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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13 09:16

LiTaNia 조회 수:635 추천:1

extra_vars1 13-B. 한쪽의 기쁨, 하지만 다른쪽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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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오빠. 나래언니 기다리는거, 맞죠?"


유일여중 교문에서 나온 것은, 희정이였다.


"희정이구나. 안녕. 나래 기다리는거 맞아. 그런데 왜?"
"호진오빠. 나래언니랑 있으면.. 행복하세요?"


저런. 희정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걸까. 이제 내가 나래랑 있으니까 나래가 희정이를 괴롭힐 일도 없을텐데.


"응. 나래랑 같이 있으면 행복한데. 왜?"
"호진오빠는 행복하겠지만.. 한 쪽에서는 울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맞아. 생각해보니 희정이는 희연이의 동생이지.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다.


"저도 언니가 호진오빠 좋아하는건 별로 안좋게 보지만, 언니, 호진오빠 때문에 많이 슬퍼해요."


역시, 희연이랑 희정이는 자매이다보니, 희연이가 슬퍼하고 있다면, 그 모습을 희정이가 많이 보겠지.


"그런데, 희정이는 그 때 만난 재열이라는 애랑은, 어때?"
"재열오빠랑은 자주 연락하고 있어요. 시험 끝나고, 한번 더 만나기로 했어요."
"잘됐네."
"하지만.. 방 한쪽 구석에서 자주 울고 있는 언니를 보니까, 저도 슬퍼져요."


그 때, 마침 나래도 교문에서 나왔다.


"호진오빠, 나래 기다려줘서 고마워! 어, 희정이도 있네?"
"나.. 나래언니."


때마침, 교문 앞에 있던 '아담'은, 자신의 바바리코트를 열고, 하교하는 여자애들을 향해서 웃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핫"


그러나 그 때, 나는 요새 여자애들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학교 여자애들. 바바리코트를 연 아담을 보고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한마디씩 하고 갔다.


"x신. 쟤 저기서 뭐하냐."
"쟤 왜저렇게 작아?"
"할짓거리 저렇게 없냐."
"저런 물총을 갖고 여기 왜 왔대."


단 한 명만 빼놓고.


"꺄아아아아아아악!"


나래는, 아담을 보자마자,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쟤. 갑자기 왜 저런대. 뭔가 부자연스러워.


그리고 아담은 자기한테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나래를 향해서 계속 웃으면서 코트를 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핫"


그리고 나래는 더더욱 나한테 달라붙었다. 떨면서. 그런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헐리우드 액션 티가 상당히 난다. 뭔가 위화감이 심해. 떠는것도 무서워서 떠는게 아니라는 티가 확 나.


"꺄아아악!! 호진오빠.. 나래.. 저아저씨.. 무서워.."


뭐, 일단 알고도 속아주는 센스는 가져야겠지.


유일여중으로 올라가는 길은 언덕길이었다. 그래서 아담을 확 밀쳤더니, 아담은 그대로 자빠진 뒤에 언덕길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아담. 확실히 많이 다친것 같은데. 일단, 휴대폰을 꺼내서 경찰서에 연락해야지.


"여기 유일여중 교문 앞인데요. 지금 아담이 교문 올라가는 길에 쓰러져있어요."


다행히도, 경찰서에서는 지금 막 출발한다고 했다. 그리고,


"와~ 역시 호진오빠는 나래편이야~ 나래, 너무 기뻐!"


나를 끌어안으며 달라붙어버린 나래가 내 앞에 있다.


"나래야.."
"역시, 호진오빠는 나래의 백마탄 왕자님이야~"


나래 얘. 무려 부비부비까지 하네. 뭐, 나도 나래가 좋기 때문에, 지금 나래가 안기고 있는게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리고 옆에서는, 희정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희정아, 희정이도 나래가 부러워?"


