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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17 03:41

LiTaNia 조회 수:425 추천:1

extra_vars1 21-C.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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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석한테 어제 민서에 대해서 따져야 하기에, 현석의 자리에 갔다. 현석도 물론 답이 나온 뒤에 좌절한 녀석 중 하나지.


"으아아아아악!! 내가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빵점은 안나왔었는데에에!!! 빌어먹을 감독선생!! 1번문제부터 1234로 쭈욱 나갔는데!!"
"현석아. 진짜 물어볼게 있다."
"뭔데."
"도대체 민서 정말 뭐냐. 내가 어제 프레이아 콘서트에 가는 길에 버스 라디오에서 Tomorrow Perfume Radio를 들었는데, 민서가 거기 전화해서 내 얘기를 하려다가 안내방송때문에 끊겼는데. 왜 애가 이렇게 막장이 된거냐. 정말 너가 다 시킨거냐."


그 말을 듣자, 현석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더니.


"후.. 민서. 그렇게 답이 안나오는 애일줄은 나도 몰랐다. 나도 걔랑 절교했다."
"후.. 잘 생각했어. 그런 막장하고는 관계를 끊는게 좋아."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덕후인 현석이놈한테도 민서는 답이 없는것이었나. 현석이마저 이러니, 나는 어땠을까.


잠시 화장실에 좀 가려고 복도에 나갔는데, 복도에서 혜림이를 만났다.


"호진이, 오랜만이네."
"응.. 혜림아, 안녕."
"어제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 갔었다며?"
"앗. 어떻게 알았어?"
"수영이가 말해줬어. 수영이.. 호진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더라. 둘이 잘 되기를 바래."
"응. 고마워."


한때 수영이를 괴롭혔던 여자애 혜림이. 하지만 혜림이랑 이런저런 얘기 끝에 지금은 수영이랑 관계가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복도에 서있는 수환이녀석이 보였다. 수환이는 나를 보자마자 나의 멱살을 잡고..


"희연이 어딨어. 오늘 희연이 왜 학교에 안온거야. 승부에 질 것 같아서 감춘거냐!"
"그건 내가 할 소리. 나도 오늘 희연이 없어서 많이 놀랐다."
"정말이냐."
"정말이다."


수환이녀석이랑 한참동안을 실랑이를 펼친 뒤에야 교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나보군.


수업시간에는 시험이 끝난 직후라서 시험지 풀이가 이어졌다. 정말 과목 하나하나 맞춰볼때마다 좌절만 이어진다. 고등학교 시험이 이렇게 어려운거였나.


점심시간. 지금은 희연이가 없으니, 수영이랑 같이 구내식당으로 가야겠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려니 오늘도 여전히 민애선배의 점심방송은 시작되었다.


"네. 첫번째 사연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학생의 사연입니다. 뭡니까 이게. 음악선생님 나빠요. 덕분에 난생 처음 빵점이라는거 받았어요. 그래서 그 기분을 좀 위로할 수 있도록, Dead or Alive의 'You spin me round'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셨는데요. 참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Dead or Alive의 'You spin me round'. 보내드리겠습니다."
"You spin me right 'round baby right 'round~♬"


이봐요. 민애선배. 저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알고 트는겁니까. 주위에 남자애 몇명은 이미 낄낄대는구나. 여자애들은 왜 웃는지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표정들이고. 정말 밥을 먹다가 뿜을뻔했다.


"호진아, 쟤네들 왜 이 노래 듣고 웃는거야?"
"나도 모르겠어. 쟤네들 왜 그러는지."


수영아, 너는 이 노래에 대한 뒷이야기는 모르고 넘어가는게 좋아. 다른 애들이 왜 이 노래를 듣고 웃는지를 수영이가 알게 된다면 아마 수영이가 많이 실망하게 되겠지.


교실에 돌아오자, 역시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인 아름양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효선이가 아니라 나한테 오네.


