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2008.06.29 00:19

LiTaNia 조회 수:1003

extra_vars1 4. 답이 안나온다. 
extra_vars2
extra_vars3 127490-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다들 어제 그 수행평가 때문에 불만인가보다. 도대체 왜 책을 빨리 안들여놓냐는 식으로. 학교 앞 문구점이랑 동네 서점에서 책이 품절이라서 들여놓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도대체 왜 그렇게 구하기도 쉽지 않은 책을 수행평가로 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나는 자칭기자 박찬 녀석때문에 쉽게 구하긴 했지만.


오전 수업시간은 끝나고, 이번에는 다행히도 박찬 녀석이 다른 일이 생겨서 나를 따라가지는 않네.


"미니야. 오늘은 다행이야."
"응?"
"그 이상한 꼬리 하나가 안붙어서."
"맞아."


하긴 박찬녀석같은 스토커를 좋아할 여자는 없지. 도대체 언제까지 자기 이미지 망쳐가면서 정보검색을 하겠다는거야. 지금 21세기가 정보화 시대라지만.


"1학년 6반에 재학중인 주윤민 학생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한테는 동생이 있는데요. 제 동생이 FT노래만 너무 좋아해요. 그 밴드같지도 않은 밴드가 도대체 어디가 좋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컴퓨터만 쳤다 하면 맨날 FT 팬카페예요. 동생때문에 FT가 막 질려요. 노래 하나 신청할께요. 라는 사연을 신청하셨는데요. 동생 때문에 고생 많이 하시는것 같네요. 신청하신 곡인.."


일단 내 사연이 나오는건 좋은데, 문제는 내가 신청한 곡이 뭔지 알면 모두들 뒤집어지겠지.


"...닥터피쉬의 8집 타이틀곡인 '난 항상 여기에 있는데 뭘 그리 서두르나 이사람아'를 틀어드려야 하는데요. 닥터피쉬 음반이 대형 음반매장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서 그냥 제가 직접 불러드리겠습니다. 붐치기 붐치기 착착착 붐치기 착착착 우라우라우라우라 옘~ 난 항상~♬ 여기에~♬ 있는데~♬ 뭘 그리~♬ 서두르나~♬ 이사람아~♬"


...멋지다. 이 선배. 그렇다고 그 노래를 직접 부르는건 뭔가. 게다가 닥터피쉬의 응원구호까지 알고있다니. 지금 식당에서는 다들 자지러지고 난리났다. 내가 그 주윤민이라는 것을 다른 애들이 몰라야 하는데 말이지.


"민군."
"응?"
"실망..이야. 노래 뭐 신청했나 기대했는데, 닥터피쉬노래가 뭐야."


그러니까 윤화가 자꾸 FT 팬카페에만 들어가지 않았어도 내가 이러진 않았을거 아냐. 이 학교에는 FT팬들 많으려나. 만약 FT팬들이 많다면, 그리고 내가 아까 사연을 보낸 그 '주윤민'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 교실에 들어가는대로 난리가 나겠지. 요새 스타 극성팬들이 좀 무서운게 아니라.


"서연아, 미안. 나중엔 좀 제대로 신청해볼께."
"나도 민군이 들을 노래 신청해도 되지?"
"응. 나중에 한번 신청해봐. 무슨 노래일까나."
"고마워. 미니는 언제 봐도 착해."


그런데 서연이가 어떤 노래를 신청한다는걸까. 뭐 들어봐야 아는 거니까.


아니나 다를까. 밥을 다 먹고 교실에 도착해보니..


"주윤민이 누구야!"
"개콘빠 주제에 감히 우리 FT오빠들을 욕해?"
"어서 나와, 주윤민!"
"닥터피쉬같은 코미디언하고 세계 최고의 락밴드 FT오빠들하고 감히 비교해?"


...이미 우리 반 교실에는 FT의 팬들이 진을 쳤다. 이거 완전히 영화 '바지의 제왕' 에서 오크 군사들이 진을 친 모습인데. 다행히도 다들 모르는 애들이라 이름만 안 말하면 걸리지는 않겠지. 엎드려서 밀린 잠이나 잘까나. 마침 봄이 되었으니까 졸리기도 한데.


