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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Change!! - 시즌섬머(수정판)

2005.08.22 16:25

放觀者眼君 조회 수:42 추천:1

extra_vars1 ~Forever~ 
extra_vars2 프롤로그~4회(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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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 episode 1#
~ Forever ~

prologue

"민아!! 같이가!! 여자애 같다는 말 취소할테니까!!!"
알수 없는 곳의 어느 한 골목길. 여느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나이에 비해 127Cm쯤 되보이는 장신에 건강하고 쾌활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자기 앞에서 삐친듯이 입술을 깨물고 달려가듯 빠르게 걷고있는 소녀...가 아닌, 105~110Cm로 작은 체구의 소녀같이 생긴 한 아이에게 뒤쳐질세라 온힘을 다해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 혼자 가지 마!"
기어코 자신의 앞을 달려가듯 걷고있는 그를 따라잡은 남자는 그의 소매를 잡고 헐떡거리며 그렇게 말했고, 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남자아이의 삐친듯한 얼굴은 정말 소녀같다.
"흥!"
"미안해! 대신 나랑 놀자."
"정말?"
그의 사과에 돌연 고개를 돌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그를 바라보는 여자같은 남자아이.  그런 그의 얼굴에 다시금 활짝 핀 웃음을 펼쳐보이는 그의 친구.
"민아, 그나저나 우리 이제 조금있으면 학교 다니게 됬네?"
그가 여자같은 남자아이에게 그렇게 묻자,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침묵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는 마음약한 자신의 친구를 보며, 그의 어깨를 꼬옥 감싸쥐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그는 놀란듯 그를 바라보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 우리는 친구잖아. 안그래? 난 널 잊지않아."
"정말?"
"정말."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응, 우리는 친구야.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
i소이i 님의 [여자가되다!]를 읽었습니다. 오타가 좀있지만
(제가 가진 오타보다야 적으시겠지만-_-;) 저는 그 글을 읽고 상큼한 쇼크를 받았습니다.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깔끔하고 간단해보이면서도 화끈한 묘사. 분위기가 200%는 살아나는 그 유머에 감동했다고나 할까나. 특히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는 여타 소설을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더군요.
저는 소이님의 소설과 저의 소설에서 차이점을 찾아보며 수많은 충격을 받아왔습니다.
소이님, 반해버렸심다(OTL)

체인지는 제가 2000년도에 처음 구상한 소설이지만, 지금 쓰고있는 소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만, 프롤로그 부분이 구상이 잘 되지 않아 포기하게된 허무한 소설이죠. 그런데 소이님의 소설을 보고 용기를 내어 '모작'한 소설입니다.(하지만 절대 붙여넣기같은 저질적인 짓은 한적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절대 '모작'한 티가 안날정도로(사실 소이님의 글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으면 다 알겠지만...)아스트랄한 진행이 될겁니다....쿄호호호호호+ㅍ+
***


Change!! - episode 1#
season 1 - Start!!

"우응..."
"...세민아, 너 정신 차린거야?"

우응...누구야...이상한꿈...꾸고 있었는데...? 여기는 어디지?
희미한 시야로 나는 나의 눈이 조금은 뜨여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극심한 두통에 누가 나를 부르는지, 내가 어디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엄마...일나간다? 일어날 수 있을때 일어나. 힘들면 누나한테 부탁하고... 알았지?"

엄마...엄마인가...
나는 피로한 몸에도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엄마가 떠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가 떠나는 시각이면 분명 세볔. 그런데도 느껴지는것은 지독한 열기였다.
정말 여름은 싫다.
.
.
.
.
.
.




season 1 - 1# 바뀌었다!?!?!?





-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길고도 긴 비명소리, 이는 정말로 쇼크를 받은 사람이나 낼 수 있는 소리다. 정확히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는 우주에서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들이 코리아라고 정한 땅덩어리에서 마오 라는 특별시에서 청릉 이라는 구에서 대천이라는 동에서 봉화아파트라는 대천동 북동쪽의 아파트 단지에서 217동 814호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는 이곳의 가장인 유청현이라는 남자의 아내인 매설화라는 여인의 몸에서 첫째로 태어난 유체리의 남동생이자 16살이며, 중학교 3학년인 주제에 기집애 같다고 많은 이들에게 놀림을 받아오며 수많은 스트래스를 받아오던 유세민이라는 한 가엾은 가냘픈 소년(?)이 사흘간 독감에 걸려 앓아 오다가 그날따라 갑자기 나아버린 자신의 몸에 개운한 기분이 들어 자신의 방에서 걸어나와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던도중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목청에서 울려퍼진 처절한 비명이었다.
...그건, 바로 나다.

"뭐...뭐야? 나...왜이래?"

나는 파자마 차림으로 거울을 보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내 길고도 윤기있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잡아 쥐어 뜯으며 그렇게 울부짖었다. 사흘간 말도 안되는 독감에 걸려 지독히도 고생한건 나도 알지만, 사실 당신은 사흘 사이에 머리가 4cm이상 자라난다면 믿을수 있는가? 0.5cm가 자라도 말도 안되는 일인데. 얼굴선도 가늘어졌다. 아악!! 이는 분명한 진실이며 나에게 일어난 쇼크적인 일이었다!!

"야 지금 뭐하는거야.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감기가 벌써 나은거 같은데, 아랫층에서 항의 들어오겠다! 조용히 해!!"

나의 누나인 유체리리라고 불리는 웬수가 반쯤은 잠에서 깬 상태로 신경질적으로 방문을 열며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누...누나..."

내가 처절하게 누나에게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설명받기 위해 도움을 청하자 내가 살짝 돌았다고 인식을 해버린듯한 누나는 잠옷을 안걸치고 자는 버릇 그대로 속옷차림에 방밖으로 튀어나와 자신의 눈을 비비며 나에게 물었다.

"대체 왜 그러는......데?"

그리고는 얼음처럼 굳어버려서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간 쇼크상태에 빠졌다.

"누...누나?"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보는 그 시선이 괴이함을 자아내고 나는 전신에 오한을 느껴야만 했다.

"....누구세요?"

'...자다말고 잠꼬대해?! 지금 자기 동생도 못알아보는거야?'
라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던 나는 다시금 화장실의 거울을 들여다 보고 나마저 경직되어 버렸다.

'나....여자같잖아!!'

검은색의 어께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쭉길쭉한, 그리고 윤기있게 찰랑거리는 머릿결. 이 긴 머리는 한순간 안그래도 지지배같다는 이유로 나에게 무지무지한 스트래스를 가져다 주는 얼굴이 얼굴선이 더 가늘어짐으로서 더더욱 여자다워져과 미치도록 조화를 이루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황급히 파자마의 단추를 끄슬러 가슴을 열어보았다.

...나와있다.


- - - - - - - - - - - 10분뒤 - - - - - - - - - - - -
"말도 안돼. 그러니까, 지금 니가 자고 일어나니까 이렇게 됬다고?"
"...응"

그럼 아니라고 하면 도둑으로 몰려 집에서 쫓겨나게? 변명이라도 해보고 쫓겨나야지.

"끄응..."

나는 지금 돌아버릴 지경이다.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가슴이 살짜쿵 묵직한게 사흘산 독감을 앓는 동안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자서 피로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슴을 툭툭 두드리며 거실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을 하려는데 이게 무슨 천둥친 뒤 벼락 내려오는것 같은 일인가. 누나는 지금 나를 발가벗겨놓고는 동물원에 원숭이 보듯 자신의 턱을 오른손으로 쥐어잡고는 이리저리 둘러본다. 사실 내가 민망해서 결정적으로 속옷은 안벗었지만 누나는 이것마저 벗겨서 속에 있는걸 보고 싶어하는 꼴이 아나 정말 저거 내 누나 맞아?

"후움...그거, 벗어봐."

누나는 손가락으로 나의 마지막 가리개를 가리키며 휘휘 저어 홀랑홀랑 벗으라는 뜻을 자아냈다.
'......뭐라고?!'

"안돼!!...그거 있는건 내가 알아."
"에이씨, 누나가 벗어보라면 벗어봐. 어렷을때는 빨개벗고 같이 잘만 굴렀으면서 뭘 부끄러워해."

...그때랑 지금이랑 같아? 무식한 누나! 그게 말이 돼냐고!!

"어차피 엄마랑 아빠오면 강제로 벗게 되있으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벗어보는게 나을껄."
"컥"

그렇다. 어차피 엄마랑 아빠가 오면 난 아빠에 의해서 강제로 홀라당 벗겨질꺼고 그때는 화롯불위에 올려진 옥수수 마냥 뱅뱅 돌리면서 구경하겠지.... 근데 그때랑 지금이랑 무슨상관인데?!

"...아, 안돼!! 그것만은 절대싫어!!"
"그럼 집 나가던가."

...집나가라고? 왜?

"출생신고에 우리집에 딸은 나하나 뿐인걸. 꼬마야."

......사악한...

"...그래서...날... 내쫓겠다는 이야기야?"
"웅, 도둑신고도 하면 돈도 받으려나? 더군다나 너 때문에 이 언니가 대학교를 하루 빠져주신다는데 꼭 그렇게 뻐팅겨야되?"

누가 언니야!!! 그리고 학교를 못간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더군다나 난 독감이었어!!
누나는 처음에는 생글생글 웃으며 끝에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어쨌든 벗어보라니까!?"

'사...사악한...사악한...'

나는 끈임없이 속으로 누나를 저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파자마바지에서 빠져나와, 삼각팬티를 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서서히 내렸다.

"무슨놈의 남자가 고1이 되도록 삼각팬티를 입고있냐. 거기도 클데로 클텐데. 안더워?"
"시...시끄러..."

