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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1.14 22:52

LiTaNia 조회 수:633 추천:2

extra_vars1 12-C. 꿈은 현실과 반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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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요새 여름이 되고나니 확실히 해가 길어진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완전히 여름은 아닌듯. 아침에는 반팔로 있다보면, 약간 선선하긴 하다.


오늘 수영이랑 같이 극장에 가기로 했지. 일단 수영이한테 전화 한번 해볼까.


하지만, 수영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전화기에는 수영이의 컬러링만 들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벌써 알바하는 중이었을까. 수영이는 생과일주스집 주말알바라고 했으니까.


에이, 모르겠다. 좀 있다 연락해보기로 하고, 잠시 공부나 좀 하고있자. 지금은 시험기간이라서 시험성적 잘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 하지.


하지만 책은 여전히 수면제다. 책에 있는 글씨만 보면 이상하게 자도 자도 졸린다. 깜빡 졸려고 할 때.. 전화가 와서 깼다. 수영이다.


"여보세요?"
"호진아.. 방금 전화했었어?"
"응. 생각해보니 몇 시에 시작하는지 몰라서.. 전화해봤어."
"확인해볼께.."


그리고 수영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 표를 확인하는 중이겠지, 역시 잠시 후에..


"2시 반에 시작이네."
"무슨 극장에서 하는거야?"
"동대문 MMC."
"응.. 그럼 1시 반 쯤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자."
"그래. 그럼 좀있다 봐."


동대문 MMC. 이 근처에 있는 극장 중에서 가장 괜찮은 극장이지. 돈암동에 GCV 지을 예정이라고 하는데 언제 지어질지 아직도 기약이 없다. 그거 지어질 때까지는 일단 동대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 약간 눈을 붙인 뒤, 1시쯤에 나가볼까. 정말 교과서랑 참고서는 제대로 수면제야.


그런데 고개를 잠깐 들어보니까, 분명히 내 방인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집에는 분명히 나 혼자밖에 없는데.


"정신이 드셨나요, 호진씨."


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 위화감 가득한 목소리. 설마?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한마디로 정말 '악몽'같은 광경이다. 여장남자 민서녀석이, 그 위화감 가득한 목소리로, 엊그제 수영이가 포도주 먹은 뒤에 눈이 풀린 것처럼, 눈이 풀린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넌 도대체 왜 내 방에 있는거냐.


"너..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여자애들이 호진씨한테 몰리는거, 두고 볼 수 없었어요."


희연이가 전학온 이후로 내가 여자애들이랑 많이 알게 되긴 했지만, 너는 남자놈이잖어, 그게 너 입에서 나올 말이냐구.


"사내자식이 도대체 무슨 짓이야!!"
"사내자식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말했잖아요, 호진씨를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뭐야.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것은, 설마 성별까지?


영화 동방불패에서, 동방불패가 규화보전(주1)이라는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자신의 성별을 버렸다고 하지만, 이녀석은 도대체 뭘 위한거냐.


이 상황, 위험해. 제대로 된 상황이 아냐. 빠져나가야 해.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으악. 내 몸이 밧줄로 꽁꽁 묶여있어. 도대체 이 못된 장난을 친 건 누구야.


"걱정마. 호진이는 미리 못 도망가게 묶어뒀으니까."


이 목소리도 분명히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웬지 기분이 안좋아.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


"유아름, 너는 또 언제 여기에.."
"내가 말했잖아. 평범한 사랑은 재미없다고. 호진이랑 수영이. 둘이 잘 어울리긴 한데 뭔가 재미가 없어서 마침 민서도 호진이가 좋다기에, 민서를 도와주려고 한 거야."


이봐. 뭔가 너무 위험한 조합 아니냐. 게다가 멀쩡히 잘 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는건 뭐냐.


"호진이도 걱정 마, 민서를 여자애로 만든건, 나야."


실제 생물학적으로 '여자애'라는 건지 아니면 행동만 '여자애'인 건지는 몰라도. 도대체 유아름 너 무슨 짓을 한거야. 이거 진짜 위험한것도 이 정도면 너무한거 아니냐.


"왜? 호진아, 재밌잖아? 효선이가 또 싫어할것같지만. 난 이런게 재밌어."
"호진씨.. 저의 것이 되어주세요. 저는 호진씨를 원해요. 아름이까지 저를 도와주고 있잖아요."


