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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리 라그나뢰크

2008.08.12 05:02

하하君 조회 수:674 추천:1

extra_vars1 ~천공의 발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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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가실까요.”


“하아…드디어 염라대왕님을 뵈러 가는건가요.”


 


직감적으로 몸이 알려준건지 이곳을 떠날때가 된것을 느낀 나는 문득 집에 있을 부모님이 걱정되었다.


 


“…….”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멀리 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지금 나로선 위치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곳에 부모님이, 내가살던 집이 있던 곳일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얼굴을 본게 아침이었으니.


내 눈에 눈물이 흐르는걸 느꼈다. 담담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떠올리니 눈에서 하염없이 슬픔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혼일텐데 울고있다니. 이상하기도하지.


 


“어째서 우는것입니까?”


 


퉁명스러운 소녀의 목소리에 난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슬픈걸 떨치려는 나의 작은 몸부림이었다.


 


“아뇨. 아직 이곳에 남아계실 부모님 생각이 나서요. 별볼일 없는 아들하나 믿고 사시는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앞으로 걱정없을겁니다. 에인하야르로 선택된 당신의 은총이 그분들에게도 미칠것이니깐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걱정없다는말이었지만 먼저 죽어버린 불효자식의 대한 마음은 가실일이 없었다. 잠시나마 눈을 감고 마음을 정리하던 도중 문득 소녀의 말에 이상한 단어가 느껴졌던걸 깨닳았다.


 


“아까부터 에인하야르라고 하는데 그게 도대체….”


 


소녀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시간이 없습니다. 너무 지체했다간 이곳의 지박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 예?!”


 


그녀가 느닷없이 내 손을 잡았다. 급하게 피가 얼굴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난 일단은 여자와는 그다지 친하게 지내본적이 없는 쑥맥이라면 쑥맥이니 이런일엔 면역이 없단말이다!


소녀가 검지를 세운 손가락을 입에 붙이더니 알아들을수 없는 무언가의 언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와 나를 포함한 주위에 긴 원형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마법진인가? 이거 만화책같은 대서 많이 본것도 같은 느낌이 진하게 풍겨오는걸.


 


“갑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제 손을 놓지 마십시오.”


“집중하라니 뭘…우아악?!”


 


새하얀 빛이 나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    *    *


 


 


“…십시오.”


 


오늘은 몇 번이나 이 느낌을 느끼는건지.


머리가 망치로 맞은듯 띵한게 정신이 하나도없다.


 


“정신 차리십시오.”


“어….”


 


문득 눈을 뜨니 방금전의 그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아까와는 장소도 달랐다. 주변에 보이는건 흰색의 희안한 제질의 벽들….


헌데 콘크리트나 그런 차가운 벽과 다른 따듯한 느낌이 묘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도착한것인가. 과연 내가 갈곳은 천국일지 지옥일련지….


 


“영혼의 상태로 단층(段層)을 건너왔으니 정신을 잃으는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아직 형태을 유지하고 계신걸 보니 영혼의 힘 높으신것 같습니다.”


 


단층? 영혼의 힘?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아직 감도 안잡히는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몇시간동안이나 누워있던건지 그냥 허리에서 뿌드득 소리가 날정도로 뻐근하다. 이래서 잠은 차가운곳에서 자면 안되는건가.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니 돔같은 거대한 구조물 안 한가운대에  위치해있었다.


게다가 격자무늬로 꾸며진 돌바닥 여기저기에서 은은한 빛무리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 무엇하나도 익숙한 광경이 없었다.


 


“가시죠. 주신(主神)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예?! 주신?”


 


난 주신이라는 말에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다. 


 


“예. 주신. 보통 에인하야르로 선별된 영혼은 주신께서 직접 대면하시죠.”


 


주신이라니…. 무신론자로 굳건히 살아온 나로선 그야말로 컬쳐쇼크라고도 할 수 있는 소리다. 하느님이니 부처님이니 여러 종교가있었지만 나야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밖에 모르니…. 지금 그녀가 말하는 주신이라는 것도 피부로 와닿지 않는 무언가 먼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너저나 도대체 그 에인하야…뭐? 하여튼 그게 뭔가요?”


 


영어같지는 않은 특이한 발음에 혀가 돌아가진 않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며 묻자 소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아, 실례. 설명하는걸 잊고있었습니다. 에인하야르란 현세에서 영웅과도 같은 업적을 남기거나 영웅으로 추앙받는 자를 일컫으며 그들을 대려와 이곳 발할라로-”


“자, 자, 잠깐만요!”


“뭔가요?”


 


난 급히 소녀의 말을 다급히 끊었다. 보통의 무미건조한 음성에서 살짝 짜증과도 같은 억양이 느껴지긴 했지만 무시하고.


