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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03 03:23

LiTaNia 조회 수:625 추천:1

extra_vars1 16-C. 일상으로의 초대 (Edited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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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ed Version인 이유는 제가 올리는 사이트들이 모든 연령이 다 활동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집이 된 관계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


"!"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랑 수영이는 당황해서 하던 것을 멈추고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건..


"호진이, 역시 여기 있었구나. 수영이라는 애도 같이 있네?"


전혀 반갑지 않은 유아름양이었다. 쟨 또 여기 왜 온거야. 그리고 나랑 수영이랑 키스하려고 했던 것도 혹시 봤으려나.


"너.. 어떻게 여기에?"
"방금 호진이가 옥상쪽으로 올라가는거 보고, 왜 올라가나 해서 따라온건데, 역시 수영이랑 같이 있었네. 내가 신청한 노래는 잘 들었어?"
"너가 신청한 노래라니.. 아. 그렇다면 혹시..?"


생각해보니 방금 일본노래 하나가 나왔지. 내가 일어를 몰라서 가사가 노래 가사를 알 수 있을리가 없지만, 아름이가 신청한 노래라니 뭔가 예감은 좋지 않아.


"응. '콘~나니 콘~나니 치카쿠데 미츠메테모~♬' 이거. 호진이도 들었구나. 호진이랑 수영이를 생각하면서 신청한 노래인데."


역시 아름이 네가 범인(?)이었군. 날 생각해면서 신청했다니. 도대체 어떤 가사이기에.


"그런데 도대체 무슨 노래인거야.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까 알 수가 없잖아."
"호진이가 그럴 줄 알고, 가사 해석을 가져왔지."


그리고 아름이가 준 가사 해석이라고 적혀있는 쪽지 한 장을 받아서 펴보니까.


아니.


이건.


장난하냐. '가까이서 바라봐도 그저 친구일 뿐'이라니. 이건 수영이하고는 좀 아니지 않냐. 오히려 희연이나 나래 쪽 얘기같은데, 아니, 아름이가 나래를 알 리가 없잖아.


"어이..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이 얘기는 아니지 않냐."
"후훗. 맞아. 호진이랑 수영이랑 둘이 그냥 잘 되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어딘가에 라이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라이벌은 호진이를 좋아하고 있지만 수영이한테 씌여 있는 호진이는 그 라이벌을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봤다랄까."


이봐. 유아름. 있지도 않은 일을 멋대로 지어내지 마...랄까, 있지도 않은 일은 아니네. 딱 희연이 얘기다.


"너, 도대체 나랑 수영이랑 왜 이렇게 안되길 바라는거냐."
"재미있잖아? 후훗."


역시 아름이 얘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 오죽하면 현석이녀석도 아름이를 '부녀자'라고 낙인찍어버리겠냐.


"그리고 나 혼자 있는 상황이면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이겠는데, 수영이는 이런걸 장난으로 받아들일만한 애가 아니라구. 너 때문에 수영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가 책임질거야?"
"아, 중요한 거 하나 빼먹었네. 그 호진이를 좋아하는 라이벌이 그냥 여자애라면, 김빠진 밀키스처럼 밋밋한 사랑싸움이 될 뿐이잖아?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이 불 구경이랑 싸움 구경이라는데, 그렇게 재미없게 되서는 안되지. 호진이 너가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애가, 알고보니 호진이를 사랑하고 있고, 수영이한테 질투를 느끼는거야. 그래야 재밌.."
"어이, 이봐, 스톱, 멈춰, 그만, 정지. 더이상 발언금지!"


이건 무슨 '몸이 가벼워지는 16차'를 마시고 난 뒤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공중에 둥둥 떠다니다가 너무 높이 올라가서 결국 지구를 탈출한 뒤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숨막혀 죽을 소리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도대체 아름이 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기에 이런 말들이 입에서 나오는건지, 내 사고방식으로는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러고보니 아름이한테 할 말이 있지. 어제 인터넷에서 본 것에 대해서.


