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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카오스 스트링 (Chaos string) [1회~12회]

2009.10.05 13:54

뉴공 조회 수:417

extra_vars1 원래 따로 연재하던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냥 하나씩 일일이 올리기가 귀찮은 관계로 1~12화까지 한번에 전부 연재합니다. 
extra_vars2 1~12 
extra_vars3 140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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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서


태초의 혼돈.
어느것 하나 존재하지 않았던 태초의 혼돈, 세상의 시작이다.
불완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 그 어느것 보다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것이 혼돈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조화를 이루고있던 혼돈에 큰 균열이 생겼다.
그 균열은 점점 영역을 넓혀서 혼돈 자체에 영항을 주기 시작했고, 이윽고 혼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혼돈은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곧이어 빛과 어둠또한 만들어 내었다.
빛과 어둠의 조화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혼돈이 빛과 어둠으로 갈라진 경계에서, 아주 미약하게나마 혼돈의 찌꺼기가 남아있었다.
빛과 어둠사이에서 분해되지않고 남아있던 이 혼돈의 찌꺼기는 뭉치고 뭉쳐서 이윽고 하나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바로 혼돈의끈, 카오스 스트링(Chaos string)이다.


 


프롤로그. 계약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속의 지루함에 지치게되면, 이 지루함속에서 잠깐은 해방될수 있는 일탈을 꿈꾸는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일탈을 꿈꾸지도 못할정도로 정신적 압박과 고통을 받고있는 사람이라면 그사람이 받고있는 고통이 얼마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것이다.
여기에 바로 그 불운한 고통을 겪고있는 한 학생이 있다.
나이는 열아홉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이학생의 이름은 바로 신명한 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가진 이소년은, 그 특이한 이름대로 특이한 경험을 하게된다.
지금하는 이야기는, 이 기구하면서도 매우 불운한 운명을 지닌 한 소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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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출근시간과,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겹치는 시간이 있다.
대략 7~9시 사이인데, 이때쯤 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등교를 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꽤나 힘들게 등교를 하게된다. 버스의 수는 한정되어있는데 비해서 일정 시간대에 사람이 왕창 몰려버리기 때문에 학교가 몰려있는쪽을 지나는 노선이나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는 노선들은 대부분 사람이 꽉꽉 차있다.
비집고 들어가기고 힘들어 보이는 버스에 몸을 구겨넣어가면서 까지 버스를 타고자 하는것은 지각을 모면하기위함일것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 버스조차도맘대로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마련이다.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버스가 채 도착하기도전에 우르르 버스앞으로 몰려나갔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달리지는 않지만 경보를 하는 정도의 걸음걸이로 버스를향했다.
그러나, 한소년만은 예외였다. 그 소년이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버스를향해 앞으로 나갔지만 인파에 휩쓸려서 결국 맨뒤에 줄을서게 되었다.
거기서 소년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소년이 버스를 탈 차례가 되자, 바로 그앞에서 버스가 문을닫고 출발해 버린것이다.
그소년은 이런상황이 익숙했는지 한숨을 폭 내쉬면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소년의 외모는 170 중반정도 되보이는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져서 유약해 보이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가, 처음보는 사람들도 그소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이런 유약해 보이는 외모탓에 격는 방금과 같은 불상사가 벌어진 것일수도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신명한. 위에서 얘기했지만, 매우 불운한 운명을 가진 소년이다.
명한은, 버스를 기다리는도중 문득 이런생각이 떠올랐다.
'학교에서나 집안에서나 이곳저곳에서 치이고 까이는데 그냥 확 저 도로위로 뛰어들어 죽어버릴까? 그럼 이런 고통들도 모두 사라질텐데...'
하지만 명한은 그럴 용기조차도 없었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에서 얹혀 살고있는 명한은, 학교에서 소위말하는 '왕따' 였다.
친구가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그마저 있는 친구도 주위 일진의 괴롭힘 때문에 명한이와 어울리지 못했다. 지금 이순간도 학교에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을 정도로 학교에서 일진들의 괴롭힘은 명한에겐 큰 고통이었다.
명한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마음이 답답해져서,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저 하늘위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빙글빙글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 검은색 물체는 둥그런 모양이었는데 계속 공중을 돌면서 사람들이 서있는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않아 얼추 볼수있을 정도로 가까이 왓는데, 그것은 검은 실타래처럼 생겼다.
명한은 그것이 무엇인지 신기해서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명한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명한의 곁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 검정색 실태래에 집중을 하고있던 터라 반응이 느렸는데, 알고보니 자신을 향해 낡고 커다란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퀴가 심하게 흔들리는것으로 보아 방금의 펑소리는 트럭바퀴에 펑크가 난 소리였던 듯 싶다.
트럭 운전수는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명한은 그 트럭을 보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그러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을까, 명한은 트럭이 덮치기직전 옆으로 몸을 날려서
겨우 트럭을 피할수 있었다.
"크흑."
평소 운동을 하지 않다가 트럭을 보고 무작정 몸을날렸기 때문에, 몸이 도로에 쳐박히듯
떼굴떼굴 굴렀다.
여기서 명한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트럭을 피한 방향이 도로방향일게 뭐란말인가.
그 사실을 모른 명한은 위기의 순간에서 겨우 탈출한것으로 마음을 놓고 천천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순간, 펑크난 트럭을 옆에서 뒤따르던 다른 트럭이 명한을 순식간에 덮쳐버렸다.
끼-잉.
그순간 정체모를 소리와함께 명한은 자신을 덮치고 있던 트럭을 발견했다.
그런데 모든게 이상했다. 로도위를 떼굴떼굴 구른뒤 일어나자마자 자신을 덮치는 트럭을 발견한 명한 이었지만, 그 트럭은 명한의 코앞에서 얼어붙은듯 꼼짝않고 서있었던 것이다.
자세히보니 트럭은 아주 조금씩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트럭과 명한의 거리는 불과 10cm정도. 트럭은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히 명한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명한은 정신을 차리고 트럭을 피하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사람이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자신이 그런것 같았다.
명한의 뇌가 순간적으로 일반인보다 몇백배 정도 빨리 회전하고 있었기때문에 주위상황이 느려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뇌가 회전을 빨리한다고 해서, 명한 자신이 몸을 빨리 움직일수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꼼짝없이 눈앞으로 다가오고있는 트럭에 치일것만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급해하던 명한의 눈앞에 무언가 나타났다.
그것은바로 아까 자신을 펑크난 트럭에 치이게 할뻔하게 했던 원인을 제공한 그 검은색의 이상한 실타래였다.
그 실타래만은 정상의 속도로 자신의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명한에게 말을걸어왔다.
[나는 혼돈의파편, 카오스 스트링의 한조각. 너는 나를 발견했고 의지를 보내었다. 나와 계약하겠는가?]
"...!"
명한은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적지않게 당황했다. 그리곤 그 검을 실타래에게 말을하려고 했지만 느리게 움직이는 몸처럼 입도 움직이질않았다.
[나는 의지로서 너에게 의사소통을 시도한것. 너는 나에게 의지로서 너의 의사표현을 하면된다.]
명한은 그 검은 실타래, 아니 자기스스로를 카오스 스트링이라 부른 물체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시도해봤다.
'넌 뭐야? 도데체 이상황은 뭐지?'
[난 혼돈의파편,  카오스트트링이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지금 너의 체감시간 20초 후면 나의 권능은 사라질것이고 너는 그대로 죽게될것이다]
'뭐야? 그럼 이 시간에 느리게 가는것 처럼 보이도록 만든게 너의 능력이란 말이야?'
[그렇다. 이제 20초 남았다. 나의 계약에 응할것인가?]
명한은 자신의 생명이 20초 남았다는말에 혼비백산 하며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않고 그 검은 실타래에게 대답했다.
'그래. 계약인지 뭔지 할테니 나를 살려줘...'
[666번째 마지막 카오스 스트링. 계약을 받아들이겠다. 계약은 성사되었고, 너는 나의 권능을 공유하게 될것이다]
그순간 그 검은 실타래가 점차 둘둘 풀어지더니 거기에서 나온 검은색의 두가닥의 끈이 명한의 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들어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터라 명한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어서 마음속으로 절규를 내뱉었다.
[이제 내가 너에게 부여해준 나의 권능으로 이 사태를 모면하라.]
이소리는 이제 명한의 머리속에서 울리듯 명한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니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 계약인지 뭔지를 하고난 순간부터 자신의 몸또한, 뇌의 회전속도에 맞춰져서 움지이기 시작했다.
명한은 떨어진가방도 챙길 여력도 없이 그 트럭으로부터 몸을 피했고 명한이 몸을 피하자마자 명한의 주위 시간이 느려지게 보이는 현상이 사라지면서 트럭이 명한의 바로 옆을 지나쳤다.
부웅-
"허억...허억...헉..."
순식간에 자신의 눈앞에서 거대한 트럭이 지나가 버렸다.
다행이 목숨은 건진듯 싶었지만, 명한은 도통 이게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정신을 수습하고 주위를 바라보니 버스정류장에서 한소년의 처참한 교통사고를 목격할뻔 했던 사람들이 다들 멍한 표정으로 명한을 바라보았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명한은 30초정도 트럭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겨우 빠져나왔지만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볼때에는 트럭이 명한을 덮치기 직전 거의 순간이동을 하는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시선을 느꼇는지명한은 자신의 가방을 옆에서 얼른 챙기고 저뒤에 오는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이도 큰 트럭이라 트럭과 도로밑 공간이 넓어서 가방은 흙먼지가 묻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이상도 없는듯 보였다.
뒤에서 트럭 운전수가 얼른 내려서 명한이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명한은 이미 버스에 오르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트럭운전수는 멍한 표정으로 명한이 타고간 버스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바로 눈앞에서 칠뻔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유유히 버스를 타고 가는 명한의 모습을 보면서 트럭 운전수는 허탈감을 느끼면서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명한은 그런 주위사람들의 놀라움을 별로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등교를 했다.


프롤로그 끝.


 


 


 



