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2009.01.25 09:57

LiTaNia 조회 수:1143

extra_vars1 이상한 나라의 주윤민 (2) 
extra_vars2 25 
extra_vars3 127490-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한편 유일고등학교에서는, 윤민과 서연, 그리고 다솜을 비롯하여 실종된 학생들이 몇몇 있어서 학생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학생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반마다 평균 실종자가 2~3명씩 되는 것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 날 점심시간도, 평소에 항상 윤민이 서연이랑 함께 식사를 하러 간 혜인이도 그 둘이 안 보이자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그 반 교실에 왔던 새롬이도 마찬가지.


"언니. 혹시.. 언니가 윤민오빠 몰래 숨긴거야?"
"...헛소리 하지마."


물론 학교에서 윤민이의 짝인 유정이 역시 패닉상태이긴 마찬가지.


"실종된.. 사람들 중에 윤민이가 있는거야? 이거.. 거짓말이지. 이럴 리 없는거지. 윤민이 지금 나 놀래키려는거지.."


심지어 평소에는 슬픈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유아름까지 윤민이네 반에 와서 실종된 게 윤민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아냐. 이럴리가 없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랑 맨날 같이 놀아주는 민쨩이.. 아냐. 이거.. 꿈일거야."
"아름선배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모두들 너무해.. 흑. 나도 민쨩이 걱정되어서 그러는 건데.."


유정이의 태클에 밀려서 돌아간 유아름. 하지만 모두들 그런 유아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이 누군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유일고에 아름이 입학한 이래로 최초였기 때문에. 그만큼 아름에게도 윤민이 특별한 애였다는 것일까.


학교가 끝난 뒤에, 윤민이를 아는 여자애들. 즉, 유정이랑 혜인이, 그리고 새롬이는 윤민이네 집으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셋은 여전히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교문 앞에서는 자그마한 여자애 한명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해. 다솜이도 서연이도 연락이 안돼. 나래.. 많이 심심한데."


하지만 윤민이네 집으로 가는 소녀 3인방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지나쳤다. 그리고 윤민이네 집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누구.. 세요."


문에서 들리는 윤화의 목소리는 힘이 빠질 대로 빠져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빠를 잃었으니.


"윤민이 친구들."


유정이가 대답하긴 했지만, 윤화가 이들을 반갑게 맞아 줄리가 없었다. 축 처진 모습으로 문 밖에 나타난 윤화. 그리고 윤화랑 눈이 마주친 3인의 소녀들.


"언니들.. 도대체 오빠를 어떻게.. 앗.. 저.. 저.. 마녀.."


윤화는 시선을 혜인이쪽으로 돌렸다.


"저.. 마녀가.. 설마... 우리.. 오빠를?"
"마녀라니?"


유정이는 '마녀' 얘기를 듣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혜인이가 유정이한테 거슬리는 애이긴 해도, 윤화가 혜인이를 '마녀'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롬이는 윤화와 유정이, 그리고 혜인이 이렇게 3명을 여전히 뚫어져라 보고 있는 중.


"그만. 나.. 너희들이 마녀라고 부르는.. 그런게 맞으니까. 하지만.. 윤민이를 내가 숨겼다거나.. 그런건 아냐."
"정말.. 마녀였어?"
"그걸 누가 믿어, 이 사악한 마녀! 오빠 돌려줘!!"
"언니들.. 무서워.."


윤화는 이미 혜인이한테 '절규'까지 하게 되었고, 유정이는 혜인이의 말을 듣고 나서 또다시 놀랐고, 새롬이는 윤화랑 혜인이를 보고 벌벌 떨고 있다.


그 때, 혜인이가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집중하면서 하고 있다. 그 말이 끝나자, 윤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못 하게 된 것 뿐 아니라, 아예 몸이 굳어서 완전히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유정이랑 새롬이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 앞에 있는 것이 정말 '마녀'라는 것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니.


"실종되었다는 애들.. 혹시, '차원'을 넘어가 버린거 아닐까."
"차원을.. 넘어갔다니, 무슨 얘기야?"
"아냐.. 아무것도."


유정이는 혜인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혜인이한테 물어봤지만, 혜인이는 역시 자신이 괜한 얘기를 했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다.