"유아름. 그 요염한 조공명인가 어딘가에서 활동하는거 맞지?"
"응. 맞아."
"너, 그 조공명이라는 녀석이 어떤 녀석인가 알고 활동하는거야?"


그런데 내가 조공명 얘기를 하고 있었을 때, 수영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그런거지. 아름이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웃으면서 말하고 있잖아.


"나도 얘기는 들었어. 하지만 호진이도 인터넷에서 활동하다보면 요새 '마녀사냥'이라는게 얼마나 심한지 알게 되잖아."
"응. 알아."
"조공명오빠도 인기가 많으니까 안티도 자연스럽게 많은거고, 그래서 그 안티들이 조공명오빠 깎아내리기 위해서 그런 헛소문들을 퍼뜨려서 마녀사냥을 한거라고 봐. 내가 보니까 그 오빠, 전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냐.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절대 못믿어."
"그런건가.."
"팬이 많은 사람들은 원래 안티도 많은 법이야."


아니, 생각해보면 아름이의 성격 때문에 설마 조공명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둘이 잘 노는게 이해가 된다. 나 정말 살다살다 이런 여자애 처음봤어. 뭔가 '여자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럼, 난 이만 내려가볼께. 수영이랑 재밌게 놀아."


이 말을 남기고 아름이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갔다. 쟤는 확실히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여자애다. 동인녀인건 그렇다쳐도, 성격부터가 너무 에러야.


아름이가 내려간 뒤에도, 수영이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져 있었다. 뭔가 해서는 안 될 얘기를 했던 것일까.


"수영아,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호진아."


하지만 수영이는 이유를 얘기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아까 아름이가 우리가 키스할 뻔 한걸 봤을까봐 그런거야?"
"아냐.. 그런거.. 아냐. 별 일 아니니까.. 걱정마."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수영이의 얼굴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창백해.


"수영아. 이제 그 아름이라는 애도 갔겠다.. 아까 하려다 만 거, 다시 해도 될까?"
"응.. 그럴까, 호진아?"


또다시 수영이는 아까처럼 눈을 지긋이 감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한번 조용히 수영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이번에는 그야말로 '정적이 흐른' 상황이었다랄까. 아까전에 아름이가 왔다가서인지 수영이는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여전히 좋다.


다행히도, 이번엔 다른 시선은 느끼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다른 애들한테 보이면 많이 곤란하지.


"수영아, 이제 내려갈까?"
"응.. 그래."


수영이의 모습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는게 다행이랄까. 수영이도 나랑 키스했을 때 기분이 좋았으려나.


수영이는 자기 반 교실로 돌아갔고, 나도  교실로 돌아가보니까, 여전히 희연이는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었고, 어느샌가 우리반 교실에 찾아온 수환이놈이 희연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러니까 울지만 말고 나랑 있어달라니까."
"넌 제발 빠져줘!!"


수환군. 자네가 하는 것은 지금 불난집에 선풍기를 트는거나 다름없다구.


오늘 하루종일 진정이 안되는 희연이때문에 오후 수업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오늘 수업은 끝나버렸다.


다행히도 오늘은 희연이가 청소당번이라서 희연이는 조금 늦게 나온다. 또다시 수영이네 반으로 가볼까.


"호진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효선이였다.


"응?"
"수영이네 반으로 가고있는거, 맞지?"
"응. 맞아."
"나 오늘 다른 약속이 생겨서 그쪽으로 가봐야 하거든, 수영이를 잘 부탁해. 그럼~"


효선이는 먼저 가버렸다. 또다시 수영이랑 단둘이 가게 되는건가. 10반 교실로 도착한 뒤 마침 나오고 있었던 수영이를 만났다.


"호진아. 효선이는?"
"다른 약속이 생겨서 먼저 갔어."


그런 이유로 또다시 단둘이 하교..를 하려고 수영이랑 교문을 나서려는 순간, 교문에서 뭔가 낯익은 여자애를 만났다. 얘.. 누구였더라.


