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1.03 09:37

LiTaNia 조회 수:493 추천:1

extra_vars1 8-C.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extra_vars2 40 
extra_vars3 127490-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희연이를 뒤로 하고 수영이를 쫓아서 계단으로 내려가봤지만, 이미 수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수영이네 반인 10반으로 가 봤지만, 아직 수영이는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수영이가 아까 전에 나를 본 것 때문에 충격이 심했던 것이었을까.


수영이랑은 나중에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반 교실로 돌아갔는데..


"호진이 그 애.. 옥상에서 다른 여자애랑 사이좋게 밥 같이 먹고 있었어.. 흑흑.."


수영이가 우리반 교실에서 효선이 앞에서 울면서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생각해보니 수영이가 효선이랑 친하지. 아직 수영이랑 효선이는 내가 교실에 있는걸 눈치를 못 챈 듯 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오해만 더 커지니까, 수영이한테 말을 걸어봐야지.


"수영아?"


수영이는 깜짝 놀란 듯 했다. 예상치 못했는데 내가 다가와서 그런걸까.


"호.. 진이?"


효선이도 내가 온 것을 보고 이쪽을 바라봤다. 효선이의 표정. 상당히 안좋은데.


"실망했어, 이호진. 여자애를 이렇게 울리는 애였다니."
"아냐.. 오해야."


이거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길래 나 그냥 식당에서 먹는다고 했잖아. 덕분에 수영이를 울려버렸고, 효선이까지 나를 오해하게 되었으니.


"나 그 애랑 사귀는거 아니고.. 그냥 그 애가 나 데리고 가서 같이 밥먹자고 한거였어.. 오해하지 말아줘."


글쎄.. 이걸로 오해가 풀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희연이때문에 확실히 힘들긴 하다.


"그러고보니 호진이 짝인 그 전학생 있잖아. 그 애 보니까 호진이한테 엄청 잘해주는것 같은데."


희연이가 나한테 잘해주긴 잘해주지. 하지만 너무 잘해주는것도 부작용이 생겼다고 할까.


"그런데 문제는.. 희연이가 나한테 너무 부담스럽게 달라붙어서 그래. 난 그렇게 달라붙는 애는 별로인데."
"그럼.. 호진이 보니까 점심시간에 그 애랑 계속 같이 가던데."
"그게.. 같이 안가면 희연이가 삐질까봐."


하지만 오늘 이 상황 때문에 희연이가 더욱 더 삐졌겠지 아마. 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호진아. 애가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하고 유유부단하면 모두가 안좋아해. 좀 더 잘 생각해 봐."


하긴 지금 나도 수영이한테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효선이가 나랑 수영이랑 친해지게 이어주려고 하는거고. 효선이한테 고맙다.


수영이는 울음을 그친 채로, 날 바라보면서 말했다.


"호진아.. 미안해. 나 때문에.. 실망했지?"
"나야말로.. 수영이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일까. 수영이한테 생긴 오해가 완전히 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이랑 일단 화해는 하게 되는건가. 효선이가 방금전에 한 말. 상기해야지.


그리고 남은 수업들. 특히 시험에 '안나오면 사표'라고 한 부분들. 중점적으로 체크해야지. 프린트물이라던가. 하지만 여전히 공부는 잘 되지 않는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고. 이거 이렇게 되어서 과연 만회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결정적으로, 오늘 점심시간 이후 제대로 삐져버린 희연이가 확실히 걸린다.


"희연아.."
"됐어! 이호진, 애써 아침 일찍 준비했는데 그 성의도 몰라주고."


그렇게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벌써 종례시간 다 됐다. 원래대로라면 희연이랑 같이 가야 했지만, 지금 희연이가 저 상태라서 희연이랑 같이 가기는 좀 그렇다.


어쩔 수 없지. 수영이가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한번 수영이네 반으로 가 볼까.


내가 10반 교실로 올라가고 있으니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호진아. 혹시 수영이네 반으로 가고 있는거야?"


뒤를 보니까, 역시 효선이였다. 수영이랑 효선이랑 친하다는 것을 왜 자꾸 잊어버리지.


"어, 어떻게 알았어?"
"나도 수영이랑 같이 가려고 수영이네 반으로 가는 중이었어. 호진이가 수영이랑 친해지고 싶어하는거, 알고 있으니까."


