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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29 23:05

LiTaNia 조회 수:505 추천:3

extra_vars1 19-B. 사랑, 그 잔인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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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너무 놀라버린 나머지 정신을 잃어버렸다. 나는 분명히 명희의 부엌칼에 찔리거나 아니면 땅바닥으로 추락해서 죽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서 밀려났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 도대체 지금 이것은 무슨 상황이기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는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난 상황 때문에 또다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너.. 누구?"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나도 네가 누군지 모르니까. 하지만 가질 수 없다고 죽이려고 하는건, 너무하잖아."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분명히 희연이다.


분명히 어제부터 학교에 안나왔었던 희연이. 그 희연이가 나를 밀쳐내고 나 대신에 칼에 찔렸던 것이다.


"관계없는 제3자가 끼어들어서 좋을 건 없을텐데.."
"제3자라니. 나도 호진이를 좋아하고, 나래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이건 뭔가 아니라고 봐."


명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누군가가 나타났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겠지. 게다가 명희가 희연이를 알고 있을리가 없으니.


"나도.. 호진이 곁에 나래가 아닌 내가 있고 싶었고, 호진이랑 나래랑 떨어지길 바랬었어.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호진이는 나랑 점점 멀어지고, 나래랑 가까이 있었어. 하지만 나래의 얘기를 듣고 나니까, 뭔가 아니더라."
"도대체.. 너 정말 누구야. 어떻게 호진오빠랑 나래x을 알지?"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가 없다니까. 하지만 나는 네가 누군지 이제 알 것 같은데."


명희의 칼에 찔려서 피가 심하게 흐르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명희를 응시하면서 말을 하고 있는 희연이. 오히려 방금전 나랑 함께 싸웠던 소현이보다도, 그리고 지금 칼을 들고있는 명희보다도, 정말 무섭다.


"너.. 명희, 맞지? 호진이한테..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아있지?"
"..너.."


명희는 희연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것 같았다. 희연의 말이 명희의 정곡을 하나하나 찌르고 있기에.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하고 가까이 있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행복하도록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나도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명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있었다. 희연이의 말 때문에 굳어있는 것일까, 아니면 피가 계속 나오는데도 명희를 향해서 당당히 말하고 있는것 때문에 굳어있는 것일까.


게다가, 명희의 눈에서 눈물이 확실히 보여. 아까전에 보였던 그 눈물자국인걸까. 아니면 지금 새로 흘리고 있는 것일까.


"호진이랑 나래랑 같이 있는거 보니까, 둘이 잘 어울리더라. 둘이 정말 행복해보였고."
"그런데.. 나는 왜 호진오빠랑 같이 있으면 안돼?"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호진이의 마음은 이미 굳어있어. 억지로 돌리려고 하면 더 상처가 될 뿐이야. 호진이가 불행하기를 원해?"


지금 명희한테 말하고 있는 희연이가, 정말 전학오고나서 나랑 나래가 멀어졌으면 하는 희연이가 맞나 싶다. 역시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이, 사람의 마음을 180도 바꿔버린건가. 게다가 지금 희연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는 희연이의 마음을 바꾸게 만든 장본인인 명희이니 더더욱 그런것일까.


"나도 '사랑'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너는 '사랑'에 대해 정말로 잘못 알고 있는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명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머리를 움켜잡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까전에 잡았었던 부엌칼은 이미 바닥으로 떨어뜨린지 오래다.


"'사랑'이라는게.. 뭔지, 다시 잘 생각해봐. 명희 네가 지금 하고 있는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호진이랑 나래를 이해해줘. 그리고 둘이 행복하길 빌어줘."
"그럴 수 없어..! 감히 제3자 따위가 나한테 설교를 하다니!!"