이봐요. 나래양. 순수한(?) 소녀의 마음에 대못을 박지 말라구요. 그 때, 희정이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언니, 거기서 뭐해?"


어쩐지, 내가 유일여중으로 오고 있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었는데. 여태 희연이가 나를 몰래 쫓아오고 있었단 말인가. 이거, 뭔가 무섭잖아. 그렇다면, 나래가 나한테 부비부비하고 있는 모습을 희연이가 다 봤다는 얘기인데.


역시나, 희정이가 말하자마자, 전봇대 뒤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희연이가 나왔다.


"나.. 자꾸 호진이가 나를 피하는것 같아서 호진이가 뭐하나 했더니, 역시. 나래랑 같이 가려고 여기 왔었다니.."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희연이의 눈빛. 정말 무섭다. 여태 이렇게 무서운 애가 내 짝이었단 말인가.


"안되겠어. 오늘 나래랑 같이 얘기해야겠어. 나, 많이 화났어."


지금 희연이의 표정. 장난이 아니다. 만약에 거부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알 수 없는 순간이다.


게다가 나래마저 희연의 말에 맞장구치고 있으니.


"나래도, 희연언니랑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희연언니가 왜 호진오빠를 뺏아가려고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 옆에는, 아무 말도 없이 떨고 있는 희정이가 있다. 나래랑 희연이 사이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렇잖아. 장소를 옮기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장소를 어디로 옮기느냐가 문제입니다.


"아. 나래가 자주 가는 생과일주스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볼까."


나래가 자주 간다고 하는 곳이면.. 설마 '깡통모아'?


"나래야. 혹시 '깡통모아' 말하는거야?"
"응. 맞아. 거기 생과일주스가 맛있어서. 나래가 자주 들러."


그런데 문제는 그곳은 수영이가 알바하고 있는 곳인데. 수영이는 주말알바였으려나.


그런 이유로, 우리는 생과일주스집 '깡통모아'로 발길을 향했다. 어느새 경찰차는 도착해서 길바닥에 쓰러진 아담을 싣고 그대로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깡통모아'로 가는 중에도 계속 나래랑 희연이는 서로 불꽃튀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에 스파크라는 것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도대체 나는 또 왜. 하긴 나래랑 희연이랑 희정이가 다 예쁜 애들이긴 하지만, 그냥 친구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는건가.


더 이상한 것은,


"호진씨는 왜 저런 애들하고만 어울리는거야.. 나는 무시하고."


방금전에 이런 목소리가 들린것 같지만, 무시해야지.


'깡통모아'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주중인데, 수영이가 주말알바이기를 바랄 뿐이다. 천천히 살펴봤지만,


"호진오빠. 뭐해?"
"아.. 혹시 아는 사람 있나 해서."


다행히도 수영이는 없었다. 역시 수영이는 주말알바였던건가. 그런데 전에 BeForU의 LOVE SHINE이 나온데 이어서,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는 역시 BeForU의 노래인 ☆shining☆(주1)이라는 노래다.


"大事な何かがワカッタあの Sunny Day~♬"
(발음 : 다이지나나니카가와카앗타아노 서니데이, 뜻 : 소중한 무언가를 깨달았던 그 Sunny Day)


도대체 여기 노래 선곡하는 사람 누구야. 인간적으로 선곡이 너무 마이너하잖아. 물론 신나고 좋긴 하지만, 여기 들르는 사람들 중에 J-POP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게다가 J-POP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노래는 잘 못들었을 것이다. 리듬게임 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어쨌든, 일단 다들 메뉴부터 고르게 해야겠다.


"모두들 뭐 먹을래?"
"나는 키위주스."
"나래는 딸기주스 먹을래!"
"저는 바나나주스요."
"그러면 나는 토마토주스 먹어볼까."


메뉴를 고르고 난 뒤에도 나래랑 희연이의 시선에서 스파크가 튀는것은 여전하다.


