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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19 09:40

LiTaNia 조회 수:658 추천:1

extra_vars1 15-B. 카운트다운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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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호진오빠."
"너.. 설마?"


내 앞에 있는 여자애. 나를 알아보는걸 보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애야.


"맞아. 나 명희야. 안명희. 호진오빠도 많이 변했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안명희였다. 그런데, 얘는 역시 아예 밑바닥으로 가기로 한 것인가. 그런데 여기에는 웬일이지.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야?"
"나래 그x이 여기로 전학왔다고 해서, 여기가 아마 호진오빠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였지. 게다가 아는 오빠들이 나래랑 호진오빠가 붙어있는것을 봤다고 했더라. 그래서 와봤어. 그런데 정말 호진오빠를 만났네."


결국 나래 때문에 여기로 온거였나. 도대체 왜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나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거지.


"서울이라는 곳, 한강을 건너니까 완전히 딴 세상이더라. 그래봐야 다들 별 거 아니었지만, 지금 우리 오빠들이 동대문구를 치고 있는 중인데, 거기 인간들이 너무 질겨. 그래서 오늘은 나만 왔는데, 동대문구가 뚫리면 그 다음은 바로 여기야."


가만. 그렇다면 그 때 그 양아치들이 정말로 명희랑 한통속이라는 얘기인데, 이거 뭔가 정말 장난이 아니게 돌아가는데.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겠다.


"너..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나래를 못살게 구는거야."


나의 물음에, 명희는 웃으면서 답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뭔가 냉소적으로 보였다.


"나래? 그래. 호진오빠가 이럴 줄 알았어. 호진오빠는 그때부터 나래만 예뻐했고, 나는 못살게 굴었고. 역시 7년이나 지났는데도, 그거 하나는 안 변했구나."


그런데 솔직히 명희 너랑 나래랑 둘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누구나 다 나래를 고르지 않을까나. 그렇다고 나래를 그렇게 괴롭혀서 지금의 나래가 그렇게 변하게 만들다니. 너무하잖아.


"호진오빠. 조심해. 지금은 그냥 가지만, 만약에 그x이랑 희희낙낙거리는 것이 눈에 띄면, 호진오빠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그리고 명희는 가던 길을 돌아갔다. 여전히 명희는 입이 험하다. 아니, 입만 험한게 아니다. 얘는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막장테크를 탄거야.


"아.. 이상욱 그자식 때문에, 일 다 망칠뻔 했네. 두고봐. 잡히기만 해봐."


그리고 이상욱은 또 누구야. 점점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안명희가 나랑 나래 때문에 송파구에서 여기까지 온 거라면, 이거 보통 일이 아니잖아.


나,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거야?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아직도 집착을 계속 하고 있는 희연이만으로도 힘든데, 명희까지 완전히 무섭게 나타나버렸으니.


에이. 집에 가서 기분전환이나 해야지. 그런데 기분전환이 되려나. 지금 이대로 시험공부를 하려고 했다가는 공부도 잘 안될 것이고.


뭐, 이런식으로 하루가 참 갈팡질팡으로 지나갔다.


새로운 모닝콜인 Good Morning Kids..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바뀌어버린 나래의 모습도 이미 익숙해진 상태이니 이 노래도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번주는 주번이라서 학교에 일찍 등교하게 되었다. 역시 희연이는 아직 없네. 지금이 일교차가 커서 감기걸리기 쉬운 날씨다. 조심해야지.


반에 도착하고, 우리반 담당구역인 계단청소를 하고 난 뒤에 교실에 돌아와보니, 희연이도 이미 등교했고, 현석이녀석이 나한테 말했다.


"호진아,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인데?"
"3반의 박소현.. 무려 길거리캐스팅 되었대."
"길거리캐스팅이라니?"
"어제 친구랑 놀러갔다가, 아마 연예기획사 눈에 띄었나봐."


잘 된 것이려나. 물론 소현이가 예쁘긴 하니까 연예기획사 눈에 띄어서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앞으로 잘 되려나.


