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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The Flower

2006.05.10 11:06

Weeds 조회 수:43

extra_vars1 ~마지막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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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입니다.
역시나 스크롤 주의보 발령이오니 실수로 오신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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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침햇살이 굉장히 눈부시게 내리쬐었다.
눈이 부신다기보다는, 눈을 찌르는듯한 강한 빛이었다.
지금은 한 7시정도는 된 것 같았다.
나는 은행에서 돈을 약간 찾아서, 글리니스 아주머니에게 갔다.
그리고 커다란 고깃덩어리 2개와 고기조각 10개를 샀다.

"이런, 요즘 너무 많이먹지않어?
그러다가 좋은 스타일 다 망쳐요."

"하하, 괜찮아요. 제가 먹을게 아니니까."

"애완동물에게 주려고? 착하기도 하지.
요즘 사람들은 돈들어간다고 계속 굶기던데 말이야.
다음에 또 와요!"

나는 허리숙여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 성당으로 갔다.
그 때, 나는 아주머니의 이 말을 듣지 못했다.

"에휴... 그래도 기운을 차린 모양이네.
플로렌스 일 때문에 얼마나 슬퍼했을까......

...플로라와 친자매처럼 지내던 아이였는데."


크리스텔 사제는 교회의 작은 계단에 앉아, 마당에 모여있는 새들에게
모이를 뿌려주고 있었다.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과거에 서큐버스였던 그녀. 새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있는 모습은
어두웠던 과거를 모두 떨쳐버린 모습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새들이 놀랐는지 전부 달아나버렸다.
그제서야 사제는 나를 알아챘는지 살며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사제님."

"오랜만이에요, 클라드 씨. 라이미라크 신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크리스텔 사제가 싱긋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어제 만났던 그녀도 이처럼 웃었던것 같다.
서큐버스들은 모두 이런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걸까.

"좀처럼 보이지 않으시더니, 무슨일로 오신건가요?"

"아아.. 화분을 사고싶어서요. 예쁜 색깔 없나요?"

"예쁜 색이라- 지금은 붉은색과 주황색꽃 밖에 없는데, 어떤가요?"

"와아, 정말인가요? 꼭 사고싶은 색이네요. 얼마죠?"

"200골드 입니다."

나는 바로 1천골드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냈다.
그녀는 잠시 그 돈을 멀뚱멀뚱 바라보더니, 알았다는듯이 말했다.

"아하, 5개나 사시려구요?"

"아뇨... 200골드에 사기는 아까워서 말이에요.
기부금으로 받아주세요!"

"네, 고맙게 받겠습니다~"

크리스텔 사제는 조심스럽게 돈을 받고는 즐거운듯이 돈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내게 작은 화분을 건내고, 내 시선을 조금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아보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굉장히 슬퍼하시고 계실줄 알았는데."

"네?"

"플로렌스 씨 말이에요......"

..나는 여기서 왜 그녀얘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의 실연을 말하는 걸까. 그런데, 크리스텔 사제가 그걸 알고있다니.
그녀가 상담이라도 했었던 모양이다.
사제는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밝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 이런 얘기는 그만두고! 아침부터 어딜 가시려나봐요?"

"...? 네, 라비던전으로 가려구요."

"거긴 무엇하러... 아, 혹시 서큐버스를 만나러 가는 건가요...."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내게 말했다.

"비슷하긴 한데, 그건 어떻게 아셨나요?"

"...역시. 클라드 씨의 심정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플로렌스 씨가 아니에요. 그저 서큐버스일 뿐이죠...."

나는, 아직까지 크리스텔 사제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저어.. 그걸 어떻게 알고계시는 거죠?"





"..서큐버스들은, 이미 죽어버린 연인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잖아요.
아아, 모르고 계셨던가요?"


...이 사람이, 대체 무슨소리를 하고있는 거야......
그녀가..., 죽었다는 소리인가?


"휴우, 불쌍한 플로렌스 씨......
왜 한창 곰들이 사나운 때에 센마이에 가셨었는지..."



10.


저 멀리,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에서, 그가 울고있었다.
벌써 몇번째일까. 그는 앞으로도 이곳에 오게될까.
분명히 아무도 없다는걸 알면서도, 전혀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그저... 내가 떨어졌었던 그곳을 보며, 눈물만 흘렸다.

나는 나의 이기심 때문에,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곳 에린의 주민.
그는, 어느 머나먼 곳에서 온 밀레시안.