"윤민이.. 어디에 간 걸까. 나조차도.. 모르겠어. 정말.. 윤민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모두 사라진 윤민이를 걱정하고 있지만, 윤민이의 행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윤민이 뿐 아니라 서연이랑 다솜이까지 사라진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


"나, 우리 집으로 안 돌아가도 되니까. 미니랑 둘이만 있으면 되니까. 그냥 여기에 같이 있으면 안돼?"


뭐, 그냥 여기에 있겠다고? 서연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집에서 부모님도 서연이를 걱정하실텐데. 게다가 여기는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게임도 없고, 휴대폰도 없으니 여기에서 살아가려면 적응해야 할 문제가 한두개가 아닌데.


"여기에는.. 왜?"
"여기는 우리를 방해할 사람이 없어. 멋대로 전학와서 미니 옆자리를 뺏아간 유정이라던가, 점심시간때마다 미니 때문에 같이 밥먹고 있는 혜인이라던가, 자기 멋대로 미니한테 이상한 옷 입히고 이상한 행사에 데려간 아름선배라던가, 최근에 미니한테 달라붙기 시작한 묘하게 기분나쁜 그 꼬맹이라던가.. 다 여기에는 없으니까."


...아냐. 아무래도 이건 아냐. 서연이가 다른 여자애들한테 아무리 쌓인 게 많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없는 앞에서 이렇게까지 얘기하는건 정말 아냐.


"윤민이가.. 인기가 많긴 한가봐."
"그런 애들이 미니를 알아봐야 얼마나 잘 안다고 그래. 난 미니랑 어렸을 때부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으니까."


아냐. 이건 정말 아니야.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어. 이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서연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미안해, 서연아. 그래도 난 돌아갈거야. 가기 싫으면, 그냥 여기 있어도 좋아."
"민군.. 너무해."


서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 일이 잘 되면 서연이도 같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게임에서는 몰랐는데, 이 '죽음의 탑'이라는 거, 정말 높이가 장난이 아니네. 하긴 높이가 45층이나 되니까 당연한건가. 63빌딩도 지상으로 60층이니. 죽음의 탑은 잘못하면 제대로 개털리는 곳 중 하나니까,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대체 여기서 누가 우리를 부른다는 걸까.


"다솜아, 준비 됐지?"
"응. 윤민이도 조심해."
"나도 다솜이랑 윤민이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 도와줄께."
아까 고대던전에서 정말 큰 힘이 되어줬던 미란이. 죽음의 탑에서도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다. 그런데..?


"잠깐.. 기다려.. 민군."


뒤를 돌아보니, 서연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까전에는 서연이를 설득시켜보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거였는데.


"모처럼 여기서 민군 만나서 기뻤는데, 나 문서연, 같이 있든.. 같이 돌아가든, 미니랑 또 떨어질 수 없어."
"아까 서연이 놔두고 간 거 미안해. 서연이랑 같이 와야 하는데.."
"미니.. 바보!"


그리고 서연이한테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아야. 아파.


죽음의 탑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지만, 사신의 목소리는 엄청 귀찮다.


"위습! 호도르, 나와줘!"
"보이~드!"
"고저스 컴비네이션!"


다들 자신들이 쓰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나도 질 수가 없지. 섬광류탄 던지고 작열탄 후두두둑.


서연이는 레벨이 낮아서 호도르랑 위스프밖에 부를 수 없었지만 의외로 위스프가 잘 싸우고 있고, 다솜이는 정말 더킹대쉬와 스웨이를 재빠르게 사용하면서 적들을 패는 것이 무섭다. 분명히 겉보기는 저렇게 사람을 실컷 팰만한 애는 절대 아닌데. 미란이도 보이드랑 칠링펜스, 그리고 나이트 할로우 등의 마법을 사용중이고.


나는 여전히 섬광류탄과 작열탄. 그리고 빙결류탄과 냉탄을 믿어야지. 내가 던진 섬광류탄이 서연이가 부른 위스프에 복사되어서 많이 터지는 것이 꽤 좋다. 위스프의 명속성 물체 복사능력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누가 소환사보고 렉환사래?


그렇게 30층까지 올라와서 '헤드샷 바리스타'와 '잔소리 무고'가 나오는 부분. 바리스타는 레인저라서 총을 쏘고, 무고는 크루세이더라서 회복시켜준다. 여기 잘못 건드리면 무고가 자꾸 회복시켜서 장난이 아닌데.