"희연언니, 그냥 호진오빠 좀 포기하면 안돼요? 희연언니는 호진오빠 알게된지 얼마 안되었고, 나래는 예~엣날부터 호진오빠랑 친했었는데."
"그쪽이야말로. 호진이를 가만 놔두면 안돼? 나, 호진이가 좋단말야. 그런데 이렇게 방해를 하면, 안되잖아."
"언니들.. 무서워."


역시 둘이 이렇게 만나니, 무섭다. 얼마 안 되어서 생과일주스들이 나왔다.


"주문하신 생과일주스, 나왔습니다."


생과일주스가 나오자, 다들 빨대를 입에 물고 생과일주스를 빨아먹고 있었는데, 역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버렸다.


"그래서, 호진이는 누구를 선택할거야?"
"호진오빠. 누가 좋은거야? 희연언니야, 아니면 나래야?"


뭐 언젠가는 결국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예상을 했었지만. 그래도 막상 말을 하려니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희연아. 미안해. 나, 나래가 좋아."


지금의 나는 솔직히 나래한테 마음이 있을수밖에 없는걸. 희연이가 나를 빼앗고 싶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것 아닌가. 나한테는 나래가 있는데.


"호진이. 역시, 나를 버렸구나.. 나빴어."


내가 말하자마자, 희연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더니, 과일주스집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직 생과일주스는 많이 남았는데.


"언니!"


물론 희정이도 같이 밖으로 나갔다. 자기 언니가 저런 상황이니, 동생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겠지.


뭐 자기 맘대로 나한테 달라붙었던 희연이였긴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니 솔직히 불쌍하긴 하다.


"호진오빠. 역시. 나래의 백마탄 왕자니임~"


그리고 희연이랑 희정이 자매가 나가자마자 나한테 달라붙는 나래. 유난히 나래의 미소가 밝아보이는데, 역시 승자의 미소라는 것일까.


"나래야. 기분 좋아?"
"응! 호진오빠가 나래를 좋아해줘서, 나래는 정말정말 기뻐!"


일단 과일주스가 내 앞에 있으니, 먹을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래가 웃고 있으니, 지금 이 과일주스도 더 맛있어보인다.


"그런데 호진오빠.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응?"
"나래가 고른 딸기주스.. 맛이 별로인거 같아. 호진오빠꺼랑, 바꿔먹어도 될까? 호진오빠꺼는 맛있어보이는데."


뭐 나는 딸기주스쪽도 좋으니까, 별로 상관은 없다.


그런 이유로 바꿔먹었는데, 나래는 딸기주스가 맛없다고 했지만, 이것도 먹을만 하잖아. 왜 나래는 맛없다고 했을까.


"이 딸기주스도 맛있는데."


그런데, 왜 나래는 나를 싱글거리면서 바라보는 것일까. 그러면 나는 나래를 멀티거리면서 바라봐야 하나?(싱글플레이, 멀티플레이..)


"헤헷."


이거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생각해보니 이거..


"나래야, 이거.. 혹시?"
"헤헷. 호진오빠. 눈치챘구나. 호진오빠랑 간접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었는데."


역시 간접키스였던 것인가. 이거, 오늘 뭔가 나래한테 제대로 걸려들어간것 같은 분위기인데. 나래는 또 나를 불렀다.


"호진오빠."
"응?"
"나래.. 간접이 아닌것도 하고 싶은데, 해도 돼?"


이봐. 나래야. 나도 키스라는건 해본적이 없다고. 결국 이게 첫키스가 되는건가. 뭐, 어쩔 수 없지.


"응. 맘대로."


이렇게 말하고 일단 눈을 감아봤다. 눈을 감고 나서 가만히 있으니, 역시 입술에서 뭔가 촉촉한게 느껴져. 눈을 살짝 떠보니, 역시 나래가 나랑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이런게 첫키스라는 것일까. 기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묘하다.


