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2008.09.08 00:19

LiTaNia 조회 수:903

extra_vars1 병을 주고 약을 주네요 
extra_vars2 11 
extra_vars3 127490-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후. 집에 도착하는것도 힘들다. 하늘이 완전히 노랗게 보인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정말 뻗을수밖에 없구나. 옷 갈아입을 힘도 없다. 도대체 그 수호천사인가 뭔가는 왜 나타나서 날 이렇게 만든거야. 수호천사가 정말 나 지켜주는 그런거 맞아?


아니. 이건 수호천사가 아니라 그 기자놈 말대로 서큐버스가 맞겠구나. 사람의 힘을 이렇게 뺏아가버리니. 게임에서 보면 서큐버스가 정말 미인으로 나와서 사람을 제대로 홀리는데, 서큐버스에 홀린 자의 말로가 지금 내 꼴이구나.


만약 그게 정말 서큐버스라면, 오늘은 자기 전에 서큐버스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건가. 그런데 어떻게 막아야 하는거지.


에이. 모르겠다. 지금은 완전히 지쳤다.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소파 옆에 라디오가 있구나. 라디오라도 들어볼까. 컴퓨터까지 가기가 귀찮아.


"Tomorrow Perfume Radio의 박소현이예요. 오늘 필리핀으로 유학가신 리타니아씨한테 편지가 왔어요. 읽어보니 영어공부를 열심히 죽어라고 하고는 있고, 공부하면서 시간이 나면 엔젤헤일로 위키라는 곳을 들르신다고 하네요. 뭐하는 곳이죠? 리타니아씨 취향이 이상한 건 알겠지만.."


뭐야. 리타니아 그사람 필리핀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는 아니구나. 그런데 리타니아도 엔젤헤일로 위키를 이용하는건가. 솔직히 그 위키가 재미있어서 많이 수정하는 것은 좋지만, 요새 그 위키에서 너무 많이 노는 '위키니트'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인데.


박소현이 요새 인기가 있긴 하지만, 전형적으로 골빈 연예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뽑혔다는데 뽑힐만큼 예쁜건 인정해. 아니, 가만 생각해보니 유정이보단 별로구나. 분명히 내가 다니는 유일고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한번도 못봤어.


그렇다고 해도 리타니아의 Tomorrow Perfume Radio를 이어받고 있는게 박소현이라는 것은 좀 그렇다. 뭐 박소현은 박소현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네. 벌써 그거 원래 진행하던 사람이 리타니아라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이 많으니.


하지만 오늘 조퇴까지 할 정도로 내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Tomorrow Perfume Radio마저도 지금 자장가로 들리네. 에이. 그냥 누워있어야지.


얼마나 지났을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네. 벌써 윤화가 올 시간이 된건가. 내가 윤화보다 늦게 끝나니까 윤화가 언제 올 지 생각을 못 하고 있는데.


"어? 오빠.. 벌써 온거야?"


맞다. 나도 중학생 때는 이 때 학교 수업이 끝났지. 그 때는 나랑 서연이랑 윤화까지 셋이 같이 집으로 왔는데, 지금 나랑 서연이는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윤화랑은 따로 오게 되지.


"학교.. 조퇴했어."
"왜 조퇴한거야.. 앗, 오빠?!"
"..."
"어쩐지 오늘.. 간만에 알람시계도 씹은게 이상했는데. 조퇴까지 하네.. 그 수호천사라는 거, 왜 오빠 꿈에 나타나서 오빠를 이렇게 만든거야.."


그래도 역시 가족만한게 없나보다. 윤화랑 평소에 자주 티격태격하다가도 내가 아픈걸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이 보이니.


"오빠.. 얼굴이 완전히 반쪽이 됐어.."
"얼굴이 반쪽밖에 없으면, 눈도 한쪽이고, 귀도 한쪽에, 콧구멍도.."
"오빠.. 동생이 걱정하면 좀 진지하게 들어줘."
"미안."


