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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5.27 06:12

세이니 조회 수:54 추천:1

extra_vars1 좋은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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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pisode 1. 좋은오빠



1.
" 장난 쳐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에? 야!! 이 빌어먹을 놈의 아버지야!! 끊어버림 어떡해!!! "

소연은 자신의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베이지 색의 깔끔한 벽지가 발라져 있는 천장이 보였다.

' 여긴... '

소연은 자신이 왜 여기에 누워 있는지를 생각해 보려 애썼다. 아아... 그래. 그랬지. 비를 맞으며 그를 기다리다 그만 쓰러져 버리고 말았었어.

' 그럼... 저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옮겨 준건가. '

소연은 고개를 돌려, 아직까지도 전화기에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조금은 마른 몸에 검은 머리칼을 목덜미쯤에서 잘라낸 그 남자의 얼굴은, 뒤돌아 서있었기에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자신과 같은 또래의 소년임을 알 수 있었다.


' 내게도 네 또래의 아들이 있지. 좀 버릇이 없긴 해도 좋은 녀석이야. 아마 너한테 좋은 오빠가 되어 줄 꺼다. '


문득 그 사람이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힘들었던 자신에게 유일하게 손을 뻗어 주었던 사람. 소연은 조짐스래 상반신을 일으켰다.

" 응? "

소연이 일어나는 기척을 들은 것인지 남자의 고개가 돌려져 소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후였다. 그리고 소연은 지후가 그 사람과 무척이나 닮았다고 생각했다.

" ...... "

일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고, 지후가 먼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급히 시선을 돌려 버렸다.

" ...? "

급히 시선을 피하며 얼굴까지 조금 붉히는 지후의 모습에 의아해 하던 소연은, 곧 그의 그런 반응을 이해하곤 자신도 얼굴이 시뻘개지고 말았다.

" 꺄아악!! "

소연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급히 침대 시트를 잡아당겨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그랬다. 자신은 벌거벗겨진 상태로 침대에 눕혀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후는 지후대로 당황하여 변명 같은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자.. 잠깐! 오해 할까봐 말해 두는데 난 절대로 네 몸에 아무 짓 않했다?! 니가 비에 쫄딱 맞아서 당장이라도 동사 할 것 같이 바들바들 떨고 있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안길래 별수 없이 옷만 벗긴 것뿐이라고!! "

하지만 십대의 소녀인 소연에겐 '옷만 벗겨진 것 뿐'만으로도 상당히 부끄러운 일임이 틀림없었다. 울먹거리고 있는 소연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이 묘한 분위기에 괜시리 민망해진 지후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아아~ 그래. 미안하다. 진짜 미안해. 이유가 어찌 됐든 너로선 내가 몹쓸 놈일 테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겠냐? "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바닥을 쳐다보며 조금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름대로 '사과'라는걸 하고 있는 지후의 모습에 소연은 울먹이고 있던 눈을 조금 커다랗게 치켜 떴다. 왠지 그 순간 지후의 배려 심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잠시 복잡하게 뒤엉켰던 감정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다.

" 죄송... 합니다. "

그리고 곧 소연에게서 흘러나온 작은 목소리에 지후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소연은 그런 지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 절... 생각해서 그러신 건데... 죄송해요. 당황해서 앞 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소리부터 질러버리고 말았습니다... "

" 아, 아니 뭐... "

지후는 갑자기 저쪽에서 저런 식으로 나오니 뻘쭘해저서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잠시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지후는 그 침묵 속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잠시 망설이다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힐끔 소연을 훔쳐보았다. 그녀의 머리칼은 갈색 빛이었다.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이었는데,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둥글고 가녀린 어깨에 흘러내려 있었다. 그리고 차분한 느낌의 약간 쳐진 눈매와, 둥글고 작은 코. 조그마한 입술은 그녀의 작은 얼굴과 어울려 마치 잘 만들어진 인형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예쁜 애네. 하지만... "

지후는 갑자기 몰려오는 불쾌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방금 전의 통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지후는 그런 감정을 날려버리려는 듯 고개를 한번 거칠게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 그건 그렇고 이름이 어떻게 되냐? "

" 소연이요... "

" 내 이름은 김지후라고 한다. "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지후는 이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아버지한테... 말 들었다.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

소연도 그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

" ...아아!! 증말이었냐?! 미치겠네. 야. 너... 그러니까 소연이라고 했냐?! "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광분하는 지후의 모습에 흠칫 놀란 소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후는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좌우로 두 번 정도 왔다갔다하더니 흘깃 소연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솔직히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아버지 말로는 곧 자기가 어떻게든 절차를 밟아서 널 양녀로 삼겠다지만, 솔직히 이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너 몇 살이냐? "

" 열 일곱이요 "

" 그래 열 일곱! 그리고 나는 열 여덟. 아부지는 줄곧 부재중. 하, 가끔 이렇게 어이없는 일로 전화밖에 하질 않으시지. 그런데 너는 생판 남인 열 여덟 남자랑 열 일곱 여자가 한집에서 무사히 동거가 가능하다고 생각 하냐?!! "

" ...무사히 동거하지 않을 생각인 사람은 그런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

지후는 소심해만 보이는 소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단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아버지랑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거 결사 반대니까 그렇게 알어. "

그리고 지후는 그대로 방에서 나가 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런 지후를 소연이 크게 부르며 붙잡아 세웠다.

" 잠깐만요!! "

" 뭐?! "

지후의 살벌한 분위기에 소연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얼굴이 새빨개져서 쬐그마하게 말했다.

" 화장실... 가고 싶어요. "

잠시 적막.

" ...에? "

" 그.. 그러니까 일단은 입을 옷부터 좀 주세요!!! "

소연의 외침에 당황한 지후는, 소연이 입을만한 옷을 찾아 급히 옷장을 뒤져야 했다. 그렇게 조금은 위태위태한 분위기 속에서 소년과 소녀의 동거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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