"와~ 딱 시간맞춰서 호진이도 왔네."
"아름아, 궁금한게 있는데. 그 파라모임인가 뭔가, 그 뒤로 어떻게 됐어?"
"아.. 파라모임?"


역시 그 뒤에도 무슨 일이 있었긴 있었나보다. 조공명의 블로그가 초기화된 것으로 봐서.


"그 뒤에 완전 엉망이 되었어. 조공명오빠가 회원들한테 시켜도 통제에 따르지도 않고 일찍 가버리는 사람이 많았고. 나도 끝까지 남긴 했는데.. 조공명오빠가 크레센티아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나도 조공명 오빠가 저렇게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던 것, 처음이었어. 무슨 일이었는지 몰라도, 조공명오빠가 크레센티아, 아니, 수영이한테 뭔가 제대로 꽂혔나봐."


얘기를 듣고 보니까, 정말 화가 심하게 난다. 조공명이 수영이를 망쳐놓은 것으로는 모자라서 아직도 수영이한테 집착하고 있었던 조공명이라니. 도대체 수영이의 어떤 면이 그렇게 조공명을 집착하게 한 것인가.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가 없네.


"그러면.. 설마 오늘 아침의 괴쪽지가."
"괴쪽지라니?"
"오늘 학교에 오는 길에 우편함에 이런 쪽지가 있었어."


아름이한테 오늘 아침에 우편함에서 본 빨간 글씨의 괴쪽지를 보여주자, 아름이도 놀란 듯한 표정이다.


"앗, 이거 조공명오빠 글씨인데. 이거 정말 호진이네집에 있었던거야?"
"이거.. 정말 조공명 글씨야?"
"응. 매번 모임때마다 봐서 아는데. 조공명오빠가 호진이네 집은 어떻게 알았을까."


뭔가 일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커져버린듯한 느낌이다. 조공명이 우리집까지 알았다니. 정말 이녀석한테서 수영이를 절대로 지켜줘야 해. 어쩌면 희연이가 사라져버린 것도 조공명의 짓이려나.


"게다가 조공명 블로그도 가봤는데, 누군가가 해킹을 한듯, 초기화가 되어 있었고."
"나도 가보고 놀랬어. 조공명오빠 지금 해킹한 사람을 눈에 불을 키고 찾고 있는것 같은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 때 우리동네로는 처음 왔다는 조공명이 어떻게 우리집을 알고 그런 괴상한 쪽지를 보냈을까.


오후 수업은 계속 이어졌지만, 불안해서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시험이 끝난 뒤니 더더욱.


수업이 끝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10반 교실로. 물론 효선이도 함께. 10반 교실로 가는 길에 효선이한테 수영이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안할 수 없었다.


"수영이가.. 지금 위험해."
"왜?"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지금 수영이를 단단히 노리고 있어."


정말 수영이같은 애한테 이런 위험이 왜 찾아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이가 그 때처럼 또다시 당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때는 아무도 없었고 수영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도, 지금의 수영이한테는 내가 있기에.


"수영이한테는 이 얘기는 하지 마."
"응.. 알았어."


뭐 그런 이유로 오늘도 수영이랑 효선이랑 같이 하교. 오늘도 희연이가 없다는 것 외에는 평소랑 다를 것이 없는 하교길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앞에는 웬 검정색 오피러스 한 대가 서 있었다. 평소에 학교에 저런 것은 전혀 안오는데. 저런거, 뭔가 이상해.


에이, 기분탓일거야. 오늘 괴쪽지도 받았고 해서 기분이 안좋아서 생긴 현상이겠지. 하지만 항상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오늘도 버스 정류장에서 효선이를 바래다주고 수영이랑 마저 길을 가고 있는데, 뒤에서 뭔가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네. 지금 여기는 골목길이라서 차가 속도를 낼 수는 없는 곳인데.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차가 속도를 내면서 달려오고 있다. 그것도 아까 학교에서 봤던 검정색 오피러스가. 게다가 지금 정면으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으니.