나와 그가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멋진 동생을 얻은 기분이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검은 트루디 로브에 붉은 띠.
그리고 온화해 보이는듯한 갈색 눈동자.
사람들의 말로는, 사라진 세전사중 한 명인 루에리라는 사람과
굉장히 비슷한 외모라고 한다.
그래도, 그 루에리라는 사람이 어떨지는 몰라도,
내겐 이사람이 훨씬 멋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류트 연주를 절망적으로 못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는 그때까지 남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왜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뭐랄까......
시끄럽다고 해야할까, 그들은 너무 가벼워보였다.
하지만 클라드는 나보다 연하라는 사실때문에 그랬을지는 모르지만,
차분하고, 솔직하고... 왠지 귀여웠다고 해야할까.
그와 있으면 어색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마치 친남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분명 처음 만났을때엔 말이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는 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하긴 남자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그건 단순한 성장이 아니었다.
그는... 내게는 단 며칠 사이에, 벌써 나이를 먹고있었던 것이었다.
단순히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니라, 정말 뭐랄까......
이곳 에린의 주민이 나이를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빠르게 성장해갔다.
나는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그를 보며, 문득...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와 나는, 같은 시간속에 살고있지 않았다는걸.

내가 던바튼에서 있을 때도, 정말로 나는 날마다 흠칫흠칫 놀랐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조그맣던 아이가 소년으로 나타났었고,
나보다 몇살 어려보였던 여자애가 어느새 나의 언니가 되어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이를 먹다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밀레시안들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란 말을 들었는데,
혹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클라드가 계속 성장할수록, 나는 홀로 남겨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나는 멈춰있는것만 같았다.

며칠 전에 그에게서 예쁜 주홍색의 장미가 왔다.
글리니스 아주머니는 어떤 붉은머리를 한 사람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장미 네 송이와 함께, 조그마한 편지가 들어있었다.


"우욱......"

그날을 떠올리자니, 다시 슬픔이 복받쳐왔다.
아직은 소리를 내면 안되었다.
클라드는 아직도 그곳에 서있었다.
조금이라도 들리면 바로 이곳으로 달려올것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었다.
그날... 그가 내게 보냈던 편지.
차분한 글씨로,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 이제야 알았어요.
    사랑합니다.     -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또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려 발버둥쳤다.
아직도 그는 저곳에 서있었다.

이젠 나를 잊어줘요.
그만 잊어주세요.

눈물이 흘렀다.
이상태로 입에서 손을 떼었다간,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저 온힘을 다해 입을 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울었다.



11.


클라드가 이제서야 돌아섰다.
어제와 같은 시각이었다.
도대체 오늘은 몇시간동안 서있었을까.
그는 터벅터벅 걸으며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이웨카가 천천히 뜨고있었다.
나도 이젠 가야할 시간이다.
너무 늦었다간 글리니스 아주머니에게 또 혼날게 뻔했다.
나는 눈물을 치맛자락으로 닦고 일어섰다.


되도록 천천히 걸었다.
그 남자 때문에 이곳에 오는건, 오늘로 끝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될수 있으면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며 걸어갔다.
그를 떠나보낸것에 후회는 없다.
만약 그를 받아들였더라도, 언젠가 그는 어딘가로 떠날지도 모르니까.
그 때 남겨질때의 슬픔은, 지금보다 훨씬 더하리라는 걸 나는 아니까.
나는 좋은 선택을 한 거야......
어...?


-크르르르........

"어, 엇...?"

주위가 약간의 소음에 휩싸였다.
곰들인가? 왜 알아차리지 못했지?
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건가?

몇개의 눈동자들이 이웨카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포위되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이럴수가! 아무도 없나요!! 도와주세요!!"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이런 넓은 센마이 평원에선 평소에도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완벽하게... 이곳에 사람은 나 혼자였다.

"제발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크워엉!

곰 몇마리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파악....

묵직한 것이 나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굉장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고, 간신히 팔을 받치고 주저앉았다.
나는 급격하게 호흡이 곤란해지는걸 느꼈다.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도 나는 소리질렀다.

"제발... 아무도 없나요..!! 제발......"

눈 앞이 가로막혔다.
거대한 곰이 푸르게 빛나는 눈으로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아...
원래대로라면...
그가 이 앞에 서있었을텐데......

"도와줘요......! 클 라......"



12.


심장이 멎는것만 같았다.
이럴수가... 죽어버렸다니......
거짓말이라고 믿어야 했다.
거짓말이어야 했다.

