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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23 20:18

LiTaNia 조회 수:728 추천:2

extra_vars1 17-B. 어둠의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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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거기, 그림 좋은데?"


앞을 막고있는 양아치들. 3명인데, 지난번에 몇번 만났던 그놈들이 아니다. 완전히 처음 보는 놈들인데.


"누.. 누구야!"
"오호. 너네가 바로 그 호진이놈이랑 나래x인건가."


뭐야, 저것들. 전혀 모르는 것들인데, 우리를 어떻게 안거지.


"그..걸 어떻게."
"명희가 알려줬지. 행복해보이는군. 하지만 그 너희의 행복을 깨야만 하는걸."


역시 명희인건가. 드디어 올것이 온건가. 잘못하면 효선이처럼 당해버리는데.


"호진오빠.."


옆에서 나래도 떨고 있다. 그래. 맞아. 나는 지금 내 곁에 있는 나래를 지켜줘야 해.


"글쎄. 행복이라는게 쉽게 깨어질 수 있는걸까?"
"말로 해서 안되겠군. 이자식."


처음부터 말로 할 생각이 없다는것은 이미 눈치챘다. 그렇다고 그렇게 빨리 다가오냐. 하지만 침착하자. 급한 상황이 될수록 침착해야 살아남지.


한놈이 돌진하고 있다. 침착하게 옆으로 피하면 다시 다른 놈이 그곳으로 돌진한다. 저런. 서로 자기들을 때렸군.


"아야!"
"야, 나 치면 어떡해! 저 새x를 쳐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되겠지. 다른 놈이 없으니.


"야, 이 바보들아. 뭐하는거야!"


그리고 주먹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운좋게도 나의 발차기가 상대편의 명치에 작렬.


"으.. 보자보자 하니까.. 안되겠군."


그리고 셋은 일어선 뒤에 동시에 이쪽으로 달려왔다.


"호진오빠, 조심해!"


나래가 뒤에서 외치자, 세명은 방향을 틀어서 나래쪽으로 달려가네. 안돼. 나래가 위험해.


"꺄아아악!"


하지만 너네들. 등을 보인게 큰 실수라는거, 아니. 발길질로 등을 공격.


"너.. 이자식!"
"나래를 건드리려면, 우선 나부터 쓰러뜨려야지."
"이게.."


그리고 세명은 다시 정신을 차린듯 나한테 다가왔다.


퍽.


으으. 이번에는 정통으로 맞았군. 이거 좀 타격이 큰데.


"호진오빠!!"
"지금까지 잘 개겼다. 하지만 넌 이제 끝이다!"


하지만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하냐. 다시 회심의 일격!


퍽.


퍽.


퍽.


결국 세명은 다 쓰러졌다. 나도 많이 맞긴 했지만, 역시 '필사적으로' 하니까 뭔가 되긴 되는건가.


"이자식.. 오늘은 운 좋았다. 하지만 너.. 명희가 직접 오면.. 죽었어."


다행히도 나래는 무사하다. 그런데, 지금 심하게 떨고있네. 아까 유령의 나라에서와는 달리, 나래는 정말 겁에 질린 표정이다. '명희'라는 이름을 들어버려서 이런 것일까.


"나래야, 괜찮아?"
"호진오빠.. 나래.. 무서워.. 정말 명희가.. 여기 온거야?"


지금은 나랑 함께 있는 나래를 지켜줘야 하니까.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나래만은, 지켜내고 말거다. 겁에 질려버린 나래를 꼬옥 안았다.


"걱정마.. 나래는 내가 꼭 지켜줄께니까."
"흑.. 호진오빠.. 정말이지? 나래.. 지켜줄꺼지?"
"응. 내가 어떻게 되든 나래만은 지켜줄거야."


그 자리를 피한 우리들. 혹시 나래가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니까 나래를 집까지 데려다줘야지. 나래는 나랑 걸어가면서 다행히도 다시 울음을 그치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래네 집으로 도착.


