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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군주의 귀환

2005.09.08 10:39

리듬을타고 조회 수:3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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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순수했던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이야 그런 애 하나 자빠뜨리는 거, 일도 아니라고 봐.

하지만 그때의 나는 찌질했었고, 무엇보다 여자에 굶었었으니까.



어쨌든, 잠시 여자를 보고 당황했었지만 난 최대한 태연하게 그녀를 대하고 나왔어.

이상하게도 연체료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에게 그런 건 안중에 없었어.

이미 내 관심사는 몽땅 그 아가씨에게로 옮겨가버렸었거든.

그 아가씨의 무엇이 그렇게 내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그 아가씨 생긴 게 이래.

일단 키는 165정도에 약간 마른 편이었어. 나이는 22~23? 가슴은 크진 않았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였고.

머리카락은 대충 흘러내리지 않게 큰 집게로 올렸었는데, 그게 얼굴이랑 잘 어울리더라.

그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머리스타일인데도 따로 스타일링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얼굴은 귀염상이었는데, 오목조목한 이목구비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 눈에 쌍꺼풀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그것 때문에 더 독특한 분위기가 나더라.

그런데 이런 세부적인 생김새를 그때 한 번 보고 바로 알았던 건 아니야. 솔직히 그땐

한번 눈이 마주친 뒤에 계속 시선을 외면하는 바람에 자세히 못봤었어.

단지 지금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건, 훗날 그 아가씨와 내가 같은 이불을 덮는 사이까지

발전했기 때문이야.

일단 그날 비디오를 빌리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내 얼굴부터 거울에 비춰봤어.

매일 보는 얼굴, 뭘 확인하겠나 싶지만 그 여자한테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했거든.

당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참담했어. 내 기억에 삼사일 간은 씻지 않았던 채였으니까.

하지만 괜스레 거울을 보고 피식 웃어도 보고, 여러 가지 각도로 얼굴을 잡아보기도 하면서 난

최대한 내 얼굴에서 멋진 각도를 찾으려고 애썼어. 그녀에게 비춰졌을 내 이미지를 미화해보려고 말이야.


하여간 그 후로 만화책은 몇 번이고 반납하고 빌렸었지만, 그 아가씨에게 나는 변변찮은, 사적인 말

한마디도 못 걸어봤어. 어쨌든 그때의 나는 순수하고 찌질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사건은 뜻하지 않게 터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