1화. 시작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학교에 도착한 명한은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1교시부터 4교시를 멍하니 잡생각을 하면서 보내버렸다.
딩동댕동-
4교시를 끝마치는 종소리가 울리고 반장의 주도아래 담당 선생님께 인사를 마친 학생들은 급식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급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먹고 싶어하는 마음에 아이들은 모두들 교실을 바쁘게 뛰어나갔지만 자신은 그러고 싶어도 그럴수 없다는걸 잘아는 명한이었다.
같이 줄을 서있을 친구도 없거니와, 명한이 앞쪽에 줄을 서있으면 그순간 부터 일진들의 괴롭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진들이 밥을 먹고 심심풀이로 명한을 괴롭히러 오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음놓고 휴식을 취할수 있는 명훈이었다.
명훈은 아까 등교때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벌어진 일을 곰곰히 떠올려봤다.
'무슨 카오스 뭐시긴가 하는거랑 계약을 했다고 그랬는데...한번 불러볼까?'
"이봐..."
[...]
"어이...."
[...]
불러도 대답이 없자, 명한은 한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렸다
"휴우....아까는 계약 인지 뭐시긴지로 계약을 했다면서 불러도 대답이 없네..."
그러자 바로 머리속에서 웅웅거리는듯한 목소리가 대답을 해왔다.
[방금 나를 부른것인가?]
아까 버스정류장에서 트럭에 치이기 직전 들었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린였기때문에 명한은 즉시 그 목소리에 대답했다.
"그래... 근데 왜 한번불러서 대답을 안하는거야?"
[아까 의지로서 의사소통을 한다고 말해주지않았는가?]
"그럼 이렇게 허공에 대고 말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거야?"
[당연하다.]
괜히 혼자 허공에대고 주절거린 꼴이 되버린 명훈은 뻘쭘한 표정으로 그것에게 말을 걸었다.
'넌 도대체뭐야? 아까 계약이니 권능이니 하던것은 다 뭐고?'
[아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설명을 못해줬다만, 지금은 한적해 보이니 설명을 해주겠다. 카오스 스트링의 대하여 뭐가 알고 싶은가?]
'전부 다알려줘. 난 처음겪는 상황이라고.'
[알겠다. 아까도 들었겠지만 멍청한 계약자를 위해서 다시한번 말해주지. 나는 660번째 혼돈의 파편 카오스 스트링의 한조각이다.]
'...뭐? 멍청?'
이상한 것에 졸지에 멍텅구리 취급을 받은명한은 어이없어 하면서 대꾸했다.
'뭐 그런건 넘어가고, 그 카오스 스트링이라는게 도데체 뭔데?'
[태초에 이 우주가 창조되었을때 창조되다 남은 혼돈의 찌꺼기가 뭉친것이다.]
'우...우주창조? 뭔가 스케일이 거대한데?'
[카오스 스트링은 총 666개가 존재하고, 각각의 스트링은 계약을 통해서 계약자에게 자신의 권능을 부여한다. 계약자는 자신의 싸이킥 에너지, 즉 정신력에 따라서 스트링의 권능을 사용할수 있다.]
'그럼 아까 그 시간이 멈춘것처럼 된게 너의 권능이란 말이야?'
[그렇다. 나의 권능은 계약자의 정신과 육체를 시간에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능력이다.]
이 말도안되는 상황에 명한은 순간 굳어 버려서 대답을 잊지 못했다. 그러자 카오스 스트링이 명한에게 계속 설명은 시작했다.
[카오스 스트링은 계약자의 눈에 인식되기 때문에, 계약자가 눈을 다치거나 사망하면 스트링의 계약이 해지되고 계약자의 영혼은 소멸된다. 그리고...]
'자...잠깐, 죽으면 영혼이 소멸되? 영혼이란게 진짜 있는거야?'
[영혼은 생명체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생명체가 사망하면 영혼은 육체에서 벗어나 명계에서 잠깐 머물다가,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나게 되는것이다. 그런 영혼이 소멸된다는 것은 지금 니가 살고있는 이 육신의 죽음만이아니라, 영원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뭐..뭐 이딴게 다있어? 그런건 진작 알려줬어야지?'
[아까 분명이 계약을 한다그러지 않았나? 원한다면 지금 계약을 파기할수도 있다. 대신 그 대가는 방금도 말했지만 영혼의 소멸이다.]
'...'
역시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는법. 명한은 다시한번 자신의 불운한 운명을 탓할수밖에 없었다.
절망감에 빠져있는 명훈에게 카오스 스트링은 다시설명을 하기시작했다.
[666개의 스트링은 각각 하위스트링, 중위스트링, 상위스트링으로 나뉘는데 하위스트링은 600개 중위스트링은 60개 상위스트링은 6개가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 나는 666번째의 상위스트링이다.
스트링은 그 능력에 따라 상중하로 나뉘게 되고 상급스트링일수록, 666에 근접한 개수의 스트링일수록 권능의 힘은 더욱더 강력해진다.]
'그럼 지금 넌 상위스트링 이란말이야? 상위스트링중에서 제일 강하다는거고?'
[그렇다. 각각의 스트링은 개체마다 그 권능이 모두 다르며 계약자에 따라서도 권능이 발휘되는힘이 모두 다르게 된다. 아까는 계약중이라서 계약에 맞추어서 권능이 발휘된 것이지만 지금의 너는 정신력이 약하기때문에 그정도의 권능은 사용할수 없을것이다.]
'그런데 죽으면 말짱 꽝이잔아? 이제 내인생은 이게 마지막이란 말이야...'
[영혼의 소멸을 막을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절망에빠져 허우적 대던 명한에게 한줄기 빛같은 말이었다.
명한은 반색하면서 스트링에게 질문을 했다.
'그게 뭔데?'
[그 방법은 바로 다른 스트링을 흡수하는 것이다.]
'다른 스트링을 흡수한다고?'
[나의 권능을 이용해서 다른 계약자의 계약을 파기시키고, 나와 걸맞는 정도의 스트링을 흡수한다면, 사망하거나 계약을 파기해도 영혼소멸은 일어나지 않는다.]
'너와 걸맞는 정도의 스트링이라면 어느정도지?'
[대략 하위스트링 100개, 중위스트링은 10개, 상위스트링은 1개정도만 있으면 영혼소멸을 막을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위 스트링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고 하위 스트링이나 중위 스트링은 자신에게 준하는 스트링의 절반 정도만 흡수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 시키면 영혼 소멸을 막을수가 있다.]
“그 조건이라는게 뭔데?”
[그것은 스트링마다 다르고 계약한 계약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알수 없다.]
세상에 쉬운일 하나 없다더니, 명한은 이 어려운 조건을 듣고는 깊은한숨을 내쉬었다.
'후....그럼 이제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스트링계약자의 계약을 파기시키고 내가 그 스트링을 흡수해야된다는 거야?'
[그렇다. 더불어 상대방의 스트링을 흡수하면 그 스트링의 권능이 너에게 추가된다.]
명한은 생각했다. 그래도 명색이 상위스트링 인데, 하위나 중위스트링 계약자에게서 스트링을 빼앗으면 될것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명한과 계약한 스트링의 말한마디에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너는 다른사람들에 비해서 싸이킥에너지, 즉 정신력이 극도로 모자라다. 아무리 내가 상위스트링이라고 하더라도, 싸이킥에너지가 강렬한 사람과 계약한 하위스트링에게 흡수당할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만큼 너의 정신력은 일반인에게 한참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명한이 평소에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이 상황이 이해가 가는듯 했다.
'그럼 그 정신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나의 권능을 자주 쓰고 익힐수록 너의 정신력은 차츰 늘어나게 될것이다.]
자신의 약해빠진 정신력을 탓하고 괴로워하며 자괴감을 느끼던명한을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야 멍멍아 일로 빨리 와봐!"
명한이 카오스 스트링과 대화를하는동안 일진들이 밥을 다 먹고 명한을 괴롭히기 위해서 교실을 찾은것이었다.
평소에 명한을 멍멍이라고 부르는것만 봐도 명한이 얼마나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지 짐작이 갔다.
명한은 순간 겁을먹고 자신을 부른 일진들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카오스 스트링이라는 위험하면서도 일단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 아군이 생겼으니 더이상 저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까 아침에 버스정류장에서 보았던 장면이 생각나고 자신도 그런 능력을 사용할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자신감이 무럭무럭 샘솟는 명한이었다.
명한은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가서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앞에 다가섰다.
"너희들 더이상 나를 괴롭히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꺼야!"
명한은 나름 용기있게 한 말이지만 듣고있는 일진은 기가차서 어이가없다는 표정이었다.
총 세명의 일진중에서 가운데서 인상을 구기고 있던 녀석이 명한에게 말했다.
"이게 미쳣나? 야 너 아침에 뭐 잘못먹었냐? 이게 죽을라고 용을 쓰는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바닥으로 명한의 뺨을 갈기려고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나 명한을 때리려던 녀석의뒤에있던 다른 일진녀석이 그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진태야, 얘가 잠깐 실성한거 같은데 빨리 돈만 받고 보내주자. 이딴놈 때려봤자 니 손만 찝찝해져."
그리고 나선 명한에게 다가가 선심쓰듯이 얘기했다.
"야 빨리 돈내놓고 꺼져. 오늘은 진태가 기분좋은 일이 있어서 봐줄테니까. 그치 진태야?"
그렇고선 진태라 부른 녀석에게 비굴한 웃음을 보였다.
진태의 손찌검을 잠시 막은 녀석은 진태라는 일진의 꼬봉 노릇을 하는듯 했다. 그러자 진태가 자신이 너그러워서 봐준다는 모양새로 얘기했다.
"그래 내가 오늘 좋은일이 있어서 한번만 참아준다. 아오 평소같았으면 이걸 확그냥...!"
그얘기를 들으면서 명한의 마음이 내심 위축되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진태와 그의 꼬봉들에게 당당히 대답했다.
"내가 방금 말한대로 내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너희들 모두 무사하지 못할꺼다...!"
명한은 나름 용기있게 소리쳤지만 평소에 일진들에게 돈을 뜯기고 구타를 당해왔던 터라 마지막에 목소리가 떨리는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그러자 진태가 명한의 앞에 서있던 자신의 꼬봉 노릇을 하는 녀석을 밀쳐버리곤 명한의 앞에 다가왔다.
"이게 진짜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태의 주먹이 명한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함께 명한이 볼품없이 뒤로 나뒹굴었다.
"윽..."
갑자기 날아온 주먹을 드래로 맞고 뻗어버린 명한은 자신과 계약한 카오스 스트링을 원망하며 마음속으로 소리를질렀다.
'야! 이게뭐야 권능인지 뭔지 사용을 할수가 없잔아?'
그러자 명한과 계약한 카오스 스트링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권능을 쓰려면 권능의 힘을 불러올수 있는 주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주문은 계약자 마음대로 할수있으며 한번정한 주문은 다시 수정할수 없다.]
'크윽...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해주는 거야?'
[알려주려 했는데 다른 사람이 너에게 대화를 걸지 않았나? 나는 기다린것 뿐이다.]
'이게 대화로 보여? 그냥 괴롭힘 당하는거지?'
[...]
명한이 마음속으로 카오스 스트링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동안 진태가 명한에게 다가와
명한의 멱살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자식이 요즘 덜 맞으니까 내가 만만해 보이디? 엉?"
이번엔 진태의 주먹이 명한의 배에 꽃혔다.
퍽-
"커헉."
복부를 강타당한 명한의몸은 고통때문에 몸을 심하게 구부렸다. 그러고는 얼른 카오스 스트링에게
말을 걸었다.
'으윽... 그 주문인지 뭔지 빨리 정할테니까 방법이나 알려줘'
[그냥 원하는 말을 주문으로 정한다라고 나에게 알려주면된다. 그러고선 그주문을 말하거나 마음속으로 외치면 너의 정신력에 따라 나의 권능이 발현된다. 하지만 정신집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선 효과가 없다. 그리고 발현주문을 말하는 도중...]
카오스 스트링이 뭔가 더 알려주려고 했지만 진태가 명한을 다시 때리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급해진 명한은 카오스 스트링의 말을 끊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주문은 권능발동 으로 하겠어!'
그러자 카오스 스트링이 얼른 대답했다.
[알겠다. 주문은 권능발동으로 정해졌다.]
카오스 스트링의 말이 들리자 마자 명한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다시 자신을 가격하려고 하자 진태에게 소리치듯 버럭 외쳤다.
"권능발동!!!"
명한이 주문을 외친 순간, 진태의 주먹이 명한을 향해 날아왔다.
명한은 다시한번 진태에게 얼굴울 가격당했다.
명한은 진태의 주먹을 얼굴에 정통으로 가격당했지만, 왠일인지 아까와같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명한은 진태에게 가격을 당한뒤 진태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얼른 물러났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세히 보니 진태가 평소보다 느린동작으로 느릿느릿 하게 주먹을 뻗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을 본 명한은 뛸듯이 기뻐했다.
'이게 내 카오스 스트링의 권능이구나...!'
진태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싸움꾼이었지만, 명한에게는 지금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별볼일 없는 학생으로만보였다. 진태에게 여태껏 당한 설움을 갚고자 명한은 주먹을 있는힘껏 움켜쥔 채로 진태에게 달려가 시원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천성이 소심한 명한은 차마 얼굴은 때리지 못하고 진태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명한의 주먹이 진태의 가슴을 때리는 순간 진태의 가슴이 움푹 들어갔다.
빠각-
둔중한 소리와함께 진태의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명한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진태를 저멀리 날려보내고서는, 자신의 주먹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앞에 쓰러져서고통스러워 하고있는 진태를 자신이 가격했다는게 믿기지않았기 때문이다.
진태는 명한을 때리던 도중 갑자기 명한이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물러나더니 물러나는속도보다 곱절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을 가격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피할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기 때문이다.
명한에게 가격당한 진태는 뒤로 나자빠 졌고, 정신을 차리며 일어나려는데 가슴 부위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져 옴짝달싹을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고있었다.
"으윽..."
이 상황을 지켜본 진태의 꼬봉들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평소 자신들이무시하면서 괴롭히던 명한이, 갑자기 엄청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격에 진태를 쓰러트리고는 멀뚱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명은 진태에게 다가가 진태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진태의몸을 부축하는 순간 진태는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고통을 느끼며 도움의 손길을 뿌리쳤다.
"아악...씨발...갈비뼈가 부러진것 같아...허억..허억..."
그러면서 한손으론 가슴을 움켜쥐고 겨우겨우 일어서고 있었다.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고있는것으로 보아 아주 심한 고통을 억지로 참고있는듯 했다.
그리고는 명한에게 협박조로 얘기했다.
"너이새끼...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넌 나한테죽었어...덤벼 이 개새끼야!"
진태는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곤 명한에게 달려나가 주먹을뻗었다.
그러나 그 발악조차도 명한에겐 느릿느릿하게 보였을 뿐이다.
명한은 달려오는 진태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는 가뿐히 발을걸어 넘어트렸다.
그리고는 넘어지고 있는 진태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명한은 뜻대로 진태의 등을 칠수 없었다. 명한이 진태를 가격하려는 순간 명한의 권능이 풀려버린 것이다.
진태는 우당탕탕 넘어지며 교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구르면서 부러진 갈비뼈에 엄청난 고통을 느꼇는지 진태는 입에 게거품을 물며 기절해버렸다.
그것을본 진태의 꼬봉들은 기겁을 하며 진태에게 다가가 진태를 부축했다.
그중 한명이 명한에게 소리쳤다.
"너이새끼...어떤 비겁한 수를 썻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두고보자...이익..."
그러고는 교실바닥에 쓰러져서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있는 진태를 부축해서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되자 명한은 그제서야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면서 교실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돌로만든 차가운 교실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지만 명한은 그런 것을 따질 상태가 아니었다.
"허억...허억..."
별로 움직이지도 않은것 같은데 숨이 가빠오르고, 극심한 투통을 느끼고 있었다.
명한은 진태가 자신의 주먹한방에 뻗어버린것을 생각해내고는 교실바닥에 주저앉은 상태로 카오스 스트링에게 말을걸었다.
'권능한번 쓰느데 뭐가이렇게 피곤해? 그리고 어떻게 내주먹에 진태의 갈비뼈가 으스러 진거지?'
[내가 아까 설명하려는데 니가 멋대로 주문을 정해버리고 권능을써서 벌어진 일이다.]
'뭐?'
[권능을 발현할때 발현주문을 말하는도중 나의 권능을 얼마만큼 쓸것인지 정해야 한다. 너에게는 시간을 얼마만큼 조절하느냐가 되겠지. 그것을 정하지 않으면 너의 정신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니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권능이 발현된다.]
'아니 그럼 내 주위의 시간이 느려지면서 내가 빨리 움직일수 있는건 알겠는데 그래도 내 주먹에 진태가 한방에 뻗어버린것은 어떻게 된 일이지?'
[멍청한 계약자로군. 방금 나의 권능을 빌려쓴 너의 시간비율을 4:1 정도였다. 즉 남들보다 4배는 빠르게 움직일수 있다는 것이지. 너의 주먹이 보통속도의 4배로 움직이면  너의 주먹의 에너지는 16배, 제곱으로 늘어나게되는것이다.]
'그게 뭐야?'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2학년 물리과정에 운동에너지를구하는 방법이 나와있다고 알고있다. 이것은 너의 기억속에 있는 정보인데 이것이 틀린것인가?]
운동에너지는 속도에 제곱하여 커진다. 어떤 물체의속도가 두배가 되면 그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4배로 커지는 꼴이다. 명한이 물리를 배웠다고 하지만, 그냥 단순히 공식만 외웠을뿐 현실에적용해서 생각하는 것까지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뭐야? 너 내 기억까지 읽을수 있는거야?'
[당연하다. 카오스 스트링의 자아는 기본적으로 계약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즉 나는 너의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라는 말이지.]
'자아를 가지고 있다니...그럼 너도 생명체란 말이야?'
[자아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아가 있으면서 유일하게 영혼이 없는것이 바로 카오스 스트링이다.]
어태까지 카오스 스트링과 대화를하면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는것을 몰랐던 명한이었다.
명한은 교실바닥에 앉아있는채로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카오스 스트링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이름을 지어줄까?'
[이름...이라...]
'그래 너도 어차피 이제 나와 계약이 끝날때까지 계속 같이 지내야 되는데 언제까지 야 라고만 부를수는 없잔아? 내가 좋은 이름으로 하나 지어줄께.'
[나를 어떻게 부르든 그것은 계약자의 마음대로 이다. 원한다면......]
'짜식...은근히 이름이 갖고 싶었구나?'
카오스 스트링의 자아는 계약자의 기억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터라 기본적으로 기계적인 카오스 스트링의 자아에 소심한 명한의 기억이 합쳐져서 약간은 소심한 방향으로 인격이 형성된 명한의 카오스 스트링이었다.
'음......뭐가 좋을까?'
명한이 교실 바닥에 앉아서 휴식도 취할겸 카오스 스트링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새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명한은 상당히 피곤했지만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있는지 계속 교실바닥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명한은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선 자신의 카오스 스트링의 이름을 뭘로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 자신의 카오스 스트링의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던 명한이었지만 책상에 편하게 앉아있다 보니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전에 무리한 권능발현으로 피곤할대로 피곤해졌기 때문에 명한은 이윽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기 시작했다.