흔히들 이런 얘기도 있잖아. 약속은 '약간씩 속이는 것'이고, 스타는 '스스로 타락하는 것'이라는 얘기. 이런 얘기들이 더이상 없도록,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고, 스타들이 타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현석이 너는 그 얘기 어떻게 들은거냐."
"전교생한테 소문이 쫘악 퍼졌어."
"매번 애니나 비디오게임만 하는줄 알았는데."
"나.. 나를 그런 놈으로 보지 말라구!"


안 보려고 해도 안 볼수가 있냐. 특히 민서한테 그런 연기를 시킨것, 정말 끔찍하다. 뭐 더이상 민서를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그리고 오늘도 평소같은 일상은 이어졌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오늘은 내가 주번이라서 유난히 할 일이 많았다는것. 그리고 희연이도 기분이 풀린 듯 해보인것. 이 쯤 되면 정식으로 사과를 해도 되려나.


"희연아.. 미안해."


어떤 이유로 사과를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희연이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겠지.


"아냐, 호진아. 나도 호진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고마워."


희연이도 결국은 포기한 것인가. 이 쪽은 순조롭게 되었지만, 문제는 현재 다른 곳으로 엉켜있으니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은 오늘도 식당행. 일단 희연이는 없는듯 하니, 현석이놈이랑 같이 먹어야지.


"혹시 현석이 너도 최근에 뉴스 자주 보냐."
"네버 첫화면은 언제나 참고하고 있지."
"그러면 요새 무서운 10대들 기사가 나오는것도 알겠군."
"당연하지."
"그거.. 나도 놀랐는데, 내가 아는 애가 그쪽에 껴 있어."
"뭐?"


현석의 입이 벌어졌다. 하긴 내가 그 기사의 무서운 10대랑 알고 있다는것에 놀랐겠지.


"내가 전학오기 전에 남을 자꾸 괴롭히던 애가 있었어."
"설마, 호진이 너가 그 때 괴롭힘당했다는거냐."
"아니. 나 말고, 나래."
"아하. 그 나래를 괴롭혔었던 애라.."
"그런데 그 애랑 오랜만에 만났어. 오빠들을 끌고다니며 무슨 동대문구까지 장악이니 뭐니 했더라."
"중3짜리 애가?"
"그래."
"호진이.. 의외로 무섭군. 그런 애랑 알았었다니."
"뭐 나도 걔가 그렇게 나타날 줄 몰랐어. 역시 사람이란 못 본 사이에 이렇게 달라지는건가."
"이게 사실이라면 많이 무서운데."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수업은 이어졌다. 이번주는 주번이라서 늦게 하교한다. 물론 현석이랑 희연이는 이미 집으로 갔다. 주번 일을 다 하고 나니 학교 교문에서 나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오빠. 좀 늦었네~"
"미안, 나래야. 이번주에는 주번이라서. 많이 기다렸지?"
"아~니. 나래는 호진오빠를 위해서 이정도는 기다릴 수 있어."


나래는 여전히 나한테 잘해주고 있다. 이런 나래의 미소를 또다시 빼앗아가게 놔둘 수는 없다. 만약 안명희가 정말로 이쪽으로 밀고들어온다고 해도, 내가 나래를 지켜줘야만 한다.


"호진오빠. 표정이 안좋아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일 없어."


나래한테 명희가 이쪽으로 왔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다. 나래가 그동안 명희한테 하도 시달려왔기에.


나래랑 팔짱을 끼고 걸어가다보니, 나래랑 방향이 달라지는 곳에 오늘도 어김없이 도착했다.


"그럼, 나래야. 잘가. 시험공부 열심히 해~"
"응. 호진오빠도~"


집에 도착했으니, 할 게 시험공부밖에 더 있겠냐. 그나마 계속 보다보니 뭔가 보이네. 중간고사때보다는 성적이 오르려나. 하긴 중간고사때도 방심했다가 그 꼴 난건데.


시험공부만 하다보니, 심심하네. TV나 켜야지. 마침 뉴스가 나오는군.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17살 강모양이 폭행을 당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입니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서울 동쪽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10대들의 소행으로 보고.."


저 10대들.. 설마, 안명희네 일당들인가. 안암동까지 왔다면.. 여기가 뚫리는건 이미 순식간이잖아. 정말 카운트다운이 하나 하나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하루는 또 갔다.


어제랑 다름없이 오늘도 일찍 등교해서 계단청소 하고 교실에 왔는데, 뭔가 교실이 시끄럽네.