"서연아, 조심해!"
"앗.."


서연이한테 바리스타의 헤드샷이 날아갔다. 원래 마법사는 이럴 때 '위상변화'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쉽게도 서연이는 위상변화를 이미 한 번 써서 쿨타임이 남은 상태다. 결국 서연이는 30층에서 사망처리.


"미안해... 민군. 도와주지... 못해서."
"아냐. 서연이 몫까지 끝까지 잘 할께."


그리고 남은 멤버로 35층의 '태풍의 베놈'이 좀 힘들긴 해도, 겨우 넘겼다.


"나이트~ 할로우!"
"허리케인 롤!"


역시 다굴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혼자서는 보통 여기서 죽었는데, 여럿이 이렇게 패니까 별거 아니네.


이렇게 39층까지 올라갔는데, 여기에는 '죽음의 라이트나'라는 배틀메이지가 버티고 있다. 저 삼지창처럼 생기는 거는 잘못 맞으면 그대로 죽으니까 운 없으면 여기서 그대로 추락하게 된다.


"나이트~ 할로우!"


미란이의 나이트 할로우가 제대로 들어가서 적들이 전부 뭉치고 있는 사이, 나는 여기서는 빙결류탄을 던져서 적들을 얼렸다. 그 사이에 다솜이는 쵸핑해머와 더킹 바디블로로 녹이고. 그런데..


"미란아, 조심해!"
"앗..."


피가 조금밖에 남지 않은 라이트나의 한 방에 미란이가 제대로 맞았고, 미란이는 결국 잘못 맞으면 죽는 한방을 맞아버렸다. 그자리에서 즉사.


"주윤민.. 그 때 봤을때랑은 달리.. 의외로.. 멋있어."
"뭘.. 미란이야말로, 안 도와줬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거야."


이제 남은 사람은 나랑 다솜이 둘 뿐. 다섯 층만 더 넘어가면 꼭대기다. 그다음 작열탄 난사를 하는 녀석은 그냥 보내고, 43층이 꽤 고빈데, 저 방에 있는 '샤라스'라는 그래플러가 쓰는 기간틱 타이푼이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풀피라도 저거 맞으면 그대로 즉사니까.


"조심해! 자세 잡았어!"
"허리케인.. 롤!"


다행히도 다솜이의 허리케인 롤이 제대로 들어가서 기간틱 타이푼을 쓸 기회를 놓쳐버린 샤라스. 이때 나는 또다시 섬광류탄을 던지고 작열탄을 난사.


45층에 있는 '전설의 교관' 까지 겨우 처리했는데..


"도대체 누가 우리를 부른다는거지. 제리아가 헛소리하는 거 아냐?"
"아냐, 윤민아. 저기.. 사신을 봐. 뭔가 이상해."


그래. 지금까지 '죽음의 탑'에서 탑을 만들어놓고 우리를 불렀던 저 사신. 다솜이의 말대로 사신쪽을 보니까, 뭔가 평소랑은 다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거지.


좀 더 보니까, 사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몸이 검은색으로 된 갑옷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너희 집으로 돌아가고 싶냐."


게다가 아까전까지 죽음의 탑에 있었던 도트 캐릭터들과는 달리, 이 녀석은 우리같이 실체가 있어. 도대체 뭐냐.


"너.. 도대체 누구냐."
"나? 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을 운영하는 운영자, 블랙스퀘어다."


뭐라구?


그 블랙스퀘어?


손예지랑 같이 운영자 자격으로 고강 아이템을 계속 현질로 판다는 그 블랙스퀘어?


"그 입예지 남자친구 블랙스퀘어?"
"남의 여자친구를 모욕하지 마라."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날아오는 하늘나무 열매. 윽. 맞으니까 기분이 나빠.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거야.


"윤민아!"
"후후. 너도 저 녀석같이 당하기 싫으면, 말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땅에 부딪히니까 좀 많이 아프다. 다행히도 일어날 기운은 있어.


"으.. 많이 아프네. 그나저나 왜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거지?"
"그 이유를 꼭 알아야만 하니?"
"당연한거 아냐. 도대체 왜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를, 그리고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게임 속 세계로 끌어들인거야."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고 저 블랙스퀘어놈. 들어먹긴 할까.


