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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0.26 05:01

LiTaNia 조회 수:543 추천:2

extra_vars1 5-C.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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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애..는 왜요?"


일단 민서가 왜 희연을 소개받고 싶어하는지부터 알고 넘어가고 싶다. 그때 오락실에서 말을 건 것도 그렇고.


"제가 수환이랑 같은 반인데요. 수환이가 저한테 말했더라구요. 그 여자애가 혹시 희연이 아니냐구 하더라구요. 그리고 희연이가 지금 단단히 콩깍지 씌여있는것 같으니까 우선 제가 희연이라는 애랑 친해진뒤에 자기한테 소개시켜달라고 해서요."


수환이라면, 그때 우리반에 왔다가 희연이한테 따귀맞은 그녀석 말하는것이겠지.


이봐요. 조민서씨. 미안하지만, 희연이도 당신 정체 알고 있거든요.


"미안해서 어쩝니까. 걔도 이미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는걸요. 아쉽게 되었네요."
"이봐요!"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민서를 뒤로 하고 계속 현석이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연이가 민서가 여장남자였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나보다 먼저 눈치챈게 희연이었으니. 민서로서는, 그리고 수환이라는 녀석으로서는 정말 안습이었을 것이다.


도착했다. 문제는 현석이네 집은 빌라 3층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3층까지 걸어올라가고 난 뒤 현석이네 집에 도착. 벨을 눌러야지.


딩동.


"누구세요."


집에 현석이밖에 없어서 그런지 현석이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은 이미 교회를 가신 상태였겠지.


"나. 호진이."


잠시 후, 문은 열렸다.


현석이네 집은, 거실에 퍼브TV가 있는 것 빼고는, 평범해보이지만, 현석이 방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현석이네 방에는 현석이가 폐품 치우는 곳에서 '득템' 했다고 하는 고물TV가 한 대 있다. 리모콘도 없고 옛날식으로 채널을 돌리긴 하지만. 이것이 현석이의 PX2랑 YBOX 180과 함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록 화질은 안습이긴 해도 훌륭한 게임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현석은 컴퓨터로 만화 한 편을 보고 있었다. 못보던 만화인데. 도대체 뭘까나.


"만화보고 있었냐. 이거 제목이 뭐냐."
"'행운의 별'인데. 너도 한번 봐봐라. 재밌어 죽는다."


현석이가 재미있어 죽겠다는데. 한번 봐야지.
저런. 저 장면. '이니셜 D'에서 본 장면 아닌가. 저런것까지 패러디하다니.


"재미있네."
"호진이 너도 한번 구해서 보라니까."
"글쎄. 나는 그 쪽으로 시간투자는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데 이건 뭐냐."


현석이는 또한 '피규어'라는 것을 돈이 생길때마다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전에는 못보던 피규어가 하나 보였다. 웬 금발머리 여자애가 칼을 들고 있는 피규어였다.


"세이버다. 내가 요새 빠져 있는 캐릭터지."


가만. 세이버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아하. 기억났다. 가끔 게시판에서 짤방으로 많이 보이는 밥 좋아하는 여자애였던가.


"아. 기억난다. 세이밥?"
"세이밥이라니! 세이버는 그냥 맛있는 것을 조금 좋아할 따름이라구."
"그런건가.. 그런데 게임 소프트웨어도 많이 있으면서. 이런 피규어 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비트매니아 IIDX라던가 팝픈뮤직 같은거 사서 해볼 생각 없냐. PX2도 있겠다."
"나는 그것들 별 1개짜리도 못깨겠더라. 내가 너도 아니고."
"나도 잘하는건 아니지만."


뭐 나도 잘하는건 아니지만. EZ2DJ만 했다 하면 펠하운드3 노멀에서 죽고, 비트매니아 IIDX만 했다 하면 난이도 10짜리 곡을 깨는 것도 있고 못깨는 것도 있으니.


"마침 잘되었네. NDD용 게임 하나 산게 호진이 너한테 딱 맞을 것 같군."