"그거 들었어?"
"어제 뉴스에 나온거. 그거 효선이래. 지금 고대병원 중환자실에 있대."
"뭐야, 효선이가 당했단 말야?"
"저런.. 경찰은 그것들 안잡아가고 뭐하나."


가만, 그럼 그 뉴스에 나온 애가, 우리학교, 그것도 우리반애였단 말야? 효선이.. 친한 애는 아니었는데, 우리반 애가 당하고 나니, 이거 뭔가 더 무섭네.


사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우리반 여자애들과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적이 없었다. 희연이를 제외하고는 말이지. 효선이는 그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었고, 말수가 적었고, 확실한 건 중간고사는 나보다 잘 봤던 애였다는 것이다.


이게 안명희의 짓이라면, 이거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아니면 안명희의 짓이 아니라 안명희의 일당이 저지른 짓일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효선이는 명희쪽과 관련없어 보이는데, 아무 죄도 없이 당한 효선이가 정말 안타깝다.


교실이 효선이 얘기로 술렁이고 있었을 때, 우리반 교실로 누군가가 뛰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뛰어들어온 사람은 결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이야? 효선이가?"


수영이였다. 수영이는 낯을 가리는 애로 기억하고 있는데, 수영이가 의외로 효선이랑 친했던 것일까. 우리반 애들은 수영이의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수영이는 이미 우리반 애들의 말을 다 들어버렸다.


"흐흐흑.. 효선이.. 어쩌면 좋아.."


수영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어버렸다. 마음을 터놓고 있는 얼마 안되는 친구가 변을 당했다면 그만큼 충격이 클 수가 없었겠지. 이렇게 효선이라던가 수영이라던가.. 상관없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히는것, 이미 인간으로서 미달 아닌가.


수영이는 선생님이 조례를 하러 오신 뒤에야 자기반 교실로 돌아갔다. 아니, '쫓겨났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


내가 효선이랑 별로 친하지 않지만, 효선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히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 명희의 일당들이 노리는 것은 분명히 나랑 나래다. 지금까지 당한 애들은 그 일당들이 가는 '길' 에 피해를 입은 것이고. 효선이도 마찬가지겠지.


이거, 정말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되어가고 있는걸.


뭐 그런 이유로 오늘 수업이 잘 될리가 있겠는가. 다른곳이 아닌 바로 우리 학교에서, 게다가 우리반에서 희생자가 나왔으니. 내일부터 시험인데, 정말 걱정된다. 그래도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종례가 시작하기 직전, 수환이녀석, 오랜만에 왔네.


"희연아. 그냥 나랑 있어줄 수는 없겠니?"
"그래도 너는 싫은걸."


그래도 여전히 희연이한테 무시당하는 수환이. 그저 눈물만 난다.


뭐 주번이라서 오늘도 늦게 가야하지. 이제 집에 가려고 하는데, 희연이가 나를 기다려줬다.


"호진아. 오늘도 나래랑 같이 가는거야?"
"응."
"나도 같이 가자. 나래랑 사과하고, 친해지고 싶어."


희연이로서는 뭔가 의외인데. 일은 잘 되고 있는데, 희연이도 왜 이렇게 태도를 바꿨을까. 역시 나랑 나래의 대화를 들은게 좀 컸었나.


그런 이유로 오랜만에 희연이랑 같이 나왔다. 지금까지 나래 때문에 희연이랑은 많이 서먹서먹했었는데. 그런데 문제는 나래가 희연이의 사과를 받아줄까 하는것.


역시, 교문 앞에서는 나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오빠! 앗."


역시, 내 옆에 있는 희연이를 보자마자 나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럴 줄 알았어.


"호진오빠. 나래, 실망이야. 또 희연언니랑 노는거야?"
"나래야.. 그런게 아니라."


내가 말하자마자 희연이가 나서서 말했다.


"나래야. 지금까지 미안해. 나도 호진이랑 나래랑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희연언니, 정말이예요?"


나래는 희연이의 말을 듣고, 많이 놀란것 같아보였다. 하긴 나래는 희연이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으니까, 나도 희연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었고.


"응. 호진이랑 나래랑. 잘 어울리는걸."


그런 이유로, 나래랑 팔짱을 끼고 하교했다. 희연이도 옆에 같이 있었고.