"호진오빠, 다음에도 나래랑 같이 놀자!"
"그래!"


나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나서, 나도 집으로 도착했다. 유머대학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의 웃긴자료를 읽어봤더니..


"오늘 어린이대공원에서 후로게이를 봤다"


오늘 어린이대공원에 있었던 후로게이라. 분명히 민서 말하는것 맞나보군. 게다가 메이드복을 입은 그 모습이 사진에까지 찍혔어. 유머대학에 뜰 정도면 말 다했다. 이제 민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게 되었군. 그러기에 여장에 정도껏 재미들려야지.


하긴 민서의 여장이 솔직히 심하게 어울리긴 하다. 아직 변성기도 안온듯 목소리마저 높은데다가 가발을 쓰면 아는 사람 외에는 누구도 남자로 안보니까. 그래서 한때 인터넷 얼짱 자리까지 차지하기도 했었지.


'쟤 혹시 한때 인터넷 얼짱이었던 조xx 아냐?'
'그 남자인게 뽀록난 조xx라면.. 저거 정말 정신 못차리고 아직도 여장하네.'
'저 옷, 분명히 메이드복?'
'게다가 다른 남자한테 자기의 주인이 되어달라고 하다니.'
'막장이다.'


그러니까 자기 성 정체성을 잃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인터넷에 소문 쫙 퍼지는 일이 없었을 거 아닌가.


그러나저러나 명희 일당이 정말 이곳까지 온건가. 안암동에 사는 효선이가 당해버렸고, 오늘 나래도 그렇게 당할 뻔 했지만.. 겨우 위기를 넘겼지.


에이. 오늘은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 프레이아 콘서트라는데, 표는 못구했고.. 어차피 같이 볼 사람도 없고.


눈을 떠보니까. 뭐야.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던건가. 왜 빨간날에는 자연스럽게 늦잠을 자게 될까. 어제 나래랑 너무 신나게 놀다보니까 눈 떠보니까 이 시간이라는건가.


그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현석이다.


"어. 웬일이냐."
"호진아, 시험도 끝났는데, 오늘도 우리 부모님 교회가셨는데 놀러올 수 있냐."
"좋지. 할 말도 있고 하니까."


시험도 끝났고, 현석이한테 따질 것도 있으니, 한번 가봐야지.


현석이네 집은 빌라 3층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3층까지 걸어올라가고 난 뒤 현석이네 집에 도착. 벨을 눌러야지.


딩동.


"누구세요."
"나, 호진이."


현석이의 부모님은 교회에 가신 상태이기 때문에 집에는 현석이 혼자뿐이다. 오늘도 현석이의 방 안으로 들어가서 별천지를 감상해보실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험은 망쳤다."
"나도 이하동문이다."
"뭐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잖냐."
"아차, 현석이 너는 이번에 음악시험 1번문제 답 몇번이라고 했냐."
"1234 1234 이렇게 나간다고 해서 1번문제부터 1234로 쭈욱 나갔는데."


저런. 예상했던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군.


"...어이. 그거 1번문제 답이 4번이고 2번부터 1234였다."


그러자 갑자기 절규하는 현석이.


"으아아아아악!! 내가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빵점은 안나왔었는데에에!!! 빌어먹을 감독선생!!"


그저 눈물만 날 뿐이다. 그러니까 첫문제부터 한번 천천히 풀어봐야지. 정말 이번 음악시험, 0점자 속출이려나.


현석이의 절규가 끝나고,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그런데, 어제 어린이대공원. 어떻게 된거냐."
"어린이대공원이라니?"
"어제 어린이대공원에서 민서가 여장하고 나한테 운명의 사람이니 어쩌니 했단 말이다. 그 '호진씨'라는거 분명히 연기라고 하지 않았냐. 게다가 메이드복까지 입고 있었다구."