[다행이네요. 이젠 저를 볼때마다 그녀를 떠올리시지 않아도 될거에요.]


서큐버스의 그 말은, 이걸 뜻하는 것이었던가.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진심으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뒤에있던 나무에 기대었다.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크리스텔 사제는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가 이런말을 드려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당신을 거절했다고 해도,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당신을 기다렸는지도 몰라요..."

그랬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어디선가 크리스텔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제님, 일러주신 마족들을 전부 없애고 왔습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방금 그녀에게 달려온 사람에게 말했다.

"...집념이 대단하시군요... 마치 그 때의 타르라크를 보는 것 같아요...
...알려드리지요. 티르 나 노이로 가는 방법을..."

...아아, 그녀가 사람들에게 부탁했던 마족 사냥에 대해 하는말인 모양이다.
검은 다이어울프, 베어울프, 오거전사 였던가.
크리스텔은 잠시동안 저세상으로 가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 두 가지의 물건,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것이 바로 그 곳으로 가는 열쇠니까..."

그녀가 말을 마쳤다. 그 사람은 왔던길로 되돌아가면서,
부엉이로 무언가를 전달받았다. 아마 검은마족 통행증 일것이다.
크리스텔은 할 일을 끝냈다는듯이 얕게 한숨을 쉬고 계단에 앉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젠...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테지."

"...뭐라구요?"

크리스텔은 약간 걱정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녀가 두려워하는것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과거에 서큐버스였던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을.

"으음- 당신께 이런말을 해도 소용없을 테지만...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저를 찾고있는 마족들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지요.
검은 다이어울프와, 베어울프, 그리고 오거전사.

하지만, 그들은 저를 찾으려는 마족들일 뿐이에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따로 있어요."

"네에...? 그렇다면...?"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고, 입을 열었다.


"헬하운드.
일명 지옥의 개.

그들은 인간과 조금이라도 교류를 한 마족들을
포워르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생겨난 놈들이에요.

헬하운드들은 키홀이 만들어낸 마족들중 하나에요.
그의 마법의 기운으로 생산된, 육체가 없는 마족.
그들은 던전 안에서만 자신들의 몸을 보존할수가 있어서, 주로 마스에서 서식하고있죠.

놈들의 몸은, 저희 마족들에게 대단히 위험해요.
그들에게서 퍼져나오는 기운은, 그 자체가 우리들에게 독이며,
물리게 될 경우... 몸이 점점 부식해 버리죠.
그래서 헬하운드들은 그렇게 강한 녀석들은 아니지만, 보스룸에서 있게 된거에요."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아...!
그녀는 이것을 두려워했던 거였구나..!


"..실버스카 소환!!"

하프링거인 내 말이 나타났다.
나는 녀석을 타고 황급히 라비를 향해 달려갔다.
지금이라면 녀석들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파직.


주황색과 빨간색의 꽃이 심어져있던 화분에 금이 갔다.
그것이 말을 타고 가면서 생긴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라비 던전의 문이 보였다.
나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곧장 로비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마지막 남은 주홍색 장미를 던져넣었다.


-풍경이 바뀌고,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젠가 한 번 본적이 있는 헬하운드.
그들이 남기고 간 검은 기운이 아직 이곳에 남아있었다.


"젠장....!"



13.

서큐버스는 보스룸의 정 가운데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보스룸의 양쪽 벽에 뚫려있는 구멍에선, 이젠 더이상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완벽한 어둠.
그녀는 아이스볼트를 시전하여 미약하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파이어볼트가 훨씬 더 밝지만, 그들에겐 전혀 쓸모가 없었기 떄문이다.

그녀는 그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스룸 저편에서의 어두운 기운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입구에 있던 해골늑대가 짖어대기 시작했다.

녀석은 뒤로 살금살금 물러났다가, 어떤 불덩이에 맞고 날아갔다.

"이런, 왔구나!"

서큐버스는 벌떡 일어서서 달려갔다.
하지만, 해골늑대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걸 깨달았다.
방금 헬하운드의 검은 몸체가 눈앞을 스쳤다.
그리고 새끼는 격렬하게 짖어대다가, 이윽고 소리가 그쳤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멈춰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보스룸을 통해서 녀석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서큐버스는 검을 꽈악 움켜쥐었다.
그리고, 헬하운드 세마리가 일제히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먼저 세마리의 입을 향해 아이스볼트를 먹였다.
그리고, 가장 앞에있던 녀석에게 나머지 두 발을 발사하여 넘어뜨렸다.
일어서있던 두 마리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녀석들을 윈드밀로 날려버리고, 아까 넘어졌던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베어내버린 후, 다른 한마리의 공격을 살짝 피하고 검으로 쳐내었다.
그 때, 나머지 한 녀석이 파이어볼트를 시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라이트닝 볼트로 그것을 저지했다.