"아무 죄도 없다니? 그놈들은 내 여자친구인 예지를 입예지라고 모욕하고, 내가 '정당하게' 아이템 거래를 한 것을 운영자의 월권이라고 한 것들이야."
"그게.. 도대체 무슨 법으로 정당하다는거야."
"바깥 세상이라면 몰라도, 이 세상은 내가 곧 법이야. 법을 만든 사람이 그 법대로 한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어?"
"..."


뭔가, 생각보다 일을 크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하지만 내 능력으로 가능한걸까.


"게임을 운영하면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책방에서 책이나 볼 까 하다가 알 수 없는 책을 하나 잡게 되었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책을."
"그래서.. 그 소원이라는게 도대체 뭐냐."
"지금까지 나를 욕하고 있는 이 게임의 이용자 나부랭이들을 나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소원을 통해서 게임 속 세계를 결계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고, 우선 그 시범케이스로 '건전 앤 파이터 페스티벌'의 입장 도장에다가 결계로 들어가는 표시를 해 뒀지."
"말도.. 안돼."


소원을 들어주는 책에다.. 결계라니, 게다가 어쩐지 왜 페스티벌 참가자만 여기에 있나 했더니.. 어쩐지.


"그 AGRN인가 뭔가 때문에.. 내 계획이 실패할 뻔 했지만, 이 '건전 앤 파이터' 세계에 있는 한 나의 의도대로 너희들한테 영원한 고통을 줄 수 있어."
"우리를 돌려보내줘. 어서."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네놈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 고강 현질로 팔아먹는 막장운영자 블랙스퀘어.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저 녀석을 일단 어떻게 해야 한다.


"다솜아, 시작해."
"알았어. 심판의 회오리!"
"컴온, 마이 블랙 로즈!"
"조그만한 것들이, 감히.. 극 귀검술, 폭풍식!"


나의 '블랙 로즈'와 다솜이의 '심판의 회오리'가 작렬했지만 역시 '게임 운영자'가 게임에서 할 수 있는건 생각보다 무서웠다. 시작하자마자 폭풍식이라니, 조금만 늦게 피했으면 저 폭풍식의 범위 안에서 그대로 썰려버릴 뻔 했다. 폭풍식은 전신무적이라서 일단 바깥에 있으면 안전한데.


"저 폭풍식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한방 날리는거야. 알았지?"
"알았어!"


폭풍식의 원이 사라졌다. 다솜이는 그 새 '허리케인 롤'로 허리케인을 만들어서 블랙스퀘어를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아.. 아얏!"


누가 운영자 아니랄까봐, 블랙스퀘어의 피격 아이템 도배로 오히려 다솜이는 역으로 당하게 되었다. 내가 멀리서 총을 쏴야만 하는걸까. 일단 빙결류탄을 던지고, 그 다음에 쿨타임이 되었을 때 섬광류탄!


그래. 제대로 맞았어. 섬광류탄을 맞추고 공중사격 상태에서 작열탄. 저 쯤 되면 많이 아플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 제대로 맞춘 것 같은데 저 녀석은 오히려 웃고 있어.


"애송이놈. 말했잖아. 여기에는 내가 곧 법이라구. 아무리 맞춰봐라. 통하나."
"너.."


그렇다. 분명히 데미지는 제대로 들어갔는데 운영자의 권한을 이용해서 피통이 무지막지하게 커서 별로 달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거다. 피격템은 그렇다치고 피통까지 저렇게 키워놓은건 정말 뭐하자는거냐.


아. 그래. 그게 있었지. 설마 귓속말까지 막아놓은 건 아니겠지. 다솜이의 귀에다 대고 얘기해봐야지.


'다솜아. 스매셔로 잡으면 돼. 잡기중엔 무적이라서 피격템 안통하잖아.'


다솜이가 스매셔로 잡은 사이에 나는 그걸 놓치지 않고 또다시 섬광류탄 맞추고 작열 공중사격. 그래. 이제 제대로 들어갔어. 이게 끝나고 냉탄을 장전하고 퍼니셔. 그리고 얼은 사이에 심판의 회오리. 그다음 또 작열 공중사격.


그래. 드디어 뭔가 보인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저 블랙스퀘어녀석의 체력. 줄어들긴 줄어들고 있어. 이제 드디어 길이 보인건가.