뉴욕. 미국의 금융, 상업의 중심임은 물론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최대의 도시이다.
거대한 빌딩들이 즐비해있고 그 사이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각자의 일상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 빌딩들중 다른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어떤 빌딩이 있다.
빌딩의 최상층. 그곳에서 평범하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성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상위스트링은 모두 5개째 인가?“
“그렇습니다.”
“위치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입니다.”
“헌터를 파견해서 잘 감시하게. 상급인 만큼 일에 신중을 기해야겠지.”
“위치가 파악된 직후 계약자의 신상정보 파악후 한국지부에 파견되있던 헌터중에 적합한 헌터를 선별해서 파견했습니다.”
“역시 자네는 일처리가 매끄럽군. 그나저나 위에서의 특별한 지시는 없었나?”
“미연방수사국의 일을 처리하라고 하십니다.”
“어떤처리 말인가?”
“미연방수사국에서 러시아에 있는 헌터훈련소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헌터훈련소의 사실을 민간인에게 유포시켜 혼란을 야기하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FBI라면 이미 가이아가 접수한 집단이 아닌가?”
“역시 이번에도 정신세뇌에 자연내성을 가진 요원들이 있어서 접수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수의 요원들을 제거했지만 점조직 형태로 비밀집단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에 확실하게 뿌리뽑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상당히 귀찮은 집단이 될것이기에 보스께서 직접 제거하시라는 명령입니다.”
여비서의 이야기를 들은 사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점조직은 요주의 인물들만 골라서 제거하면 스스로 무너지게 되있지. 그 중요 인물들이 꼭꼭 숨어있어서 찾기는 힘들겠지만, 자네의 능력이라면 쉽게 찾아낼수 있겠지?”
“현재 파악된 인원은 13명 이고 나머지는 더 찾고 있습니다만 이 13명만 제거해도 당분간 활동은 불가능해 보임니다.”
“싹을 자를때는 확실히 잘라야지 뒤통수를 맞을일이 없는거야. 나머지도 계속 찾아보고 소재가 파악된 13명은 내가 가서 직접 처리하지.”
“네 알겠습니다. 13명의 명단은 여기있습니다.”
여비서는 자신이 들고있던 두툼한 서류를 그에게 건네었다. 그 명단에는 13명의 인적사항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던지 그사람의 사소한 습관같은 것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그명단을 펼쳐서 보더니 한숨을 쉬며 여비서에게 말했다.
“휴......자네는 일처리가 너무 완벽해서 탈이야. 간단하게 요약을 해서 가지고 와야지 내가 누누이 말했잔은가.”
여비서는 그 얘기를 듣더니 예상했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그러실줄 알고 명단의 맨뒤에 제거하는데 꼭필요한 정보만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는 여비서의 말을듣고 명단의 뒤를 펼쳐보았다. 역시 한눈에 보기 편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물론 암살에 아주 중요한 정보만 요약해놓은 내용이었다.
“음...... 아주 좋군. 상부에 내가 1주일 이내로 그 조직을 활동 불가능 하게 만든다고 보고를 하게.”
1주일이라는 소리에 여비서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1주일이면 시간이 촉박하신 것 아닙니까?”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위에서 잔소리를 하겠지. 어쩔수 없어 약간 강행군이 되더라도 하는수밖에.”
그말을 듣고 여비서는 수긍했다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여비서에게 물었다.
“더 보고할게 남았나?”
사실 더 보고할것이 남았지만 자신의 상관인 지금 이상태로 보아 더 보고하지 못했다. 자신의 상관이 저런 표정으로 되묻는다면 나머지는일은 암묵적으로 자신에게 위임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여비서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없습니다.”
“알겠네. 그럼 이제 빨리 나가보게.”
“네. 그럼.”
대화를 마친 뒤, 여비서는 상대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낸후에 방에서 나갔다.
그가 나가자 그의 보고를 받고있던 사내가 자신의 품속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가져갔다.
보통의 경우라면 시가를 입에 문 상태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여야 하겠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입에문 시가의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자 사가에 불이 붙고, 이윽고 연기가 사무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후 내뱉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쳇......귀찮은 일을 맏게 되었군.”
잠시후 담배를 다 태우자 그는 옆에있던 재떨이에 시가를 비벼끄며 생각했다.
‘19세 소년에게 마지막 상위스트링이라......일이 너무 손쉽게 흘러 가는군.’
그러고는 기지개를 크게 한번 펴더니 이내 태연히 자신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명한이 정신을 차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쉬는시간인 것을 깨달았다.
명한은 시계를 쳐다보고 자신이 얼마동안 잠들어 있었는지를 보았다.
손목 시계는 시침은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명한은 점심시간부터 나머지 수업이 모두 끝날때까지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깨워주지 않다니......”
이내 침울해 지는 명한이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일진들에게 구타까지 받는 명한을 깨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선생님들도 명한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렇게 명한이 침울해 있는 사이 종례를 하러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명한의 반의 담임인 최철구는, 성격이 더럽긴 하지만 그나마 학교에서 명한을 학생취급 해주는 유일한 선생님 이었다. 이쯤되면 명한에게 ‘사람들의 관심받지 못하는 저주‘라도 걸려있지 않은지 의심해볼만 했다.
학생들이 모두 정렬해 책상에 앉고나서 담임선생님인 철구는 전달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명한은 듣거나 안듣거나 별로 상관이 없는 내용이므로 명한은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이상. 종례는 끝이다.”
종례가 끝나자 반장의 주도하에 인사를 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우르르 빠져나갔다.
명한은 아이들이 거의 빠져나갈동안 가방을 주섬주섬 챙긴뒤 마지막에 반에서 나왔다.
아까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며 명한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을 했다.
‘카오스 스트링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진태같은 일진 녀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겠지.’
명한은 카오스 스트링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시간에 옥상에는 아무도 없겠지? 거기에서 권능을 사용해서 이것저것 해봐야 겟어.’
생각을 마친 즉시 명한은 학교 옥상으로 향했다.
보통 학교라면 옥상은 막혀 있었겠지만 명한의 학교는 몇 달 전에 학교 옥상에 안전장치로 철제 펜스를 치고 학생들에게 개방을 해둔 상태였다.
옥상은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쉬는시간에 많이 찾는 장소였지만 지금은 모두 하교한 상태여서 아무도 없을 터였고, 남의 이목을 끌면 좋을게 없는 명한에게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명한은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를 즈음에 한가지 사실을 상기했다. 옥상문은 하교시에 잠가두는 것이다.
‘그냥 돌아가버릴까......'
명한은 잠시 고민을 했다.
‘기왕 온거 잠겼는지 확인이나 해보고 가자. 혹시 학교 경비아저씨가 문단속을 깜박했을수도 있으니.’
그러고는 명한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옥상문이 잠겨있는지 손잡이를 돌려보려고 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이게 뭐야?’
명한이 본 것은 무언가에의해 뒤틀려진 옥상문 이었다. 철제로 된 옥상문이 손잡이 부근만 심하게 휘어져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잠깐 얼어있던 명한은 그 휘어진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여기에 들어가려고 잠겨진 문을 휘고 들어간건가? 하지만 어떻게 다른곳은 멀쩡한데 문의 손잡이만 휘어버린 걸까?’
문을 보고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여서 명한은 일단 옥상에 들어갔다. 누구의 소행인진 몰라도 일단은 그덕분에 옥상에 올라오게된 명한이었다.
명한의 학교는 ㄱ자로 되어있는 구조였다. 당연히 옥상역시 ㄱ자로 되어있고 옥상 문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돌아야지 옥상의 넓은 장소가 나오고 아이들은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옥상에 올라가자 10월 중순의 썰렁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명한은 실내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갑자기 차가운 바람을 맞자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옥상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약간 쌀쌀하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옥상의 중앙부분으로 가려고 명한이 모퉁이를 도는 순간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으악!”
“꺅!”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자 서로가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명한이 놀란가슴을 진정하기도 전에 자신의 앞에 튀어나온 사람이명한의 팔을 덥썩 잡더니 그대로 당기는 것이었다.
‘어......어...?’
정말로 눈하나 깜박할 사이에 명한을 손을잡힌채로 차가운 옥상의 시멘트 바닥에 내던져 졌다.
퍼-억
명한의 등짝과 차디찬 시멘트 바닥이 부딪치면서 아주 경쾌한(?)소리가 났다.
“켁...끄윽...”
옥상 바닥에 심하게 메쳐진 충격으로 명한은 한동안 꺽꺽 거리며 일어나지 못했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 치마를 입은 같은학교의 여학생이라는것만 파악할수 있었다. 쓰러진 명한위로 치마를 입은 여학생이 보였기 때문이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후 그 여학생이 안절부절 하며 명한에게 사과를 했다.
“꺅~죄송해요. 저도모르게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명한은 바닥에 쓰러진채로 자신의 머리위에서 펄럭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부...분홍색...’
누워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위에 여학생의 치마가 펄럭이면 보이는 것은 단하나.
명한은 등이 아픈것도 잊어버린채 얼굴이 붉어진채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눈앞의 상대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괘...괜찮으세요?”
명한의 눈앞에 서있는 여학생은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덕분에 명한의 얼굴은 더욱더 달아올랐다. 갑자기 빨라진 심박수를 이기지 못하고 명한에 코에서 붉은 피가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한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말했다.
"하나도 안아픔니다. 전 괜찮습니...“
명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명한의 코에서 흐른 붉디붉은 피를 본 여학생은 자신이 던져서 코피가 터진줄 알고 (어쨋든 결과적으로 던져서 보게된거지만) 호들갑을 떨며 명한에게 말했다.
“이를 어째 코피가 나시는데요.”
“네?
명한은 당황한 나머지 손등으로 스윽 하고 코밑을 훔쳣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푸훕....아 저기....풉....코밑에...”
눈앞의 여학생은 뭐가 그린 웃긴지 연신 킥킥대고 있었다.
“저기... 뭐라구요?”
“코피가....풉.....”
설명하기 힘들었는지 그 여학생은 품속을 주섬주섬 뒤져서 자신의 손바닥 크기의 4분의1 도 안되는 작은 거울을 내밀었다.
명한은 뻘쭘해 해면서 그거울을 받았고 작디작은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본 후에야 눈앞의 여학생이 웃는 이유를 알았다. 명한이 손등으로 대충 문질러서 인중 옆으로 코피가 번졌는데 그 모양이 아주 꼴사나워서 누가봐도 웃음이 나올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명한의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여학생이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명한에게 건네주었다.
“이......이게 뭔가요?”
“보시다시피 손수건이죠. 저 때문에 그렇게 되신 것 같은제 사과의 의미로 빌려드리는 거예요. 다음에 만날 때 빨아서 주시면 되죠~.”
일반 면으로된 평범한 손수건이었지만 명한에게는 최고급 실크로된 손수건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느끼는게 당연할지도 므르는게, 명한은 여태까지 여자에게 손수건을 받아본적은 당연히 없거니와 여학생과 말도 제대로 못하는 쑥맥이었기 때문이다.
명한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여학생의 시선을 의식한후에야 손수건으로 코밑에 뭍은 피를 닦았다.
명한이 코밑에 뭍은 피를 전부 닦자 눈앞의 여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네었다.
“저는 박민지 라고 해요~ 저...혹시 이학교 학생인거 같은데 몇학년 이세요?”
그학교 옥상에서 그학교의 학생이냐고 묻는 다소 이상한 질문에도 명한은 이상함을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대답하기 바빳을 뿐이다.