명희는 다시 일어나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중이었던 건물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부실공사를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명희는 나한테 다시 달려들려고 하자마자 무너지는 바닥을 밟고 그대로 밑으로 추락해버렸다. 게다가 명희가 밟은 곳은 2층에서는 허공. 저 상황에서는 그 누구라도 무사할리가 없다. 살아난다고 해도 크게 다치겠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거짓말을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명희는 날개도 없이 저렇게 밑으로 추락해버렸는데. 희연은 밑으로 떨어져버린 명희를 보면서 말했다.


"역시, 거짓말이었어. 너한테는 아무것도 없잖아."


도대체 뭐가 없다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금전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지금 뭐가뭔지 모르겠다. 도대체 희연이가 왜 지금 여기에 있으며 왜 나 대신에 칼에 찔렸으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나래가 아직 묶여있잖아. 나래를 풀어줘야지.


방금 명희가 떨어뜨린 부엌칼로 묶인 매듭을 끊었고, 줄을 풀었다. 나래도 풀려나서 기뻤던지, 풀려나자마자 바로 나한테 달려와서 매달렸다.


"호진오빠, 고마워! 나래 아까전까지 정말 무서웠어.."


사실 고마워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소현이랑 희연이인데 말이지. 나는 지금 여기서 한 것이 없다고 봐야 하니까. 단지 이 쪽으로 온 것 이외에는.


"역시, 호진이랑 어울리는건 내가 아니라 나래야."


희연이의 말을 듣고 옆에 있는 희연이를 보니까, 희연이도 주저앉아있는채로, 아까 명희한테 찔린 곳에 피를 많이 흘리면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희연이 상태가 정말 심각하다. 나보다도 더.


"희연아..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나,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하마가 나타나서.. 호진이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어."
"하마라면..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하마는.. 아니겠지?"
"맞아. 호진이가 알고 있는 그 애야. 나랑도 친했었어."


이럴수가. 희연이가 하마랑 친했었다니. 그러면 희연이가 이곳으로 전학온것도, 전학오고나서 유난히 나한테만 접근했었던것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인가? 이거 좀 충격이네.


"그런데, 우리 집에 있었던 그 편지는 뭐야?"
"내가 호진이 주변 애들, 특히 나래한테 잘못하는것 같아서."


역시 그 때 진실게임에서, 나래가 한 말들을 듣고 지금까지 나한테 너무 붙었던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더 느꼈던 것이었던가. 그런데 이제 희연이랑 나래도 사과했고, 다 끝난 일 아니었던가.


"아니야. 희연아. 서로 친해졌으면, 그걸로 된거야."
"맞아요, 희연언니.. 나래는 이제 괜찮아요."
"그러면.. 다행이네."


하긴 한동안 희연이랑 나래가 물과 기름같은 관계라서 희연이가, 태도가 바뀌어도 나래랑 정말 친해질 수 있었는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지.


"내가.. 그래서 그 때 하마가 죽었던 그 곳으로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호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 그런데.. 그렇게 눈을 감고 고민을 했었는데, '호진이가 위험해. 어서 유일동으로 가봐' 라는 목소리가 들린거야.. 도착해서 호진이네 집으로 가려고 하던 도중에, 호진이 목소리가 들린거야. 그래서 여기로 올라왔어."


그리고 마주친 상황이 묶여있는 나래와, 칼에 찔리기 직전의 나였으니. 희연이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그런데.. 왜 나를 구해준거야? 희연이도.. 굳이 나를 위해서 이럴 필요는 없었는데.."
"없었다니. 아까 전 그 명희라는 애. 뭔가를 정말 잘못 알고 있고.. 그 '빗나간 집착' 때문에 호진이가 죽어버리는거. 내 눈으로 볼 수가 없었어."


집착이라는 것이 과하면, 확실히 병이 되지. 명희의 행동들이 정말 중3 여자애로서 나올 행동들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지금 희연이가 흘린 피는 이미 이 짓다 만 건물 3층에 가득 흐르고 있는데..