서서히 내려오다가 엉덩이 뼈에서 멈춰 버리는 나의 두 손. 바들바들 손목이 떨린다.
안돼...이 밑까지는 안돼...

"에이씨! 무슨놈에 남자애가 지지배같아!!!"

- 화악!!

"키아아악?!"

안돼!!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
"......음, 지지배 '같네'? 아직 있기는 하지만."
.......
..


나의 프라이드는 깡그리 무시됬다.



"......"
벽이라도 들이 받아 볼까? 꿈이라면 분명히 깨어날꺼야.
...
아냐, 아무리 양 뺨을 치고 벽을 들이받아도 나아지는것은 전혀 없어. 나만 아플 뿐이야. 어느세인가 자신의 엉덩이까지 가려주는 큼지마악한 티셔츠를 속옷위에 걸치고 아침부터 면발을 꺼내놓고 팔팔 끓여서 차갑게 식히고는 자기 혼자 냉면을 만들어서 혼자 후르륵 짭짭 맛있게 먹는 누나에게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볼거리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헐렁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지만 여름의 더운 날씨는 그것조차 무시한다...결과적으로 나도 냉면을 얻어먹었다.
감기 걸린 이후로 처음먹어보는 음식이 냉면이라니.

"누나...이거 꿈이지? 그렇지?"
누나는 자기가 내 그릇으로 옮겨준 냉면이 많다고 생각되는지 자신의 그릇으로 슬쩍슬쩍 옮기던중 나의 질문에 '응?'이라는 짤막한 대닥만을 남겼다. 남의 말을 무시하는것은 누나의 기본이며 남의 정신을 오염시키는것도 누나의 상식이며 그것은 누나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
제발좀 남에 말도 들어!!

"뭐, 굳이 상관 없잖아?"
'뭐가 상관없다는거야.'

나는 누나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째려봐 주자, 누나는 냉면을 후르릅 하고 삼키며 나에게 물었다.

"너, 좋아하는 여자 있었어?"
"...아니."

난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

"그럼 널 좋아하는 여자는?"
"...없었지."

기지배같이 생긴 날 좋아할 여자들이 있냐.
게다가 난 남중이라고..

"그럼 됬네. 이 언니가 살짜쿵 눈감아 줄테니까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것처럼 살아."
"뭐?!"

"이 언니가 살짜쿵 눈감아 줄테니까 그냥 여지껏 살아온거처럼 살아오라구. 너 원래 기지배같이 생겼었으니까 애들도 모를꺼아냐. 아니면 너 뭐 뾰족한 수라도 있어? 그냥 치마 입고 여중로 전학갈래? 게다가 아직 그거 달려있잖아. 그리고 또 너 남중잖아?"

... ... ... ... ...

"하지만 남중에 그대로 다니다가 들키는 날에는 그날로 ... 가슴달린 남자라니. 게다가 체육복 갈아입을때 어떻해."

이 톡튀어나온 가슴을 자랑하고 다니라고?
...내가 다니는 학교는 돈많은 학교가 아니라서 탈의실따위는 없다.

"그럼 여중 갈래?"
"아아아아아악!! 그걸 엄마/아빠한테 어떻게 말해!!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누나 미쳤어?! 미쳤냐고오오오!!

"아항. 이 언니 앞에서 속옷까지 홀랑 벗은것에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거구나."
"...시끄럿!!!"

그 이야기는 집어치워!! 그리고 제발 언니 소리는 빼!

"엄마 아빠한테까지 보여주기는 싫은거지? 특히 아빠는 분명히 너를 패서라도 벗겨 두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실테니까."

...잘 알면서 왜 그딴소리를 해.
누나는 이내 생각에 빠진건지 냉면을 먹는건지 알수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냉면을 후르릅 후르릅 하고 빨아올리고 있었다. 그런 누나의 얼굴을 보고있는 내가 멍청이라는 생각이 문뜩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별다른 뾰족한 수는 없는걸까.



이 고민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엄마왔다!! 세민아!! 체리야!!"
상큼한 표정으로 상큼하게 소주 한병씩은 들이킨것만 같은 얼굴로 들어오는 엄마, 그리고 그 뒤로 문을 닫으며 근엄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아빠. 그리고 그 두분의 얼굴을 볼때마다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나의 얼굴. 어떻하지?! 어떻하지?!?!

"우리 민이 감기 나았구나! 아코 기여운거~ 머리기르니까 정말 아가씨같네~? 까르륵..."
"하...하하하!!"

아들한테 그게 할소리야 엄마?!


엄마는 불그스름한 웃는 얼굴로 바라보시는 가운데 나를 섬짖하게 만드는 농담을 하시고, 그런 엄마의 농담에 속으로는 끝없이 씹으며, 겉으로는 어물어물 넘기는 표정으로 웃는 나였다. 그리고 아빠는 그게 불만인듯이 헛기침을 크게 불어넣는다. 나는 비틀거리는 엄마를 부축하고 방으로 들어가려했고, 누나는 소주 한병으로는 발가락도 꿈틀 안하는 아빠의 사업용 가방을 들어 방에 가져다 놓았다.
그 순간,

- 덥썩

'흐힉?!?!'
"후흥~~ 우리 겸둥이 잘이쪄쪄?"

흐읏?! 어...엄마, 가...가슴만은 제발 만지지 말아줘요!!! 으윽!! 으앙!! 감기 나았다고 이러면 안되는거 알잖아..!!
엄마는 나의 어께에 매달린것으로는 부족한지 나의 몸을 꽈악 끌어안으며 이리휘청, 저리휘청 한다, 문제는 엄마의 팔이 내 가슴쪽으로 올때마다 나는 엄마가 알아챌까봐 섬짓섬짓하단 말이다!!

"여보, 그러게 조금만 마시지 그랬어. 많이 마시지도 못하면서.."

아빠가 걱정섞인 핀잔을 하는 가운데, 나는 힘겹게 방으로 엄마를 끌고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 엄마는 침대에 눕자마자,
이리뒹굴, 저리뒹굴 한참을 구르더니 깊이 골아떨어지시는듯 숨소리가 점점 고르게 변해갔다.

나는 긴장의 연속인 이 상황에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가슴을 부여잡고 방에서 빠져나오자, 또다른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터운 검은 뿔테 안경을 한 아빠가 소파에 앉아 경건하게(?) TV를 보고 계신것이다. 누나는 자기의사는 무시한체 아버지가 자기 마음대로 바꿔버린 재미도 없는 바둑프로에 질린건지, 소파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문에서 나를 향하고는 이리오라고 손짓을 해댔다.

'이리와, 어서! 그런 재미없는 바둑프로나 보고 있을꺼야?'
'알았어! 나도 갈생각이었어!'

내가 힘없이 자리를 일어설때,

"잠깐,"
'아, 아빠?!'

나는 흠짓하고 놀라 경직되었고, 아빠는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감기 안 걸리게 푹 덮고 자라."
"......네"

..........휴.



-탕
...하고 문이 닫히자, 누나방에는 누나와 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누나방은 누나답지 않게 연한 핑크색으로 도배되어있다. 누나의 성격상 핑크색일리가 없는데 참 누나는 취향도 독특하다. 벽 여기저기에는 연예인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최신컴퓨터가 누나의 책상에 멋들어지게 앉아있다. 그외에 잡다한 상장들도 누나의 방 벽 한구석에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꽤나 숨막히는 방이다.

"자, 이제 어떻할까."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위에 있는 자신의 반 무테안경을 낀다. 제딴에는 나름대로 지적으로 보이고 싶을때아니면 잘 안쓴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호박에 날개단거같다.

"엄마/아빠한테 말할까, 아니면 니가 알아서 해결할래."

헉!?, 제발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호박취소할께!!! 천사에 날개달았어!!!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누나는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데...뭔생각을 하고있는거야...

"민아, 뒤로 돌아봐. 언니가 확인할께 있어."
"어? 아, 알았어... 언니라는 말쓰지 마!!"
"알았어, 알았으니까 뒤로 좀 돌아봐.

대체 뭘 하려는 속샘인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뒤돌아선 나는 투덜거렸다. 그때,

-덥썩
"히익?!"
"가만히 있어. 흠, 대충 AA컵은 아니네? A컵정도야. 남자주제에 살도 안쪘으면서 아주절벽이 아니라니, 신기해라."

그딴거 알아서 뭐하냐고오오오!!
나는 누나가 잡은 내 가슴에 짝 붙어있는 듯한 누나의 손을 어거지로 힘을 써서 일일히 고생을 하며 떼어내자, 누나는 아쉽다는듯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가져가며 나에게 물었다.

"여자 몸 같은게 싫은거야?"

나는 누나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더더욱 바짝 가져다 대면서 되물었다.

"그럼 누나는 누나가 갑자기 남자같이 되면 좋아?"

나의 되물음에 누나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깨물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상상하는듯 하더니, 나에게 멋들어진 대답을 하는것이 아닌가?

"훙훙...완벽하게, 멋진 남자로 변한다면야 별로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되."

......당신,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본거같아. 그리고 난 아직 남자라고...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애꾿은 천장이나 노려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의 분노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집어넘겨버리는 저 짤막한 한마디에 나의 정신은 김이 빠져버려 바람빠진 풍선마냥 푸쉬쉬 하고 엎어져 버린 것이다.


- 체리야!!
"아빠 왜 불러요!!"

-아빠 어깨좀 주물러줘라!!
"오케이~! 금방 갈께요!!"

누나는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들겨 주며 한쪽눈을 찡긋 하고는 나가버렸다. 윙크는 또 뭐야 윙크는.

"......"