"호진오빠.. 맞죠? 그 수영이라는 언니.. 랑 같이 있네요."


아아. 이제야 생각났다. 얘. 분명히 누군가의 동생이었지 아마.


"너.. 희연이 동생, 맞지? 희정이였던가.."
"네. 언니가.. 어제 집에서 하루종일 울었었어요. 호진오빠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충격이 심했었나봐요."


가만. 그렇다는 얘기는, 그 때 희연이랑 나래가 있는 앞에서 수영이가 좋다고 말해버린것 때문에, 희연이가 그 뒤로 계속 울었던건가. 게다가 오늘 학교에서마저도.


"어쩐지.. 오늘 학교에서도 희연이가 많이 울었던데."
"호진오빠.. 언니가 호진오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픈것도 알지만.. 호진오빠 마음은 이미 굳어져버린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나는 희정이한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희연이가 제멋대로 나한테 붙었다고 해도. 희연이가 이렇게 된 데에는, 나의 책임도 크니까.


희연아.. 그리고 희정아.. 미안. 하지만 나한테는 수영이가 있는걸. 생각해보니 수영이는 아마 희정이를 처음 봤지.


"호진아. 아까 그 여자애.. 희연이라는 애의, 동생?"
"응. 맞아. 희연이가 많이 상심했었나봐. 오늘 하루종일 교실에서 울어서.. 달래주느라 많이 힘들었어."
"그 애.. 호진이를 정말 좋아하나봐. 그런데, 호진아."


수영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팔에 팔짱을 꼈다.


"응?"
"나도.. 그 애들한테 지고싶지 않아. 나도 호진이가 좋으니까."
"고마워, 수영아."


수영이가 나를 좋아해줘서 나도 기분이 좋다. 이런 수영이한테 상처를 주면 안되는데, 항상 아름이 때문에 일이 안된다. 오히려 혜림이보다 아름이가 수영이한테 더 위험해.


수영이랑 아름이랑은 웬만해서는 가까이 있게 하면 안되는데, 둘 다 효선이랑 친하기 때문에 둘이 붙지 않게 하는게 쉽지가 않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수영이가 작은 목소리로 또다시 나를 불렀다.


"호진아.."
"응?"
"아까 옥상에서 호진이가 말한 사이트 있잖아."
"그 요염한 조공명인가.. 하는데?"
"거기.. 안좋은데야."


수영이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역시 그 소문은 단순한 마녀사냥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게.. 안좋아?"
"응. 많이.. 안좋아."


아무래도 이 화제는 수영이한테는 민감한가보다. 아까전에 내가 요염한 조공명 얘기를 아름이한테 했을때 수영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했었지. 이런 얘기, 웬만하면 하면 안되겠다.


수영이랑 얘기하다보니 벌써 집에 도착했다. 이제 수영이랑 떨어져야지.


"그럼, 수영아. 잘가."
"그래.. 호진아. 내일 만나."


그리고 집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교과서를 보고 참고서를 봐도 공부가 정말 안된다.


정말 수능 고득점자의 말인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해서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았어요'가 맞는 말일까.


하긴. 솔직하게 학원이나 고액과외 때문이라고 말하면 아마 사회적인 파장이 크겠지.


가만. 그런데 내가 지금 이 생각을 왜 하고 있는거지. 일단 당장 급한건 이번 기말고사인데.


에이. 요새 인터넷에도 별로 볼만한 내용이 없고. 그냥 공부나 하라는걸까.


그리고 또다시 날은 지났다. 오늘도 역시 수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이미 희연이도 내가 이제 수영이랑 같이 가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더이상 이쪽으로는 오지 않겠지.


"수영아, 좋은 아침!"
"응, 호진이도."


