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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The Flower

2006.04.25 04:10

Weeds 조회 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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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달 전.



내 이름은 클라드. 검사이자, 초보 음유시인이다. 글쎄, 초보라...
초보랄것도 없이, 류트라는걸 어제 처음 만져본 사람이다.
여태까지 음악이란걸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어, 악기라는건 그저 '특이한 소리를 내는 기구'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엊그제 촌장집 앞에서, 사람들의 류트합주 소리를 난생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는, 그렇게 잘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틀리기도 해서 구경꾼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고,
연주라기엔 단순한 음이 계속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때 깨달았다.
특별히 연주를 잘하지 않더라도 음악으로서 전해오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그 곁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듯한 음색.
이것이 음유시인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여태까지 검사였던 내가 거의 변덕을 부린것과 다름없이 시작한 음악은
거의 소음에 가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시작한 내게 기본을 가르쳐 주었지만, 그래도
민폐는 민폐였다. 하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디있겠냐마는, 나는 좀 더 심한듯 했다.

덕분에, 나는 이곳 센 마이에서 홀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 넓은 곳에선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도 들을 사람이 없을테니, 최적의 장소임에 분명했다.

"크워어어엉-!!"

물론, 이 덩치 큰 곰들만 없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갈색 그리즐리베어 하나가 저만치서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나는 검날로 앞발을 막아내고, 그대로 곰의 배를 찌른 후 발로 걷어찼다.
녀석은 크으으응- 하고 날아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아 방금 쓰러진 녀석 외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천천히 류트를 켰다.

연주자의 귀조차 괴롭히는 음색이 울려퍼졌다.
정말 음악계 쪽으로의 재능은 전무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솔직히 말해 독학만으로는 무리였다.
누군가 지도를 해주었으면 했지만, 18살의 초짜 연주자를 처음부터 가르쳐줄만큼
강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던 터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연주곡은 점점 굉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도 슬슬 귀가 아파오는 까닭에 이번 곡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는 괜한 화풀이로, 류트의 현을 아무렇게나 긁어댔다.

"푸풉......!"

"어...?"

나는 즉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나무 말고는 텅 빈 초원이었다.
잘못 들은건가.. 하고 다시 연주를 할까 했지만, 아무래도 신경쓰여 그만뒀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제자리에 털썩 앉아 가방을 뒤적였다.
이런, 아까전에 먹었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대충 허기나 면하고 마을로 가기로 결심하고, 가까이에 있는 나무로 갔다.
아직 내구도 충분하고, 스트레스 풀기에 적당한 타격감이 잏ㅆ는 류트로 나무를 두들겼다.
에린의 나무는 뿌리가 상당히 약한지, 그리 세게 치지 않아도 굉장히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이때 아직까지 나무 위쪽에서 별도의 작은 흔들림이 있었다는걸 알지 못하고 계속 두들겼다.
나무열매가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 개째가 떨어지는 순간-

"우아아아아-ㅅ!"

-콰당.

나뭇가지를 한 손에 쥐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위에서 추락했다.
갈색 머리칼을 하고, 푸른 눈동자의 그녀는 웃음을 참아서인지, 아파서인지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내 사고는 잠시 정지해버렸다. 사람이 열리는 나무라는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떨어지면서 어딘가 부딪혔는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언가 말하는듯 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원래 제가 나무위를 좋아해서......"

정신없이 무언가 해명하기 시작했다.
말 하는걸 보니, 다 듣고있었던 모양이다....... 방금전 웃음소리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 끔찍한 소리를 듣던 사람이 있었다 생각하니 하염없이 얼굴이 붉어졌다.

"저기... 굉장히 듣기 거북하셨을 텐데......"

"아...... 그게, 조금은......"

라고 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역시 예상한 반응이었다.
쥐구멍이라는 게 있다면 숨어보고 싶지만, 이곳은 그런것과는 거리가 먼 초원이었다.
서로 말없이 서있다가, 나는 떨어진 나무열매를 줍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도 떨어지면서 잡고있던 열매를 내게 주었다.
내가 고개를 슬쩍 숙이고 열매를 건내받자마자, 배에서 식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저, 집에서 싸온 점심이 좀 남았거든요? 좀 드시는게......"

