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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20 04:31

LiTaNia 조회 수:496 추천:1

extra_vars1 23-C. 하지만 내 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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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C회에서 이어집니다. 앞부분은 22-C회랑 조금 중복됩니다 -


"여보세요."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전화기 속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 아빤데. 호진이 요새 건강하게 잘 지내냐."


아까 분명히 조공명 놈이 말하기를, 내가 부모님이 해외출장을 갔다고 알고 있었던 것은 자기가 최면으로 속였다고 하고, 실제로는 부모님은 이미 누군가가 죽였으며, 그 부모님을 죽인 장본인이 바로 조공명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수영이였다고 했지. 그런데 이 전화는 뭐지.


혹시나 해서 휴대폰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니, 분명히 국제전화로 온듯한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렇다면, 저 조공명 녀석이 방금 전 한 말들은.. 역시, 사람의 말이라는 것은 쉽게 믿으면 안돼. 게다가 그 상대방이 조공명같은 녀석이면 더더욱.


"여보세요. 호진아?"


전화기에는 아버지께서 계속 말씀하고 계셨다. 일단 통화는 끝내야지.


"네. 저 잘 지내고 있어요."
"이번 여름방학 중에 한번 엄마랑 가마. 돈 쓸데없는 데에 너무 많이 쓰지는 않았지?"


사실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에 같이 간 것 때문에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어차피 그 뒤에 돈을 쓸데없는데에 쓰지 않고 아껴쓰기만 하면 충분히 메꿀 수 있으니. 문제는 차에 치인것 때문에 이거 회복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네. 별로 안 썼어요."
"그래. 그럼 나중에 집에서 보자. 집에 갈 때 다시한번 연락하마."
"네, 안녕히 계세요."


통화가 끝나고 나자, 조공명 저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자신이 여태 주저리주저리 했던 말이 한번에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버리니, 하긴 나도 이런 타이밍에서 아버지께서 나한테 전화를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 운이 좋았어.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 정말로 저놈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오다니.."
"너가 각본을 어떤식으로 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 돌아가는 것들이 각본대로만 되지는 않아."


방금 전에 조공명이 나보고 수영이를 죽이라고 던져준 피얼룩이 묻은 칼. 도대체 이 피를 어떻게 묻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공명 네놈이 나한테 칼을 던져준 것은 큰 실수였다구.


내가 칼을 줍자, 조공명녀석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원래부터 기분이 나쁜 녀석이었지만, 저러니까 더더욱 기분나빠.


"뭐, 오히려 잘됐어, 이호진 네놈,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은 없었으니까."
"조공명, 넌 정말 큰 실수를 했어. 한국사람들의 약점 중 하나가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감정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 '감정'이라는 것을 잘못 건드리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나도 몰라."


정말 어른도 어른 나름이지, 저런게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같은건 되지 않을것이다.


"훗. 과연 그럴까. 이호진 네놈한테 끝을 맡겨놓으려고 했는데, 안되겠군. 역시 내가 만든 인형극은 내가 마무리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 이 건물의 벽이라던가, 집기라던가 이런 것들이 다 젖어있는 것. 네놈이 여태 눈치채지 못한 게 다행이군. 덕분에 끝은 깔끔하게 낼 수 있겠어."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벽들이 다 젖어있다. 게다가, 뭔가 이상한 냄새까지 나고 있어. 그리고 구석을 보니까 기름통같은 것들이 보이네. 설마..


"너.. 설마."
"그렇다. 어차피 이 모든 게 드러난 이상, 허튼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네 자신이 스스로 알아야 할텐데."
"이.. 비열한 놈."


나는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하지만 수영이만은 이 조공명 놈의 마수에서 구해야 한다.


"깨달아봐야 늦었어. 이 세상의 금고들은, 금고의 자물쇠가 혹시라도 풀려버리지 않을까 해서 2중 3중으로 안에 막혀있지. 그리고 네놈은 그 중 하나만 뚫었지만, 다른 자물쇠가 남아있는 한, 아직 내 각본 속에서 놀고 있는 것.. 앗?"
"너.. 말 조심해."


조공명녀석이 말을 하고 있을때, 나는 조공명 녀석의 목을 조르고 칼을 겨눴다. 액션영화 같은 곳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실제로 하려니 뭔가 쉽지가 않은데. 역시 액션배우라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특히 이녀석이 키가 커서 더 힘들어.


"수영이한테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몹쓸 짓을 해서 애를 망쳐놓고.. 심지어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해서 내 손으로 수영이를 죽이게 하려 했던 비열한 놈. 수영이를 풀어주고 더 이상 수영이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그나마 마지막으로 용서를 해 줄지도 몰라."
"글쎄. 과연 그럴까?"


