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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The Flower

2006.04.25 04:05

Weeds 조회 수: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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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기에 앞서.
제목을 보고 아신분들이 몇이나 될진 모르겠습니다만,
게임 마비노기 홈페이지에서 소설게시판 오픈이벤트 우수작에 선정된 게시물입니다.
그러나, 그 작가 '라스잔'은 본인이므로 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
증명해달라면 어떤 방식이든 직접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게임 [마비노기]관련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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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철컹.

문이 또 열려버렸다. 건너편 방에는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벌써 3층으로 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클라드는 난생 처음으로 마족들을 단 한번도 만나지 않은채, 라비의 마지막층에 들어선 것이다.

오늘따라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던전에서는 여태껏
상자의 방이 단 한번도 나오질 않았다. 다시 말해, 3층까지 구슬의 방만 거쳐왔다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구슬의 방에서 첫 구슬을 치자마자 문이 열렸기에,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간에서는 이를 '신의 손'이라 부르기도 한다던데, 그것이 좋은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라드에겐 지금 이보다 더 답답한 일이 있을수 없었다.
물론 사냥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되면 이곳에 들어온 본래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약간 특별한 제물이라 그런지도 모르겠군....'

그가 바치고 들어온 제물은, 주홍색 장미였다.
클라드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작은 가방을 열어 나머지 장미 세송이를 꺼내었다.
그는 자신이 이 꽃 몇송이조차 제대로 처분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에게 팔아버리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았고, 그냥 아무곳에나 버려버린다 해도
그는 버리고 뒤돌아선지 얼마 되지않아, 다시 줏어버리게 될 것이라는걸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한 번 집어넣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던전의 제물로, 한송이를 바친 것이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꺾은 네 송이의 장미.
하지만, 그것들은 전해지지 못한 채, 그에게로 되돌아왔다.
어느새 3층에 도착한 클라드는 첫번쨰 방으로 들어서며 장미들을 도로 집어넣었다.

하나, 둘, 셋...
아까와 마찬가지로 구슬의 방만 계속해서 나왔고, 물론 마족은 단 한마리도 출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방을 깨끗하게 지나칠수록 그는 열을 받기 시작했고,
마침내 보스 룸 앞에 다다랐다. 역시 붉은 구슬이 박힌 기둥 네개가 구석마다 세워져있었다.

"젠장, 도대체가 아무것도 안나오는 던전이라니!! 나는 여기 구슬놀이를 하러 온 게 아니야!"

클라드는 등에 매달았던 류트를 들고 씩씩거리며 근처의 구슬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쌓였던 스트레스와 함께, 구슬을 류트로 부숴버릴 기세로 내리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펑!

마족이 나타날때의 소리가 들렸다. 클라드는 예상밖의 결과에 흠칫 놀랬다.
그는 다시 글라디우스로 바꾸어 들고 뒤를 획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의 앞쪽의 구슬 뒤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리고, 구슬기둥의 뒤를 들여다 보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

"캐갱-!!"

"와앗-!"

그 물체는 클라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 그는 먼지를 털며 몸을 일으켜, 그 물체가 튀어나간 곳을 보았다.
반대편 구슬기둥의 뒤에, 해골늑대가 머리를 비죽 내밀고 그를 보고있었다.

"어라, 해골늑대가 왜저리 작지? 새끼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해골늑대에게 다가갔고, 가까이 갈수록 그것은 으르렁거리며 경계했다.
하지만, 크기가 다 자란 도시쥐만큼이나 작아서 으르렁거리기보단 낑낑대는것처럼 보였다.
클라드는 몬스터이기 이전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을 쓰다듬어보기 위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새끼는 캐갱! 거리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손을 뻗어보려 했지만, 지금 뻗었다간 이빨자국이 찍힐거라 생각하고 뒤로 약간 물러났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듯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가 꺼낸것은 고기조각이었다.
클라드는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고기조각을 던져놓고 뒤로 조금 더 물러나 지켜보았다.
해골늑대는 살금살금 앞으로 기어나와 고기를 앞발로 살짝 건드려보더니, 이내 조금씩 씹기 시작했다.

"와아... 큭큭, 너도 먹을걸 먹긴 먹나보구나."

그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새끼가 고기를 씹는 사이에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뼈... 라기보단 바위의 감촉이 느껴졌다.(뼈를 만져본적이 없었으니)
손을 천천히 떼고 그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먼지투성이가 되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깨끗했다.

"흐음... 이렇게 넓은 던전에서 달랑 너 하나 만나다니. 반갑다고 해야할까...
왠지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구나. 하하... 꼭 나처러... 억!"

해골늑대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고개를 쳐들고는 클라드의 복부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그는 주먹으로 배를 가격당하는 충격을 받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새끼는 뒤로 물러나서 공격태세를 하고 그를 노려보았다.

"우욱, 이자식이... 갑자기 왜이래? 이런, 가방이......"

아까 쓰러지면서 가방속 내용물들이 전부 쏟아져버렸다. 그는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쏟아진 것들을 주워담았다. 대충 다 줍고 확인해보니, 주홍색 장미 한송이가 모자랐다.
분명 전부 줏었을텐데... 하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갑자기, 건드리지도 않은 구슬들이 붉은 광채를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클라드는 입을 벌린채, 빛나고 있는 구슬들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이 던전은? 이건 대체...."

"뭐긴요-? 라비 던전이지요."

왠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굳게 닫혀있는 보스룸 문 저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닫혀있던 문이라고 해야할까.
바닥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커다란 보스룸 문이 천천히 들어올려지기 시작했다.
올라가고 있는 문의 바로 밑에, 나머지 장미 한송이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열려진 틈을 통해 누군가의 검은 구두가 보였다.

