여자애랑 같이 가버렸네.. 뺏겨버렸네.."


그러니까 그런거 아니라니까. 수영이는 자기 반 교실로 가버리고, 나랑 현석이랑 희연이는 우리반으로 도착했다. 아까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희연이는 또다시 뾰로통해있는 모습.


반에 도착해보니,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 유아름양이 효선이랑 얘기하고 있었다.


"설마 내일 그 '요염한 조공명'인가 거기 가는거야?"
"응. 거기서 하는 파라모임 날짜가 내일이야."


가만. '요염한 조공명'이라. 그건 또 뭐지.


아름이랑 효선이랑 얘기가 끝나고 아름이는 교실 문을 나갔다. 저 왕리본이 정말 유난히 튀어보여, 저 애.


효선이한테 한번 물어봐야지.


"효선아, 아까전 아름이가 말한 '요염한 조공명'이라는건 뭐야?"
"'요염한 조공명의 별의 뒷쪽 오탄코나스'라고, 아름이가 활동하는 사이트가 있어."


아름이같은 애 활동하는 곳이라면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곳임에는 확실한데. 혹시 현석이는 그곳을 알고 있을까나.


"현석아. 혹시 '요염한 조공명의 별의 뒷쪽 오탄코나스'라는 사이트 아냐."
"헉, 그곳은.."


내가 해서는 안될 얘기를 한건가. 도대체 그곳이 어떤 곳이기에.


"거기를 어떻게 알아?"
"거기 엄청 안 좋은데야. 거기 운영자가 한때 일 저지르고 군대로 튀어서 제대로 까였어."


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곳이라는것만은 확실하군. 그런데 아름 얘는 왜 그런데서 활동하는 것일까.


에이. 수업 종도 쳤고 하니까, 자리로 돌아가야지.


"호진아. 아까전 애들이랑 무슨 얘기 한거야?"
"아.. 그냥 별 얘기 아니었어."
"궁금해. 혹시 호진이랑 다른 애랑 사귄다는 그런 얘기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나.. 정말 호진이 뺏기기 싫어. 호진이가 인기 많아보이는 애라는건 알겠지만.. 호진이는 전학오고나서 내 꺼로 점찍어놨으니까. 나도 호진이를 쉽게 뺏길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나는 희연이꺼같은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호.진.군?"
"응?"
"졸면 안돼~ 내가 꼬집어줄거야. 호진이 못자게."


내가 깜빡 졸다가도 희연이 때문에 조는 일은 없다. 이게 좋은거냐 안좋은거냐.


쉬는 시간, 아까전에 내가 졸면 꼬집어준다는 희연이의 말과 대조적으로, 쉬는 시간이 되자 희연이가 엎드려서 졸고 있었다.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까 졸린 것일까.


희연이가 졸고 있을때, 효선이가 내 자리로 와서 말했다.


"호진아."
"응?"
"수영이가 호진이 정말 마음에 들어하나봐."
"왜? 무슨 일이야?"
"수영이가.. 오늘 끝나고 호진이가 자기 집에 같이 가는게 어떨까 하고 말했었어."


- 다음회에 계속 -


네. 수영이랑 관련해서 노래를 신청한 호진이. 하지만 옆에는 희연이가 있었고, 희연이한테 둔하다는 소리를 듣고 말았죠. 그리고 아름양은 역시 자신이 동인녀라는 것을 호진이한테 보여줬고, 수영이 역시 호진이랑 같이 가고 싶어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호진이는 희연이랑 수영이 둘 사이에서 싸늘함만 느꼈죠. 호진이를 쉽게 뺏길 수 없다는 희연이. 호진이를 자기 집에 초대하는 수영이. 그리고 '요염한 조공명의 별의 뒷쪽 오탄코나스'라는 사이트에서 활동한다는 아름이. 앞으로 호진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