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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상관없어!!(0)

2008.04.05 01:46

생명연장의꿈 조회 수:518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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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프롤로그


 


[이 세상은 더렵혀져 있다, 신의 피로서]


이능자.
초능력자같은 것이 아니다. 마음을 읽는다거나, 염동력을 행사한다던가 하는 것은 그저 초능력일 뿐이다. 먼 옛날-처음부터 인류가 가지고 있던 힘. 단지,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깨닫지 못해서, 방법을 알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힘인 것이다.
하지만, '이능'은 다르다. 이것은 인류에게 주어지지 않은힘. 인과를 깨어버리는 힘. 존재할수 없는, 존재 해서는 안되는- 그런 세상의 법칙에 위배되는 힘.
언제, 어느때부턴가, 인간에게 주어진 비틀어진 힘이었다.
때문에-
이 '이능'이란것에는 크나, 또는 작으나, 그에 해당하는 대가가 필요했다. 세상의 법칙을 어긴 대가.
이능자들은, 그러한 대가를 지불하며 이능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소년 역시,
이러한 대가를 지불하는 이능을 소유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별볼일 없는, 하지만 터무니 없는 대가를 치뤄야 하는 능력을.


 



1.


 


으아아아-!
하는 비명같은 외침과 함께 소년은 몸을 일으켰다. 이런 망할. 전학 온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부터 지각인거냐! 라는 외침. 어제 이미 지각을 한번 한터라 오늘 까지 하게 되면 무려 이틀연속 지각. 아아, 이런 스토리 전개는 정말 사양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어느세 짹각거리며 8시를 넘긴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슴속 깊이 절망 했다. 이후는, 그야말로 눈물의 등교시간의 시작이었다. 아침밥정도는 가볍게 굶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전에 있던 학교의 교복이긴 했지만, 이곳 교복과 거의흡사하게 생긴터라, 굳이 새로사야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전에있던 학교의 교복을 그대로 갈아입은 소년은 후다닥 가방을 챙기며 현관문을 열었다. 이봐ㅡ 그래도 적어도 세수정도는 해야지. 라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지만, 소년은 미처 듣지 못한 모양이다.


길게 이어진 아파트 계단을 쓰러질듯 내달려갔다. 이건 무슨 100미터 경주라도 하는 속도. 이래뵈도 나름 체력이라면 자신있다. 특히나 장거리 달리기 같은, 근성과 끈기로 하는 거라면야 이미 선수급이라고 봐도 무방.


물론 소년이 제 아무리 달리기에 소질이 있다손 쳐도, 그러한 경기에 출전할수 있는 몸이 아니었지만.


법적으로 스포츠 경기에 출전할수 없는 '이능자'라는 괴상망칙한 타이틀을 붙이고 있기 때문. 뭐라고 해야할까. 참가하게 되면 ' 반칙'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이따위 능력이 있어봤자 조금도 기쁘거나 하지 않다. 일상에 아무런 도움도 못되는 것은 물론, 여러가지 제약만 잔뜩 받는 '이능자'라는 명함따위, 개나 주워가라지! 라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란 그렇듯 쉽게 남에게 줄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버리고 싶다해서 버릴수 있는 성질의 것 역시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김진우.
약 일주일전부터 이곳 서천시, 서천고등학교에 전학오게된 열여덟세의 소년. 앞서말한 괴상한 특이사항을 제외하고선, 온몸이 평범이라는 카테고리로 무장을 한듯한 소년이다. 아니, 전학생이라는 특수한 타이틀을 하나더 손에넣긴 했지만.


전력질주라도 하듯 학교를 향해 달려가며 진우는 생각했다. 현재시간은 8시 15분. 8시 20분까지만 등교하면 지각은 면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라면 5분쯤은 남아있다. 죽어라-하고 달리다보면, 정문 앞 쯤에서는 지각을 면할수도 있을것 같은 느낌.


팟-하며 속도를 좀더 올렸다.
그래, 저쪽 모퉁이만 돌면 이제 금방. 나머지는 일직선으로 그냥 쭈욱…!


하고 생각하는 순간. 진우의 옆을 탁 하고 스쳐지나가는 한 소녀. 두발자유정도는 이미 예전에 달성되있는 탓에 허리깨까지 머리를 길게 기른 그 소녀는, 그 긴머리채를 휘날리며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와- 빠르잖아.
라고 생각할 무렵. 함께 모퉁이를 돌아선 진우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힌다. 자, 잠깐. 이봐! 위험하다구!


빠아아앙-!
하는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들었다. 하얀색 봉고 한대가, 미처 멈추지 못한채 요란한 경적만 울려대며 빠른속도로 소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하고 진우는 속으로 외쳤다. 바로 눈앞에서 저런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수는 없다. 찰나의 순간- 진우는 자신이 가진 '이능'을 개방하며, 뛰쳐 나갔다.