조공명은 자신의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더니, 그 라이터로 옷에 불을 질렀다. 불은 무섭게 조공명의 옷을 태워서 나도 얼른 조공명을 놔줄수밖에 없었다.


"너.."
"마지막까지 죽음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인생이여. 뭐 덕분에 저 세상까지 가는 길은 외롭지 않게 되었군. 네놈이랑.. 크레센티아도, 곧 따라오게 될테니까."


조공명이 자신의 옷을 태우면서, 몸까지 타들어가고, 곧 이 폐쇄된 사무실 이곳저곳에 뿌려져있는 석유에 옮겨붙게되면 정말 큰일나버린다. 어서 이곳을 나가야 해.


다행히도 이 사무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복도에서 옆에 있는 방에 가니, 수영이가 묶여있었다. 어서 수영이를 구해서 같이 나가야 해.


"호진아.. 와줬구나. 조공명.. 어떻게 됐어?"


아까전의 그 피얼룩이 묻은 칼로 수영이가 묶여있는 곳을 끊었다. 이 밧줄, 도대체 왜 이렇게 질긴거야.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더 안 잘라진다.


겨우 밧줄을 끊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나가는게 문제네. 불길이 이미 이쪽까지 번져있어.


"조공명.. 지금 자기 몸에다가 불질러서 타 죽었는데, 여기에 석유를 잔뜩 뿌려놔서 빨리 못나가면 타서 죽어버려. 어서 나가야 해."


일단 수영이의 손을 잡고 나왔는데, 이 건물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까 조공명 녀석의 오피러스에 치인것 때문에 온몸이 아파서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게다가 난생 처음 온 건물이다보니 출구가 어디있는지 알아야 말이지.


그 때, 반대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보인 것은..


"호진아!"
"호진이랑 수영이가 밖에서 보였던것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 여기에 있을 줄이야."


오늘 집에 쪽지 한장을 남기고 학교에는 오지 않았던 희연이다. 게다가 같이 온 사람은.. 혜림이?


"희연아.. 여긴 웬일이야? 그리고.. 혜림이도?"
"지나가다가, 밖에서 호진이가 당하고 있는것 같은게 보여서.. 호진이 도와주려고 들어온거야."
"난 수영이가 잡혀있는 것을 보고 온건데, 이렇게 희연이라는 애랑 만날 줄은 몰랐어."
"지금 이 건물.. 조공명이 불을 질러놔서, 어서 나가야 해. 안그러면 모두 타죽어.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어?"
"저~쪽 복도 끝에 이미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왔어."
"그 문, 내가 열었는데, 희연이한테 본의아니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하지만 문제는 혜림이가 열었다는 그 문까지는 여기서 꽤 떨어져 있는걸. 그래도 문이 열려있다니 다행이다.


"혹시.. 조공명이 길 막고 있는거 아냐?"
"아냐. 조공명은 자기 몸을 태우고 자기가 심지가 되어서 이 건물을 태운거야. 우리를 같이 죽이려고 했어."


저 문까지 나가면 우리 모두 살아남는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 아까전에 조공명녀석의 오피러스에 치인것 때문에 아직도 온몸이 아파. 수영이한테도 미안하고, 도와주러 온 희연이랑 혜림이한테도 미안하다.


"일단 119는 불러놨으니까, 호진이도 어서 힘내."
"고마워, 희연아. 그런데, 오늘 왜 학교에 안왔던거야?"
"나중에 얘기해줄께.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것같아."


하지만 이미 이 건물에 심하게 번져있는 불, 그리고 가득찬 연기 때문에 이미 숨을 쉬기가 힘들다. 몸을 움직이기는 더더욱 힘들고.


나.. 정말 이대로 죽는걸까? 희연이가 119는 불러놨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영이는 구했으니까 됐는데..


모두에게.. 미안해. 지금.. 아무런.. 생각..도..나..지..않..아......아......무......것......도......안......보......여......


그 뒤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여기서 죽게 되는 것일까. 저승사자한테 이끌려서 사후세계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일까? 분명히 염라대왕은 나를 천국으로 보내지 않고 지옥으로 보내겠지. 착한 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한 게 없고 오히려 모두에게 상처만 준 나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사후세계는 아닌것 같고, 병원 응급실인것 같다. 그리고, 내 옆에는 수영이, 희연이, 혜림이 세명 다 누워있었다. 역시 다들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신 것이었을까.


