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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6.06 04:10

세이니 조회 수:53 추천:2

extra_vars1 좋은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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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맞는 것 보다, 무시당하는 것 보다, 사랑 받지 못하는 것 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있다. 그것은... 미움을 받는 것.

사랑 받지 못해도 좋아.

이해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러니까 제발 날 미워하지 말아줘요. 날 미워하지 말아줘요. 날 바라봐 주세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데, 그게 나쁜 거야?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는 건데 그게 왜 나쁜 건데? 제발 날 미워하지 말아줘요...

내가 사과할 테니까. 모두 내가 잘못했다고 할 테니까. 제발 미워하지만은 말아줘요. 제발... 제발...


" 죄송해요... 죄송해요... "

" 제길. 왜이러지? "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소연은 열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입으로 헛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무서운 것에 쫓기듯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서. 지후는 초조한 표정이 되어 뜨거운 소연의 이마에 늘어져 있는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해열제도 어찌어찌 먹였고, 찬 수건으로 머리의 열을 식혀주어 어느 정도 열을 내린 것 같긴 한데 소연은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는건가. 하아... 미치겠네. "

지후는 이불을 그녀의 턱 밑까지 푹 덮어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계를 힐끔 쳐다보니 거의 오후 두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지후는 찬 수건을 갈아 그녀의 이마에 얹어주며 작게 중얼거렸다.

" 너...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냐? "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미안하다... 네가 이렇게 될 때까지 알아채지도 못하고... "

" 으음... 윽... 죄송... 아... 아악!!! "

갑자기 소연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지후는 깜짝 놀라며 몸부림치는 그녀의 어깨를 꽉 내리 눌렀다.

" 소... 소연아?! 왜이래?!! "

그러나 소연은 신음만을 흘리며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후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외쳤다.

" 소연아!!! 왜 그러는거야?! 야!!! "

" 으.. 으윽... "

소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지후는 어떤 불길한 기분을 느꼈고, 결국 한 손을 들어 소연의 뺨을 후려갈겼다.

찰싹!!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제야 소연의 속눈썹이 부르르 떨리며 그녀의 눈이 뜨였다.

" 여긴... "

다행히 잠에서 깨어나고 나자 괜찮은 건지, 소연은 다시 멍한 표정이 되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후는 한시름 놓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괜찮나? 가위에 눌려서 계속 끙끙 앓았어. 너. "

" 아... "

소연은 두눈을 깜빡이며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다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 제... 제가 왜 여기에? 꺄악! "

그러나 지후는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꾹 내리 누르며, 일어나려고 바둥거리는 소연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찾아 뒤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 거기까지. 너 완전 병자거든? 몸살 감기인가 보더라고. 가만히 누워 있어라. "

" 무슨... "

지후는 소연의 항변을 싸그리 무시하곤, 막 찾아낸 체온계를 그녀의 입에 물렸다.

" 웁?! "

" 어디... 38도라. 열 많이 내렸네. 아까는 40도 가까이 올라갔었어. 으이구. 몸 관리좀 잘해라. 감기 걸린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쓰러지기나 하고 말이야. "

지후는 언제 소연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던 냥, 시치미를 뚝 떼곤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소연은 체온계를 빼내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 제가... 쓰러졌었나요? "

" 아아. 뭔일 있는 줄 알고 심장이 철렁 했었지. "

소연은 괜스레 뺨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리며 작게 말했다.

" 죄송해요... "

" 바보냐 너? 이럴 때는 고맙다고 하는 거야. "

소연은 그런 그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우물쭈물 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후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옷장으로 가서 두꺼운 외투를 꺼냈다.

" 이거 입어라. "

" 에? 왜요? "

" 왜긴 왜야. 병원 가야지. 의료보험증은 있냐? "

" 아... 전 괜찮은데... "

외투를 받아들고 떨떠름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던 소연은 문득 벽시계의 시간을 보곤 눈을 크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 아앗?! 오후 두시? 벌써 시간이... "

" 응? "

" 하.. 학교요! 학교 가셔야죠! 아아..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학교를... "

흐려지는 소연의 눈을 본 지후는 한숨을 내쉬며 소연에게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에게 외투를 억지로 입히며 말했다.

"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늦었기도 하고. "

" 하지만... 그래도 저 때문에 학교를... 죄송해서... "

" 얌마! "

" ?! "

지후는 인상을 팍 쓰며 소연의 한쪽 뺨을 턱하니 꼬집어 버렸다. 소연의 눈이 휘둥그래져서 그를 바라보았고, 지후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표정이 되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사람이 말을 하면 좀 알아들어라, 응? 빨리 입어!! "

소연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외투를 껴입기 시작했다. 지후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그녀의 뺨을 놓아주었다.

" 그래그래. 빨리 입고. 언제 또 열이 오를지 모르니까 빨리 병원 가자. "

지후는 조금 지친다는 표정으로 소연의 옷깃을 여며주며 말했다. 그리고 소연은 그런 지후의 표정에 찹찹한 심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런 지친다는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아...그런 생각 때문에서였다. 소연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더니, 곧 활짝 웃으며(하지만 그 미소가 지후에게는 엄청나게 억지 미소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소연은 모르고 있었다.) 양팔을 휙휙 휘둘렀다.

" 아~! 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저기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학교를 가시는게 어떨까요? 에헤헤~! 이것 보세요~!! "

' 폐를... 끼쳐선 안돼 '

소연은 오직 이 생각 하나만으로, 몸도 가누기 힘들면서 팔짝 뛰어서 침대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이내 다시 머리가 핑 도는 느낌에 그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으로 다시 쓰려지고 말았다.

" 이 멍청이가!! "

그리고 그런 소연의 모습에 지후는 골이 딱 아파 온다는 듯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소연을 받아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소연을 번쩍 안아들었다. 생각보다 제법 가볍다는 생각을 하며.

" 아... 아앗!! 내려주세요!! 저... 전 괜찮아요!!! "

소연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바둥거렸다. 그러나 지후는 그런 소연의 이마를 탁 때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 바보짓 좀 작작하지? 나참, 이젠 좀 지친다. 그러니까 제발 내 말좀 들어라... "

지후의 힘없는 말투에, 소연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짜증이 난다는 듯한 지후의 옆얼굴이 보였다. 어째서... 이런 표정을 짓는 거지? 나는 그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그러니까 날 미워하지 말아줘요...

소연의 작은 중얼거림이 허공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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