이미 소녀를 안전하게 구해내는 것은 무리. 전력을 다해 도약한 진우는 소녀를 데리고 미처 피할시간은 가지지 못한채, 보호하듯 소녀를 끌어안으며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그리고는 쾅-
하며 봉고는 진우를 그대로 치었고, 진우는 몇미터나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변을 지나가던 여타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입을 떡하니 벌린채 그모습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곧이어, 꺄악- 우와악.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져나간것은 바로 그 다음의 일이다.


이런 시선이 있는만큼, 봉고의 운전자 역시 뺑소니같은것을 칠 여력은 없다. 후다닥 차문을 열고 달려나온 운전자의 모습을 보아하니, 꽤나 선량한 느낌으로 생긴터라 굳이 옆에 목격자들이 없었다 해도 뺑소니 같은것을 칠 위인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거니까.


걱정과 불안 가득한 눈으로, 진우와 진우가 품에안고 쓰러진 소녀를 향해 다가가던 운전자.


그리고,
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으휴-하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꼐 몸을 턱턱-하며 털고 일어서선, 운전자와 주변사람들을 경악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하아… 아파 죽겠네, 정말."


눈물이 날지경이다. 다행히 어디 부러지거나 한곳은 없는것 같지만, 아마-보지는 않았지만 등짝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으리라. 너무 놀란바람에 기절한듯한 소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운전자는 화등잔만한 눈으로 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기 학생…괜찮나…?"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이런 골목길에선 조금 조심하셨어야죠."
"아. 그, 그러니까. 그건…"
"다음부턴 그러지 마세요."


진우는 그렇게 말하고선 말없이 쓰러진 소녀를 등에 업었다. 가볍다-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등에 가득 멍이 든터라 업는 순간 눈물이 나올뻔 했다. 아이쿠야, 이게 무슨고생이람. 어느세 시간은 흘러흘러 8시 19분. 이래서야 지각을 면할 도리는 없어보였다.


"저, 저기, 이봐 학생."
"왜요, 또."


진우는 귀찮다는듯 되물었다. 어차피 이번과 같은경우엔 운전자 과실도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이 소녀쪽의 잘못도 없는 것은 아니었던 터라- 애초에 큰 상처도 아닌듯 하니,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게 나을 것같다는 진우의 판단. 물론 그런것 보단, 사실 괜히 이런 귀찮은 일에 걸려들어 '이능자'라는 딱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여하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냥 조용히 가려했지만, 이 운전자는 혹시나 모를 이후의 문제가 꽤나 불안한 모양이었다.


"정말, 괜찮나…? 아무문제 없어…?"
"네. 좀 등이 아프긴 하지만. 어디 부러진것은 아닐테니 걱정마셔도 되요."


하아?
하는 눈으로 진우와 봉고차를 번갈아가며 본다.


무려 3미터나 튕겨나갔는데…?


진우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운이 좋았나 봐요. 다행이도 멀쩡하네요."


굳이 자신이 이능자라는것을 여기저기 선전하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던 진우는 단순히 이렇게 대답하고서는 다시 학교를향해, 소녀를 등에 업은채 걸어갔던 것이다.


아아, 정말, 아침부터 오질나게도 운이없군. 하고 한탄 처럼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딩동댕동-하는, 지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저 앞으로 부터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우는 전혀- 눈꼽만큼도 눈치채지 못했다. 설마, 이런 자신을 지켜보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 있을거라고는.


 



2.


 



찾아야해, 지켜줄 사람을, 지켜줄수 있는 사람을.
야율이 말했다. 너를 지켜줄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자신은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그때까지 지켜줄 누군가의 곁에 있으라고.


잘은 모르겠지만, 서천고에 다니는 학생중, 대단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능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모든 기억을 잃은지 고작 보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과거로 부터 뻗는, 어둠같은 손길을 피해 도망쳤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수 있는 것은 그 무엇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알수 없는 수많은 '지식'들이 머리속을 항해하듯 맴돌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선 그 무엇하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단지, 두려움만 조금씩 더해갈뿐.


기억을 잃은 이후, 유일하게 믿을수 있던 남자-
야율마저 떠나버린 지금. 이제 소녀에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수 없는 두려움이 소녀의 마음을 휘감고, 파고들어온다. 작은 숨조차 쉴수 없을만큼 강하게 죄여오는 그 절망과도 같은 두려움에, 소녀는 간절히 기도했다.


도와줘.


누구라도 좋아.


제발-


'나를 지켜줘.'



라고.


 



그리고-


 


보았다. 한 소년을.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무사할수 없었을법한, 그런 사고를 당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몸을 털고 일어났다. 조금씩-작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의 파장을, 소녀는 알수 있었다.



이 사람이야.
분명해.


이 사람이 틀림없어.


 


나를- 지켜줄 사람이야.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남은것은…


 



 


 


 


프롤로그 <끝>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