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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몽환구운기(夢幻九雲記) -개전 전야

2008.08.07 08:47

히슷스시 조회 수:526

extra_vars1 1부 -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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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패권, 천하를 쥔 당나라의 황궁.


그 곳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고요한 분위기, 황제의 앞에 모든 신하가 문신ㆍ무신을 나눠 두 줄로 앉아있는 모습까지도.


물론, 그것은 갑자기 들어온 한 위병에 의해 깨어졌다.


 


"폐하, 황급히 궁을 떠나셔야 하옵니다!"


허겁지겁 뛰어온 듯이, 위병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의아하다는 듯이 위병을 바라보았다.


현 당나라의 황제인 영제(怜帝)의 크고 둥그런 얼굴이 위병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영제는 잠시 위병을 똑바로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연유로 짐이 궁을 떠나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는 영제의 표정은 마치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아이의 표정과도 같았다.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눈동자, 힘이 들어가있는 미간, 굳게 다문 입까지도.


 


"반군 1만 5천이 장안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폐하!"


위병의 외침과 함께 황궁의 정적은 깨어졌다.


개중에는 황궁을 뛰쳐나간 자도 있었다.


영제는 그저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들은 모두 우왕좌왕하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영제는 울 것 같던 표정에서 금세 고뇌하는 얼굴이 되어있었다.


그 때, 대신들 가운데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소신에게 5천의 군사를 주신다면, 능히 적을 해치워보겠나이다."


영제는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당나라 장교복을 입고 있는 한 청년이 영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각이 잡혀있는 자세와 아직 몸에 맞지 않는지 어색해 보이는 제복 등이 그가 신참 장교라는 것을 짐작하게끔 해주었다.


 


"이제 막 정식 장교가 된 주제에 무슨 객기인가!"


신하들 사이에서 한 사내가 호통쳤다.


양제가 그 곳을 돌아보자, 그 곳에는 길게 늘어뜨린 검은 수염을 지닌 사내가 있었다.


살쾡이처럼 쫙 찢어진 두 눈, 끝이 뾰족한 코, 두툼한 입술이 강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그렇다면 자네는 적을 저지할 수 있는가?"


영제가 사내에게 물었다.


 


"아뢰옵기 송구스러우나, 반군의 사기는 지금 하늘을 찌른다고 하옵니다, 폐하."


사내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고는 자신의 원래 자리로 가버렸다.


영제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청년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러자 청년은 고개를 들었다.


청년은 소년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소년이라기엔 너무 당찬 기백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커다랗고 깊은 검은 눈동자, 약간씩 떠 있는 검푸른 머리카락이 청년에게 신비한 분위기를 내게끔 했다.


 


"소신, 양소유라고 하옵니다."


청년은 절도 있는 목소리로 즉각 대답하였다.


 


"소유, 고개를 들라."


그 말에 소유는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 양제를 응시하였다.


 


"만약, 적을 막지 못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송구스럽게도, 그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폐하."


그 말에 양제의 미간엔 주름이 잡혔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다드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이옵니다."


소유는 양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소년같은 외모의 소유였지만, 그의 결의는 너무나도 확실해 보였다.


틀림없이 승리하고 돌아오겠다는 결의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소유, 그대에게 명하노라. 반군을 무찌르고 돌아오라!"


그 말과 함께 양제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칼 한 자루를 뽑아 소유에게 건내주었다.


 


"반드시 승리하여, 짐에게 그 검을 돌려주거라."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소유는 짧게 대답한 뒤에 영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에 물러났다.


다른 신하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웅성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소유는 재빨리 반군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전령에게 상황을 보고하게 했다.


반군은 지금 장안 남쪽 끝에서 형성되었으며, 그 중 태반은 일반 백성들.


지금쯤은 장안 코앞까지 와있을 것이라는 것까지 듣고 난 후, 소유는 생각에 잠겼다.


적과 아군의 전력차는 3배, 양민들과 훈련된 관군이라지만, 점점 부패하는 당나라의 관군은 이미 예전의 그 관군이 아니다.


그리고 반군은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반면, 관군의 사기는 낮지야 않지만 높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들을 유인해서 싸우는 길밖에는 없겠군.."


잠시간의 생각을 정리한 소유는 즉시 병력을 소집했다.


훈련을 게을리한 관군이라지만, 집결하는 속도만큼은 마치 질풍과도 같았다.


'역시 군대에서는 윗사람의 말이라면 칼같이 지키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소유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제군들, 지금부터 우리는 반군과 싸우러 간다. 뭔가 이의가 있나?"


그렇게 말하고 소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사들의 태반이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있었다.


 


"제군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들어라. 우리는 반군을 죽이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저지하러 가는 것이다."


소유는 병사들 앞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우리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그들이 하려는 행동은 동족상잔이다."


그렇게 말하며 소유는 병사들을 슬쩍 훑어보았다. 병사들은 웅성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가족의 피를, 자신의 손에 묻히는 그런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막아야한다. 제군들은 가족이 손을 더럽히는 것을 그저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제군들은 가족의 잘못을 방관할 것인가? 그런 구차한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 제군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형제를 위해, 가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연설이 끝났을 때, 병사들의 사기는 어느새 충천해있었고, 아까의 불만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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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짬짬이 시간을 내서 조금씩 쓴 소설이다보니 굉장히 재미없는 1화가 되버렸네요;


임팩트도 약하고 전투장면도 없고;;


하지만, 전투장면을 넣었다가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요 ㅠ;;


창도에 올리는 사실상 첫 글이 소설이 되었네요


모쪼록 잘 읽어주셨으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