"그래도 나래가 살짝 부럽긴 한걸."
"희연언니, 그쵸? 호진오빠는 나래꺼니까요."


이봐. 둘이 겨우 사이 좋아졌는데 이런 대사가 또 나오면 어떡하니.


"이제 내일부터 시험인데. 과연 잘 볼 수 있으려나."
"호진오빠는 내일부터야? 나래는 모레부터인데."
"하루 덜 보는게 부럽다. 하긴 중학교는 과목이 적으니까."


그리고 나래랑 방향이 달라지는 지점. 이제 헤어져야겠지.


"나래야. 그럼 잘가~"
"호진오빠, 시험 잘봐~ 나래가 응원하고 있을께."


나래는 집으로 갔다. 나래한테 명희 일당이 이쪽으로 왔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아직도 고민이 된다. 우리학교 애가 당한 것을 보면 여기도 이제 안전지대는 아닌데.


"그런데, 희연아."
"응?"
"어떻게 나래랑 사과할 생각을 하게 된거야?"
"내가 그 때 나래가 한 말을 다 들었을때.. 마음이 정말 복잡했었어. 희정이랑도 그거때문에 많이 얘기했고. 어차피 지금 호진이한테는 나래가 있으니까, 나는 호진이를 가질 수 없는걸. 그냥 나래랑 잘 되기를 빌어주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역시 진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변하는 것일까. 뭐, 일이 잘 풀리니 좋긴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호진이랑 같이 가니까. 좋은걸."
"그런가?"


그렇게 걸어가다보니, 이제 희연이랑도 헤어져야 한다. 우리 집에서 좀 더 가야 희연이의 집이 나오는 듯 하니.


"그럼, 희연아. 잘가~ 내일 시험 잘 봐."
"호진이도~"


내일 시험보는 과목이 뭐가 있나.. 살펴보자. 국어, 사회, 체육이네. 국어랑 사회. 그냥 그럭저럭 할만한 과목인데, 체육이라. 몸으로 때우는 과목인데 이런거 이론이 의외로 안습이던데. 다행히도 예체능 과목들은 자필 수행평가 반영이 별로 안된다는게 다행이다.


일단 죽어라고 봐야지. 이제 내일부터 드디어 운명의 날(?)인데.


뭐 그런 이유로 오늘은 정말 자정이 넘어서까지 공부를 죽어라고 했다. 내일 시험. 과연 잘 볼 수 있을까.


...생각만 많이 하다보니 오늘은 잠이 안왔다. 그래서 제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잠은 제대로 못잤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비몽사몽인 상태다. 더군다나 나 이번주가 주번인데.


"호진아, 좋은 아침!"


희연이가 이렇게 인사하는 걸 본것도 오랜만이네. 기운내야지. 학교에서는, 이제 시험기간이라서 책상 배치가 시험형 배치가 되어있다.


그리고 시험은 시작되었다.


역시 고등학교 시험은 여전히 어렵다. 중간고사때 시험지를 받아보고 좌절을 겪었고 시험결과를 보고 대좌절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웬지 그것이 재현될 것 같은건 왜 그런걸까.


게다가 역시 체육은 몸으로 때우던 과목을 이론으로 보려니 안습이 되는건 당연.


그렇게 어찌어찌 세과목을 보고, 오늘꺼는 일단 끝.


"호진아, 시험 잘 봤어?"
"별로.. 희연이는?"
"나도 이번 시험은.. 못본것 같아."
"안타깝네."


나래는 내일부터 시험이라서 지금은 수업중이겠지. 그런 이유로 오늘은 희연이랑 같이 가야지.


"나.. 나래가 정말 부러워. 호진이랑 어렸을때부터 친했었다고 하니."
"그런가?"
"그럼, 남은 시험도 잘 봐, 호진아."
"응~ 희연이도."


내일꺼는 영어랑 도덕이네. 그냥 무난한 과목들이니까, 잘 해야지.


그런데 명희 일당한테 나래가 혹시 당하면 어떡하나. 뭐 설마 백주대낮에 그런 폭력사건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그래도 불안해서 나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유일여중에는 가봐야지.


옳지. 역시 때맞춰서 유일여중 애들이 나오는구나. 그런데, 또다시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 나왔다.