게다가 민서는 나한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저런 민서녀석한테 동정을 빼앗기면 안되는데.. 이거 진짜 어떻게 된거야. 나 이제 수영이랑 영화도 보러 가야 하는데..


"으아악, 안돼애애!!"


너무 놀란 나머지 고개를 들었다.


역시, 꿈이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고, 내 앞에는, 아까전에 내가 공부하고 있던 참고서가 놓여져 있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개꿈을 꾼거야. 역시 어제 민서의 행동을 보고 아름이랑 민서가 서로를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한 댓가인 것인가. 저 두명, 절대로 붙여놓으면 안되겠어. 하긴 민서는 정학 조치되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날 일은 없다지만.


문제는 왜 하필 수영이와의 데이트를 앞두고 이런 개꿈을 꿨냐구.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아. 그런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앗. 벌써 1시다. 어서 나가봐야지. 물론 수영이랑 약속은 1시 반에 했지만, 그래도 좀 더 여유있게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버스정류장쪽으로 가고 있는데, 그 때 수영이가 일하고 있었던 생과일주스집 '깡통모아' 가 보이네, 그런데,


'사정상 휴업'?


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니까, 완전히 가게가 엉망이 된 모습이 보인다. 테이블이랑 의자가 완전히 제 모습을 못찾고 어질러져 있고.. 누군지 몰라도, 이 가게 안에서 한번 휘젓고 갔었구나. 가게에서는 제발 저런짓 좀 하지 말자.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굉장히 낯익은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희연이였다. 희연이는 아무 표정도 없는 모습으로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어제 그 전화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봐야지.


"희연아."


그런데, 희연이는 내 목소리를 못들은 듯, 아무 말도 없었다. 더 가까이 가서 불러봐야지.


"희연아."


그래도 아무말도 없었다. 표정도 여전히 안바뀌었다. 그래서, 희연이 바로 앞까지 가서 불러봤다.


"희연아.."


그러나, 나는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연이는 역시 아무 말도 없더니, 잠시 후 갑자기 속사포같이 빠르게 말했다.


"흥, 호진이는 나쁜애야. 호진이는 분명히 내꺼라고 했었는데!! 다른애랑 놀고 있었고!! 그것도 아주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호진이는 내가 그렇게 싫은거야? 내가 도대체 못해준게 뭐가 있어. 내가 그 수영이라는 애보다 못한게 뭐가 있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 마음아프게 하고!! 호진이, 나빠!"


그렇게 말하고, 희연이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역시 평소에 화 안내던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


희연이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수영이네 집에 같이 갔었다는 것을 희연이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역시 희연이랑 수영이랑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되었으려나. 집에 가던 길에 희정이가 나한테 말을 걸었으니, 언니인 희연이가 모를리가 없었겠지.


"희연아.. 미안."
"칫, 호진이 미워. 호진이랑 얘기 안할거야."


그리고 희연이는 돌아가버렸다. 희연이의 이런 모습. 정말 처음 봤다. 희연이도 화가 많이 난 것이었을까. 평소에 화를 안 내던 사람이 화를 내면 진짜 정말 무섭다. 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역시 아까전에 꾼 개꿈이 불길했던 것일까. 도대체 왜 희연이이 저런 모습을 봐야 했던 것일까. 그나마 수영이랑 만나기 전이라서 다행이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수영이는 이미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이.. 왔어?"
"응. 수영아,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별로. 약속시간보다 일찍 와서.."


영화표를 수영이가 가지고 있었기에, 수영이는 나한테 표 한 장을 줬다. 수영이의 표와 내 표를 보니까, 확실히 서로 옆자리다. 좌석 위치도 잘은 모르지만 가운데 위치인것 같은데.


"그런데, 수영아. 물어볼 게 있어."


아까전에 여기 오다가 분명히 수영이가 알바하고 있었던 과일주스집을 들렀었지. 그리고 그 가게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고. 분명히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수영이가 가르쳐주려나.


"어제.. 수영이가 알바하는 생과일주스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


수영이는 잠시 고개를 숙인 뒤에, 굳어있는 모습으로 말했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응.. 어제 어떤 여자애가 들어와서, 자기가 상처 많이받았다면서.. 가게에서 울고불고하면서 화풀이를 막 했었어. 주인언니한테 쫓겨났긴 했지만.. 그 여자애, 어디선가 많이 봤어."


