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6.07 03:56

세이니 조회 수:61 추천:2

extra_vars1 좋은동생 
extra_vars2
extra_vars3 1017-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3.
" ...... "

" ...... "

지후와 소연은 한참이나 서로 말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차가웠다. 둘이 걷고 있는 거리는 인적이 드문 주택가로,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나른하게 담벼락을 걸어가다 둘을 힐끔 쳐다보곤 야옹~하고 울며 지붕으로 뛰어 올랐다.

' ...모르겠어. '

열 때문일까. 조금은 흐릿한 시야로, 한걸음 정도 앞서 걸어가고 있는 지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연은 생각했다.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자신은 이렇게나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상하게도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후와 자신의 사이는 삐걱거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 ...모르...겠어... 뭐가 문제인 거지? '

" 야. "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던 소연은 자신을 부르는 지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 예?? "

" 있잖아. 아까... "

잠시 말을 멈춘 지후는 검지로 자신의 뺨을 긁적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느낌 탓인가? 지후의 뺨이 왠지 조금 붉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 집에서... 위험해!! "

갑자기 지후가 소연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소연이 방금까지 서있던 자리에 바이크 한 대가 거칠게 지나갔다. 지후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던 소연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어리둥절해 큰 두눈을 깜빡였다.

지후는 소연을 등뒤로 숨기며 억지로 한쪽 입술을 끌어 올렸다.

" 헤에. 기습이라니. 그런 비겁한 수를 쓰기도 하는군요. "

" 무... 무슨일이예요? "

소연은 겁에 질린 듯 지후의 옷을 꼭 붙들며 말했다. 지후는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작게 대꾸했다.

" 괜찮아. 별꺼아냐. "

" 너야말로 여자랑 느긋하게 데이트라니 너무 하는거 아니냐? 응? "

바이크에 타고있던 남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후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그 거구의 남자는 무척이나 우억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후는 그런 그에게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지 미소까지 지으며 느긋하게 대꾸했다.

"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그런 몸집으로 바이크를 타다니 대단한 용기네요. 바이크가 다 찌부러지겠어요. "

" 이... 이 새끼가!! "

그 남자는 흥분한 듯 바이크에서 거칠게 내렸다. 어찌나 그의 체격이 거대했던지 내리는 순간 땅이 흔들리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주위에 숨어있었던지 여러 명의 남자들이 나와 지후를 둘러쌌다. 지후는 혀를 차더니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 준형! 이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이쪽은 한명인데요. "

" 이거이거, 우리가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왜 이러냐? 야수사냥에 이 정도는 기본이지. "

소연은 지후의 뒤에 숨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 그런 건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당황한 듯 지후의 눈동자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는 이유가 자신 때문임을. 그리고 그 사실은 소연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사실 자신은, 애초에 방해만이 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래, 그것이 문제였던 것일지도 몰랐다. 애초에 자신은 지후의 인생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존재였었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그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방해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과 지후의 사이가 삐걱거릴수 밖에. 그건 아무리 자신이 노력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은 아무런 쓸모 없는 아이였다. 미움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 ... 그럼 이 여자애만은 건드리지 마시죠? 기습에, 이런 인원에 인질까지 잡아서 겨우겨우 저 한명을 이겼다는 소문이 나는 것도 우습잖아요? "

" !! "

지후의 요청에 소연의 두 눈이 커졌다. 그리고 준이라 불린 남자는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 좋다. 나도 그 정도로까지 야비해 지고 싶진 않거든. "

" 들었지? 어서 도망쳐. 일단은 병원으로 가라. 곧 따라갈게. "

지후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소연의 등을 떠밀었다. 뭐라고 항변하려던 소연은 이내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입을 열고 난 뒤에 대체 뭐라고 할건데? 가지 않겠다고 할건가? 그럼 가지 않고 뭘 어쩔 건데? 자신은 애초에 '짐밖에'되지 않는걸. 어차피 여기에 있어봤자 그의 발목을 잡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소연은 두 눈을 콱 감았다. 그리곤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남자들은 지후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듯 그녀가 지나가는 자리를 터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것도 잊고 그렇게 '싸움터'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쌀쌀한 가을바람에 머리가 어지러워 소연은 숨을 몰아쉬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숨이 차고 목안에서 피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 ...흑... "

갑자기 설움이 밀려왔다. 소연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지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이럼...되는 거죠? 이젠 당신의 짐이 되지 않는 거죠...? "

하지만 소연은 마치 지후가 보이는 냥 멍하니 입을 열어 이 말을 꺼냈다. 소연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 소연은 자꾸만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투명한 액체를 손등으로 비비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짐이 되지 않을게요. 폐가 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

날... 미워하지 말아줘요.

