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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밤은 우리의 것이다

2010.05.04 01:03

윤주[尹主] 조회 수: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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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리는 용기 있고 열정적인 전사이긴 했지만 때로 그는 너무나 냉혹했다. 그는 자주 동료들을 사지에 몰아넣었고, 때로는 그 자신도 무모한 행위를 일삼았다. 언젠가 그가 땀과 피에 찌든 상의를 벗었을 때 그가 온몸에 입은 크고 작은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을 수많은 자국들, 총이 스치고 박힌 자국들, 칼날에 베인 상처, 철조망에 걸려 찢긴 상처를 비롯해 산전수전 다 겪은 지금에 와서도 무슨 상처였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수많은 흉터가 근육질에 우락부락한 그의 몸을 백지삼아 사방팔방으로 그어져 있었다. 그는 진정 전설로 남을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처 없는 소문과 근거 없는 찬양으로 점철된 말에 의해 지지받는 반면, 탈리를 지지하는 건 그의 몸에 남은 수많은 상처들이었다. 그 흉터가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그가 야수들을 구원해 인간들을 세계에서 몰아낼 영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 때문에 우리는, 무척 자주 그의 무책임한 한 마디에까지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인간들을 때리고 쏘아 죽였다.



 다만 아직 감정이 여리고 예민한 우리 소년병들은 그 같은 피와 폭력의 향연을 잘 참아내질 못했다. 탈리가 우리에게 어른 대접을 해주는 건 좋아했지만, 동시에 그가 우리를 성인과 다름없이 혹사시키는 건 참을 수 없어 했다. 다행히 포이비시는 우리가 먼저 불만을 말하기 전에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



 포이비시는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내 영혼의 아버지요, 정신적 지주였다. 탈리의 집단 누구든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는 겉보기엔 작달막하고 머리가 벗겨진 안경잡이 중년 남성일 뿐이어서 누구보다 이 길거리 갱단 같은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이였다. 사실 그는 탈리가 인간과 싸우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줄곧 함께 해왔던 인물이었다.



 추운 겨울 밤, 그가 모습을 나타내면 불가에 선 사람들 누구라도 그를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러면 포이비시는 그 자리에서 가장 나이 어린 소년병을 찾아 그를 위해 자리를 내주었다. 갑자기 불가로 다가가 언 손을 쪼이면 손가락 끝이 갈라질 듯 몹시 따가웠다. 포이비시는 자기 큰 손으로 우리 소년병들의 작은 손을 감싸 쥐어 제 체온으로 언 손을 녹였다. 잔뜩 주름진 그 손은 항상 봄볕처럼 따스했다.



 그런가 하면 한 여름철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때에도 포이비시는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보아 주었다. 빗줄기 속에서 순찰을 돌고 식량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젖은 몸 말리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포이비시가 그런 우리를 보면 가만 내버려두질 못했다. 어김없이 불러 세워 그늘 아래로 데려가, 젖은 몸을 닦고 말리는 동안 자기와 같이 비를 피하도록 했다. 누구도 포이비시의 그런 행동에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심지어 탈리조차도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췄을 뿐 직접 그에게 그만두라고 말하진 않았다.
 탈리는 종종 포이비시가 우리를 차별 대우해서 정신 상태를 나약하게 만든다고 불평했다. 포이비시는, 굳이 그런 이유로 탈리와 말다툼하려 들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아 자기 신념을 지켰다. 그는 소년병들을 돌보고 병자들에게 친절했다. 그런 그를, 우리는 친밀감과 경외감을 담아 포프란 이름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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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는 짧게 한 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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