가만. 어제 상처 많이 받았다는 애라면.. 한명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얘 도대체 언제 과일주스집에서 일을 저질렀대. 충격이 그렇게 컸었나. 도대체 어땠기에 가게를 저 모양으로 만든 것일까.


"호진아, 그 애가 나래라는 애.. 맞지?"
"응.. 맞아. 나래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요새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나래는 그런 애가 아니었다. 그런데 다시 만났더니 애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희연이가 전학오고 난 시점에서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애들을 그렇게 변하게 만든 것일까.


"나도.. 호진이를 그런 애들한테 뺏기긴 싫어. 호진이는.. 좋은 애니까. 나같은 애보다.. 많이 좋으니까."


하지만 수영이의 말과는 달리 내 자신이 별로 좋은 애라고 생각되지는 않는걸. 그런데 수영이마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다른 애들한테 물든 것인가. 아니면 그 때 수영이네 집에서 수영이가 포도주의 취한 뒤의 모습이 정말 본심이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으니, 마침 동대문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타야지.


버스 안에서는 라디오가 들리고 있었다. 마침 나오고 있었던게 Tomorrow Perfume Radio라서 그런지,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신가요."
"마포에 사는 종점이라고 합니다."
"네. 점씨, 말씀하십시오."
"Tomorrow Perfume Radio 잘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음도 좋고 외모도 준수하시고 그래서 이번에 우리 회사 CF 모델로 발탁이 되었는데."
"네."
"출연료는 한 5천이면 되죠?"
"혹시 5천원은 아니죠?"
'뚜-뚜-뚜-'
"네, 제가 정말로 CF에 나올 날이 오면 좋긴 하겠지만, 이런 장난전화는 삼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괜히 설레이다 난감해집니다.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가끔 이 라디오방송에 이상한 장난전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게 원래 이 라디오의 컨셉이라 스탭진들이 외부전화인것처럼 하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장난전화가 한번만 들린게 아냐. 저런 장난전화들의 틈에서 라디오방송을 하고있는 리타니아씨도 참 대단하다.


"수영이도.. 혹시 Tomorrow Perfume Radio 좋아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들을 시간이 없잖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그렇지. 우리는 고등학생이다보니 저게 나올 시간에는 학교에 있지. 저 Tomorrow Perfume Radio가 시간대를 옮겨서 하교시간 쯤에 나왔으면 청취율이 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이렇게 버스를 타고가다보니 벌써 동대문에 도착했다. MMC가 아마 청대문 건물 10층이라고 했나. 역시 이쪽 동네에는 도심이라서 그런가 높은 건물들이 많아. 원래 프레야타운이었는데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청계천+동대문을 따서 청대문이라고 했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까 역시 각종 악세사리 가게가 있다. 백화점 1층에는 주로 이런게 있지. 아직 시작시간까지는 멀었으니까 한번 천천히 구경해볼까.


역시 여자애는 악세사리쪽에 관심이 많다. 다른 애들은 나한테 이런 악세사리를 사달라고 하겠지만, 역시 수영이는 뭔가 달랐다.


"나도.. 언젠가 여기 있는것처럼 예쁘게..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뭐 수영이라면 언젠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수영이네 집에서 본 것들도 고1 여자애가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것들이었으니.


생각해보니까 지금은 식사시간. 그런데 나는 깜박잊고 식사를 안 하고 나왔다.


"수영아, 혹시 점심 먹었어?"
"아니.. 아직."
"뭐 좀 안먹을래? 내가 사줄께."
"아냐.. 괜찮아."


효선이의 도움으로 수영이랑 공짜로 보게 되는 입장으로서 내 돈이 하나도 안나가게 되면 좀 그렇지 않을까나. 마침 수영이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밥 정도는 내가 사줘야겠지.


...라지만 이런 쇼핑몰 식당가의 밥값은 역시 후덜덜하다. 역시 내 생각이 짧았어. 그냥 동네에서 먹고 올 걸 그랬나.


"거봐.. 호진아. 나도 낸다고 했잖아."


수영이한테는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런 이유로 어쩔수없이 더치페이가 되는건가. 그런데 수영이 돈도 꽤 나갔을텐데.