“아, 저는 3학년 인데요.”
명한의 입에서 3학년이란 소리가 나오자 눈앞의 여학생, 아니 박민지는 기쁜 듯이 말했다.
“아 나도 3학년인데 이 학교로 전학을 왔거든! 아참, 같은 학년 이니까 말 놔도 되지?”
“그...그래도 되요....가 아니고 되지. 하하하....”
저도모르게 마지막에 순간 존댓말이 나온 명한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아, 난 바쁜일이 있어서 이만, 내일보자~“
민지는 자기 할만만 해버리고 명한을 휙하고 지나쳐 옥상을 내려가 버렸다.
“......”
얼마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명한은 계속 해서 흐르는 코피가 입술에 닿아 피맛이 느껴지자 그제서야 흐르는 코피를 닦으면서 정신을 수습했다.
“뭔가 순식간에 휙 하고 지나간 느낌이란 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한은 등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고통을 맛보았다.
방금전 그 여학생에게 순식간에 메치기를 당했을때의 충격 때문에 등에 멍이 들어버린 것이다. 일단 메쳐진 후에도 계속 아파야 정상이겠지만 명한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왔다는 민지에 정신이 팔려서 아픈것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윽...... 이거 은근히 아프잔아. 집에가서 보면 등에 피멍이 들었을지도......”
명한은 등의 고통을 추스르면서 옥상에 올라온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내가여기에 왜 올라왔더라......아 맞다! 내 카오스 스트링으로 이것저것 실험해 보려고 했었지.’
옥상에 올라온 이유를 금방 떠올린 명한은 마음속으로 카오스 스트링을 불렀다.
‘야....’
[......]
“카오스 스트링, 마음속으로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어? 이봐~”
[......내이름이 ‘이봐’ 인가?]
명한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카오스 스트링의 목소리가 평소의 그것보다 침울해져 있었다.
“뭐? 아까 이름 지어준다 그래놓고 내가 잠들어서 지금 삐진거야?”
[그렇지 않다.]
“그럼 뭐야? 왜 불렀는데 대답 안했어?”
[......]
“너도 은근히 소심하구나......쳇, 왜 나를 닮아서......”
명한이 투덜투덜 거리자 카오스 스트링이 말을 걸어 왔다.
[나를 부른 목적이 뭔가?]
“아참참, 내 권능으로 무엇좀 해볼게 있어서 불렀지. 가능한지좀 물어보려고 말이야.”
명한의 말에 약간 의아하다는 듯이 카오스 스트링이 대답했다.
[뭘 해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내 자아라는게 일단은 너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 져서 기본적으로 카오스 스트링이 모두 가지고 있는 지식 이외에 것은 너의 지식의 한도내에서 벗어날수가 없다. 단지 니가 100% 활용 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기억들도 활용할수 있다는 점이 너와의 차이점 이지.]
"그래? 어쨌든 니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소리잖아.“
[그렇다고 볼수 있지.]
“내가말이야 내 권능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시간을 맘대로 조절할수 있다는게 엄청 여러 가지 방면으로 활용할수 있을 것 같아. 뭐 단지 내 몸에 한해서지만 말이야.”
[하위 카오스 스트링이라 하더라도 계약자의 정신력과 카오스 스트링의 숙련도, 응용력 등에서 차이가나면 지금의 우리를 상대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을것이다.]
“그정도란 말이야? 카오스 스트링이라는건 참 복잡 하구나.”
[뭐 애초에 세상의 모든 질서를 무시하는 힘이니까.]
“그건 그렇고 니 이름말이야......내가 생각해 둔게 있는데......”
명한의 말이 끝나니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카오스 스트링이 말을 걸어왔다.
[내이름은 뭘로 정했나?]
“하하하, 이름을 무진장 가지고 싶었나 보네?”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다.]
“내가 너랑 계약 할때 검은색 실뭉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지? 그래서 그냥 ‘다크’ 라고 지었는데, 어때? 간단하고 부르기도 쉽고.”
[다크...라......]
“좋아 이제부터 ‘야’ 라고 부르지 않고 다크 라고 부르면 되겠네. 그치 다크?”
[나도 ‘야’ 또는 ‘이봐’ 라고 불리는 것보단 그쪽이 훨씬 나은 듯 하다.]
“좋아 다크, 근데 너 말투를 조금 바꾸는게 어때?”
[내 말투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 뭐 딱히 문제가 있는건 아닌데 말이지 말투가 좀 딱딱해서 그렇지, 그냥 나처럼 편하게 말하는게 어때?”
[내 말투는 내 마음대로 하겠다. 그것까지 계약자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
“쳇... 똥고집 같으니라구.”
잠시 궁시렁 거리던 명한은 본래의 목적을 상기하고는 다시 다크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을 지어주느라고 아까했던 말이 끊겼는데, 내 권능 말이야.”
[권능?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지.]
“그렇지! 그게 핵심이란 말이지. 내가 아까 진태를 때려 눕혔을때를 생각해 봤거든?”
[대략 4배정도의 가속을 했었지.]
“그래, 4배의 시간가속을 해서 훨씬더 큰 힘을 낼수 있었지. 근데 내 주먹은 멀쩡 하잔아? 원래대로라면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서 진태의 갈비뼈를 부순 만큼의 충격도 내 주먹에 전해져야 되는데, 그러면 내 손이 멀쩡할 리가 없지.]
[니가 하려는 것을 대충 짐작을 하겠다.]
“그래, 여기서 힌트를 얻었어, 내가 4배의 시간가속을 하면 나한테 오는 충격의 시간이 4배로 길어지니까 충격력도 1/4로 줄어드는 거지!”
[달걀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질때와 푹신푹신한 방석에 떨어질때의 차이로군.]
“시간 가속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가 받는 충격도 적어 질테니 내가 여기 옥상에서 뛰어 내려도 시간가속만 제대로 된다면 무사할수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가속이 얼마만큼 까지 가능하느냐 겠지.]
“아까 내가 4배의 시간 가속을 했다고 그랬지? 좀더 가속의 정도를 높힐수는 없는 거야?”
[가능하다. 너의 정신력을 키우면 되는 것이지.]
다크의 말에 명한이 재차 물었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잔아. 정신력은 꾸준히 단련해야 되는 거니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
[그것 말고도 방법이 있다.]
명한은 그말에 화색이 돌며 얼른 물었다.
“그게 뭔데?”
[시간가속의 발동시간을 짧게 하는 대신에 가속의 정도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하면 얼마정도 까지 가속을 할수 있지?“
그말에 다크는 잠시 생각한뒤에 결론은 말했다.
[0.5초동안 모든권능을 발휘한다고 가정하면 50배 정도까지는 충분히 가속 할수 있다.]
“5......50배 씩이나? 그렇게나 많이?”
명한이 놀래서 말하자 다크는 진정하란 듯이 말을 했다.
[0.5초동안 50배를 가속하면 너의 정신력을 허용 범위 안에서 모두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까처럼 권능발현이 취소되고 극심한 피로감이 찾아오게 된다.]
“으음....”
명한은 잠시 점심시간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분명히 1분남짓 4배의 시간가속을 쓴뒤에 강제로 권능발현이 취소되고 극심한 피로감을 맛보았다. 만약 위급상황에서 50배의 시간가속을 쓴다면 권능이 풀린뒤에는 탈진한 상태가되버리는 것이다.
“잠깐만, 0.5초 동안 50배의 시간가속을 한다면, 다른사람한테는 0.5초 이지만 나는 그동안 25초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거지?”
[그렇다. 니가 전속력으로 뛰어가면 대략 음속까지 도달할수 있게 되지.]
“내가 100m를 15초 정도에 뛰니까......으음......”
[50배 가속을 하면 음속에 준하거나 약간 모자라는 정도 이다. 니가 정신력의 한계를 좀더 늘려서 순간 시간가속 정도를 늘릴수 있게 되거나 달리기가 조금만더 빨라진다면 음속을 가뿐히 돌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하2의속도 (마하1=음속=약340m/s) 까지도 무리는 아니지.]
다크에 설명에 명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계산이 빠르구나! 것보다 음속이라니......대단한데?“
명한이 약간 우쭐대며 말하자 다크가 잊지 말라는 듯이 재차 말을 건넸다.
[그건 25초 동안만 해당되는 것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너는 완전 탈진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걸 명심해라.]
“알았어 알았어. 그럼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권능발동하는 타이밍만 잘 잡으면 충분히 안전하게 착지할수 있다는 소리지?”
[충분히 가능하다. 권능 발동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가 사용해줄수 있다.]
“니가 사용해준다고? 내가 ‘권능발동‘ 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니가 마음대로 권능을 발현한다는 말이야?”
[가능하긴 하지만 그것은 계약자가 정해놓은 상황에서만 가능 하다. 예를들면 너처럼 높은곳에서 뛰어내릴때 마다 권능의 정도와 사용하는 타이밍을 계산해서 쓰라고 허락하면 니가 높은곳에서 뛰어내릴때 마다 안전하게 착지가 가능하다.]
그말에 명한은 한층더 안심이 되었다.
“휴......다행이다. 솔직히 나도 내가 뛰어내리면서 권능발동 이라고 말하거나 의지로 너에게 전달해서 권능을 발현시키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했어. 사실 내가 높은곳을 좀 무서워 하거든.”
[자, 그럼 높은곳에서 뛰어내릴때 내가 임의로 권능발동을 하는 것을 허락하겠는가?]
다크에 말에 명한은 얼른 대답했다.
“당연하지! 덤으로 내 몸에 부상을 입힐정도의 타격이 가해지면 그때도 자동으로 권능을 발동해줬으면 좋겠는데......그것도 가능하겠어?”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의 인식 범위가 너의 모든 감각이관 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타격을 입거나 미리 알아채면 몰라도 보이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타격이 가해진다면 약간의 피해는 감수해야 된다. 너의 피부에 닿는 순간에 권능을 발동하면 이미 약간 늦는 상황이기 때문이지. 그래도 어느정도 피해는 경감 시킬수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 그럼 너만 믿겠어 다크!”
명한은 자신만만하게 말한후 옥상 난간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지만 철제펜스 너머로 운동장 바닥이 보이자 금세 자신감을 잃고마는 명한이었다.
“으윽....생각보다 높구나......”
명한이 뛰어내리기도 전에 겁을 집어먹고 주춤 거리자 다크가 한심하다는 듯이 명한을 질책하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면서 그냥가겠다고 말할심산은 아니겠지? 자 얼른 뛰어 내려라!]
명한은 다크에 목소리에 자신감을 상실한 목소리도 대꾸했다.
“하지만 철제 펜스가 이렇게 높아서야 넘어갈수도 없잔아.”
그러자 다크가 한심하다는 듯이 명한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머리가 딸리는거냐! 나의 권능인 시간가속을 사용하면 힘도 그만큼 세지잔아! 그걸 사용해서 점프하면 저깟 펜스 따위는 가뿐히 넘어갈수 있단말이다.]
“그걸 생각 못했네......그럼 덤으로 내가 점프하려고 할때 거기에 맞춰서 시간가속을 적당히 해주길 바래.”
[알겠다. 참 주문이 많은 계약자로군.]
명한은 말을 마친뒤 뒤로 몇걸음을 걸어서 도움닫기 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를 벌려 놓았다.
“휴우......떨리는데? 심호흡을 한번 하고 뛰어야 겠어.”
명한은 말을마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차가운 가을바람을 폐부 깊숙이 마신뒤 내뱉자 긴장 때문에 떨리던 손이 약간은 진정된 듯 했다.
“자 간다!”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명한은 눈앞의 철제펜스로 힘차게 달려갔다. 이윽고 철제펜스 앞에서 힘찬 도약을 시작했다.
-키잉
급격한 시간가속 덕분인지 명한의 귀로 날카로운 파공음이 스쳐지나 갔다. 하지만 몇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라 명한은 제대로 느낄 새도 없었다.
“으헛!”
발을 구르자 갑자기 명한의 몸이 붕하고 떠올랐다.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눈앞에서 주위 배경이 휙하고 빠르게 지나가자 명한은 적지않게 놀란 듯 했다.
"으악 떨어진다아아아~“
이윽고 명한이 몸이 옥상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크의 권능이 있다고 하지만 높은곳에서 떨어지는 순간의 공포심만은 잊지 못한 듯 명한은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옥상밑 운동장으로 낙하했다.
-키잉
시간가속 덕분인지 착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급격한 시간가속의 소음만이 명한의 귓가를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휴우......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거 꽤나 무섭구나......”
명한이 공중에서 중심을 잘 못잡은 탓인지 한쪽 무릎을 굽힌 부정확한 착지였지만 쓰러지지 않고 용케 버틴 명한은 몸을 추스르면서 다크에게 말은 건네었다.
“이봐, 다크. 이정도면 성공한 것 같은데, 어때?”
그러자 다크가 즉각 대답했다.
[공중에선 꽤나 볼썽사나웠지만 착지는 꽤 수준급 이었다. 몇 번더 연습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점프와 착지가 가능할 것같다.]
“하핫! 그래?”
명한이 우쭐대자 다크가 명한에게 일침을 가했다.
[학교에서 계속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운동신경은 영 꽝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일반인보다 반사신경과 균형감각이 뛰어나군.]
“큭......여기서 그 이야기는 하지말아줘. 좋지 않은 기억이거든. 그리고 이제 다크 니가 있어줘서 그런 나쁜놈들한테 다시는 괴롭힘 당하지 않게 됬잔아.”
명한은 새삼 다크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꼈다. 다크에게는 영혼을 담보로한 계약이었을 뿐이지만 명한은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앞으로의 생활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며 그저 좋아할 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집으로 가볼까!”
집으로 향하는 명한의 얼굴에서 은은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화. 엮어지다.