그런데? 신비경궁을 아무리 쐈는데 왜 반응이 없지.


"너희가 아무리 준비해봐라. 내구도 빠진 무기로 뭘 하겠다고 그러냐. 너희들이 보여준 것, 아직 멀었다."


내 신비경궁. 어느샌가 내구도 소모가 다 되어서 무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보우건은 거너 무기 중에서 내구도가 가장 높아서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건데.. 다솜이도 당황하는 거 보니까, 다솜이가 끼고 있는 그란디스의 은 십자가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 같다.


"이젠 내 차례다, 가랏! 환영검무!"


환영검무. 검풍을 날려서 앞에 있는 적들을 해치우는 스킬인데... 누가 운영자 아니랄까봐, 왜 이렇게 빨라! 난 다행히도 몸을 날려서 피했지만, 다솜이는 정면으로 환영검무에 맞아버렸다.


"꺄아아아아아.."
"다솜아, 괜찮아?"
"응.. 난.. 아직."


다행히도 나한테는 다른 무기가 있다. 나한테 신비경궁 한 자루만 있다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어. 그런데 이 '데저트 스톰'이라는 자동권총. 이건 또 어떻게 총알을 장전하는거야. 그래. 이건 그냥 탄창만 갈아끼우면 되는구나. 신비경궁보다 훨씬 나아.


"조무래기 주제에.. 건방지네."
"나.. 아직 안 끝났어. 돌아가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거야."


이 데저트 스톰은 장탄수가 다른 자동권총보다 하나 더 많아서 보우건을 쓰듯이 장탄수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최고렙 무기는 아니라서 고렙 되면 안 쓰게 되는데. 그래도 날려보자. 빙결류탄에 냉탄. 다솜이도 무기를 뭔가 바꾼 것 같은데, 뭘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버닝~ 샷!"


네이팜탄도 안 쓸수가 없다. 네이팜탄 안에 있으면 움직임이 느려지지. 그런데 게임에서는 몰랐는데 저걸 정말로 보니까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져. 내가 여태 게임중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걸 썼던건가. 뭐 작열탄을 장전했을 때도 뜨겁긴 마찬가지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냉탄이랑 빙결류탄은 쓰나마나니까 죽어라 섬광류탄에 작열 공중사격이다. 이렇게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뭔가 저 녀석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것 같다.


"아... 건방진... 것들... 감히... 내 방어구 내구도를..."


그래. 무기에만 내구도가 있는게 아니라 방어구에도 내구도가 있었지. 이제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
"건방진... 녀석. 감히 나를..?"
"윤민아!!"


저 블랙스퀘어가 쓴 '맹룡단공참'에 순식간에 맞아버리고 말았다. 던지고 쏘는 거에만 집중하다가 저걸 생각 못했어. 저걸 피했어야 하는데. 누가 운영자가 쓰는게 아니랄까봐, 제대로 타격이 크다.


"나는, 바깥 세상에서는 아니라도, 적어도 이 곳에서는 '신'이야. 여기는 나의 세계라구. 미천한 피조물 주제에 '신'한테 대적할 생각을 하다니."
"너..."


그리고 이어지는 단공참. 큰일났다. 타이밍을 한번 놓치니까 이거 장난이 아니네. 피하기도 어려워. 게다가 저 애쉔포크... 겨우 점프로 피하긴 했는데, 이건 범위가 왜 이렇게 무식해. 결국 다솜이마저 블랙스퀘어에게 당해버렸다.


"윤민아.. 미안. 정말 미안.. 먼저 가버린 애들의.. 몫까지.. 다 했어야 하는데."
"다솜아!!"
"후후. 어리석은 녀석. 다음은 네놈 차례다. 붕산격!"


다행히도 버서커가 아니라서 붕산격에 추가타가 없다지만, 아무리 저 녀석이 운영자라고 하더라도 저것도 왜 이렇게 빠른거야. 겨우 피하긴 했는데.. 이제 피하는 것도 한계다.


"쥐새끼같은 놈. 지금까지 잘도 피했겠다. 이제 마지막이다. 극 귀.. 앗?"
"어딜!"


다행인 것은, 나의 게임 내 직업인 거너는 대쉬공격이 슬라이딩이라는 거다. 슬라이딩으로 흐름을 끊어놓고 냉탄퍼니셔.


