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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호시(好時) -사랑의 때-

2005.08.22 07:24

단다니 조회 수:2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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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빛을 발하며 하늘에 머물던 햇님은 어느덧 떠오르는 달님 보이자 수줍게 얼굴 붉히며 산 너머 옆마을로 숨어들어갔다. 하루종일 마을을 뛰놀던 아이들도 자신들을 돌봐주던 햇님이 사라지자 또 다른 보살핌을 찾아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적적해진 길가에 소년 하나가 우두커니 달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달이 좋았다. 달은 태양처럼 배척함이 없기에, 너무도 눈부셔 볼 수 없는 태양과는 달리 약하지만 별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시선을 받아주는 은은한 청월에게 감사했다. 달은 별들과 함께 낮은 밤 외로움에 시달리던  소년에게 동무가 되어졌다.

달과 별과 어울려 시간을 공유하던 중, 소년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뒤를 바라봤다.
" 아버지? "
하지만 어둠에 가리어 모습을 드러낸 이는 자신보다 조금은 성숙해보이는 한 소녀였다.
" 이곳에서 뭐하고 계세요? "
소년을 자신에게 말을 건낸 소녀를 바라보았다. 확신은 못했지만 그녀는 마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부끄러워요…. "

소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달빛에 희미하게 비친 그녀의 얼굴은 석류알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 에… 죄송해요. "
소년은 멋쩍게 웃어보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 도회지에서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어요."
" 혼자서요? "
" 네 이런 늦은 시간까지 같이 기다려줄만한 사람은  없거든요. "
" 어머니는요? "
" 어머니는… 안계세요. 제가 무척이나 어릴 떄 돌아가셨데요. "
소년은 말꼬리를 흐렸었지만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을 하였다.
담담한 소년과는 달리 소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매우 당황했다.
" 죄…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 아니에요. 그렇게 신경쓰실 일은 아니랍니다. "
웃으며 말을 하는 소년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묻어나 있었다.

소년을 바라보던 소녀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 제가 같이 기다려드릴까요? "
" 네? "
반문하는 소년에게 소녀는 웃어보였다.
" 혼자서 기다리시기엔 쓸쓸하기도 하고 지루하실테니 제가 같이 기다려드릴게요. "
그 말을 들은 소년의 얼굴은 기쁜듯했으나 이내 표정을 다잡았다.
" 아니에요.  그런 폐를 끼칠수야없죠. "
소년은 예의를 알았기에 자신과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이 얼마나 민폐인지 알고 있었다.

같이 기다린다. 폐가 되니 안된다라고 몇번의 대화가 흐른 후 소년이 다시 한번 거절했을 때였다. 소녀가 소년의 손을 잡으며 아까보다 약간 더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 같이 있게 해주세요, 저도… 저도 쓸쓸하답니다. "
말을 마친 소녀는 다시금 얼굴에 석류알을 알알이 맺으며 황급히 손을 떼고 뒤로 돌았다. 돌발적이었던 자신의 행동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런 소녀를 보며 소년의 얼굴도 붉어졌다.

소년은 소녀를 향해 미소지며 대답했다.
" 예. 같이 기다려요. 저와 함께 있어주신다니 감사해요. "
그 소리를 들은 소녀는 다시 뒤돌아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소개숙인 모습으로 붉게 뺨을 물들인 체였다. 소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소년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소녀를 향했다. 부끄러워 하는 소녀의 머리를 왠지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소년의 손이 소녀의 머리에 도달했을 쯤, 소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오늘 재미있었어요. 내일 뵈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한 그녀는 정말 눈 깜짝할 세에 사라졌다. 허둥지둥 말하고 허둥지둥하며 사라졌다. ' 자신의 손이 머리를 향하였기에 그렇게 당황해하며 사라졌을까? ' 라 생각하며 소년은 자신의 이성과는 다르게 소녀의 머리를 향해갔던 오른손을 원망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아버지가 도착했고 소년은 아버지와 함꼐 집을 향하였다.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며 걸음을 걷는 소년의 머리속은 소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열매라는 혹을 달아 가녀리게 기울어진 나뭇가지와 끝없이 높아 보이는 쪽빛 하늘은 이미 가을이 와숙해졌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도시에도 몇 없다는 TV가 시골마을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꽤나 깊은 산골로 통하는 맥골 마을의 아이들의 놀이 수단은 그저 뛰노는 것밖에 없었다. 가을의 시원한 바람은 그런 아이들의 놀이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놀이를 도와주던 시원한 바람도 저녁이 됨에 따라 시린 바람으로 변하였고 어두운 밤과 함꼐 아이들을 집으로 쫓아냈다. 그렇지만 소년은 변함없이 길가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를 기다리는지 소녀를 기다리는 지 모르는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소녀가 오지않음에 소년은 괜스레 자신의 오른손이 더 미워보였다.
" 거짓말쟁이 "
소년 자신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나온 한마디였아. 소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년의 뒤에서 소리가 났다.
" 네? 뭐라구요? "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란 소년은 뒤볼아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소리의 주인을 전날 만난 소녀였다.너무도 갑작스런 등장에 소년은 당황해하며 인사를 건냈다.
" 아 안녕… 하세요? "
소년의 당황해하는 모습에 소녀는 웃으며 답하였다.
" 네. 안녕하세요. 근데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
" 아니에요. 당황은 무슨… 제가 한소리 못들으셨죠? "
"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지요. "
웃으면서 말하는 소녀였으나 소년은 그 미소에 가슴이 켕겼다. 그래서 그는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 그나저나 발걸음이 무척 가벼우신 가봐요. 이렇게 가까이 오실때까지 눈치도 못채고… "
"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
소녀는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후훗"하고 웃음지었다.

그녀의 웃음은 소년의 마음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그 웃음에 가슴이 너무나도 쿵쾅거렸다. 놀람이나 긴장이 그것이 아니었다. 요동치는 가슴의 율동은 소년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면서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 어머나 얼굴이 빨개지셨어요. "
소녀가 소년의 머리에 손을 대며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어제완 너무도 다른 소녀의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이 소년에게 미친 영향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그렇게 소년의 마음은 처음 겪어보는 행복감으로 채워져갔다. 그 행복감이 가슴뛰게하여 소년을 곤란스럽게 만들었지만 상관없었다. 귀뚜라미의 노랫소리가 소년의 두근거림과 율을 같이 해줘 소녀에게 들지지 않았을 것이기 떄문에.

아마도 소년은 마음은 매일 밤 소녀와의 만남에 점점 홍시처럼 묽게 그리고 붉게 익어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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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참가로 단편을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