다음날 명한은 혼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어제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하루였지만 그덕분에 오늘은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할수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즐거워지는 명한 이었다.
“휴......그래도 어젯밤은 너무 무리를 했나보네. 근육통 때문에 죽겠어.”
명한이 학교가는 버스에 오르면서 투덜거리자 다크가 명한을 꾸짖으며 말했다.
[그래도 내덕분에 금방 낫게 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리고 평상시에 단련해 두지 않으면 위급상황에 대처할수 없다고 누누이 말했을 텐데?]
“아, 알겟다구......쳇.”
마음속으로 말해도 되는걸 습관적으로 그냥말을 하다가 주위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자 이내 마음속으로 궁시렁 거리는 명한이었다.
‘그래도 갑자기 단련이라니......그런건 천천히 해도 되잖아!“
명한은 마음속으로 다크에게 계속 투덜거리며 어젯밤에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
..
...
명한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크가 명한에게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이봐 계약자. 내가 한가지 충고해줄게 있는데.]
명한은 자신의 방에서 교복을 갈아입으며 다크에게 대꾸했다.
“그게 뭔데?”
[여태까지 니가 평화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그럴수만은 없을거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서 너의 몸과 정신력을 단련해 두지 않으면 안되.]
명한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평화적이지 않다면......뭘 말하고 싶은거야?”
[나는 상위 카오스 스트링이고 너는 나의 계약자이다.]
“그래서?”
[그래서? 라니! 내가 아까 낮에도 말했듯이 카오스 스트링은 다른 카오스 스트링을 흡수 할수 있기 때문에 너에게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문제라니?”
계속 의문형으로 물어오자 짜증난다는 듯이 다크가 대꾸했다.
[이봐, 멍청한 주인.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보라구. 카오스 스트링은 너희 인간세계에서는 설명할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
“그렇긴 하지.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게 첫 번째 이유다. 다른 카오스 스트링의 계약자들 중에 더욱더 강력한 힘을 원하는 자는 다른 계약자를 찾아내서 강제로 카오스 스트링을 흡수할 꺼다.]
“강제로 흡수라면......영혼이 소멸되서 죽는다는 이야기?”
[맞았어! 그게 바로 두 번째 이유다. 강력한 힘을 원치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영혼이 소멸되는걸 원치 않을 거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스트링을 강제로 흡수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꺼다.]
“그렇다면......내가 위험하다는 소리야?”
[바로 그거야. 멍청한 계약자 같으니라구. 이제야 생각을 좀 하나보네.]
자신의 신경을 긁어대는 소리를 계속 하는 다크에게 명한은 짜증난다는 듯이 투덜대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해도 전세계에 있는 계약자라고 해도 666명밖에 안되는데 계약자끼리 만날 수 있기야 하겟어? 그리고 설사 다른 계약자가 내 주위에 있다손 치더라도 내가 ‘나는 카오스 스트링의 계약자요!’ 하고 떠들고 다닐 것도 아닌데 무슨수로 내가 계약자라는걸 알수있겠어?”
[그렇게 숨어다니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 하다.]
“어째서?”
명한이 물어보자 다크가 이내 진지한 어투로 명한에게 반문했다.
[너는 왜 카오스 스트링이 존재하는지 알고있나?]
“나야 모르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물어 봐? 그거랑 숨어다니지 못하는 거랑 무슨 관계라도 있는거야?”
[당연히 있다. 이제 니가 왜 숨어다닐수 없는지 이유를 알려주지.]
그러자 명한이 보채며 말을했다.
“빨리 말해봐.”
[얘기가 길어질 것 같다.]
“알았어. 그럼 씻으러 갈테니까 내가 씻는동안에 계속 말해봐. 들어줄수는 있으니까.”
명한은 그러고는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알겠다. 애초에 우주가 생기기 이전, 세상은 혼돈으로 가득차 있었다. 너희들 인간들이 혼돈이라고 말하는 것 뿐이지 사실은 태초의 혼돈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왜냐하면 혼돈이라는 것 자체가 우주의 섭리이기 때문이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던 명한이 놀라서 마음속으로 물었다.
‘뭐? 혼돈이 우주의 섭리라고?‘
[그렇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니가 다니는 고등학교 과정에 있는 물리2 시간에 배우는 ‘엔트로피증가의 법칙’ 같은 거다.]
‘엔트로피증가의 법칙? 그게 뭐였더라?’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세상이 좀더 혼돈스러워 진다는 소리이다. 가령 향수의 뚜껑을 열거나 물감을 깨끗한 물에 떨어트리면 향수와 물감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퍼져나가게 된다. 방안에 있는 향수가 저절로 향수병속으로 들어갈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건 당연한 거잔아.’
[그래. 애초에 혼돈이라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러개의 나무토막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하나의 탑으로 쌓는데에는 즉, 혼돈의 반대로 일정한 질서를 잡으려고 하는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쌓여있는 탑을 무너트리는, 혼돈에 가까워 지는 일은 쌓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금방이지. 그것처럼 세상 모든일은 자연적으로 혼돈에 가까워 지려고 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을 너희 인간들이 거부하고 질서라는 부자연 스러운 것을 잡을려고 하는 것 뿐이지.]
양치질을 끝낸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명한이 다크에게 채자 물었다.
“그게 카오스 스트링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거야?”
[여태까지 말했듯이 ‘혼돈’ 이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우주가 이런 혼돈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빅뱅’ 이라는 사건 때문에 혼돈이 빛과 어둠으로 쪼개지고 지금의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우주라는 것은 빛과 어둠이 양분되면서 생긴 것 이라고 볼 수 있지. 그 때에 완벽히 갈라지지 않고 빛과 어둠의 경계사이에 남아있는 혼돈의 찌꺼기, 혼돈의 끈. 그것이 바로 카오스 스트링이다.]
장황한 다크에 설명에 명한은 새삼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잖아? 이 카오스 스트링 이라는게.“
[그 혼돈에서 파생된 혼돈의 찌꺼기인 카오스 스트링의 목적은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우주에 퍼져있는 모든 문명에 분열과 파괴, 혼돈을 뿌리고 우주를 다시 혼돈으로 되돌리려는 것이지.]
“우주에 있는 모든 문명? 외계인이 진짜로 있단 말이야? 어떻게 생겼는데?”
[그것은 나도 알지 못한다. 단지 나의 자아가 생성되고 본능적으로 알고있는 사실일 뿐이다. 그 외에 지식은 너의 머릿속에서 나온것이지.]
“와......그래도 정말로 외계의 문명이 있다니. 정말 놀랄 노자로군.”
[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혼돈의 찌꺼기는 지적 생명체의 공통점을 간파했다. 바로 욕심 이라는 것이지. 이 욕심을 채워주기 시작하면 생명체간의 분쟁이 시작되고 혼돈으로 가득차게 되는건 금방 이거든. 그래서 혼돈의 찌꺼기는 우주에 퍼져있는 모든 문명의 혼돈을 가속화 시키기 위해서 일정한 형태로 나뉘어서 온 우주를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빛과 어둠으로 가득차있기 때문에 혼돈의 찌꺼기가 할수있었던 것은 그저 우주를 돌아다니며 문명은 찾는일 뿐이었지. 그중에서 약간의 찌꺼기가 바로 이 지구에 도착하게 된것이다.]
“카오스 스트링이란게 어디서 나타났나 했는데 우주에서 날라왔다는 거야? 허허......”
명한은 계속되는 다크의 설명을 도무지 믿을수가 없었다. 명한은 카오스 스트링의 힘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믿지 않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카오스 스트링이라는 것은 지구의 혼돈을 좀더 가속화 시키기 위해서, 혼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구의 문명생물체에게 혼돈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너처럼 혼자 숨어있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안되겠지. 그래서 인지 몰라도 ‘엔트로피증가의 법칙’처럼, 카오스 스트링이 따로 계약자에게 지시하지 않아도 인간들이 말하는 소위 ‘운명’ 이라는 것에 의하여 카오스 스트링 계약자들은 서로 엮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운명이라는 것도 혼돈이 증가 하는 방향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 역시 혼돈이 증가하려고 하는 당연한 우주의 섭리인 것이다.]
“그럼 내주위에 다른 계약자가 있을지도, 아니 있다는 얘기가 되는거네?”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다. 그리고 카오스 스트링의 권능을 발동하는 도중에는 힘의 크기에따라 계약자들만 감지할 수 있는 특수한 펄스(주/짧게 퍼져나가는 파동)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이것을 감지하는데 익숙한 계약자들은 다른 계약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 범위가 작기 때문에 만능은 아니지만 숨어다니려고 하는 자들에겐 꽤나 치명적인 약점이 되겠지.]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도망다녀 봤자 그 ‘운명’ 이라는 것과 내가 권능을 발동할 때 마다 흘러나오는 펄스 때문에 다른 계약자들하고 계속 엮이게 된다는 소리야?”
[그렇다. 결론은 니가 아무리 외딴곳에 숨거나 도망치려고 해도 그 ‘운명’ 이라는 것과 서로를 감지할 수 있는 계약자들 덕분에 니가 죽거나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는 소리이지.]
“으음......”
약간은 아니, 심하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명한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곧 결론을 내렸다.
“뭐 어차피 나도 내 영혼은 지켜야 되니까...... 어쩔 수 없네. 누군가 나를 해치려고 하면 그 사람만 상대해주면 되지. 그렇다 보면 내 영혼이 안전해 질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러자 다크가 명한을 재촉하며 말했다.
[자. 애기는 끝났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예기치 못한 위급상황에 대비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다.]
그러자 명한이 절규하며 대꾸했다.
“에엑~!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끝나는 건데?”
[다시 처음부터 말해줄까? 카오스 스트링이라는 것은......]
다크가 다시 처음부터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려 하자 명한이 얼른 말을 끊고 대꾸했다.
“알았어. 하면 되잖아. 뭐 운동은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걸루 하면되고 정신력은 어떻게 단련해야 되는데?”
[그것은 간단하다. 권능을 발현해서 정신력을 극한까지 소모한뒤 다시 회복하면 점차 정신력이 강해질 것이다.]
그말을 들은 명한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에효......밤에 운동하고 자면 내일 아침에 근육통 때문에 시달릴텐데......”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의 계약자는 자연회복력이 일반인에 비하여 열배정도 높아지기 때문에 그깟 근육통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서 없어질 것이다.]
“뭐야? 카오스 스트링에 그런 기능도 있었어?”
[기능이라니! 이것은 엄연한 권능이다. 그리고 상위스트링 계약자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권능이지.]
그소리를 들은 명한은 아까 낮에 여학생에게 메치기를 당했던 등이 떠올랐다.
“아참! 그렇고 보니까 아까 다쳤던 등이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은데?”
[나의 권능이라면 그런 피멍 따위는 하루 이틀이면 금방사라지게 된다.]
“헤에......대단한데?”
명한은 입을 헤벌쭉 벌리며 좋아했다. 그러자 다크가 명한을 다시한번 재촉했다.
[빨리 집밖으로 나가서 내가 시키는 지시에 따라서 운동을 시작해라.]
“뭐? 방금 샤워했는데 나가서 땀을 흘리란 말이야?”
그러자 다크가 심드렁히 대꾸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위험에 그냥 앉아서 죽고싶다면 단련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명한은 그소리를 듣자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며 억지로 대답했다.
“알았어. 하면 될꺼 아냐......쳇.”
...
..
.
‘뭐, 이렇게 된 시츄에이션 이지.’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 보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한 것 같은데 내리지 않아도 되겠나?]
‘으응?’
명한이 버스안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을동안 버스가 학교앞 정류장에 도착해, 아이들이 내리고 있었다. 계속 멍하니 있던 덕분에 버스에서 아이들이 모두 내리고(당연히 멍하니 있던 명한을 제외한채) 버스문이 닫히고 있었다.
“으악! 잠깐만요. 버스기사아저씨! 사람 아직 안내렸어요!”
다급하게 외치는 명한에게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젔다.
‘제길, 뭐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구나!’