가만. 내가 왜 이런 뻘짓농담을 하고 있는거지.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상황이 절대 아닌데.


"오빠, 옷 아직 안 갈아입은거야? 라디오도 틀어놓은 채로 있고."
'박거성의 두시의 데이트 3부! 프레이아의 REVOLUTION을 틀고 광고 듣겠습니다!'
"게다가 이 라디오에서 나오는게 하필이면 왜 프레이아 노래야!"


아차. 그러고보니 아까 라디오 듣다 뻗은 채로 라디오를 여태 틀고 있었구나. 정말 내가 이게 뭔 꼴이야. 그 수호천사 때문에. 윤화는 프레이아 노래 나온다고 하자마자 바로 라디오 끄는구나. 윤화가 좋아하는 FT보다는 프레이아의 노래가 훨씬 좋은 것 같은데.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지금 이렇게 된 상태라."
"그런데, 오빠 입은 멀쩡하네."
"말도 빨리 할 수가 없어.."


윤화 쟤. 갑자기 내 방으로는 왜 들어가는거지. 어라. 뭘 갖고 나온거야.


"입을만한 옷 갖고왔어. 이걸로 갈아입어, 오빠."
"...이걸 꺼내면 어떡해..."


윤화가 꺼낸 옷은, 분명 작년에 중학교 운동회때 반 티로 입었던 옷이다. 앞에는 '앞'이라고 써 있고, 뒤에는 '뒤'라고 써 있어서 다들 자지러지게 웃었던 바로 그 옷인데, 왜 하필 이런 걸 갖고 온거야.


"어차피 오빠 오늘 어디 안 나갈건데, 이런 옷 입어도 상관없잖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뭐 어쩔 수 있나. 이거라도 입어야지. 옷을 입으려면 몸을 일으켜야 하니, 끄응.. 그런데 뭐가 이렇게 허전하냐.


쿵.


아야. 내가 굴러떨어진건가. 도대체 왜 옷 갈아입는데도 이모양 이 꼴을 당해야 하는거지.


"가만히 있어, 오빠. 도와줄께."


도대체 내가 그 수호천사같지도 않은 수호천사 때문에 오늘따라 계속 무슨 꼴이야. 윤화는 이미 내 교복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고 있다.


단추가 다 풀리고 바지 벨트와 지퍼도 풀려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 민군 문 안잠궜네.. 에에?"


그렇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건 서연이와 유정이. 집 문이 안 잠겨있는건 그렇다 쳐도, 도대체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런 타이밍에 나타난거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유정이는 내 알몸을 처음 봤으니 반응이 저런 것이 당연하지. 서연이라면 어렸을 때 엄마 손 잡고 여탕다니던 시절에 이미 나랑 같이 놀았으니 그 때 목욕탕에서 봤을테지만. 그런데 그것도 벌써 거의 10년 가까이 됐구나. 문제는 지금 나도 엄청 난처한 상황이다. 서연이랑 유정이 둘 다한테 못 보일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으니까.


"민군.. 많이 컸네.."
"윤민이도.. 남자애가 맞긴 한가봐.."


서연이랑 유정이, 둘 다 얼굴이 빨개져 있어. 완전히 갑작스러운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


"둘이.. 같이 왔네?"
"우리, 지금 방 안으로 들어가 있어야 하나.."
"그러는게 좋을 것 같아."


둘은 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서연이는 몰라도 유정이는 내 방 안을 보면 실망을 많이 할 게 뻔한데.


"아까.. 문 안 잠근거야?"
"미안. 오빠가 얼굴이 뼈만 남은걸 보고 너무 놀라서 문 잠그는 거 깜빡 잊었어."
"뼈만 남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해골이잖아.."
"그런 얘기 하지 말라니까, 오빠."


결국 윤화가 도와줘서 작년 운동회 반티인 앞뒤티로 겨우 갈아입긴 했다.


