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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랜덤 버튼

2010.01.20 09:19

드로덴 조회 수:441 추천:2

extra_vars1 인스턴트 인생막장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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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을 확 뒤집어제꼈다. 어이쿠 이 자식 보게? 뭘 잘했다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해탈한 표정으로 있누? 팔자좋게 누워있는 가택칩입범의 아니꼬운 두상이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이다. 근데 어이쿠, 이 놈 보시게! 나보다도 어린 얼굴인데 키는 위너야! 제길! 


 


 "내 동생 친구라도 되냐? 너 뭐야?"


 


 "이제 왔나보네. 주인."


 


 끄으음! 내 목에서 가래끓는듯한 신음이 새나왔다. 대체 이놈은 어디의 누구시길래 요래 시건방진 말을 싸질러놓는건가! 주댕이를 걸레로 빡빡 문질러 닦아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직 묻는 말에 대답을 안했으니 참자.


 


 "되도않는 시건방은 쳐넣어라. 니 내 동생 친구라도 되냐고 묻잖아!"


 


 남은 화를 억누르는데 이 놈은 둔한건지 사람 놀리는건지 골몰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설령 이놈이 내 동생이 사귄 친구라고 해도, 세상 사는데에 잘되려면 못된 놈 착한 놈 할 것없이 다 포용해야한대도 힘으로! 주먹으로 절교시키고 만다. 위아래도 모르는 놈이랑 어울리게는 못둔다. 절대로.


 


 "음..아닌데.."


 


 "그럼 서로 가자. 당장 일어나. 화딱지 돋구지말고."


 


 "서? 뭔 서? 경찰서? 아니, 내가 왜!"


 


 "허이구, 야임마. 넌 어디 치외법권에서 살다왔냐?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면 가택침입이야 가택침입! 내가 아는 놈도 아니고 내 동생이 아는 놈도 아닌데 손님도 아니야. 설령 전자에 해당한대도 이건 니가 태연하게 굴어도 될만큼 정당한 상황이 아니거든? 근데 뭐임마? 내가 왜?"


 


 "아, 왜 날 못 알아보는건데! 여지껏 날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주고 했으면서!"


 


 "읭? 난 니같은 패륜아급 무도덕 청년을 돌봐준적 없거든?! 지금 나하고 말장난하고 놀겠단거야 뭐야. 진짜 땅에 눕고 싶냐?"


 


 아이고, 영의정 동생님. 아래층에선 웬 골빈놈하고 형이 싸우고있는데 넌 뭐하니. 홈그라운드에서 싸움이 났으면 백업 해주러 와야할것 아니냐!


 


 "진짜 미치겠네. 몇 년을 같이 살다가 모습좀 바뀌었다고 못 알아봐? 까놓고말하면 불알친구면서!"


 


 "이 집에서 같이 사는 놈이라곤 동생하고 애완동물 두마리 뿐이다. 그리고 그 두마린 사람이 아니고! 이 정신건강이 심히 우려되는 점마이 자식아. 불쌍해서 못 치겠으니까 어서 나가기나 하세요. 이런 닐 떠안고사는 부모님이 존경스럽다. 아오.."



 "나가라니까 나가긴 하겠는데..괜히 그래놓고 찾지나 마셔."


 


 "아니 그래도 이자식이! 썩 꺼지라고!"


 


 아이고 맙소사. 크리스마스의 저주가 따로 없군. 산타클로스여 저 아이에게 개념을 찾아주오. 미안하지만 그건 안되겠구나. 왜요? 아닌게아니라 개념이 필요한 애들에게 줄 개념이 하나도 없거든! 안드로메다에 관광갔다길래 데리러갔다가 내 개념까지 관광보낼뻔 했단다. 큰일나실뻔 했네요. 무사 귀환을 축하해요. 근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갔다오신거죠? 알면 다쳐. 이 세상은 산타세계의 문명을 감당해낼 준비가 아직 되지않았어. 산타세계도 있었군요! 헛, 넌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죽어라!