역시 눈치가 빠른 효선이다.


"수영이도 호진이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나도 둘이 잘 되길 바래. 내가 도와줄께"


효선아, 고마워. 수영이랑 친해지게 된다면 분명히 효선이의 도움 때문일거야.


효선이랑 같이 10반 교실에 가보니까, 다른 학생들은 다 나왔는데, 아직 수영이는 안 나왔다. 보니까 수영이가 오늘 청소당번인듯,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조금 기다려야지. 혜림이는 이미 집으로 간 듯 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10반 애들의 교실 청소는 다 끝나고, 10반 애들이 검사를 다 받은 뒤에 수영이를 비롯한 10반 청소당번들이 나왔다.


"효선아, 이제 청소 끝났어. 어, 호진이도 왔네?"
"호진이가 수영이랑 같이 가고싶다고 해서, 같이 온거야."


수영이는 말이 없었지만,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단 수영이랑 같이 가게 되긴 했지만, 수영이가 혹시 싫어하게 되는거 아닐까.


그런데 교문으로 나와보니..


"호.진.오.빠. 이제야 나왔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나래였다. 그러고보니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지. 그런데 쟤네도 지금 시험기간일텐데.


"나래야.. 여긴 갑자기 웬일이야?"
"호진오빠. 이 언니.. 그때 공원에 있었던 언니, 맞지?"
"호진아, 얘는 누구야?"


생각해보니 효선이는 나래를 처음 봤지. 나래를 알고 있을리가 없으니.


"나랑 어렸을 때 친했었던 동생인데.."
"호진오빠. 전에는 희연언니랑 같이 짝짜꿍했고, 이제는 모르는 언니들이랑 같이 있고.. 호진오빠. 나래는.. 막 슬퍼질려고 그래."


가만. 그렇다면, 설마 그 때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이상한 살기는.. 설마 나래?


"나래야, 그게 아니라.. 그냥 친해지고 싶은 앤데.."


일단 나래한테 해명(?)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호.진.오.빠랑 친해지려고 하는거야? 호진오빠는 옛날부터 나.래.꺼.였.었.는.데."


수영이는 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효선이 쪽에서 반격을 하고 있다.


"이 여자애.. 호진이랑 전에 어떻게 지냈는지 몰라도, 지금 여기에 끼어들기에는 너무 어린것 같지 않아?"


이봐. 강효선양. 그래도 1살 차이밖에 안나잖어.


"나래야. 미안하지만 나 이제 수영이랑 집에 같이 가야 하는데.."
"호진오빠도 나빠! 나래는 전부터 호진오빠만을 바라봤었는데 만난지 얼마 안된 여자랑 친해지고 싶다고 하고.. 나래한테는 관심을 안주고. 두고봐. 나래는 호진오빠를 순순히 빼앗기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나래는 뛰쳐나가버렸다.


도대체 요새 여자애들. 왜 이렇게 민감한거야. 나는 지금 벌어진 상황에 그냥 멍하니 서있을수밖에 없을뿐.


"호진아, 방금 그 애.. 왜 저래?"
"저 애.. 생각해보니까, 생과일주스 집에서도 호진이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겠어. 전에는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사춘기가 되어서 민감해졌나봐."


아까전에 점심시간에는 겨우 오해를 풀었는데 나래 때문에 또다시 오해가 생겨버렸다. 이거 수습이 쉽지 않겠는데.


수영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호진이.. 인기가 많나봐."


그러니까 나 인기 전혀 많지 않다니까. 희연이가 전학온 뒤로 웬지 모르게 이렇게 되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나서, 효선이는 버스를 기다린다고 했다.


"어, 효선이 버스타고 집에 가?"
"나 유일동에 안 살고 안암동에 살아."


안암동이라. 분명히 어떤 대학교가 있는 동네지. 물론 그 동네에 산다고 거기로 간다는 법은 없지만, 웬지 효선이라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잠시 후에 안암동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고, 효선이는 그 버스를 탔다.


"효선아, 잘가~"
"응~ 모두 내일 보자!"


이제 수영이만 남았다. 그러고보니 수영이랑 단둘이 같이 가보기는 처음인데.


"호진아.."
"응?"


수영이가 또다시 작은 소리로 물어봤다.