...라고 생각했더니. 누군가가 찌르는 느낌과 함께.


"윤민군! 누나 많이 보고싶었지?"


이 불길한 목소리는 도대체 누구야. 가만. 내 이름이 불렸어? FT팬들이 나를 찾으려고 진을 치고 있는 여기에서?


뭐 이렇게 나를 부를 사람은 단 하나밖에 없으니, 일단 최대한 모르는 척을 해야지.


"누구세요? 윤민이는 또 누구예요?"
"윤민군. 교복에 세글자 '주윤민'이라고 써 있잖아."


아차.


우리학교는 교복에 이름이 다 새겨져있지. 이제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네. 그런데 그렇다고 이름을 다 들리게 말하면 어떡해요.


큰일났다. 이 FT팬들..로 보이는 오크들한테 제대로 다구리당하게 생겼어.


"아름선배.. 아까 점심방송 못들으셨어요? 저 찾으려고 FT팬들이 교실에 이렇게 모인거 안 보이세요?"
"..아차!"


이봐요. 아름선배. 그걸 이제야 눈치채면 어떡해요. 지금 아름선배도 주변을 둘러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 눈에 확 보여.


"미안미안. 윤민군. 그럼 여기만 벗어나면 되는거지?"
"그게 쉽게 될까.. 앗?"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름선배는 나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뛰고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몸집에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거야. 신기해.


"아름선배.. 달리기 엄청 빠르시네요."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라."
"그런데 왜 저까지 이렇게 아름선배를 따라 도망치는거예요."
"미안해, 윤민아.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럴때만 아름선배 표정이 바뀌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면 뭐하나. 아름선배 평소 행동 때문에 전혀 아름선배를 못 믿겠는데.


"아름선배. 그렇게 불쌍한 척 하지 마세요."
"윤민이는, 내가 안불쌍해?"
"하나도 안불쌍해요."
"히잉."
"그런 표정 하나도 안어울려요. 그런데 어디로 가시는거예요?"


아름선배는 나와 함께 계단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계속 올라가는 걸까.


"옥상."
"네? 왜요?"
"거기까지 올라가면 윤민이 쫓아오는 애들을 따돌릴 수 있을것 같아서."


하긴 나를 따라온다고 하더라도 누가 옥상까지 올라가겠어. 하지만 지금 뒤를 볼 틈이 없이 아름선배한테 잡혀서 끌려가고 있는 시점이란 말이다.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연히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앗?!"


옥상에서는 누군가가 밥을 먹고 있었다. 둘이서 사이좋게. 그리고 그 사이좋은 둘은 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유일고의 전설적인 커플인, 호진선배와 희연선배. 얘기를 들어보니 희연선배는 언제나 호진선배를 위해서 도시락을 싸다준다고 하지. 그리고 그 두분이 항상 옥상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고.


그런데 아름선배는 그 옥상으로 저를 왜 데리고 왔나구요. 어휴.


"이봐, 유아름. 여기는 도대체 웬일이냐. 요새는 또 후배를 괴롭히고 있는거냐."
"누가 괴롭힌다고 그래. 윤민이랑 놀면 재미있어서 그냥 같이 논 것 뿐인데."


아름선배. 그걸 누가 믿어요. 지금 누가 봐도 아름선배는 저를 '괴롭히고' 있는 거라구요.


"잠깐.. 윤민이라면, 혹시?"
"네?"


그러고보니 이 두분하고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지. 만날 이유도 없었고.


"아까전에 방송에 닥터피쉬 노래 신청한 애 아냐? 아까 정말 웃겼는데."
"..."


희연선배마저 내 이미지를 제대로 추락시키는구나. 역시 세상엔 믿을 사람이란 없는걸까.


"신경쓰였다면 미안해."
"아니예요. 그냥 제 동생이 하도 FT를 좋아해서 해본 신청이었어요."
"동생이라.. 혹시 윤화 얘기하는거야?"
"선배도 제 동생 아세요?"
"응. 내 동생이랑 이번에 같은 반 된 애 말하는거지?"


맞다. 이제야 기억났다. 윤화의 같은 반 친구라면서 우리집에 놀러오는 희정이. 분명히 희연선배의 동생이었지.