나... 그냥 죽어버려야 하는걸까.
............
......
...
.



- 짹! 짹짹! 짹!
- 삐삐삐삐삐! 삐삐삐삐삐!

'흑...정말이에요? 우리 세민이가....'

우읏, 햇살이 눈부시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아침, 아침인걸까? 피로한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영상은 대체 뭘까. 나 너무 힘들어, 그냥 나 자게 내버려두면 안될까? 제발... 오분만이라도...

'어쩔수 없습니다. 이대로 성장하면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괴로울꺼에요.'
'하지만...'
'엄마, 어쩔수 없잖아. 세민이는... 세민이는!'

다들...가족들인거야? 무슨...무슨예기 하고있는거야? 무슨이야기 하고있는거야?!

- 파학!!

어느순간 번쩍이는 빛이 생겨나며 나의 눈을 희롱하더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의 시커먼 면상이 떠오르며 나에게 간드러지게 말했다.

"자기야, 얼른 우리 애기만들어야지"

-벌떡!!

일어나자마자 눈앞으로 확 뜨이는건 또 속옷만 입은체 발랑 뒤집어져서 잠들어있는 누나. 누나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서는 귀찮아서 던져놓은 옷가지들과 함께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누나가 왜 여기있는거야.

"학..학...학...학.."

이씨, 꿈이었나? 지독한 악몽이잖아.
온몸이 땀에 젖은듯 축축하다. 땀으로 인해 얇은 셔츠의 속이 비칠정도이다. 학...학... 오늘 대체 무슨요일이지?
손을 들어 시계를 보고 달력을 보니, 화요일 5시. 오늘도 빼먹으면 담임선생이 엄마 아빠한테 상담이 필요하다는 헛소리를 고자질 하겠지?

"우응~? 민아, 지금 몇시야아~?"

누나가 자기 눈을 비비며 작게 하품을 한다. 내 비명소리에 일어난걸까.

"5시."
"그래? 웃차!"

고양이 마냥 움츠렸다가 마침내 스프링처럼 '튀용!' 하는 소리가 날 것만 같이 튀어나오는 누나.
아, 그러고보니 내가 누나방에서 잔거구나.




-치이이익!! 삐걱!!
세면대에 한가득 받아버린 물을 두손으로 모아 얼굴에 흩뿌리니, 기분이 한결좋아지는것을 느꼈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몽롱했던 정신도 혼쾌히 치료가 된다. 하지만... 역시 내 머리가, 내 가슴이 이꼴이 된것은 꿈이 아니었다.
망할.

- 치칙! 치직! 착! 치지이이익!!

누나는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접시에 담고는 예쁘게 음식을 담고 있었다. 그래봤자 계란 프라이와 토스트지만... 그래도 양상추로 재주껏 모양을 내는걸 보면 누나는 정성을 참 잘들인다.

"뭐해? 빨리 오지않고."
"아? 알았어."

누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누나는 손짓을 하며 '어서 이리와'라는 제스쳐를 한껏 보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 그 머리 안자르고 학교 가면 많이 곤란할것 같지 않아?"

누나는 내가 식탁에 앉자마자 뒷북치는 듯한 소리를 했다. 그 소리에 나는 잠시간 어리둥절 하다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존재감을 그제서야 느끼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것을 느꼈다.
허걱, 그걸 왜 이제 말하는거야?!

"흐음, 어떻게 할까. 오늘도 학교 안갈꺼야? 사흘간, 아니 닷세간 안갔는데 더 안가면...훙.."
"그...그러면 학교에서 전화올텐데..."

누나는 나의 중얼거림에 토스트를 문체로 계란에 캐첩을 뿌리며 나에게 토스트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놓은 접시를 건내며 말했다.

"훙, 음으음으으음음음? 웅음음응음으으음응응."
"...물고있는 토스트는 내려놓고 말해."

......

"냠"

하고 한손으로 토스트를 잡고 베어 물고는 다시금 말을 반복하는 누나.

"그러니까, 내 말은 이 언니가 배째게 해줄께."
"...어떻게? 그리고 언니란 말은 빼."
"쳇, 알았다 뭐."



누나가 내가 다니는 중학교의 담임선생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펼치는 동안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나의 컴퓨터를 켜고 Project Rain - rain online 에 접속했다. FPS게임 같은 느낌의 제목을 가진 게임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그것도 RPG게임이다. 이 게임은 처음 가입시에 아바타의 성별과 얼굴이 정해진다. 그것은 사용자의 얼굴과 성별을 그대로 따라가며, 얼굴은 가입시 제출하는 사진을 바탕으로 그 얼굴에 폴리곤을 입히며 얼굴이 지정된다. 덕분에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신기한 느낌을 자아내는 게임이다. 초기 접속시 HOBO라는 부랑자직업으로 시작하여,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고자 세상을 떠돌아다녀야 하며, 돈을 벌어 부랑자의 신분에서 탈출할 수도, 그대로 부랑자의 인생을 살 수도 있는 독특한 게임으로 나는 이 게임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로제 님 -  접속하셨습니다. 즐거운 오전(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바타 - 로제 / Acolyte( Ll 58 / Jl 37)]
[현제 금전 상황 124Gold ]
[생력 : 양호 / 체력 : 양호 / 마력 : 양호]
[현제 인밴토리 상황 : 복잡]
[현제 가방의 중량 상황 : 중량과다 ]
[TIP : 너무 무겁습니다. 잡다한 물건을 상점에 팔거나 창고에 넣어주세요.]

접속하자마자 채팅창에 아바타의 상태를 알려주는 이 시스템은 이 게임에서 눈에 띄면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일지도 모른다. 접속하자마자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니까 말이다.

"상점에 가서 잡다한걸 팔아볼까."

어제는 하도 정신없어서 게임도 못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잡다한일은 잊고 게임이나 해볼까. 라고 생각하며 나는 어제 그저께 묘지에서 언다잉휴맨들을 잡으며 나온 '아직도 뛰고있는 심장', '뼈'들을 가져다 팔기 위해 마을로 달려나갔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야, 너 어떻게 지금 여기 있는거냐. 난 오늘 학교 땡땡이 쳐서 그렇다지만 넌 아니잖아? 닷세간 아파서 않왔다고 하더니만 오늘도 아픈거야? ]

'이재현'이다. 나는 얼굴이 여자 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이후 사춘기나이로 접어들면서 같은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자같이 생긴 나를 남자아이들은 잘 끼워주지 않았고, 초등학교 이후 주욱 남학생 학교를 다닌 나에게 친구가 생기기는 하늘에 별따기 였다. 그러나, 그만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는 내가 게임을 좋아한다는것을 알았고 나의 취미에 맞춰 늘 주제를 꺼내주었고 나와 늘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그는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 게임을 좋아하며 싸움도 좋아하며 얼굴도 한 얼굴 하는 애들한테 인기 만점인 그. 그런데 지금 땡땡이를 친건가? 참 대단하다. 나는 속으로 재현이를 감탄하면서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으응, 아직도 아픈거 같아.]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여름감기는 지독한데...]

풋, 별걸 다 걱정이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날아온 메세지 창을 닫으며 전리품을 상점에 팔았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가서 잠이나 자, 아픈녀석이 무슨 컴퓨터냐. 더군다나 겜이라니.]

메롱. 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잘못하다 한대 맞으면 정말 아프다. 재현이 손은 정말 단단하다.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그럼 나 자러가 버린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마음대로해.]

흥,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자러갈줄알고? 메롱.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왔!?, 잠깐!! 아직 자러가지마!! 말한다고 진짜가냐?!]

자러가는척 하면서 잠수탈꺼다 뭐.
재연이는 금세 내가 있는 마을에 있는 마을에서 조금 멀리 있는 마을에 있었던 것인지,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한뒤 금세 침묵했다.
아마도 열심히 달려오는 중이겠지.
그때문일까. 나는 지겨워서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했다.

"하암."
"뭐야 너, 이 언니가 열심히 설득해서 너 못온다는걸 학교에 전하고 왔더니."

누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나의 볼을 잡고 쭈욱 잡아당기며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사기 친거면서 무슨 설득이야.

"미아, 누아, 그아저아 나 어마아바하테  어케하이?(미안, 누나, 그나저나 나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하지?)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누나의 말에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목이 탓기 때문이다.
'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어.'
하지만 나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발이 꼬이며 몸이 심하게 휘청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라? 나, 어떻게 된거지? 나..어떻...하지? 어...라? 앞이...조...졸려......
시계가 붉게 물드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고 갑자기 목이 뻐근해지는 것과 같은 피로감이 올라오며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감각또한 희미해지는데,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시선이 점점 흐려짐과 동시에 일그러지는것을 느꼈다.

"에....에에?! 민....민아?! 민아?! 왜 그래?! 민아?!?!?!"

- 쿵!
.
.
.
.
.
.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기분도 상당히 좋지 않다. 열도 나고. 왜일까? 시계가 일그러지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누나가 홀로 TV앞에 앉아 포테토칩을 아삭아삭 깨물며, 맬로드라마나 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말이지. 시야가 노랗게 변한것만 같고 두통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는 내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새하얀 천장을 말없이 바라보았다.백색의 천장이 흔들리는것만 같은 착각에 지속되는 구토감은 머리가 지릿지릿하도록 통증을 동반했다.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다. 엄마, 누나, 아빠, 누구든 좋으니 도와줘.
아파, 아파 미칠것만 같아.

시계가 점점더 새카맣게 변해가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 무서워,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줘...

TV의 떠드는 소리가 울렁울렁대는 듯한 착각이 들고 그 리듬에 맞춰 누나의 포테토칩을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겹쳐올라오는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세상이 뱅글뱅글뱅글 돌아가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나를 감싸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해갔다.




