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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2008.08.14 23:52

LiTaNia 조회 수:902 추천:1

extra_vars1 수업보다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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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례시간의 선생님 말씀 이후로 이제 내 옆자리에는 서연이가 아닌 유정이가 있다. 유정이는 나쁜 애는 아닌것 같은데, 항상 옆에 있는 서연이가 아닌 다른 애가 앉아있으니까 느낌이 이상해진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윤민아, 왜?"
"아무것도 아냐.. 어젯밤에 별로 잠 못잤나봐."


이미 학교 수업은 내 눈과 귀에 잘 안들어오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일주일밖에 안지났는데 도대체 왜 이런 몇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을 당하냐구.


"역시 윤민이, 많이 아픈가봐."
"아냐.. 괜찮아"


마침 쉬는시간도 되고 했으니, 화장실에 잠깐 갔다 와야지. 그런데 화장실 입구에 뭐라고 써있는 거지.


'2층 화장실 고장. 1층 화장실을 이용하세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거냐. 뭐 어제 하교길같지는 않다고 해도 오늘마저 이러면 좀 너무하잖아. 에이. 1층이나 가야지.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기는 귀찮은데.


1층에서 대충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여기.. 웬일?"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혜인이랑 바로 마주쳤다. 시큰둥해 보이는 표정은 여전한데.


"위층 화장실이 고장나서.."
"윤민이.. 맞지? 내가.. 말했잖아. 나랑 친해지려고 하면, 윤민이한테도 안좋을거라구."


가만. 어제 하교길에 있었던 그 이상한 일들이 설마? 생각해보니 자칭기자놈도 혜인이가 '불행을 부르는 애'라고 말했었지.


에이, 아닐거야. 단순한 우연의 일치겠지. 까마귀가 날아가서 배가 떨어지니까 까마귀가 오해를 사는 격이랄까.


"혜인이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는 없잖아. 단지 우연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해? 나만 아니었어도 윤민이가 이렇지는.. 않을텐데."


혜인이가 친구가 없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 사람을 피하는 것은 혜인이한테도 안 좋을텐데.


"혜인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 그런 생각이 혜인이를 외롭게 만들 뿐이니까."


혜인이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다만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 별다르게 할 얘기도 없고 이제 다시 교실로 가 볼까.


"그럼, 나 이제 올라가볼께. 나중에 봐."


여전히 말이 없는 혜인이한테 인사하고 가려고 하는데, 혜인이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나한테 하는 말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후회하지만.. 말아줘."


고생은 하겠지만, 혜인이가 밝아진다면 좋은 결과 아닐까. 그리고 난 이미 아름선배같은 분 때문에 입학하자마자 고생을 하긴 했지.


"걱정마."


이제 볼 일도 다 봤으니 우리반 교실로 올라가야지. 그런데,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누군가가 날 따라오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막 든다.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뭔가 소리가 들려.


에이. 기분탓이려나. 그냥 교실로 들어가야지. 그런데 서연이 표정이 왜 저렇게 안좋아보이지.


"민군. 나 오늘 기분 많이 안좋아. 선생님 정말 이해가 안돼. 날 미니랑 떨어뜨리다니. 미니도 이런거 싫지?"
"나도.. 서연이랑 같이 못앉는게, 좋을리가 없잖아."
"그치? 미니도 그 요상한 애랑 같이 있는게 싫지?"


서연이한테 맞장구를 쳐야 하는 상황인데, 말을 잘못했다가 유정이한테도 찍혀버릴 것 같아서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수업종이 쳤다. 수업종이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수업이나 계속 들어야지.


"윤민이.. 나 모르게, 이상한거 한 건 아니지?"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이 층 화장실이 고장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뿐."
"나, 일부러 윤민이 보려고 전학온거니까, 나한테 한눈팔면 안돼. 혹시라도 다른 애한테 관심가지면.."
"걱정마."


말은 이렇게 했지만, 지금 걱정이 안 될 상황은 아니잖아. 지금 내 짝으로 있는게 유정이라서 어쩔 수 없이 대답하긴 했지만, 뒷일이 솔직히 걱정이 된다.


에이, 수업에나 집중하는데 노력해야지.


"윤민이도, 공부를 잘 하나봐?"
"하고싶은데 어려워.."


언제 한번 모르는거 유정이한테 물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웬지 유정이한테는 물어보기가 부담이 된다.