나는 NDD용 게임은 잘 모르겠는데. 무슨 게임이기에. 현석이 NDD의 전원을 키니까.


오오.


이것은. 북을 치는 게임인 '태고의 달인'.. 언제 이게 NDD로도 나왔단 말인가. 이 NDD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화면이 2개 있고, 밑에 있는 화면을 펜으로 콕 콕 찍는 터치패드 형태인데, 이 '태고의 달인' 게임이 딱 그 컨셉에 맞네.


빨간색이 나오면 북 가운데를, 파란색이 나오면 북 가장자리를.. 오호. 이거 꽤 재미있군. 언제 한번 오락실용도 해볼 기회가 있다면 해봐야겠어. 그런데 역시 어떤 리듬게임이든 어려운건 죽여주게 어려운건 마찬가지구만. 노래 중에서 슈퍼마리오 배경음악도 있네.


역시 친구는 잘 둬야 한다. 이런 경험을 해 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


현석이 덕분에 태고의 달인을 실컷 해 봤네. 그런데. 지금까지 내 주변에 있었던 상황.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일단 현석이한테 말해봐야지.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새 상황을 알 수 없단 말야."
"정말 알수없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요새 너한테 그렇게 여자애들이 꼬이는거냐."
"그러게 말야. 희연이가 전학오고 나서, 이 동네로 전학오기 전에 친했었던 나래랑도 오랜만에 만났고, 소현이도 나한테 갑자기 말걸었고, 여자애 지갑 얘기는 너도 알 것이고.. 게다가 여장남자 녀석까지."
"이거.. 상당히 낯익은 상황이야. 게임같은데서 이런 상황 많이 나오지."


게임같은 데서 많이 나온다니.
뭔가 3류 미연시스럽게 돌아가고 있는건 눈치챘지만, 역시 이런 것에 푹 빠져있는 녀석인 현석이 이런 것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2차원이 아닌 3차원 현실세계라는 것이지만. 여자애들 한번 잘 공략해봐라."
"이봐. 공략이라니. 이건 게임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라구."


너무 애니랑 게임에만 빠져있는 현석이는 가끔 현실과 화면속을 헷갈리기도 한다.


"난 언제 그런 날이 오냐."
"...자기관리를 잘 하면 올지도."
"호진이 너도 자기관리 잘 하진 않았을것 같은데."


솔직히 인정한다. 이렇게 된게 희연이 이후였으니까.


"그런데, 호진이 넌 그렇게 너한테 모이는 여자애들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냐."
"글쎄."


이런건 대답하기 곤란한 부분이다.


"좀 더 두고봐야겠지. 아직 딱히 마음을 정하진 않았으니 말야."
"그래도, 난 호진이 네녀석의 현재 상황이 부럽다."
"그런거냐."


그 때, 현석이의 시선은 내 팔을 향하고 있다. 역시 현석이도 팔찌를 본건가.


"오오. 호진이. 팔에 하고 있는 그 팔찌, 뭐냐? 여자애한테 벌써 선물이라도 받은거냐."
"그 때 내가 지갑 찾아줬던 애 있잖아. 걔가 사례라고 준거야. 직접 만들었대."
"직접.. 만들어? 이 보석이 박힌 팔찌를?"
"응. 나도 열어보고 놀랐어. 직접 만든거라고 써있는 팔찌가 있었으니."
"부러운 놈. 여자한테 선물까지 받다니. 그것도 수제 선물이라니."


하긴 애니랑 게임에 하도 빠져있는 현석이한테 기회가 있을리가 없다고 보지만.


"그 희연이라는 애 이후로 이렇게까지 여복이 생기다니, 부러울 따름이군. 누구는 그럴 기회가 전혀 없는데.."


그런 말 하기 전에 다시 말하지만 자기관리를 잘 하라구.


말이 끝나고 나서, 현석이는 시계를 보고 나서 말했다.


"아, 부모님 오실 시간이네. 얼마 못놀게 해서 미안."
"아냐. 덕분에 태고의 달인 재미있게 했으니까. 언제 한번 학교에도 가지고 와라."
"갖고왔다가 뺏기면 호진이 니가 책임질래?"
"맞다. 그렇지. 그럼 이만 나가볼께."