"네. 맞아요. 희정이라는 애. 가끔 저희 집에도 놀러와요."
"사이좋게 지내. 희정이.. 마음이 많이 여린 애야."


희정이라는 애가 윤화랑 노는 것을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치, 이호진, 김희연, 주윤민. 나빴어. 나는 확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놀고."
"누가 너같은 애랑 놀고 싶겠냐, 유아름."
"맞아요, 아름선배. 저도 아름선배가 괴롭히는거, 싫어요."


뭐 이럴땐 적절히 묻어가줘야지. 호진선배가 보기에도 아름선배는 뭔가 제대로 아니었던거야.


그런데?!


"으아앙, 애들이 막 나만 따돌려.."


이봐요. 아름선배. 그렇다고 거기서 울면 어떡해요.


"그냥 무시해. 쟤 툭하면 저래."
"맞아. 나도 아름이 쟤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


호진선배랑 희연선배가 저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아름선배가 그 뒤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막 무섭다. 그런데, 이 두분 내가 가까이서 봐도 확실히 잘 어울려. '전설의 커플'이라는 칭호는 괜히 딴 거 아니구나.


그렇지 않아도 희연선배한테 궁금한거 있었는데, 한번 여쭤봐야지.


"아차, 희연선배. EZ2DJ라는 게임 엄청 잘 하신다고 얘기 들었는데.."
"나, 그렇게 잘 하는건 아냐. 그런데 애들이 나보고 엄청 잘한대."
"희연아. 루시드 하드랑 하이퍼매직 하드 깨놓고서 잘 하는거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 (주1)
"..그게 그렇게 어려웠나?"


뭔지는 몰라도, 두분의 얘기를 들어보면 희연선배가 EZ2DJ라는 게임을 '정말 잘하신'다는 것은 확실하다.


옆에서 아름선배는 계속 울고 있지만, 뭐 지금 호진선배랑 희연선배도 계시는데.


"희연아. 덕분에 오늘도 잘 먹었어."
"뭘, 호진이를 위해서 이정도는 해 줘야지."


두분은 마침 식사가 끝난듯 내려갈 준비를 하고 계신다. 나도 묻어가서 내려가야지.


"주윤민! 실망이야. 호진이같은 재미없는 애 말은 왜 듣는거야. 윤민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올라온건데."


그러니까 평소에 아름선배가 사람 그렇게 많이 괴롭히지만 않았어도 아름선배 말도 들었을거 아니예요.


그런데 아까전에 얘기하다보니까 뭔가 잊어버린게 있는 것 같은데..


아차. 맞다. FT팬들. 혹시 반에 그대로 있으려나. 그 오크들은 만나고 싶지가 않은데..


휴. 교실에 도착해보니 다행히도 다 갔나보네. 대신 반갑지 않은 꼬리 하나가 있긴 하지만.


"여어. 주윤민. 오늘은 어디에 갔다온거냐."
"아름선배한테 끌려갔다가 호진선배 희연선배 두분하고 이야기했다."
"주윤민 너도 언젠가 그 두분 부럽지 않은 전설이 될 거라고 나 박찬은 확신한다."
"너같은 녀석 때문에 한국에 카더라 통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냐. 그런데 너야말로 오늘은 어디 간거냐."
"아하. 오늘 특종감인 정보가 하나 잡혔지."


도대체 무슨 정보이기에 이녀석이 특종이라고 하는걸까.


"누군가가 우리 학교로 전학수속을 밟았다는 모양이야. 학년이라던가 반은 확인 못했는데."
"그런데 그런건 왜 알아보는거냐."
"혹시 아냐. 윤민이랑 맺어지는 전설이 될 수 있으니."
"...그게 말처럼 쉽냐. 그게 남자면 어떡하려구."
"아차."


그러니까 뭔가 정보를 알아볼 때는 좀 더 자세히 알아.. 아차, 이게 아니지.


"민군. 아까전에 이상한 애들이 우리 반에 막 왔을때 걱정 많이 했는데, 어디 갔다온거야?"


서연이가 보기에도 아까 그 FT팬들(이라고 쓰고 오크부대라고 읽는다)은 확실히 이상하게 생겼을거다 아마.