"이.. 이게. 감히.. 나의 폭풍식을.."
"입은 안 얼었냐. 컴온! 마이 블랙 로즈!"


나도 각성기 쿨타임이 다 끝나서 또다시 블랙로즈 소환. 위력은 낮긴 하지만 기절상태를 만드는데는 효과가 있어.


"감히.."
"마지막이다. 작열교차!"


마침 장전한 작열탄을 이용해서 마지막은 교차사격으로 끝.


"으아아아... 내 꿈이... 내 야망이... 이것들한테... 영원한... 고통을...줘야...하...는...데..."


휴. 교차사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다솜아, 서연아, 그리고 미란아.. 내가 해내긴.. 했는데, 설마.. 나 혼자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아니네.


"민군..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윤민이 쟤, 제법 하네."
"윤민이가.. 결국 해냈구나."


아까전에 사망의 탑에서 중도탈락한 서연이랑 미란이, 그리고 블랙스퀘어한테 당한 다솜이까지 어느샌가 내 곁에 다가왔다. 이건 도대체 뭐야.


"민군. 저기 봐. 뭔가 열리고 있어."


서연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아까 죽은 블랙스퀘어의 몸을 중심으로 뭔가 '열리고' 있었다. 뭔가 이 세계에 '틈'이 생긴 것 같은데.. 갈라지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보자.


"혹시.. 여기도 무슨 이상한 데 아냐?"
"그래도.. 미니랑 같이라면 어디라도 좋아."


서연이가 저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번엔 제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갈라진 틈 속으로 나왔는데.. 앗. 허공?! 도대체 뭐냐. 이번엔 또 어디로 떨어지는거냐.


"조심해! 위에서 뭔가 떨어지고 있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당. 어딘지 몰라도, 모두 다 여기로 떨어졌나보다. 다들 괜찮으려나.


"모두.. 괜찮아?"


도대체 이번엔 어디로 떨어지는거야. 그런데 여기 분위기가 엄청 낯익은 것 같은데.. 어느샌가 옷도 아까전 '건전 앤 파이터' 세계의 아바타가 아닌 내 평상복으로 바뀌어 있고, 내 주위에는 어디서 많이 본 여자애들이 있다.


"오빠.. 어떻게 된거야. 걱정했잖아!!"
"다행이야, 윤민이가 무사해서.."
"윤민오빠. 새롬이도 그동안 심심했어요."
"윤민이를.. 못 지켜줘서.. 미안해."


윤화, 유정이, 혜인이, 새롬이.. 너희들이 여기에 모두 왜?


- 다음회에 계속 -


24. 블랙스퀘어 : 2x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의 운영자. '소원을 들어준다는 책'을 통해서 게임을 결계화해서 페스티벌 참가자들을 게임 속 세계로 가둬놓고 '신세계의 신'이 되려고 하지만, 결국 윤민에게 당하고 만다. 지금까지 운영자 권한으로 고강 아이템을 만든 것을 현금으로 팔아서 수많은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죽음의 탑'으로 들어간 윤민 일행.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블랙스퀘어. 블랙스퀘어와의 대결이 상당히 힘겹긴 했지만, 결국 윤민 일행은 힘든 사투를 거친 뒤에 블랙스퀘어를 이기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소녀들하고 재회를 하긴 하지만..?


참고로 '블랙스퀘어'라는 이름은 지금 쫓겨난 모 운영자의 닉 패러디입니다. 모 휴대용 리듬게임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 리듬게임이 나오기 전에 지은 이름. 다만 연재가 늦어서 등장이 좀 늦었음)


그리고 '모 게임'을 안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24~25회 사이에 언급된 스킬들을 대충 설명드리겠습니다.


윤민이는 여기에서는 '거너' 클래스의 '스핏파이어' 전직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각성전을 기준으로 적은거라서 각성후에 사용가능한 스킬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섬광류탄 : 명속성 수류탄. 맞은 적을 감전시키고, 감전된 적은 데미지가 더 잘 걸림.


빙결류탄 : 수속성 수류탄. 데미지도 크고 맞은 적은 얼어버림.


작열탄, 냉탄 : 각각 화속성/수속성 데미지를 총에 싣는다고 생각하면 됨. 작열탄은 다단히트하고, 냉탄은 상대를 얼림.