학교에 도착한 명한은 얼른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다.
‘휴...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덕분인지 다행히도 지각은 아니구나.’
명한은 성격이 썩 좋지 못한 담임을 떠올리고는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근데 이게 뭐지?‘
명한은 원래 짝이 없었다. 맨 뒷자리에 혼자 앉아있었는데 학교에 등교해 보니 자신이 옆자리에 새것으로 보이는 빈책상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명한이 그 책상이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때 등교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렸고, 종이 울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담임선생님이 교실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역시 오늘도 칼같네...’
담임선생님인 철구가 들어오자 반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멈추었다. 담임은 교실을 쓰윽 둘러보더니 빈자리를 발견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저자리 누구자리야!”
그러자 빈자리의 짝궁인 한 남학생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 진태자린데요.”
진태가 일진에다가 못되긴 했지만 담임의 성격이 워낙 지랄맞은 이유에선지 지각하지 않고 학교는 꼬박꼬박 나왔었다. 학기초에 담임을 맨처음 만났을때 진태가 약간 반항을 했다가 정말로 치를 떨정도로 지도(사실 지도를 빙자한 구타)를 받았기 때문에 학기 중반인 현재 진태의 이런 행동은 철구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게다가 철구는 지각이라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에 다른반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반아이들이 지각하는 것은 절대로 참지 못했다.
철구가 약간은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진태 학교오면 바로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전해라.”
그러자 진태의 짝인 남학생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네!”
진태를 제외한 아이들이 모두 온 것을 확인한 철구는 교실 앞문을 열고 누군가를 교실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웅성웅성
아이들이 웅성거리자 담임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후에 말을 꺼내었다.
“자 다들 조용! 여기 내 옆에 있는 이 여학생은 영국에서 유학중에 다시 한국으로 전학을 오게된 박민지라고 한다.”
그러자 담임의 옆에 서있던 민지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 난 박민지라고해. 영국에오래 살아서 아직 한국에대해 모르는게 많으니 이해를 좀 해주었으면 해. 그럼 잘부탁한다.”
민지가 싱긋 웃으며 허리숙여 인사하자 남학생들은 민지에 외모에 반한 듯 멍한 표정으로 민지를 쳐다보았을 뿐이다.
그도 그럴것이 민지의 외모는 정말로 출중했다. 흑진주같이 새카만 머릿결은 약간 웨이브를 진채로 허리께에 닿아 있었고 백옥같이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는 민지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어울려 청순한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싱긋 웃는 민지에 외모에 때문에 살짝 붉어진 얼굴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민망했는지 철구는 헛기침을 하며 민지에게 말했다.
“크흠....저기 맨뒤에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아라.”
“네, 선생님.”
민지는 선생님이 지정해준 자리로 걸어갔다. 그것을 본 명한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옆자리에......?’
명한은 얼굴도 마주치기 힘든 저런 미인이 자신에 옆에 앉게 되었다는 사실에 혼비백산하며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명한이 긴장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지는 명한의 옆자리에 앉아서 그에게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 우리 구면이지?”
민지의 구면이란 말을 듣고 그때서야 어제 옥상에서 만난 여학생이 민지라는 걸 기억해낸 명한이었다.
“어......응.....그래 안녕.”
명한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떠듬거렸지만 민지는 그것을 별로 개의치 않게 생각하고는 명한을 향해 손을 불쑥 내밀면서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민지의 하얀 손을 보고는 명한은 자신의 손을 바짓춤에 몇 번 쓱쓱 문지른 다음에야 민지의 손을 마주잡을 수 있었다.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하하하.”
명한은 자신이 한말이 꽤나 어색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민지가 명한에게 아는 척을 하자 명한의 앞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뒤를 돌아보고 명한에게 질문을 했다.
“어이! 명한아, 너 새로 전학온 전학생과 아는 사이야?”
명한이 그 말을 듣고 약간 어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민성이구나, 뭐 예전부터 알고지낸 사이는 아니고 어제 옥상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알게 된거야.”
명한의 대답을 들은 민성은 몇 가지를 더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있는 민지와도 말을 붙일 계획이었지만 담임인 철구의 제지로 인해서 그 야심찬(?) 계획은 아쉽게도 다음기회로 넘어가버렸다.
“거기 이민성! 명한이랑 잡담 그만해라.”
담임의 말에 아쉽다는 듯이 대답하는 민성이었다.
“네......”
민성의 대답을 들은 담임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을 시작했다.
“다음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다들 시험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뭐 따로 전달할 만한 내용은 없다. 그럼 오늘도 사고치지 말고 열공해라.”
담임은 자신의 할말이 끝나자 무언가 급한 것이 있는 듯 후다닥 하고 교실밖을로 나가버렸다.
담임이 나가자 민성이 뒤를 돌아보고는 명한에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개철구가 뭐 급한 일이라도 있는가 보네, 저렇게 급하게 뛰쳐 나가는걸 보니.”
그러자 명한은 담임의 성격을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진태네 집에 전화라도 하려나 보지 뭐.”
옆에 앉아서 상한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민지가 민성에게 먼저 불쑥 말을 걸었다.
“저기......이름이 이민성 맞지?”
민지가 먼저 말을 걸어올줄 몰랐던 민성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어......그......그렇지.”
“내가알기로는 담임선생님 이름이 최철구 인데, 방금 개철구 라고 부르지 않았어?”
“그건......선생님 별명이야. 쌤 성격이 좀 않좋거든, 그래서 개철구라고 부르는거지.”
“아, 그렇구나.”
묘한표정으로 납득한 민지였다.
그렇자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명한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품속을 뒤적여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민지에게 건네주었다.
“자, 민지야 이거 받아.”
손수건을 받아든 민지가 약간은 놀라듯이 명한에게 말했다.
“어머? 이거 항상 가지고 다녔던 거야?”
“그게, 언제 만날지 모르니까 그냥 들고 다녔던 건데. 같은반에서 이렇게 만날 줄은 나도 몰랐어.”
그 말을 들은 민지는 피식 웃으면서 명한에게 도로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흐흥~ 사실 다음에 만날 때 빨아서 달라고 하긴 했지만 나도 받을 생각으로 말한건 아니구 저번일도 있구 하니까, 그냥 받아둬. 그거 생각보다 꽤 비싼거다?”
민지가 명한에게 손수건을 다시 건네자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민성이 궁금한게 생겼는지 명한에게 질문했다.
“명한아! 둘이서 도데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말이지......”
말끝을 흐리면서 민지를 슬쩍 쳐다본 명한은 고민에 빠졌다.
‘저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에게 한방에 나가떨어 졌다고 할수도 없고...... 이를 어쩐다?’
명한이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민지가 명한 대신에 민성에게 대답을 했다.
“저기, 그건 나도 관련된 거라서 말해주기가 그렇네. 그치 명한아?”
씩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자신의 대답을 무언으로 요구하는 민지를 보고 명한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래 비밀로 해줄게.”
명한의 대답을 들은 민성은 더욱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쳇, 벌써 둘만의 비밀이 있는거야? 부럽네~ 명한아.”
옆에서 쫑알쫑알 투덜거리는 민성을 보면서 민지는 그거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명한은 오늘따라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평소, 자신을 괴롭혀온 진태가 등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태의 괴롭힘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밥을 같이 먹을수 없었던 명한이었지만, 오늘은 진태가 없어서 그런지 그 누구와도 같이 밥을 먹을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진태가 없어졌다고 해서, 갑자기 명한이 없던 친구가 생기는게 아니었다. 이내 이사실을 상기한 명한은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이 모두 교실을 빠져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먹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분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변수가 있었다.
“명한아~ 나 같이 급식을 먹을사람이 없는데 나랑 같이 먹으러 갈래?”
“으응?”
시무룩하게 책상위에 엎드려 있던 명한의 뒤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점심 안먹을거야? 같이 먹으러 가자니까~.”
“아......응. 같이 먹으러 가자.”
명한이 민지에 넉살에 이끌려 교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민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민지야~ 잠깐만.”
민지는 아직 같은반에 이름을 아는 아이들이 몇 없었기 때문에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꽤나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 보았다.
“아, 명한이도 같이있었네?”
민지를 불러세운 사람은 같은반 여학생 이었다. 한명은 짧은 단발머리에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고, 다른 한명은 연갈색의 긴 웨이브머리가 허리께까지 닿아 있는 꽤나 이쁜 여학생이었다. 그중에 긴머리의 여학생이 민지에게 친한척을 하며 인사를 했다.
“아, 민지야 안녕. 그런데 오늘 전학와서 급식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는데. 명한이랑 같이먹는거야?”
“응, 명한이랑 짝도 되었구 해서 같이 먹으려고.”
그러자 그 둘의 여학생중 짧은 단발머리의 여학생이 민지에게 말했다.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먹을래?”
그러자 민지는 흔쾌히 대답했다.
“나야 좋지. 외국에 오래살다 와서 한국생활이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너희들처럼 친절한 친구를 만나서 다행이다.”
“히히, 우리가 좀 착하지.”
셋이서 대화를 하는 것을 본 명한은 그저 옆에서 멀뚱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아참, 내정신좀 봐. 민지는 아직 우리 이름을 모르겠구나. 나는 최진희 라고 해. 내옆에 귀엽게 생긴 얘는 이미소 라고 하구.”
진희의 인사에 민지가 활짝 웃으며 마주 인사했다.
“아, 진희랑 미소구나. 앞으로 잘지내보자.”
“그래~.”
진희와 미소는 명한의 교내에서도 알아주는 미인이었다. 이쁜애들 둘이서 붙어 다닌다고 뭇 여학생들의 질투의 눈총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미인들이 자신에게(사실 민지와 친해지려고 했는데, 단지 옆에 명한이 끼어 있었을 뿐) 다가오자 명한은 꽤나 당황 스러웠다. 게다가 어쩌다보니, 미인3명과 함께 급식을 먹으러 가게 되버린 명한이었다. 민지와 진희, 그리고 미소가 셋이서 떠들면서 명한은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일행중 한명이 침울하게 있는게 어색해서 그런지 진희와 미소가 명한에게도 말을 걸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질수 있게 했다. 진희와 미소의 노력에 넷은 서먹하지 않게 급식실로 향할 수가 있었다.
급식실에 넷이 들어서자 주위의 학생들이 넷을 보고는 살짝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교내 유명인사인 진희-미소 가 옆에 둘보다 더 이쁜 여학생과 같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한은 급식실에 들어서자 몇몇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역시 이쁜애들 하고 다녀서 그런건가?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지네.....’
넷이서 급식을 받아 자리에 앉자,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미소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명한에게 말했다.
“명한아! 궁금한게 하나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뜬금없이 무었이 궁금한지, 명한은 의문을 품으면서 미소에게 대답했다.
“응, 안될 것도 없는데. 나한테 물어볼게 뭐야?”
“사실, 오늘 아침부터 교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거든. 그게 사실이야?”
“무슨소문?”
소문의 주체를 모르는 명한에게 소문의 진실여부를 물어보자 명한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명한의 모른다는 말을들은 미소는 의외라는 듯이 명한에게 말했다.
“소문의 당사자가 아직도 모르는거야? 흐흥. 사실이 아닌가 보네?”
그러자 옆에있던 진희가 맞장구를 쳤다.
“얘! 그게 당연히 헛소문이지 사실이겠니?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
둘이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모습을 보자 명한은 점점더 소문의 실체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자신에 대한 소문이라니? 명한이 소문이 무엇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민지가 선수를쳐서 먼저 질문했다.
“진희야, 명한이에 대한 소문이라는게 뭔데?”
“아참! 민지는 오늘 전학와서 말해줄 사람이 없었겠구나. 근데 이 소문이란게 좀 허황된게 있어서 말이지.”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주라~ 궁금해~.”
민지가 채촉하자 이 화제를 이끌어낸 미소가 대답해주었다.
“내가 말해줄게. 나도 옆반에 누구누구 한테서 들은 이야긴데, 우리반의 진태 알지?”
“진태? 오늘 학교에 안나온 그애?”
생각지도 못한 진태의 이야기가 나오자 명한은 괜히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응. 진태가 사실 우리학교 일진이거든.”
“일진이라면...... 불량한 학생을 말하는거니?”
“아, 외국에 오래있어서 잘 모르겠구나. 하여튼 진태가 우리학교는 물론이고 옆학교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문제아거든. 그런데 걔가 어제 누구랑 싸워서 지금 병원에 누워있다는거 있지?”
미소가 말하면서 명한을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민지가 더욱 궁금해하며 미소에게 물었다.
“명한이? 그 누구라는게 명한이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솔직히 명한이가...음......싸움을 잘하게 생긴게 아니라서......”
명한의 본인 앞에서 왕따에다가 평소에 진태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하기가 뭐한 나머지 그냥 둘러대고 있는 미소였다.
“근데 그게 왜 이렇게 화젯거리가 된거야?”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민지에,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밥을먹던 진희가 나서서 대답해주었다.
“글쎄, 그게 진태는 알아주는 싸움꾼이란 말이지. 근데 그런애를 학교에서 잠잠하게 있던 명한이가 때려 눕혔다는거야. 그것도 갈비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누워있을 정도로.”
그 말을 들은 민지는 명한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명한아, 그게 사실이야?”
“아, 저기......그게......”
명한은 말을 얼버무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도 없었을줄 았알는데, 누군가가 본건가? 아니지, 진태를 쫒아 다니던 꼬봉들이 소문을 퍼트렸을수도......’
명한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말을 뭉개면서 대답을 회피하자 미소가 놀라는 듯이 명한에게 물었다.
“뭐야? 설마 진짜로 진태랑 싸워서 이긴거야? 듣자하니 전광석화처럼 움직여서 한방에 진태를 때려 눕혔다는데?”
“아하하하......그게......”
명한은 웃으며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물어오는 질문공세에 어쩔수없이 입을열었다.
“아니,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됬네.”
그 말을 듣자마자 진희와 미소가 화들짝 놀라면서 명한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진짜로?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정말이란 말야? 니가?”
명한은 미소의 ‘니가?’ 라는 말이 좀 신경쓰였지만 명자신의 평소행동으로 보아 그런 말이 나오고도 충분했기에 대충 이해하며 대답했다.
“사실은 사실인데......이렇게 하루만에 전교에 소문이 날줄은 몰랐어.”
명한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투에 진희가 흥분하며 대꾸했다.
“아니 다른사람도 아니고, 이지역의 유명한 싸움꾼인 진태를 이겼다는데. 그게 소문이 안나겠냐?”
그 뒤로 계속 어떻게 진태를 이겼냐고 들들 볶는 진희와 미소 때문에 명한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없이 밥을 먹었다.



