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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마녀의 심장, 정령의 목소리

2008.11.02 04:26

misfect 조회 수:721

extra_vars1 사랑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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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를 즐기는 내내 안절부절못하던 마녀는 이윽고 잔을 내려놓고,



 "역시 안 되겠어."


 주위를 두리번댔다. 유난히 불안해하는 그녀를 지켜보던 비오리카가 마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녀는 머쓱해져 웃엇다. 그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비오리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표정이 어두운데."
 "아뇨. 예, 그래요, 도저히 못 기다리겟네요."


 그러나 마녀는 더 몸이 달아 아에 정령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잠시 다녀올 테니 적당히 즐기고 계세요, 순진한 아가씨."


 뒤도 안돌아보고 자리를 떴다. 한참 그 모습을 눈으로 좇던 비오리카는, 곧 '사랑하는 딸;과 단 둘이 남았단 사실에 어색해했다.


 "남 걱정하는 정 많은 사람 같진 않더니."
 "의외죠오?"


 그 몇 마디 나우고 대화는 바로 흐지부지되엇다. 어쩔 줄 몰라서 비오리카는 음료를 연거푸 들이키며 '사랑하는 딸'을 곁눈질했다.
 키는 자신보다 조금 작을까. 일행 중 가장 큰 마녀와 비교해 어깨까지밖엔 오지 않는다. 울긋불긋한 드레스에 감청색 조기,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테 없는 붉은 모자 모두 금실과 은실을 비롯해 각양각색 문양과 레이스로 치장하고 유리종과 은방울로 곳곳을 장식해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비오리카가 보고 들었던 어느 나라 복장과도 닮아 보이지 않았다.
 옷차림뿐 아니라 '사랑하는 딸' 자신도 비오리카나 정령과는 사뭇 달랐다. 피부는 좀 더 누른빛에, 약간 구불구불한 머리칼은 집시들과 닮았으면서도 오히려 그들보다 풍성하고 윤기나게 검었다. 유창한 말씨와 기품 있는 태도 덕분에(심지어 말끝을 길게 끄는 버릇에도), 야만인과 비슷한 외양은 거부감 대신 신비한 매력마저 느끼게 했다.


 "저 두 분은 저에 대해 뭐라던가요오?"


 워낙 갑작스레 네눈박이 여자가 물어본 탓이기도 했지만, 조금 곤란한 질문이어서 비오리카는 대답을 조금 망설였다.


 "그게,"
 "솔직히 얘기해도 돼요.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까아."


 솔직히 있는 그대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 마녀가 한 얘기를 떠올리며 비오리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딸'에 대해,


 "손이 굉장히 예쁜 여자죠."
 "병든 묘목 있죠. 닮았어요. 사지가 맥없이 흐느적대는게."
 "울긋불긋 화려한 문양을 넣은 의복도 아름다웠죠. 움직일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났고요. 유리종이나 은방울 같은 장신구가 여기저기 달렸거든요. 다들 좋아햇어요. 여자도, 우리도."
 "산만해, 종잡을 수 없어. 괜히 실실대고 촐랑대고요."


 두 사람이 각자 받은 인상은 너무나 달랐다.
 물론 일치하는 구석이 전혀 없진 않았다.


 "큰 개가 하나, 조금도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눈을 가릴 정도로 털이 긴 개 말이죠? 알죠, 물론. 아, 곁을 떠나지 않는 건 개가 아니라 주인 쪽."
 "얘기를 마치자 개가 일어나고 여자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은빛 눈동잔 처음 봐요.'라는 거 있죠. 이이한테."


 마녀가 가리킨 정령 눈동자는 정말 보기 힘든 엷은 은색이었다.


 "근데 뭐가 이상하죠?"


 음, 마녀가 뜸을 들이고, 정령은 언제나처럼 입을 꼭 다물었다. '혼인의 결과'라고만 들어 자세한 얘기까진 알 수 없지만, 마녀와 정령은 밤낮을 교대로 서로 벙어리 시늉을 했다. 때문에 비오리카는 여태, '심장과 목소리'의 진짜 주인을 알지 못했다. 저들끼린 다투지도 타협하지도 못한 채 마녀는 마녀대로, 정령은 정령대로 각자 자신이 심장의 진짜 주인이라고 말한다. 서로 입을 맞추지도 못하면서 결혼은 왜 한거람.
 아무튼 비오리카의 질문, 왜 '사랑하는 딸'이 말한 게 이상했는지에 대해 마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 여자, 눈이 안보인댔거든요."


 태어나서부터 시력이 없었단 여자가, 어떻게 정령의 그 특이한 눈 색깔을 안 걸까.
 어쨌건 곧이곧대로 '사랑하는 딸'에게 털어놓을 순 없었다. 마녀와 정령에게 실례일 것 같고, 더군다나 그 뒤로 이어진 쓸데없는 얘기들, 이를테면 눈이 네 개면 두 배는 더 잘 봐야하는데 손해 아닌지 하는 시답잖은 농담까지 털어놓는다면, 저 네눈박이 맹인 아가씨가 상처받을 테니까. 최대한 간추리고 말을 고쳐 '사랑하는 딸에게 말해주자, 그녀는 별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직접 본 소감은 어때요오?"
 "글쎄, 역시 듣고 상상한대로 같은데요?"


 네 개 눈이 가느다랗게 변하고, '사랑하는 딸'이 재미있단 듯 웃음을 터트렸다. 비오리카도 친근감 있어보이도록 살짝 미소지었다. 한참 웃던 네눈박이 여자는, 곁에 있던 카나페를 비오리카에게 권하고, 자신도 한 개 집어 들더니 말했다.


 "그럼 뭐, 궁금한 건 없나요오? 처음 겪는 것뿐이잖아요,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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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근무라....인사없이 글만 올립니다. 매번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는 다음 이야기를 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