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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18 09:38

LiTaNia 조회 수:443 추천:1

extra_vars1 22-C. Here, I Stand For You (노멀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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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전화를 받고 나서, 나는 전화기 속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 아빤데. 호진이 요새 건강하게 잘 지내냐."


아까 분명히 조공명 놈이 말하기를, 내가 부모님이 해외출장을 갔다고 알고 있었던 것은 자기가 최면으로 속였다고 하고, 실제로는 부모님은 이미 누군가가 죽였으며, 그 부모님을 죽인 장본인이 바로 조공명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수영이였다고 했지. 그런데 이 전화는 뭐지.


혹시나 해서 휴대폰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니, 분명히 국제전화로 온듯한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렇다면, 저 조공명 녀석이 방금 전 한 말들은.. 역시, 사람의 말이라는 것은 쉽게 믿으면 안돼. 게다가 그 상대방이 조공명같은 녀석이면 더더욱.


"여보세요. 호진아?"


전화기에는 아버지께서 계속 말씀하고 계셨다. 일단 통화는 끝내야지.


"네. 저 잘 지내고 있어요."
"이번 여름방학 중에 한번 엄마랑 가마. 돈 쓸데없는 데에 너무 많이 쓰지는 않았지?"


사실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에 같이 간 것 때문에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어차피 그 뒤에 돈을 쓸데없는데에 쓰지 않고 아껴쓰기만 하면 충분히 메꿀 수 있으니. 문제는 차에 치인것 때문에 이거 회복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네. 별로 안 썼어요."
"그래. 그럼 나중에 집에서 보자. 집에 갈 때 다시한번 연락하마."
"네, 안녕히 계세요."


통화가 끝나고 나자, 조공명 저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이 한눈에 보였다. 자신이 여태 주저리주저리 했던 말이 한번에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버리니, 하긴 나도 이런 타이밍에서 아버지께서 나한테 전화를 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지. 운이 좋았어.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 정말로 저놈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오다니.."
"너가 각본을 어떤식으로 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상 돌아가는 것들이 각본대로만 되지는 않아."


방금 전에 조공명이 나보고 수영이를 죽이라고 던져준 피얼룩이 묻은 칼. 도대체 이 피를 어떻게 묻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공명 네놈이 나한테 칼을 던져준 것은 큰 실수였다구.


내가 칼을 줍자, 조공명녀석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원래부터 기분이 나쁜 녀석이었지만, 저러니까 더더욱 기분나빠.


"뭐, 오히려 잘됐어, 이호진 네놈, 처음부터 살려둘 생각은 없었으니까."
"조공명, 넌 정말 큰 실수를 했어. 한국사람들의 약점 중 하나가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감정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 '감정'이라는 것을 잘못 건드리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나도 몰라."


정말 어른도 어른 나름이지, 저런게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같은건 되지 않을것이다.


"훗. 과연 그럴까. 이호진 네놈한테 끝을 맡겨놓으려고 했는데, 안되겠군. 역시 내가 만든 인형극은 내가 마무리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 이 건물의 벽이라던가, 집기라던가 이런 것들이 다 젖어있는 것. 네놈이 여태 눈치채지 못한 게 다행이군. 덕분에 끝은 깔끔하게 낼 수 있겠어."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벽들이 다 젖어있다. 게다가, 뭔가 이상한 냄새까지 나고 있어. 그리고 구석을 보니까 기름통같은 것들이 보이네. 설마..


"너.. 설마."
"그렇다. 어차피 이 모든 게 드러난 이상, 허튼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네 자신이 스스로 알아야 할텐데."
"이.. 비열한 놈."


나는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 하지만 수영이만은 이 조공명 놈의 마수에서 구해야 한다.


"깨달아봐야 늦었어. 이 세상의 금고들은, 금고의 자물쇠가 혹시라도 풀려버리지 않을까 해서 2중 3중으로 안에 막혀있지. 그리고 네놈은 그 중 하나만 뚫었지만, 다른 자물쇠가 남아있는 한, 아직 내 각본 속에서 놀고 있는 것.. 앗?"
"너.. 말 조심해."


조공명녀석이 말을 하고 있을때, 나는 조공명 녀석의 목을 조르고 칼을 겨눴다. 액션영화 같은 곳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실제로 하려니 뭔가 쉽지가 않은데. 역시 액션배우라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특히 이녀석이 키가 커서 더 힘들어.


"수영이한테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몹쓸 짓을 해서 애를 망쳐놓고.. 심지어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해서 내 손으로 수영이를 죽이게 하려 했던 비열한 놈. 수영이를 풀어주고 더 이상 수영이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그나마 마지막으로 용서를 해 줄지도 몰라."
"글쎄. 과연 그럴까?"