"나같은 애랑.. 정말 친해지고 싶어? 나.. 별로 좋은 애 아닌데. 호진이같은 좋은 애랑 정말 안 어울리는데."


뭐 이미 답은 이전에 나오지 않았는가.


"응. 수영이랑 친해지고 싶어. 수영이가 좋은 애가 아니라도 상관없어."
"정말?"
"응."
"나같은 애랑 친해지면.. 정말 후회하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뭐 그 정도는 이미 다 각오했다. 대답은 이미 하나뿐이다.


"응. 괜찮아. 나.. 그정도는 각오하고 있으니까."


뭐 그렇다고 해도 정말 수영이가 나한테 마음을 열게 될지는 봐야겠지만. 그런데.. 내 오른손에 느껴지는 감촉. 설마?


"그러면.. 나도, 호진이 믿어도.. 되는거지?"


어느샌가 수영이는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이걸 만약 희연이나 나래가 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뭔가 무섭다.


"수.. 영아?"
"거봐. 나.. 좋은 애 아니라고 했잖아."


이거 뭔가 느낌이 묘하다. 이렇게 손까지 같이 잡게 될 줄은 몰랐는데.


"호진이 짝이라던가.. 아까 그 나래라는 여자애라던가.. 호진이를 뺏기고 싶지 않다고들 말했는데.. 솔직히.. 나도 그래. 호진아, 나, 이런 앤줄.. 몰랐지?"


수영이 얘도 역시 희연이랑 나래 때문에 오기가 생겨버린건가. 역시 환경은 사람에 영향을 많이 미치나보다. 생각해보니 아까 효선이가 말하길 수영이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했었지. 그런데 직접 확인하니까 확실히 뭔가 묘해.


"몰랐는데, 이제 알았으니 됐잖아?"


내가 한 말에 수영이는 대답 대신에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걷다보니 벌써 집에 도착했다. 수영이네 집은 여기서 좀 더 가야 나오지.


"여기가.. 호진이네 집인가봐? 그러면.. 내일 봐, 호진아."
"응.. 수영이도.. 잘가."


집으로 도착한 뒤에, 곰곰히 생각을 하고 나니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수영이한테 저런 면이 있었다니. 역시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애가 한번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전혀 새로운 모습이 보이는구나.


그 때. 전화가 왔다. 국제전화다. 집에 올 만한 국제전화라면, 해외출장가신 부모님이겠지.


"여보세요"
"어. 아빤데. 호진이 너 다른 여자애랑 사귄다는거, 사실이냐?"


헉.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부모님은 해외출장중이고, 내가 지금까지 일들을 말씀드린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아셨지.


"아.. 아빠. 어... 떻게 아셨어요?"
"나래아빠가 전화해서 말했더라. 나래가 그것때문에 상심해있다고."


생각해보니 나래네 아버님도 우리아빠랑 친하시지. 그런데 나래는 분명히 이런 애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야.


"아빠.. 사실은요."


할수없다. 지금까지 희연이가 전학온 뒤에 생긴 일들을 아빠한테 말씀드려야지. 그리고 수영이랑 친해지려고 한 것이었다던가, 국제전화 요금의 압박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 아들아. 이해한다. 아들이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게 생겼잖니. 그때 아빠가 나래아빠랑 얘기한것도 너랑 나래랑 너무 잘 붙어다녀서 술김에 해 본 얘기란다. 수영이라는 애. 너가 책임지고 잘 해 줄 수 있다면 아빠는 뭐라고 안할께."


뭐라고라고라고라. 알고보니 그게 술김에 나온 얘기였다구요. 아들 혼사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얘기였는데.


"고마워요. 아빠."
"아빠 전화 끊을께."


딸깍.


난 이 통화로서 알게 되었다.
술자리에서의 실수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좋지 않은 효과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나는 커서 술 취한 뒤에 절대로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다행히도 지금 상황을 허락해(?) 주신 부모님께는 감사드려야 하지만, 그게 술김에 나온 얘기였다는걸 나래가 알게되면 나래는 또 어떻게 되려나.


에이. 시험공부나 해야지. 시험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지지는 않을까. 내가 정말 수영이랑 친해질 수 있긴 할까.. 아니. 이건 지금 생각할 게 아니지.


시험공부를 한참 하고 있었는데, 벨소리가 들렸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나야.. 희연이."


헉.