얼마 지난 뒤에, 입술을 떼고, 눈을 떠 보니까, 나래도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헤헷. 진짜로 해보니까, 나래. 두근두근했어."
"나래야. 좋았어?"
"응! 나래, 정말 좋았어. 호진오빠랑 이렇게 하고있으니까."


그 뒤에도 약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생과일주스를 먹었고, 일단 우리 둘의 것은 비어 있었다. 나가버린 희연이랑 희정이의 것은 많이 남아있었지만, 결국은 4인분을 다 내가 계산해야 되는 상황. 그런 이유로 오늘의 지출은 조금 심했다.


아무튼 돈 내고 나래랑 함께 나갔다.


"호진오빠."
"응?"
"나래는.. 호진오빠만 믿고 있어. 누구한테도 가지 않을거야. 호진오빠 곁에는 나래가 있고, 나래 곁에도 호진오빠가 있으니까."


그리고 어느샌가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는 나래. 어렸을때는 팔짱까지 꼈던 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역시 나래도 많이 컸다는 것일까.


"걱정마. 나도 나래를 항상 지켜줄테니까."
"에헤헷."


그런 이유로, 오늘도 역시 서로의 길이 달라지는 곳에서 헤어졌다.


"호진오빠. 내일도 나래 데리러 와줄거지?"
"물론이지!"


나래랑 헤어지고 집에 돌아왔지만, 내일 학교에서가 많이 걱정된다. 결국 울면서 나가버린 희연이. 그런데 나는 희연이랑 지금 짝이란 말이다. 내일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TV나 좀 볼까. 그런데 마침 TV에는 뉴스가 나오고 있네.


"최근, 불법 총기 개조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BB탄총의 스프링을 개조해서 맥주병까지 깨뜨릴 정도로.."


저런. BB탄총 개조라니. 이런게 뉴스에 떠버리니 서바이벌게임 좋아하는 사람들 타격입겠구나. 에이, 시험공부나 해야겠다.


시험공부를 하다보니 또다시 오늘 하루는 갔다.


날은 또다시 바뀌고, 오늘도 일어나서 대충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역시, 오늘은 희연이가 없었다. 어제 '깡통모아'에서 나래가 좋다고 말했던게 희연이한테는 커다란 충격이었으려나.


문제는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희연이가 내 옆자리에서 계속 울고만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도착한 뒤에,


"호진이, 나빠! 호진이는.. 여자 마음을 몰라주는 나쁜애야.. 으에엥.."


이렇게 희연이가 우는 이유가 나때문이라는것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반에서 이 이유를 알고 있는 애가 있을리가 없고, 심지어 현석이마저도.


"호진이, 결국 일 저질렀군. 여자를 울리다니."
"시끄러."


생각해보면 희연이가 내 생각을 무시하고 나한테 계속 달라붙어놓고나서 지금은 이렇게 울고있으니.. 참 난감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것입니까. 누가 좀 설명해주세요.


"희연아.. 미안."
"됐어! 내 마음도 몰라주는 호진이. 나빠!! 으아앙.."


그런 이유로 오늘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었다. 짝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희연이를 달래줘야 하지만, 내가 달래주려고 하면 오히려 더 토라져버리는 희연이였다.


게다가 희연이는 전학온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우리학교에서 친한 애가 없다. 희연이가 특별히 낯을 가릴 애로 보이지는 않는데, 도대체 왜 여기로 전학오고나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인가. 이유라도 있는것일까.


뭐 그런 이유로 오늘 점심시간은 학교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희연이랑 밥을 먹을 상황이 아니다보니까.


역시 우리학교 급식은 좀 많이 아니다. 그새 내 입맛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밥을 먹고 있는데, 학교 점심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노래는 '넬'의 '백색왜성'이었다.