조공명은 자신의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더니, 그 라이터로 옷에 불을 질렀다. 불은 무섭게 조공명의 옷을 태워서 나도 얼른 조공명을 놔줄수밖에 없었다.


"너.."
"마지막까지 죽음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인생이여. 뭐 덕분에 저 세상까지 가는 길은 외롭지 않게 되었군. 네놈이랑.. 크레센티아도, 곧 따라오게 될테니까."


조공명이 자신의 옷을 태우면서, 몸까지 타들어가고, 곧 이 폐쇄된 사무실 이곳저곳에 뿌려져있는 석유에 옮겨붙게되면 정말 큰일나버린다. 어서 이곳을 나가야 해.


다행히도 이 사무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복도에서 옆에 있는 방에 가니, 수영이가 묶여있었다. 어서 수영이를 구해서 같이 나가야 해.


"호진아.. 와줬구나. 조공명.. 어떻게 됐어?"


아까전의 그 피얼룩이 묻은 칼로 수영이가 묶여있는 곳을 끊었다. 이 밧줄, 도대체 왜 이렇게 질긴거야.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더 안 잘라진다.


겨우 밧줄을 끊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나가는게 문제네. 불길이 이미 이쪽까지 번져있어.


"조공명.. 지금 자기 몸에다가 불질러서 타 죽었는데, 여기에 석유를 잔뜩 뿌려놔서 빨리 못나가면 타서 죽어버려. 어서 나가야 해."


일단 수영이의 손을 잡고 나왔는데, 이 건물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까 조공명 녀석의 오피러스에 치인것 때문에 온몸이 아파서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게다가 난생 처음 온 건물이다보니 출구가 어디있는지 알아야 말이지.


한참을 헤맨 끝에 비상문이라고 써있는 쪽을 겨우 찾긴 했지만, 젠장. 문이 밖에서 잠겨있어. 이동네는 밖에서 잠그는건가. 정말 우리보고 여기서 그대로 타죽으라는건가. 불길은 점점 더 번지고 있어.


"호진아.. 난 어떻게 되도 좋으니까.. 호진이만이라도.. 살아남아줘."
"그럴수는 없어. 수영이가 없으면, 나도 살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문을 죽어라고 찼더니, 겨우 문이 부서지면서 열리긴 했다, 문제는 이곳이 밀폐되어 있는 곳인지라, 불이 번지면서 연기까지 가득 찼어. 게다가 문이 부숴져서 난 구멍이 한번에 한명씩만 겨우 나갈 수 있게 되어있네.


"수영아.. 어서.. 수영이라도 나가."
"호진아.. 어떡해.."
"나도.. 곧 수영이를 따라갈테니까.. 걱정말고 나가."


다행히도 수영이는 바깥으로 나갔다. 이제 나도 따라나가야 하는데.. 몸이.. 왜이렇게 안움직여주지.


그리고 이미 연기로 가득 차서.. 숨쉬기도 힘들어. 콜록..


나.. 이대로 여기에서.. 연기속에서.. 죽어버리는거야?


내가 죽더라도.. 수영이가 행복한 모습은 보고 죽어야하는데.. 이대로 죽으면 안되는데.. 정신마저.. 흐릿해져가네.. 이..러..면..안..되..는..데..


--


눈을 떠 보니까, 어느샌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리고.. 옆에는,


"수영아, 정신이 들어?"


효선이가 내 입원소식을 듣고 찾아와준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냐. 호진이가 날 구해주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가 알아야 해.


"효선아, 호진이는?"
"글쎄. 119에서는 수영이만 발견했다고 하던데.. 혹시, 호진이.. 거기서 타 죽은거 아냐?"


호진이가 나를 구하고 타죽었다니. 그럴리가 없다. 분명히 호진이는 나를 구한 뒤에 따라나온다고 했어.


TV에는 마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잘하면 호진이의 소식을 들을수도 있겠어.


"TYN 뉴스입니다. 서울 성북구 유일동의 한 철거예정인 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 소방대원들이 4시간만에 가까스로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이 사고로 신원 미상의 20대 남성 한명이 사망했으며, 다른 건물로 불이 번지지는 않아서 추가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잿더미로 발견된 석유통을 통하여 이 사건을 방화로 추정하여 수사에 들어갔으며.."


저 20대 남성이라면, 분명히 조공명일것이다. 정말 머릿속에도 생각하기 싫은 그 이름. 이제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일은 없어졌다.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시체는 없다고 했어. 호진이. 분명히 살아있어.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없어.


혹시나 해서 호진이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 봤지만,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오니.."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밖에 들리지 않았다. 호진이, 정말 어떻게 된 걸까.