"이게.. 윤민이 어렸을 적 사진이구나. 귀여워.."
"미니는 그때부터 귀여웠어."


서연이랑 유정이 얘들은 내 방에서 도대체 뭘 하는거지. 가서 보고 싶긴 한데 지금 내 몸이 몸 상태가 아니니.


"서연언니. 오빠 옷 다 갈아입었어."


윤화가 말하자마자, 서연이랑 유정이가 같이 나왔다. 그런데 저 둘. 아까전엔 몰랐는데 평소랑은 뭔가 달라. 학교에서는 서로 죽일 듯 한 애들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스파크가 튀는 모습이 안 보여. 둘이 같이 오게 된 것도 이상하고.


"서연이랑 유정이.. 어떻게 같이 오게 된거야?"
"아까 미니가 학교에서 기절했을 때, 얘가 그 이상한 기자랑 같이 미니를 양호실로 데리고 갔었어."
"어쩐지.. 눈 떠보니 양호실이었더라."


유정이랑 박찬녀석인건가. 그놈은 또 웬일로 나를 도와준거지.


"그리고 미니 조퇴하고 나서.. 점심시간에 유아름인가 뭔가 하는 그 이상한 선배가 미니를 찾았어."


뭐야. 아름선배는 또 언제 우리 반 교실에 온거야. 내가 학교에 있었으면 또 꼼짝없이 아름선배한테 끌려갔었다는 거잖아.


"아름선배.. 내가 없을때 온게.. 다행이군."
"그래서 민군이 조퇴했다고 했더니, 그 선배가 갑자기 '절망했다! 윤민이가 조퇴하는 걸 막지 않은 윤민이의 친구들에 절망했다!' 이렇게 소리를 질렀어."
"...그 선배는 정말 답이 안나와."
"그런데, 얘가 그 아름선배한테 다가가서, '윤민이는 선배같은 사람 때문에 지금 많이 아프다구요. 더 이상 윤민이를 아프게 하면.. 저, 울어버릴 거예요.' 이런 얘기를 했던거같아, 아마."


서연이가 얘기하는 중에, 옆에서 유정이도 거들었다.


"전부터 윤민이를 괴롭히는 그 선배.. 차마 눈 뜨고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심한 말들을 했어. 그 선배, 앞으로 윤민이 안 건드린다는 얘기를 하고 갔으니까.. 다행이야."
"고마워.. 유정아."


정말 이런 애가 내 짝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무서워지려고 한다. 유정이도 전학 온 뒤로 학교에서 유명인이 되었다지만, 아름선배는 이미 내가 입학할때부터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인물인데, 그런 아름선배를 쫓아내다니. 아름선배. 지켜주진 못했지만 미안하진 않아요. 다 선배가 자초한 일인걸.


"그래서, 나도 얘한테 약간 마음에 드는 점이 생겼어. 미니를 정말로 지켜주고 싶은 것 같아."
"그 말대로야, 윤민아."


그래서 서연이랑 유정이가 오늘따라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스파크가 튀지 않는 것이었군. 그나마 둘이 사이가 좋아진 건 다행인 일이려나.


"미니가 걱정되어서.. 학교 끝나고 바로 미니네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얘가 따라오겠다고 한거야. 얘도.. 민군을 걱정하는 것 같아서 그냥 얘랑 같이 왔어."
"나도.. 지금까지 서연이한테 편견을 너무 심하게 가졌나봐."


요새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 내 주변에서, 그래도 이렇게 훈훈한 일이라도 생기니까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오빠. 지금 죽 끓이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뭐?!"


서연이가 나랑 얘기하고 있는 사이, 윤화는 어느새 부엌으로 가서 가스렌지를 만지고 있었다. 불난 집에 선풍기를 트는건가.