어느덧 점심시간. 오늘도 유정이는 점심은 안 먹는다고 했으니 서연이랑 함께 학교식당으로 가야지.


"그나마 그 요상한 애가 식당에는 안 가는게 다행이야. 민군."
"그..런가? 점심 안먹는게 걱정스럽던데."
"적어도 점심시간에는, 미니랑 나랑 같이 있는거 방해 못하잖아."
"그렇게.. 되나?"


도대체 서연이랑 유정이가 왜 서로 싫어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로 다들 친하게 지낼수는 없는걸까. 둘이 왜 이렇게 심하게 안맞지.


에이. 신경쓰지 말고 밥이나 먹어야지.


"어이, 박찬. 고등학교 생활이 원래 이렇게 힘든건가?"
"글쎄. 윤민 네녀석만 힘든것 같은데. 어떻게 선택받았는지는 몰라도."
"그러니까 왜 하필 나냐구."
"이 미래의 명기자 박찬께서는 이런 것을 미리 포착하지!"


옆에 있는 서연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입을 뻥긋거려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게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아마.


'민군. 저런 애랑 놀지 마. 쟤도 기분나빠.'


뭐 나도 눈치가 있으니 이런 상황은 볼 줄 알지. 그런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서연이가 고등학교 들어와서 많이 민감해진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 그렇다고 이 자칭기자 박찬놈이 좋은 놈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 이녀석은 누가 봐도 스토커고.


밥을 다 먹고 교실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누군지 몰라도 힘은 무지 세네. 누구야?


"누구.. 으와와와왓!"


누가 날 끌고 가는지 깨달은 순간 이미 늦었다. 지금 나는 아름선배한테 어딘지 모를 곳으로 끌려가고 있다. 도대체 이 작은 몸집에 이런 힘은 어떻게 나오는거야.


"선배, 어디 가시는 거예요!"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아름선배와 함께 한참을 달려다가다 멈춘 곳은 학교 위층에 있는 강당. 일반적으로 여기는 학교 행사나 졸업식 같은거 아니면 올 일이 없지 않나. 아차, 작년에 여기 축제 와봤을때도 생각해보니 밴드부 공연 여기서 했구나.


"아름선배, 강당에는 왜 데리고 오신거예요.."
"윤민이는, 그럼, 이 누나가 싫은거야?"


아름선배는 꼭 뭐라고 말하면 저렇게 삐지려고 그래. 그렇게 울 듯한 표정을 지어도 안 불쌍해보여요, 선배.


"그건 아닌데요, 왜 저를 여기로 데리고 오신거예요."
"윤민이네 교실로 가면 그 윤민이 상회입찰했다는 무서운 여자애 때문에 겁나서."


생각해보니 그 때 유정이가 한 말 때문에 아름선배가 확실히 겁먹어보였지.


"그 때 왜 겁먹으신거예요."
"나한테.. 그런식으로 말한 애가 처음이라."
"고작 그거였나요, 아름선배.."


그럼 그렇지. 아름선배도 언젠가 한번은 쓴맛이라는 것을 봐야 하지. 생각해보니 아름선배한테 할 얘기가 있었지.


"아름선배. 여쭤볼 게 있어요."
"어떤건데? 막 무서운거 아니지?"


아름선배, 제가 아름선배같은 사람일 리가 없잖아요.


"혹시 요염한 조공명인가 뭔가 하는 사람 아세요?"


아름선배,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네. 내가 하면 안될 얘기를 한건가.


"아, 조공명 아저씨?"


뭐야. 아저씨라니. 그나저나 그 조공명이라는 막장을 아름선배도 알고 있다는건가.


"그럼 아름선배도, 그 조공명인가 뭔가랑 같이 놀았다는 거예요?"
"한때 같이 놀았어. 하지만 지금은 그 조공명아저씨 따위는 취급 안해."
"왜요?"
"그 아저씨랑 놀면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있었어. 조공명아저씨 주변 사람들이 서로 막 친하긴 한데 어느순간 그 아저씨하고 멀어져서 서로 싸우질 않나.. 조공명아저씨는 '로리든 누님이든 상관없다' 라고 하면서 정말 별의별 여자애들을 다 건드리지 않나,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가장 큰 이유가 뭐예요?"


