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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억두(頭)

2009.10.10 11:30

팹시사이다 조회 수:344

extra_vars1 뜨는 달, 지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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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소녀가 양동이를 들고 집을 나선다. 주위를 둘러보자면 보이는 건 나무 나무 또 나무. 한마디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는 아무런 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이는 건 소녀가 나선 집 한채와 그 안에서 나오는 불 빛이 전부였다. 소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음음음~음음음음~ 음음~"


몸을 흔드는 소녀는 팡팡 튀는 스프링같이 움직인다.


팡...팡...팡..


소녀는 손에 쥐고 있는 양동이를 흔드는 타이밍에 맞춰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소녀가 향하는 곳은 나무가 마치 길 처럼 뚫려있는 곳. 소녀가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간다는 것은 그만큼 이 길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길은 그만큼 오래 되었을 것이다. 결국 그 길은 언제나 소녀가 다니던 길이라 할 수 있겠다.


"음음음~라라라라~"


이제는 아예 목청까지 울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녀. 이대로라면 그녀의 목에서 목소리가 나와 음을 만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며 걸어갈 것이고, 주위의 새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소음공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 가설은 소녀가 무언가를 발견하며 다행이도 깨지고 말았다.


"음~어머? 저게 뭐지?"


그녀는 눈앞에 떨어져있는 거대한 물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서 그 물체를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팔목정도 크기의 나뭇가지를 주워와 그 물체를 찔러보기도 하고 들춰보려고도 한다. 그러나 연약한 소녀의 몸에서 나오는 힘은 나뭇가지를 통해 그렇게 많은 양의 힘을 방출 할 수 없었고, 소녀는 나뭇가지로 물체를 들춰보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녀는 나뭇가지를 버리고 힘을 가장 많이 발휘 할 수 있는 방법, 즉 손으로 그 물체를 뒤집었다.


"아이 뭐가 이렇게 무거워."


흔들흔들


"이익! 좀 넘어가라!"


흔들흔들


휙!


"아싸~! 넘겼다!"


소녀는 자신의 힘으로 눈앞의 거대 물체를 넘겼다는 것이 자랑스러운지 팔에 힘을 주며 접어본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 팔을 만져보며 좋아한다.


"이히힛, 알통생겼나? 우움....히잉... 않생겼잔아!"


이런 실없는 소리를 하는 소녀의 머리에서는 이미 자신이 넘긴 물체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소녀는 한동안 그렇게 있지도 않은 알통을 만들어내기 위해 별 우스꽝스런 짓을 다 했다. 그러다가 잊어버린게 생각난 듯, 깜짝 놀라며 양동이를 들고 뛰어가버린다. 그리고 소녀가 시야에 않들어 올 정도가 되자 그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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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아직은 능력의 컨트롤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군... 역시 무리를 하는게 아니었어. 어자피 그들 또한 나에 의해 최고의 아군을 잃어버렸는데...그런데 누가 자꾸 흔드는거야. 정신은 드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휴유증도 심하고...다시는 할 짓이 못되는군. 나는 몸의 피를 약간 빠르게 돌리며 몸을 활성화 하기 시작했다.


두근


심장이 펌프질을 시작한다. 점점 빠르게 변해가는 펌프질을 느끼며...하나 둘 기관과 장기들을 깨운다. 먼저 손끝과 발끝을 움직이고 차례대로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어둠.


다행이도 저녁에 눈을 떳나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본 나는 그 말을 수정해야했다. 밀림에 들어왔군. 일단 지구는 아니고...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지?


"으음.."


목이 탈 것만 같아. 정신을 집중하고...한번만 더 능력을 써야겠어. 물을, 물을 찾아야해...


......첨벙...첨벙?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었다. 몸을 움직일 힘은 있지만 혹시 물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일단은 체력을 아껴야한다. 소리가 나는 곳은 정면으로 60m쯤 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 곳에는 지구로 따지자면 중학교 2학년(15살)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뛰어놀고 있었다.


