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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1.17 23:41

LiTaNia 조회 수:528 추천:1

extra_vars1 13-C. 내가 왜 둔한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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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야. 너가 왜 여기에?"


분명히. 내가 알기로, 하마는, 시한부 인생이었었지. 그리고, 나랑 데이트를 한 다음날 새벽에 하마가 좋아하는 노래인 Monday Morning 5.19대로 새벽 5시 19분에 죽었다고 하고. 그런데. 지금 하마가 왜 내 앞에 있는거야.


"호진이.. 요새.. 행복해? 정말.. 행복한거 맞아? 궁금해. 호진이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이 없나.. 생각해봐."


이런 말을 남기고, 하마는, 그 자리에서 유령처럼 사라져버렸다.


"하마야!!"


하마를 불러봤지만, 이미 하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까, 딱 5시 19분이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그동안 나래랑 재회해서 같이 놀다보니까 거의 하마를 잊어버린 상황에서 이렇게 나타나다니. 지금까지 꿈에서도 나온 적이 없었던 하마인데.


에이. 좀 더 자야지. 이제는 월요일날 모닝콜도 좀 바꿔보고. 하마는 어차피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굳이 Monday Morning 5.19를 월요일 모닝콜로 깔아놓을 이유가 없잖아.


그런 이유로 좀 더 자고 일어났더니..


으악. 지각에 가까운 시간이다. 새로 바꾼 모닝콜은 사정없이 울리고 있었는데, 내가 평소 기상시간에 분명히 맞춰놨는데도 불구하고 십여분을 넘게 울려대고 있었다.


우선 교복부터 대충 입고 나가자. 아침은 먹을 시간이 없다.


그런데, 항상 문 앞에서 기다렸던 희연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아?"


지금, 평소 등교시간을 생각하면 좀 늦은 시간인데 아직까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단말인가. 수영이는 아무말도 없었다.


"늦게 일어나서 미안..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수영이는 여전히 아무말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수영이도 같이 따라 나선것을 봐서 수영이도 나를 기다렸었던 것 같다. 역시 많이 기다렸던 것인가. 지금 희연이가 먼저 가버린게 어찌보면 정말 다행이다. 만약 희연이가 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뭐 일단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 수영이랑 부지런히 뛰려고 했지만, 역시 수영이는 달리는 것은 많이 느렸다. 얼마 뛰지 않았는데도 금방 지친 모습이 보였다.


그런 이유로 정말 지각 0.1초전에 학교 도착.


예상대로, 학교에 가보니 이미 희연이는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삐져있는채로.


"희연아.."
"흥. 됐어. 호진이. 다른 여자애랑 놀고. 늦잠이나 자고."


이번에, 희연이가 정말 단단히 삐져있나보다. 말 걸기가 겁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하필 효선이가 나한테 물어보기를.


"호진아. 혹시 수영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 항상 수영이랑 같이 오는데 오늘 수영이가 안와서."


수영이가 늦잠을 잔 나를 기다렸다가 같이 왔다는 거, 희연이가 들으면 곤란하겠지. 어쩔 수 없이 효선이한테 귓속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이가 나랑 같이 와서 늦은거였어. 내가 오늘 늦잠을 잤는데.. 수영이가 여태 나 기다렸었던거 같아.'


내가 효선이한테 귓속말을 하자, 효선이도 약간 놀란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수영이의 이런 모습.. 처음이네."


수영이랑 친한 효선이한테도 그런 모습은 당황스러웠던 것이었을까.


"맞아. 내가 수영이랑 같이 보라고 영화표 준 거, 재미있게 봤어?"
"응. 덕분에 수영이랑 재미있게 봤어. 고마워."
"뭘.. 호진이가 수영이랑 친해지는거, 보기 좋아."


뭐 영화.. 아니, 만화도 생각외로 꽤 볼만했고, 수영이랑 친해지게 된 계기도 되었으니, 확실히 효선이가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데, 효선이 생일 정말 11월 20일 맞아?"
"어..떻게 알았어? 호진이한테는 말해준 적이 없었던것 같은데."
"내 생일도 그날이야. 내가 수영이한테 내 생일 말해주니까 수영이가 많이 놀랐더라. 효선이랑 같은 날이었다고."
"호진이랑 생일도 같은 줄은.. 몰랐네."


우연의 일치라는게 한두개가 아니면, 이미 그게 필연으로 느껴진다고 하지. 내가 수영이를 알게되었고, 수영이랑 친해지는 것을 효선이가 도와주는것도 이미 필연이 된 것이 아닐까.