"수영아, 조심해!"


차에 치이지 않게 수영이를 밀어서 수영이가 차에 치이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호진아!!"


내가 치어버린 것이다. 아픔을 느낄 틈도 없이 치여버려서 정신을 잃어서 그 뒤에 있었던 일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골목에서 저런 식으로 질주를 하면 안되지.


정신을 차려보니, 분위기로 봐서 사후세계는 아닌 듯 하다. 죽을만큼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던 것일까.


지금 여기, 어떤 건물의 사무실로 쓰고 있었던 곳인 것 같다. 낡은 책상에, 부러진 의자에, 바닥에 굴려다니는 각종 종이들, 쓰레기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까, 이곳에는 나 혼자밖에 없다. 분명히 아까전에 수영이랑 같이 하교를 하던 길이었지만, 지금 이곳에는 수영이가 없고 나 혼자만 갇혀있는 것이다.


"수영아!!"


도대체 수영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방금 전에 날 쳤던 그 오피러스는 또 무엇이었을까. 어서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야 해.


이렇게 빠져나가려고 문으로 가는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분명히 어디서 많이 봤다. 그리고 이 녀석이 좋은 녀석은 절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정신이 드나?"
"너..넌!"


아까 차에 치여서 아직도 많이 아프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긴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안경을 쓴 기분나쁜 녀석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수영이한테 몹쓸 짓을 해서 수영이를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직도 수영이한테 집착하고 있는,


바로 '조공명'이지. 지금 이 녀석이 내 앞에 있는것을 보면, 분명히 수영이도 이 녀석한테 끌려온게 틀림없다.


"너.. 수영이를..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수영이? 아, 크레센티아 말이군. 그 애도 옆 방에 잘 있어."
"역시, 네놈 짓이었군."


이녀석,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놈이다.


"그런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괴쪽지를 우리집 우편함에다 남긴거냐."
"어리석은 놈. 너의 발을 봐라."


가만. 내 발이라면.. 설마 내 신발에 붙은 껌이?"


"이 죽어라고 안떼지는 껌.. 설마?"
"그렇다. 그 껌 안에다 GPS 추적장치를 붙여놓고, 떼기 힘들도록 일부러 강력 접착제를 붙여놔서, 위치를 추적하는데다 사용했다.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에다가는 찾기 쉽게 추적장치를 붙여야 하는 것이지."


조공명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PMP로 보이는 것을 꺼냈고, 그 PMP 화면에는 이곳의 위치가 깜빡깜빡거리면서 표시가 되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이게 GPS 추적장치였다니. 어쩐지 껌 주제에 일련번호까지 붙어있었던게 이상했더니, 그 추적장치의 일련번호가 껌에 그대로 반사가 된 것이었군. 그래서 이녀석이 우리집을 추적해서 우리집에다 괴 쪽지를 붙여놓은 것이었나.


"덕분에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까지 알아내게 되었지. 첨단기술이라는거, 참 유용해."
"비열한 놈.. 그렇게 수영이를 갖고 싶었던 거냐."
"크레센티아? 뭐, 나도 오랫동안 사이트 운영하면서 그런 애는 정말 그 뒤에도 없었으니까. 물건 주인으로서 잃어버린 물건을 한참 뒤에야 다시 찾았을 때의 기쁨, 네녀석도 모르지는 않을텐데 말이지?"


저녀석, 말하는거 하나하나가 정말 재수가 없군. 정말 어떻게 수영이가 저런 인간말종을 알게 되었을까.


"너.. 나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까, 제발 수영이만은 무사히 보내줘. 수영이가 상처를 또다시 입는건, 내 두 눈을 뜨고는 도저히 못봐."
"그래? 너도 역시 크레센티아한테 홀려버렸군."


