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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밤은 우리의 것이다

2010.05.03 03:08

윤주[尹主] 조회 수:321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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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내가 탈리의 광적인 집단에 발을 들이밀었는가. 또 어쩌다 저 나약한 인간(Human Being)들을 죽이는 시시한 짓거리에 몰두하게 되었나. 그 사연을 모두 털어놓기엔 이 밤이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로지 차가운 이 밤뿐이니까. 생전에 탈리는 늘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 '밤은 우리의 것이다. 차가운 밤만은 온전히 우리 것이어야만 한다.'



 당신은 내가 우리 어머니 대지의 어느 곳에서 태어나 어떤 식으로 어린 시절을 낭비했을지 듣고 싶어 하진 않을 것이다. 그 소름 끼치는 동족들의 대학살 시기에 내가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거다. 주어진 시간은 짧다. 최선의 선택, 가장 나은 선택이자 가능한 한 가장 선량한 선택만 하고 살기에도 늘 빠듯한 게 현실이다. 그런고로, 나는 부득이하게 탈리를 처음 만난 그 날 밤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린 세계의 시종이다. 밤의 파수꾼이다. 저 꼬리 없는 유인원이 멋대로 쌓아 올린 꼴사나운 장벽을 뛰넘고, 창을 깨부수고 들어가,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저들에게 벌을 내리자."



 타르흐마데뤼, 자주 탈리라고 불리던 그 남자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커다란 눈을 가졌다. 비취색 투명한 눈동자는 그가 바라보는 이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와 함께, 그것의 냉혹한 측면까지 담고 있었다. 언제나 산발한, 검고 곱슬진 풍성한 머리칼은 그를 그가 하는 말만큼이나 열정적인 인물처럼 꾸며 주었다. 그는 우리의 잔혹하고 과감한 영웅이었다. 또 내가 여태껏 본 가운데 최고로 열정적인 웅변가였다. 어린 나를 바위 위에 앉혀 두고 눈높이를 맞추어 가며 그가 열변을 토한 30여 분 시간 동안 나는 그의 사소한 동작 하나, 눈빛 하나에도 매혹되어 그에게 몰두했다.



 "저들을 봐라. 어머니 대지가 내다 버린 자식들. 모태를 부정한 탕자들. 인간이란 그런 것들이다. 갑자기 네 삶에 끼어들어 낮을 훔친 도둑들, 침략자들 말이다."



 말을 하다 말고 탈리는 갑자기 내 왼쪽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좀 더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내 손도 그의 가슴 위에 올리도록 시켰다. 그의 온 몸에선 짙은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건 진짜 사내의 체취였다. 물들지 않고, 닳지 않은 고유한 몸이 세상에 제 존재를 과시하듯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그에게 압도당해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그 하는 대로 잠자코 내 몸을 맡겨두었다. 그의 가슴에 올려놓은 내 손을 통해 힘찬 심장 박동이 분명하게 전해져왔다.



 "나는 맹세했다. 이 심장이 뛰는 한 저들의 피를 어머니 대지에 돌려주겠노라고."



 말하는 내내 탈리는 줄곧 내 눈을 응시했다. 아직 어려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소년의 눈동자를 그는 붙든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전해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믿음을 갖게 하는 데 능숙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맹세한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그만의 꿈이 아니라 나와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다. 당연히 탈리는 우리에게 자신과 같은 맹세를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이렇게, 한 마디만 덧붙이면 그만이었다.



 "말해봐. 네 심장은 뛰고 있니?"



 생각해보라. 누군가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행동을 하면서 심지어 심장마저 똑같은 박동으로 뛸 수 있단 것을. 게다가 그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하나라면!



 내 심장이 그처럼 뛰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나는 곧바로 그의 형제가 되었다. 동시에 40여 명의 또 다른 탈리의 형제들과도 가족이 되었다. 그 증거로, 나는 굿맨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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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 own the night>라고 제목을 달까 하다가, 굳이 영어로 할 필요가 없을 듯하여...


 글은 쓰는대로 조금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아마 그렇게 길게 가는 글은 아닐 것 같네요;


 서툰 솜씨에 부족한 글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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