"아름선배한테 끌려갔어."
"미니.. 이번엔 운이 없나봐. 이상한 선배가 자꾸 미니 괴롭히니까."
"그러게 말야."


그래도 서연이라도 있으니까 그나마 내가 목숨은 유지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내 휴대폰 진동이 울리네?! 뭔가 문자가 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주윤민님. 로때시네마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무료 티켓 두 장이 교부됩니다'


맞다. 나 입학하기 전에 로때시네마 극장에서 뭔가 이벤트 한다고 해서 신청을 했는데, 그게 당첨되었구나.


"민군. 무슨 문자야?"
"전에 로때시네마 갔을때 신청한 거, 그거 당첨됐어. 공짜표 두장이래."
"와. 그러면 미니랑 같이 영화 볼 수 있는거야?"
"응. 윤화한테는 비밀로 하고. 토요일날 마침 놀토니까 그 때 보면 되겠다."
"영화 제목이 뭐야?"
"'점퍼'라고, 주인공이 계속 순간이동을 하는 영화라는데. 재밌을지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재밌을것 같은데. 미니는 안그런가봐?"
"일단 재미있나 없나는 한번 봐야겠지."


어쨌든 무심코 한 닥터피쉬 노래 신청때문에 완전히 갈팡질팡이 된 점심시간은 다 지나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름선배가 물먹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것일까. 그러기에 사람 좀 그만 괴롭혀요 아름선배.


오늘도 여전히 어려운 고등학교 수업은 계속 되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 수업은 때가 되니 결국 끝났다. 정말 고등학생이 되어서 맘 좀 잡고 수업을 들어야겠는데, 왜 이렇게 안되는걸까.


역시 '꿈은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걸까. 누가 좀 가르쳐 주세요. 공부 잘하는 법을요.


박찬녀석은 그 전학생에 대해서 조사한답시고 먼저 나가서 오늘은 간만에 서연이랑 같이 교실을 나서는데,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긴 머리였지만 머리결은 엄청 안좋아보이는 여자애다.


"미니야, 저 여자애, 아는애야?"
"아니.. 전혀.""민군.. 고등학생되면서 이상한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는것 같아. 걱정이 돼."
"걱정마, 서연아. 집에서 매번 윤화가 하는 식사에도 결국 적응이 되었잖아."
"걱정이 안될수가 없잖아. 그 이상한 자칭 기자라던가, 그 이상한 선배라던가.. 나 아직도 그 유아름인가 하는 그 선배가 정말 2학년 맞는지 의심이 가."


그래도 서연이가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


"오늘 책 한번 다 읽고, 내일 돌려줄께, 미니야. 책 빌려줘서 고마워."
"뭘 그런걸 가지고. 서로 돕고사는게 친구사이잖아."


그런 이유로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이 간만에 평범하게 집으로 귀가.


"그럼, 내일 봐, 민군."
"그래. 잘가, 서연아."


집에 돌아가보니, 다행히도 윤화는 오늘은 컴퓨터를 치고 있지 않다.


"다녀왔어."
"오빠.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어."
"응?"
"그때 로때시네마 갔을때 이벤트 신청한거 있잖아. 오늘 발표일이라고 했는데, 당첨됐어? 오빠랑 같이 영화보고 싶어서."


헉. 오늘이 발표일인거 얜 어떻게 알았지. 그런데 미안하지만 그 당첨된 영화표는 서연이랑 같이 쓰기로 해서, 윤화한테는 미안하지만..


"아무런 얘기가 없는걸 보니 떨어졌나봐. 역시 이런거에 당첨될 가능성이 별로 없지."
"아쉽네. 도대체 누가 당첨이 되었을까.."
"그럼 오빠 컴퓨터 좀 해도 되는거지?"
"응. 난 희정이랑 놀면 되니까."


희정이 얘는 왜 우리집으로 그렇게 자주 놀러오는지 모르겠다. 에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이나 들어가야지. 아직 다솜이는 안들어왔네. 그런데 대화창을 가득 채우는 확성기중에?!


