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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아포시오시스(Apotheosis)<습작>

2008.11.14 11:17

아버님ㅅ 조회 수:871 추천:1

extra_vars1 Prologue:마신이 탄생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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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2216년


 


불이 타오른다.


 


소녀의 보라색 눈에는 붉은, 주홍의 열들이 마치 그를 삼키려는 듯 타오르고 있었다. 곳곳에서 불의 째깍거리는 소리, 기둥과 서까래가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절규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며 소년의 귀에 하나 하나 각인되어 가고 있었다. 다급한듯이 내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 소년의 어머니가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 왔다.


 


 "연아. 어서 숨어야한다. 빨리 이리 오너라!"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공포와 긴박감이 서려있었고, 어린나의의 소년은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일 순간 상황을 인식한 소년의 눈에는 한없이 눈물만이 떨어지고, 그와는 정반대로 어머니의 손을 꼭 붙든 그의 작은 다리는 생존을 위해, 어머니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탕. 탕.'


 


 쩍, 쩍 거리는 불의 소리와 함께, 고막을 찢는 총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년과 어머니의 걸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긴 복도를 지나 옆으로 이어진 통로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앞에서 울리는 소리는 그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돌려 다른 쪽 통로로 뛰어갈 수 밖에 없게 하였다.


 


" 저기 있다! 황태후다!!"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모퉁이를 돌아 바로 위치해있는 방에 뛰어 들어 갔고,  소년은 곧바로 몸을 웅크린채 장롱 속으로 작은 몸을 숨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디에도 숨을 생각이 없으셨는지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 연아. 너만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꼭 살아남아.."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셨다. 떨리는 목소리, 볼 위로는 눈물이 흐르셨다. 크고 검은 눈, 오똑한 콧날, 입술, 소년은 그의 눈 속에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하나 하나를 새겼다. 절대 잊지 말아야지. 장농 문이 닫혔다. 어머니는 침대의 머리 옆에서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어머니의 머리 위로 보이는 초상화, 나의 아버지, 대한제국의 14대 황제인 그의 초상화 옆의, X자로 놓인 칼장식, 그리고 굳게 닫힌 문, 문에 새겨진 모양까지 그는 눈동자를 부지런히 움직여 머리에 새기도록 하였다.


 


 " 쾅. 쾅! "


 


 2번의 굉음과 함께 방문이 나가 떨어졌다. 이윽고 한 사내와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3명 의 군사가 장롱의 틈사이로 보였다. 사내의 구두는 유독 금박으로 새겨지고, 나머지 3명의 군화는 그저 검은색이었다. 그역시 소년은 눈에 새겨두었다. 숨이 막힐 듯,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울 수는 없었다. 그것이 생명의 위협에서인지, 어머니의 당부에서인지, 어린 아이라면 소리 지르며 심장이 떨어 질 듯한 공포를 소년은 그 자신의 입을 막으며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 큭. 큭큭..  이게 누구신가 대한제국 제 4 태후 연 혜리님 아니신가."


 


남자의 목소리, 중후하고, 쉰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소년의 눈이 맑은 호수처럼 요동쳤다.


 


" 골육상잔이군요.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당신의 조카 되는 아이를 죽이려하다니. 이것이 모두 다 당신의 여동생의 사주겠지요. 경쟁되는 황자들을 제거하는 일. 과연, 이런 일을 예상치 못한 내가 어리석었군요. 제국의 황자들의 서열다툼은 역사적으로 피비린내 났을터,, 그러나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의 저택으로 쳐들어와 불까지 지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군요."


 


 여동생의 아이를 황제의 자리에. 그렇다. 그의 형들 중 하나의 사주이다. 6살 아이의 작은 뇌는 끊임 없이 생각하였다. 누구인가. 저 남자의 배후에 있는 것은.


 


"아아, 그렇지, 미안하지만 이 피로 물들 전투를 일찍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편법이 현명한 법이지."


 


"현명하다라......"


 


 어머니의 목소리는 전혀 요동이 없는, 분노로 차올라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 현명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자신의 혈육을 죽이는 패륜이 포함되있는지 궁금하군요."


 


"크 하하하하. 뭐 소모적인 토론은 여기까지로 하지. 말이 길어졌군. 그럼 본론으로 가볼까."


 


 남자는 무릎을 구부려 어머니의 턱을 잡고 쳐들었다. 장농의 창살 때문에 그 자식의 얼굴을, 그  빌어먹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키, 목소리, 말투, 몸의 구조, 소년은 세심하고 꼼꼼하게 그의 특징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각인시켰다.


 


"제 4 황태자 조연은 어디있나."


 


"미안하지만 불이 난 순간 이미 당신이 찾을 수 없는곳으로,.. "


 


"믿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남자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전의 조소적 어투는 이제 사라졌다.


 


"사실입니다. 나는 여기서 죽겠지만. 언젠가 내 아이는 성장해서 당신을 죽이겠죠."


 


 " 잘도 지껄이는구나! "


 


 남자가 어머니의 뺨을 후려 갈겼다. 소년의 보랏빛 눈에 불길이 다시 비추었다. 그의 가습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뛰쳐나가 지금 어머니를 때린 저 남자를 죽이고 싶었으나, 그의 이성과 죽음의 공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 1 황태후. 그녀 뿐만아니라 그녀의 일족 모두! 제  1 황태자 는 물론 그 일족 모두를 말살한 후 내 아이는 왕좌에 오를 겁니다. 반드시! 내가 죽은 이자리에서 당신 일족은 갈갈이 찢겨 죽을 것입니다! "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소녀의 동공이 떨린다. 불안한 느낌. 그리고 증오, 제 1 황태후. 그 일족 모두가 나의 원수, 내가 말살하기 위해 살아야할 대상. 뇌에 각인시킨다.


 


 " 어디 있는지 말해!!"


 


  어머니의 갸냘픈 몸이 남자의 부츠에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답은... 당신이 더 잘 알겠죠."


 


 남자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는 진정한듯 남자가 입을 뗐다.


 


 "그것이 왕도인가."


 


 남자는 뒤로 돌아서서 3명의 병사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성큼 성큼 걸어나가더니 꼿꼿하게 그를 보고있는 어머니를 뒤돌 아 본후, 불이 타오르는 복도를 향해 걸어나갔다.


  병사들의 총이 어머니의 머리에 겨누어졌다. 모두 3대의 총. 어머니가 죽는다. 그 불안감이 소년을 휘감았다. 그때 어머니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젖은 볼, 그러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침내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들리고, 병사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누르는것이, 소년에게 장면 하나 하나로 슬로우모션처럼 기록되었다, 그리고..


 


"안돼애!!!!!!!!!!!!!!!!!"


 


그리고 어둠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