"어머, 예쁜 꽃이네요? 누군가에게 선물할 거였나보죠?"

검은 장갑을 낀 손이 꽃을 집었다. 문이 올라가면서 검고, 조금 반투명한 치마가 보였다.
왼쪽 허리춤엔 칼집도 없이, 날이 시퍼런 롱소드가 메어져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으르렁거리던 해골늑대가 그 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것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바보야, 내가 인간을 보면 무조건 도망치랬잖아.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다음부턴 그러면 안돼!"

해골늑대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래, 착하지-' 하며 새끼를 쓰다듬는듯 했다.
문이 올라가며, 왼쪽 팔에 안긴 새끼와 오른손에 들려진 장미가 보였다.

그리고,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완전히 열렸다.



"안녕하세요? 당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마족, 서큐버스라고 해요."

그녀는 그렇게 인사하고는 눈을 감고 환하게 웃었다.

클라드는 온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공포 따위가 아니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 내가 꺾은 장미와 같은 주홍색의 롱 헤어.

머리의 색은 다르지만, 분명했다.
그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
플로렌스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가, 그곳에 서있었다.




1.

나는 굉장히 놀랐다. 서큐버스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여러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서큐버스가 앞으로 다가오자 정신을 바짝 차렸다.

"뭐, 뭐야, 자연스럽게 말을 하잖아..?"

"네. 저희도 인간형 마족인데, 말을 하는게 이상한가요?"

"그렇다곤 해도,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는 마족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

"후후, 그럼 저도 그 '거의 없는' 쪽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그런것 치고는
별로 놀라지도 않으신 모양이네요?"

"...충분히 많이 놀랐어. 던전을 들어왔더니 마족들은 하나도 나타나질 않고,
기껏 나왔더니 조그만 해골늑대 한마리에, 건드리지도 않은 문이 열리고...
여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서큐버스는 조그맣게 쿡쿡 웃었다. 내가 전부다 모르겠다는 양 질문해대는 것이
재밌어보인 모양이었다.

"아아, 마족들이 없던건, 제가 일부러 내보낸 거에요. 덕분에 여기까지 편하게 오지 않았나요?"

"뭐..? 왜 그런짓을.... 너를 지킬 파수꾼들을 다 내보내다니, 무슨 생각이야?"

"당신들에겐 어차피 파수꾼 같은건 있으나 마나일테니까요.
이 던전을 들어오는 인간들은 대부분 밀레시안들이잖아요.

그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죽지를 않아요.(당신도 그들중 한명이겠죠.)
쓰러뜨렸다 싶으면, 어느센가 다시 돌아와서 공격하고, 또 공격하고...
가끔가다가 쓰러지며 장비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공격해오죠.
덕분에, 마족들이 아무리 강해도 그들은 모두 처치하면서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되지요.
결국 파수꾼들은, 고작 나 하나를 조금더 오래 지키기위해 사라져버리는 거에요."

서큐버스는 말을 멈추고 살짝 위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회상하는듯 했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나는 알아요. 만약 이곳에도 파수꾼들이 있었다면,
당신은 모두 없애버리고 이곳에 왔으리란걸.
그렇게 무의미하게 그들을 소멸시킬순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혼자를 택한거에요."

그녀는 고개를 다시 내렸다. 그리고 품에 안은 해골늑대를 쓰다듬었다.

"이 아이는 너무 작아서, 잠시 내가 기르고 있던 거에요.
바깥의 무리들에게 보낸다 해도, 너무 약하니까... 그리고 저도 혼자있기는 심심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고서는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래도, 정말 당신께는 놀랐어요! 해골로 된 늑대에게 고기를 주시는것도 그렇고,
동물형이라지만 마족에게 뭔가 얘기도 하시던데, 꼭 한번 보고싶어서 문을 열어버렸네요!"

"...그렇게 보였나......"

나는 부담스러운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살짝 떨구고 머리를 긁적였다.

"후후, 부끄러워하는 거에요? 차암, 마지막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다니,
전 의외로 운이 좋았던 모양이에요!"

"...마지막으로?"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그녀는 품에 안고있던 해골늑대를 내려놓고 보스룸 안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천천히 칼을 뽑아올리고 있었다.

"역시, 친한척 접근하더라니... 너도 어쩔수 없는 마족이군!"

만약의 기습을 대비해 거리를 조금 더 벌렸다.
하지만 그녀는 검을 올리지도 않은 체, 내게 무방비한 상태로 다가왔다.
나는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천천히 뒤로 빠졌다.

"아아! 너무 경계하지 마세요. 나는 공격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녀는 두 손으로 검날을 받쳐서 내쪽으로 던졌다.
나는 내 발앞에 떨어진 검과 그녀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뭐야? 대체 무슨 속셈이지?"

"속셈같은건 없어요! 자아, 빨리 제 검을 들어요.
이제 저에게 위험요소는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팔을 양쪽으로 쫘악 펼쳤다.

"자, 이제 죽여주세요! 오랜만에 마음껏 얘기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싶진 않아요.
부디 행복하시길!"

눈을 감고 밝게 웃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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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쓰기 전 창조도시에서 활동했던 것이 밑바탕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예전에 다소 픽션존에서 활동했는데, 최근 바쁘기도 하다보니
리뉴얼된 창도 이후로 거의 오지 못했군요. 에휴...

창도에서 수행한 성과물을 보여드리려는 심정으로 올렸습니다.
봐주실 분이 몇이나 될지...

P.S: 시라노님 저 기억하시나요? --; 아르티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