그녀가 조그만 가방을 뒤지더니, 로스트 치킨을 꺼내 내밀었다.
이미 여자 앞에서 두번이나 범한 실례 덕에 거절할 체면이 남아있지 않았다.
붉어진 얼굴로 그것을 집어들고 고맙단 인사를 했다.
조금 베어먹어 보았다. 어림잡아 별 4개 정도의 등급인듯 했다.

"맛있네요. 요리사 지망생이신가요?"

"아뇨... 최근엔 음악을 하고있어요."

"와, 그럼 잘 켜시겠네요! 한 번 들어볼수 있을까요?"

내가 류트를 내밀며 말했다. 원래 여자에게 소극적인 내가 한 말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건내받아 류트의 현을 가볍게 튕겨보고는,
무엇을 연주할까 고민하듯이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곡을 정했는지, 자세를 잡고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울려퍼졌다. 티르 코네일에서 자주 듣던 곡이었다.
어렸을적 할머니 뭐였나... 여하튼 연주하는 사람들은 꾀나 많았지만, 이토록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상당히 오랫동안 배운 실력임에 틀림없었다.

음악이 무르익을 무렵, 나는 눈을 감고 감상에 젖기 시작했다.
정말 굉장한 연주였다. 중간에 약간 불협화음이 섞인 듯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연주는 살며시 불어오는 실바람마저 춤을 추게 하는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 '불협화음'이 커진 듯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가끔가다 들려오던 불협화음의 정체는, 검고 커다란 곰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안광을 내면서 그녀의 뒤에 서있었다.

"이봐요, 빨리 엎드려요!!"

"네? 왜그러.... 웃-!"

퍼억-

곰의 거대한 앞발이 그녀를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그녀는 쓰러지며, 초원위를 구르다가
옆에 있던 나무에 부딪혔다.

"이런, 저 망할자식...!!"



3.


...너무 아프다. 머리인가? 팔인가? 아니면 둘 다?
이유는 모른다. 내가 왜 아프지... 여긴 어디였지... 나는 왜 여기에...
아, 생각났다. 방금 전까지 나는 류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새까만 거에 부딪혔더니... 어떻게 됐더라...
지금, 나 자고있는건가?

"...봐요, ...아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약간 낮은 톤의, 멋진 목소리.
누구지? 친하게 지냈던 남자는 없었을텐데... 누구였더라......
몸이 계속 흔들렸다.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나는걸 보니, 말에 타있는 건가...

"이봐요! 들리나요?"

눈을 떴다. 그 목소리 때문인지, 그가 보고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로브와 붉은 머리가 보였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이 사람은 분명... 아, 그 류트를 켜고있던 사람이구나.
진짜 못하던데... 오늘 처음 해봤던걸까....
그러고보니, 검은 로브에 붉은머리. 광장에서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마 루에리인가 하던 사람이었나... 그 사람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인것 같다.

"아아, 정신이 드셨나요?"

"네... 그런데, 지금 어디로...?"

"지금 던바튼으로 가는 중이에요. 피가 많이 나지 않으니까 괜찮을거에요."

왼쪽 팔이 계속 쓰라렸다. 슬쩍 보니, 천이 누더기가 되어있었고, 윗부분에 피가 맺혀있었다.
아야야.... 그 검은 것에 부딪히면서 생긴 모양이다. 그건 곰이었을까......

"곧 힐러집에 도착할거에요. 많이 아픈가요?"

"아... 조금요. 그런데, 류트 연주는 처음이셨나봐요?"

"으... 어제 시작했는데,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후후, 그럼 다음번에 제가 지도해 드릴게요! 저기, 이름이...?"

"클라드라고 해요. 그럼, 빨리 회복하시고 가르쳐주세요!"

"네! 제 이름은 플로렌스. 꽃이 피었다는 뜻이에요.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가늘게 뜬 눈으로 던바튼의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팔은 계속 쓰라려왔지만, 편안한 기분속에서 잠이 들었다.