새카만 어둠, 그리고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려오는 새하얀 첫눈. 너무나도 작아 부스러질것만 같은... 그런 첫눈. 그 아래 조그마한 나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서럽게, 아주 서럽게 울었다. 그 누군가의 얼굴은 먹칠을 한 듯 아주 새카맣게 가려져, 하지만 정말 보고싶은 그런얼굴. 그는 나보다 십센티 정도큰, 그런 소년. 겨우 그런 그의 품에서 울고있었다.

"흑....흐윽...흐에엥..."
[울지마! 남자애가 왜 울어.]

"그치만....그치만....흑...흐윽..."
[그만, 그만울어 너희 할머니는 좋은곳으로 가셨을꺼야.]

그 소년의 얼굴이 왠지모르게 낮이 익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그 소년이 한 말도...기억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너희 엄마 아빠도 계신 곳으로 가셨을꺼니까.
[우리 엄마 아빠도 계신 곳으로 가셨을꺼니까.]

그는 이내 중학생 말기가 되어버린 나를 여전히 작은 체구로 올려서 바라보며, 물었다.

[세민아.]
왜?

[나 아직 기억하니?]
몰라, 난 네가 ... 누군지 기억나지 않아.

[그래? 그렇구나. 나, 조금 서운한걸? 우리...그렇게 함께 잘 놀았었잖아?]
몰라, 어렸을때, 난 혼자였어. 난... 네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아.

[그래... 하지만 난 실망하지 않아. 왜냐하면... 난 널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직도...]
아직도?

[그래, 아직도...]




"아, 일어났구나."
내가 눈을 뜬 순간 나의 앞에 보이는것은 생전 처음 보이는 천장과, 엄마, 아빠의 얼굴. 그리고 누나의 얼굴이었다. 엄마는 나의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버리고, 누나는 무언가 상당히 난감하다는듯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여기는...마치...마치?

"엄마...여기 어디...야?"
"병원이다."

아빠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난 아빠가 싫다.
그나저나 병원... 그런가, 병원인가.

"열이 또 펄펄 끓어서 병원에 왔는데..."

누나는 자기가 말을 하다말고 말을 잊지 못하겠는듯, 아빠를 톡톡 친다. 그러자 아빠는 '크흠'하고 짧게 헛기침을 하더니, 나에게 작게 하지만 확실하게 말했다.

"감기. 그리고 네 정체성을 위해 '잘랐다'"

엉? 뭐라고요? 뭘...잘라요?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자, 아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잘들어라."

그 한마디는 나에게 이유모를 공포감을 주었다.

"넌 태어날때부터 유전자 상으로는 '여자였다' 근데 넌 기형적으로 '그거'와 자궁을 둘다 가지고 태어났다. 양성은 아니고, 일명 반양성. 겉으로 보이기에는 양성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어느 한쪽 성인 셈이지. 그리고 '그거'의 영향과 함께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니가 느끼기에도 여지것 중성적으로 발달해 오다가 3개월 전부터 여성 호르몬이 엄청나게 활발하게 분비었다. 그리고 네가 오늘 독감에 걸렸을때 너의 신체상태를 보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의사선생님이 조사한 결과 알아낸 사실이다.  넌 오늘로 약 사흘간 잠들었고, 호르몬 분비 상태가 이상한걸 발견하신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에 별의 별 검사와 합의 끝에 '잘랐다'."
"...그...그러니까 뭐...뭘잘라요!!"

기관총같은 아빠의 말도 안되는 황당한 상황설명. 난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 정말. 아빠 돌려 말하지 말아요. 민아. 너 이제 '남자' 아냐. 너 이제 '진짜여자'야."

머리가 비어버리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며 나는 혼절했다.


***
왜 지명이 이따구야!! 라고 소리치시는 분이 있다면 깡그리 무시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세계는 현실의 한국이 아닙니다....ㄱ-(조금 어이없는 변명)
***

season 1 - 2# 이사가기 전..


생전 단 한번도 반항한번 해보지 못했던 아빠에게 겨우 일 때문에 아들을 포기못해서 시골로 안 내려가냐고 반항도 하다가 아빠한테 뺨도 맞아봤고, 사흘 내내 울다가 기절도 해봤다. 누나는 그런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눈동자 마저 나는 싫었다.
죽고싶었다. 정말이지 죽고싶었다. 사흘 내내 울어 기운 없는 몸으로 엄마의 서랍장에 있는 수면제 한웅큼을 손으로 집어 입에 넣으려다가 누나에게 걸려 수면제도 빼앗기고, 누나는 나를 다시는 바라보지도 않은채 자신의 방으로 수면제를 들고 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혀 물한모금 마시지 못한체 울었다. 입에 들어오는건 모두 속이 울렁거려 뱉어내고 말았으니까.

그런 나를 바라보며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털어놓았다.
'미안해...좀더 일찍 말해줄 것을...미안해...'
그래, 가족들은 이미 2개월 전부터 알고있었다. 내 몸의 변화를... 끊임없이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가지 알 수 없었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느끼고 있지 못했지만, 나의 가슴은 이미 3개월 전부터 자라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미미했기에 나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느날 한순간 내가 깨닳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자가 최면으로... 난 알지 못했던 거야. 난 남자니까 가슴이 자랄리가 없다. 난 남자니까... 그리고... 조금더 강한 변화가 있었던 그날... 내가 깨닳은 거겠지. 내 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수술을 사흘만에 시작할리가 없다. 모두... 모두 준비되어 있었던 거겠지.

심한 배신감. 그때 누나는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시치미를 뗀거야?

누나는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서며 웃는 그 얼굴은 바보같이 속은 나를 비웃는 얼굴. 미워... 모두 다 미워!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나를... 나를 가지고 놀고있어...!!

그리고 나는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있었다고 믿었다..

내 주민등록 번호는 물론 이름도 바뀌었다. '유세미'라고...... 진짜 지지배같은 이름이다.
이사가기 전 한달간 정말 악몽의 도가니였다. 학교 아이들이 볼세라 밖은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집에만 쳐박혀 있는데, 누나는 속옷을 잔뜩 사와서는 나보고 자기 앞에서 입어보라는듯이 재수없는 눈을 빛냈고, 나는 기운빠진 몸으로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현재 내 몸은 호르몬 과다 분비현상이 일어나면서 호르몬 주사 따위도 안맞아도 될만큼, 아니 억제 주사를 맞아야 할만큼 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되는 상황이었고,
생리도 시작됬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생리가 시작되면서. 나는 상당한 복통과 우울감을 느껴야 했다. 생리는 심각한 복통과 함께 나에게 크나큰 정신적 저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
.
.
.
.
.


"싫어. 치마따위..."

'치마따위'라는 말에 뉘앙스가 제법 맘에 들지 않았는지, 누나는 인상을 찌뿌리며 나에게 말했다.

"흥, 이 언니가 직접 치마를 입혀주려고 했더니. 싫으면 말아. 엄마가 입혀주는걸 원한다면야."

'재수없어'
"난...나 그냥...죽을래."

목이 쉬어 말도 힘들었다. 기분도 최악을 타고 가는데 누나는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안입는다면 강제로 입혀버린다."

힘들어. 이딴 몸.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

"에잇!"

- 쿠당!!

누나는 힘조차 쓰지 못하는 나를 잡아당겨 강제로 눕히고는 치마를 나에게 입히려 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졌고, 나는 반항조차 하지 않은체 그자리에 누워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반항할 기운따위 이미 울음으로 짜내서 눈꼽만 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너 왜 이러니?"

누나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하지만 답할 이유는 없다. 이미 자신이 알면서 왜 나한테 물어보는거지?

"넌 니가 그렇게 병신같에? 그렇게 우스워?"

병신맞잖아. 몸도, 마음도 병신이잖아.
여자주제에 남자의 껍데기를 두르고 남자처럼 행세 하면서 남자같이 살아오던중에 자의도 아니고 타의로 홀라당 벳겨져서 여자가 됬어. 이제 할만큼 한거 아냐? 번데기로 있고 싶었던 번데기 속의 나방을 강제로 꺼냈으니 이제 좀 죽여주면 안될까? 가지고 놀만큼 놀았잖아.

"이딴몸...살기싫어."
"흥"

우습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누워있는 나를 바로세워 조금 더 자라 목 근처까지 내려오게된 나의 머리를 빗으로 빗기며, 나에게 말했다.

"한번 살아봐. 살고 이야기 해보는건 어때? 이 언니가 멋진 아가씨로 만들어 줄께."
"......"

지랄하네... 누구맘대로.
누나는 나의 눈에서 보이는 적의를 눈치 챈건지, 아니면 내가 불쌍해보였던 건지, 나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그거 알아? 엄마랑 아빠가, 왜 그 결정을 했는지."

알고싶지 않아. 제발 그냥 나 좀 죽여줘.

"너, 그대로 성장해도, 어른이 되도 남성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하지 못해."

? 그건 무슨 소리지.
빗질을 다한건지,  쓴웃음을 짓고는 이제 나의 셔츠를 벗기며 누나는 나에게 말했다.

"우선 몸이 여성적으로 발달할테니까, 근육은 점점더 연약해질꺼고. 얼굴은 더 여자다워지겠지."

...대체 무슨소리를 하고싶은거야.
누나는 나의 작은 가슴에 맞는 브레이지어를 사온건지, 나의 눈치를 보며 브레이지어를 착용시켰다.

"그리고, 넌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거든. 정낭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해."

......!
흠짓하고 놀라는 나의 얼굴을 본건지, 나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며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보았다.