그 말은 목이 메여 나오지 못했다. 소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 아냐... 으...으흑.... 아냐...!!! "

사실은 이렇게 도망치고 싶지 않았어. 지후라는 사람과 잘 지내고 싶었어. 악몽 따윈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았어. 울고싶지 않았어.

소연의 머릿속에 지금까지의 지후가 비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사과하던 그, 자신을 꾸짖던 그,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그, 자신에게 화내던 그, 자신을 구해줬던 그...

지후의 그 모든 행동들이 떠올라 소연은 이를 꽉 물었다. 사실은... 자신은 지후를 동경했었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자신의 모든 일을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그 사람을. 자신처럼 수동적인 삶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살고있는 그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때 절대 자신을 이 집에 들여놓을 수 없다고 소리치면서도 숨길 수 없었던, 그의 눈동자에 깃든 상냥함을 보았던 그 순간부터 자신은...

그랬었는데

" 미움받기 싫어... "

소연은 이런 자신이 싫었다. 이렇게 무능한 자신이 싫었다. 너무나도 싫었다.

" 미움받기... 싫어... "

" 싫어... "

" 싫...어... "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어째서. 어째서...


============================================================


[ 비하인드 스토리 ]


불량학생1 : 형님 대체 그놈은 언제 지나가는 겁니까. 푸헤취!!

불량학생2 : 추워염. 형님 ;ㅁ;

준 : 크..크윽!! 바이크를 타고 잠복대기중인 나보다는 낫잖냐!! 다들 닥치지 못해?!!

불량학생 4 : 그... 그치만 어째서 그게 저희보다 낫다는 ㄱ... 꺄악~!!

불량학생3 : 바...바보!! 뭐하는거야!! 잘못했다 그래~!!

불량학생1 : 풰헤헤헤헤취!! 훌쩍. 우우... 그래도 2시간 째라구요오.
.
.
.
불량학생2 : 앗!! 형님 옵니다!!!

준 : 후후후. 이제아 나타났... 아니 저놈이 여자를 끼고 있잖아!!! 크워어어어!!!!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하며 기다린건 생각도 하지 않고 여자나 끼고 히히덕대며 오고있다니이!! 죽어어어어!!!

불량학생4 : 우아악!! 혀...형님!! 사고나요!!! 조심... 아아. 벌써 나가버렸어...

불량학생3 : (토닥) 뭐, 우리도 이제 슬슬 나갈 준비 하자고.

불량학생1 : 푸헤헷취! 아아. 너무 숨어있었더만 관절이 뻐근하구만.



-- 네놈들도 고생이 많다.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겨울비 [3] 세이니 2005.06.07 61
14 겨울비 [3] 세이니 2005.06.06 53
13 [완결]고양이와 여자 Nelba 2005.06.05 73
12 [단편]고양이와 여자 [1] Nelba 2005.06.05 56
11 [단편]고양이와 여자 [2] Nelba 2005.06.05 58
10 [단편]고양이와 여자 [1] Nelba 2005.06.05 54
9 왜 따라다니죠?.. 사랑.. 하니까요. [3] Nelba 2005.06.05 81
8 겨울비 [5] 세이니 2005.06.04 63
7 겨울비 [5] 세이니 2005.06.02 91
6 겨울비 [2] 세이니 2005.05.30 88
5 겨울비 [2] 세이니 2005.05.29 48
4 겨울비 [2] 세이니 2005.05.27 54
3 雨中緣(우중연) [2] 비의 검마 2005.05.26 300
2 겨울비 [6] 세이니 2005.05.24 75
1 현경이, 그리고 작은 현경이.... [5] 책벌레공상가 2005.05.23 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