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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22 09:17

LiTaNia 조회 수:495 추천:2

extra_vars1 16-B. 동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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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은 원래 어린이만 입장이 무료이고 청소년이랑 성인들은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작년 말부터 입장이 완전히 무료화되었다. 정문에 매표소였던 곳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


정문을 들어가니, 각종 장난감들이랑 머리띠를 팔고 계신 아저씨가 있었다. 역시 말그대로 '어린이대공원'이라서 애들을 위한 것들을 저렇게 파는 것일까. 장난감 칼이라던가, 전자총이라던가, 토끼귀 머리띠라던가..


그런데, 나래가 뭔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진오빠. 나래, 저 머리띠 맘에 들어."


나래가 가리킨 것을 보니까, 무려 고양이귀 머리띠였다.


"아저씨. 잠깐 이거 써봐도 돼요?"
"응. 한번 써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래는 머리를 두갈래로 묶어서 머리띠는 좀 안어울릴것 같은데, '잘 어울릴 것 같은데'라는건 또 뭘까.


"호진오빠, 나래 어때?"


고개를 돌아보니까, 순간 나는 내 옆에 누가 있나 했었다.


나래가 머리를 푼 모습도 처음 봤을뿐더러, 그런 나래가 한 고양이귀 머리띠. 이거 뭔가 심각하게 잘 어울리잖아. 평소의 나래랑은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긴 한데, 나래니까 귀엽다..가 아니라 이 모습 진짜 귀여워!


"예.. 예뻐!"
"정말? 고마워, 호진오빠."
"아저씨. 이 머리띠 얼마예요?"
"3000원이다."


당연히 사줘야지. 이렇게 나래랑 잘 어울리는 것을 찾을 줄은 몰랐으니. 나래도 마음에 들어하는것 같고.


마침 얼마 안가니 분수대가 보인다. 분수대 앞에서 한번 휴대폰으로 둘이 셀카를 찍어볼까.


"와! 호진오빠, 이게 나래야?"
"응. 나래 정말 잘 어울려."
"헤헤. 고마워!"


원래 나래가 잘 웃는 애긴 하지만, 오늘따라 나래의 표정은 유난히 밝다.


"호진오빠. 휴대폰으로만 찍지 말고, 카메라로 한번 찍어보는거 어때?"


저런. 카메라라니. 미처 준비를 못했는데.


"나 카메라 안갖고왔는데."
"걱정마. 나래가 가지고 왔어. 쨘~"


나래가 꺼낸 카메라는 캐논 파워샷 A60. 나온지는 조금 오래되었긴 하지만 쓸만한 디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찍는거지. 그냥 셔터 누르고 찍으면 되려나.


"나래야. 찍어볼께. 하나 둘 셋!"


찰칵.


"호진오빠도. 하나 둘 셋!"


찰칵.


이렇게 우리 둘이 사진은 찍었지만, 문제는 같이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데. 마침 지나가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아저씨. 죄송하지만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시면 안돼요?"


다행히도 아저씨는 승낙해주셨고, 카메라 액정으로 보니까 사진이 꽤 잘 나왔는데, 역시 직접 컴퓨터에서 봐야 알겠지.


이제 사진은 그만 찍고, 놀이기구를 타러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놀이동산까지는 가는 길이 멀지. 역시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곳, 괜히 '대공원'이 아니구나.


"호진오빠. 아직 멀었어?"
"좀만 더 가면 될 거 같아."
"나래는 호진오빠랑 놀이기구 빨리 타고 싶은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어. 이렇게 가는데 시간이 걸릴 줄은.


그렇게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왼쪽에 관람차, 다람쥐통 등이 보였다. 드디어 놀이동산에 온 것이다.


일단 매표소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사야지. 역시 자유이용권은 많이 비싸네.


"둘이 정말 잘 어울리네."


매표소 누나가 우리 둘의 팔에 각각 자유이용권을 감아주면서 말씀하셨다.