"성기만 남자라고 남들이 널 남자로 봐줄까? 아니면 널 희안한 구경거리로 볼까."

양성체.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자가수정이 가능한 존재. 혹은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만을 외부에 돌출한체 내부에 다른 한 성의 성기를 보유한 존재들을 일컷는다. 나는 그 양성체조차도 아닌 여성과 양성체 사이에서 애매모호하게 자리잡은 존재. 어떻게보면 후일 자신의 성 주체성을 결정 할 수도 있는 양성체보다도 더욱 서글펐던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나를 낳은 엄마는 그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정신적 충격이 컷을까. 그리고 아빠는...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저주감이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넌 이제 여자잖아?"

...그래, 나는 지금 이제 여자야. 그게 어떻다는거야.

"우습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접고 새로운 삶을 찾아보는건 어때? 없는 미래를 찾아가는거보다 확실한 미래를 찾는게 더 좋지 않아?"

......

"그렇게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누나."
"암울하게 말하지 말고, 이제는 조금 상큼하게. '언니'라고 불러보는건 어때? 이제 넌 여자잖아?"

누나는, 아니 언니는 그렇게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라고 보이는 듯이 정말이지 여름날의 차가운 물에 담가 놓았던 포도송이 같이 상큼하게 웃었다. 나는 그런 누...,아니 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조금 말아올리곤... 말했다.

"......언...니."
"쿡, 그래. 언젠가 한번 이런날이 올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말해줬네?"

어디선가 과일의 향기가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 딩동.

"아, 왔다."
"...누구?"

나의 질문에 언니는 알수없는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고, 이내 셔츠와 반바지를 가져와서는 애써 나에게 입혔던 치마를 끄슬르며 셔츠와 반바지를 내밀었다.

"기분나쁘게 해서 미안해. 동생아. 자 어서 입고 나가봐. 네 친구가 너 기다리고 있어."

언니의 말에 나는 셔츠와 반바지를 번갈아 보며, 잠시간 고뇌해야했다.




"...아?!"
"뭘 그리 놀래. 너, 내일 이사간다면서."

대문을 나서자마자 나의 앞을 가리고 있는 존재는 재현이였다. 이제 150Cm를 간신히 넘기는 나와는 달리 170cm를 훌쩍 뛰어넘긴 그 키에 남자다운 외모, 그와는 반대로 부드러운 음성에 기대고 싶을만큼 넓은 가슴을 가진, 나의 친구. 언니는 현이를 불러준걸까? 현이는 나의 꼴사나운 모습에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많이 상했다? 그렇게 심한 독감이었어?"
"으응..."

현이는 나를 불러낸게 미안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서 작은 알사탕을 꺼내어 입에 물었다. 저건 재현이가 담배를 끊은 이후로 생긴 버릇이다. 나의 닦달에 결국 담배를 끊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저렇게 간혹 알사탕을 주머니에 넣고는 먹고싶을때마다 까서 먹는 버릇이 생겼다. 알사탕이 담배를 대신하게 된 것이었다.

"근데 너 왜 감기 걸리기 전이랑 후랑 왜이리 달라졌냐?"
"응?"

가슴을 조각칼로 후벼파는 듯한 통증과 함께 전신을 얼려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을 예상하기라도 했듯이 그는 시익 웃으며 말했다.

"감기 걸리면 예뻐지는 병도있냐?"
'!!!'

호흡이 굳어버리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는 기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지만. 나는 애써 몸과 정신을 추스리며 그에게 억지로 웃어보였다.

"...기분나쁘니까 그런말 하지마."
"......"

현이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무안한지, 조금의 침묵을 유지하다 애써 분위기를 타파하려는듯 주머니에서 알사탕을 하나 더 꺼내어 나에게 내밀었다.

"너도 먹을래?"
"...아니."

'미안, 나 지금 사탕같은거 먹을 기분 아니야...'
현이는 나의 대답에 주머니에서 꺼낸 알사탕을 가만히 바라보며 무안한듯 다시 주머니에 넣고 나에게 말했다.

"너 몸만 괜찮으면 PC방 같이 가려고 했지. 한사흘간 전화를 해도 너희 누나만 받더라. 나보고 너 아프다고 오지 말래. 그래서 어제 또 전화했더니 포기한듯이 오늘 오라고 해서 온거야."
"...풋"

닷세간...빠짐없이 전화해준건가...

"너 쓰러진날,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줄 알아?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아프면 그냥 자라고. 그러게 컴퓨터는 왜 해 컴퓨터는. 그놈의 겜이 웬수지."
"쿡...쿡쿡...큭...큭...흑...흐윽...흑..."

웃음은 흐느낌이 되고, 흐느낌은 울음이 되어갔다.
머릿속은 마치 맑은 수면위로 떨어진 물방울의 파동마냥 흔들리며 눈물이 나의 눈을 적셔갔다.

"흑...흐윽...훌쩍...흑...흐윽...흐아아앙..."
"왜...왜 그래?"

멈추고 싶다. 멈추고 싶지만... 이 바보같은 눈물은 계속...계속 흘러넘쳤다. 재현이는 그런 나의 바보같은 행동에 나의 어깨를 꼬옥 잡으며 나와 눈을 맞추었고. 나는 바보같이 그런 재현이의 목을 두팔로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정말......정말 나는 바보다.

"그만울어. 어린애같이 뭐하는짓이야."
"...흑...흐아아앙...흐아아앙...."

***

season 1 - 2# 이사가기 전..(재현의 눈)

구름낀 찌뿌둥한 날씨는 정말 기분나쁘다.
근 한달만이다. 드디어 세민이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것은.
그동안 학교도 빠지고 내내 세민이가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세민이는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민이의 누나는 내가 민이랑 만나게 하는것을 극도로 꺼려하는것 같더니, 닷세째 되는 어제서야 오늘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줬다... 이사갈꺼라는 말과 함께.
어떻게 된거야. 메신져에도 접속을 안하고.

약속한 시간이 다되자, 나는 손에 쥐어져 있는 알사탕 껍데기를 힐끔 바라보고 길바닥에 던져버렸다. 초특급 범생대장 세민이의 잔소리가 오랫만에 귀에 어른거리는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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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1년전
그러니까, 내가 세민이를 만난것은 정확히 3월 초,  내가 중학교 2학년때, 방학이 끝나고 반배정이 끝난 바로뒤였다. 나는 나에게 배정된 반으로 걸어가던중, 한 여자아이와 충돌하게 되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여자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괜찮아?"라고 하던중, 내가 한가지 간과한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라, 남중에 웬 여학생?'

그리고 내가 건낸 손을 잡은 여자아이는 자신의 바지를 툭툭 털었다.
...우리학교 교복이었다.
그녀는 '괜찮아' 라고 말했고 나는 무의식중에 그녀에게 물었다.

"너 남자야?"
"...응, 남중에 그럼 여자학생이 있어?"

나의 말을 이해 못했던건지, 아니면 원래 조금 대답이 느린건지, 그는 조금 늦게 자주 그런 말을 들어봤다는 듯 쾌활하게 웃으며 나의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나는 그와 잠시간의 대화를 나누며 그와 내가 같은 학년이라는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난 A반으로 배정받았어. 너는?"
"...나도 A반인데...같은반이네?"

그는 조금은 느린 박자로 나에게 대답했다. 느긋한것 같은 느낌에 그에게서 나는 편한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나란히 A반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었다.




"야, 남자 중학교에 웬 여자가 덩그러니 앉아있다?"
"그러게."
"여장남자인가? 아님 남장여자인가?"
"쉿! 듣겠다 킥킥"

아이들이 쑥덕쑥덕 거리는 가운데 우습게도 세민이와 나는 한짝이 되었다. 신이 정한 장난인지 아니면 악마의 장난인지. 그렇게 나와 세민이의 만남은 시작되었던 것이다.세민이는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였다. 처음 입학을 하고나서 약 삼주간 나눈 대화는 19번 모두 '안녕'이었다. 그리고 사주째 되는날 세민이가 다른말을 했다. 그것은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피워오던 담배, 그걸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을때였다. 난... 아주 어렸을적부터 막나가던 놈이었기에,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세민이는 그런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를 했다.

"담배 피지마. 피부망가져."

훗, 담배 피면 피부만 망가지냐.
나는 그렇게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니가 뭐 사줄겨?"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잠시간 침묵하더니, 나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사탕줄까?"
"...풋, 됬어."

사탕? 그거 괜찮은데. 이참에 담배 끊을때 써봐야겠어.
그 날이후, 그리고 세민이와 내가 반이 익숙해질 즈음, 그와 나의 대화는 서서히, 하지만 부쩍늘기 시작했다. 취미, 그리고 좋아하는것, 관심사, 그리고 그에 대해서 나는 많은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의외로 수다쟁이였다.
자신의 가족이야기. 자신의 감정이야기. 자신의 마음이야기. 자신의 친구이야기. 자신의 추억이야기. 자신의 슬픔, 자신의 분노, 자신의 바램...그 모든걸 나에게 이야기 했다. 마치 그는 오아시스에 목마른 아이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난 학교 선배와 싸움이 붙었고 대판 싸움을 하게 되었다. 선생들에 의해 강제로 제지된 싸움은 학교 뒷산에서 다시 맞붙기로 한 가운데, 하교시간이 되자, 세민이는 나의 팔을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 안가면 안돼?"
"왜?"

나의 물음에 그는 우물거리며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그의 행동에 어께를 으쓱 하고 학교 뒷산으로 가기 위해 밖을 교실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그는 나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고는 말했다.

"그냥... 우리집에서 겜하고 놀자. 싸움하면 아프잖아."
"아까도 아팠잖아."