저런. 현석이의 표정이 제대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기가 아마 너무 리얼했나봐. 그런데 분명히 어린이대공원까지 가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나랑 나래랑 어제 어린이대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단 말이다. 그런데 민서 때문에 분위기 망칠뻔 했어. 이거 어쩔거냐. 게다가 메이드복은 누가 구해준거냐."
"민서가 메이드복이 예쁘다며 혹시 구해줄수 없냐고 해서 내가 단지 인터넷 쇼핑몰 하나를 소개시켜준 것 뿐인데(주1), 정말 질러버릴 줄은 나도 몰랐다."
"이봐. 그런 쇼핑몰을 알고 있다는것 자체가 뭔가 문제가 있지 않냐. 덕분에 민서 유머대학 웃긴자료에까지 떴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추천했던지 굵은 빨간글씨 제목으로 있던데."


이렇게 민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벨소리가 들렸다.


"잠깐. 누가 왔나봐. 나 잠깐 나가볼께. 벌써 부모님이 돌아오셨나."


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온걸까. 잠시 후, 현석이가 다시 들어왔는데, 현석이 옆에 있는 사람은..


"민서?"
"호..진씨?"


그렇다. 여장남자 민서였다. 이번에도 여장을 한 상태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현석이가 뭔가 상황의 곤란함을 느꼈는지, 나한테 급히 다가와서 말했다.


"호진아. 미안하지만 나가봐야겠다. 그러고보니 민서가 집에 온다는 것을 깜빡했네."


도대체 민서랑 관련해서 무슨 말 못할 일이 있는거냐. 게다가 또 '호진씨'가 나왔어.


에이. 오락실에 가서 팝픈뮤직 피버를 해볼까나.. 해서 오락실에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호진씨. 안돼요. 저랑 얘기하기 전에는 못가요."


민서였다. 도대체 너는 언제 따라온거냐. 게다가 역시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힘은 있네.


"그러니까 저는 애인이 있다니까요."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저는 호진씨한테 그 애인보다도 잘해드릴 자신이 있다니까요. 제가 그 애보다 못한게 뭐가 있어요. 키? 몸매?"


인정한다. 나래는 아직 어리니까. 민서도 성별을 빼놓고 봤을때는 솔직히 여장한 모습이 정말 예쁘기도 하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못한게 있어요. 저는 나래랑 어렸을때부터 같이 놀았어요. 그 순간순간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예요. 그거를 당신 따위가 대신할 수 있어요?"
"호진씨.."
"제발, 성 정체성을 찾아요. 그리고 제 앞에는 나타나지 말아요. 이거, 모두에게 민폐예요, 현석이한테도. 그리고 당신 자신한테도."
"흐흑.. 호진씨.. 그래도.."


민서가 울면서 뭐라고 말하는것 같지만, 무시하자.


그런 이유로 오락실에 도착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락실에는 아는 사람은 없었다.


팝픈뮤직 피버에 돈을 넣고, 우선 처음 한 곡은 High School Love 하이퍼.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고, 신나는 노래지.


그리고 그 다음에 고른 노래는, MOON 하이퍼. 이것도 신나는 댄스곡. 어째 팝픈뮤직에서는 이런 노래가 좋더라.


마지막으로 고른 곡은, '어찌됐든' 하이퍼. 팝픈에 있는 한국어 곡 3곡 중 하나지. 분명히 일본어가 나오는 게임인데 한국어가 들리고 있으니 몇몇 놀라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익숙해지긴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팝픈뮤직도 익숙해진다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9개의 커다란 버튼에 적응만 된다면.. 익숙한 노래도 많고.


밖으로 나가보니까, 확실히 유일체육관 쪽에서 프레이아 콘서트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돈도 없고 표도 없기 때문에 프레이아 콘서트는 볼 여유가 못되었다.


이제 다시 집으로 가야지. 남은건 개그콘서트를 보고 자는 것밖에 없는건가.


날이 또다시 바뀌었는데..


"호진아.. 나야아.."
"헉.. 하마?"


또다시 하마의 혼령이 내 앞으로 나타났다.