어느새 수업종은 쳤고, 조례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희연이랑 서먹서먹한 분위기로 오전의 수업시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뭐 희연이가 저런 상태니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식당으로 가려고 하는데, 내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희연이가 불렀다.


"호진아. 옥상에서 나랑 얘기해. 내가 도시락은 싸 왔으니까."
"으..응."


뭐 그런 이유로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희연이랑 같이 옥상으로 갔다. 희연이는 여전히 내 것까지 도시락을 가지고 왔고.


"호진아. 어제 화낸건 미안해.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어."


역시 희연이가 뭐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는 당연히 모를 수가 없다.


"희연이도.. 알고 있었어?"
"응. 그 수영이라는 애..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사는것 같으니까, 이쪽으로 오는 호진이가 보였어. 그런데 다른 곳으로 가더라. 그리고 아까전에 효선이라는 애 얘기 들어보니까.. 호진이가 그 수영이라는 애랑 영화도 같이 봤다는것 같은데.. 호진이는 내껀데. 그 누구것도 아닌 내껀데.. 뺏길 수 없는데.."


역시, 결국 희연이가 문제였던건가. 내 생각은 묻지도 않으면서 나를 자기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호진이도.. 그 수영이라는 애가 좋은거야?"


희연이의 밝은 모습만 보다가, 희연이가 울 것 같은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하든 곤란해질 것은 뻔하니.


"대답좀 해봐, 호진아. 정말 수영이가 좋은거야?"
"...응. 수영이가 좋아."


효선이도 나한테 어느 쪽일지 확실히 정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버림받게 된다고 했으니.. 희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해야지.


"그 수영이라는 애.. 어디가 좋은거야?"
"수영이를 알게 되고 나서.. 수영이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잘 안여는것 같아서, 내가 한번 수영이의 마음을 열어보려고 했던거야.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희연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수영이한테 말 걸기가 좀 많이 겁난다는 것이랄까.


"정말.. 호진이가 수영이가 좋다면.. 나도 호진이를 포기해야만 하는데.. 나.. 호진이를.. 포기하기가 힘들어.. 왜일까?"


이봐요.. 그걸 왜 나한테 묻는겁니까. 처음부터 나한테 멋대로 달라붙은게 희연이 아니었었나.


"호진아. 나.. 어떡해야만 해?"


뭐 역시 가장 좋은 것은 희연이가 나를 포기하는 것인데, 희연이는 그것만은 정말로 싫은것 같았다. 희연이는 도대체 내가 어디가 좋은것인가.


"나도.. 그 수영이라는 애랑 호진이랑 둘을 그냥 두면 좋을텐데.. 이상하게 그러기가 싫어."


그리고 희연이는 도시락을 바닥에 놓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호진아.. 나.. 지금 기분이 이상해."


나는 어쩔수 없이 희연이를 토닥거려줬다. 희연이가 들릴듯 말듯하게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미안해.. 희연아. 하지만. 난 수영이의 마음을 열어주고 싶었을뿐."


그러는 사이에 이미 다음 수업시간을 알리는 예비종은 울렸고, 도시락은 반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실에는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인 유아름양이 찾아와서 효선이랑 얘기중이었다. 도대체 효선이는 왜 저런 애랑 노는지 모르겠다.


"효선아, 나 또한번 코스프레 해보려고 하는데, 얘는 어울릴까."
"이번엔 어떤거 코스프레인거지."
"효선이 혹시 동방프로젝트(주1)라고 알아?"
"내가 그런걸 알리가 없잖어."
"슈팅게임인데, 거기 나오는 애들 중 '하쿠레이 레이무'라는 무녀 코스프레 해보려고 하는데, 어울리려나."
"그러니까 걔가 누군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어제 아름이랑 민서 꿈 꿨다는 걸 현석이녀석한테 한번 말해봐야지.


"현석아. 나 어제 제대로 개꿈 꿨었다."
"무슨 꿈인데."
"민서녀석이 여자로 아예 성전환을 해서 나를 유혹하고 있었고, 그걸 도와준게 저기 있는 아름이였어. 아름이가 나를 꽁꽁 묶고 민서를 성전환시키고.."
"제대로 요상한 꿈을 꿨군. 저 아름이라는 부녀자, 민서랑 절대 붙이면 안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나도 몰라."


가만. '부녀자'? 저 어려보이는 아름이가 부녀자라니.. 뭔가 좀 이상하잖아?