희연이가 우리집에는 웬일이래. 아까전 점심시간에 그 일 때문에 하루종일 삐져있었던 희연이. 내일 사과하려고 했는데. 희연이 기분이 벌써 풀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일단 문을 열어줘야겠지.


"호진아.. 나. 호진이를 누군가한테 뺏길 것 같아서.. 두려워."


난 처음부터 희연이꺼 아니었다니까.. 얘는 뭔가 여전하네.


"희연아, 아까 점심시간에.. 정말 미안했어."
"어제.. 그 여자애 데려다 주는거, 봤어. 나도 반신반의했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 좀 충격이 컸어."


결국 희연이가 보게 된 것인가. 그런데 그게 충격이 컸을만한 일이었나.


"희연아.. 난 그냥.. 모두랑 친해지고 싶을 뿐이야. 희연이랑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수영이랑도 친해지고 싶고."


희연이도 집착이 좀 있긴 하지만.. 좋은 애 같긴 한데. 문제는 그놈의 집착이란 말이지. 오늘 수영이도 뭔가 좀 달랐고.. 그런데, 내가 한 말에 희연이의 대답은 이랬다.


"호진이는.. 여자 마음을 너무 모르는구나."


내가 여자애들 마음을 잘 알리가 없지만.. 도대체 어떤 것을 몰랐다는 것일까.


"응?"
"호진이는.. 너무 둔해."


생각해보니 아까 효선이도 적극적이지 못하면 모두들 싫어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정말 모두랑 친해지는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희연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정말 미안해."
"나.. 정말 그 나래라던가 수영이라던가 그런 애들한테 호진이 뺏기기 싫단 말야.."


희연이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울어버렸다. 이거 이 쯤 되면 이미 수습하기는 힘들어졌다.


겨우 희연이를 달래봤지만.. 집착이라는 거, 멈출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희연이랑도 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런 노력은 안 해도 된다니까. 호진이도 나만 바라봐주면 되는걸.. 그런데 지금의 호진이는 안그렇잖아."


..역시 모든 악의 근원은 집착이었던걸까.


희연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날이 어두워졌다.


"호진아. 나 가볼께."
"희연아.. 나 오늘 있었던 일 사과하는 마음에서, 그냥 데려다주면 안될까?"
"응.. 호진이가 나랑 있어주면 고마워."


그런 이유인건가.. 하긴 요새 희연이랑 있었던 시간은 별로 없으니. 그런데 문제는 이 모습을 수영이가 보게 되면 또 곤란한데. 수영이랑 희연이랑 방향이 같으니.


역시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어쨌든, 유일아파트까지 도착했다.


"호진아. 고마워, 내일 학교에서 봐"
"뭘..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는데. 희연이도, 내일 학교에서 봐"


희연이를 바래다주고 나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때 그 치욕. 잊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에 나래를 건드리던 양아치들이랑 또 만난 것이다. 이번에는 나를 직접적으로 노린건가.


"그때는 짭새들 때문에 운 좋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아."


손에 칼까지 들고 있는 양아치들. 하지만. 지금 나는 물불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퍽.


퍽.


퍽.


...맞으니까. 정말 많이 아프다. 이제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


"지옥으로 가서 '행운의 별' 만화책이나 실컷 봐라!"


양아치 한 명이, 칼을 나한테 휘두르려는 순간.


쿵.


그 양아치는, 뭔가를 맞고, 갑자기 자리에서 쓰러졌다. 도대체 왜 쓰러진 것일까.


"너희들. 또 이짓거리냐. 그리고, 우리학교 애를 건드리다니."
"너.. 너는."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너가 남자한테 친절히 대하는거, 못봤는데."
"그래서 너희들을 족치러 온거야."


믿지 못할 상황은 그 뒤에 계속 이어졌다. 양아치들이 다들 그 여자한테 맞고 쓰러졌던 것이다.


그 알 수 없는 여자는, 나한테 다가와서 말했다. 정신이 들자. 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사내자식이 이렇게 약하면 되나. 누군가 했더니.. 그 전학생의 짝이네."
"소.. 소현이?"


그렇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애는. 분명히 우리학교 자타 공인 퀸카라고 알고 있었던 박소현.
그런데. 그런애가 왜 지금 내 앞에서 양아치를 다 눕힌거냐. 그것도. 칼까지 들고 있었는데도 말이지.