역시,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조공명이 괜히 욕을 얻어먹는게 아니었어. 그런 조공명하고 한때 같이 놀았다는 아름선배. 어쩌면 아름선배니까 가능한게 아닐까.


"재미없거든. 나한테는 윤민이가 훨씬 재미있어."


도대체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은 그 막장 조공명이랑 안 논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조공명보다 내가 더 재미있다는 얘기는 도대체 뭐야.


"선배는 저랑 노는게 그렇게 좋아요?"
"응. 애들이 내 얘기는 어떻게 들었는지 다 나를 피해서 심심해."
"선배, 저 솔직히 요새 많이 힘들어요. 애들이 서로 사이가 안좋아요."
"어떻게 안좋은거야? 막 궁금해지려고 해 윤민아."


정말 누가 이 사람을 선배로 보겠어. 생긴것이나 하는 짓이 나보다도 어려보이는데.


"지난주에 유정이가 전학왔는데, 걔가 제 소꿉친구 서연이랑 사이 엄청 안좋아요. 둘이 보면 눈에서 스파크가 튀는게 막 보이고, 선생님은 제 옆에 원래 서연이가 있었는데 서연이랑 유정이랑 자리를 바꾸고.. 덕분에 막 부담스럽고, 서연이도 요새 막 민감해진 것 같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살다살다 아름선배같은 사람한테 고민상담을 해보기도 하네. 물론 제대로 된 고민상담은 전혀 기대하지 않지만.


"역시, 윤민이는 재밌어.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나봐."
"전 심각하다구요."
"그래도, 이 누나랑 계속 놀아주는거지?"
"글쎄요."


이런 사람하고 고민상담이 제대로 될 것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내려가야지.


"윤민이, 혹시 아까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았어?"
"어떻게.. 아셨어요?"
"윤민이 뭐하나 궁금해서 윤민이 눈에 안 띄게 한번 1학년 교실로 내려가봤어."
"...그럼 그게 선배였어요?!"


괜히 아름선배가 유일고의 요주의 인물로 찍힌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그런 요주의 인물인 아름선배한테 찍힌 내 학교생활도 참 암담하고.. 아니, 꼭 아름선배때문이 아니더라도 학교생활이 불안하긴 하네.


"다음에도 이 누나랑 놀아줘야 해!"
"...알았어요, 선배."


헤어지는 와중에도 어째 제 버릇은 개 못주는구나. 아름선배. 그러니까 왜 하필 저냐구요. 아름선배가 몸집은 작은데 힘은 또 왜 이렇게 센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선배라도 덩치 큰 이종격투기선수 최용만을 끌고가는건 무리겠지?


에이. 교실로 가야지.. 라고 하려던 참에. 교실 입구에는 유정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윤민아. 아까전에 혹시 누가 윤민이 끌고가지 않았어?"
"어.. 떻게 알았어?"
"다 봤어. 그 아름선배인가 하는 그사람이 끌고간거, 맞지?"
"맞아. 정신차려보니까 아름선배가 날 강당으로 끌고갔어."
"그 선배같지도 않은 선배.. 아직 정신을 못차렸네. 나, 누가 윤민이 괴롭히는거, 못참아. 윤민이는 날 구해줬고, 나도 윤민이를 구해줘야 해."
"유정아, 참아.."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을 못들었던지, 유정이는 계단쪽으로 가버렸다. 정말로 아름선배한테 가려는건가. 나도 아름선배가 몇반인지 모르는데.


서연이는 또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에이. 모자란 잠이나 보충해야지. 피곤하기도 하고. 요새 이렇게 편히 쉬어본지가 언제더냐. 집에서도 요새 윤화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


그런데 이 예비종은 도대체 왜 이렇게 빨리 치는거냐. 나 얼마 쉬지도 못한 것 같은데 벌써 점심시간이 끝나가는건가.


"미니야, 선생님.. 정말 너무해."
"어디 갔다온거야, 서연아?"
"교무실에.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미니 떨어뜨려놓은게 억울해서. 그런데 자리 다시 못바꾼대."
"뭐.. 어쩔 수 없지."


서연이의 표정은 확실히 분해보였다. 서연이가 저렇게 민감해진 것에는 아마 주변환경 탓이 크겠지.


그리고 얼마 안지나서 들어온 유정이.