"희연아, 많이 다친것 같은데, 빨리 병원에 가야지.."
"괜찮아.. 나, 호진이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 그걸로 됐어."
"희연언니.."


나래는 다시 찾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여기 유일동에 있는 짓다 만 건물인데요.."


하지만 희연이는 이미 늦어버린것 같았다. 희연이는 이미 입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호진아, 나래랑 행복해야해.."
"희연아!"
"희연언니!"


희연이는 그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쓰러진 희연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단 119는 불러놨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될거야. 호진오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나도 시야가 흐려진다. 역시 아까전 명희 일당들이랑 싸울 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갑자기 모든것이 하얗게 보인다. 일어날 힘도 없다...


풀썩.


"호진오빠!!"


내가 쓰러지고 나서, 사이렌 소리가 얼핏 들린것 같았다. 내 귀의 착각일까?


그 뒤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여기서 죽게 되는 것일까. 저승사자한테 이끌려서 사후세계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일까? 분명히 염라대왕은 나를 천국으로 보내지 않고 지옥으로 보내겠지. 착한 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한 게 없고 오히려 모두에게 상처만 준 나니까.


"호진오빠, 정신이 들어?"


나래의 목소리가 들린다. 설마 나래도 같이 죽어서 사후세계로 온건가.


아니네.


지금 내가 살아있는건가. 좀 더 눈을 자세히 떠보니, 이곳은 병원이었다. 병원복을 보니까 고대병원. 나는 어느샌가 입원복으로 바뀌어서 누워있었고. 옆에서 나래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다행히도.. 호진오빠는 제 때 수혈을 받아서 위기는 넘겼다고 했어.. 그런데.. 희연언니.. 결국 죽었대.. 이미 늦었다나봐."
"뭐.. 희연이가?"


하긴 건물에서 명희한테 부엌칼로 그렇게 찔리고, 그 건물 안에서 출혈이 심했으니 살았다면 그게 기적이겠지만, 분명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랑 짝이었고, 방금 전까지도 나랑 같이 있었던 희연이가 죽어버렸으니..


사실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희연이는 나를 대신해서 목숨을 바쳤다. 그런 희연이가 고맙고, 또한 미안할 따름이다.


게다가 휴대폰을 보니 이미 다음날 오후. 나는 그러면 어젯밤 한동안 의식이 없었단 말인가.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살아있는게 진짜 기적이 되는 것이려나.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침 병원에 있는 TV에서는, 뉴스전문 채널 TYN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TYN 뉴스입니다. 서울 성북구 유일동에서, 최근 폭력사건을 일으킨 10대 일당들이 전원 구속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안모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으며.."


결국 명희도 죽어버린것인가. 명희의 명복을 빌어줘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명희 역시 '빗나간 사랑'으로 삐뚤어져버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일으켰기에. 어쩌면 명희도 희생자일수도 있다. 하지만 명희의 심한 행동으로, 명희한테 희생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희연이도 그 중에 하나이니.


그리고 이 병실은 자세히 보니까 4인실이네. 내 옆을 보니까..


"호진이도, 깨어났네?"


효선이가 있었다. 효선이도 분명히 고대병원으로 입원했었다고 했었지. 그런데 설마 병실마저 효선이랑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될 은 몰랐네.


"효선이도.. 여기였어?"
"응. 어제 저녁이랑 오늘 낮에, 나래라는 여자애가 호진이 곁에 계속 있었어."


역시.. 나래가 계속 있어줬었구나. 하긴 생각해보면 나래는 소현이가 도와준 것은 모르니. 그것은 나랑 소현이만의 비밀이니. 나래도 고맙다.


"효선이는.. 괜찮아?"
"응. 나도 고비는 넘겼다고 해서.. 모레쯤에 퇴원한대."


다행이다. 아마 나보다 일찍 퇴원하겠군. 나는 퇴원하려면 한참 먼 상태니까.