"그쵸? 호진오빠랑 나래. 잘 어울리죠?"


물론 나래도 좋아라하면서 맞장구치고 있고. 문제는 저 놀이기구들. 뭔가 장난이 아니잖아. 막 빠르게 움직이고, 높이 올라가고..


"호진오빠. 저거 타고싶어."


나래가 가리킨 쪽을 보니까, 바이킹이 있었다. 헉. 저렇게 90도 가까이 올라가는걸 타라는건가. 게다가 줄은 또 왜이렇게 길어.


"오늘따라 줄이 기네.. 역시 토요일 낮이라서 그런건가. 마침 시험이 끝나기도 했고."


몇십분을 기다린 끝에, 바이킹에 오르긴 했지만..


"나래야. 이 자리 아니면, 안돼?"
"바이킹은 이런 자리가 재미있는걸."


왜 하필 맨 끝자리인거냐. 사람 간떨어지게.


안전바가 내려오고, 드디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장난이 아니잖아 이거. 처음에는 그렇다 쳐도,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뭔가 더 심해지는데. 게다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게다가 내 옆에 있는 나래의 비명소리가 뭔가 유난히 더 커.


어지러워. 내가 이런데 왜 온거지. 물론 재미라는게 없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재미보다 무서움이 더하잖아.


그렇게 머릿속에 어지러움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난 상태로 있다보니, 어느새 다 끝나버렸다.


"호진오빠. 안가?"
"..."


나래를 따라서 나가긴 했지만, 이거 뭔가 후유증이 심각하잖아.


"호진오빠, 괜찮아?"
"으..응. 괜찮아."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전혀 괜찮지 않다. 도대체 다들 이런걸 왜 좋아하는건지 모르겠다.


내가 어지러워하고 있는 사이에, 나래는 다른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호진오빠. 저건 어때?"


나래가 가리킨 것은 '뮤직 익스프레스'라고, 빠른 속도로 원형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였다. 설마 저건 바이킹보다는 낫겠지. 그나마 바이킹보다 줄이 짧긴 했고.


하. 지. 만.


그래도 놀이기구는 놀이기구였다. 이거 왜 이렇게 빠른거야. 게다가 원형으로 돌아가니 더 어지러워. 익숙해지려니 이번엔 반대쪽으로 돌아가네.


"꺄아아악!!!"


옆에서는 나래가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고. 신나서 지르는것일까 무서워서 지르는 것일까. 에이. 나는 소리지를 힘도 없는걸.


기나긴 시간 끝에(?) 이 '뮤직 익스프레스'라는 것도 끝났다. 나래의 표정을 보니까 보인다. 지금 나래는 이 상황들을 즐기고 있어! 난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 눈치채는거지.


여전히 어지러워서 몸을 못 가누고 있는데..


"호진오빠. 미안해."
"..."


말할 힘도 없다. 그나마 지금 구토가 안나오는게 다행이랄까. 뭔가 좀 다른거 탈만한거 없을까.


맞다. 여기도 대관람차가 있었지.


"나래야.. 대관람차 타보는건 어떨까."
"응. 그게 좋을거같아. 지금 호진오빠.. 다른거 타는건 좀 그래보여서."


나래도 뭔가 상황인식을 했네. 그런 이유로 대관람차에 탄 우리들.


호오. 바깥을 보니까 진짜 이 어린이대공원이라는 곳 장난아니게 크네. 동물원도 보이고. 저기 보이는건 건국대학교인가.. 우리동네까지는 안보이겠지 설마.


"호진오빠.."


나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건 또 무엇일까.


"응?"
"나래는.. 호진오빠랑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 여기 왔는데, 호진오빠가 놀이기구 잘 못타는것도 모른채로.."
"아냐. 나래가 재미있으면.. 됐어."
"그래도.. 나래는 호진오빠가 걱정되어서 그래."
"걱정마, 나래야.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붙어있는거잖아."
"헤헷."