"주윤화. 미니를.. 죽일 셈이야?"
"오빠가.. 죽을리가 없잖아. 서연언니."
"미니는 지금 환자라구. 환자한테 이상한 거 먹이면 병이 더 악화되는거야."
"언니, 나.. 이상한 거는 안만들고 있는데."
"비켜. 차라리 내가 하는게 좋겠어."


역시 서연이가 집에 있으면 윤화가 부엌에 가긴 힘들지. 지금 이 시점에서 윤화가 만든 것을 먹는다는 것은 곧 내가 삼도천을 건넌다는 소리랑 같고.


"이런 게 아니라, 우리가 각각 요리를 준비할테니까, 윤민이가 먹은 다음 어떤게 맛있는가 대결해보는 건 어떨까."
"미니라면.. 누가 만든 걸 좋아할까. 이런것도 기대되네."


내 경험으로 서연이는 윤화보다는 200억배 나았고, 유정이가 만든 건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지만 윤화보다는 나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언니들, 재료는 어떡할까요."
"그냥 우리 셋 다 가서 같이 사는거 어떨까."
"그래. 각기 어떤 걸로 대결할까 가서 정하자."


결국 셋이 요리대결을 시작하려는건가. 뭐 나는 윤화것만 아니면 뭐든지 환영이다. 동생을 저렇게 매몰차게 생각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윤화가 만든 요리를 직접 먹어보면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르지는 않겠지.


"오빠, 언니들하고 식재료 사러 갔다올께."
"응.. 잘 다녀와."


여자애들은 식재료를 산답시고 다 나갔다. 다시 라디오나 들어볼까. 지금 나오는 노래가 아마 일본밴드 엘레가든(Ellegarden)의 Perfect Days던가.


There's nothing in our hands
우리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어.
How can it be such a big deal
하지만 그게 큰 일이겠어?
As you said this is not a perfect day
너가 말했듯이, 오늘은 완벽한 날이 아냐.


Our lives are on the edge
우리의 삶은 위기에 있어.
Don't say better off alone though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이 나을거라고 말하지 마.
As you said this is not a perfect day
너가 말했듯이, 오늘은 완벽한 날이 아냐.
But it's from the start, isn't it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잖아. 그렇지 않아?


그나마 편안한 노래를 듣고 있으니까 처음보다는 편안해진 것 같다. 하긴 나도 고등학교 입학 처음부터, 아니, 예비소집일부터 '완벽한 날'과는 거리가 멀지. 고등학교 수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건 절대 수업때문이 아니니까.


여자애들이 돌아올 때까지 다시 눈이나 붙여볼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겨우 잠이 들려고 할 때,


"다녀왔어, 오빠."


윤화, 서연이, 유정이 세 명은 식재료들을 가득 들고 돌아왔다. 이것들로 도대체 뭘 하려는거야.


"민군. 우리가 요리를 하나씩 할 테니까 어떤 게 가장 맛있나 알려줘."


세명의 요리가 각각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윤화것은 먹을만한 게 아니다에 절대로 올인하고 싶다.


"남의 집 가스렌지에서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언니들."


윤화야. 너부터 이상한 거 만들지 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도마에서 칼질하는 소리라던가 가스렌지 소리라던가 들리는데. 지금 이건 학교 기술가정 시간이 아니긴 하지만.. 웬지 많이 불안하다.


그리고 세명 모두 웃으면서 자기가 만든 요리가 들어있는 접시를 들고 오는데..


"다 만들었어. 민군."
"언니들이랑 나랑 만든 것들 중에.."
"어떤게 더 맛있나 먹어봐."


이게 묘하게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세개 다 맛있게 생겼는데.. 우선 누구 것부터 맛을 봐야 하나.


윤화가 만든 건 참치마요 샌드위치. 어째 편의점에서 엄청 흔하게 보는 메뉴 중에 하나지만..윤화가 만들어서 그런가 별로 기대는 되지 않는다.


서연이가 만든 건 떡볶이. 가끔 서연이네 놀러갔을 때 얻어먹어 본 적은 있다.