나래의 말로는, 학교에서 희정이가 희연이의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 심하게 울었다고 한다. 하긴 자기 언니가 죽었으니. 게다가 언니가 죽은게 내 탓이라고 하면서, 내가 아니었으면 언니가 죽었을 일은 없다고 했었다. 하긴 틀린말은 아니다. 희연이가 나를 알지 못했으면, 이런 비극이 있었을까.


그 뒤로 병원에 계속 입원해있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따분하고 재미없을수밖에 없었다. 내 곁에 나래가 학교 끝나자마자 계속 와줬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우리반 애들이 효선이를 단체로 병문안왔을 때, 같은 병실에 있는 나랑 나래를 보고 많이 놀랐다.


"호진이도 여기 입원한거야?"
"같이 있는 여자애 누구야? 귀엽네."


나의 소중한 짝이란 말이다. 앞으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그리고 현석이도 병문안을 와 줬고.


"호진아. 괜찮냐?"
"현석이구나. 처음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현석오빠. 안녕하세요."
"학교에 안와서 많이 걱정했는데, 나아졌다니 다행이군."
"요새 새로 나온 게임이나 애니같은건 없냐."
"새로 나온 애니라. '학교의 날들'이라는 애니가 꽤 재미있어보이는데."
"재미있다는 말만 믿고 또 낚이는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호진이 너가 보기에도 재미있을것 같아."


현석이가 재미있다는 게임이나 애니에 낚인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괜히 현석이 너가 덕후소리 듣는게 아니라고. 너는 뭔가 취향이 너무 엇나갔어. 하긴 그러니까 민서한테 그 짓거리까지 시키지. 아니. 그거는 오히려 민서쪽이 비정상이라서 그런건가.


민애선배 또한 병문안을 와줬다.


"호진군. 괜찮아?"
"민애선배.. 오셨네요. 처음보다는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나도 호진군이 다쳤다는 얘기 들었을때.. 많이 걱정했어."
"고마워요, 민애선배."
"후훗. 호진군이 없으니까 점심방송 하는 기분이 안나더라."
"그랬어요?"
"앞으로도 노래 많이 신청해줄꺼지? 호진이랑 나래랑, 둘이 잘 어울리네."
"고마워요, 민애선배!"


생각해보면 민애선배도 지금까지 내가 신청하는 곡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신청하는 곡들이 다른 사람들이 신청하는 흔해빠진 곡들하고는 많이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게 민애선배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민애선배. 여쭤볼 게 있어요."
"어떤건데, 호진군?"
"월요일날 나간 노래 중에.. You spin me round 이거 왜 틀어주신거예요. 이거 심각하게 난감한 노래인데.."
"그런 노래였어? 나 그 노래 몰랐는데 그냥 복고풍 유로댄스라서 괜찮았는데.."
"이게 인터넷에서 어떤 낚시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오는 배경음악이라서 다들 낄낄거렸던데.. 아마 오늘 이거 파장이 좀 컸을거예요."
"그런 노래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호진오빠. 그거 무슨 노래야? 나래도 듣고싶어."


미안. 나래야. 나래한테는 알려줄 수 없단다. 나래한테 알려주기에는 좀 많이 그렇고 그런 노래니까.


그리고, 이름을 알 필요가 없는 누군가도 오려고 했었지만, 나래 때문에 이 병실 안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저도 호진씨가 보고싶단 말이예요. 제발 들여보내주세요."
"안돼요. 이름모를 '오빠'. 호진오빠가 싫어해요."


나래야. 잘했어. 저런 변태는 여기에 들여보내면 안돼. 여기에 같이 있는 효선이도 눈배려.


그 뒤로 시간은 계속 흐르고, 효선이는 이미 퇴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퇴원했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나니 학교는 벌써 방학이 되었다. 하지만 방학이면 뭐하나. 보충수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어쩔 수 없이 계속 학교에 가야 하나. 내일 학교에 가면, 조금 늦기는 했지만, 흰색 국화 한송이를 사다가 희연이 자리에 놓아줘야지.