"부녀자? 아름이가 아주머니였단 말야?"
"그거는 앞에 며느리 부(婦)자를 쓴거고, 아름이 걔는 썩을 부(腐)자가 붙은 부녀자(腐女子)야. 동인녀들이 '자기의 머리속은 야오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뇌가 썩었다'고 말해서 부녀자의 한자만 바꿔서 그렇게 된것이지. 아름이가 딱 그런 애야."


..정말 제대로 딱 아름이한테 들어맞는 설명이다. 아름이 쟤. 뭔가 현석이보다도 한 술 더 떴어. 그런데 그런 것을 정말 명쾌하게 설명하는 현석이녀석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리고 오후 수업은 계속 이어졌고, 내가 교실 문을 나섰을 때, 희연이가 나를 붙잡았다.


"호진아."
"응?"
"오늘은.. 나랑 같이 가면 안돼?"


희연이의 기분을 풀어줘야 하긴 하지만, 지금 나는 또 다른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걸.


"미안. 안될것 같아."
"..칫."


뭐, 그런 이유로 오늘은 다소 무거운 발걸음으로 10반 교실을 향했다. 아직 10반 교실은 종례가 끝나지 않은듯 했다. 효선이가 먼저 교실에 와 있었다.


"호진아, 오늘도 수영이랑 같이 가려고 온거야?"
"응.. 수영이가 나랑 같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난 효선이가 그 다음에 한 말을 듣고, 지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호진아, 이거 알아? 수영이는 호진이를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보여."


효선이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때 수영이랑 같이 갔을 때 수영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았던 것은 일단 그렇다 치자.


수영이네 집에서 수영이가 포도주를 잘못 먹고 나서 나를 안고 키스한것도 수영이가 술에 약해서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극장에서 '시간을 뛰어간 소녀'를 수영이랑 보고나서 수영이가 한 말들을 생각해봤더니..


'아냐.. 호진이가 나랑 같이 있어줘서 그걸로 고마워.'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호진이는.. 아니야.'
'호진아.. 나, 정말 호진이같은 애랑 있어도 괜찮은거지?'


이제야 뭔가 알 것 같다. 나. 지금까지 수영이의 마음을 지금까지 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왜 희연이가 나보고 둔하다고 했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역시 나는 둔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종례는 끝나고 청소당번들만 남고 수영이가 나왔다.


"어, 호진이도 왔네."


수영이는 나를 보며 살짝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이 나왔다.


"또 왔구나, 이호진. 수영이가 나같은 애보다 호진이한테 더 어울려. 둘이 잘 지내."


정혜림 쟤는 고맙긴 하지만.. 수영이를 괴롭혔었던 애가 나랑 얘기하고나서 태도가 바뀌어버린건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호진아, 혜림이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로."
"오늘 혜림이가 나 안괴롭혀서.."


하긴 그동안 혜림이한테 시달렸던 수영이한테는 이제 혜림이가 안괴롭히니 무슨 일인가 했었을거다. 나도 토요일날 오락실에서 혜림이를 우연히 만난 뒤 얘기하다보니까 알고보니 혜림이가 나랑 같은 초등학교랑 중학교를 나왔었다는 것, 그리고 나랑 관련된 일을.. 심지어 한하마까지 알고 있었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역시 하교를 하고 있었던 수환이녀석하고 마주쳤다.


"네녀석. 역시 다른 여자애랑 놀고 있었던 것이었냐. 그러니까 희연이는 그냥 나 주라니까."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희연이가 자꾸 나한테만 붙어. 나도 희연이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정말 희연이가 저녀석한테 그냥 가버리면 모든게 순조롭게 되지 않을까나. 그런데 희연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채로 나한테만 계속 붙으려고 하고 있으니.. 희연이는 자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다는 생각은 해봤으려나.


어쩌면 수영이가 나를 알게된 뒤로, 희연이도 수영이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는게 아닐까.


에이. 이런 생각하다가 머리만 복잡해진다. 어쨌든 셋이 같이 하교.


"호진이랑 수영이, 둘이 잘 되어가니까, 살짝 부럽네. 나도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효선이라면.. 금방 생길거야."
"그러니까 누가 좀 소개시켜줘."


하지만 효선이한테 현석이를 소개시켜주고싶지는 않다. 아니, 현석이도 아마 효선이한테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석도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한테 말하만 2D에 빠져살고 있으니 그게 문제이다.


하긴 생각해보니 효선이도 이미 아름이 때문에 그 쪽으로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으니 둘이 이어지는것도 나쁘진 않으려나?