4.



"뭐야, 난데없이 죽이라니...,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당신은 저를 죽이러 온 것이잖아요? 어서 찌르세요. 시간이 아깝지 않나요?"

"너를 노리고 온 게 아니야! 나는, 단지......"

"단지? 그럼 무엇때문에 오신건데요? 당신들이 원하는건, 제 뒤에 잠겨있는 방속에 있는
보물상자의 내용물이 아닌가요? 어차피 저를 죽이지 않으면 저 방은 열리지 않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을 때 보내주......"

챙그랑-.

두 자루의 검이 떨어졌다.
양 팔을 벌린체 서있던 서큐버스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는, 옆에 자신의 검과 서큐버스의 검을 내팽게치듯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착각하지 마. 내가 원하는건 그런 낡은 궤짝이 아니야.
하지만... 그 이유를 네게 말해줄 의무는 없지.
게다가, 넌 나를 공격하지 않았잖아? 그것만으로도 너를 죽일 이유는 없어."

서큐버스는 정말 놀란듯 했다. 그녀는 커다래진 눈으로 남자와, 그가 던진 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로부터 풀려나듯이, 스르르 그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말했다.

"후아~ 살았다......"

클라드는 그녀의 뜻밖의 반응에,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쳇, 못 죽어서 안달인것 처럼 보이더니."

"뭐에요-! 죽고싶어하는 생물이 어디있다고 그래요? 기껏 검까지 버려줬더니.
아무리 먼저 공격하지 않는 우리들이지만, 보통은 살고싶어한다구요?"

"...뭐라고? 먼저 공격하지 않아?"

이 말에 서큐버스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이내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인간 아니랄까봐... 예상은 했지만, 우리들 굉장히 안좋게 보인 모양이에요?"

"...대체 무슨소리지? 너희들은 사람을 유혹해서 해치던 것 아니었나?"

"천만에요! 저희 블랙서큐버스는 절대로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아요.
이 세계에서 가장 인간과 흡사하게, 그리고 가장 먼저 태어난 인간형 마족으로서
그정도의 예의는 있다구요. 어쩐지, 슬금슬금 뒤로 빠지더라니!

아마도 인간들은, 우리에게 겁을 먹어서 그런 걸거에요.
우리의 외모에 이끌려서 가까이 다가왔다가,
경계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검에게서 말이에요.(당신처럼요)
그리고는 공포심을 갖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치는거야.'라고 말이에요.

우리는 당연히 그에 대한 반격을 가하고, 인간은 쓰러지면서 또 이렇게 생각했겠죠.

'다음번엔 꾀여들지 않겠어!'.

우리 서큐버스는, 싸우는 도중에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 빼고는,
무엇하나 인간을 속인적이 없었고, 또한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오른손에 들고있던 장미를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지레짐작하고, 고정관념에 묶여있고, 항상 무언가를 의심하며, 자신을 우선시하는 종족.
그들이 인간... 이라고, 마족들 사이에서는 통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주홍색 장미를 들고있는 팔을 클라드를 향해 쭈욱 뻗으며 말했다.

"당신도- 그런 사람인가요?"


5.


"...아니야."

그가 대답하자, 서큐버스는 꽃을 거두면서 싱긋 웃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휘파람을 살짝 불었다.
보스룸 안 어딘가에서 작은 해골늑대가 뛰어와 서큐버스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새끼는 걱정했다는듯 낑낑대고는, 그녀에게 뭔가 말하는듯 했다.
그녀는 약간 놀라는듯 하더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클라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얘가 고기에 맛을 들인 모양이에요! 실례지만 남은 고기 더 없나요?"

클라드는 뒤쪽 벽에 눕혀놓은 가방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동안 뒤지다가,
남은 고기조각 두 개를 찾아서 서큐버스에게 건냈다.
그런데 그녀는 고개를 흔들면서 그에게 도로 건내며 말했다.