조공명한테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난 뒤에, 낯선 사람한테 접근을 하기가 힘든 나였다. 또 다시 조공명한테 당했던 일을 당하게 될까봐.


그 뒤로 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남자는 더더욱. 그리고 또다시 조공명을 만나게 될까봐 이곳 유일동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고.


그런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남자가 호진이였다.


처음에 호진이를 내 지갑을 찾아준 걸로 알게 되었을 때부터, 호진이는 뭔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호진이한테는 희연이라는 애가 곁에 있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호진이는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나같이 보잘것없는 애랑.


호진이한테 너무 못 볼 것을 많이 보여줬는데도, 호진이는 그런 나를 좋아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호진이가 좋았다.


그리고,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 조공명으로부터 또다시 나를 구해줬다. 하지만, 그것이 호진이를 보게 된 마지막이었다. 지금 나는 호진이랑 떨어져 있는 채로, 이렇게 병원에 누워있다.


호진이는 정말 바보같이 착했다. 나같은 애는 정말 그 때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 나를 구해줬던 애다. 하지만, 그 뒤로 호진이는 죽은 것은 아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호진아.


"수영이는, 호진이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가끔 효선이가 병문안을 와서 내가 울고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때는 항상 내가 호진이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때였다. 지금은 내 곁에 없는 호진이.


병원에서 퇴원한 뒤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지만, 호진이를 학교에서 볼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해서 학교를 가면서 호진이네 집의 벨을 눌러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호진이네 반인 7반에도 효선이 때문에 자주 가봤지만, 호진이의 자리랑, 옆자리인 희연이의 자리는 항상 비어있었다.


"수영이, 요새 우리반에 자주 오네?"
"호진이가 혹시 왔나.. 해서."
"호진이.. 다시 돌아올지 장담을 못하는데, 그냥.. 호진이는 잊어버리고, 다른 남자친구 사귀는
"아냐. 호진이는 그 때 곧 나를 따라온다고 했었단 말야. 호진이.. 언젠가 꼭 돌아올거야."


언젠가 호진이를 다시 만날 때, 그 때 복분자 잼과는 달리 호진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요리도 틈틈히 배우고 있다. 이번에는 호진이가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만, 여름방학이 다 가도록, 하루에 한번씩은 호진이네 집에도 가보고 그랬는데도, 호진이는 없었다.


그리고.. 2학기가 지나가도록 호진이가 혹시라도 돌아올까하고 7반에 자주자주 들렀지만, 학기가 바뀌어서 자리를 재배치한듯, 호진이가 앉아 있었던 자리에는 완전히 다른 애가 앉아있었다. 아니, 이미 책상배열에서 호진이를 지워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호진이는 분명히 돌아와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한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나고, 이미 나를 포함해서 모두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몇몇은 대학생이 되었고, 몇몇은 수능시험 결과가 잘 안나왔는지 재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호진이는 그 동안에도 돌아와주지 않았다. 수능공부를 하면서도 호진이가 혹시라도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계속 들어서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머릿속에서 '이호진'이라는 이름과 '김희연'이라는 이름이 지우개로 지워진 듯 사라져버렸다. 이미 그 둘은 학교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상관없다. 학교의 모두가 호진이를 잊어버려도, 나는 아직 호진이를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홈페이지 제작을 하는 프로그램인 '그림위버'를 조금 배운 초보적인 실력으로, 인터넷에서 쇼핑몰을 만들어봤다. 부모님이라던가, 친구들이라던가 내가 손재주가 있어서 수공예 쇼핑몰로라도 먹고 살수는 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악세사리 하나 하나를 만들면서도, 호진이 생각을 계속 했다. 아직 내 왼손의 반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호진이 역시 내가 만들어준 반지를 끼고 있는 채로, 어딘가에 있겠지 아마도.


그리고 한해가 지났다.
한해가 지났다.
한해가 지났다.
한해가 지났다.
점점 해는 게속 지나갔다.


그러는동안 사기를 당해서 쇼핑몰로 번 돈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고, 잘못된 뉴스기사가 나가서 사람들이 나의 수공예 쇼핑몰을 다 떠나가기도 했다. 정정된 기사를 보도해준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호진이가 나를 잊었을리가 없다. 언젠가 다시 나한테 돌아올 호진이다. 나한테 돌아와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눈을 감으면, 가끔 호진이가 돌아온 듯, 환청이 들린다.


"수영아, 오랜만이야, 수영이랑 그동안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 미안해."


하지만, 눈을 떠보면 호진이는 없다. 호진이랑 너무 오래 떨어져있어서 들리는 환청일 것이다.


