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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머스트 사가

2006.04.25 04:17

나가레료마 조회 수: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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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난 감탄하여 소리를 질렀고 메이지넷의 능력과 성의에 고마움을 느꼈다.
현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의 신선한 공기에 난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향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과거의 건물과 지형을 그대로 재현시켜 상품으로 팔면 떼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얼른 허무맹랑한 생각을 접고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시계탑에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 된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 내는 꽤 많은 사람들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난 문득 내 모습이 게임 속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나 궁금하여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앙상하게 뼈로 만들어진 완드가 내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고 낡은 로브가 입혀져 있었다.
하지만 난 이건 뭔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이드북에 나온 대로 스킬 창을 확인하였다.
내가 ‘스킬 창’을 외치자 반투명한 창이 생겨났다. 이것은 다른 유저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스킬 트리를 제외하곤 처음부터 내가 습득한 스킬은 없었다.
안 그래도 허약한 직업을 무일푼으로 시작하라니...
“이건 정말 너무했다.”
직업을 정할 때부터 네크로맨서란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했었다.
처음부터 까다로운 직업을 선택한 내가 오점을 남긴 것 이었다.
난 도시 주변을 적당히 둘러보고 여관으로 보이는 것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에 마련된 술집에는 어느새 게임에 익숙해져버린 유저들이,
술잔을 들이키며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시끄러운 것, 특히 사람 소리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인상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곧 다른 사람들이 NPC에게 주문하는 것을 학습하고는 곧 배운 대로 따라하였다.
“후움...”
난 빈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이 무슨 애기를 하고 있나 엿듣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 취미였다.
그 중에서도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도적(Thief)으로 보이는 자와 성직자였다.
복장이나 무기로 보아하니 틀림없는 도적과 성직자 그룹 이였다.
“주문하신 맥주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드 복장의 친절한 여 NPC가 내 쪽으로와 맥주를 건네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는 계속 그 파티의 오고가는 말에 집중하였다.
“크크크. 얼마나 탐스러운 엉덩이였는데.”
“웃기지마!”
내가 듣기에도 차마 민망한 내용의 말이 그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
아직 게임이 오픈 된지 2일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정보를 바란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들이 하는 애기는 정보가 아닌 소위 말하는 ‘노가리’에 불과했다.
여관 안은 꽤나 소란스러웠지만 나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설마 네크로맨서를 직업으로 하는 놈이 있을까?”
노란색 머리의 양아치같이 생긴 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등신이 그런 직업을 한단 말이야.”
“하긴, 내가 쭉 둘러보았는데 네크로맨서로 보이는 자식은 없더라고.”
그들은 언뜻 보기에도 직업이 기사(Knight)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기사는 마법사나 네크로맨서에 비해 키우기 수월한 직업이었다.
따로 스킬이 없더라도 일단은 몸이 받쳐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여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머스트 사가에서도 기사란 직업은 유저 사이에서 매우 대중화된 것 이였다.
난 꿀꿀한 마음에 계산도 안하고 멋대로 여관을 그냥 나와 버렸다.
맥주는 생각 한 만큼 현실에서의 맛을 충실하지 못하였다.
“좋아.”
난 그 노란 머리 녀석에게 뜬금없이 복수를 다짐하며 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최강의 네크로맨서가 되어 저 놈을 꼭 내 손으로 밟아주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여관에서 길을 틀어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자 입구가 보였다.
그곳은 역시 NPC로 보이는 경비병이 마네킹처럼 서서 무덤덤하게 경비를 보고 있었다.
아직 까진 NPC의 인공지능까지는 덜 진행 된 것 같았다.
사실 이 정도까지 구현한 것만 해도 대단한 것 이였다.
거의 완벽할 정도로 현실에서의 느낌 그대로 게임에 재현 시켰고,
그만큼 메이지넷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치밀하게 게임을 준비해왔었다.
입구 밖으로는 넓은 초원과 듬성듬성 언덕이 보였고 멀리선 산맥이 보였다.
그리고 간간히 RPG게임의 영원한 조연인 오크(Orc)도 보였다.
꼭 몬스터 사냥이 아니더라도 한번 쯤은 자연 그대로를 여행해보고 싶은 나였다.
난 허리춤에서 비장하게 완드를 꺼내들고는 무작정 입구 밖으로 뛰어나갔다.
‘기다려라!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사나이, 하이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