나의 대답에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난 바보가 됬다.

"아픈데 또 아프러가는건 바보야."

어쨌든, 난 그날 싸움을 짤막하게 끝내고 세민이네 집에 가서 게임을 하게 됬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왔었던듯 아주 즐겁게 게임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서 게임이란것을 배우게 됬다.

"'GATE - last of the war'이나 'Howling - 十五月夜'같은건 너무 무서워서 못해봤는데. 누나가 재미있데. 아참, 그리고 너 'Bio strom'해봤어? 그리고 난 'Project Rain - rain online'같은 온라인게임을 즐겨 하는데, 너도 해볼래?"

그가 웃으며 말할때 나는 그것에 호기심을 느꼈고, 그날로 내가 게임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후후후"

'거긴 아니야,막아! 아앗! 으엣!? 이때야 공격해! ......잡았다!!'민이가 웃으며 그렇게 외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며 나도 이제 '게임에 미쳤구나'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민이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모습을 하고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세민이의 집에 다다르자, 나는 조금 망설이며 세민이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 딩동
[누구세요]

세민이의 누나의 목소리. 나는 "안녕하세요. 세민이 친구 재현이라고 하는데요..."라고 뒤끝을 흐리며 뒤로 물러섰고, 잠시뒤 세민이가 대문을 열며 조심스럽게 빠져나오는것을 볼 수 있었다. 야윈얼굴에 목까지 오는 머리가 마치 병들은 여자아이마냥 불쌍해 보이는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그의 뒤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
"...아?!"

민이는 내가 찾아왔다는게 놀라운건지 놀란건지는 몰라도, 깜짝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체 말했다.

"뭘 그리 놀래. 너, 내일 이사간다면서."

그는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손가락과 손가락을 마주한체 침묵했다.

"너, 많이 상했다? 그렇게 심한 독감이었어?"

나는 민이의 야윈모습에 다시금 '몸은 괜찮은거야?' 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함껏 욕구를 참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으응..."

미안하군. 그렇게 아픈데 불러내다니.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서 알사탕을 꺼내 나의 입에 넣고고는 껍질을 주머니에 넣었다. 답답하거나 기분이 울적할때 피우던 담배를 대신한 사탕이었다.
크흠, 분위기가 왜이리도 우울하다냐. 무슨 죽으러가는 사람 마중나가는것도 아니고...
그런데...세민이 이녀석의 얼굴이 전보다 더 여자다워진거 같다. 이걸로 농담이나 걸어볼까?

"근데 너 왜 감기 걸리기 전이랑 후랑 왜이리 달라졌냐?"
"응?"

나의 질문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세민이. 마치 나에게 숨긴거라도 있는것처럼 말이다.

"감기 걸리면 예뻐지는 병도있냐?"

확실히, 감기 걸리기 전에 매일 보던 얼굴과는 많이 달라졌다. 요 몇개월사이에 확실히 변하는것 같아 그것을 빌미로 놀리기도 하고 그 장난질에 솜주먹같은 그의 주먹을 맞아주며 웃기도 했다. 하지만 닷세만에 그렇게 바뀔수는 없겠지... 기분탓이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며 세민이의 반응을 기다리던 나는 그의 슬픈퍼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석상처럼 굳어버려야 했다. 보통 이정도 농담이면 그는 나의 발을 꽉 밟으며 토라진 표정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나쁘니까 그런말 하지마."
"......"

평소의 그와는 달랐다. 정말, 정말 달랐다. 대체 뭐가 그를 이리도 바뀌게 만든걸까.
무안해진 나는 그제서야 생각나기도 했고 분위기 타파를 하기도 위해 자연스럽게 또다른 알사탕을 꺼내어 민이에게 내밀었다. 내가 담배를 끊게 만든 원인인 세민에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나의 버릇이었다.

"너도 먹을래?"
"...아니."

그가 거절을 하자 상당히 어색했다. 그는 늘 내가 건내는 사탕을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따라 조금은 다른 민이의 행동에 나는 사탕을 주머니에 도로 넣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은 성급하게 다른 화제를 꺼냈다.

"너 몸만 괜찮으면 PC방 같이 가려고 했지. 한사흘간 전화를 해도 너희 누나만 받더라. 나보고 너 아프다고 오지 말래. 그래서 어제 또 전화했더니 포기한듯이 오늘 오라고 해서 온거야."
"...풋"

PC방이라니, 내가 미쳤나? 내가 가지고 나온 돈은 달랑 비상금 만원 한장인데.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민이는 풋하고 가볍게 웃고는 나의 다음말을 기다리는듯 했다. 하지만 나의 머리는 너무 뒤죽박죽이 되어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떤화재를 꺼내야 할지조차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병신! 어떻게 할 이야기 하나 생각 안하고 올 수가 있는거야? 이런 대책없는 이재현!! 으이그!!

"너 쓰러진날,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줄 알아?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아프면 그냥 자라고. 그러게 컴퓨터는 왜 해 컴퓨터는. 그놈의 겜이 웬수지."
"쿡...쿡쿡...큭...큭...흑...흐윽...흑..."

나도 모르게 쓰잘대 없는 농담이 나왔다. 그리고 나의 농담에 세민이는 작게 웃음을 흘렸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흐느낌이 되고, 흐느낌은 울음이 되어갔다.

"흑...흐윽...훌쩍...흑...흐윽...흐아아앙..."
"왜...왜 그래?"

왜, 왜 우는지조차 알 수없었다. 나도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몰랐음으로. 나는 민이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 다리를 약간 구부려 그와 눈을 맞추고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하지만 그순간 민이가 나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만울어. 어린애같이 뭐하는짓이야."
"...흑...흐아아앙...흐아아앙...."
너무 서럽게 울어서, 달래주고싶을 정도로, 민이는 그렇게 울었다. 한달, 겨우 한달이다. 한달 사이에 이렇게 야위어 버리다니. 나의 목을 끌어안은체 우는 민이의 두 팔에는 힘이 없어서 금세라도 쓰러질것만 같았다. 이런애가 아니었는데. 너무나, 너무나 늘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했던 그가 내가 그를 놓쳐버릴까 필사적으로 매달려 울고있다. 나는 그저 잘가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왔을 뿐인데. 이렇게 울어버리자, 마음속 한 구석이 아파왔다.  도대체,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거야. 뭘...

"흑... 윽... 혀나... 재혀나...흑..."
"...왜?"

힘에 부쳐서일까. 혀가 풀린 발음으로, 민이는 나에게 말해왔다.

"나... 니 사지...ㄴ 가져도대? "

사진...? 겨우, 그거..?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명함 사진으로 만든, 재수없게 웃고있는 내 얼굴을 그에게 건내주었고, 그는 그 사진을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양 소중한듯 자신의 손에 꼭 쥐고는 나를 알수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잠시 머뭇 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그가 걱정되어 나온것만 같은 그의 누나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버린 그들 남매의 집을 오래,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쪽팔렸지만 괜히 그러고 싶었다.

"잘가라 자식아! 이사 가서도 친구 잘사귀라고!. 여기서 마냥 나 하나만 붙들고 살지말고!"


하지만, 이 말을 외친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나는 내내 뿌듯함과 서운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

season 1 - 3 # 기왕이면 웃자


이사를 온 곳은 마오시에서 벗어나지 않은 녹산구 갈가동. 하지만 청릉구에서 한시간을 내리 차를 타고 와야 할 정도로 먼 곳이다. 난 눈에 익숙하지 않은 이 장소를 익숙하게 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했다. 갈가동에 오면서 우리집의 방수는 5칸방에서 3칸방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십자 모양으로 오른쪽이 내방, 아랫쪽이 엄마방, 중앙이 거실,  왼쪽이 화장실, 위쪽은 부엌이었고, 아빠는 일을 위해 회사에서 자기로 마음먹으신듯 했다. 언니는 대학교를 위해 청릉에서 작은 독방을 구해 혼자 살기로 했고, 덕분에 가게를 처분하고 집안일을 맡게 된 엄마와 나는 내가 학교를 들어갈때까지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입고 다녀!! 안 그러면 아빠한테 일러서 혼나게 할꺼야."
"싫어 치마 입으면 허전하단말이야."
"그럼 속바지 입으면 되잖아."

재현이와 해어지고 이사를 온뒤로 다시 입에 붙게된 음식덕에 조금은 반항을 할 수 있게된 나는 언니가 사준 속옷위에 새하얀 티셔츠만 걸친체, 엄마의 손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을 다녔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엄마가 들고있는 자주색의 '치마'. 아직 나는 치마가 익숙하지 않았다. 생리대 사용법도 모르는데다가 브레이지어를 착용하는 법만 이사오기전에 언니가 가르쳐 줘서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떠듬떠듬 착용해야 했다.

"세미야~이리와~! 치마 입으면~ 엄마가 맛있는거 해줄께."
"......나 애 아냐."
"요것이!!"

모든것이 나에게는 어색했다. 여자의 삶이란것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힘든 벽이었다. 목욕 할때도 본의 아니게 해버린 다이어트의 영향으로 전보다 훨씬 더 여자다워져 버린 나 자신의 몸 자체를 보기가 더더욱 민망했다. 한가지 신기한점은 만화같은데서 보면 여자가 된 남자들은 자기 몸을 보면서 코피를 흘리던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당연한건가?

"너때문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엄마도 속 많이 상해. 그러니까 조금 도와주면 안되겠니?"

결국 내가 먹고 싶은걸 해준다는 조건하에 돈까스를 해준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잡힌 나의 허리에 치마를 두르며, 엄마는 말했다.