교차사격 : 총을 교차해서 쏴서 근거리에다 커다란 데미지를 입히는 스킬. 속성탄이 반영됨. (개편 뒤에 '크로스모어'로 바뀐 뒤에는 속성탄이 반영되지 않음)


네이팜탄 : 아래에 '화염지대'를 만드는 무큐스킬.


퍼니셔 : 잡기스킬. 적을 짓밟은 뒤 그 짓밟은 적한테 총알을 약간 날려줌. 그냥 쏠 때보다는 데미지는 약함. 쓰는 중에는 완전무적.


공중사격 : 공중에 떠있으면서 일정 수의 총알을 발사.


블랙로즈 : 블랙로즈 4명을 뒤에 불러서 연속공격을 하게 함. 다만 그냥 스턴 정도의 견제효과만 있지 데미지를 기대하면 안됨. (개편 뒤에는 블랙로즈 데미지도 강해짐)


다솜이는 '프리스트' 클래스의 '인파이터'로, 특이하게 주먹질을 주로 하는 전직입니다. 역시 개편전 상황을 적은 것입니다.


스매셔 : 적을 잡고 앞으로 밀어내는 스킬.


더킹 대시 : 앞으로 대쉬하는 것. 여기서 더킹 스트레이트/더킹 어퍼/더킹 바디블로 등의 펀치스킬로 파생.


스웨이 : 뒤로 빠지는 것. 여기서 한방이 강력한 '쵸핑 해머'로 파생.


고저스 컴비네이션 : 앞으로 펀치를 약간 난타하는 것.


심판의 회오리 : 말그대로 회오리를 날림.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는 역할이 있지만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음. 무큐기.


허리케인 롤 : 주변의 적들을 자신의 앞으로 빨아들이면서 적들을 연타한 뒤, 강력한 어퍼컷으로 마무리하는 기술. 빨아들이기 용도로 아주 좋은 스킬.


미란이랑 서연이는 둘 다 마법사인데, 미란이는 '엘레멘탈마스터'고, 서연이는 '소환사'입니다.


위스프 : 빛의 정령 이름. 소환사가 소환할 수 있는 정령.


칠링 펜스 : 수속성 2차스킬. 얼음벽을 주변으로 쌓는 스킬로, 회피용으로 좋다.


보이드 : 암속성 2차스킬. 검은 구체를 전방으로 느리게 날리는 스킬.


나이트 할로우 : 암속성 3차스킬. 전방에 커다란 블랙홀을 생성해서 적을 빨아들이고, 그 틈에 다른 캐릭터들이 화력집중을 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애스트럴 스톰 : 엘레멘탈마스터의 각성기. 우주의 원소 덩어리들을 소환해 광범위하게 떨구는 기술. 떨어지는 위치를 정할수 있으며 이 기술을 사용하는 동안은 슈퍼아머 상태가 되고 잡기 기술에 통하지 않는다.


블랙스퀘어는 여기에서는 '귀검사' 클래스의 '웨펀마스터' 전직입니다.


붕산격 : 위로 뛰어오르면서 포물선을 그으며 검으로 공격하는 것. 버서커가 사용하면 추가효과가 있다.


단공참 : 한때 '삼단베기'라고도 불렸던 스킬. 앞으로 빠르게 가면서 세 번까지 베는 스킬입니다. 방향전환이 가능하며 광검 착용시에는 다섯번까지 가능.


애쉔 포크 : 공중에서 급하강하면서 지면에 충격파를 일으키는 스킬. 찍으면 찍을수록 충격파의 범위가 커짐.


맹룡단공참 : 단공참의 강화판 무큐스킬(무색 큐브를 소모하는 스킬). 4번 쓸 수 있으며 이동하는 동안에는 슈퍼아머. 다만 순간순간에는 무적이든 슈퍼아머든 판정이 없으니 끊길 수 있음.


환영검무 : 전방으로 여러번 벤 뒤에 검기를 앞으로 날리는 무큐스킬.


극 귀검술 폭풍식 : 웨펀마스터가 '검성'으로 각성한 뒤에 쓸 수 있는 각성기. 원형의 진으로 각종 무기를 소환한 뒤, 그 무기를 두개씩 잡고 적들을 오가며 점점 빨라지는 속도로 공격한다. 발동중에는 완전 무적이고, 고정데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