"호진이.. 요새 행복한 것 같더라.."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하지만.. 호진이 곁에 있는 애들도 행복한지.. 한번 봐봐."
"하마야!"


그리고 벌떡 일어나보니, 꿈이었다. 도대체 하마는 왜 내 꿈속에 나타난 것이었을까.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애들도 행복한지..라는건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잠시 후에 바뀐 모닝콜 Good Morning Kids가 들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밥을 대충 먹고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없다.


없다..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없어.


희연이가 없어.


혹시나 해서 우편함 쪽을 봤는데, 우편함에 뭔가 꽂혀 있었다.


'호진아.. 미안해.
나.. 나쁜 애지?
내가.. 호진이랑.. 호진이 주변의 애들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준것 같아..
나.. 이제.. 더이상의 상처는 주기 싫어..
- 희연 -'


분명히 희연이가 나래랑 사과도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모두 사이좋게 지내기로 한 것 같은데.. 왜 이런 편지를 남긴 것이었을까.


찝찝한 기분으로, 혼자서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반에 도착했지만, 교실에도 희연이는 없었다.


지금 반에는 어제 프레이아 콘서트 관련 얘기로 시끌벅적하다. 그 콘서트에 FT가 나왔는데, 프레이아의 윤지영이 FT는 예정에도 없는데 왜 나왔냐고 욕했고 윤지영이 FT 팬들한테 계란을 맞았고.. 이런 얘기였다. 지금 우리 반에도 프레이아 안티가 꽤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반장이 음악시험 답을 공개했다.


- 음악 -


4 1 2 3 4
1 2 3 4 1
2 3 4 1 2
3 4 1 2 3
4 1 2 3 4


그 답을 보자마자 몇몇 애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나.. 빵점이야. 엉엉.."
"나도.. 엉엉.."


그리고 갑자기 책상이 부서지는 소리, 의자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 시험지를 찢는 소리, 벽에 머리를 쿵쿵 박는 소리, 심지어 런닝셔츠를 찢는 소리까지 들렸다.


교실 분위기는, 완전히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희연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희연이가 오늘 학교도 빼먹은 것이었을까.


일단, 현석한테 어제 민서에 대해서 따져야 하기에, 현석의 자리에 갔다. 현석도 물론 답이 나온 뒤에 좌절한 녀석 중 하나지.


"나 빵점은 처음이란말야. 집에 가면 죽었다."
"현석아. 진짜 물어볼게 있다."
"뭔데."
"도대체 어제 민서 정말 뭐냐. 이거까지 연기인거냐. 어제 너네집에서 나간 뒤에 따라와서 자기가 나래보다 못한게 뭐가 있냐고 나한테 말하질 않나. 왜 애가 이렇게 막장이 된거냐. 정말 너가 다 시킨거냐."


그 말을 듣자, 현석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더니.


"후.. 민서. 그렇게 답이 안나오는 애일줄은 나도 몰랐다. 나도 걔랑 절교했다."
"후.. 잘 생각했어. 그런 막장하고는 관계를 끊는게 좋아."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덕후인 현석이놈한테도 민서는 답이 없는것이었나. 현석이마저 이러니, 나는 어땠을까.


잠시 화장실에 좀 가려고 복도에 나갔는데, 복도에서 대화를 들었다.


"정말이야?"
"응. 수영이 전학갔대."
"아쉽네.. 눈에 띄지는 않아도, 좋은 애였는데."


그렇다. 수영이도 다른 학교로 전학간 상태였다. 내가 수영이한테 많은 오해만 불렀지. 그것을 사과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


그리고, 복도에 서있는 수환이녀석이 보였다. 수환이는 나를 보자마자 나의 멱살을 잡고..


"희연이 어딨어. 오늘 희연이 왜 학교에 안온거야. 승부에 질 것 같아서 감춘거냐!"
"그건 내가 할 소리. 나도 오늘 희연이 없어서 많이 놀랐다."
"정말이냐."
"정말이다."