어느샌가 나도 이런 대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희연이랑 나래한테서 어느새 전염이 된 것인가.


"호진오빠."
"응?"


나래는 나를 불러놓고, 눈을 감기 시작하더니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긴 생각해보니 이 대관람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고, 보는 사람이 없겠지. 당연히 해줘야지.


내 입술이 나래의 입술이랑 닿는 순간, 내 입 안에도 뭔가가 들어왔다. 나래의 혀인것인가.


"으으음.."


당연히 나도 나래의 입 안에 내 혀를 집어넣었고. 어느샌가 나래랑 나는 소꿉친구라는 단계를 넘어서서 이런 사이가 되어버렸네.


이렇게 있다보니 대관람차는 다시 지상으로 내려갔다.


"호진오빠, 이제 괜찮아?"


아까전 놀이기구들의 후유증이 상당해보였는지, 나래는 다시 나한테 물어봤지만.. 대관람차 안에서 어느새 어지러움은 사라져버렸다. 아니, 나래의 키스를 받고 사라진것일까.


"응. 이제 괜찮아."
"헤헷. 다행이다. 나래 많이 걱정했어."
"걱정말라고 했잖아."


나래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우리가 아무것도 못먹은 상태라는게 생각나버렸다.


"나래야. 이제 김밥 먹을래?"
"응! 나래도 노느라 시간이 이렇게 지난줄은 몰랐네."


그런 이유로, 가게 앞에 있는 벤치에서 아까 김밥천당에서 산 김밥을 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호진오빠. 아앙~"
"나래도. 아앙~"


이렇게 둘이서 김밥을 먹여주다보니까, 어느새 다 먹었네.


김밥을 다 먹고 보니, 저쪽 벤치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게 보인다. 도대체 놀이기구도 아닌데 무슨 일이기에 사람들이 모여있지.


"호진오빠. 저기 놀이기구도 없는데,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많아?"
"글쎄. 무슨 유명인이라도 왔나?"


사람들 틈에 보이는건, 무려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여자였다. 어이, 누군지 몰라도 여기는 코믹월드(주1)가 아니라구. 사람들이 많이 있는 어린이대공원이라구.


좀 더 가까이 가보니,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는 분명히 낯익은 인물이다.


아니. 저것은 여자가 아니지.


민서군. 도대체 언제 저 메이드복은 구한겁니까. 생각해보니 민서는 현석이랑 친했었지. 그러면 분명히 현석이를 통해 구한것일텐데.


"호..진씨?"


민서가 나를 알아봤어. 뭔가 불길한 예감이다. 그런데 저 '호진씨'라는거 분명히 연기라고 현석이가 말했던 것 같은데.


"호진오빠, 저사람 아는 사람이야?"
"지난번에 오락실에 있었던 그 여장남자야."
"호진오빠, 여장을 하면, 성 정체성까지 잃는걸까?"
"글쎄. 그건 아니라고 봐. 저녀석이 특이한것 같은데."


우리들의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지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들리지 않았던것 같다. 그런데, 민서는 이쪽으로 다가와서 내 옆에 나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험한 말을 해버렸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이 옷을 입고 여기에 오면 운명의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역시 호진씨가 제 운명의 사람인가봐요."


게다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사겨라!"
"사겨라!"
"잘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외치고있네. 제 옆에 있는 나래는 도대체 뭘로 보이는겁니까.


"이봐요. 다들 왜그러세요. 저 지금 여자친구 있고, 그것도 제 옆에 이렇게 있는데."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이제야 내 옆의 나래를 본것같군. 하지만 민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호진씨한테 저런 어린 애는 안어울려요. 호진씨가 저를 받아주신다면, 호진씨가 시키는 것, 뭐든지 할께요."


민서가 지금 입은 옷이 메이드복이라서 그런가 뭔가 무섭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메이드복을 입은게 정말로 심각하게 잘 어울린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사람들의


"사겨라!"
"사겨라!"
"잘 됐으면 좋겠다!"