그렇게, 현석이네 집을 나섰다. 역시 나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놈이다. 이미 여자친구는 포기하고 2차원의 세계에 틀어박혀 살기로 작정한 놈인듯 하다.


한번 오락실에 또 들러볼까. 지금 희연이도 없고 하니까, 그냥 하고싶은거 마음껏 해야지. EZ2DJ는 고쳤으려나.


오락실로 발걸음을 향하는 도중에.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호-진-오-빠."


내가 뒤를 돌아보니까, 그곳에 있는것은, 역시. 나래였다.


"앗. 나래구나."
"한번 호진오빠랑 같이 놀려고, 밖에 나와봤어."
"...그러다 내가 혹시 집에서 안 나왔으면."
"호진오빠가 이 화창한 일요일날에, 밖으로 안 나올리가 없다고 나래는 생각해서."


...나래양. 요새는 화창한 일요일에도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만 버티는 사람들 많아요. 요새 온라인게임들이 좀 재미있어야지. 현석이놈은 온라인게임이 아닌 만화랑 비디오게임에 빠져있느라 그렇다 쳐도.


"그런데, 방금전 그 여자는, 또 누구야? 희연언니는 또 아니었던것 같고."


방금 그 여자? 아. 아마 민서 말하는것 같다. 나래가 인터넷 얼짱들은 모르는지 민서를 잘 몰랐군.


"걔. 여장남자야. 우리학교에 그런 놈이 한명 있어. 왜 나한테 말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휴. 나래는. 호진오빠한테 또 여자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어."
"일단. 내가 과일주스라도 사 줄테니까 거기서 얘기하자."
"와, 호진오빠가 나래한테 사주는거야? 고마워~"


나래 얘, 정말 많이 기뻐하네.
그런 이유로, 나래를 데리고 생과일주스집 '깡통모아'로 같이 들어갔다. 어느 동네에나 보이는 '깡통모아'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이 들어가서 생과일주스를 먹기는 좋은 곳.


"나래는 뭐 먹고싶어?"
"음.. 그냥 과일모듬 먹고싶어."
"여기 과일모듬 2인분이요."


주문한 과일모듬이 올때까지 기다려야지.


"럽~ 럽~ 럽~ 럽~ 랄랄라 러브샤인~ 예예예~♬"


지금 이 가게에서 나오고 있는 노래. BeForU의 'LOVE♡SHINE'이네. 생과일주스점에서 이런 노래를 알고 있었다니. 요새 J-POP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이쪽 노래는 리듬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모르고 있을 텐데. 아니면 그냥 굴러다니는 MP3 파일들을 여기랑 분위기가 맞으니까 트는건가.


"그런데, 호진오빠. 나래가 없는 사이에, 이렇게 호진오빠한테 여자가 많이 생기다니. 이거 실망이네~ 뭐, 그만큼 호진오빠가 멋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멋있나?"
"응! 나래한테는 호진오빠가 백마탄 왕자님인걸~ 어렸을 적부터."


사춘기가 되면서 애가 이렇게 변한건가. 그런데 세상에는 더 멋있는 사람들이 널렸잖아. 나래라면 나보다 더 멋진 사람들과 얽힐 것같기도 한데. 그런데 왜 하필 나일까.


"글쎄. 왕자님이라는건. 우리나라에는. 없는걸."


아니, 그것보다도, 난 정말 내 관리같은걸 딱히 하지는 않는데. 왜 희연이 이후로 여자애들이 나한테 꼬이는가를 더 알고싶은 것이다.


"그래도. 나래는 호진오빠가 나래의 왕자님이라고 믿고 있어."


결정적으로 나래는 분명히 어렸을적에는 안 이랬다고 내가 알고 있다.
마침 그 순간에, 우리가 주문한 과일모듬 2인분짜리가 나왔다.


"주문하신 과일모듬 나왔습니.. 어.. 호진이?"


