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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가까운치킨

2005.11.15 09:05

비밀소년 조회 수: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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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잉-
세찬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땀흘려 일한 농부들에게는 고마운 바람이겠지만,
티셔츠만 달랑 한장 걸쳐입은 나에게는 상당히 못된 바람이었다.

아래를 쳐다보았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것은 기분탓이다.
지금 나에게는 뭐든지 다 짜증나고 기분나쁘게 보일 뿐이니까.

"으아아아~ 정말 살기 싫다!!"

진심이 담겨 울려퍼지는 나의 목소리는 건물을 한바퀴 돌아오며 메아리쳤다.
정말로 이 세상에서 살기 싫었다.
나는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못한다.
그렇다고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교성이 있는것도 아니고 꿈이 있는것도 아니며 꿈이 있어도 실현시킬 능력은 없다.
열정도 없고 희망도 없고 매일매일 고독하게 살아가는 나날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학교에서도 맨날 왕따만 당해왔다.
아무것도 안하고 매일 책상에 업드려있어서 그런지 친구는 커녕 괴롭히는 녀석도 안꼬였다.
그저 길가의 돌맹이처럼 하찮게 여겨졌고 있으나 없으나 한 존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집에서도 날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었다.
매일매일 책상에 앉혀놓고 공부를 하게 했다.
우리집은 가난했기에 과외는 커녕 학원에도 보내주지 않았지만,
엄격한 감시하에 책상에 앉혀놓고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나태해지거나 하면 들어와서 마구 때렸고,
반항하면 나쁜 성적을 보여주며 더더욱 열심히 때렸다.
그 이유는 내가 IQ테스트에서 180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IQ가 나온건지 모르겠지만 어째튼 난 천재로 찍혔고,
공부를 안하고 놀아서 성적이 안나오는 것처럼 여겨졌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놀거나 딴청팔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짜로 공부를 안 해서 못한 게 아니다.
열심히 해도 못하는 것이다.
왜 그 사실을 안 믿어주는 거냐구!!

"으아아!! 죽어버릴꺼야!!"

이제 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끝마치고 뛰어내리려고 했다.
이때 새찬 바람이 한번 더 불어왔으나 무시했다.
그런데 바람을 타고 날아왔는지 어디서 이상한 종이가 내 얼굴에 처박히는 것이 아닌가?

-철퍼덕!

"허엇. 참. 어째서 이런때 내 얼굴에 이런게 달라붙는거지? 으음.. 뭐?
판타지 월드에서 베타테스터를 뽑습니다. 이 쪽지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
선착순으로 1000명에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드림이터2050을
선물로 증정합니다? 이, 이거 설마!!"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드림이터는 가상현실 속으로 접속해서 게임을 하게 해주는 게임기다.
가상현실이나 게임기 같은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다.
그것들이 있어봤자 내 인생은 달라질게 없겠지.
중요한 것은 이 게임기의 가격은 거의 웬만한 집 한 채 값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드림이터2050이라면 드림이터의 최신형이다.
드림이터가 준가상현실용 게임이기라면 드림이터2050은 진가상현실용 게임기인 것이다.
즉, 드림이터보다 드림이터2050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이걸 팔면 아주 커다란 집 한채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가족들도 인생 펴는 거다.
그리고 나도 괴롭힘 안당하고 이쁨 받으며 편하게 살게 되겠지?
하하하~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아참 선착순 1000명이랬지? 빨리 달려가야겠다!!"

나는 부리나케 집에 들러서 돼지저금통을 들고 달려 나갔다.
지금 내가 가는 곳은 꽤나 먼 곳이었기 때문에 교통비가 필요했다.
나는 저금통을 찢을 시간도 아까웠다.
아니 생각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식칼이 들려 있었으니까.

"하하하하하하...... 나 미쳤나봐!!"

아마도 돼지저금통을 찢기 위해 챙긴 게 이 식칼이었나 보다.
나는 식칼로 저금통을 찢은 후 즉시 아무데나 버려버렸다.
보통 때라면 아까워서 못할 짓이지만 아직도 난 재정신이 아닌가보다.
나는 그렇게 서둘러서 겨우 게임회사 지그렉슨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벌써 엄청나게 줄을 서버렸잖아!!!"

이곳은 온라인 가상현실을 다루는 게임회사 지그렉슨 건물 앞.
이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가득 차서 북적거렸다.
모두들 베타테스터가 되기 위해 나타난 거겠지?
나도 서둘러서 줄을 섰다.

"후.. 이제야 한숨 좀 돌리겠네."

한 가지 걱정 되는 것은 이정도의 인파면 이미 선착순 1000명이 채워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체워졌을것이 확실할 것이다.
벌써 딱 봐도 만명은 되보이는데.

"아으, 그럼 어쩌지? 아까 식칼도 버렸는데 엄마한테 또 무지 맞겠네. 흑흑.."

내가 울상을 지으며 울고 있을 즈음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유행하는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날라리와, 한 뚱보의 얘기였는데,
내가 아주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얘기였다.

"너 왜 또 그따위 소설을 쓰고 지란이야~"

"내 소설이 뭐 어때서 그래?"

"야이 븅산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먼치킨이란 말야! 니 주인공 말인데 잘 나가다가 갑자기 검기 한방으로 산을 가르고 바다를 가르냔 말야!!"

"얌마,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깨달음을 얻었으면 그 정도는 기본이란 말야."

"말을 되는 소리를 해라 임마."

"우와, 검기 한방으로 산을 자르고 바다를 갈라요? 대단하다!!"

나는 갑자기 너무 멋있는 말을 들어서인지 멋데로 반응을 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그것은 일종의 옛 향수를 가져와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타지 소설의 먼치킨 주인공, 그것은 내가 옛날부터 동경해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인생에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될 개기가 된 것이다.

"하하하, 그렇지? 넌 판타지 소설의 묘미를 좀 아는 애구나~"

"알긴 소뿔이~! 얌마, 니도 먼치킨 추종자냐? 너 같은 새꾸들 때문에 요즘 소설이 썩고 있는 거야, 알아?"

"무슨소리세요!! 강해지는 게 얼마나 대단한건데 왜 그걸 욕하고 그래요!!"

"문학적인 가치를 니들이 다 떨어뜨리는 거라구!!"

"난 솔직히 먼치킨 욕하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돼요. 멋지게 꿈같이 살고 싶으니까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게 아닌가요?"

"신선하고 새로운 세계를 맛보고 싶기 때문에 읽는 거다 이 꼬맹아."

"바보 같은 소리 작작해요, 날라리 형아."

"이 투드 같은 거나 쓸 쉐끼가!!"

"어, 어이 그만둬~"

"형 같은 리플러 때문에 네티즌 세상이 살벌해져가고 있는 거라구요!!"

"너 같은 초딩 꼬맹이 때문에 네티즌 세상은 썩어가고 있다!!"

"어이, 그만두라니까!!"

뚱보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크게 번져버렸다.
나는 날라리형의 기분에 불을 지르고 휘발유를 끼얹힌 샘이었고,
그 형은 품속에서 칼을 꺼내들고 날 쫓아왔다.

"으악!! 사람 살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칼은 그저 장난감 칼에 불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칼을 꺼내들까?
하지만 나는 그때 그 정도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갔을 뿐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힘은 정말이지 굉장하다.
몇 개의 문을 빠른속도로 지나갔고 나를 막으려고 하는 경비아저씨들도 뿌리쳤으니까.
그리고 결국에 도착한 곳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이 마지막 1000번째 베타테스터로 뽑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