수환이녀석이랑 한참동안을 실랑이를 펼친 뒤에야 교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나보군.


수업시간에는 시험이 끝난 직후라서 시험지 풀이가 이어졌다. 정말 과목 하나하나 맞춰볼때마다 좌절만 이어진다. 고등학교 시험이 이렇게 어려운거였나.


점심시간. 언제나같으면 희연이와 같이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희연이가 없다. 그냥 구내식당에 가야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려니 오늘도 여전히 민애선배의 점심방송은 시작되었다.


"네. 첫번째 사연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학생의 사연입니다. 뭡니까 이게. 음악선생님 나빠요. 덕분에 난생 처음 빵점이라는거 받았어요. 그래서 그 기분을 좀 위로할 수 있도록, Dead or Alive의 'You spin me round'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셨는데요. 참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Dead or Alive의 'You spin me round'. 보내드리겠습니다."
"You spin me right 'round baby right 'round~♬"


이봐요. 민애선배. 저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고 트는겁니까. 주위에 남자애 몇명은 이미 낄낄대는구나. 여자애들은 왜 웃는지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표정들이고. 정말 밥을 먹다가 뿜을뻔했다.


오후 수업은 계속 이어지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효선이가 고비를 넘겼다. 그래서 조만간 일반 병실로 옮겨진다고 했다."


휴. 다행이네. 그런데 이미 수영이는 전학가버렸는걸. 수영이도 소식을 들었으려나. 반에서 몇명은 효선이가 일반병실로 옮겨지면 병문안을 가본다고 했다.


수업이 다 끝나고, 결국 수업이 끝나는 시간까지도 희연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나래가 우리학교 교문앞에 왔다.


"호진오빠!"


역시 그때 그 고양이귀 머리띠는 놀이공원 밖에서는 별로 쓸 게 못되었는지 나래는 다시 원래의 두갈래머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래는 어떤 모습을 해도 귀여운데.


시험도 끝났으니, 한번 오락실에 또다시 가볼까. 팝픈뮤직 피버도 해볼겸.


팝픈뮤직에서, 여전히 나래는 난이도 10도 안되는 곡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역시 이런 리듬게임은 못하는 사람은 익숙해지기 힘든 것일까.


"호진오빠. 나래.. 이거 잘 하고싶은데.. 못하겠어."
"나래야. 이런 게임은.. 처음에는 쉬운것부터 하면서 익숙해지면 하나하나 늘려나가는거야. 그만큼 돈도 많이 들지."
"호진오빠도, 이 게임 하는데 돈 많이 썼어?"
"글쎄.."


...말하지 않는게 좋겠다. 내가 리듬게임종류를 하는데 들인 돈을 전부 합하면 아마 최신형 YBOX 180 게임기랑 Vii 게임기, 그리고 그 게임기용 게임들을 살 수도 있었겠지.


"그래도, 나래도 이거 재미있는걸. 잘 하고싶어."
"헤헷."


그런데 오락실에서 EZ2DJ를 볼때마다 희연이가 생각나는건 왜 그런걸까. 오늘 결국 희연이는 학교에 계속 안 보였었지.


그리고 오락실에서 나와서 나래랑 함께 집에 가는데, 나래의 표정은 평소와는 달리 창백해보였다.


"나래야, 왜 그래?"
"호진오빠.. 정말.. 나래 지켜줄거지?"
"물론이지. 나래는 누구랑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여자친구인데."
"헤헷. 정말이지?"
"응!"


나래는 내 뺨에다 살짝 입을 맞췄다. 이봐. 여기는 길거리라구.


"나래야. 누가 보면 어떡해."
"뭘 그런 거 갖고 그래. 호진오빠랑 나래랑 어런 사이인데."
"헤헷."


다행히도 본 사람은 없었던것 같아. 그래도 이런 나래, 귀여운걸. 이렇게 걸어가다보니 길이 달라지는 곳까지 왔다. 하지만, 요새 명희때문에 좀 불안하니까, 오늘은 나래네 집까지 데려다 줘야지.


