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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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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주위를 둘러싼 꽃잎들이 다시 흩날렸다. 형형색색 회오리바람들이 네 기둥처럼 신부를 중심으로 네 모퉁이에서 일어난 것을 아가씨는 보았다. 그 중 하나에 가까이 닿기 전 아가씨는 손에 든 ‘장미 가시’를 크게 휘둘렀다. 그걸 본 신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흩날리는 꽃잎은 벨 수 없답니다, 아가씨.”


그러나 ‘장미 가시’가 그 회오리를 가르자 꽃잎들이 갑자기 힘을 잃고 흩뿌려져 하늘거리며 날렸다. 떨어져 내리는 꽃무더기 속에서 아가씨는 신부가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반면 아가씨 얼굴은 잔뜩 상기되었을 뿐 아무런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신부가 뒤로 물러서며 손짓하자 다른 두 개 회오리가 양쪽에서 아가씨를 압박하듯 밀려들고, 다른 한 꽃잎 무리들은 신부 주위에 제멋대로 흩어져 두둥실 떠돌았다. 신부를 둘러싼 꽃잎들엔 아무 힘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동시에 누군가 가까이 접근하기만 하면 얼마든 그를 넝마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 회오리 사이에서 장미 가시도 빙그르 돌았다. 마치 사교댄스를 추는 드레스 입은 숙녀처럼 아가씨는 검을 쥔 채 제자리에서 계속해 돌았다. 발레나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우아한 동시에 격정적이었고, 심지어 치명적이기까지 한 그 움직임이 꽃무리에 가 닿자 금속끼리 맞닿아 긁히는 듯 께름칙한 소리가 났다. 길게 끄는 그 소리에 괴로워하며 진연은 귀를 막았다. 신부도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민 후 크게 옆으로 휘둘렀다. 아가씨를 둘러싼 두 꽃무리는 하나로 합쳐져 가운데 끼인 아가씨를 감싸 돌았다. 보고만 있던 마녀가 초조했는지 앞으로 몇 걸음 나섰다. 한 손엔 연기가 피어오르는 향 몇 가지를 든 채였다.


신부가 마녀를 보고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신부를 둘러싼 꽃잎 가운데 일부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정렬했다. 수십 장 꽃잎이 모두 마녀를 노리고 신부가 올린 손을 떨어뜨리기만 기다렸다. 마녀 역시 그것을 바랐다.


누군가 하늘 위에서 그들 사이로 내려오기 전까진.


“둘 다 물러나세요!”


중학생 가량 되 보이는 여자아이는 마녀와 신부 양쪽을 번갈아 노려보며 외쳤다. 흰 긴팔 블라우스에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검은 스타킹을 신은 아이 모습은 흔히 보는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허공에 뜬 채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마저 그리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나치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태도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손에 든 권총마저 유명한 마녀와 신부를 압박할 것 같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순순히 저마다 뒤로 몇 걸음 움직였다. 진연을 빼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갑자기 끼어든 당돌한 여자 아이를 알았다.


“오랜만에 보네. 위시현 양.”


마녀가 친한 척 인사를 건넸지만 아이는 전혀 경계를 풀지 않고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당장 각자 무장한 형식을 푸세요. 강제로 흩어버리기 전에.”


“들었지? 빨리 내 반려를 놔줘.”


“당신도! 머리 위에 감춰둔 형식 빨리 풀지 못해요!”


으스대던 마녀는 아이가 한 마지막 말에 쳇 하고 혀를 차며 손에 든 향을 먼저 엄지와 검지로 눌러 껐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 머리 위에서 희뿌연 안개가 무너져 내리듯 아래로 쏟아졌다. 마녀는 마약 중독자가 하듯 그 연기를 코와 입으로 깊숙이 들이마셨다.


신부 역시 재차 시현의 요구를 받고 꽃잎들을 모두 흩었다. 신부 주변에 부유하던 것들 먼저 사라지고, 아가씨를 감싸던 꽃잎들이 뒤이어 땅 아래로 흩어져 사라졌다. 무장을 푼 신부가 불만스레 시현을 쳐다본 그 때, 장미 가시가 매섭게 그녀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거기 멈추지 못해!”


시현이 권총을 들이밀었지만 아가씨는 멈추지 않았다. 허를 찔린 신부는 아가씨에게 완전히 몸을 내준 채였다. 시현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걸 마녀가 막았다.


“무슨 짓이죠! 이거 놔요!”


팔을 붙잡힌 시현이 마녀에게 항의했지만 마녀는 팔을 쥔 손에 힘을 더할 뿐이었다. 장미 가시 칼날은 신부 가슴을 금세라도 괘 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시현은 호주머니 속에 붙잡히지 않은 손을 넣고 무언가를 만졌다. 신부에게 달려들던 아가씨 몸이 무언가에 튕겨져 전봇대까지 나가떨어졌다.


“방해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안됐을 거예요.”


마녀에게 붙들린 팔을 빼며 시현이 말했다. 다른 손에는 아이팟처럼 보이는 작은 기계를 쥔 채였다. 마녀는 그것을 물끄러미 보더니 기분이 상한 듯 말했다.


“이전에 봤을 땐 노트북이었는데, 네 수법 말이야.”


“IT가 대세니까요.”


자연스레 이어폰을 그것에 연결해 귀에 꽂으며 시현은 당연하단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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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10화네요.


쓰는 입장에선 시원시원합니다. 읽는 분들이 재밌게 보시는지 모르는 게 안타깝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