특히 희연이랑 혜림이는 끼어들지 않아도 될 이 일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되었으니. TV에는 마침 뉴스가 나오고 있다.


"TYN 뉴스입니다. 서울 성북구 유일동의 한 철거예정인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빠른 화재신고로 화재를 빠르게 진압했습니다. 이 사고로 신원 미상의 20대 남성 한명이 사망했고,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모군 외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른 건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아서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잿더미로 발견된 석유통을 통하여 이 사건을 방화로 추정하여 수사에 들어갔으며.."


신원 미상의 20대 남성이면, 말하지 않아도 조공명이겠지 아마. 나랑 수영이를 저승길 동무로 삼아서 같이 죽이려고 했던 조공명. 하지만 결국 혼자 죽어버렸지.


"호진이도.. 이제 깨어난거야?"


옆에서 수영이가 부른다. 역시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났던 것일까.


"응. 눈 떠보니까 여기네.. 모두들.. 나 때문에, 미안해. 수영이를..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했고, 희연이랑 혜림이는.. 괜히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일에 끼어들어서 이렇게 됐고.."
"아니야. 호진이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기도 싫어."
"호진이랑 수영이를 위해서 물러나줬는데, 둘이 잘 안되면.. 괜히 나만 억울해지잖아."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수영이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많이 미안해서."


그래도.. 모두들 고마워, 나같은 보잘것 없는 녀석을 도와주고, 덕분에 나랑 수영이 둘 다 어찌어찌 살아남았으니. 하마터면 조공명 때문에 정말 모두들 죽어버렸을지도 몰랐지.


앞으로도 조공명같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그리고 수영이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도, 살아남아줘서.. 고마워, 호진아."
"뭘.. 수영이야말로,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야."


수영이, 희연이, 혜림이는 단순히 연기에 질식되었던 상태라서 얼마 안 지나서 일찍 퇴원했고, 나는 조공명의 차에 치인 것 때문에 2주는 더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뒤로 병원에 계속 입원해있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따분하고 재미없을수밖에 없었다. 내 곁에 수영이가 학교 끝나자마자 계속 와줬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현석이녀석이 병문안을 와 줬네.


"호진아. 괜찮냐?"
"현석이구나. 처음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현석이구나, 안녕."
"학교에 안와서 많이 걱정했는데, 나아졌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학교에서 호진이 소문 크게 났더라."
"무슨 소문이 난거냐."
"하렘마스터라고."
"뭐?!"


내가 잘못 들었으리라고 믿고 있다. 다른것도 아니고 하렘마스터라니. 이건 뭔가 심한 얘기 아니냐. 나한테는 수영이밖에 없다구.


"호진이가 학교에서 숱하게 여자를 끌어들이는것도 모자라서 그 여자애들하고 병원에까지 같이 동반입원을 해서 하렘을 만들어서 하렘마스터라나 어쨌다나. 솔직히 부럽긴 하다."
"오해도 이 정도면 뭔가 심하지 않냐. 나도 정말 왜 내가 그렇게 불리는지 모르겠다구."
"휴. 그러니까 호진이 너가 둔하다는 소리를 듣는거다. 누가 봐도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게 보인다구."
"그러니까 도대체 왜냐니까."


정말 난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니까. 희연이랑 혜림이는 단지 나를 도와주다가 같이 입원했었던 것이었고.


"그건 그렇고, 요새 새로 나온 게임이나 애니같은건 없냐."
"새로 나온 애니라. '귀뚜라미 울적에 해답편'이 웬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재미있다는 말만 믿고 또 낚이는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호진이 너가 보기에도 재미있을것 같아."


현석이가 재미있다는 게임이나 애니에 낚인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괜히 현석이 너가 덕후소리 듣는게 아니라고. 너는 뭔가 취향이 너무 엇나갔어. 하긴 그러니까 민서한테 그 짓거리까지 시키지. 아니. 그거는 오히려 민서쪽이 비정상이라서 그런건가.


민애선배 또한 병문안을 와 줬다.


"호진군. 괜찮아?"
"민애선배.. 오셨네요. 처음보다는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나도 호진군이 다쳤다는 얘기 들었을때.. 많이 걱정했어."
"고마워요, 민애선배."
"후훗. 호진군이 없으니까 점심방송 하는 기분이 안나더라."
"그랬어요?"
"앞으로도 노래 많이 신청해줄꺼지? 호진이랑 수영이랑, 둘이 잘 어울리네."
"고마워요, 민애선배!"