"호진오빠. 고마워! 그럼 내일 봐~"
"그래. 나래도~"


나래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보니, 역시 유머대학에는 예상대로의 글이 올라왔다.


"오늘 점심방송에 You spin me round 나왔어요~ 미트스핀 고고"


뭐 이 노래를 아무것도 모르고 튼 민애선배만 그저 안습이었지. 신청곡이라는 것, 이런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다.


혹시나 해서 희연이의 소희월드 미니홈피를 가보니까, 굳게 닫혀 있었다. 스킨도 사라지고, 방명록과 사진첩도 사라지고, '모두 안녕...' 이라는 제목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설마 희연이도 명희한테 당한 것이려나.


오늘 뉴스를 봐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 다행인것일까. 아니면 폭풍전야라도 되는 것일까.


날은 다시 바뀌고, 희연이는 오늘도 없었다. 기말고사 성적이 발표되었다. 나는 이번 기말고사도 말아먹었는데, 희연이는 무려 5등이라고 했다. 희연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


그리고 오늘도 희연이가 없다는 것 외에는 평소와 같은 하루가 지나가는데, 종례시간에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종례시간에 내 휴대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나래한테서 왔네.


'4328812193221'


뭐야. 웬 숫자인거야. 내가 모르는 무슨 암호문인건가.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혹시나 해서, 휴대폰의 한글 상태에서 저 숫자를 입력해봤더니 뜬 글자.


'구해줘'


나래한테 일이 생긴게 틀림없다. 종례가 끝나는대로 후다닥 교문 밖으로 달려가자마자, 전화가 왔다. 나래의 번호로 왔는데..


"나래야!"
"후훗. 바보같은 호진오빠, 이게 나래 목소리로 들려?"


- 다음회에 계속 -


주1. 단지 인터넷 쇼핑몰 하나를 소개시켜준 것 뿐인데 - http://www.couplecandy.com/ 이곳에서 메이드복을 팔고 있죠. 민서가 입은 것은 '캔디후르츠'의 '셀렉트 메이드복' 중에서 '브랙 루트르 메이드복'.


네. 지금까지와는 달리 명희의 일당을 어찌어찌 따돌린 호진이였습니다. 나래를 앞으로도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그 다음날에 민서가 호진이를 붙잡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여전히 먹힐리는 없었고, 이쪽 분기에도 희연이는 사라져버립니다. 결국 현석이마저 민서랑 절교했고, 이쪽 분기에서도 학교 점심방송으로 들린 You spin me round. 효선이는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곧 일반병실로 옮긴다고 했고, 나래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나래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낸 호진이. 과연 호진이는 나래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저 키패드 배치는 애니콜 휴대폰 기준입니다. 애니콜 휴대폰을 안쓰시는 분을 위해서 애니콜 키패드 배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숫자 한글 영어
1    ㅣ   .qz
2    ㆍ   abc
3    ㅡ   def
4    ㄱㅋ ghi
5    ㄴㄹ jkl
6    ㄷㅌ mno
7    ㅂㅍ prs
8    ㅅㅎ tuv
9    ㅈㅊ wxy
*    한/영전환
0    ㅇㅁ 공백
#    @    @


그래서 나래가 보낸 문자인 4328812193221 -> ㄱㅡㆍㅎㅣㆍㅣㅈㅡㆍㆍㅣ -> 구해줘 가 되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호진이랑 나래가 둘다 애니콜 휴대폰을 쓰고 있어서 호진이가 나래의 위기를 쉽게 알아챈것. (게다가 실제로 제가 쓰고 있는게 애니콜이기도 합니다)


추석연휴 동안에는 연재를 쉽니다. 독자여러분 모두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출연진 일동 : 모두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호진 : 그런데, 민서는 왜 한복마저 여자옷을 입고있는거냐.
호진 제외 모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