이제 수영이의 표정도 수영이를 처음 알게되었을 때보다 훨씬 밝아졌다. 나랑 있을때만 이런 모습인건지, 아니면 수영이가 다른 애들한테도 마음을 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영이의 밝은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요새 혜림이도 수영이를 괴롭히지 않는듯 하니 더 그러는 것일까.


학교에 도착해서 수영이는 자기 반 교실로 갔고, 교실에 도착해보니, 역시 희연이가 먼저 와 있었다. 오늘은 울지는 않았지만, 그냥 아무말도 없었다. 아직도 그저께의 충격이 남아있었던 것일까.


오전수업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떡하란 말입니까. 집에서 다시 봐도 뭐가뭔지 모르겠고. 역시 고등학교 과목들은 나한테는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것일까.


오늘은 구내식당으로 가지 말고, 그냥 빵이나 사먹어야지.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매점으로 향하는 줄도 이렇게 긴 것일까. 뭐, 결국 다행히도 그믐달빵 하나 골라잡긴 했지만. 다행히도 오늘은 당황스러운 선곡은 없었다.


그런데,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또다시 애들이 수군거리는게 들렸다.


'역시 수영이가 걸레라는건 거짓말이었나봐.'
'그러게. 그런데 수영이 그 애 정말 예쁘긴 예쁘더라.'
'그런 수영이랑 사귀는 호진이라는 놈, 정말 미칠듯하게 부럽다.'
'그 호진이 주변에 이쁜 여자애들만 몰린다는데, 정말이야?'
'반드시 척살대상이다, 그놈!'


도대체 언제 내가 다른 애들한테 '공공의 적'이 된거냐. 제발 누가 좀 설명해줘. 난 별로 잘못한게 없는것 같은데.


오늘도 여전히 오후수업은 이어지고, 수업은 끝나고, 종례시간 직전이었다. 현석이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호진아. 나도 제발 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이어이. 너는 그냥 민서랑 놀라니까."
"같은 남자끼리?"
"...그러면 너는 남자놈한테 그런 연기를 시켰냐."
"미안. 그런데 나도 민서가 그렇게 연기를 생생하게 할 줄 몰랐어."


현석이가 말한 뒤에 바로 담임선생님이 오시고, 현석이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종례가 이어지고, 희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오늘도 10반 교실로 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수영이가 우리반 교실로 찾아왔다.


"그렇지않아도 마침 수영이네 반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오늘 우리반이 종례가 일찍 끝났어.. 그런데, 호진아."
"응?"


수영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수영이가 나한테 뭐라고 말하려는 걸까.


"오늘 호진이네 집에 가보고 싶은데.. 괜찮아?"


뭐야.


수영이가 우리집에 오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인데. 그나마 얼마전 희연이랑 같이 공부하면서 폐인의 집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래도 수영이가 내가 사는 모습을 보게 되면 혹시 실망하게 되지 않으려나.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영이니까.


"괜찮은데.. 우리집에는 왜?"
"그냥.. 호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해서. 그리고.. 다음주에 시험이잖아. 공부하다가 모르는게 많았었는데 호진이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어서."


앗.


이거 뭔가 좀 난감한데. 내가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제대로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그나마 희연이랑 잠깐 공부했을 때 희연이가 잘 가르쳐주긴 했지만, 아직도 공부하면서 모르는게 많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게 많은데."
"그냥.. 서로 모르는거 물어보면서 공부하고 싶어서."


그래. 지금 수영이는 나한테 마음을 열고 있어. 그런 수영이를 실망시키면 안되겠지. 하지만 같이 공부하다보면 웬지 수영이쪽이 실망할 것 같은데. 그 때 효선이 역시 이쪽으로 와서.


"어, 수영이 벌써 온거야?"
"응. 종례가 일찍 끝나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10반이 종례가 일찍 끝난게 아니라 우리반이 종례가 늦게 끝난게 아니었을까. 오늘따라 담임선생님 말씀이 좀 많이 길었는데 말이지.


뭐 상관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 셋이 함께 학교를 나왔다. 수영이랑 친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건 생각도 못했었는데, 지금은 이게 이미 일상이 되어있다는 느낌이랄까.