그리고 유정이가 만든건.. 오호. 치즈스틱이네.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번인가 먹어보고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과연 누구꺼가 맛있을까.


포크를 잡고 우선 서연이꺼부터 낼름.


역시 서연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와. 먹을 만 하네. 서연아, 고마워."
"미니는 나밖에.. 없는거 맞지?"


그리고 유정이가 만든 치즈스틱.


그 때 그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먹은 치즈스틱 맛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맛있네. 서연이의 떡볶이가 '친숙한' 느낌이라면, 이쪽은 '처음 접했는데 괜찮다'는 느낌일까나.


"유정이.. 이런것도 꽤 하나봐?"
"불안했는데 윤민이가 알아주니.. 고마워."


마지막으로 윤화가 만든 참치마요 샌드위치. 설마 샌드위치 정도는 그냥 재료만 배합하는 거니까 어느정도 기본빵은 하겠지.


역시. 내가 지금까지 윤화한테 가졌던 편견은..


..


..계속 갖고있을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샌드위치마저도 맛이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윤화랑 결혼할 남자가 누군지 몰라도 정말 걱정이 된다.


"오빠. 이번껀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는데~ 맛있어?"
"..."
"오빠.. 왜 표정이 안 좋아?"
"..."


뭐라 할 수 있는 맛이 아니니까 그런건 당연하지. 서연이랑 유정이 중 누구것을 찍어야 하나.. 이거 고민인데. 그래도 결정은 해야 하니, 말해볼까.


"서연이랑 유정이 둘 다 괜찮았는데.. 그 중에서 굳이 고르라면 서연이꺼랄까."
"우와! 역시 민군!!"
"너무해, 주윤민. 왜 내가 이런 애랑.."
"맞아. 오빠 너무해. 동생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걸.."


그럼 그렇지. 결국 또다시 폭풍이 휘몰아치는구나. 아까전에 서연이랑 유정이가 웬일로 사이가 좋아보이는게 이상했어. 정말 내가 이런 상황을 참대에 누워서 버텨야 하는건가.


"문서연.. 언젠가 이기고 말거야. 윤민이를 지켜주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나도 미니를 위해서는 지지 않아."


결국 서연이와 유정이는 다시 스파크를 튀긴 채로 돌아갔고, 집에는 다시 나랑 윤화 둘만 남게 되었다.


"오빠를 지켜주는 건.. 서연언니도, 유정언니라는 사람도, 그 수호천사도.. 그 누구도 아닌 나뿐인데.."
"윤화는 요리부터 좀.."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었고, 윤화는 자기 방에 들어가서 잠든 것 같다. 나도 이제 슬슬 눈이나 붙여볼까.. 그런데,


누군가 또 창문으로 들어오려고 하네. 저 은발에 검은 날개..가 뭔지 알겠어. 이틀 연속으로 내 꿈 속에 나타난, 바로 그 수호천사같지 않은 수호천사야.


나도 이 쯤 되면 더이상 못 참겠어. 할 말은 해야지.


"수호천사님. 도대체 뭐예요. 저 오늘 학교 조퇴까지 했단 말이예요. 이렇게 사람 기절까지 시키는 수호천사가 어딨어요."
"주윤민.. 너 오늘 너무 따진다."
"따져야죠. 저를 지켜준다는 수호천사라는게 저를 오히려 망치고 있으니. 이런 수호천사가 이 세상에 어딨어요."


그러더니, 이 수호천사라는 것은 얼굴 표정을 확 바꾸는 것이다. 여차하면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나.. 버림받았어. 수호천사 그만 할까?"
"아니예요, 천사님. 울지 마세요."
"그래, 착하네. 윤민이."


아차. 이게 아니지. 왜 눈물만 보이려고 하면 약해지는거야. 저건 분명히 수호천사가 아닌데.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이 수호천사라는 것은 또다시 내 옷을 다 벗기고 나한테..