생각해보면 민애선배도 지금까지 내가 신청하는 곡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신청하는 곡들이 다른 사람들이 신청하는 흔해빠진 곡들하고는 많이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게 민애선배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민애선배. 여쭤볼 게 있어요."
"어떤건데, 호진군?"
"월요일날 나간 노래 중에.. You spin me round 이거 왜 틀어주신거예요. 이거 심각하게 난감한 노래인데.."
"그런 노래였어? 나 그 노래 몰랐는데 그냥 복고풍 유로댄스라서 괜찮았는데.."
"이게 인터넷에서 어떤 낚시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오는 배경음악이라서 다들 낄낄거렸던데.. 아마 오늘 이거 파장이 좀 컸을거예요."
"그런 노래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민애선배가 나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 두명도 병문안을 왔다. 유아름과 조민서. 이미 이 둘도 한쌍의 커플이 되어버렸군. 남자랑 여자역할이 서로 바뀐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신경쓰면 지는거다. 둘 다 뭔가 심하게 엇나간


"호진아, 아직도 많이 아픈거야? 호진이 없는동안 정말 재미없었는데."
"호진씨. 오랜만이예요. 호진씨 입원해있다고 하기에 많이 걱정했어요."
"병문안을 와준건 고마운데, 도대체 왜 조공명이라는 막장하고 어울리는거냐. 그 조공명, 나한테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서 하마터면 내가 수영이를 죽여버릴뻔 했어. 게다가 안되니까 나랑 수영이까지 죽일 생각으로 건물 전체를 태워버렸고."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유아름. 평소보다 더 기분나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미안. 장난치고는 좀 심했나?"
"이봐. 장난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도 조공명오빠하고 오랫동안 같이 놀았는데, 그 오빠가 자꾸 어린애들만 좋아하다보니까 그 오빠랑 노는게 점점 재미가 없어. 효선이를 통해서 호진이를 알게 되고나서, 웬지 이 애는 파보면 재미있을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고, 몰래 호진이를 따라다니면서 호진이 뒷조사를 좀 했지."
"뭐..?"


유아름 얘가 원래 무서운 애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에 대한 뒷조사를 했었다니.


"그러면.. 나래라던가.. 하마라던가.. 다 알고 있었던거야?"
"응. 나래가 그 호진이 소꿉친구라는 애고, 하마가 그 음악방송 중에 만났다는 애, 맞지? 그래서 이것을 써먹을데가 어디 없나 했는데, 회지같은걸 내도 재미없을 것 같고, 마침 이번 파라모임 때 크레센티아가 수영이라는 것으로 밝혀져서, 호진이랑 수영이한테는 미안하긴 했지만, 그냥 재미없어진 조공명 오빠를 한번 매장시켜보려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반전극'을 만들어봤어. 알고보니 호진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거짓이었다는 그런 내용의."
"그렇다면.. 조공명이 그 인형극 어쩌구 했던게.. 설마."
"맞아. 설마 그 오빠가 정말로 그걸 실행에 옮길줄은 나도 몰랐어. 뭐 덕분에 알아서 죽어줬지만 말야."
"이봐, 그인간 무려 나한테 GPS 추적장치까지 붙여버렸다고. 그런 위험한 인간한테 그짓거리를 해? 그리고, 도대체 그 조공명 블로그가 초기화되었던건 뭐야? 조공명 자기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는데."
"아, 그거?"


유아름. 뭔가 말하는게 점점 기분나빠져. 게다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듯한 저 표정,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조공명 오빠가 한때 '딸놀이'라는거 했을때, 몇몇 '딸'로 지정된 여자애들한테 자기 비밀번호를 알려줬어. 그래서 조공명 오빠가 출장간다거나 할때 대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도록."
"도대체 어떤 내용의 포스팅인거야."
"모에한 내용들이라던가, 동인지라던가.."


옆에서 듣고 있었던 수영이가 물어봤다.


"호진아, '모에'라는건.. 뭐야?"
"지금은 얘기할만한게 아니라, 나중에 얘기해줄께."


그리고 아름이는 계속 말했다.


"그런데 그 오빠가 나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준 게 큰 실수였다랄까. 마침 이번 파라모임 때문에 조공명 오빠한테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고 해서, 악플도 많겠다, 그냥 블로그 초기화 버튼을 눌러버렸어. 조공명 오빠는 죽어가면서도 아마 내가 초기화시켰다는건 생각 못하고 해킹이니 뭐니 했었겠지?"


어쩌면 조공명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아름이가 더 막장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도대체 이렇게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한 짓들을 왜 한거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네."


얘. 아무래도 그냥 놔두면 절대 안될 애다.