어젠 울며 잠이 들었어 빨간 눈물 흘리며 (그렇게) 평소처럼 잠이 들었는데
오늘 눈을 떠보니 내가 부서져 있었어 (더 이상) 내 눈물엔 네가 없어


초록비가 내리고 파란 달이 빛나던 온통 보라빛으로 물든 나의 시간에 입을 맞추던 그 곳


여긴 아주 많이 조용해 심장 소린 들리지 않고 (서로의) 안엔 서로가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아마 눈물도 투명한 색인가봐 (그안엔) 아무도 없으니까


모두 망쳐버렸어 모두 사라져버렸어 더 이상은 눈부시게 빛날 수가 없어
난 잘못돼 버렸다고 부서져 버렸다고 다신 나의 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잘못돼 버렸어 부서져 버렸어 돌아가고 싶어 초록비가 내리는 그 곳
잘못돼 버렸어 부서져 버렸어 돌아가고 싶어 파란달이 빛나는 그 곳


지금 이 노래는 내가 평소에 자주 들었었던 노래인데, 분명히 이 노래를 신청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나같이 익명으로 신청한것도 아닌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지금의 희연이가 생각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정말 희연이가 지금 이 노래같이 어제 눈물을 흘리면서 울며 잠이 들었던 것이었을까.


에이. 아닐거야. 아니길 바라자.


밥을 다 먹은 뒤 교실로 돌아가보니까, 여전히 희연이는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었고, 어느샌가 우리반 교실에 찾아온 수환이놈이 희연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러니까 울지만 말고 나랑 있어달라니까."
"넌 제발 빠져줘!!"


수환군. 자네가 하는 것은 지금 불난집에 선풍기를 트는거나 다름없다구.


오늘 하루종일 진정이 안되는 희연이때문에 오후 수업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오늘 수업은 끝나버렸다.


다행히도 오늘은 희연이가 청소당번이라서 희연이는 조금 늦게 나온다. 먼저 집에 가야지. 오늘도 나래랑 같이 집에 가볼까. 그런데. 우리학교 교문에 희정이는 왜 있는거야.


"호진오빠. 오늘도 나래언니한테 가는거, 맞죠?"
"응. 맞아. 그런데 왜?"
"언니.. 어제 집에서 하루종일 울었었어요. 호진오빠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충격이 심했었나봐요."


가만. 그렇다는 얘기는, 그 때 희연이가 있는 앞에서 나래가 좋다고 말해버린것 때문에, 희연이가 그 뒤로 계속 울었던건가. 게다가 오늘 학교에서마저도.


"어쩐지.. 오늘 학교에서도 희연이가 많이 울었던데."
"호진오빠.. 언니가 호진오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픈것도 알지만, 호진오빠 마음은 이미 나래언니한테 가버려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나는 희정이한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희연이가 제멋대로 나한테 붙었다고 해도. 희연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나의 책임도 크니까.


희연아.. 그리고 희정아.. 미안. 하지만 나는 나래를 선택할수밖에 없는걸.


어쨌든, 오늘도 유일여중으로 가야지. 예상대로, 나래는 이미 교문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가 수업시간 차이로 고등학교보다 조금 일찍 끝나니까.


"나래야,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나래도 방금 나왔어."


하지만 수업시간 차이 때문에 기다렸을수밖에 없는데. 하긴 나래가 우리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희연이라도 만나면 또다시 곤란한 상황이 되니까.


"그런데.. 나래야."
"응?"
"어제 내가 한 말 때문에, 희연이가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었나봐. 오늘 학교에서 하루종일 울어서 달래주느라 많이 힘들었어. 그리고 교문에서 희정이도 희연이를 기다리고 있었어. 희정이 말로는, 희연이가 어제부터 계속 울었다는데.."
"역시.. 희정이. 친해지려고 했더니.. 안되겠어."


저런. 그러면 오히려 더 일이 커지는데.