나래랑 희정이랑 같이 나오고 있어?


"시험 끝나고 호진오빠랑 나래랑 어린이대공원에서 놀기로 했다~"
"나래언니. 부러워요."


어느새 저 둘도 저렇게 친해진건가.


"앗. 호진오빠! 나래 기다려준거야?"
"호진오빠, 안녕하세요.."
"응. 요새 뉴스 보니까 조금 많이 불안해서.. 내가 나래 데려다주려고."
"호진오빠. 고마워! 역시 나래의 백마탄 왕자님~"


그러니까 나는 백마탄 왕자님같은거 아니라니까. 게다가 그런 대사가 이렇게 희정이 앞에서 나와도 되는건가.


나래랑 희정이의 대화는 이어졌다.


"희정이는 시험끝나고 뭐할거야?"
"재열오빠도 그 때 시험 끝난다고 했으니까, 재열오빠랑 같이 놀거예요."
"재열이도 희정이가 마음에 들었나봐."


그리고 희정이는 말없이 웃고 있었다. 역시 모두들 사이가 좋아지는 것, 좋은거야.


"호진오빠, 안잊었지?"
"나래랑 같이 노는거, 잊어버릴리가 없잖아."
"헤헷."
"나래도 내일부터 시험이지?"
"응. 나래도 내일부터 시험이야."
"저도 시험이예요."


이렇게 걸어가다보니 역시 나래랑 방향이 달라지는 곳.


"그럼, 나래야. 잘가~ 나래도 시험 잘 봐!"
"응. 호진오빠도~"
"나래언니, 안녕히 가세요."


희정이랑은 방향이 같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희정이랑 같이 가게 되네.


"희정아."
"네?"
"언니랑 무슨 얘기 했어?"
"그냥.. 모두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얘기요."


역시 그런건가. 뭐, 결국 일은 잘 풀렸으니.


"그럼, 호진오빠. 안녕히 가세요."
"그래. 희정이도 시험 잘 봐."
"네."


집에 도착한 뒤에, 시험공부는 이어졌다.


그리고, 날이 또 바뀌었다.


하지만 무난해보이는 과목이라고 해도 여전히 고등학교 과목이다. 이거 뭔가 문제들이 너무 무서워.


그런데, 시험 끝나자마자 수근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11반의 수환이 걔. 이번 영어시험에 답 밀려썼대."
"독서실까지 다니면서 빡세게 공부를 했다는데.. 쯧쯧."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좋아."


뭔가 심하게 눈물난다. 먼저 제멋대로 승부를 걸었지만 그 승부에 묶여서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으니. 하지만 오히려 나보다는 잘 본것은 아니겠지.


그 다음날 시험은, 수학, 국사, 기술/가정이었다. 특히 기술/가정이 중요과목은 아니지만 좀 외워야 될 부분이 많았지.


그리고 마지막 날, 일은 일어났다.


과학시험이야 원래 꼬이는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음악시험이었다.


첫번째 문제의 답이 4. 그리고 그 다음이 계속 1234 1234 이런식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예체능 과목이 아무리 이론보다는 실기가 중요한 과목이라고 해도, 이렇게 선생님께서 문제를 대충 내시면 어떡하나.


뭔가 알쏭달쏭한게 있는데 그것도 1234 순서대로 찍으면 혹시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반장이 잠깐 배가 아파서 화장실로 간다고 했다. 화장실로 어찌어찌 갔는데, 그 때 감독선생님께서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지르신 것이었다.


"이 놈은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답을 1234로 찍냐?"


그러자, 갑자기 모두의 손이 빨라졌다. 반장은 중학생때부터 반에서 1~2등을 다투었다고 했고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1등을 했던 인물. 그런 반장이 쓴 답이 1234로 나간다고 했었으니, 답안지가 유출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OMR 카드에 테이프 붙이는 소리.. 칼로 긁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선생님, OMR 카드 바꿔주세요"


이런 말도 많이 나왔고 말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에..


"정말 이번 음악시험 답이 1234로 나갔어?"
"응."
"앗싸 가오리!!"