외침은 이어졌다. 아니. 도대체 왜 다들 나래는 무시하는거냐구. 그래서일까. 나래는 지금 삐져있다.


"호진오빠. 나래, 지금 살짝 기분 나빠. 호진오빠는 나래껀데 사람들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
"미안, 나래야. 한마디 해줄께."


뭐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민서가 여장남자인 줄 모르는것 같다. 아니,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에는 깜빡 속았으니까. 민서가 목소리마저 여자스러우니. 도대체 왜 저렇게 여장에 재미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시키는대로 하는거 맞아요?"
"네. 정말이예요, 호진씨."
"그러면, 좀 사라져주세요. 도대체 사내자식이 여장을 하고 메이드복을 입고 무슨 추태인겁니까? 운명의 사람? 그게 말이 되나요? 남자랑 남자가 그게 가능해요?"


내가 말하고 난 뒤에 여기 모인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남자가 여장한거였어?"
"게다가 남자가 여장해놓고 남자한테 운명의 사람이니 뭐니.."
"변태.."
"에이, 여장남자라고 믿겨지지가 않는데."
"맞아. 생각해보니까 인터넷 얼짱소녀가 알고보니 남자였다는 글 봤어. 그게 쟤였단말야?"
"후로게이(주2)를 실제로 보다니, 흠좀무."


술렁이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민서도 표정이 제대로 일그러졌다. 여기에 계속 있다가 뭔가 일이 생길 것 같으니, 일단 빠져나가야지.


"나래야. 딴 데 가자."
"응, 호진오빠."


뒤에서 "호진씨.. 너무해.." 라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무시해야지. 나중에 현석이녀석한테 제대로 따져야겠다. 도대체 애를 왜 이모양으로 만들어놓은거야.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유령의 나라'라는 곳이다. 뭐 놀이기구들은 무섭긴 했지만 이거까지 설마 무섭겠어. 아까 놀이기구보다는 낫겠지.


"나래는, 이런데가 웬지 무서운걸."
"걱정마. 내가 있잖어."
"헤헷."


그런데 나래의 미소가 뭔가 유난히 밝아보였다. 왜 그런걸까.


어두운 실내로 들어가보니, 멀리서 어느 여성의 비명소리인지 아니면 귀곡성인지 모를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이름 모를 여성들뿐이 아니었다.


"꺄아아아아악!"


귀신이 나타나자마자 나래가 비명을 지르면서 나한테 매달렸던 것이다. 여기 귀신들은 뭔가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안드는데. 정말 나래가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그런데 나래는 왜 저렇게 계속 두리번거리는걸까.


"꺄아아아아악! 호진오빠.. 나래.. 무서워."


귀신은 계속 나오고, 그때마다 나래는 나한테 계속 매달렸다. 그런데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건 내 착각일까.


그런데 그 다음에 바닥이 뭔가 좀 이상하네.


앗.


흔들리는 바닥이었군. 진동이 막 느껴지네.


"꺄아아아아악!"


그런데 이 바닥이 흔들리는것보다 나래가 나한테 매달리며 떨리는것이 더 심하다고 생각하는건 나뿐일까.


유령의 나라는 지나가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귀신이 나타날때마다 나래가 나한테 계속 매달렸으니 시간은 의외로 꽤 걸렸다. 그런데 이제 막바지가 다가왔는지 별로 무서운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타난 밝은 세상.


"나래야, 많이 무서웠어?"


그러자 나래는 또다시 나의 품에 안겨서..


"응. 그냥 심심해서 들어가봤는데.. 정~말 무서웠어."


그런데 솔직히 이 유령의 나라보다, 아까전의 놀이기구들이라던가, 메이드복을 입은 민서가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건 나뿐인가.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길에, 다트던지기가 눈에 띄었다. 5줄 5칸의 빙고판 모양으로 배치된 풍선을 대각선, 엑스 등으로 터뜨리면 인형을 준다는데.