"엄마도 알아, 네가 지금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깨어난 아기새와 같다는걸. 모든것이 낯설고, 무서울지도 모른다는걸. 하지만 말이야... 무섭다고 둥지 밖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무섭다고 둥지 밖의 세상을 두려워 한다면. 네가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나도 알아 엄마.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하지만...하지만...

"...엄마."
"응?"

"나...조금만 어리광 부리면 안되? 나, 아직 무서워. 아직 엄마새라는 품에서 어리광부리고 싶어."

나...조금만 엄마품에 있으면 안될까?
나의 물음에, 엄마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날 끌어안아주셨다.

"아이구 우리딸... 걱정말아요. 이제는 우리딸이 세상을 자신있게 볼 수 있을때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줄꺼에요. 잘 할수 있지?"
"...응."

...고마워요...엄마...
포근한 엄마품에 나는 한없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
.
.
.
.
.




나는 결국 부드러운 자주색의 치마를 입고 그 속에 하얀 속바지를 입은체 집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한달만에 나오는건가. 아, 아니지. 재현이랑 만날때랑 이사올때도 나오긴 나왔구나. 하긴, 그래도 기분은 좋다. 하늘을 바라보니 날씨도 화창한게 내 기분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엄마가 나의 지갑에 채워준 용돈삼만원과 반찬거리를 사오라는 심부름돈 만원을 들고 오분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걸어갔다. 주변사람들이 자꾸만 나를 힐끔거리는 것만 같아 상당히 얼굴이 따가웠지만, 어쨌든 나는 철면피신공(?)으로 슈퍼마켓에 들어와 돈까스를 만들 생고기와 튀김가루, 그리고 라면 몇봉지를 사들고 흥얼거리며 계산대에 들어섰다. 계산대의 아줌마는 내 얼굴이 처음보는 얼굴이란걸 깨닳고는 나에게 물으셨다.

"새로 이사온 아이인가보구나? "
"...네, 엄마 신부름으로 온거에요."

...난 왜 늘 반박자 늦게 대답할까. 나도 모르겠다.
아줌마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시며 내가 낸돈 만원을 들고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시며 나를 떠보는 말씀인듯한 말씀을 하셨다.

"귀엽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나는 형식적인 말이란걸 알기에,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가게밖으로 빠져나왔다. 또 뭘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중, 나의 눈에 들어온것은 바로 내 건너편 건물에 있는 '화성침공', 아케이드(오락실)다!!
나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오락실에 들어서자마자, 동전교환기에서 천원짜리 지폐를 백원짜리로 신나게 바꾸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락실, 요즘은 피시방의 힘으로 많이 잊혀져서 발길이 뜸하지만, 어렷을적 나의 주무대였다. 가끔, 아주 가끔 불량배들을 만나서 돈을 뺏기기도 했지만, 이곳만큼은 정말 천국이다!

"음, Ragnarok? 이거 참 추억의 게임이네... 어라, 2잖아?"

신들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3D격투게임. 내가 Rain을 하기전에는 정말 광적으로 즐기던 게임이 아닌가?
나는 당연히 그 게임기 앞에서 앉았다.

-또르르르 철컥!

오랫만에 들어보는 기계가 동전 삼키는 소리에 나도 침을 꿀꺽 삼킨다. 화면에는 a new challenger!! 라는 글귀가 뜨는걸 보니 반대편에서 이미 다른 한 사람이 플레이를 하고 있었나 보다.

choose your god!라는 글귀가 뜨고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좌르르륵 나열된다. 상대방은 아수라를 골랐는지, 아수라에 노란색의 박스가 테로 둘러져 있다. 나는 오랫만에 잡아보는 조이스틱에 두근두근 하며 로키를 골랐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검은 하늘과 푸르고 거대한 초원이 있는 휘황찬란한 보름달이 떠있는 세상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고, 누구도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도록 거대한 방어막이 생겨난다. 그리고 푸른빛을 띄고 있는 은빛털의 거대한 늑대와 여섯개의 팔을 가진 남자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 Get Ready
- Fight!!!
.
.
.
.
.
.




"후아아아!! 조금 늦었나?"
천원어치 동전으로 약 이십 분간 놀았다. 엄마는 돈까스를 해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실텐데. 상대방과 서로 호각을 다투자 정신없이 즐겨버린 것이다.

"어이, 너 엄청 잘하잖아?"

내가 마악 오락실에서 집으로 가려는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나의 어께를 잡으며 나에게 말을 붙이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처음 한 말은...

"...누구세요?"

였다. 당연하잖아. 모르는 사람인데. 갈색의 스포츠머리에 야구모자를 쓰고 서글서글한, 즉 누구나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원한 얼굴상을 지닌 그는 무슨놈의 키가 그리도 큰지 180cm쯤은 되어보였다. 재현이보다도 커다란 키였다. 그는 나를 보며 뭐가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었다.

"나? 남새현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윽, 알려주기 싫은데. 설마 의도적으로 자기이름을 알려준거야?

"...후우, 유시ㅁ...아니, 유세미...이요."

...뒷꼬리가 흐려지는건 결코 내 의지가 아니었어. 결코 내 의지가 아니었어!

"오, 성은 안알려줘도 되는데, 그것까지 알려주다니. 고마워."

당신이 먼저 자기 성 알려줬잖아!!!
나는 저 능글맞은 혀...이 아니라 오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능구렁이가 싫다.

"그런데 왜 처음보는 사람한테 보자마자 반말이...에요..."

그는 내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건지 쓴디쓴 약을 입에 넣고 웃는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반말하는게 버릇이되서. 뭐, 내가 고2다 보니까, 니 모습으로 봐서 나보다 어리거나 같다고 생각됬거든. 설마, 나보다 나이가 많은거야?"
"중!!...삼인데."

아앗?! 유도 심문에 걸렸다?! 난 정말 바보인거야?! 나는 중!!까지 외치고 나서 이게 유도심문이란것을 깨닫고 황급히 입을 닫았지만, 그 뒤를 기다리는 듯한 그의 눈동자에 마지못해 입을 열고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나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되는거야.

"흠, 그래? 오빠라고 불러 그럼. 저기말이야, 우리 뭐 좀 먹으면서 예기나 할까?"

안돼. 안돼안돼안돼. 절대안돼.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지를 내 얼굴 가까이까지 들어올려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제발 내 제스처의 의미를 알아채 줬으면... 하고 말이다.

"하아, 심부름 나왔다가 오락실에 들린거구나? 그 심부름 급한거니?"
- ...꾸벅

양심에 찔린다. 급한 심부름 주제에 오락실에서 20분이나 놀고있다니...

"흐음, 그래. 급하다면 할 수 없지 뭐... 다음에 또 놀러와. 여기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거든."
"...네에...."
"잘가."
.
.
.
.
.
.



그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뭔가 뒤끝이 찝찝한것이 견딜수가 없었다.

"어머, 뭐하니 돈까스 안먹어? 식겠다."

돈까스를 예쁘게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으신 엄마는 고뇌하는 듯한 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하셨다. 이거... 엄마한테 말해야하나?

"...엄마, 궁금한게 하나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남자가 뭐좀 먹으면서 예기나 하자고 하면 대체 뭐야?"
"어머?"

엄마는 손뼉을 치며 '어머'를 연발하시더니 나에게 물으셨다.

"그게 대체 누구야? 우리 딸한테 작업걸려고 한 남자가?"

...어라, 작업? 작업걸다니?

"아니, 그냥 물어보는거야."

나의 대답이 시원찮자, 엄마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셨다.

"그럴때는 말이야. 그 남자가 니 맘에 안들면 '나중에요'라고 말하고 그 냥 가버려."
"...에?"

...그건 또 무슨소리야.

"세미야."

내가 엄마의 알수 없는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할때, 엄마는 부드럽게 나를 부르셨다.

"이 다음에도 무언가 알 수 없거나 이해 할 수 없는게 있으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최대한 도와줄께. 겁내지말고. 알았지?"
"...응"

뭐, 나쁜건 아니니 기왕이면 웃자.
...근데 정말 이해 할 수 없는건 대체 왜 나한테 작업을 걸어?


***

season 1 - 3 # 기왕이면 웃자(새현의 눈)

내 이름은 남새현. 아버지가 이 오락실을 경영하셔서 내가 대신 아르바이트 삼아 일 하고있다. 아버지는 요즘 피시방에 관심을 옮기셔서 피시방을 경영하시고, 이 오락실은 버리기가 차마 아까워서 나보고 운영하라고 하신 거다.

나는 오늘따라 손님도 없고 혼자 놀고있는 오락기들을 보자니, 나의 자비심이 울고 있어서(?) 손수 오락기들을 플레이 해주고 있었다.

"아싸 막판이다!"

얼마전에 새로 들여온 오락기인 '라그나로크2 - 심연의 기사' 를 막판까지 온 나는 'a new challenger!!'라는 문구에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도전자라니! 이제 막판인데!!

놈(아니 년일수도 있지만 그건 생략한다)은 내가 고르는 주캐릭인 아수라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일반의 격투게임들이 다 그렇듯이, 이 캐릭에 대해 강한캐릭이 있고 약한캐릭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로키를 고르며, 게임은 시작됬다. 만월달밤의 거대한 초원의 결투.  놈은 아수라의 여섯팔로 공격하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나에게 반격을 시도했고, 나는 그 반격을 일일히 다 막아내며 서로 치명타를 입히지 못함을 느꼈다.

'젠장 이놈 초고수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초고수니까 나와 호각을 이루는 이놈은 분명 초고수다!(무언가 억지 논리인듯 싶다만...)
나는 첫번째 판이 드로우로 끝나고, 두번째 판이 시작됬다. 나는 녀석의 빈틈에 치명타를 날리고, 으스대다가 치명타를 맞고 오히려 KO(녹다운)를 당했다.