헬하운드 세 마리는 이 서큐버스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걸 깨닫고,
거리를 두고서 그녀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녀는 이틈에 아이스볼트를 시전하고 있었다.

세마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는듯 하더니,
그녀가 시전을 다 끝냈을 즈음, 세 방향에서 달려들었다.
먼저 바로앞의 녀석에게 한 발을 쏘고, 나머지 두 녀석에게도
한 발씩 쏜 다음, 첫번째와 두번째 녀석에게 다시 한번씩 발사했다.
그리고 윈드밀로 세마리를 쳐내었다.

그녀는 방어 태세를 하고 천천히 물러섰다.
두 마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머지 한 마리가 천천히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서큐버스가 그 녀석의 공격을 막아낸 그 때,
그녀의 뒤에서 커다란 불덩이가 그녀의 등을 강타했다.

"으아아...!!"

피를 약간 토하면서 서큐버스는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입을 치마로 닦고, 주위를 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사방에 깔려있었다.

세 마리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안 돼......"

그녀가 고개를 흔들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에게 한마리 한마리가 다가왔다.

"오지 마!! 오지 마....!!"

공포에 떨며 그녀는 다가오는 녀석들을 롱소드로 베어내었다.
헬하운드들은 일부러 한마리씩 접근했다.
그들이 다가올때마다 그녀는 다급히 베고, 또 베었다.


"윽... 제발......"

더이상 녀석들이 다가오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헬하운드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콰지직-

먼저 팔이 물렸다. 그 다음 다리, 옆구리, 차례차례.
그것들이 물을 때마다, 서큐버스는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그 때, 보스룸 입구쪽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챙그랑.


그가 들고있던 화분이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한줄기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악-!!!"




14.


"안돼, 안 돼!!"

서큐버스는 헬하운드들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그녀의 비명소리만이 뚜렷하게 울려퍼졌다.

클라드는 말에서 내려 그들을 닥치는대로 베었다.
그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닿는것은 무조건 글라디우스로 내리쳤다.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안 돼!!"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클라드는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칼을 휘둘렀다.
헬하운드들은 동료들이 계속해서 쓰러져나가자,
그녀를 물어뜯다말고 그에게 덤벼들었다.

세 마리의 이빨이 그의 팔과, 배를 물어뜯었다.
그가 피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클라드를 저지할수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녀석들을 전부 베어버리고,
서큐버스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그리고, 헬하운드들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



"이번에야말로,

지켜내겠어!!

너희들 따위에겐 절대로 빼앗기지 않을거야!!







-절대로!!!"









15.





서큐버스는 가늘게 눈을 떴다.
너무 어두워서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를 심하게 흔들어댔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주변을 보았다.
무언가 검은 안개같은 것들이 주위를 아른거렸다.
그녀는 잠시 후, 그것들이 자신을 노리고 온 마족이었다는것을 생각해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보스룸의 양쪽 벽에선 다시 환한 빛이 세어들어왔다.
이윽고 보스룸 전체가 밝아졌다.
방금 전까지 주위에 널려있던 검은 안개는 일제히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제서야 볼 수 있었다.

갈색 눈동자에, 붉은 머리를 하고...
피투성이인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흔들고 있는 남자를.


16.

"이럴수가, 정신이 들어?"

드디어 그녀가 깨어났다.
내 심장이 간신히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나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큐버스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아아... 언제 오셨어요..? 인사도, 못드렸는......"

"그만! 그만... 더이상 애써 말하지마. 상처가 너무 많아.
치료해 줄테니, 잠깐만 기다려."

나는 다급히 붕대와 포션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녀를 다급히 치료했다.

하지만, 아무리 포션을 붓고, 붕대를 감아도,
그녀의 상처는 아주 조금도 아물지 않았다.

제기랄, 제기랄...!
제발, 무슨 신이라도 좋으니,
이 여자를 살려주세요..!


상처는 전혀 낫지 않았다.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도 그걸 알고있는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클라드 씨."

"응..?"

"...저기, 혹시 그 류트... 가지고 오셨나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더이상, 방법이 없는걸까?
나는 이번에도...

"저번에 클라드 씨가 들려드렸던 곡... 굉장히 좋던데..,
지금 한번 더 들려주세요..."