"호진오빠. 저거 한번 해봐."


역시 이런데에 오면 이런거 한번 해봐야 하려나. 다트10발로 X자 모양으로 터뜨리면 대형인형이라.


던졌다! 굿. 왼쪽 위에 잘 맞았네.


그다음것도 던졌다. 오호. 이번엔 가운데에.


그렇게 9발까지 거의 X자 모양으로 맞췄지만, 마지막 한 발은.


"호진오빠! 하나만 더!"


에이. 빗나갔다. 그러므로 대형인형은 물건너갔다. 8발 이상 맞추면 예쁜 인형을 준다고 했지. 그래서 9발은 맞췄으니 인형 하나를 받았다. 곰돌이 푸우 인형이네.


"이건, 나래한테 주는 선물! 대형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와아, 호진오빠 고마워!"


그밖에도 놀이기구를 몇 개 더 타긴 했지만, 조금 익숙해진건지 아까전보다는 나아도 그래도 여전히 무서운건 마찬가지였다. 나래의 비명소리는 언제나 컸고.


나래야. 여기서 목 다 쉬는건 아닐까 몰라.


그리고 탈 것들을 다 타고 나서, 나래랑 같이 놀이동산에서 나왔다. 오늘은 여러가지 의미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놀이기구라는 것들이 이렇게 무서운것일 줄 누가 알았던가. 게다가 나래는 그것들을 즐기고 있으니. 나래도 어떻게 보면 무섭다.


"나래야. 재미있었어?"
"응. 나래는 많~이 재미있었어. 호진오빠는?"
"나도 나래랑 같이 있어서 재미있었어."
"나래도."


사실 놀이기구 자체는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나래랑 같이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랄까.


다시 정문쪽으로 가다보니, 아까전에는 눈에 안띄던 놀이터가 있었다. 꼬마들이 미끄럼틀이랑 그네에서 신나게 놀고 있네.


"호진오빠. 기억나?"
"응?"
"어렸을때, 나래랑 맨날 술래잡기 하던거."
"아하. 그 때 나래가 계속 술래였다가 나 못찾아서 울었던 적이 있었던가.. 아마."
"호진오빠.. 살~짝 아픈 기억이었는데."
"나래야, 미안."


그러고보니 정말 어렸을때 나랑 나래가 많이 놀았었지. 놀이터를 보니까 그 때 생각이 나네. 나래가 그네를 못 타서 그네에 탄 나래를 밀어주기도 했고.


"호진오빠. 그뒤로 그네 타는거 많이 연습했었는데."
"한번 타볼까?"


마침 그네 두개가 비어있었다. 딱 우리가 타라고 비워놓은 것일까. 타야지.


"나래야."
"응?"
"아까 분명히 그네 타는거 많이 연습했다고 하지 않았어?"
"나이를 먹어서.. 다 잊어버린걸까. 히힛."


그래도 이런 나래가 귀여울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래를 지켜줘야 하고.


다시 먼 길(?)을 지나서 어린이대공원 정문으로 나왔고, 버스를 타고 다시 동네로 돌아가서, 노래방에 갔다.


나래는 스쿨의 '줄리앙'을 불렀다. 분명히 이거 전에 라디앳 아키하엔가 신청했던 노래였지.


"Oh my Julian~ 네게 고백할께~ 커다란 봉투에 하트를 넣어~♬ 너를 위해 밤새 준비했다고~ 노란편지도 예쁘게 적어~♬"


나래가 이 노래 부르니까.. 이거 뭔가 심하게 잘 어울리잖아. 게다가 원래 목소리보다 더 귀여워지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나도 뭔가 하나 안 부를수가 없지. 플라워의 '애정표현'을 골랐다.


"Oh my darling~ my darling~ 널 품에 안으며~ 나의 마음을~ 고백하고파~♬"


그런데 서로 자기꺼만 부르니까 좀 심심하다. 뭔가 남녀듀엣곡 부를만한 게 없을까. 생각이 안나네.