'이런 XXX !! 좋아, 어디 갈때까지 가보자!!'

죤내열받았다는 표현이 옳을까. 나는 녀석을 말 그대로 졸래패고 또패고 또팼다. 하지만 이는 업치락 뒷치락에 불과했다. 분명한건 한번도 제대로된 승부가 나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는 약 8:10. 내가 아직까지는 내가 2승으로 녀석을 이긴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판을 이기고 나자, 더이상의 도전이 없다.

'어라?'

아항, 돈이 떨어졌나보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감히 도전을 했던 녀석의 면상이나 보고자,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마침내 출구쪽에서 걸어나가고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있는 여자아이를 보았다.
여자잖아!!
댄스댄스쿠데타와 비트광이 없으면 오락실에서 보기도 진귀하다는 여자! 그런 여자를 오락실에서 보다니. 그것도 나와 호각을 이루며 싸우다니!
이런 영광이 어디있나. 나는 그녀의 뒤를 황급히 따라가며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아부를 떨었다.

"어이, 너 엄청 잘하잖아?"

후후후, 하지만 분명히 내가 이겼지. 여자를 상대로 이긴거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사고는 정지하고 말았다.
왜냐고? 후후후.
이건 퀸카잖아!!

"...누구세요?

이건 놓칠수 없어! 놓칠 수 없다구!! 저 뽀얀 얼굴좀봐. 갸름한 얼굴에 도톰하고 부드러운 입술!! 윤기있는 머리칼!! 크고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눈동자!! 이건 국보급 레어야!!

"나? 남새현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후후, 이렇게 되면 이름을 말하지 않을수가 없겠지?

"...후우, 유시ㅁ...아니, 유세미...이요."

음? 처음에 뭐라고 웅얼거린거 같은데? 요즘은 자기 이름도 까먹는 애들이 있나? 뭐, 별 상관 없지. 응? 어라? 크하하하!! 성까지 알려줬잖아?! 나이스!!

"오, 성은 안알려줘도 되는데, 그것까지 알려주다니. 고마워."

그녀는 나의 농담이 맘에 들지 않은건지 눈살을 조금 찌뿌린다. 으윽, 만나자마자 점수 깎인거야?!

"그런데 왜 처음보는 사람한테 보자마자 반말이...에요..."

뒷끝을 흐리는게 자기도 보자마자 반말을 하려다가 말은듯 싶다. 이거...정말 귀여운데? 하하, 조금 미안하기도 하군.

"미안, 반말하는게 버릇이되서. 뭐, 내가 고2다 보니까, 니 모습으로 봐서 나보다 어리거나 같다고 생각됬거든. 설마, 나보다 나이가 많은거야?"

사실이었다. 척보기에도 어린게, 내 나이쯤되면 분명 확실히 퀸카가 될꺼다! 흠, 내 장담하지. 설마 나보다 나이가 많겠어? 후후후, 내 유도심문의 미끼에 걸려들어라..

"중!!...삼인데."

아자, 나이도 알아냈군. 열여섯, 열여덟. 후후 딱좋은 나이잖아.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게, 자신이 유도심문에 걸렸다는것을 깨닳은 모양이다. 후후후, 그래도 늦었다구. 귀염둥이.

"흠, 그래? 오빠라고 불러 그럼. 저기말이야, 우리 뭐 좀 먹으면서 예기나 할까?"

이 오빠가 맛나는거 사줄테니까. 오빠랑 놀자!!!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들고있던 비닐봉지를 자신의 얼굴까지 들어올리는게, 나에게 보라는듯 싶었고, 비닐봉지속으로 튀김가루와 고기같은게 언듯 보인다. 흐음, 오늘점심에는 저걸 먹으려는 건가. 엇, 그럼 지금 심부름하다가 와서 오락하고 가는거야? 제길. 그럼 거부하는거아냐.

"하아, 심부름 나왔다가 오락실에 들린거구나? 그 심부름 급한거니?"

꾸벅,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한 거부의사다. 하아, 정녕 내가 싫은거구나. 미안해. 시간낭비하게 해서.

"흐음, 그래. 급하다면 할 수 없지 뭐... 다음에 또 놀러와. 여기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거든."

...내가 여기서 아르바이트 한나는걸 왜 알려줬을까? 나 바보인가? 알려줄 필요는 없었는데...

"...네에...."
"잘가."

나를 떠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기나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어떤놈인진 몰라도 저런 귀여운 로리를 얻는놈은 참 복터진 놈이다.
남이 얻을꺼나 생각하다니, 나도 참 웃긴놈이군.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가며 피식 웃어버린 나였다.



***

season 1 - 4 # 희소식?  악소식?!

- 쏴아아아아

주룩주룩주룩. 음침한건 뒤로 재쳐두고 이사온지 얼마나 됬다고 이런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냐. 얼마전에는 찌뿌둥~ 하다가, 또 얼마전에는 화창하다가...이제는 비냐.
나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곳으로 이사온뒤, 엄마에게 부탁해서 내가 가장 먼저 한것은 바로 인터넷 연결이었다. 학교문제는 내가 새로운 주민등록번호와 개명을 통한 문제로 인해 방학내로 입학하는건 힘들듯 하다는 연락이 와 인터넷을 먼저 연결한것이다. 다행인것은, 내가 기말고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왔기에 3학년을 다시한번 다니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손가락은 게임을 로그인 화면에서 돌이되듯 경직하고 말았다.
나는 지금 '여자'다. 근데 현이가 내가 사는곳을 알고싶어하면? 그렇게 되면? 어쩌지? 나 또 이사가야되?
안돼안돼!!
...하지만 보고 싶은데.
크으윽!!! 내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


[로제 님 -  접속하셨습니다. 즐거운 오후(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바타 - 로제 / Acolyte( Ll 58 / Jl 37)]
[현제 금전 상황 156Gold ]
[생력 : 양호 / 체력 : 양호 / 마력 : 양호]
[현제 인밴토리 상황 : 깨끗함]
[현제 가방의 중량 상황 : 가벼움 ]
[TIP : 어콜라이트는 회복계 기술외 홀리계의 포션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회복량은 경미하지만, 몬스터에게 효과적이니 활용하세요. 단, 상점에 판매시 가격은 1Gold니 주의 하세요.]

기어코 로그인을 시켜버리는 내 웬수같은 손. 이놈의 버릇이 3년이나 됬으니 그런건가. 로딩화면을 볼때부터 쭈욱 어벙하게 앉아버린 나는 모든걸 다 해탈한 듯한 얼굴로 화면을 봐야했다.

캐릭터가 접속하자마자 나를 반기는것은 재현이의 메세지였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이사 잘갔어?]

으윽!! 만나자마자 하는말이 그거?! 왜 하필 그거야?!
나는 안돌아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에게 어거지로 대답했다.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물론, 괜찮은곳이야.]

...고심끝에 고른 대답이 이거라니.
나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이곳은 괜찮은곳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은곳이었다. 왜냐하면 전에 있던 아파트와는 달리 내가 살고있는 이곳은 주택이며, 옆에는 공원을 끼고 있었기에 공기가 전에 살던곳과는 비교가 안됬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학교는?]

그의 말에 나는 잠시간 고민을 해야했다. 알려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직 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학교를 알려주면 내가 있는곳 이 발각되는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나는 내가 여자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게 된다는 것을 쪽팔리는 짓은 절대 안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말하면 그는 박장대소하며 이렇게 말할테니까.

(푸하하하!! 여장남자야? 대단한데?! 크하하하하하)

온몸에서 돋는 소름과 오한에 난 이빨을 꽉 깨물며 손을 움직였다.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비밀이야.]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왜?]

으으...비밀이라면 비밀이지 왜 알려고 하는거야.
난 울상이 되어버렸다. 어떻하지? 뭐라고 둘러대지? 어떻하지...?!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너무 후진곳이라 말하기 싫어]

통해라...제발 통해라!!!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흐응....그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어디 시골같은데로 이사갔나보지?]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시끄럿]

...가만, 여기서 왜 내가 화를 내야하는거지? 오히려 내가 시골로 가면 유리한거아냐?
에이씨 몰라!! 제발 부탁이니까 알려고 하지 말아줘!!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어쨌든 비밀이야!! 알려고 하지 말아줘!! 제발!!]

제발 부탁이다. 알려고 하지 말아줘!! 나 이렇게 사는거 들키고 싶지 않아!!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도대체 왜 그러는데? 뭐 훔치다가 걸려서 도망간거야?]
[메세지 보내기 (To 타로간) : 그런게 있으니까!! 제발 알려고 하지 말아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From 타로간) : 그래? 그럼 나 사냥하러 간다.]

그렇게 그는 가버렸다.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던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그냥 컴퓨터를 꺼야했다. 도저히 심란해서 게임을 즐길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미야~ 엄마왔다~?"

때마침 엄마가 우산을 접으며 들어와서는 기쁜건지 슬픈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우산을 집어 넣고는 신발을 툭툭 털어 저만치 집어던(젊었을적 엄마의 성격이 느껴지는것만 같았다)졌고, 그제서야 자기 등뒤에 숨겨놓았던 커다란 종이백을 꺼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옷으로 보이나, 알고보니 역시 옷이었다(...).

"세미야, 엄마가 한가지 좋은소식과 나쁜소식 알려줄까?"
"뭔데?"

좋은소식? 나쁜소식? 대체 뭘까?

"너 학교다니게 됬어. 그게 좋은소식이고, 니가 잘 적응할런지가 걱정겸 나쁜소식이야."

...결과적으로 절대 나쁜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