(검열삭제)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검열삭제)


이게 정말로 수호천사가 아닌 서큐버스면 난 정말 힘이 빠져서 학교에 아예 못나갈지도 모른다.


(검열삭제)


하지만 나도 남자라는 것일까. 이럴 때는 정말 남자로서의 본능에 충실하고 싶어.


끼이이..


그런데, 문이 갑자기 왜 열리는거지.


"오빠, 무슨 일 있어?"


헉. 윤화야. 하필 이럴 때 들어오냐. 지금 나랑 수호천사랑 둘 다 알몸으로 있는 이 상태에서..


"..."
"..."


모두들 이 상황을 보고 굳어있다. 수호천사도, 윤화도.. 그리고 나까지. 지금 이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윤화랑 수호천사의 비명소리는 너무 컸다. 이건 정말 온 동네에 다 들리겠어. 이 오밤중에 이런 비명을 지를 때는 집에 도둑이나 강도, 치한이라도 들었을 때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호천사의 모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검은 날개는 서서히 작아지더니 사라겨자고, 가슴의 크기도 작아지면서 완전 절벽이 되어가고 있다. 머리는 여전히 은발이긴 하지만, 지금 이 수호천사의 모습.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아냐. 그런 애가 지금 이 밤중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리가 있겠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너.. 혹시, 변혜인?"


정말 내가 아는 그 외로운 소녀 변혜인인걸까. 학교에서는 불행을 부르는 애라면서 따돌림을 당해서 친구가 하나도 없는 그 변혜인인걸까. 그 불행을 부르는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던 걸까.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진다.


"윤민이한테 들켜.. 버렸네. 어쩔 수.. 없나."
"어떻게 된 거야. 내 꿈 속에 나타난 수호천사는.. 그리고 내가 그 수호천사 때문에 오늘 학교에서 조퇴한 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혜인이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었나보다. 무표정한 상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면서 한다는 말이..


"나는, 너희들이 흔히 '마녀'라고 부르는, 그런 존재야."


뭐?


마녀라면.. 설마 동화속에 자주 나오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저주를 건다던가, 백설공주한테 독사과를 먹인다던가, 헨젤과 그레텔을 과자집으로 유혹한다던가 하는 그 마녀?


"그.. 동화속에 나오는 그 마녀 말하는 거야?"
"맞아. 이야기 속에서는 제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하지만 내가 알기로 분명 '마녀'는 보통 마귀할멈들인데 말이지. 그리고 중세 유럽때 마녀사냥이라는 명목으로 여자들을 많이 화형에 처했고. 그게 분명히 정말 마녀가 아니라 사실 권력의 희생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마녀'가 실제로 존재한단 말야? 그것도 그 어디에서도 아닌 내 앞에?


"다 들려, 주윤민. 너 이상한 생각 많이 한다?"
"헉.."


무섭다. 내가 무심코 한 혼잣말도 혜인이 얘가 다 들었단 말인가.


- 다음회에 계속 -


네. 이번 회는 웬일로 사이가 좋아지나 했더니 결국 또다시 스파크를 튀겨버린 서연과 유정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 드디어 수호천사의 정체가 드러났는데, 그 정체는 다름아닌 '불행을 부르는 소녀' 변혜인이죠.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마녀'라는 충격발언(?)을 하는데, 이미 보통 고교생의 일상은 한참 벗어난 윤민군의 일상. 앞으로 어떤 식으로 돌아갈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쓰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은, 윤민이 하렘에 둘러쌓인게 도대체 '부러운지 불쌍한지 모르게'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분명히 미소녀들한테 둘러쌓인 윤민은 부럽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스파크가 튀는 여자애들 사이에 있느라 불쌍하기도 하니.


참고로 제가 필리핀에 있을 때도 모 위키를 수정하긴 했지만, 절대로 이 글에 나오는 대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까지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