'프레이아완소 : 매저스트레이트 비싸게 삽니다 가격은 선제시'


아이디를 보니까, 저 사람도 프레이아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매저스트레이트라면, 분명히 내가 엊그제 먹었던 50제 유니크 대검이지. 그때 다솜이도 많이 놀랬고.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들이 아이템을 살때나 팔때나 다 선제시라고들 하는걸까. 자기가 가격 말하기 귀찮은가. 그러면서 가격을 살 때 너무 싸게 말하거나 팔 때 너무 비싸게 말하면 '즐' 소리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너무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일단 보내볼까.


'매저스트레이트 팔아요 4500만에'


그러더니 이 '프레이아완소'라는 사람한테서 리플이 왔는데.


'저, 돈이 없는데 4400에는 안될까요?'


뭐 그래도 4500에서 100이 그렇게 큰 돈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 사람한테 4400만원에 넘겼다.


4400만원. 내가 이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을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큰 돈을 만져본 것은 처음이다. 이 돈으로 레어아바타를 살까. 아니면 새 캐릭터를 키우는데 쓸까..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다니.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윤화의 친구이자 희연선배의 동생인 희정이.


"윤화야, 나 왔어."
"희정아! 어서 와."
"윤화야. 그런데 너네 오빠 이름이 윤민 맞아?"
"응. 맞아. 그런데 왜?"
"오늘 학교 점심방송때 윤화네 오빠가 닥터피쉬 노래 신청한게 나갔다면서. 그게 정말이야?"


희정이 얘는 도대체 어떻게 이걸 아는 것일까. 학교에서야 모두 배꼽잡고 웃었다지만, 희정이가 아직 우리학교 다닐 나이도 아닌데.


"저.. 정말이야? 푸하하하하하핫!"


윤화마저 갑자기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하네. 솔직히 그 상황이 웃긴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심하게 웃으면 어떡해. 그것도 당사자가 두 눈을 뜨고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윤화랑 관련된 얘기를 방송에서 한 것은 희정이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만약 그거까지 알았으면 나는 지금 살아남기 힘들겠지.


"희정이라고 했지?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언니..한테요."


...희연선배. 그렇다고 그걸 동생한테 그대로 가르쳐주면 어떡해요.


"그런데, 윤민오빠는 게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응. 내가 원래 좀 이런거 좋아해."
"언니도 오락실에서 EZ2DJ같은거 엄청 잘하던데.."
"얘긴 많이 들었어. 나도 언젠가 한번 희연선배 하는거 볼까.."


그렇게 희정이랑 얘기한 사이, 다솜이가 접속했다. '주먹이웁니다' 아이디의 인파이터로.


'윤민아 안녕. 이렇게 말 트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
'아.. 주먹이웁니다.. 아니, 다솜아. 안녕.'
'아까 학교에서 닥터피쉬 노래.. 신청 왜 한거야?'
'그냥.. FT 좋아하는 동생때문에.'


도대체 왜 나를 보는 사람들마다 닥터피쉬 노래 얘기냐구.


'맞다. 오늘 나 매저스트레이트 팔았어.'
'와. 다행이네. 나도 그런 비싼거 먹고싶어.'
'다솜이도 언젠가 먹을 수 있을거야. 나보다는 훨씬 컨이 좋으니까.'
'고마워.'


그리고 다솜이랑 또다시 '유혹의 마을 아멜른' 사냥을 갔다.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들 4인파티 하는것보다 다솜이랑 이렇게 2인파티 하는것이 더 좋다. 이유는 다솜이가 나보다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인파이터라는 직업이 그렇게 좋은 직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뭐 오늘은 둘다 별다른 성과 없이 죽어라고 사냥만 돌았다. 신던전인 '츠카사의 레어'에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거기는 고렙이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지. 지금은 그냥 죽어라고 레벨 노가다나 해야 할 때.


내 피로도를 거의 다 녹이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윤화가 컴퓨터 친다고 나한테 말했다. 뭐 이 컴퓨터는 나랑 윤화가 같이 쓰는거니까, 나만 오래 붙잡고 있는건 좀 아니겠지.


나가기 전에, 일단 물어볼 거 하나는 물어보고.


'맞다, 다솜아. 혹시 작년에 학교 축제때 왔었어?'
'응.. 맞아.'
'그때 혹시 게임대회에서 우승 한번 했었어?'
'무심코 나갔는데, 내가 우승할 줄은 몰랐어. 그런데 윤민이는 어떻게 알았어?'
'우리반에 자칭 기자라는 놈이 하나 있어서 나한테 알려주더라.'