그런데, 과일모듬을 가지고 오는 깡통모아 알바생은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그러고보니, 문자에서 수영이가 일하고 있었다는게, 여기서 알바하고 있었던 것이었어? 제복 입은 모습도 뭔가 어울리네.


"수영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었어?"


하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 하필이면 나래랑 같이 있는 상황이다. 그때 공원에서 수영이가 팔찌를 줬을 때, 그때 나래때문에 오해가 생겼지. 역시. 수영이는 과일모듬 쟁반을 테이블에 놓고는 카운터로 후닥닥 뛰쳐가버렸다.


나는 그 상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거 뭔가 오해가 더 심해져버렸는걸. 다행히도 나래는 알바생이 누군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다. 웬만하면 앞으로 깡통모아에는 오지 않는게 좋겠어. 일단 과일을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 물었다. 그런데, 그 때 나래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호진오빠."
"응?"
"나래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호진오빠한테."
"응.. 뭔데?"


나래가 나한테 도대체 어떤 걸 물어보려는 것일까. 짐작이 갈 것 같기도 한데.. 역시 딱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이 동네로 전학온 뒤에, 호진오빠, 나래 잊어버린거 아니지?"
"..그럴리가 없지."
"그런데.. 호진오빠 팔에, 그거 뭐야?"


이런. 역시 오늘 팔찌를 하고 오는게 아니었나. 아까전에 현석이에 이어서, 나래도 결국 팔찌를 발견했군. 하긴 그 팔찌가 정말 수제라고는 안믿길만큼 잘 만든거니까.


게다가 이 팔찌를 만든 사람은 방금전에 뛰쳐나간 알바생인 수영이란 말야. 뭔가 일이 커질것같은 예감인데.


"호진오빠. 정말 여자친구 생긴거 아냐? 나래가 모르는 사이에.."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그 지갑 찾아준 애 있잖아. 걔가 나한테 준거야."


하지만 나래의 표정은 여전히 안좋아보였다. 내가 도대체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호진오빠. 나래는 호진오빠한테 정말 물어보고싶어. 호진오빠는, 나래가 좋아?"


...역시 이런 질문이었군. 뭔가 잘못 대답했다가는 조금 곤란해지는 질문. 뭐, 그래도 내가 생각한 솔직한대로 대답해야겠지.


"오빠도, 나래 좋아해."
"와아~"
"하지만, 친한 동생으로서 좋아하는거야. 다른게 아니라."
"...그런 거였어?"


갑자기 나래는 과일모듬 먹는것을 멈추고, 일어나버렸다.


"나래, 상처받았어. 나래가 호진오빠한테 그렇게밖에 안보였단 말야? 너무해.."
"나래야!"


그리고 나래는 즉시 깡통모아를 뛰쳐나가버렸다. 정말 사춘기가 되니까 애가 너무 민감해진걸까. 그렇더라도 이걸 혼자 다 먹으란 말인가.


에이. 별로 먹을 기분이 안난다. 그래도 일단 주문은 했으니까. 계산은 해야지. 남아 있는 과일이 아깝다.


밖으로 나와보니, 마침 지나가고 있던 희연이랑 만나게 되었다. 희연이는 또 왜 지금 여기 있을까.


"호진아, 안녕! 여기서 만나네."
"응.. 안녕, 희연아."


이거 뭔가 일이 심하게 꼬이네. 아까전에는 나래랑 있었던 생과일주스집 깡통모아가 하필 수영이가 일하고 있었던 곳인데다가 또 이번에는 희연이랑 만나다니. 뭔가 꼬여도 상당히 꼬였다.


"호진이 지금 어디가는 길이야?"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아까전에 나래랑 깡통모아에 같이 갔다는 것을 희연이가 알면 안되겠지. 그런데..


"호진오빠. 방금 '희연아'라고 했어?"


...맞다. 생각해보니 나래가 뛰쳐나온것도 방금 전이었지. 진짜 큰일났네.


"너무해, 호진오빠. 이건 나래를 두 번 죽이는 거라구!!"
"호진아.. 지금 얘가, 설마 나래?"