"이봐. 조민서. 얘 데리고 어서 나가. 사라져. 둘 다 나한테, 그리고 수영이한테 죽어도 절대로 나타나지 마. 얘가 아무리 맘에 안든다고 해도 설마 조공명보다 더한 막장이었을 줄 누가 알았어."
"네.. 호진씨."


민서는 자기가 남자라고 아름이를 밖으로 끌고 나가긴 했지만, 얼마 안 지나서 밖에서 민서의 비명이 들리네. 평소에 민서가 그렇게 아름이한테 잡혀 살았다는걸까.


뭐, 어쨌든 조공명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호진아, 저 애.. 정말 많이 안 좋은 애같아."
"응. 맞아. 어떻게 저런 애랑 같은 학교가 되었는지 모르겠어."


수영이야 전부터 아름이를 안 좋게 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심각한 일을 한낯 장난처럼 생각했던 아름이였으니, 수영이에게 있어서, 아니, 나한테 있어도 저 아름이라는 애의 이미지는, 이미 회복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뒤로, 다행히도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얼마 안되어서 나도 퇴원하게 되었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나니 학교는 벌써 방학이 되었다. 하지만 방학이면 뭐하나. 보충수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어쩔 수 없이 계속 학교에 가야 하나.


만약에 조공명의, 아니, 아름이의 거짓 인형극이 사실이었다면 정말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도대체 부모님을 죽인 게 알고보니 협박당하고 있는 수영이였다던가, 최면에 걸려서 인형극의 주인공이 된 나랑 희연이라던가..


정말 조공명의 말대로 이 세상은 '몇 안되는 엘리트'가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을 지배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인건가. 조공명이든 아름이든, 그런 계획을 짤 머리로 다른 것을 했다면 나랑 수영이가 이런 일에 휘말려버리지 않았겠지.


그리고 희연이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때 나한테 많이 집착하긴 했지만 지금은 나랑 수영이가 잘 되기를 가장 먼저 바라고, 또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 희연이가 아니었으면, 나랑 수영이 둘 중 하나는, 아니, 어쩌면 둘 다 이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르지.


퇴원하고 나서, 수영이랑 함께 집으로 향했다.


"호진아, 그래도.. 호진이가 있어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 남자들이 다 짐승만은 아니라는 걸 호진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하나."
"응.. 나도. 수영이랑 친해지기를.. 정말 잘 한것 같아."
"호진이가 입원해있는 동안.. 나도 요리를 좀 더 배워서 이번엔 호진이를 실망시키지 않을걸 만들어봤는데, 나중에 우리집에 놀러올 때 줄까?"


전의 복분자잼은 먹고나서 상당히 좌절했다지만, 이번에는 한번 기대해볼까.


"응. 웬지 기대돼."
"고마워, 호진아. 이번엔 한번 자신감을 갖고, 만들어 볼께."


조공명 이후로 사람들을, 특히 남자들을 믿지 못하게 된 수영이. 하지만 다행히도 수영이는 나를 믿어줬고, 나랑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수영이는 나를 단순한 친구가 아닌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줬고, 나한테 커플링까지 선물해줬다.


물론 나도 그것을 받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수영이한테 뭔가를 줘야할 차례가 되었다. 수영이라는 애, 나한테도 단순한 친구 이상이므로.


"수영아."
"응?"
"나, 앞으로도 수영이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수영이를 지켜줄께. 그리고, 수영이랑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께."


내가 말을 하자마자, 수영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런 수영이의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


"고마워, 호진아. 나도 호진이가 그렇게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어. 나도 호진이가 좋으니까."
"정말?"
"응."


우리가 이렇게 서로 잡은 손, 영원히 놓지 않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도. 우리는 계속 함께인 것이다.


수영아, 정말 사랑해. 수영이한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수영이를 계속 지켜줄거야. 앞으로도 나랑 수영이, 떨어지지 않을거지?


- 다음회에 계속 -


네. 노멀 에필로그와는 달리 희연이랑 혜림이가 호진이랑 수영이 커플을 도와준 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호진이랑 수영이가 잘 되었죠.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것을 꾸민 게 아름이였다는 걸 알게된 호진이. 아마 '막장'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온몸으로 느꼈을 겁니다. 그래도 이제 더이상 조공명도 이 세상에 없고, 호진이도 수영이랑 고백함으로서, 이제 둘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 남았다고 해야 할까요.


과연 수영이의 요리는 변화를 할 수 있을지.


이제 다음회는 대망의 C분기 트루 에필로그이자 본편의 마지막입니다! 다음회 연재와 함께 등장인물 전체 인기투표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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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27 1044
192 [悲哀] 서큐버스 上 Mina 2007.12.26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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