"뭐...? 왜 하필이면 이런 때..!!"

"부탁이에요. 꼭 지금 들어보고 싶어요."

그녀의 간곡한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류트를 손에 들고 일어나...
그녀가 시끄럽지 않게, 뒤돌아서 류트를 연주했다.

손가락 끝이 떨려왔다.
이대로, 나는 한 번 더 잃어버리는 걸까?
나의 소중한 사람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서큐버스가 그녀의 얼굴을 한 것은,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조금 비슷한 얼굴일 뿐.
나는 그녀를 닮은 마족을 사랑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외로운 한 명의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제발........



17.


나는 그의 뒤에 기대어 앉았다.
정말로 아름답고, 따스한 음색이 내 주위를 멤돌았다.
더 할수없이 평온한 기분이 나를 감싸았다.
아아, 이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행복일까.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이 따뜻한 사람을 사랑했고,
아마도 그도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이것은, 내겐 이 이상 없는 마지막 축복일 것이다.

나의 오른쪽 발끝에서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아니, 무언가가 아니라, 나의 발끝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의 양 팔과 다리가 검은 안개로 사라지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후회는 없어.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원했던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
아마도, 나는... 이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한 서큐버스 일거야.


잠시 후, 나의 몸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이제 배에서부터, 가슴까지 전부 증발해버렸다.
나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안녕히계세요.

클라드 씨.


당신을 만난건...

내 삶의 존재 이유였던 거에요.


사랑했습니다.

정말, 가장 멋진 사랑을 했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다시, 안녕히계세요.



-툭.

주홍색 장미 한송이가 떨어졌다.


그 소리에, 클라드는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눈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럴수가......








이번에는, 사랑하고 있었을텐데......"


그는 빛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곳으로, 검은 안개가 흘러나가고 있었다.




Epilogue.



나는 클라드.
한 사람의 여자와, 한 명의 서큐버스를 사랑했던 사람.
그러나... 그들은, 더이상 이곳 에린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더이상, 그런 과거를 되새겨보며 슬퍼하지는 않으리라.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도, 훨씬 긴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기에.
뒤만 돌아보면서 걸어가다간, 언젠가 아무것도 없는 미래가 나를 찾아오기에.

내게는... 나의 행복만을 빌어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항상, 이런 나를 꾸짖었으며, 아파하는 나를 보며 슬퍼했다.
나는, 더이상 그들에게... 그런 추했던 나의 모습을 더이상 보여줄수는 없다.
그런다면, 그들은 다시한번 내게 실망하고, 슬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곳을 살아가야 한다.
조금 더... 의미있게 살아가야 한다.

나의 인생은,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런 나를 보면서, 분명히...

언젠가...

누군가가, 웃어줄지도 모른다.


Epilogue 2.


클라드는 던바튼 북쪽의 평원에 서있었다.
그가 서있던 곳은, 저 멀리 라비던전이 잘 보이는 초원이었다.

그는, 그곳을 한참을 응시하다가,
그가 손에 들고있는 주홍색 장미를 바라보았다.

클라드는 그 장미를, 가까이에 있는 나무 밑에 조심스럽게 심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한번 라비 던전을 뒤돌아보고,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 밑에 심어졌던 장미는, 그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갔다.

어느 언덕위로 날아가는 주홍색 장미를, 누군가가 살짝 손으로 잡았다.

그 사람은, 갈색의 긴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뒤엔, 흰 머리를 양갈레로 묶고, 지팡이를 든 여자가 서있었다.

갈색머리의 여자는, 그 장미를 두 손으로 들고, 가슴에 살며시 얹었다.
그리고... 저 멀리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남자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클라드.


영원히, 행복하기를."


그녀는 눈을 잠시 감고,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 들고있던 주홍색 장미를 다시 바람에 날려보내었다.
흰 머리의 여자가 말했다.

"자아, 이제 만족하셨나요, 플로렌스 씨."

"네에.... 정말 고맙습니다, 나오 양.

이제, 가요...."


갈색 머리의 여자 플로렌스는, 나오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한 번 뒤를 돌아보고는...

찬란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The Last Epilogue.





당신은... 앞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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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2월 말에 이거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던지 --;
졸작이지만 참... 이것저것 떠올리느라 시간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봐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1편에서도 말했지만, 이 글로 마비노기 소설게시판 오픈이벤트에서 최우수를 차지했는데요,
모두 창조도시에서의 연습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다시한번,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