홀려버렸다니. 웬 실례를. 수영이는 네 녀석이 건드리기에는 정말로 실례인 좋은 애라구. 맘대로 수영이를 그렇게 평가하지 마.


"지금 네 녀석에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몸에 느껴지는 현실, 그게 정말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어?"
"무슨 SF영화같은 소리냐. 지금은 엄연히 2007년 7월의 한국이라구."
"후후후. SF는 아니지만, '인형사'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가만. 인형사라면, 인형을 만드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다만 그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 인형에다 원혼을 불어놓아서 그 인형 때문에 괴담이 생긴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인형사라니."
"보통의 인형사들은, 점토나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으로 만들지. 그리고 그런 인형들 중에서 사람을 거의 똑같이 재현한 리얼돌도 있고. 그 인형으로 인형극을 상영하기도 하지."


리얼돌이라. 현석이한테서 얼핏 '단백질인형' 같은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하지만, 내가 꾸미는 인형극은, 인형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 인형의 재료가, '사람'이라는 것이지."
"너.. 설마.."
"지금 눈치채봐야 너무 늦었어, 네놈 이름, '이호진', 맞지?"


뭐야. 분명히 조공명한테 내 이름을 말해준 적은 없었다. 아름이가 나를 알고 있으니 아름이한테서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호진 네녀석 학교에, '김희연'이라는 여자애가 전학온 것도, 맞지? 그 '희연'이라는 애가 EZ2DJ를 잘하는것도."


이녀석.. 도대체 어떻게 희연이가 전학온 것을 알아낸거냐. 게다가 EZ2DJ를 잘하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니.


"게다가, 호진 네녀석이 크레센티아가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고, 예전 소꿉친구라는 '윤나래'라는 여자애를 다시 만난것도, 맞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조공명녀석이 하는 말이 다 사실이라서 상황을 부정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나래라면 아름이가 알 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알았냐. 지금 나한테 일어난 상황들."
"고마워. 지금까지 내가 만든 '인형극'의 주인공이 되어줘서."
"뭣?!"


뭐야.


그러면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들이 단지 지금 이 조공명놈의 '인형극'일 뿐?


"나는 흔히 미연시라고 불리는 게임들의 상황이 실제로 재현이 가능한지 이전부터 궁금했어. 하지만 그런 미연시의 주인공같이 둔하면서 여자들을 끌어모으는 상황. 현실에서는 일어나기가 쉽지 않지. 그래서 나는 둔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그 미연시 주인공에 가장 근접한 소재로 호진 네녀석이 뽑힌거야."
"뭐.. 난 분명히 조공명 너를 이번에 처음 봤는데?"
"당연히 네 놈이 기억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지. 최면으로 안 좋은 기억들은 다 소거했으니까. 그리고 최면에 걸린 여자애 한 명을 더 네놈의 학교로 보냈고."
"그게.. 희연이라는 것?"


지금까지 내가 봐왔고, 들었고, 느꼈던 현실들이 알고보니 누군가의 조작으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것, 정말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영화속 상황들이 어떻게 가능한거야.


"맞아. 그게 현재 네놈의 짝으로 있는 희연이라는 애지. 최면에 너무 순순하게 잘 걸려줬더라. 여자애치고 EZ2DJ를 잘 해줘서 정말 놀랐던데. 그리고 너네 부모님, 어떻게 되셨더라?"
"지금.. 해외출장 가셨다가 아직 안오셨는데."
"네놈의 기억에는 그렇지. 부부가 동반으로 해외출장 가서 집에 혼자 남겨졌다는게 만화나 게임이 아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
"..."


그럴리가 없다. 분명히 아빠한테서 국제전화로 걸려온 전화까지 받았단 말야.


"너네 부모님, 네놈이 최면에 걸릴 때, 우리가 다 죽였어. 그리고 최면을 걸면서 네놈의 기억속에 게임 설정으로 흔히 나오는 해외출장을 집어넣은 것이지."
"그럴리가 없어. 분명히 우리 아빠한테 국제전화까지 받았다구."
"후후. 정말일까. 한번 그 목소리를 재현해볼까. 호진아. 아빤데."