반의 학생들은 모두 쾌재를 질렀지만, 혹시. 너희들. 맨 처음 1번문제 답이 4라는거 빼먹은거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되면 전부 0점이라는 안습의 상황이 나오고 마는데. 이거, 정말 사상 초유로, 한 반에서 100점하고 0점밖에 안나오는 상황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까 나래랑 같이 어린이대공원으로 가야지.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려면 학교에서 나가서 얼마동안 걸어간 뒤 나오는 큰 길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마침, 교문에서 나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래야. 시험 잘 봤어?"
"응. 호진오빠는?"
"나는.. 별로. 역시 고등학교 시험은 어려워."
"호진오빠.. 그래도, 지나간 거니까. 힘내!"


나래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버스를 타기 전에, '김밥천당'에서 김밥 세줄 사야지. 역시 소풍(?)에는 김밥이 따라가는게 좋으니까. 물론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도 샀고.


이렇게 먹을 것을 사고 큰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버스는 금방 도착했고, 나랑 나래는 버스카드를 찍었다.


버스 안에서는, 라디오 방송이 들리고 있었다.


"언제나 평안하십니까? Tomorrow Perfume Radio의 리타니아입니다. 이제 장마철이 다가왔죠."


그러고보니 지금이 Tomorrow Perfume Radio 할 시간이었던가. 뭔가 타이밍이 잘 맞네. 학교 수업시간 때문에 들을 일이 없긴 하지만, 가끔 들을 기회가 생겨서 듣게 되면, 재미있긴 하다.


"호진오빠랑 어린이대공원에서 같이 노는거. 나래 많이 기대하고 있어."
"나도."
"호진오빠. 버스 도착하면, 깨워줘."


그리고 나래는 그대로 내 어깨에 기대서 잠들었다. 나래.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운걸. 나래가 가벼우니까 내 어깨에도 별로 무게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라디오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시청자 연결 시간인가보다.


"네, 청취자분 전화연결 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네. 저는 이태리에 사는 타올이라고 합니다."
"네, 이제는 외국에서도 들으시네요. 올씨. 한말씀 하세요."
"리타니아씨. 라디오 진행 똑바로 하세요."
"네?"
"다른 DJ들을 보고 배우시라니까요. 리타니아씨같이 막장 진행을 하는 DJ 없어요."
"네?"
"예를들어, 두시에 데이트를 해본다던가.."
"윤종신씨!"
'뚜-뚜-뚜-'
"네. 자기 방송 광고하지 맙시다.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지난번에 흑화 어쩌구 하는 인간도 그렇고, Tomorrow Perfume Radio에서는 도대체 왜 내가 듣기만 하면 저런 전화연결들이 들리는 것일까. 저게 방송 컨셉인 것일까. 궁금하다.


이렇게 라디오가 나가는 사이에, 버스는 어린이대공원에 도착했다.


"나래야. 도착했어."
"으음.. 벌써 도착이야?"


나래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뭔가 큰일났네. 어린이대공원에 오긴 했지만, 나는 놀이기구같은거 잘 못타는데.


- 다음회에 계속 -


15. 안명희 : 16살. 여자. 호진이랑 나래가 먼저 살았던 곳에서 수시로 나래를 괴롭혔고, 지금은 완전히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한 소녀.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다움이 안보이지만?


16. 강효선 : 17살. 여자. 호진이랑 같은반. 수영이랑 친함. 명희 일당한테 당해서 크게 다치게 된다.


네. 명희랑 재회를 한 호진이. 희연이랑은 그나마 일이 잘 풀렸지만, 문제는 명희랑 재회한 뒤로 다른 방향으로 일이 꼬여버리고 말았죠. 게다가 명희 일당한테 피해를 당한 효선이는 알고보니 수영이의 절친한 친구. 그리고 결국 나래한테 사과를 한 희연이. 그래서 나래는 덩달아서 희정이랑도 사이가 더 좋아졌고. 그런데 이 쪽 일이 잘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호진이랑 나래를 노리고 있는 명희일당. 그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도착한 호진이랑 나래 커플. 과연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이제 점점 B분기도 후반부로 가고 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이상욱'이라는 이름은 애쉬군님의 소설 '이상욱의 일기'의 주인공입니다. 거기서 중간에 상욱이랑 명희 일당이 싸우는 장면이 나오죠. http://riggedplace.tistory.com/ 여기에서 보실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