나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 대학교 1학년생일뿐인데, 영웅이라니?


왠지 싫은 느낌이 마구 풍겨온다.


 


“아무래도 잘못…온거같은데요.”


“?”


 


소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했다.


 


“공간좌표나 이곳의 위치또한 잘못온것은 아닙니다만.”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내 가슴을 가리키며 입을열었다.


 


“아뇨, 여기 이야기가 아니라. 저말입니다. 전 한국에 있을때도 그저 학교다니던 학생일뿐 영웅소리 들을 법한 일도. 아니 영웅이란 말이랑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만.”


“…….”


 


나의 침착한 설명에 잠자코 듣던 소녀가 가만히 서있다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어, 어이? 저기?


 


“…그건 못들은걸로 하죠. 자 어서 나가죠. 주신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순간 난 말로서 사람을 현기증나게 한다는게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


 


“이, 이봐요!! 못들은걸로 하다니, 게다가 영웅도 아닌데 제가 주신을 만날순 없잖아요?!”


“이곳으로도 무사히 넘어온걸로 그대는 영웅의 자격이 충분한겁니다. 자 서둘러요.”


 


소녀는 무엇이 다급한지 고개도 돌리지 않은체 내 손을 잡고이끌었다.


 


“아니 이게 무슨….”


 


무언가 시작부터 이상한 느낌이 사정없이 들기 시작했다.



10미터는 가까이 됨직한 거대한 석문이 자동문인양 서서히 열리자 내 눈엔 새로운 신세계가 들어왔다.


 


“이, 이건….”


 


이 장소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것인지 주변으로 건물들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드넓게 보였다. 멀리부터 이 곳을 감싸는듯 성벽과도 같은 구조물이 감싸고 있었는데 그 밖에는 초원이 비추어졌다.


상아빛으로 꾸며져있는 고층빌딩과도 같은 건물들이 중앙의 긴 탑같은곳에 몰려있었고 그 주위로 나뭇가지가 뻗어있는 마냥 길게 도로와 집들이 즐비해있다.


천국이라기 보다 잘꾸며져 있는 아름다운 도시와도 같았다.


 


“아스가르드라 해도 사람이 사는곳. 사람이 사는 곳은 어느곳이나 같기 마련이죠.”


 


어느센가 옆에 서서는 내 생각이라도 읽었는지 조용히 소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세워 한가운대에 드높게 세워져있는 탑을 가르켰다. 무언가 가르키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보기마련. 나도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엄청나게 길구만…하늘마저 뚫고있어.


 


“그리고 저곳, 이그드라실에 주신이 계십니다.”


 


이그드라실.


보통 세간에는 세계수라고 알려져있는 세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나무의 총칭. 하지만 그녀가 가르킨건 끝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탑이었다.


나도 워낚에 많이 들어보는 이름이라 대충 어떤것인지는 알고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기, 이그드라실이라는건 원래 나무…아니였었나요?”


루치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세계수 이그드라실을 비롯한 많은것이 황혼 이후 소멸하였기에 지금은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것이 세계탑 이그드라실입니다.”


“세계탑….”


“아스가르드 및 미드가르드를 잇는 중추와도 같은 곳이죠. 그 외에 또 궁금하신거라도?”


“궁금한건 아니지만 전 어디까지나 평범한 영혼-”


“자자, 급합니다. 어서 가시죠.”


“…….”


 


중간에 말이 무시당해버린 난 그대로 그녀의 손에 의해 또 질질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여자아이 손이라고 부드럽…워워어어어엇?!’


 


난 내리막길을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한 생각이 황당했는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끌고갈 생각인거다.


만약 그녀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이후 어떻게 될것인가?


오만가지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해집고다녔다. 그리고 명쾌한 결론에 도출.


어차피 자신은 주신을 만나게 될것이다. 반항해봐야 소용없음…인것이다.


 


“…그럼 주신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죠?”


 


앞서나가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체 답변했다.


 


“영웅의 회랑에 모셔지거나 주신의 명에 의해 미드가르드내지는 아스가르드를 지키는 수호자로 임명받게 될것입니다.”


“만약 영웅의 자질이 없다는 영혼이라면?”


“아마 그럴리는 없을겁니다.”


 


소녀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웃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니 더욱 예쁜 얼굴이 되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역시 이쁘구나.


 


“자질이 없었다면 아스가르드로 전이시에 이미 영혼이 소멸했을거니까요.”


“…….”


 


방금 한 생각을 급하게 수정하고싶다. 이쁘긴 개뿔…. 살려줘요 어머니.


그런데 영웅의 기질이고 자시고 아차했으면 자신은 그저 문자 그대로 죽었을게 아닌가?


저 웃는 모습도 왠지 사정없이 무서워 보인다.


앞으로 이 여자아이만큼은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