같이 걷다보니까 버스정류장에 금방 도착했고, 효선이는 버스를 타고 갔다. 효선이가 가자마자, 수영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호진아.. 내가 이러는거, 싫은거.. 아니지?"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수영이가 나한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는 것이려나.


"싫을리가 없잖아."
"다행이야. 그런데.. 호진아. 아까전에 표정이 좀 그랬는데.. 무슨 일 있었어?"


역시 내가 좀 무거운 발걸음으로 10반 교실에 갔었기 때문에 수영이가 눈치를 못 챌리가 없겠지. 나는 수영이한테, 희연이가 학교에서 나한테 넋두리(?)를 한 것을 말해줬다. 물론 같이 도시락을 먹었다는 얘기는 빼고.


"나도 그 희연이라는 애랑, 한번 얘기해보고 싶어."
"희연이랑.. 얘기가 잘 되려나."
"나도.. 호진이를 놓치기 싫으니까."


어느샌가 수영이도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난 그런것까지 바란건 아니었는데. 하긴 나도 수영이가 좋긴 하니까.


그리고 어느샌가 집에 도착.


"호진아, 내일 봐.."
"응, 수영이도."


집에 혼자 있으니까 정말 이런저런 별의별 생각들이 다 떠올랐다. 나를 아직도 포기하고 있지 않은 희연이, 그리고 나를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 수영이..


처음에는 희연이의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샌가 수영이는 나를 더이상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둔한 놈이 될 수밖에 없었나.


에이. 그냥 시험공부나 해야겠다. 이런것들을 생각하다가는 정말 어지러워.


그리고 오늘도 시험공부를 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다. 그러나 여전히 흰색은 종이고 색깔은 글씨랑 그림인걸 어떡하리.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오늘은 별로 건진게 없는걸.


그 다음날. 오늘은 늦지 않게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나서면..


오늘도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희연이는 아무말도 없었다. 게다가 수영이까지 같이 있었다. 둘이 서로를 쳐다보는 것에서, 뭔가 강한 스파크가 느껴져.


내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수영이랑 희연이. 누구한테도 지금 말걸기가 겁난다.


그리고 현석이녀석 역시 희연이랑 수영이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저 둘이 어느샌가 라이벌이 된 걸까."
'쉿. 조용히. 지금 한쪽이라도 잘못 건드렸다가.. 큰일날것같아.'


게다가 효선이까지 합류. 이거 정말 분위기가 묘한데.


"수영아, 안녕!"


하지만 효선이 역시 수영이랑 희연이의 지금 분위기에는 끼어들 수 없었나보다. 한쪽이라도 건드


이런 난감한 분위기 속에 학교에 도착해서, 수영이가 자기 반 교실로 간 뒤에, 희연이는 또 다시 내 자리에서


"너무해, 호진이. 나한테 말도 없이 다른 여자애랑 논다니."


이봐. 말하면 더 큰일나기 때문에 그렇지 않냐.


"그런데, 수환이가 그렇게 싫어? 어제도 희연이가 왜 자기한테 안오냐고 그러던데."
"그런 듣보잡(주2) 따위랑 호진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은 이어졌다.


역시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에만 신경써야 하는 것일까. 괜히 여자애들한테 신경쓰다가 마음이 그쪽으로 쏠려서 오히려 더 꼬여버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다가오는 점심시간. 이번에는 희연이가 나랑 같이 먹자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별 수 있나. 간만에 식당으로 가야지. 식당도 정말 오랜만에 들러보네.


"여어. 호진이가 웬일이래. 식당에 오고."


현석이가 한마디 했었다. 하긴 내가 지금까지 희연이랑 같이 먹느라 식당에는 너무 오랜만에 왔지.


하지만, 그동안 희연이의 도시락에 길들여져버렸던지, 간만에 먹는 급식은 뭔가 맛이 없다.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서워지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다.


"희연이하고 한번 크게 싸우기라도 한거냐."
"그건 아니고, 내가 수영이랑 같이 있었다고 저러는거야."
"그러고보니 호진이 요새 수영이랑 잘 되고 있는거냐."
"응. 수영이네 집에 같이 가봤어."
"오호. 수영이네 집 어땠냐?"
"역시 여자애네 집은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랄까. 그 자수정 팔찌 말고도, 수공예 악세사리 몇개 더 보이는데.. 정말 고1 여자애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수영이가 피아노도 쳤는데.. 엄청 잘 치더라."
"피아노까지.. 뭔가 대단한데."