그 때, 내가 몰랐었던 사실을 한꺼번에 알아낸 것이 많이 혼란스러웠다. 명희가 그 뒤로 나 때문에 삐뚤어져서 일부러 이곳에 왔었던 것이라던가, 알고보니 희연이랑 하마가 친구였다는 것이라던가, 그래서 희연이가 먼저 죽었던 하마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구하러 왔다가 죽은 것이라던가, 병원에 입원하긴 했는데 효선이랑 같은 병실에 있어서라던가..


정말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어도 되는건가. 따지고 보면 모든 비극의 원인은 나다. 명희가 나한테 집착을 하지만 않았어도 나래가 명희한테 괴롭힘을 당할 일이 없었을 것이고, 효선이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수영이가 상처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희연이가 죽어버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런 나를 대신해서 저세상으로 간 게 희연이다. 내가 갔어야 할 저세상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죽어버리면, 아마 나래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이 크겠지. 그래서 희연이가 나랑 나래를 위해서 그렇게 죽었을 것 같다.


희연이야말로, 내가 잘 되기를 바랬기에.


퇴원하고 나서, 나래랑 함께 집으로 향했다.


"호진오빠. 그래도 호진오빠가 이렇게 무사해서, 나래는 다행이야."
"나도 나래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어쩌면, 희연이가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 둘은 이렇게 함께하지도 못했을거야."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왕실같은것은 없는 민주 공화국이다. 그래서 백마탄 왕자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진짜 '왕자'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해서, '나래만의 왕자님'이 될 수 없는건 아니다.


어렸을때부터 나랑 계속 함께했던 나래니까. 한동안 떨어지긴 했지만, 이제 다시 만났고, 다시 나래랑 함께인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그 하루하루를 계속 함께 할 것이다. 나래랑 함께.


"나래야."
"응?"
"나 없었을때.. 나 많이 보고 싶었어?"
"호진오빠.. 그걸 말이라고 해? 호진오빠가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하루하루가 궁금했었어. 이제 나래랑 호진오빠랑 다시 함께니까, 앞으로는 그 때처럼 떨어지지 말자."
"나도.. 나래랑 더이상 떨어지기 싫어. 왕자라는 건 이 나라에는 없지만, '나래만의 왕자님'은. 될 수 있지?"


역시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나래의 표정이 밝아지네. 이런 나래의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


"당연하잖아! 호진오빠는 예전부터 나래만의 백마탄 왕자님이었으니까."
"우리.. 이제 서로 떨어지지 말자. 나, 언제나 나래 곁에서 나래를 지켜줄꺼야."
"응! 나래도 호진오빠랑 계속 같이 있을거니까."


그리고 나래는 또다시 나랑 입을 맞췄다.


나랑 나래가 같이 행복하게 있는 것, 어쩌면 이미 저세상으로 간 하마랑 희연이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우리가 이렇게 서로 맞잡은 손, 영원히 놓지 않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우리는 계속 함께인 것이다.


나래야. 정말 사랑해. 이제 우리는 헤어지지 않는거야. 앞으로도 나랑 나래, 떨어지지 않을거지?


- 다음회에 계속 -


네. 얼마전 끝난 모 애니보다는 못하지만, 결국 이번 회는 A Tale That Wasn't Right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회가 될 듯 합니다. 결국 희연이가 호진이랑 나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렸죠. 나래는 무사히 풀려났고, 명희도 죽었고, 명희 일당 또한 전부 일망타진. 호진이도 어찌어찌 살아나서 병원에 입원한 뒤에 몇일뒤 퇴원. 뭐 결국 호진이랑 나래는 잘 되었고, 호진이쪽에서 제대로 나래한테 고백까지 하게 되었죠.


이제 다음회는 대망의 B분기 에필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