"나래야. 혹시 남녀듀엣곡 아는거 있어?"
"음.. 호진오빠, 혹시 '기분 좋은 변화'라는 노래 알아?"


'기분 좋은 변화'라.. 아. 생각났다. 윤도현과 임정희가 같이 부른거. 지금 이 상황에 딱이네.


"아. 그노래. 알아. 한번 같이 불러보자."
"그래!"


그런 이유로, '기분 좋은 변화'를 골랐다.


"그댈 위해서라면~ 난 언제나 괜찮아요~ 그댈 위해 뭐든 해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래요~ 당신이 좋으면 저도 좋아요~ 항상 당신 편에 설께요~ 날 믿어요~♬"
"라라랄라랄라~ 라라랄라랄라~♬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께요♬~"
"내게 좀 더 많은걸 부탁해도 괜찮아요~ 그댈 향한 내 사랑은 끝이 없으니까요~♬ 그래요~ 당신이 좋으면 저도 좋아요~ 항상 당신 편에 설께요~ 날 믿어요~♬"
"라라랄라랄라~ 라라랄라랄라~♬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께요♬~"


이 노래를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설마 노래방에서 이렇게 나래랑 같이 부르게 될 날이 올줄은 몰랐다. 역시 듀엣곡 하나 알아놓은걸 이럴때 써먹는구나.


이제 노래방 시간도 끝났고,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이제 집에 돌아가야겠지.


"호진오빠.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나도!"
"나래는 호진오빠랑 같이 노니까 더 재미있는걸."
"나도 나래랑 같이 노니까."


이렇게 집에 같이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우리의 앞을 막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별로 인상이 좋아보이지 않는데.


"어이, 거기, 그림 좋은데?"


- 다음회에 계속 -


주1. 코믹월드 : 매월 열리는 국내의 동인계 행사. 열리는 곳은 주로 양재동 aT센타나 학여울 SETEC. 이곳에서 각종 팀들이 동인물품을 판매하며, 또한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2. 후로게이 : 자신을 여자로 속이고 남자를 낚는 사람. 디시인사이드 아웃사이더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유의어로는 '넷카마'(인터넷+오카마. 인터넷에서 여자행세를 하는 남자)가 있지만 민서의 경우는 넷카마는 아님.


네. 어린이대공원에 간 호진이랑 나래 커플이었습니다. 무려 고양이귀 머리띠를 했던 나래. 그리고 놀이기구를 의외로 못탔던 호진이. 어린이대공원에서 민서를 만났지만 따돌리는데 성공하고, 노래방에서 듀엣곡을 부르고 나온 뒤에 양아치를 만난 호진이랑 나래 커플, 과연 다음회에는?


여기서 나온 듀엣곡 '기분 좋은 변화'는 제가 여태 몰랐던 노래인데 듀엣곡 찾아보고나서 알게된 노래였죠. 딱 이 회의 상황이랑 잘 맞아떨어져서 써봤습니다.


민서 : 이봐요. 리타니아씨.
리타니아 : 왜?
민서 : 도대체 왜 제가 나오기만 하면 이 꼴 나는거예요.
리타니아 : 민서야. 너가 안습이 되야만 독자들이 재밌어해. 희생좀 해라. 호진이랑 나래를 위해서.
민서 : 제가 왜 그런 여자애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죠. 제가 호진씨 곁에 있으면 안되나요.
리타니아 : 안돼.
민서 : 도대체 왜 안되는거예요.
리타니아 : 민서 너는 남자 맞지?
민서 : 네, 맞아요.
리타니아 : 그리고 호진이도 남자인거 알지?
민서 : 네, 알아요.
리타니아 :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개그콘서트 집중토론 버전)
민서 : ...(우이씨. 나중에 전체 등장인물 인기투표할 때 두고보자. 히로인들 표 얼마나 나오나 똑똑히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