 


 상황극 3 종료.


 때마침 소파 옆에 효자손이 떨어져있길래 집어들었더니, 가택침입범께서는 분위기 파악을 인제 했는지 총알같이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나갔구나. 이휴. 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원.. 밑에서 이 지랄을 했는데도 안내려오는걸 보면 동생님께서는 또 방콕중인가보다. 저번처럼 또 헤드폰끼고 문잠그고 하고있으면.. 그땐 하드디스크를 철물점에 팔아치울테다. 응징을 위한 행진을 하려는 찰나, 문득 집에 다른 누군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생각해보니 저런 어린 놈이 3중 보안 시스템이 작동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단건 말이 안된다. 엘리트 빈집털이라도 한 명 들어왔던거 아니야? ..잠깐, 나갈때도 군소리없이 깔끔하게 열고나갔는데. 가택침입법이 사실은 해커였나?! 아이고 제발, 그만. 아주 그냥 소설을 쓰세요. 걱정도 팔자. 현관문 문제는 전화로 기술자 불러서 처리하기로 하고, 집 안은 내가 조사해보면 될 것 아닌가.


 


 일어나길 바란적도 없지만, 일이 일단 터지고 나니 되려 형용할수없는 흥분이 느껴진다. 집에서 매일같이 먹고자고싸고 하는게 귀찮을 지경이었으니까. 스릴러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마냥 좋은가? 그건 또 아니다. 귀찮아 죽겄다. 쓸데없이 기합이 들어가서 지하실까지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고.. 대체 뭘 기대한거야. 누가 내 뒤에서 경동맥이라도 따버리길 바란건가? 한심하긴. 아무튼 1층하고 지하는 무사하다. 아무것도 망가지지않았고, 없어지지않았다. 2층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불이 꺼졌는지 컴퓨터 불빛 비스무레한것만 문 틈으로 새어나오고있다. 긴장한 상태로 여기저길 쏘다닌 탓에 몸에 피로가 눌러앉는군. 동생님에 대한 분노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침대에 앉아서 옆에서 장난좀 치다가 내려가야지. 근데 어째 모니터 앞에 아무도 없다? 이자식이 또 수십 기가짜리 대용량 게임같은걸 받는답시고 켜놓고 쳐자는건 아닐테지. 아, 다시 한번 분노 게이지 만땅. 혹시나 싶은 마음에 침대를 살펴봤지만 동생님의 태평스런 면상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이야. 모니터로 눈을 돌리니 프로그램을 종료중이니 어쩌니 하는 문구가 떠있다. 아하, 끄려고 눌러놓고 잠들었는데 컴퓨터는 꺼지지않았다 이거지. 쯧, 그건 니 탓이 아니지. 종료중인 컴퓨터를 마저 끄고나서 계단을 내려왔다.


 


 세면대 앞에서 샴푸 범벅인 머리카락을 가지고 미용사 놀이를 하면서 온갖 생쇼를 다했다. 펑크! 올백! 2대8! 홀랑 벗으면 애가 되는구만 아주. 잠자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샤워를 한다는게 이러고있다. 한시간째. 여덟시 사십분? 끄음. 레슬링 끝났겠다. 근데 가만 있어봐. 좀 이상하네. 맨날 자정 넘기고서야 겨우 잠드는 녀석이 어인일로 그리 일찍 잠을 잤데? 좀 수상쩍네.. 뭐 정상인 싸이클로 복귀하려는거라면 말리진 않지. ..그 또래의 정상인이라도 야자하느라 잠 안(못)잘테지만. 생각많고 의심많은 크리스마스네. 정신력 후달린다. 자기전에 뭘 한다? TV보기도 뭣하고.. 플스를 하면 시간가는줄 모르니.. 아 다 제껴. 나도 그냥 잡시다. 영화관에서도 상모돌렸는데 뭐가 이리 졸립다니. 춘곤증이 한 시즌 땡겨서 오나,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