뭐야. 조공명이 목소리를 바꾼 뒤에 낸 목소리.. 분명히 전화로 받았던 아빠 목소리.. 아니, 아빠 목소리로 믿고 있었던 목소리야. 도대체 지금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정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거냐."
"그리고 호진이 네놈은 분명히 음악방송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가 시한부 인생으로 사망한, '한하마'라는 여자애를 알고 있었지."
"너.. 도대체 하마는 또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나랑 친한 사람들 아니면 모르고 있을텐데 분명히."
"그렇게 믿고 있었겠지, 그 '한하마'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가공의 인물이었거든."
"하지만 한하마를 나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닌데."
"미안. 그 애들도 네녀석이 최면에 걸린 것을 알고, 연기를 시켜봤거든. 그렇게 쉽게 속고 있으니, 내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호진 네녀석만한 놈이 없다는 것. 네놈이 직접 보여 주고 있네."


기억조작이라니.. 연기라니.. 지금 내가 겪은 것 중에서, '진짜'는, 있는거야?


"그렇다면.. 나래가 나를 다시 만나고나서 나한테 붙으려고 했던 것도?"
"응. 나래 걔는 네녀석을 몰라. 걔도 돈 좀 쥐어주고 연기를 시켰어."
"그러면.. 그 민서라는 여장남자가 나한테 달라붙은 것도?"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고 생각하지만, 덕분에 재미는 있었으니. 여장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남자애를 찾는게 좀 많이 힘들었지."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수영이의 지갑을 찾아준것도?"
"일부러 호진 네놈과 크레센티아를 엮어주기 위해서 지갑을 네놈 집에다 흘려놨지. 그리고, 네놈의 부모님을 죽인 것이 누군지 아냐?"


나.. 정말 머릿속이 정돈이 안되어서 말이 나오기도 싫다. 도대체 지금까지 겪은 상황이 다 거짓이었다니, 다 이 조공명 녀석의 인형극이었다니.. 지금 이 거짓말같고 믿기 힘든 상황들,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거야?


"역시 당황해서 말이 안나오는군. 가르쳐주지. 바로 '크레센티아'다."
"뭐?! 그.. 럴리가 없어. 수영이는 누구를 죽일 애가 아니라구!"


그리고 조공명은 피로 새빨갛게 물든 칼 하나를 서랍 속에서 꺼냈다. 피가 묻은 지 한참의 시간이 묻었지만 저 피얼룩은 분명히 저 칼이 누군가를 찔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


"내가 호진 네녀석한테 최면을 걸 때, 크레센티아는 바로 이 칼로, 네녀석의 부모님을 찔러 죽이고, 시체는 태워버렸지."
"아냐.. 그럴리가 없어. 부모님을 죽인게.. 수영이라니.."
"크레센티아는 나한테 약점을 너무 심하게 잡혀서, 반항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태였어. 크레센티아가 자기를 알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평소에 말했었지?"
"정말.. 인간말종으로 비열한 놈.. 가녀린 여자애를 갔다가.."
"이제 그 실망을 몸으로 느끼고 있을거야. 지금까지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놀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내가 생각한 인형극이었지만, 훨씬 재미있어졌다구. 이제 이 극의 막을 내려야겠지. 내가 이 칼을 줄 테니까, 옆 방으로 들어가서 크레센티아를 찔러."


그리고 조공명은 피얼룩이 심하게 섞인 칼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착한 애라고 믿었던 상대한테 홀렸다가, 그 상대가 알고보니 자기를 망쳤던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는 것을 알게 된 때의 그 기분, 과연 어땠으려나. 상상하기만 해도 재미있네."