나래야. '두 번 죽이는'이라는 유행어 철 지난지가 언젠데...가 아니라. 지금 이거 상황 심각하잖아. 하필이면 희연이랑 나래가 만나냐.


"호진이는 내꺼인데."
"희연언니..라고 했던가요? 호진오빠 알게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기꺼라고 하는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나래는 어렸을 때부터 호진오빠랑 같이 놀았었고, 친하게 지냈다구요!"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도 모르네 당신. 옛날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학교에서 내 짝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호진이는, 누가 뭐래도. 내꺼라구!"


이거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분명히 한쪽 편 들어주면 다른 한쪽에서 펄쩍 뛰겠지. 어떡하지. 나 정말 이런 상황 난생 처음이란말야.


"둘다 진정하구.."
"이 나래라는 애가 나의 호진이를 뺏으려는데 진정하게 생겼어?"
"호진오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쭈욱 나래꺼였다구. 처음 보는 언니한테 안뺏겨!"


이봐.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거냐. 난 지금 마음의 준비를 전혀 못했다구.


"그래서, 호진이는 둘 중 누가 더 좋은거야? 나?"
"호진오빠. 나래가 좋은거 맞지?"


...너희들. 무섭다니까. 누가 좋다고 하는 것을 떠나서 말야. 게다가 지금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장난이 아니라구. 희연이나 나래나 둘다 예쁘니까 그 둘이 나를 놓고 이렇게 싸우고 있으니..


나는 계속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호진이. 실망이야. 호진이는 내가 더 좋을줄 알았는데.."
"호진오빠. 나래 실망했어!"


결국 둘다 삐져서 가버렸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건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아무리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저 둘은 웬만하면 서로 만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 것도 내 앞에서는 말이지.


희연이랑 나래 둘 다 돌아갔으니, 아까전에 수영이한테 생긴 오해를 풀러 다시 깡통모아로 들어가볼까.


다행히도 수영이가 지금 밖으로 있었다. 수영이한테 말을 걸어봐야지.


"수영아, 아까전에는.."


하지만 수영이는 아직도 아까전에 삐진게 안 풀린듯,


"호진이, 인기 많아서 좋겠네.."


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긴 그저께도 수영이랑 공원에 있었을 때 나래 때문에 오해가 생겼지 그런데 수영이 시선. 분명 내 팔쪽으로 향했었는데?


나. 지금까지 이렇게 여자애들이 무서워진 건 처음봤어. 수영이, 나래, 게다가 희연이까지 연달아 이렇게 삐져버렸으니. 도대체 왜 하필 동시에 같이 있었던거냐구.


에이. 어쩔 수 없다. 그냥 집에 가야지.


그런데?


생과일주스집에서 나와보니 뭔가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이 쪽지를 주운 사람은 앞으로 200보 가세요' 라고 써있는 쪽지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거야.


할 수 없다. 걸어가봐야지. 길가에 있는 스피커에서 라디오 방송이 들린다. 그러고보니 지금 Tomorrow Perfume Radio 할 시간이었구나. 인터넷 라디오 DJ를 하면서 공중파로까지 진출한 리타니아씨도 그러고보면 대단하다.


"네, Tomorrow Perfume Radio 청취자분 전화연결 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네. 저는 명동에 사는 보리밥이라고 합니다."
"네, 리밥씨. 말씀해주십시오."
"어이, 리타니아, 너 나 누군지 알지?"
"네?"
"니가 나한테 했던 짓을 잊은건 아니겠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저 24살인데요."
'뚜-뚜-뚜-'
"네. 30년 전에는 저희 부모님께서 결혼하시기도 전입니다.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가끔 Tomorrow Perfume Radio를 들어보면 저런 장난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저런 장난전화는 누가 거는걸까. 어쩌면 저 라디오 제작진들이 웃기려고 일부러 건 거 아닐까.


한 100보 쯤 걸었을 때..


...횡단보도네. 할 수 없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볼까.


신호가 바뀐 뒤에 나머지 100보를 걸었더니.. 이봐. 이건 건물의 벽이잖아. 그런데 벽에도 조그만 글씨가 써 있네.