"이...봐..."


저 소녀...아직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건가? 돌위에 앉아서 뭐하는 짓이지? 나는 그 소녀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자세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자세였더라....'


음....그래..아마 저 자세는 정좌라는 자세였지. 소녀는 정좌를 하고 바위위에 앉아있었다. 소녀가 앉아있는 바위로 조금 더 다가간 나는 그 주위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지금이 새벽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저런 자세를 취하는거지? 그 때, 소녀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얄리~ 위 두어령셩 다링디리."


뭐라는거지? 역시 여기는 지구가 아니군. 내가 소녀의 말을 듣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을 즈음 소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정오 보로메 저 다른 꼬까튼 달 아으 동동다리."


대체 무슨소리지? 마치 한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말을 내뱉던 소녀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유케더파워보이~! 초앰퓨이원! 소뤼쥐르우는 뉘가~ 초앰퓨이원! 으마게 미그치는 뉘가~ 초앰퓨이원! 인소앵 즈울귀난 뉘가~ 초앰퓨이원~ 하!"


말을 하면서 손을 복잡하게 움직인 소녀는 한손으로 나를,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을 가리킨 뒤, 크게 소리쳤다.


"커뮤니케이션!"


그 때, 나는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분명 말로 뱉을 수는 있지만 말이 아닌 것 같달까? 어쨋든 그런 이상한 말을 듣고 나자 소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헤헤, 성공했다."


음....신기하군. 저것도 내 능력같은 걸까? 나는 방금전까지 말이 않통하던 소녀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자 약간 놀라버렸다. 물론 표정에는 절대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뭐야. 어떻게 말을 통하게 했어?"


나는 소녀의 말을 알아들었으므로 소녀도 내 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했다. 물론 목이 타들어감을 느끼면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지만.


"헤에. 오빠 마법몰라?"


내 예상대로 내 말의 뜻은 정확하게 소녀에게 전달되었다. 으...목말라....어쨋든 아까 그 이상한 언어를 들은 후 부터 이 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지....


"너도 능력자야?"


내가 아는 지식의 내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건 나와 같은 실험체들, 즉 능력자들 뿐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마법사몰라?"


"마...법사?"


"응! 뭐든지 다 할수있는거다. 나도 좀만 연습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게되. 근데.....아! 오빠 아까 거기 누워있던 건더기야?"


"그..건 잘 모르겠고.. 일단 물좀 마시자.. 목이..."


나는 필사적으로 기어가며 소녀의 말을 받아쳤다. 목이 마르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네. 소녀가 앉아있던 돌의 뒤쪽에는 어느정도 되는 크기의 냇물이 있었다. 나는 그 쪽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가 물을 마셨다. 그동안 소녀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꿀꺽꿀꺽


"캬~ 이제야 좀 살겠네."


하마터면 내 힘 때문에 죽을 뻔 했구나. 하하하하.


"오빠. 근데 여긴 어떻게 왔어?"


내가 물을 마시고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자 소녀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왔냐라... 사실대로 말 할수는 없고... 적당히 둘러대야겠군. 나는 기억의 창고에서 지금 상황과 매우 비슷한 일을 적은 책을 기억해 내고 표정관리를 하며 최대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나지않아."


이게 제일 무난하잔아? 내가 생각나는 판타지소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지. 그 때 주인공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결국 나중엔 들키지만 그래도 좋게 끝나려면 기억상실증이라는게 가장 무난하고 좋을 거야. 나는 표정관리를 하며 소녀의 눈치를 보았다.


"우음......."


소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생각을 했다. 참 오래 걸리는군. 딱 하면 탁 몰라? 아..여긴 지구가 아니지. 소녀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예 자세를 바꿔 또 정좌를 했다. 시간 끌기 하는거야 뭐야. 그 때 갑자기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