수영이를 찌르라니. 수영이가 부모님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이 조공명한테 이용만 당한 것일뿐. 수영이는 이 조공명한테 잡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할 수 없었을거야. 그런데 그런 수영이를 찌르라니.



"그럴.. 수는 없어."
"후훗.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싫은것이군. 하늘에서 너희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을 텐데? 부모님의 원수랑 잘들 놀고 있다고."
"너.. 이.. 비열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상황이군. 이호진군. 네놈이 크레센티아를 죽이든 안죽이든, 둘 다 결과적으로는 내 노리개가 될 수밖에 없을텐데. 집으로 가도 집에 남아있는 돈 다 써버리면, 어떻게 할거지? 게다가 프레이아 콘서트에까지 갔었다는데?"
"..."


정말 이녀석, 내 상황 하나하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인형극' 속의 상황인지 헷갈리는 이 시점에서.


"그럼.. 네놈의 블로그가 초기화된 건, 뭐냐."
"아, 그건 나도 몰랐었던 돌발상황이었지. 파라모임 끝난 그 다음 날에, 로그인을 해보니까 초기화가 싹 되어있더군. 그 해커가 누군지는 몰라도, 필히 추적해서 잡아다 놓을거야. 그리고 또 다른 인형극의 주인공으로 만들거야."


이녀석, 정말 위험한 놈이다.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이 조공명 녀석한테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이 세상엔, 자기가 자기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고 착각하고 있는 어리석은 것들이 많지. 하지만, 어찌보면 누군가의 '인형극' 속에서 다들 놀고 있는거 아니겠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나같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인형극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어리석은 것들 때문에 즉시 '혼돈 그 자체'가 되어버릴걸?"
"너.."
"그리고 자신이 '인형극'으로만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된 때에는, 이미 늦었지. 그 옛날 방송국 뉴스에서 '귀 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다고 방송사고를 낸 남자. 그게 왜 그런지 알아? 그놈 자기가 인형극 각본으로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눈치채버린거야. 물론 그 뒤의 결과는 책임을 질 수 없지만."


나도 그 '귀 속의 도청장치' 방송사고를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본 적은 있지만, 설마 그게 인형극하고 관계가 있었을 줄이야.


이 세상이 소수의 엘리트의 지배 속에 돌아가고 있긴 하겠지만, 조공명 네놈이 그 소수의 엘리트라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한다.


"이제, 모든 것을 알았으니, 어서 이호진 네 손으로 이 인형극의 결말을 지어야지?"
"..."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마침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조공명 이녀석은 또 왜 당황하는걸까. 일단, 전화는 받아야지. 상황이 상황인지라 발신자 확인을 하기는 그렇지만.


"여보세요."


- 다음회에 계속 -


네. 이번 회에서는 그 괴쪽지가 아름이를 통해서 조공명의 것으로 밝혀지죠. 그리고 호진이랑 수영이가 같이 하교를 하는데 호진이를 그대로 쳐버린 검정색 오피러스 한대. 그리고 버려진 사무실에 갇혀버린 호진이.


그리고. 결국 이런 전개로까지 가버렸습니다.


알고보니 스토리 전체가 조공명이 꾸민 인형극. 한하마는 가공의 인물이고 호진이랑 희연이는 최면에 빠졌고 그 주변 인물들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호진이의 부모님은 누군가한테 죽었고 호진이의 부모님을 죽인 것이 다름아닌 수영이. 하지만 이 조공명이 하는 말들까지도 정말인지 도저히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 이 때 호진이가 받은 전화. 그리고 조공명이 당황하는 모습. 그것은 또 어떤 상황을 나타내는 것일지.


나름대로 이 반전 생각하느라고 좀 머리가 아팠습니다(?) 지금까지 반전이 없이 거의 선형으로만 돌아가는 스토리였기에 이쪽에서는 뭔가 반전 비슷한 것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C분기 뿐 아니라 스토리 전체의 세계관을 뒤집어버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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