미국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베이브리지. 출퇴근 시간에는 최악의 교통체증으로도 유명한 다리이다. 14km로 구성되어있는 이 거대한 다리는 2중구조로 되어있는다. 과거에는 하단에 철도가 통행했었는데, 현재는 상하단 모두 자동차 전용도로로 구성되어있다. 이 거대한 다리는 그 크기와 웅장함 만큼 야경도 멋지다고 할 수 있다.
퇴근시간을 훌쩍넘긴 자정 무렵에 이 거대하고 멋진 다리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세 남자가 있었다. 자정이라고는 하지만 통행하는 자동차가 아예 없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중 백인이라고 보여지지 않는 왜소한 체격의 남성이 숨을 헐떡이며 말을 내뱉었다.
“크윽 라이먼, 도대체 가이아가 어떻게 우리 위치를 파악한거지?”
“아마도 켈튼 부장님의 직속부하인 알렉스가 제거 당하면서 위치가 노출된 듯  합니다.”
“알렉스가 당하지 않고서야, 우리의 위치가 발각될리 없겠지, 젠장.”
라이먼으로 불린 흑인의 남성은 190cm를 훌쩍 넘는 거구 였지만, 190cm 장신의 움직임이라고 보여지지 않게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라이먼이 무언가 위험을 감지했는지 돌연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굴렀다.
-퍼석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도로의 아스팔트가 깨져 나간 것은 순식간 이었다. 그의 초인적인 감각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산산조각 난 것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였을 것이다.
“젠장, 저격수까지 동원한거야? 도대체 이 다리에 몇 명이나 잠복해 있던거지?”
라이먼이 귓불을 스친 총알에 긴장하면서 말하자 옆에있던 켈튼이 무척 화가난 듯 소리쳤다.
“그것보단 여긴 민간인이 통행하는 구역이라고!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불평을 쏟아내며 한참을 달리던 그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봐 라이먼, 그런데 우리가 기습을 받은 전후부터 이 베이브릿지를 통과하는 자동차가 있었나?”
켈튼의 말을 듣고는 라이먼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게다가 여긴 길이가 10km가 넘는 다리위다. 우리가 타고있는 자동차를 파악했으니 차량을 선택적으로 통제하고 우리를 여기까지 유인했다고 보는 수밖에......”
어둠속에 숨어서 탈출 기회를 엿보던 그들은 이내 걸음을 멈추고 망연자실해졌다.
“그렇다면 이미 다리 양쪽에 가이아의 헌터들이 잠복하고 있겠군요.”
“......”
자신들의 죽음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리자, 켈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격도 한발만 쏘아진 것으로 봐선, 이미 우리가 저들의 놀잇감이 되고 있나 봅니다. 이런 젠장.”
망연자실해 있던 둘의 얼굴은 어두운 새벽 때문인지, 흡사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켈튼이 거구의 라이먼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알렉스에 우리까지......당하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겠나?”
“......핵심 수뇌부가 거의 제거된 상황이라 가이아의 FBI 장악은 확정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겠군.”
이 상황에서 남은 방법이라고는 단 하나, 바로 자신들이 죽음을 인정하고 하나라도 많은 적을 길동무로 삼는 것이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켈튼이 말했다.
“......라이먼.”
“네.”
“내가 다리의 좌측 난간을 맡는다. 넌 우측 난간을 맡아라. 여태까지 우리가 뛰어온 방향으로 돌진 하는거다.”
“......”
“내가 신호를 주면 뛰어라.”
“네 알겠......”
라이먼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켈튼이 소리쳤다.
"뛰어!“
켈튼은 라이먼에게 소리침과 동시에 난간쪽으로 마구 달렸다.
“이게 무슨......”
하지만 라이먼은 눈을 크게 뜬채로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저 멀리서부터 승용차크기 만한 불덩이가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헐레벌떡 뛰어서 난간에 도착한 켈튼은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라이먼이 멍하니 있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소리쳤다.
“라이먼!”
“아......”
켈튼의 호통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라이먼 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쿠콰콰콰쾅
화염덩어리가 라이먼이 서있던 장소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라이먼이 서있던 자리로부터 다리 양쪽 끝까지 폭발이 여파가 미침과 동시에, 아스팔트가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자욱한 먼지가 일어났다.
잠시후, 깨진 아스팔트의 먼지가 모두 가라않았을 즈음에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 걸어오는 인영(人影)이 있었다.
“휘유, 오랬만에 힘을 써서 그런지 힘조절이 잘 안되는군.”
그는 장난끼가 가득찬 말투로 얘기했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말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것이었다.
방금 폭발의 여파로 다리의 중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난간이고 뭐고 가위로 자른 것처럼 다리의 중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켈튼역시 무사하지는 못할 듯 싶었다.
“세리어스가 알면 날 죽이려 들겠지. 아고 골치야.”
그는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여비서인 세리어스가 알면 자신을 들들 볶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꽤나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셔놓은 다리를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꽤나 넓어 보이는 방 안에, 명한은 침대위에 대자로 누워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가 아파치는 명한이었다. 명한은 학교에 있는 내내 자신의 옆에서 자꾸 치근덕거리며 질문공세를 해대는 두명의 아이들 때문에 하루종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어휴, 내가왜 급식실에서 사실을 얘기해버렸을까.....그것도 그 두명한테......’
지금와서 아무리 후회해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활을떠난 화살이었다. 7교시가 모두 끝나고 집으로 가기 직전까지 진희와 미소는 명한을 가만 놔두질 않았다. 게다가 점심시간에 자신이 한 말을 누가 들었는지 몰라도, 쉬는시간에 진태를 꺽은게 말이되지 않는다며 늦은밤에 학교옆 공사장으로 나오라는 도전까지 받았다. 게다가 그중 하나가, 약속된 시간에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힘들어 질 것이다 라는 3류 학원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날리고 가버린 상황이어서 명한은 빼도박도 못하게 되버린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 이랄까, 어디어디로 언제까지 나오라는 말을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떠들어대고 휭하니 가버린 터라 싸움구경을 하고 싶은 몇몇 아이들이 대거 몰릴것이 뻔해 보였다.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걱정되서 한숨을 쉬고 있는 명한에게 약간 울리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나? 약속된 시간도 다되어 가는데, 공사장에 가서 나의 권능으로 한방에 제압해 버리면 그만인 것을.]
다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해 주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명한의 화를 돋우는 꼴이 되어벼렸다.
“얌마! 그럼 그 뒤에 일을 어쩔껀데?”
화가난 나머지 버럭 소리를 질른 명한이었지만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자신의 방문 밖에서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자식아! 조용히 안해?”
“......”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명한은 이내 침울해 지면서 다크에게 화풀이를 했다.
‘가뜩이나 얹혀 살고있어서 미움받고 있는데, 너 때문에 더 심해지면 어쩔꺼야?’
[그게 왜 내탓인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버럭 소리친 멍청한 너의 잘못이지.]
아까와 같이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다크의 목소리에 명한이 대답했다.
‘에휴, 너는 모르는 그런게 있어. 역시 너도 사람은 아닌가 보구나.’
자신의 기분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다크에게 명한이 투덜거렸지만, 다크는 아무말 않고 묵묵히 있었을 뿐이었다.
‘젠장 여기서 이렇게 궁리만 한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약속시간도 거의 다되었는데......’
[그럼 마음을 굳힌건가? 거기에 나가기로?]
‘그럼 나가야지 어떡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내생각에도 그게 현시점에서 가장 옳은 판단인 것 같다.]
‘그래, 다크도 있는데 설마 맞아죽기야 하겟어?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에라 모르겠다!’
[바로 그거다. 내가있는한 너의 신변은 보장된다.]
잡생각을 떨쳐버린 명한은 옷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잠시후.....


