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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시현이 내 영역까지 간섭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어. ‘사랑하는 딸’을 미워한 건 당연했지. 무엇보다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민, 그 여자 존재 자체를 용서할 수 없었어.


 ‘마녀’에게 제준을 설득시키도록 권한 건 나야. ‘만물관’은 고객의 불안을 위해 뭐든 제공한다는 입장이었으니까 굳이 설득할 필요는 없었지만, 정보는 조금 제공해 줬지. 세연은 ‘만물관’에 갓 찾아오기 시작한 초보 마법사였거든. ‘사랑하는 딸’을 제압하기엔 ‘코뮨’이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한 건, 그들이 최근 민감한 사건들이 급증하는 것에 특별히 불안해하는 걸 알아서였어. 원래 피에크람, 인간을 적대하는 쓰레기 야수들로부터 고립된 인간들을 구할 목적으로 마법사들이 만든 게 코뮨이니까. ‘사랑하는 딸’의 계획과 탐욕을 말해줬더니 바로 협조하더라고.


 맞아, 이 모든 이야기를 뒤에서 조종한 건 나야. 시현과 ‘사랑하는 딸’을 일찌감치 쫓아내고, 민, 그 여자를 죽이려고 말이야. 제준이란 남자만 아니었다면, 아니, ‘마녀’가 그딴 이상한 소리만 안 해줬더라면 세연이 민을 죽이고 원하는 결과대로 됐을 텐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진 않았을 텐데.


 마녀의 특기가 남 일 망쳐놓기란 걸 잊었지 뭐야.


 


 “내가 나빴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서, 윤진은 다시 한 번, 침묵하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내가 미워?”


 “네가 그렇게 물으면, ‘응, 그래.’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남자가?”


 엘페르가 선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윤진을 바라보았다.


 “결국 사상 유래 없는, 마법사들 간 전쟁을 일으킨 건 여기 앉아 계신 어수룩한 아틀라스ATLAS인가?”


 “부정 못해.”


 윤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변명 않는 그녀 태도가, 선우에겐 오히려 이상해보였다.


 “아무튼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제 염치없지만 부탁할게. 이 싸움판에 참가하지 말아 줘.”


 “안 돼.”


 엘페르는 단호하게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담한 얼굴로 올려보는 윤진에게 그녀는 말했다.


 “도서관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다, 상황이 악화되면 저지하겠어. 실력행사를 해서라도 말이지. 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어떤 식으로건 반드시 져야만 할 거야.”


 “혹시나 마음을 돌릴 생각은 없어?”


 “네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생각해 볼까.” 엘페르는 더 이상 아무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두 사람을 쏘아보듯 내려 보았다. 그 압박에 못 이겨, 두 사람은 더 이상 한 마디도 못하고 그대로 밖으로 쫓겨났다.


 한참 동안 윤진도, 선우도 말이 없었다. 어느새 밤이 아득히 깊어, 달빛조차 새어들지 않는 울창한 수목 아래 파묻힌 도시를 두 사람은 나란히 거닐었다.


 “어디로 갈 거야?”


 한참 지나 선우가 묻자, 진연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코뮨을 찾아가야지. 온건한 사람들이니까 잘 얘기하면 물러설지도 몰라.”


 “혹시 후회하고 있는 거야?”


 대답에 따라, 선우는 그녀와 더 이상 함께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의외로 그녀는 조금도 주저 없이 답했다.


 “그건 내게 있어 최선이었어. 후회할 거 같아?”


 대답을 들은 선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나.


 “나 절대 너랑 떨어지지 못하겠다.”


 너무 쉽게 고립되길 선택하는 이런 여자를 어떻게 나까지 버리겠어.


 한숨을 쉬며 선우는 이게 자기 운명인가 싶어 그녀를 보았다. 어쩐지 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윤진에게 뭐라도 한 마디 쏘아주려다, 잠깐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쩌지 못했다.


 정말이지, 이런 여잘 용케도 사랑하고 있구나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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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은 이렇게 사랑을 한다'편이 끝났습니다.


 


 본래 단조롭고 평범한 이야기였지만, 도무지 끝을 낼수가 없어서 시점을 바꾸어보았더니 이런 글이 됬네요. 바꾸기 전보다 나은 글이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얽힌 부분이 많아서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서는 실패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지막에 뭔가 한두 줄 정도 덧붙이고 싶었는데, 사족이 아니면서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네요. 이렇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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