"이번엔 당신이 직접 먹여보는게 어때요? 아까처럼 미끼내밀듯 하지 말구요."

그는 '내가 왜 이런짓을...'하며 중얼댔지만, 순순히 고기조각을 새끼에게 가져갔다.
그런데 해골늑대는 뭔가 못마땅한지, 방금 전부터 조그맣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클라드가 고기를 바로앞에 가져가자, 새끼는 그의 손을 덥석 물었다.

"으앗-!"

그가 잽싸게 손을 뺐다. 그런데 약간 약하게 물었는지 자국은 희미했다.
잠시동안 클라드와 새끼는 서로를 째려보았다.
서큐버스는 그 광경을 보며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그리고 해골늑대를
꽃을 쥔 손으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안돼요, 안돼! 고기를 준다는데 물면 어떡하니? 그럼 안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자 새끼는 약간 기세를 죽였다. 으르렁거리는 것은 멈췄지만,
힐끔힐끔 클라드를 노려보았다.

"얘는 아까전 당신이 한 말에 화가 나서 그런거에요. 이해해주세요."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했다고, 이런 뼈다귀에게 물려야 하는거야?"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서큐버스는 '뼈다귀'란 말에서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한 말도 기억못하면 어떡해요? 뭐, 무의식중에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버림받은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 보통은 상처를 주게 되는 말이니까요.
안그래도 이 애는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거란 말이에요.
당신도 그 심정을 알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이렇게 말하고는 해골늑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클라드도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한번 고기조각을 새끼에게 건내었다.
이번에는 조용히 고기를 물고, 그녀의 품에서 뛰어내려 고기를 땅에 내려놓고
조금씩 뜯어먹었다. 서큐버스는 만족스럽게 싱긋 웃었다.
클라드도 새끼가 고기를 먹는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도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네가 방금 말했던 인간은, 확실히 틀리지만은 않을거야.  
그래도, 네가 지금 보고있는 내가 그렇듯이,
모든 인간이 그런 족속은 아니라는 걸 명심해줘."

"그정도는 알고있으니 안심하세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런 서큐버스에게 옮기라도 하듯이, 클라드의 입에도 엷게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런, 대기에 마나가 모여드는걸 보니 이웨카가 뜨는것 같네요!
이곳을 나가는 출구가 저 보물상자방 안에있으니, 다시 되돌아가려면 오래걸리겠죠?
이쯤 헤어져야겠네요."

"그래... 그럼, 내일 다시 와볼까-"

클라드는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 말에 서큐버스는 적잖게 놀란듯 했다.

"네에? 정말이에요?"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사냥이 아니랬잖아.
거기다, 나는 별로 할일도 없으니.
그리 중요한 이유는 아니지만, 내일 오면 얘기해줄게."

클라드는 가방을 등에 메고, 해골늑대를 살짝 쓰다듬고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와아, 그럼 내일 뵈요! 아차, 이 꽃 가져가셔야죠?"

그녀가 주홍색 장미를 건내며 말했다.
클라드는 잠시 그것을 응시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됐어. 가방속에 넣고 다니는것보단, 네가 갖고있는게 낫겠지."

서큐버스는 이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실은 갖고싶어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장미를 왼쪽 귀 위에 살짝 꽂았다.

"나쁘진 않군."

"정말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당신 이름도 못들었네요?"

"그래... 나는 클라드. 네 이름은?"

"어라? 몇번이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서큐버스에요. 따로 이름은 없어요."

클라드는 왠지 물어봐선 안됄 것울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어 머쓱해졌다.
그는 어깨너머로 손을 흔들며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있던 서큐버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

"맞다, 당신이 등에 메고 있는것, 류트라고 하는것 맞죠?"

"이거? 그런데......"

"그럼, 다음번에 오실때 한번 들려주세요!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클라드씨."

그는 류트를 손에 들고 잠시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서큐버스는 눈을 희미하게 뜨고 보스룸 안을 배회했다.
그리고, 빛이 새어들어오는 구멍 하나하나를 응시하며 작은 소리로 노래했다.

"라라...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