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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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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진연이 일어나보니 마녀는 벌써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눈가에 주름을 세다가 한숨을 쉬고, 뭔가 생각에 잠긴 마녀 모습이 낯설어 아무 말이나 걸어야겠다고 진연이 생각한 찰나였다. 마녀가 잔뜩 짜증나고 지친 얼굴로 거울에 비친 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이 날이 제일 싫어.”


“무슨 날?”


진연이 아무리 생각해도 별반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었다. 마녀는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너 자꾸 눈치 없게 굴래? 꼭 말로 해야…….”


“생리? 너 생리도 해?”


진연이 뒤늦게 알아차리고 말을 꺼내자 마녀는 어이없단 듯 쳐다보다가 자포자기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돌렸다. 새로운 사실에 놀라면서도 진연은 문득 자신이 알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잠깐만. 틀림없이 엄마도 이 때쯤이었던 거 같은데?”


마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진연은 속으로 몇 차례 헤아려보곤 지레 놀랐다.


“맙소사, 그럼 그것도.”


“그래, 다 잘난 네 엄마 탓이다. 이제 됐니?”


크게 소리친 후에 마녀는 화장대 위에 올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 모든 상황을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무슨 강박증이라도 있는지 걔는, 암튼 자기 하는 건 뭐든 나도 해야 됐다니깐. 어쩌다 윤주가 머리라도 자르게 되면 한동안 걔 눈에 안 띠게 숨어 다녔어. 옆에 있으면 분명 걔한테 잘렸을 테니까. 그래봐야 결국 며칠 못가서 붙잡혀 머리를 잘리곤 했지만.”


아무튼 대단했어. 마녀는 화장대 위에 팔을 겹쳐 머리를 기댔다. 창밖은 이미 환했고 거리 모습도 전날 해가 지기 전처럼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4, 5층 높이 건물만큼 커다란 나무들, 사람 키를 훨씬 웃자란 수풀이며 온갖 넝쿨이나 가시덤불은 온데간데없었다. 질서정연한 건물들, 아스팔트 도로며 온갖 차량들은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모두가 매우 일상적인 하루를 열고 있었다.


아침으론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10시 조금 전에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은 가까운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며 해장국 따위를 시켜 먹었다. 조금 속을 달랜 후 밖으로 나온 진연에게 마녀는 자신들이 가야 할 곳을 말했다. 근처에 있는 해발 200m 가량 산 이름을 마녀가 대자 진연이 말했다.


“10분이면 갈 거 같은데.”


“잠깐만. 지금 바로 간단 거 아니니까.”


서두르는 진연을 붙잡은 뒤 마녀는 그들이 저녁노을이 내릴 무렵 거기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연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제 갔어도 됐잖아, 그럼.”


“말 좀 들어봐, 좀.”


마녀 말에는 조금 짜증이 섞여 있었다. 진연은 뭐라고 한 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아가씨가 곁에서 눈치를 줬기 때문에 겨우 참았다. 그동안 마녀가 입을 열었다.


“거기 가는 건 일이 아냐. 내가 아는 건 그 여자가 거기 산다는 것뿐이고. 정확히 그 산 어디쯤에 있는지는 몰라.”


“대체 우리가 지금 어딜 찾아가는 건데?”


“도서관에.”


마녀는 한 마디로 대꾸했다. 진연은 허를 찔렸단 표정이었고, 아가씨는 뭔가 아는 듯 배시시 웃었다. 진연이 아가씨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인지 설명 좀 해주실래요?”


“한밤중만 고집하며 숨어 사는 여성분이 있어요. 누군진 아무도 몰라요. 아는 사람들끼리는 ‘도서관장’이라고 부르고요.”


“도서관장요?”


“그 사람이 사는 곳이 ‘이름 없는 도서관’이거든요.”


아가씨가 아는 건 그 정도였다. ‘도서관장’이란 여자가 그 산 어딘가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데, 그 집 문패엔 아무 이름이나 명칭 없이 그저 ‘도서관’이라고만 적혀 있다더라. 심지어 마녀조차 그 괴상한 인물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숲 속 어딘가에 산단 얘기는 듣긴 했어. 그것뿐이야.”


그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야트막한 산이긴 해도 골짜기며 능선 구석구석을 뒤지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해가 진 다음에도 그 ‘도서관’을 찾지 못해 밖에서 돌아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 동네 사는 누군가는 알고 있을지 몰라. 찾아다니면서 물어볼 수밖엔.”


앞장서서 가던 마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말을 끊었다. 뒤따르던 진연도, 아가씨도 그 자리에 멈춰서 마녀를 보았다. 마녀는 정면 어딘가를 쳐다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그게 여기 있어.”


아가씨 질문에 짧게 답하는 마녀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신부’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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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간 내어 올립니다. 요즘은 너무 잘쓰시는 분들이 많네요. 부족한 걸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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