밥을 다 먹고 10층인 MMC쪽으로 가보니까, 역시 '시간을 뛰어간 소녀 입장하세요' 라는 전광판이 보였다. 들어가야지.


아직 시작 시간이 되지 않았는지라 각종 광고들이 튀어나오는데, 어떤 꼬마 한명이 광고들만 나오는게 지루했던지,


"아저씨, 딴 데 틀어주세요!"


라고 크게 외쳤다.


물론 다들 그 소리가 나는 쪽에 시선을 집중했고, 그 꼬마는 결국 쫓겨났다. 부모님과 함께. 아마 밖에서 부모님한테 크게 혼났겠지.


이게 전체이용가라서 어린 애들도 올 수 있는 점은 이해한다. 그리고 그 애들이 극장을 그냥 '커다란 TV'라고 착각해서 채널을 돌릴 수 있는걸로 착각하는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크게 소리질러서 쫓겨나냐.


그리고 영화.. 아니, 만화는 시작되었다.


이거, 꽤 볼만했다. 역시 평점이 높은 것들은 그 평점 믿고가면 손해는 안 보게 마련이다. 17살이나 먹고 '이 나이에 웬 만화' 라고 생각했던게 실수였다랄까.


나도 이 만화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만약에 내가 시간을 달려가서 희연이가 전학오기 전에 내가 다른 곳으로 전학갔다면 지금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 하마가 죽기 전에 한참 전에 만나서 하마가 시한부 인생이었다는 것을 미리 눈치챈 것이라던가.. 아니면 수영이의 지갑을 찾기 전으로 돌아간다던가.


아니. 그러다가 오히려 더 꼬여버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충분히 엇나간 내 일상인데, 어쩌면 내가 괜히 바꾸다가 엇나간 것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엇나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수영이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수영이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한테 수영이는 소중한 존재인데.


"수영아,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게 봤어. 고마워.."
"난 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효선이 때문에 이렇게 같이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냐.. 호진이가 나랑 같이 있어줘서 그걸로 고마워."


뭐 수영이도 어느샌가 나한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일까.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호진이는.. 아니야."


하지만 문제는 수영이가 하는 말들도 뭔가 약간씩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에이, 쓸데없는 걱정일거야.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에, 수영이한테 전화가 온 것 같았다.


"여보세요.. 응.. 고마워, 덕분에 호진이랑 재미있게 봤어.. 호진이랑 있는거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효선이한테서 온 전화임에 분명했다. 표를 준 것이 효선이였으니. 나도 내일 학교에 가면 효선이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야지.


버스에서 내려서 동네에 도착했는데, 버스 정류장에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 이호진?"


정혜림양. 당신은 언제 여기에 온 것인가요.


"수영이랑 같이 있었다니.. 왜 수영이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했는지.. 알겠어."


수영이는 그동안 혜림이한테 자주 괴롭힘을 당하다보니, 혜림이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둘이 잘 어울리네. 나도 전부터 호진이를 바라보고 싶진 않았지만.. 만약 호진이 곁에 내가 있었으면, 수영이보다는 안어울렸을거야."


글쎄. 도대체 왜 다들 나랑 수영이를 그렇게 보냐구요.


"나. 이렇게 잘 어울리는 애들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그럼 학교에서 볼 기회가 있으면 그 때 봐."


혜림이는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왔는지, 그 버스에 탔다. 혜림이가 버스를 타고 가자마자, 수영이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호진아.. 나, 정말 호진이같은 애랑 있어도 괜찮은거지?"
"걱정하지 마, 수영아."


그리고 수영이의 팔에 살짝 팔짱을 꼈다. 수영이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긴 했지만, 수영이도 살짝 웃고 있었다. 점점 수영이랑 사이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긴 하지만.. 다른 애들은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사이에, 벌써 집에 도착했다.


"그럼, 수영아, 잘가. 내일 학교에서 봐."
"그래.. 호진이도 잘있어."


오늘 아침에 살짝 졸면서 꾼 개꿈때문에 혹시 불길한 예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고, 나간 뒤에 희연이를 만나게 되어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되지 않을 까 걱정했지만, 역시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했던가, 다행히도 오늘 하루는 잘 보낸 것 같았다. 덕분에 수영이랑 사이가 좋아지기도 했고.