"나래야. 참아. 희정이는 잘못 없어."
"미안.. 나래가, 그 언니 얘기가 나와서.. 다시 이전 생각이 나서."
"난 나래 곁에 있어줄거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헤헷. 정말이지? 정말 나래 곁에 계속 있어줄거지?"
"당연하지."


휴. 나래랑 희정이가 어찌어찌 친해지긴 했는데,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면 희정이한테도, 그리고 희연이한테도 안좋지.


그렇게 오늘도 나래랑 함께 하교했다. 나래도 역시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린다. 나래의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나래네 집하고 방향이 달라지는 부분까지 왔다. 이제 또다시 헤어질 시간.


"잘가, 나래야~"
"호진오빠. 시험 끝나고 나래랑 같이 노는거지?"
"응!"


그리고 집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교과서를 보고 참고서를 봐도 공부가 정말 안된다.


정말 수능 고득점자의 말인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해서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았어요'가 맞는 말일까.


하긴. 솔직하게 학원이나 고액과외 때문이라고 말하면 아마 사회적인 파장이 크겠지.


가만.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생각을 왜 하고 있는거지. 일단 당장 급한건 이번 기말고사인데.


에이. 요새 인터넷에도 별로 볼만한 내용이 없고. 그냥 공부나 하라는걸까.


그리고 또다시 날은 지났다. 역시 문 밖에 희연이는 없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문 밖에서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던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이런것도 일종의 조건반사인 것일까.


학교에 도착해보니, 역시 희연이가 먼저 와 있었다. 오늘은 울지는 않았지만, 그냥 아무말도 없었다. 아직도 충격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오전수업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떡하란 말입니까. 집에서 다시 봐도 뭐가뭔지 모르겠고. 역시 고등학교 과목들은 나한테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것일까.


오늘은 구내식당으로 가지 말고, 그냥 빵이나 사먹어야지.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매점으로 향하는 줄도 이렇게 긴 것일까. 뭐, 결국 다행히도 그믐달빵 하나 골라잡긴 했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당황스러운 선곡은 없었다.


오늘도 여전히 오후수업은 이어지고, 수업은 끝나고, 종례시간 직전이었다. 현석이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호진아. 나도 제발 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이어이. 너는 그냥 민서랑 놀라니까."
"같은 남자끼리?"
"...그러면 너는 남자놈한테 그런 연기를 시켰냐."
"미안. 그런데 나도 민서가 그렇게 연기를 생생하게 할 줄 몰랐어."


현석이가 말한 뒤에 바로 담임선생님이 오시고, 현석이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종례가 이어지고, 희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도 유일여중쪽으로 가야지. 다행히 오늘은 교문에 희정이는 없었다. 유일여중으로 도착해보니 오늘도 기다리고 있었던 나래.


"호진오빠. 언제나 나래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나래야.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나래는 호진오빠가 좋을 뿐이니까."


뭐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나래랑 같이 팔짱을 끼면서 하교했다. 뭐 이미 이쪽에도 익숙해져버린 상태라고 해야 하나. 팔짱을 낀지 얼마 안되서, 나래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호진오빠."
"나래야, 왜?"
"오늘.. 호진오빠네 집으로 놀러가고 싶은데, 괜찮아?"


- 다음회에 계속 -


주1. ☆shining☆ : 드럼매니아 10th에 나오는 곡. 먼저번에 주에서 설명했던 BeForU의 노래로, 이들의 노래답게 이 노래도 많이 신난다.


네. 결국 호진이는 이쪽 분기에서는 나래가 좋다고 희연이 앞에서까지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울며 뛰쳐나간 희연이.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나래는 호진이랑 키스까지 해버리죠. 뭔가 제대로 일을 저질러버린 호진이랑 나래. 결국 그 다음날에 희연이 하루종일 울어버렸습니다. 역시 분기가 분기이다보니까 이쪽에서는 희연양이 안습이 되고 있는 시점. 그리고 호진이네 집으로 또다시 가게 되는 나래. 과연 호진이네 집에서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