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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6.02 04:07

세이니 조회 수:91 추천:3

extra_vars1 좋은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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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숨이 탁 막혀오는 느낌에 지후는 전화를 끊지도 않고 집밖으로 달려나갔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사과 해야해... "

지후는 눈앞을 가리는 빗물을 훔치며 달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방금전 아버지와의 통화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 그 애를 어디서 데려 왔냐고? 그건... 너를 데려 온 곳과 같다. 그 애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모양이야. 그러나 그 부모가 그 애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도 제대로 입양 받지 못하고 '대리모'라는 제도에 따라 많은 집을 전전근근하며 떠돌았던 모양이다. 그 중에서 제대로 소속되었던 곳은 단 한곳도 없었고, 심지어는 최근까지 심한 폭행까지도 당하고 있더군. ]

" 제기랄. 나란 새끼는... "

지후는 거칠게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문득 머릿속에 소연의 옷을 벗겼을 때 몸 곳곳에 배겨있던 멍자국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민망해서 자세히 보지도 않았거니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가볍게 넘겨버렸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녀의 행동과 더불어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갔다.

[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그래, 그랬겠지. 네 녀석이 물어보지 않았을 테니. ]

지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 자신은 소연에게 그 무엇하나 물어보지 않았었다. 한 것이라곤 분명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일 그 아이에게 화내고, 소리지르고, 무시하고, 성가시다고...말해버리고,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쳐 그 아이의 상황은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이해하지 않았다는 것 뿐.

사실을 제대로 보지 않은 건 자신. 단 한마디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지 않았던 것도 자신. 분명 그 아이도 자신 같은 남자애와 지내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웃고, 청소하고, 요리를 하고, 걱정까지 해 주었었는데.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랬는데...

' 난 그 모든 노력을 모두 무시해 버렸어. 단 한마디면 됐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그 아이를 상처 입히고 말았어. 그것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

분명 사랑 받지 못하고 자라온 그녀에게는 '성가시다'라는 말이 가장 서글픈 말이었으리라.

" 아... "

지후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의 눈은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동네 놀이터의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연에게 닿아 있었다. 차가운 빗물이 어서 가보라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지후는 조금은 망설이며 천천히 걸어 소연에게로 다가갔다.

소연은 다가오는 지후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뺨은 젖어 있었다. 그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구별할 길이 없었지만.

" 아. 저.. 죄... 죄송해요! 저... 그러니까... "

지후의 얼굴을 마주본 소연은 지후가 왜 이곳에 있는지 의아함을 느끼는 듯 하면서도 당황하며 그를 향해 사과하기 시작했다. 지후는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제부터 줄곧, 그녀는 자신에게 사과만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 왜... 니가 사과 하는 거야! "

지후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리고 그녀가 줄곳 사과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실에 화가나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소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어깨를 움츠렸다.

" 죄송...해요... "

지후는 미간을 찡그리며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칠게 소연의 손을 낚아챘다. 소연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였고, 지후는 입을 열었다.

" 이 바보야! 왜 말 안한거야?! "

그리곤 그대로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은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지후는 그렇게 계속 걸어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 왜.. 아무 말도 안했냔 말이야! 말했으면...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았을 텐데... "

잡고있는 소연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손에서 가느다란 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알게... 되셨군요...? "

" ...그래. "

" 미안...해요. 난 말 할 수 없었어요.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난... 난요... "

말을 이어나가는 소연의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그러나 지후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그 작고 차가운 손을 꽉 잡으며 이 한마디를 던질 뿐이었다.

" 우리 집으로 가자. "

그 순간 지후의 뒤를 따르던 소연의 두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두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소연은 자꾸만 흘러나오려 하는 흐느낌을 애써 참으며 지후에게 잡히지 않은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작게 말했다.

"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 알아. "

"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 그래. 알고 있어. "

지후는 소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소연도 지후의 손을 놓지 않았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가을의 빗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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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동안 인터넷이 끊어져서요; 무척이나 답답했답니다 ㅜ-ㅜ

ps
항상 제 글을 봐주시는 비의검마님께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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