역시 그 이야기는 사실이었군. 정말 게임을 하다보면 다솜이가 학교에서의 그 조용해보이는 다솜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솜이는 '건전 앤 파이터' 게임을 잘 한다. 그러니까 게임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거짓은 아니겠지.


'그럼, 나 동생 때문에 나가볼께.'
'그래.. 학교에서 봐, 윤민아.'


뭐 결국 이런 식으로 게임 종료. 윤화야 또 뻔할 뻔자로 FT 팬카페에나 들어가겠지. 윤화가 컴퓨터를 치고 있는 동안, 윤화 옆에 있는 희정이한테 궁금한 것이 생겨서 한번 물어봤다.


"희정아, 물어볼 거 하나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희정이도 혹시 FT 좋아해?"
"아니요.. 저는 FT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옆에서 윤화는 왜 그렇게 실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거야.


얼마 뒤, 희정이는 집으로 갈 시간이 되어서 집에 간다고 한다. 윤화가 희정이한테 뭐 먹고 갈 것을 권유해봤지만 희정이는 시간이 없어서 바로 가야 한다고 나갔다. 다행이다. 희정이가 만약 윤화의 요리를 먹는다면 앞으로 여기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오빠, 무슨 생각 했어?"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윤화의 안습요리를 먹고 오늘 하루를 마감.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랑 함께 학교에 가려고 온 서연. 오늘도 평소와 똑같은 등교길.


"미니야. 아무리 장난이라도, 닥터피쉬 노래같은거, 신청하지 마. 너무 웃겨."
"...알았어."


학교에 도착한 뒤 조례시간,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시면서 언제나 평소와 같은 조례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 아, 여러분. 오늘은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다. 유정아, 들어와라."


그리고 그 '유정'이라는 전학생은 선생님을 따라 들어왔다.


"안유정이라고 합니다. 숙명여고에서 왔구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잠깐. 이 여자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맞아. 그 때 버스에서 만났던 그 여자애야. 내 기억이 맞다면 확실해. 저 긴 생머리에.. 정말 보기 드물게 '얼짱' 수준을 넘어서 '미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여자애가.. 우리 학교에, 그것도 우리반에 이렇게 전학왔단 말야?


자칭기자 박찬 녀석도 지금 제대로 굳어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유정'이라는 여자애는 소개가 끝난 뒤에 나한테 다가와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은 반이 되었네. 그 때 버스에서 나 구해준 거, 아직 잊지 않고 있어."


- 다음회에 계속 -


주1. 희연아. 루시드 하드랑 하이퍼매직 하드 깨놓고서 잘 하는거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 : 여기서의 루시드 하드랑 하이퍼매직 하드는 EZ2DJ 7th 1.5 기준. 저 두 버전이 2.0에서는 슈퍼하드로 변경. 물론 둘 다 미치도록 어려운 곡에 속한다.


14. 안유정 : 17살. 여자. 숙명여고 1학년이었다가 유일고로 전학온 소녀. 버스에서 변태한테 당하고 있다가 윤민이 구해주는데, 윤민의 묘사로는 '얼짱' 단계를 넘어서 '미녀'라고 한다. 게다가 몸매까지 고1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상당하다.


네. 여기에 나온 FT라는 가수는 절대로 실제 존재하는 특정 가수랑은 관계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특정 가수 팬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닥터피쉬 노래를 신청한 윤민 때문에 웃음바다가 된 유일고. 덕분에 윤민군은 FT 팬들한테 당할 뻔 하다가 아름이 구해(?) 줬고, 아름은 옥상으로 윤민을 데리고 갔지만 그때 마침 옥상에 있었던 호진&희연 커플 때문에 (참고로 호진은 전작 주인공, 희연은 전작 히로인) 아름만 안습이 되었지요. 그리고 당첨된 영화표로 윤화 몰래 서연과 함께 영화를 보려고 하는 윤민. 하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이 윤민의 반으로 전학을 오고, 앞으로 윤민은?


정말 작가인 제가 생각해도 부러운지 불쌍한지 모를 윤민의 학교 생활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