이미 내 친구들은 다들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그리고 다들 나한테 물어본다.


"수영아, 수영이도 이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계속 혼자로 지내기에는, 수영이가 정말 아까운데. 호진이는 이제 잊어버리고."
"아냐.. 호진이, 언젠가 돌아와준다니까."


하지만, 나한테 있어서 호진이보다 더 좋은 남자는 없다. 호진이는 분명히 돌아와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지도 가끔 호진이가 살았었던 집을 쳐다보고 있지만, 이미 그 집은 호진이랑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사람들의 집으로 바뀌어 버린지가 오래다.


수공예 악세사리를 만들다보면, 라디오라는게 정말 귓동무가 된다. 인터넷이 완전히 생활을 파고들어버린 지금도 라디오는 들리고 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는, 마침 N.EX.T의 Here, I Stand For You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해 또한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게 먼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인파속에 날 지나칠때 단 한번만 내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볼수 있어 단 한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노래를 듣고서 또다시 울었다. 정말 이 세상에 약속, 헌신, 운명, 영원.. 이런 낱말들을 믿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나는 그 말들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호진이를 잊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나는, 호진이를 잊을 수가 없다.


호진이는.. 분명히 돌아와줄거야. 언제가 될 지는 몰라도.. 돌아와줄거라고.


호진이가 돌아오면.. 왜 너무 늦게 돌아와줬냐고, 꿀밤을 한 대 때려줘야지. 그리고, 하루종일 호진이한테 안겨있어야지. 호진이한테 안기는 동안.. 정말로 기분이 좋았으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호진이였으니.


그렇게, 시간은 계속 기약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계속 지나가도록, 아직도 호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호진아, 정말로 보고싶단 말야. 기다리다가 지친다고 해도, 난 내가 죽을 때까지, 호진이를 기다릴거야.


그런데.. 뭔가 너무 늦은 것 같지 않아, 호진아? 그래도 계속 기다리긴 하겠지만 말야.


"늦네에.. 호진이. 이러다가 나, 할머니가 되고 말텐데."


그리고 계속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시간은 지나갔다................


내가 젊었을 때랑은, 이미 지금 이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버렸다.


이미 자동화된 이 세상의 설비들은 내가 만든 것 같은 보잘것없는 수공예 악세사리들을 몰아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공예 악세사리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찾지 않는다.


그래도 연인한테 정말 잊지 못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는 몇몇 극소수의 사람들은 나를 찾는다. 내가 만든 악세사리들이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라도.


"아주머니, 아직도 그 호진이라는 분.. 기다리고 계세요?"
"네.. 호진이.. 돌아와줄 거예요. 언젠가는 말이죠."
"아주머니가 만든건, 요새는 보기 힘든 '정성'이라는 것이 들어가 있어서, 다른 악세사리들보다 정말 좋아요. 제 애인도 이 반지 받으면, 분명히 좋아할거예요."


그렇게, 오늘도 호진이를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만든 수공예 악세사리를 팔고 있는 나였다. 이제는 인터넷 뿐 아니라, 직접 자그마한 가게도 하나 차렸고 말이다.


찾아주는 손님들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은 기쁘다.


오늘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온것을 확인하면서, 그 주문대로 계속 만들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가게로 찾아왔다.


효선이다. 아들하고 같이 왔네.


"어.. 효선이?"
"수영이.. 젊었을 때처럼 여전히 예쁘네. 요새 장사가 좀 잘 되나 해서, 찾아와봤어. 인사해, 내 고등학교 때 친구였던, 수영이야."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아들도 효선이를 많이 닮았네."
"수영아, 아직까지도 호진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응. 호진이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내 곁으로 돌아와준다고, 믿고있어."


- THE END -


네. 결국 호진이의 행방불명으로 끝나버린 노멀 엔딩이었습니다.


조공명은 자기 몸을 태우고 자살해서 조공명이 또다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호진이는 교통사고로 많이 아픈 상태라서 결국 수영이를 밖으로 꺼내줬죠. 하지만 호진이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희연이는 이미 행방불명인데다, 호진이 역시 행방불명이 되어 버린 시점입니다. 그 뒤로 수영이는 호진이가 돌아올 것을 기약하며, 계속 호진이를 기다리기만 하면서 어른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호진이가 행방불명이 된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리고 수영이를 잊어버렸는지 잊지 못했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모 게임의 모 루트랑 좀 비슷하게 끝났군요(?) 거기서 가져온 대사도 하나 있고 말이죠(?)


하지만 이 노멀 엔딩이 C루트 전체의 결말은 아닙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 호진이랑 수영이가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도 있어야겠죠. 다음회부터는 트루 엔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또다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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