가만, 혹시 극장에 가기 전에 버스정류장에서 희연이가 나랑 수영이를 보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러면 또 뭔가 불안해지는데.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주2)'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웬지 내일 학교에서 어떻게 될까 걱정된다.


게다가 오늘 수영이가 한 말들도 뭔가 묘하게 마음에 걸려. 나를 빼앗기기 싫다는 말이라던가,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니라는 말이라던가..


에이, 쓸데없는 걱정은 그냥 마음속에 묻어두자.


오늘도 개그콘서트를 보고, 자야겠다. '내 이름은 안상순'.. 저것 좀 누가 잘라줘요. 왜 이렇게 재미없어. 다른 코너랑 왜 이렇게 비교가 많이 돼.


오늘, 많은 생각들 때문에 잠이 안오네. 이제 내일이면 또 한주의 시작이라서 오래 자야 하지만.


..그런데. 날이 밝지도 않은것 같은데,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호진아..."


도대체 누가 날 부르는거지. 지금 집에는 나 혼자밖에 없는데.


"호진아아......"


잠깐. 지금 이 목소리가 여기에 들릴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호진아.. 나야아아..."


그리고 나는 내 앞에 나타난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너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거야.


- 다음회에 계속 -


주1. 규화보전 : 영화 '동방불패'에 나오는 무공. 원래 무협소설 '소오강호'에서 나오며, 황궁 3대 비급 중의 하나로서 내시가 만들었다고 한다.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세를 해서 몸 안의 양기를 감쇠하여 없애야 하며, 그렇지 않고 무공을 익힐 시에는 치밀어오르는 음기와의 충돌로 주화입마에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무공을 익힘에 따라 몸 뿐 아니라 마음과 성품도 여성화가 되어간다고 한다.


주2. 새옹지마 : 塞翁之馬.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뜻. 중국의 고전에서 유래된 고사성어.


네. 수영이랑 함께 한 호진이의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침에 공부하면서 졸다가 제대로 악몽을 꿔버린 호진이. 게다가 길을 가다가 희연이랑도 만나게 되어서 예감이 안좋았지만 다행히도 수영이랑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만화는 제대로 보게 되었죠. 그리고 점점 수영이가 호진이한테 마음을 열고 있고. 혜림이도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수영이한테 어떻게 하게 되려나.


참고로 호진이랑 수영이가 극장에서 같이 본 것을 시간을 달리는 소녀(여기에서는 '시간을 뛰어간 소녀'로 변형)로 설정한 것은, 그 때 극장에서 개봉한 것들 중에 호진이랑 수영이가 볼만한게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물건너에서 '로리 금지법'이라는게 통과가 되었죠. 그래서 실제로는 나이가 많지만 로리형인 캐릭터들(ex: 이리야, 마량선배 등)은 더이상 게임에는 등장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리 완전차단이라는 것이죠. 이쪽에도 나래라던가 희정이같은 로리가 있고 아름이같은 외형만 로리가 있긴 하지만.. 이건 상관 없겠죠? 이거 낚시였답니다. 제 자신도 낚여버려서 잘못 알려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저는 요새 '삼국지대전'이라는 게임에 빠져있습니다. 오락실판이 인천에 딱 1대 있죠. 카드를 기계에서 움직여서 하는 이색적인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재밌습니다. 엄청 재밌어요. 다만 게임 한판 하는데 너무 비싸요!(한판에 1500원)


이제 내일이 수능이군요. 수능보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길!


가만, 이거 누군가가 글을 손댄것 같은데, 중간부분이 왜 이렇게 요상하지.


리타니아 : 조민서, 너지?
민서 : (앗, 들켰다)
리타니아 : 그렇게 호진이가 좋아?
민서 : 리타니아씨가 무슨 상관이예요. 저도 호진씨가 좋단 밀이예요.
리타니아 : 누누히 강조하지만 너는 남자놈이잖아. 정말 규화보전이라도 익히려고 그러는거냐.
민서 : 호진이가 정말 왜 그런 애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되요. 제가 그런 애들한테 딸리는게 뭐가 있는지..
수영 : 호진이를.. 건드리지 마. 내 복분자 잼.. 먹여버릴거야.
민서 :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민서는 그자리에서 뻗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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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11.17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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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A Tale That Wasn't Right [3] LiTaNia 2007.11.12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