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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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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지 않게도 그 다음날 영윤의 일과는 평소와 같았다. 전날 일은 생각할수록 섬뜩하기만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건 없었다. 평소와 같은 시간, 압착기에 쥐어 짜이듯 비좁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항상 똑같은 위치였던 제 자리를 찾아가 매일 반복해온 것처럼 그날 업무를 시작했다. 총을 든 여자, 남자의 시신, 피로 물든 눈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에서도 본 적 없었던 일처럼 잊혀져갔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최소한 영윤에게 있어선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여느 때처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복도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려는데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젠 감사했습니다."
 "아, 여은 씨. 집엔 잘 들어갔어요?"
 "예, 덕분에요."



 전날 줄곧 영윤과 친구들을 상대해준 여자 사원이었다. 웃는 얼굴에 그 매력적인 보조개가 살짝 패었다.



 "저기, 뭐라고 불러야 할지. 그게 영윤 씨라고 하면 왠지 어색해서요."
 "아, 그거요? 저도 처음엔 되게 어색하더라고요. 이름 부르는 것.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역시 그렇게 해야겠죠? 회사 규칙이라면."
 "그렇죠, 커피 드세요?"



 네, 라고 여은은 대답했다. 영윤은 커피를 뽑아 건네곤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일은 좀 어때요?"
 "아직 적응중이에요. 아, 혹시 좀 있다 엑셀 좀 봐주실 수 있어요? 자꾸 어디서 잘못됐다고 떠서."
 "그럴게요. 다른 궁금한 것도 있으면 물어보시고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걸요 뭐."



 그러고 보니, 하면서 여은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무슨 일정 같은 걸 살펴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어제 얘기하셨던 거, 시간 될 것 같긴 한데 정말 저도 끼어도 되요?"
 "어떤 거요?"



 어제 얘기란 말에 영윤은 의아해하면서도 속으로 조금 뜨끔했다. 전날 술에 취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서였다. 행여 실수로라도 이상한 소릴 지껄인 건 아닌지, 여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그저 조금 들떴을 뿐 다른 기색은 없어 보였다.


 "기억 안 나세요? 오늘 저녁, 금요일이니까 같이 또 모여서 식사하는 거요. 어제 그 멤버들만 따로."
 "아, 어제 봤던 제 친구들 얘기죠?"



 그제야 영윤은 어렴풋이 여은이 꺼낸 얘기를 기억해냈다. 전날 이곳저곳 전전하다 마지막에 들린 포장마차서 금요일 저녁에 회사 일 끝나고 다시 한 번 모이잔 얘기를 했었다. 누가 먼저 꺼낸 얘기였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애당초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거기 모인 다섯 명 모두 대뜸 그러자고 약속했었다.



 "그래도 아마 다 나오긴 어려울 거예요. 우리 부서야 이번 연말 정산 마치고 내년 업무 시작할 때까지 큰 일이 없지만, 다른 녀석들 중에는 아직 큰 업무가 남았을지도 모르고, 야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요? 조금 아쉽네요. 선배, 음…….그러니까 영윤 씨는 올 수 있죠?"



 물어오는 품이 왠지 간절해, 영윤은 다시 생각도 않고 단번에 네, 하고 잘라 말해버렸다. 여은은 빙긋 웃더니,



 "그럼 일 끝나고 만나기로 한 거예요?"



 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 손을 잡으면서 영윤은 어쩐지 지난 밤 자신이 그토록 안하던 짓만 골라 한 이유가 이 여자 탓인가 하고 떨떠름해했다. 눈앞에 웃고 있는 여은에게 영윤은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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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고 나서 짧게 올려봅니다.


가볍고 재밌는 책을 읽고 싶은데 눈에 드는 게 없네요. 그냥 아무거나 집어와 봤습니다.


감상은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