명한이 재학중인 고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공사장. 어느 건설업체가 상가건물을 짓다가 부도가 났는데, 그때부터 이곳은 일진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평상시 같으면 몇몇 일진들밖에 없었을 테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언뜻 보기에도 일진들을 제외한 일반학생들이 수십명은 몰려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명한과 일진 대표의 싸움을 보겠다고 온 학생들이 었다. 물론 성질 더러운 일진들이 관람료라는 목적으로 1인당 얼마씩 약간의 돈을 삥뜯은 것은 있지만, 그것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 무렵 명한은 약속장소인 공사판으로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었다.
“헉......헉......설마 늦었다고 단체로 린치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단체면 어떻고 혼자면 어때, 모조리 죄대 쓸어버리면 되지.]
“이그, 내가 너랑 말을 말아야지.”
명한은 다크와의 대화를 접고 묵묵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약속장소인 공사장은, 명한이 살고있는 집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위치이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몇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젠장, 왜 하필 이모부는 오늘따라 잔소리가 심한거야!”
아무리 불평불만을 하면서 뛰어봤자 명한의 기운만 빠질 뿐이었다.
[그러게 평소 생활에 신경을 쓰지 그랬나.]
“야! 내가 왜 혼났는데? 매일 밤마다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면서 혼난거아냐! 너 때문에 어제 늦은 밤까지 운동장에서 뒹굴다가 왔잖아! 이게다 누구 때문인데!”
[......]
명한의 반박에 침묵을 지키는 다크. 명한은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면서 약속장소인 공사판으로 계속 뛰어갔다.
가까운 거리라서 금방 약속장소에 도착할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일진들 뿐만이 아니었다.
-웅성웅성
“헉!”
명한은 공사장에 들어서자마자 꽤나 당황했다. 공사장 안에서 웅성거리는 일단의 무리들. 딱보기에도 두패로 갈라져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일진들과 구경꾼으로 온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건 뭐......”
솔직히 정도가 약간 심한 듯 싶었다. 아무리 기대되는 싸움구경이라고 해봤자 10명 안팎 쯤 모이면 많이 모인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싸움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수십명은 되어 보였다. 명한이 꽤나 당황해 있는 사이, 일진들의 무리중에서 대표로 보이는 녀석이 명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뭐야? 이런자식이 진태를 이겼단 말이야? 확실해?”
고등학생 답지않은 거구의 일진이 뒤를 돌아보며 추궁하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일진의 무리들중 진태의 꼬봉이었던 녀석이 한발자국 앞으로 나와서 명한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저녁석이 확실합니다. 갑자기 휙 하고는 진태를 한방에 넉다운 시켜버렸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음흉한 미소를 짓고있는 거구의 학생에게 뒤에서 진태의 꼬봉이었던 녀석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정규형 조심하세요! 저녀석이 어디서 이상한 무술 같은걸 배워왔는지 갑자기 몸놀림이 휙하고 빠라지더니만......“
정규라고 불린 거구의 학생은 일진의 대표격인 녀석이었다. 언제나 항상 진태에 눌려서 이를 갈고 있었는데 진태가 병원에 누워있는 지금이 자신의 힘을 보여줄수 있는 기회였다.
‘흐흐, 저런 약골한테 지다니. 천하의 최진태가 꼴이 말이 아니구나. 저녀석을 이길수 있다면 내가 한진고등학교 일진을 휘어잡는건 시간문제다.’
정규가 속으로 북치고 장구치고 하고 있을때, 명한은 한참 다크와 입씨름 중이었다.
‘쟤는 3학년 유도부의 이명규? 내가알기론 작년 전국대회에서 2위에 입상한 덕분에 학교 정문 앞에다가 현수막 까지 치고 난리도 아니던데. 저런 거구랑 내가 싸워야 된다고?’
[걱정할거 없다. 아무리 무술의 고수라고 해도 자신보다 몇배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을 당해낼 수 있는자는 몇 없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서로 빤히 쳐다만 보고있자 공사장 안은 금세 고요해 졌다. 고요함 속에서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 덕분인지 싸움을 구경하러온 학생들의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신명한 이라고 했나? 그딴 허약한 몸으로 어떤 방법으로 진태를 이겼는지 모르겠다만, 나에겐 통하지 않을꺼다.”
정규는 말을 마치자마자 거구의 몸답지 않게 명한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갔다. 이런 길거리 싸움에서는 먼저 쓰러뜨리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명한의 허리에 강력한 태클을 걸어서 명한을 넘어뜨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오는 정규를 본 명한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퍽
"커헉......“
정규가 어께로 명한을 들이박자 명한의 허약한 몸뚱아리는 그대로 공사장 흙바닥에 쳐박혔다.
-철푸덕
명한이 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자 정규는 벌떡 일어나서 명한의 머리통을 향해 킥을 날렸다. 싸커볼 킥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머리를향해 발차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인 명한이 맞는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수도 있는 위험한 기술이었다.
정규의 발이 명한의 머리에 닿기 일보직전, 명한의 귀로 시간의 흐름을 무시할 때 들리는 예의 그 소음이 들려왔다.
-키잉
살짝은 날카로운 파공음 닮은 소리 덕분에 명한은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턱
그와 동시에 명한의 머리가 있던 곳에 정규의 발이 내리 꽂혔다.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간 명한은 그덕분에 온몸에 흙먼지가 뭍어서 순식간에 남루한 차림새로 변했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벌떡 일어났다.
‘뭐야! 애초에 저녀석이 나한테 몸통박치기를 했을때 시간을 느리게 해줬으면 됬잔아! 어째서 그때는 권능을 발동하지 않다가 발차기에 차일때에만 권능을 발동한 거야?’
명한이 화난 기색으로 다크에게 묻자 다크는 별거 아니라는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니가 저번에 권능발동을 나에게 허락할 때 ‘부상을 입힐정도의 타격’ 이라고 명시 했었다. 내가 판단하기에 아까 너 덩치녀석의 태클은 강력하긴 하지만 너에게 부상을 입힐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 위력적인 발차기에 맞으면 기절할 수도 있기 때문에 권능을 발동한 것이다.]
‘......’
머릿속으로 울려 퍼지는 다크의 설명에 명한은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다크의 논리정연한 설명 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눈앞에서 주먹을 날리는 정규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개자식!”
욕설과 함께 날아오는 정규의 주먹에 명한은 기겁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명한은 다크의 권능을 빌리지 않고 직접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피했다. 정규는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인 명한에게 무릎을 차올렸다. 하지만 명한은 정규의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속으로 다크에게 외쳤다.
‘권능발동 3배!’
[알았다.]
-키잉
다크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명한의 눈앞으로 무릎이 날아오는게 보였다. 명한은 당황하지 않고 옆으로 살짝 피한다음 니킥을 차느라 드러난 정규의 허벅지 안쪽에 온 힘을 다해서 주먹을 날렸다.
-퍼억
꽤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규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발동해제!‘
명한은 3배의 권능 발동으로는  오랬동안 지속할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대를 가격한 뒤에 얼른 뒤로 물러섰다.
‘휴, 큰일날뻔 했네.’
가볍게 뒤로 물러선 명한과는 달리 정규는 쓰러진 몸을 비틀비틀 일으켜 세우며 적잖이 당황했다.
‘약골이라고 생각했는데, 움직이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잔아? 게다가 허벅지 안쪽은 강렬한 로우킥을 맞은것처럼 욱신욱신 거린다. 이대로 가다간 망신을 당할수도......’
정규는 한번 명한이 몸놀림을 격은 후라, 쉽사리 명한에게 다다가질 못했다. 명한은 잠시 정규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서있다가, 정규가 눈만 부라리며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했다.
‘저녀석 내 움직임을 보고 쫄은 것 같은데? 이봐 다크, 내가 지금상태로 3배권능을 탈진은 안되고 엄청 지칠정도까지 사용하면 몇초 정도 사용할수 있지?’
[음......대략 20초 정도의 여유밖에 없다. 20초를 넘기는 순간부터는 움직이는게 꽤나 힘이 들거다. 뭐 무리하면 30초 까지는 할수 있지.]
‘3배의 시간가속 이니까, 내가 움직일수 있는 시간은 대략 1분 정도겠네? 좋아, 그정도면 충분해.’
명한은 다크와의 대화를 끝내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눈앞의 정규에게 소리쳤다.
“뭐야? 덩치만 크고 너도 별거 없구나?”
그러자 분노한 정규가 버럭 소리쳤다.
“뭐라고? 이 후레자식이?”
정규가 명한의 도발을 참지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명한은 그에 굴하지 않고 소리쳤다.
“자, 이번엔 내차례다! 각오하고 있으라고!”
자신감이 진득하게 배어나오는 미소를 짓고는 명한은 나지막히 속으로 생각했다.
‘권능발동......3배!’
-키잉
이제는 귀에 익어버린,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파공음이 기분좋게 들려왔다. 명한의 주위 모든 것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로 촬영한 것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아이들의 움직임도, 일진들의 당황어린 표정들도, 그리고 눈앞에 서있는 무식하게 덩치만 큰 정규자식도.
명한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가는 세상을 잠시 감상한 후에 정규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명한의 몸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져 나왔다. 명한의 의외의 속도에 당황하던 정규가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핏
하지만 정규의 주먹은 아슬아슬 하게 명한의 머리카락을 스쳤을 뿐이었고, 주먹을 내지른 대가로 안면에 정확히 명한의 카운터 펀치를 맞아야 했다.
-퍼억
“끄억......”
명한의 속도와 맞물린 엄청난 카운터 펀치를 맞은 정규의 입에서 피가 터져나와 사방으로 뿌려졌다. 주위에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은 몰라도 명한의 눈에는 느릿느릿 하게 떨어지고 있는 정규의 이빨조각이 보였다. 명한은 정규의 부러진 이빨을 보고 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평소에 다른 아이들은 괴롭힌 댓가를 오늘 톡톡히 받아내주마.’
명한의 카운터 펀치에 제대로 가격당한 정규의 몸이 뒤로 기우뚱 거리며 쓰러지려고 했다. 하지만 명한에게 잡힌 멱살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다. 명한은 정규의 멱살을 잡을채로 정규의 몸뚱아리를 자신에게 끌어 당겼다. 그러고는 한손으로 정규의 멱살은 잡고, 다른 한손 으로 정규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중간중간에 정규의 주먹이나 발차기가 몇 번씩 날아왔지만 명한은 대부분 피해내고, 피할수 없는 것은 요령있게 막아내면서 정규를 계속 구타했다.
-퍼퍽
“......”
-퍼퍼퍽
“......”
-퍼퍼퍼퍽
“......”
명한이 정규의 멱살을 계속 잡은채로,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을 보여주면서 정규를 일방적으로 구타하자, 일진 패거리들과 싸움구경을 하러온 아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린채로 말을 잇지 못했다.
명한에게 제한된 권능 발동의 시간이 다가오자, 명한은 몸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꼇다. 이미 자신의 앞에 있는 정규는 반항을 포기한채로 정신을 잃기 직전 이었다.
‘이쯤하면, 이녀석도 정신을 차렸겠지?’
이윽고 일방적이었던 명한의 구타가 끝이났다.
-털썩
명한이 정규를 잡았던 멱살을 놓아주자 정규의 몸은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마냥 힘없이 공사장 바닥으로 쓰러졌다.
‘권능 해제.’
주위의 시간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명한은 약간의 피로감을 느꼇다. 정규를 말없이 바라보면서 명한은 다크에게 질문을 했다.
‘내가 얼마동안 권능을 쓴거지?’
[약 17초 동안 사용했다. 이정도면 체력에 큰 무리는 없을거다.]
다크의 대답을 들은 명한은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정규를 지나쳐 뒤에 있던 일진들의 무리로 걸어가서 자신감과 오만함이 배어있는 말투로 말했다.
“자, 너희들이 싸우자고 해서 너희들의 뜻대로 싸워주었다. 이딴 쓰레기 같은 녀석이 니들 의 대표랍시고 내보낸게 참 한심스럽다. 누구 이말에 반박해볼 사람?”
명한은 지금 정신줄을 반쯤 놓은 흥분 상태였다. 평소같았으면 일반 학생들 앞에서도 이렇게 태연하게 말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 쓰러져 있는 명규와, 다크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는 오만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명한은 자신이 한말을 곧 후회하게 되었다.
“저새끼도 지금 많이 지쳐있을 꺼야, 한진 고등학교 일진들이 호구가 아니라는걸 본때를 보여주겠어.”
명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진의 무리들중 얍삽하게 생긴 한명이 튀어나와 일진들을 선동했다.
“이 개새끼, 오늘 여기가 니 제삿날이다! 얘들아 가자!”
얍삽하게 생긴 일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명한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명한은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헉...... 내가 도데체 뭐라고 지껄인거지? 권능을 써도 이렇게 많은 녀석들을 어떻게 당해내지? 다크! 뭔가 방법이 없겠어?’
명한이 속으로 다급하게 물어오자 다크는 특유의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뭐, 설마 고등학생 녀석들이 죽이기야 하겠어? 척추가 부러지든 신경이 손상되든 상위 스트링인 나와 계약한 너는 자연치유 되지 못할 부상은 없다. 죽지만 않는다면야, 시간이 지나면 다 회복되니 걱정말도록.]
‘아, 그렇구나. 난 괜히 걱정했잔......이 아니고! 지금 그게 할소리야?’
다크의 너무나도 태연한 설명에 저도 모르게 수긍을 할뻔했던 명한은 시시각각 포위를 좁혀오는 일진의 무리에 점점 겁이나기 시작했다.
“누...누구든지 먼저 다가오는 녀석은 정규자식 꼴로 만들어 놓겠어.”
명한이 협박조로 말믈 했지만, 오히려 떨리는 목소리와 더듬거리는 말투 때문에 일진들의 사기만 높아질 뿐이었다.
“저자식도 쪽수앞에선 별거 아니야! 쫄지말고 가자!”
얍삽하게 생긴 일진녀석이 또다시 나머지 일진들을 선동해서 명한을 덮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주위에 있던 구경하러온 아이들은 이게 왠 떡이냐 하며, 앞으로 벌어질 싸움을 의 승패를 예측하며 끼리끼리 웅성 거리로 있었다.
“저 3반의 신명한이 저렇게 싸움을 잘했냐?”
“아니, 맨날 진태한테 삥이나 뜯기고 살았는데, 복수하려고 어디서 몰래 무술을 익혔다고 하던데?”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저기 일진들 딱보기에도 스무명 정도 되보이는데, 저걸 무슨수로 이기냐?”
“하긴, 이종격투기 선수라도 20대 1은 못할껄?”
“맞아맞아......”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대부분 명한의 일방적인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은 일진들에게 충만한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이윽고 개중 하나가 명한에게 달려들었다.
“헉!”
자신을 포위한 녀석들중 한명이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각목까지 들고 뛰어오는 것으로 봐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다크. 권능발동 3배다!’
[알았다.]
-키잉
익숙한 파공음과 함께 역시 주위의 모든 일진 녀석들이 느려졌다. 자신에게 달려온 일진을 발을 걸어서 가볍게 처리한후, 명한의 귓가로 다크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권능을 사용한다고 해도 15초 정도가 한계다. 5초 이상만 넘어가도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올테니 잘 대비하고 있으라구.]
‘이익, 니녀석은 사람 맥빠지게 하는데 타고난 것 같다.’
하지만 명한의 잡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에게 일진을 필두로 주위에 있는 모든 녀석들이 명한에게 덤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젠장, 젠자아아앙!’
속으로 아무리 절규를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명한은 뒤에서 날아오는 위협적인 발길질을 피하고는 그발을 그래도 잡아서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 때문에 발을 잡힌 녀석의 옆에있던 일진 몇몇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일진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쉴새없이 명한에게 달려들었다.
막고, 차고, 때리고, 다시 막고. 무술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일대 다수의 싸움이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었다.
“와......”
“신명한이라는 저녀석 정말 대단한데?”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연발했다. 그도 그럴것이 명한의 몸놀림은 영화에서나 볼법했고, 일진들은 명한이 주먹한방에 그대로 나가 떨어지고 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한은 얼마 되지 않아 이윽고 심하게 몰려오는 피로감을 맛보아야 했다.
“크윽.”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면서 온몸에 근육통이 생긴듯, 쑤시고 아파왔다. 하지만 명한은 싸우는 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3배의 시간가속 덕분에 맞아도 별로 타격이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체력이 다하기 전에 한명이라도 많은 상대를 쓰러트려야만 자신이 덜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명한에게는 흡사 사형선고 와도 같은 말이 전해졌다.
[권능 발동은 여기까지다.]
-후웅
그순간 자신의 옆구리를 향해서 날아오는 발차기를 손으로 쳐내려고 했던 명한은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온 시간의 흐름 때문에 상대방의 발차기를 그대로 맞아야만 했다.
-퍼억
“꺽......”
단말마의 신음소리와 함께 명한이 옆으로 휘청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큭, 제기랄! 권능발동 2배! 빨리 시간가속을 하란말이야!’
명한은 온몸에서 전해지는 피로감과 눈이 절로 감겨오는 정신적 피로또한 가볍게 무시하며 다크를 재촉했다.
[2배라......5초 정도 사용할수 있지만 정신을 잃을수도 있다.]
-퍼퍼퍼퍽
명한이 속으로 다크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을때, 일진들은 쓰러진 명한을 향해 발길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냥 쓰란말이야!’
명한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크에게 소리쳤다.
“이 개자식이 어디서......”
-키잉
미약한 파공음과 함께 명한의 몸을 밟아대던 일진들의 발길질이 약해지는 듯 싶었다. 시간가속의 효과가 나타나자 명한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발을 덥썩 잡고는 옆으로 쭉 밀었다.
“어어?”
갑자기 맞고있던 명한이 누운 상태로 자신의 발을 잡고 반항하자, 발을 잡힌 일진은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에 서있던 일진이 잡아준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수 있었다.
“이거 완전히 독종아냐?”
발을 잡힌 일진이 명한은 손을 뿌리치고 다시 명한을 밟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계속되는 구타에 명한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윽고 시간가속이 풀어지면서 일진들의 발길질은 정상적인 힘으로 명한의 몸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끄억......”
몸을 보호하려고 잔뜩 웅크린 채로 머리를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던 명한은, 옆구리를 심하게 차이자 미약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명한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덜 다치게 몸을 최대한 웅크리는 것 뿐이었다.
“뭐야 이새끼 별것도 아니잖아?”
방금전 까지만 해도, 명한의 무위에 겁을먹던 녀석들이 자신감에 충만해서 명한을 때리고 있었다.
명한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진들의 구타와, 과도한 권능의 사용으로 서서히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때 마지막으로 명한의 귓가로 들려온 것은 커다란 엔진음과 함께 들리는 일진들의 비명 소리였다.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흡사 지옥의 무저갱에 빠져버린 것 같은 지독한 어둠.
-두렵다.
-두렵다.
-두렵다.
-두렵다.
두려움이 극에 달할 무렵, 심장의 요동이 느껴진다.
-두근
미약한 빛줄기가 보인다.
-두근
빛줄기가 여러 가닥 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두근
여러 가닥의 빛줄기가 모여 앞을 밝혀준다.
-두근
심장이 한번씩 뛸때 마다,
-두근
눈앞에 있는 어둠은 빛줄기에 묻혀 사라져 간다.
-두근
빛조차 삼켜버릴 듯한 지독한 어둠이,
-두근
심장소리에 묻혀 사라져 간다.
-두근
이윽고, 어둠대신 충만한 빛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
-두근
빛과 함께, 몸의 감각이 하나씩 살아나기 시작한다.
...
...
...
...
...
...
“으헉!”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명한의 상체가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몸이 아닌듯, 움직이는게 부자연 스러웠다.
“후우......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해 본다.
“여긴......어디지?”
갈라진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것만 같다. 명한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일진들과 싸우다가......무리한 권능 발동으로 탈진해 버렸지. 그리고는.....’
명한은 정신을 잃었을 무렵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쉽사리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명한을 당황하게 한 것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정신이 드니?”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한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누워있던 곳에서 떨어져 버렸다.
-털썩
“아고고......”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명한은 정신을 차리고 방금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으드득
목에서 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명한은 그런것에 신경을 쓸만한 정신이 없었다.
“저기......누구?”
명한이 눈앞에 앉아있는 시커먼 사람을 향해서 물었다.
“아 정신이 든 모양이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검은색 헬멧에 검은색 옷을 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일색한 의문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 않았다.
“거기 흙바닥에 앉아있으면 불편할텐데, 여기에 앉도록 해.”
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에 명한은 흙바닥에서 일어나 그 여성이 앉아있는 나무 벤치 옆에 앉았다.
“도와주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야. 그럼 난 이만.”
자신의 할말을 마친 의문의 여성은 벌떡 일어나서, 바로 앞에 주차되어있는 검은색의 커다란 바이크에 시동을 걸며 다시 말을 걸었다.
“밤바람이 꽤나 쌀쌀할테니 어서 집에 들어가는게 좋을거야. 상위 스트링의 계약자 신명한.”
“......!”
시커먼 바이크에 탄채로 명한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 의문의 여성은 바이크를 몰고 휭하니 사라져 버렸다.
“아......”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있던 명한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한강......인가?”
자신은 정신을 잃은채로 한강 고수부지의 벤치에 누워있었던 것 같았다.
“도데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명한은 일어선 채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정신을 잃었어......그때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엔진음.]
“그래, 맞아! 엔진음과 함께 일진녀석들 비명 소리가 들렸었지?”
[그리곤 정신을 잃었지.]
“바로 그거야! 누군진 모르겠지만 고맙......이 아니고, 다......다크!?!?”
[왜 그러나.]
“너 목소리가 이상하다?”
[애초에 난 목소리 같은건 존재하지 않다. 단지 나의 의사를 너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 뿐이지.]
“그래도 전보다 목소리가......뭐랄까......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