"오늘.. 호진이네 집에 가려고."
"호진이네는 왜?"
"호진이랑.. 같이 시험공부 하고싶어서."
"와~ 둘이 정말 잘 되고 있나봐."
내가 보기에 그거랑은 상관없는것 같은데.


효선이는 역시 평소대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헤어졌고, 효선이랑 헤어진 뒤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수영이랑 팔짱을 끼면서 간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지금 누군가 우리를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냥 기분탓인건가. 그래서 뒤를 잠깐 돌아봤지만 역시 하교하고 있는 학생들이랑 지나가는 사람들 외에는 없었다.


"호진아, 왜?"
"누군가 따라오는것 같았는데.. 잘못 봤나봐."
"우리를.. 따라올만한 사람이 있어?"
"그냥.. 기분탓일거야."


하긴 요새 학교에서 수영이가 좀 알려져서인가, 내가 수영이랑 지금 사귀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나를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냥 기분탓으로 이렇게 느낀 것일거야. 신경 끄자.


이렇게 걷다보니, 수영이랑 함께 집에 도착했다. 당연히 지금 집에는 나 혼자밖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집은 텅 비어있지.


"집에.. 부모님 안계셔?"
"응. 3월달부터 해외로 출장가셔서.. 지금 나 혼자 있어."
"호진이도.. 많이 외롭겠네."
"별로. 컴퓨터 켜서 인터넷에서 많이 노니까."


어느샌가 이 세상은 정말 누구 노래대로 '클릭 하나로 모든것을 갖는 파라다이스, 삶과 죽음을 넘어 하드속에 펼쳐진 나의 작은 섬' (주1) 이랄까.


"나도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악플이라던가 사이버테러라던가 이런게 무서워."
"그런것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일뿐이야. 그냥 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일 뿐이지."


그런데 말하고나니 수영이가 인터넷 사이트 분위기에 익숙해지는것을 생각해보면 무섭다. 특히 디씨인사이드같은 곳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더더욱.


에이. 괜히 헛생각이 난 것이겠지.


오늘 수영이랑 같이 올 것은 생각하지 못해서 대접할 것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귀찮아서 안먹은 먹을것들이 냉장고에 좀 남아있었다는 것일까. 수영이한테 쿨피스라도 따라줘야지.


"수영아, 쿨피스라도 마실래?"
"응.. 그래."


다행히도 유통기한은 안지났다. 쿨피스 두 잔을 따른뒤, 수영이한테 가지고 갔다.


"수영이 올 줄 모르고.. 먹을거 준비를 못했어."
"아냐.. 괜찮아. 이런거라도 고마워."


쿨피스를 일단 한잔 마시 나서, 수영이랑 공부를 하려고 참고서를 꺼냈다.


"호진아. 여기서 두 근이 모두 양일 조건이 뭐야?"
"우선 여기서 b²-4ac를 구하면 이렇게 되니까.."


수영이랑 공부를 하면서, 다행히도 한쪽이 모르는 것을 다른 한쪽이 알고 있는 것이 많아서 서로 물어보면서 생각했던것보다 공부가 잘 되었다. 이런걸 보고 시너지 효과라고 하는걸까.


아니. 이런것도 어쩌면 희연이랑 먼저 같이 공부를 안했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 수영이가 나한테 물어본 것들 중에 상당수가 내가 먼저 희연이한테 물어봐서 알게 된 것들이었으니.


수영이랑 공부를 같이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수영이도 공부를 하다 지쳤는지 나한테 물어봤다.


"호진아, 잠깐 컴퓨터 좀 쳐도 돼?"
"응.. 그런데 왜?"
"그냥.. 이메일 같은거 온게 있나 확인하려구."


생각해보니 나같은 경우는 어느샌가 이메일함은 각종 사이트 뉴스레터들이랑 스팸메일들로 가득차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락은 주로 메신저로 하게 되지.