"아름선배인가 뭔가.. 도대체 몇반에 있는거야. 못찾았어."
"정말 아름선배 찾으러 2학년 교실 돌아다닌거야?"
"응. 그 선배가 윤민이 자꾸 괴롭히잖아. 아무리 선배라도, 아무 이유 없이 윤민이 괴롭히는걸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


아무 이유도 없는건 아니지. 그냥 아름선배가 '나랑 노는게 재미있다'라는 이유로 자꾸 붙으려고 했을 뿐이니까. 그런데 유정이 때문에 아름선배가 이 쪽으로 오는 빈도는 줄었지만, 문제는 유정이도 무섭다는 것이랄까.


"윤민아, 왜? 뭐 무서운거 봤어?"
"아냐.. 아무것도."


뭐, 하지만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지금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바로 수업종이 들리네. 이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고등학교 수업에 적응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벌어지는 지금 이 '상황'들에 적응하는게 문제다. 고등학교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그 다음 일이겠지. 지금은 정말 그 어떤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으니.


휴. 이제야 수업이 다 끝났네. 종례도 간만에 깔끔하게 끝났고. 평소같았으면 서연이랑 같이 학교 밖으로 나섰겠지만, 지금은 유정이라던가 때문에 누구랑 같이 가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에이. 오늘도 혼자 나가야하나.


"윤민아."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샌가 나랑 팔짱을 끼면서 다가온 유정이.


"앗, 갑자기 웬 팔짱?"
"내가 말했잖아. 날 지켜준게 윤민이였으니까, 윤민이를 지켜주는 건, 나라고."


유정이는 내가 보기에 나쁜 애는 아니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뭔가 너무 부담스럽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밖에 안 보일 정도로 예쁜 애다보니 학교 전체에 소문이 쫙 퍼졌고, 이런 애가 나한테 이렇게 붙으려고 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나를 이상하게 보는 애들이 학교에 늘어났어.


'저.. 예쁜 전학생이랑 팔짱을?'
'누군지 몰라도, 너는 유일고의 모든 남자들의 적이다.'
'그때 닥터피쉬 노래 신청한 주윤민인가 뭔가였던것 같은데.'


유정이 역시도 이런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유정이가 정말 무서운 것은 유정이한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다른 애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경쓰지 마, 윤민아. 난 저런 애들은 눈에 안 들어와. 내가 여기에 전학온 것도 윤민이 때문이니까."
"고..마워."


그래서인가, 유정이 앞에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언제쯤 이 안유정이라는 여자애한테 익숙해지고 있을까.


학교건물 밖으로 나가는 길에, 또다시 낯익은 애 하나를 만났다. 저 외로워보이는 모습은.. 분명히 혜인이다.


"윤민이네.. 옆의 여자애랑 사이, 좋아보여."
"그런..가?"


그런데 유정이의 시선이 왜 이렇게 아픈걸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저 초라해보이는 애.. 윤민이랑 무슨 사이야?"
"그냥.. 애가 외로운 것 같아서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런건데, 모두 친하게 지내는게.. 좋지 않아?"


내가 말하자마자 유정이의 표정이 뭔가 바뀐 것이 티가 난다. 내가 뭔가 잘못 말한건가.


"윤민이는, 여자애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구나."
"내가 가까이하는 여자애가.. 내 동생이랑, 서연이밖에 없었으니까."
"걱정마. 나중에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도대체 뭘 가르쳐준다는거야. 이러니까 유정이한테 적응하기 힘들다.


뭐 그런 이유로 지금 유정이랑 같이 집에 가는 중이다. 그런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아. 유정이한테 적응되면 나아지려나.


"유정이는.. 집이 어디야?"
"우리집? 여기서 가깝긴 한데.. 그렇지 않아도 윤민이 한번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초대..라구요? 이건 또 뭡니까. 같은 여자애지만 윤화나 서연이랑은 완전히 다를것 같은 유정이. 기대는 되지만 웬지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런데.. 마침 이 때 내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들리네. 지금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 있긴 한건가.


'내가~ 너의~ 별이 되어~♬'


이 벨소리는.. 윤화다. 윤화 도대체 무슨 일로 전화하는거지.