'오른쪽으로 돌아간 뒤에 500보를 가세요'


도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거냐구. 장난치고는 뭔가 질이 나빠. 그래도 한번 가 볼까. 그런데 이 길.. 뭔가 좀 심하게 낯익은 길이다. 주변을 보니까.


500보를 다 간 뒤에 보니까, 왼쪽에 있는 낯익은 무언가.


그렇다.


내가 도대체 학교엔 또 왜 온거야. 게다가 바로 밑에 있는 맨홀에도 흰색 분필로 쓴 듯한 글씨가 적혀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왼쪽으로 돌아서 50보만 가시면 됩니다'


왼쪽이면.. 교문이 있는 쪽이잖아. 장난도 이 쯤되면 너무 심한거 아니냐. 그래서 50보를 다시 걸었더니 굳게 닫혀 있는 교문이 있었고, 교문에는 쪽지 하나가 테이프로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쪽지를 읽어보니..


'축하합니다. 당신은 낚이셨습니다. ㅋㅋㅋ'


그럼 그렇지. 내가 도대체 이 짓을 왜 한거야. 괜히 시간만 날렸다. 집으로 가야지. 그런데.


"어? 정말로 쪽지 보고 여기 온 사람이 있었네?"


처음 들어보는 여자애 목소리다. 도대체 이런 장난을 치면 재밌냐.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난 여자애도 평범한 애는 아니었다. 키는 나래랑 비슷하게 작은 키이고, 머리에 빨간색 왕리본을 하고 있다. 만화나 게임같은데서 왕리본은 많이 봤는데 저 왕리본을 실제로 한 사람은 처음 봤어.


게다가 저 왕리본이 여자애랑 심하게 어울려.


"도대체 이런 장난을 쳐도 되는거야?"
"그냥 심심해서 장난쳐봤는데 정말로 여기 올 줄이야. 학교에서 가끔 봤는데."
"학교라면.. 너도 유일고 다니고 있는거야?"
"응. 내가 지금 누군지는 알려줄 수 없고, 나중에 학교에서 보게 되면 알려줄께."
"이봐!"


그리고 그 여자애는 후다닥 도망쳐버렸다. 쟤는 또 왜 이렇게 빠른거야. 뭔가 너무 짖궂어. 그런데 내가 학교에서 여태 왜 저런 여자애를 못봤지. 학교에서도 저런 왕리본을 하고 있었다면 분명히 눈에 띄었을텐데 말이지.


할 수 없다. 그냥 집에 가야지. 오늘 정말 엄청난 것들을 너무 한꺼번에 경험해버렸다.


남은 하루는 TV프로를 보고, 컴퓨터를 치면서 지냈다. 역시, Theme of EZ2DJ에서는 희연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조금 있네. 하긴 내가 봐도 충격이긴 했지만, 저기에는 더 잘하시는 분도 많을텐데.


요새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라는 코너. 정말 재미있더라. 김형사 때문에 의뢰인이나 범인이나 둘다 속 터지는 코너. 정말 범인한테 저런 식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김형사의 깡. 존경한다.


그리고 '썩은 어택'을 좀 더 하다가. 자야지. 이제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It's monday morning five nineteen~♪"


월요일 모닝콜은 이상하게 리알토의 'Monday Morning 5.19' 노래로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5시 19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월요일날에는 이 노래를 모닝콜로 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분명히, 올해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의 일이었지.


- 다음회에 계속 -


네. 여자애들이 삐지면 무섭다.. 라는 것을 잘 보여준 회였죠. 뭐 그저 잘못이라고는 호진이의 페로몬밖에 없는 것일까요. 수영이도 아직 삐져있는 상황.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정체불명의 소녀한테 낚여버린 호진이. 이 왕리본 소녀는 A분기랑 B분기에는 안나왔던 인물입니다. 이쪽 분기에서도 호진이 주변에는 위험한 상황이 가득하죠. 호진이는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참고로 라디오방송에 나온 대로 저 실제로 24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