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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6.04 08:31

세이니 조회 수:63 추천:3

extra_vars1 좋은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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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pisode2. 좋은동생



1.
" 으음... 죄송해요... 죄송해요.... "

희미하게 동이 터 오는 새벽. 가위에 눌린 듯한 소녀가 침대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을 가진 십대후반의 귀여운 소녀였는데, 지독스럽게도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는지 그 귀여운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 죄송... 죄송해요... 아... 아악!!! "

마침내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검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꿈에서 깼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 ...여긴 "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문득 주변이 익숙하지 못하다는 느낌에 두리번거리다 곧 이곳이 어디인지를 깨닫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아... 그래. 나는 며칠 전부터 여기서 살게 되었지... "

그녀의 이름은 소연. 그녀는 현재 지후라는 사람의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소연은 아직까지도 이 집이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 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 있던 곳보다는 이곳이 더 낫긴 하지만. '

소연은 방금 전까지 꾸었던 악몽을 되내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익숙해지지 못하겠다니,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야.

" 아침밥이나 지어볼까. "

소연은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다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소연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로 나서자 거실 소파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지후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에게 이곳에 있어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 소연은 그가 입이 거칠기는 하지만 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자신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소연은 그런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버림받는 것은 익숙한데다, 그 누구도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할 테니까. 그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서 그가 자신을 찾아 자신을 찾아 왔었을 때, 울고있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을 때는 무척이나 기뻤었다.

' 그러니까 이 사람에게만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이번만큼은 미움받지 않도록 잘해야지. '

소연은 스스로 다짐하며 지후에게로 다가가 흘러내린 이불을 목까지 덮어 주었다.

" 으음...? 소연이냐...? "

그런데 그만 지후의 잠을 깨워버리고 만 모양 이였다. 소연은 놀란 토끼 같은 표정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말았다.

"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을 깨웠나요? "

" 후암... 아니...? 별루... 우움... 몇 시냐? "

" 다섯 시요... "

" 아직 새벽...이잖냐. 너도 얼른 더... 자... 라...... "

다행히 설핏 잠이 깼던 건지 지후는 몽롱한 목소리로 주절거리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소연은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 휴. 큰일날번 했네. 조심해야지. 조심. "

소연은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했다. 몇일새에 제법 익숙해진 부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걷어붙이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깨끗이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반찬은 된장국과 시금치 무침. 그리고 생선구이.

바쁜 손놀림으로 아침을 준비하던 소연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에 비틀 싱크대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 ...... ? "

소연은 이마를 짚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국이 끓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번쩍 들곤 까스렌지 쪽으로 달려가 국을 확인했다.

' 피곤해서 그런가... '

소연은 이번에는 베란다로 나가 미리 빨아서 말려 두었던 지후의 와이셔츠를 꺼내 다리기 시작했다. 거의 다 다렸을 무렵이 되자 지후를 깨우는 자명종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 후아~ 어라? 너 또 먼저 일어났냐? "

자명종을 눌러 끄며 부시시 일어난 지후는 막 다림질을 다 끝낸 소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연은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걸며 잠시 마음을 다잡았다. 좋아.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미소를 보여주자. 소연아 웃어.

" 헤헤. 안녕히 주무셨어요? "

소연의 미소에 지후는 한숨을 내쉬며 걸어와 소연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 임마. 그런 웃음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지마라. 내가 뭐랬냐? 이럴 것 까진 없다고 했잖아. 굳이 먼저 일어나서 요리하고 청소하고 내 옷까지 다려놓을 필요는 없다고. 요리나 빨래 정도는 나눠서 할 수도 있고... "

" 제가... 이러는게 부담스러우세요? "

소연은 또 잔뜩 '죄송스러운' 표정이 되어 버렸고, 지후는 흠칫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 그게 아니라 나는 그저...! "

" 그럼 됐어요~ 아침 준비했으니까 드세요~~ "

소연은 생글생글 웃으며 지후의 등을 부엌으로 떠밀었다. 지후는 별수 없다는 듯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식탁에 차려져 있는 것을 보곤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 헉? 이게 다 뭐냐?! 언제 이걸 또 다 준비했어? "

소연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 아. 식비는 걱정 마세요. 가격은 최소한으로 잡았으니까, 평소처럼 사서 드시는 것 보단 싸게 쳐질꺼예요. "

그러나 지후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뭔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내가 하는 말은 그런게 아니잖아! 아니... 후우. 됐다. 말을 말지... "

" ......? "

뭔가 화가 난듯한 지후의 모습에 소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러는거지? 내가 또 뭔가를 잘못한 걸까? 소연은 어쩔 줄을 몰라하다, 뭔가 다른 말이라도 붙여 보자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 저어... 그건 그렇고, 침대 말인데요. 역시 저는 바닥이 편할 것 같은데, 소파에서 그만 주무시고 침대 와서 주무세요. 저는 바닥도 괜찮아요. "

지후는 식탁에 앉으며 대꾸했다.

" 쓸~대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여자는 몸이 따뜻해야 된다. 너를 바닥에 재우다가 아버지한테 뭔 소리를 들으라고. 그리고 곧 침대가 하나 더 들어오니깐 너무 신경 쓰지 마. "

씩 웃으며 지후는 된장국을 한 수저 떠 입에 넣었다. 그런데 된장국을 입에 집어넣은 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게 아니겠는가? 그런 그의 표정을 놓이지 않은 소연은 또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말했다.

" 왜... 왜 그러세요? 뭔가 잘못 된 건가요? "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지후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왠지 억지 같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 아. 아니, 맛있다고. 아~ 아하하! 이거 참 맛있네. "

그러나 지금까지 온갖 집을 전전긍긍하며 눈치만은 수준 급으로 갈고 닦은 소연은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곤, 지후의 된장국 그릇을 들고 지후가 말리기도 전에 한보금 꿀꺽 삼키고 말았다.

" ?!! "

된장국을 들이킨 소연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지후는 인상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입에선 '맙소사... 또 시작되겠군.'이라는 조그마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예상과 같이 소연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 맺히더니, 그녀의 사과타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 되..된장국 맛이 왜 이렇지?! 된장을 너무 넣었나봐요. 이...이런 실수 평소엔 잘 하지 않는데...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

연신 고개를 꾸벅이는 소연의 모습에 지후는 조금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 너말이야 "

" 죄송... "

" 어? "

그러나 지후는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소연이 눈을 감으며 털썩 쓰러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지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연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소연을 안아 들었다.

" 이런. 열이 펄펄 끓잖아? 이 바보, 이렇게 될 때까지... "

소연을 안아들자마자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지후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지후는  소연을 안아들고 급히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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