하지만 그 뒤에 수영이가 포도주 먹고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현석이녀석, 아니, 교내의 모든 사람들이 모르는 게 좋은 사실이니 생략하도록 하자..


"그리고 일요일날에 극장에서 영화.. 아니, 만화도 같이 봤어."
"만화라면.. 틀림없이 '시간을 뛰어간 소녀'였겠군, 호진이 돈 꽤 썼겠는데."
"아냐. 표는 효선이가 그냥 우리꺼 사준거래. 오히려 그쪽 식당가에서 사먹는데 돈이 나갔다랄까."
"효선이도 몰랐는데 고맙네, 호진이를 위해서 이렇게 맺어주다니."


이렇게 현석이랑 쓸데없는 대화를 나눠보는것도 오랜만이군. 그러고보면 희연이가 전학온 뒤에 내 일상은 너무 바뀌었어. 그만큼 희연이쪽에서 나한테 너무 붙었다고 해야 하나.


"너무나 많이 사랑한죄~♬ 널 너무나 많이 사랑한죄~♬"


점심방송으로는 FT의 '사랑앓이'라는 노래가 들리고 있다. 난 도대체 왜 이 FT라는 애들이 인기 많은지 모르겠더라. 락밴드라면 좀 더 락같은 노래를 불러주면 안되냐. 왜 밴드라고 나온 주제에 이런 흔해빠진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냐, 굳이 강한 노래가 아니더라도, 넬이나, 뮤즈나.. 이런 밴드들을 본받을 수는 없는거냐.


밥을 먹고 돌아와보니, 수환이녀석이 우리반에 와서 희연이한테 접근했지만,


"희연아. 그러니까 그런 놈은 그냥 잊어버리고 그냥 나랑 사귀자니까."
"너는 빠져. 내 기분을 알지도 못하는게."


역시 수환이녀석은 희연이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보다. 희연양. 제발 나 좀 포기하고 수환이한테라도 가 주세요.


오후 수업은 이어졌다. 뭐 수업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시간에. 시험이 코앞인데, 정말 큰일났다.


그리고 오늘도 종례를 마치고 학교 끝. 오늘은 희연이도 같이 가자는 얘기를 아예 안하네. 희연이쪽도 지친것인가.


그래서 10반 교실로 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서 수영이랑 만났다.


"앗. 수영이가 여기로 온거야? 내가 가려고 했었는데.."
"우리반이 종례가 일찍 끝나서."


요새 수영이의 표정이 처음 만났을때보다는 밝아보인다. 아니, 나나 효선이랑 있을때만 밝은 것이려나.


그리고 오늘도 또다시 셋이 하교.


"효선아.. 말할까 말까 고민한게 있는데, 말해도 될까."


수영이가 말할까 말까 고민한 것이라, 도대체 무엇일까.


"못말할게 뭐가 있어."


하지만, 그 다음에 수영이한테서 나온 한마디.


"나.. 호진이가 좋아."


- 다음회에 계속 -


주1. 동방프로젝트 : 일본의 ZUN이라는 분이 만든 동인 슈팅게임 시리즈로, 그 분 혼자서 프로그램, 스토리, 그래픽, 음악 등을 다 맡으셨다. 상당히 총알이 많이 나오고 그 총알패턴이 아트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상당히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도 유명하다. 동방홍마향, 동방요요몽, 동방영야초, 동방화영총 등이 있다. 물론 국내의 코믹월드에도 동방프로젝트 관련 팬시랑 동인지는 꾸준히 나오지만, 그거 만드시는 분들이 정작 게임은 잘하시려나. 참고로 '마리사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랑 '우사테위'가 동방프로젝트 관련 2차 창작물들.


주2. 듣보잡 : '듣도보도 못한 잡것'의 줄임말


네. 희연이는 점점 안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호진이도 자기가 마음을 못잡는것을 느꼈던지 뭔가 마음을 잡아보려 했지만, 호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점점 일을 키워가고 있고.. 현석이는 결국 아름이한테 '부녀자(腐女子)'라는 표현까지 써버렸고. 둔한 소년 이호진군이 이제야 뭔가를 눈치챘고. 게다가 희연이랑 수영이의 미묘함도 뭔가 심상치가 않고, 한술 더 떠서 수영이의 한마디까지. 과연 호진이랑 수영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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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11.20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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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11.14 633
176 A Tale That Wasn't Right [3] LiTaNia 2007.11.12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