수영이가 컴퓨터를 킨 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클릭하려다가 뭔가 다른것을 본듯, 나한테 물어봤다.


"호진아.. 혹시 음악방송같은거 했었어?"


마우스 커서는 샷캐스트(주2)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영이도 샷캐스트가 음악방송 관련이라는 것을 아는 것인가.


"응. 전에 했었는데.. 지금은 그만둔지 꽤 됐어."
"호진이가 음악방송 하면.. 멋있을것 같은데, 왜 그만둔거야?"
"그게.."


어쩔 수 없이 수영이한테 한하마 얘기를 해줄수밖에 없었다. 음악방송을 통해서 알게된 소녀. 하지만 시한부 인생으로 명을 달리한 뒤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음악방송. 그래서 남녀공학인 유일고에 다니면서도 하마 생각만 나서 여자애들한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것.


그러던 어느날 전학온 희연이. 그리고 나한테 모이는 여자애들 얘기를 수영이한테 했는데, 뭔가 내가 해서는 안될 얘기를 해버린건가.


"호진이.. 그 때 하마라는 애랑 있었을때, 좋았어?"
"응. 그 때는 걔가 시한부 인생이었는줄도 모르고 실컷 놀고 나서 나중에 들은거야. 그리고 그 다음날 하마는 결국 죽어버려서.."


수영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역시 해서는 안될 얘기를 해버린게 틀림없다. 하지만 얼마 뒤.


"나.. 호진이가 그런 애인줄 몰랐어. 그런데.. 그래서 나도 호진이를 놔주고 싶지 않아."
"수영..아?"
"여자애들이 호진이한테 모였을 때도.. 그냥 호진이가 인기있는 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애들한테 호진이를 뺏기기 싫어졌어."


수영이는 의자에서 내려와서, 나한테 다가왔다. 이거는 완전히 '유혹'을 하는 포즈잖어. 그 때 수영이가 포도주를 마셨을 때가 생각나. 하지만 지금의 수영이는 그 때랑은 달리 '맨정신'이라는 것.


"수영아.. 왜그래?"
"호진이.. 내가 싫은거 아니지?"
"싫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하지만.. 이랄 것도 없지 않아? 나.. 호진이가 막 좋은걸. 그 이유는.. 호진이도 잘 알잖아?"


뭐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수영이한테 안겼다. 솔직히 이렇게 파묻히는 것도 좋은걸. 어차피 집에 누구 올 사람도 없으니 말이지.


뭔가 앞서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수영이한테 살짝 입맞춤을 해 줬다.


그리고, 우리들은..


...
...
-Edited Version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편집되었습니다-
...
...


모든 것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벗었던 옷을 입었다.


나는 이것을 통해서 수영이라는 애의 또 다른 면을 제대로 알아버렸다. 그 때 수영이가 포도주를 먹고 한 행동이 정말 수영이의 진심이었다는 것. 그리고 수영이도 정말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애라는것. 그냥 조용하기만 한 줄 알았던 수영이한테 이런 면이 있었을 줄이야.


"호진아.. 기분.. 좋았어?"
"수영이가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기분은 좋았어."
"다행이야."


하지만 수영이의 이런 이면을 발견할수록 내가 수영이랑 사귀는 게 정말 잘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수영이가 다른 애들한테 마음을 열지 않는것이 다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마음을 연 사람한테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니.


이렇게 수영이랑 있다보니,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수영이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호진아. 호진이도.. 앞으로도 계속 나만 바라봐줄거지?"
"응.. 걱정마. 나한테는 수영이밖에 없으니까."
"다행이야. 사실은.. 호진이 주려고 이런걸 준비했어."


수영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무려 은색의 '커플링'이었다. 게다가 조그만 글씨까지 적혀있어.


"뭐라고 써있는거야?"
"'호진♡수영' 하고 'I always thinking U' 라고 새겼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일것같아."