"어, 윤화야."
"오빠, 학교 끝났어?"
"어. 방금 끝났어. 그런데 왜?"
"어디 가지 말고 빨리 집에 와. 컴퓨터가 갑자기 안돼."
"뭐? 알았어. 빨리 갈께"


윤화 얘 뭘 잘못 만진거야. 갑자기 컴퓨터가 또 왜 안되는거지. 늦게 갔다가 또 나한테 이상한짓 할 게 뻔하니까 어서 가야지.


"윤민아, 방금 전화 누구한테 온거야?"
"동생. 지금 동생이 컴퓨터 뭐 잘못만졌는지 컴퓨터가 안된다고 해서 급히 가봐야 해. 내일 봐. 미안."
"윤민아!"


유정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도 컴퓨터는 써야 한다구. 뭐 지금은 상황때문에 집 컴퓨터는 거의 윤화한테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우리집 쪽으로 방향을 틀고 뛰어가야지.


집에 도착해보니, 윤화랑 희정이가 컴퓨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컴퓨터에는 '닥쳐바이러스 - 악성코드 2000개 발견' 이라는 화면이 떠 있었다. 그런데 희정이 얼굴 색이 왜 저렇지.


"다녀왔어. 도대체 무슨 문제야."
"안녕하세요, 윤민오빠.."
"희정이도 오랜만이네."
"오빠. 갑자기 닥쳐바이러스인가 뭔가가 깔리고 악성코드 2000개 발견했다며 제거하려면 돈달래."


또 이짓인가. 이런 식으로 컴맹들의 돈을 뜯어내는 프로그램이 요새 너무 판친다. 자기들이 악성코드라는 생각은 안해봤는가.


"이거 네버에서 PC크림 받으면 다 지워져."


그리고 네버에 들어가서 무료 백신 프로그램 'PC크림'을 설치한 뒤 악성코드 검색을 해보니, 방금 그 '닥쳐바이러스'와 함께 200개 정도가 악성코드로 잡혔다.


"어쩐지 요새 컴퓨터가 느리더라."
"요새 사이트에 잘못 들어가면 악성코드같은거 막 깔려."
"오빠, 고마워. 그 보답으로 방금전에 만든 수제 카스테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희정이가 얼굴색이 바뀌어 이는 것 뿐 아니라 표정이 상당히 안 좋네. 나한테 먹지 말라고 하는듯한 표정이 제대로 눈에 띄어.


"윤화야, 설마 희정이한테 윤화가 만든 카스테라 먹인거야?"
"응. 그런데.. 간식먹고 싶다길래 만들어서 한 입 물더니, 표정이 왜 이렇게 바뀌는지 모르겠어."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희정아. 나랑 서연이야 이미 윤화가 만든 요리에 면역이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희정이로서는 첫 경험이겠지.


"언니는.. 노래를 못하는데.. 윤화는.. 요리를.. 못한다는거 처음 알았어요.."
"희연선배가.. 노래 못해?"
"네.. 호진오빠도 언니 노래 처음에 듣고 심하게 놀랬나봐요. 그 때 저랑 언니랑 호진오빠랑 셋이 같이 노래방에 갔었는데."


희연선배가 노래를 못한다는 거, 처음 알았네. 역시 사람마다 한가지씩 약점은 있는거구나. 뭐 희연선배는 이미 우리학교 내에서 전설이니.


"윤화야."
"오빠, 왜?"
"희정이한테는 윤화 요리 못하는거 안가르쳐줬어?"
"가르쳐주는걸 잊어버렸어.. 희정아, 미안해."
"아냐.. 실수할 수도 있는거지."


앞으로 희정이가 여기서 간식을 먹을 일은 없을것 같다. 제대로 크게 당했으니.


'딩동'.


지금 이 시간에 집에 찾아올 사람이 있었나.


"누구세요?"
"나야."


여자애 목소리가 들린것 같긴 한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같긴 한데 서연이는 아니다. 누구였더라.. 생각하고 있다보니.


"윤민아. 나야, 유정이."


- 다음회에 계속 -


네. 어쩌다보니 막히는 부분이 많아서 이번 회 연재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혜인이랑 또다시 만났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윤민이는 아름선배한테 끌려가서 조공명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듣고, 유정이는 윤민이랑 집에 가려고 하는데 윤화가 적절한(?) 타이밍에 전화를 해서 끊기고. 희정이한테도 참사를 저질러버린 윤화. 그 와중에 윤민이네 집에 찾아온 유정이. 도대체 왜 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