"용기는 대단한데. 하지만. 쟤네는 너가 건드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애들이야. 어쩌다가 쟤네들하고 마주친거야?"


그런데 그런 '위험한 애들'을 이렇게 눕혀버린건. 도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입니까. 박소현양 당신도 만만치 않게 위험해 보이는데 말이죠.


"지난주에.. 여자애 한명이 쟤들한테 당하고 있어서. 구해주려고 했는데. 그때는 경찰이 와서 다행히도 도망갔었지만.."


그리고 그 여자애가 바로 나래였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긴 했지만, 지금의 나래는 옛날에 내가 알던 나래랑은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으니.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마주쳤는데. 이번에는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고마워."
"밤길에서 너무 설치지 마. 결국 손해보는건 너 자신이니까. 7반 교실에서 얼굴은 많이 봤는데. 이름이 잘 기억 안나는데, 이호진 맞지?"
"응.. 맞아."


그리고 소현이는 나를 일으켜줬다.


"귀엽네, 호진이. 옷에 먼지 많이 묻은거 같으니까, 옷 털어."


소현이가 일으켜줘서 겨우 일어났으니.. 일단 소현이 말대로 옷은 털어야지.


"어딜.. 그냥 가게 둘 것 같냐. 우웁!"


양아치 한 명이, 겨우 일어나서 달려왔으나, 소현이의 한방에, 또다시 넘어졌다. 아까전엔 정신을 못 차리고 소리로만 들어서 몰랐는데, 저거. 확실히 맞으면 아파보인다.


"그 희연이라는 전학생, 이런 귀여운 애랑 짝이었다니. 몰랐네. 이거. 뭔가 더 불타오르는걸. 밤길 다닐때는 조심해서 다녀. 호진이."


그리고 소현은 자기가 가던 길을 갔다. 일단 나도 어서 자리를 피해서 집으로 가야지. 정말 학교에서 못봤었던 소현이의 모습을 오늘 한번에 보게 되었다.


하지만. 소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구요.


집에 도착한 뒤, 오늘 민애선배도 봤는데. 간만에 점심방송 노래 신청을 해봐야겠다. 내일 사연함에 넣을 것을 헌글97로 작성하고.. 인쇄해야지.


오늘은 깡패들한테 맞은 것 때문에 많이 아파서, 일찍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니 또다시 아침이다. 아직도 머리가 띵하네. 역시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집을 나서면..


"호진아, 좋은 아침!"


희연이가 날 반겨주고 있다. 어느샌가 희연이 기분이 풀린 것일까. 희연이도 내 얼굴에 난 상처들을 본듯.


"호진아, 이 상처들.. 뭐야?"


하고 물어봤다.


"아.. 어제 밖에서.. 깡패들 만나서."
"그러니까. 나랑 같이 안있어서. 벌받은거야. 호~ 해줄께. 호~"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건가. 나는 잘 모르겠다. 희연이의 제멋대로 해석은 오늘도 이어지나보다.


학교에 도착한 뒤에. 다른 애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수환이라는 녀석도 지금 승부욕이 대단한 모양이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동네에 있는 '자지마 독서실'에서 죽어라고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이지. 제발 희연이 좀 가져가 줘.


그리고 소현이는 왜 어제 나를 도와줬을까. 덕분에 어제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히 내가 알기로 소현이는 남자에 관심 없었던 애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여태 남자친구가 없지. 만약 소현이가 남자에 관심이 있었다면 벌써 남자친구는 생기고도 남았을 것이겠지만.


"호진아, 어제 무슨 일 있었어?"


효선이도 내 얼굴에 난 상처들을 보고 적지않게 놀란 모습이다.


"길 가다가 깡패들 만나서.."
"많이 아팠겠네. 요새 밤길이 좀 무서워야 말이지.


에이. 모르겠다. 공부나 해야지. 그런데 여전히 감기는 눈은 왜 그런걸까.


- 다음회에 계속 -


네. 겨우 오해를 푸느라 고생한 호진이. 하지만 희연이를 넘었더니 이번엔 나래 때문에 꼬여버렸죠. 이번에는 호진이한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수영이였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호진이의 인간관계는 꼬이게 되죠. 호진이가 마음을 제대로 굳힐 수 있을지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