수영이.. 정말 앞으로 커서 이런걸로 먹고 살아도 충분해보여. 수영이 앞에선 내가 뭔가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인데. 일단 손에 껴봤는데. 웬걸. 손에 잘 맞아.


"수영아.. 이거, 수영이가 직접 만든거야?"
"응. 호진이를 생각해서.. 조금 시간은 걸렸고, 많이 서투르긴 하지만.. 만들어본거야."


내가 이런걸 별로 못봐서 그렇지만, 이건 전혀 '많이 서투른' 실력이 아니잖아.


"수영아.. 정말 고마워. 그런 수영이한테,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아냐.. 호진이는, 나하고만 있어주면 되는걸."


요새 밤에는 여자애 혼자서 집에 가기는 위험하다. 게다가 지금 수영이도 우리 학교에서 꽤 알려진 상태인걸.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수영이를 집으로 데려다줘야지.


물론 팔짱까지 끼고 수영이네 집에 같이 갔다.


"호진아. 내일도 나랑.. 있어주는거지?"
"걱정마, 수영아. 나도 수영이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그래.. 잘가, 호진아. 내일 다시 만나."
"응.. 수영이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정말 내가 수영이한테 못할 말을 해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대로 든다. 수영이의 속마음이 원래 그랬는지 몰라도, 오늘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경험해버렸어.


이러다가 수영이도 뭔가 희연이나 나래 이상으로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에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는 괜히 기분만 상한다. 나도 수영이가 좋으니까, 이런 느낌은 털어버리고 그냥 집에 가야지.


그런데, 집에 돌아가고 나서, 집의 우편함에 뭔가 쪽지 한장이 꽂혀있었다.


"응?"


- 다음회에 계속 -


주1. 클릭 하나로 모든것을 갖는 파라다이스, 삶과 죽음을 넘어 하드속에 펼쳐진 나의 작은 섬 : 2004년에 나온 'DIX'라는 가수의 'Digital Island' 가사인데, 디지털싱글로 나왔지만 묻혀버린 안타까운 노래.


주2. 샷캐스트 : SHOUTcast. 윈앰프의 DSP 플러그인으로서, 인터넷 음악방송을 할때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요새는 윈앰프 유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샷캐스트 유저도 많이 줄어들었음.


네. 유아름양의 위험한 발언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수영이도 아름이를 별로 좋게 보고 있지 않고. 희연이는 여전히 우울해져 있고. 소문의 여파인지 수영이가 다른 애들한테도 알려지면서 호진이는 어느샌가 유일고 학생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죠. 그런 시점에서 수영이가 호진이네 집에 놀러가겠다고 했죠. 하지만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오랜만입니다. 요새 레포트에 치여사느라고 이쪽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죠. 간만에 Edited Version으로 나가봤는데.. 이번 회가 나름대로 비중있는 회라서 그런가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오래걸린데다가 레포트까지 겹쳐버려서 더 안습입니다. 하지만 오래 걸린 시간에 비해서는 내용이 그렇게 많지가 않은듯? 어서 올해 안에는 본편을 다 완결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연재는 계속됩니다.


참고로 수영이의 키가 어느정도냐 하면, 모 코미디 프로에서 '새 신을 신고 뛰어봐도 160♬' '속이 꽉찬 남자 159.9~♪ 앉으면 99.9~♬' 이런 노래를 부르는 개그맨보다 큽니다. 즉 동급생 중에서는 평균이상입니다.


민서 : 리타니아씨.
리타니아 : 응?
민서 : 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이거 연재 잘 되나 어디 보자고.
리타니아 : ..너 왜 이렇게 자꾸 반항해.
민서 : 리타니아씨가 저랑 호진씨랑 안맺어주니까 연재 잘 안되는거 맞잖아요.
리타니아 : 상관없잖아!
민서 : 어딜봐서 상관없어요.
리타니아 : ..자꾸 그러면 출연료는..
민서 : 알았어요. (우이씨. 정말 치사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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