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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꿈꾸는 마녀]마녀의 이름

2010.04.29 05:42

윤주[尹主] 조회 수: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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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마법사가 다시 입을 열어 침묵은 깨어졌다.



 "최소한 마녀를 그들에게서 감출 방법은 생각해야죠. 저 정신 나간 무리들에게 세상의 운명을 맡길 순 없으니까요."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어떻게 하면 마녀를 RHU에게서 완벽히 감출 수 있을까?


 "그건 이대로 놔둬도 자연스럽게 되지 않아? 어차피 여기 극동지방까진 걔네 힘이 안 미치잖아."



 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와 말을 꺼낸 건 키가 크고 뿔테 안경을 걸친 여자였다. 처음엔 마녀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이들은 이내 낯익은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 속에 도서관이란 이름을 써 붙인 통나무집을 짓고 책 속에 묻혀 사는 그 여자는 모두에게 도서관장이라고 불렸다.



 "여기도 슬슬 사정권이라고 봐야지. 신부도 한 번 왔다갔겠다, 피해는 적지만 '웨딩마치'들도 지나갔잖아. 세력기반이 없던 이 나라에 그들이 진출할 좋은 핑계가 될 거야. 처음엔 자기들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다음엔 우리를 지켜주겠단 명분으로 조금씩."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윤진이 홀로 그 도서관장을 향해 손을 내밀며 제 생각을 말했다. 도서관장 역시 그녀 손을 가볍게 맞잡아 친밀감을 과시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방 한 구석에 앉은 진연 곁으로 다가가 앉아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지만 너희들, 정말 저 마녀에게 방울을 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모두가 어리둥절한 시선을 그녀에게 보내자, 도서관장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일단 상대방에게서 뭔가를 감추려 한다고 쳐. 물건이라면 어떻게든 감출 수 있을 테고, 작은 동물은 좀 더 어렵겠지만 가능할 거야. 사람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고양이보단 어렵겠지?"
 "더군다나 보통 사람도 아니고 마녀라면 말이지."



 시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톱을 깨어 물었다. 맞아, 라고 동조를 표시하며 도서관장은 자리에 앉은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마녀를 우리가 통제할 순 없어. 더군다나 마녀를 노리는 건 RHU뿐 아니라 '사랑하는 딸'도 있고 '신부'도 있지. 이들로부터 마녀를 빼앗기지 않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야. 마녀를 죽이거나, 그녀 등을 떠밀어주거나."
 "등을 떠밀어 주라고요? 당신은, 오히려 마녀가 더 날뛰게 놔두란 건가요?"



 만물관 마법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도서관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이어진 대답에선 전혀 놀란 투가 묻어나지 않았다.



 "여태껏 마녀는 단 한 번도 난관을 극복하지 못한 적이 없었어. 그녀를 빼앗기지 않는 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건 그녀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는 가일 거야. 우린 곁에서, 마녀가 실수하지 않게 도와주기만 하면 돼."
 "정말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한마디로 무책임한 작전이지만,"



 윤진이 그녀 말에 동조해 말했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네요."
 "오히려 가장 좋은 방법 아니야?"



 아페 리제 역시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몇몇 사람들은 다소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로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순순히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



 "그런데 집주인은 어디 갔나봐? 방안에 한 데 모여 집주인 흉이나 보고 말이야."



 안방에 모여 앉은 그들을 둘러보던 도서관장이 돌연 생각난 듯 물었다. 여긴 원래 제 엄마 집인데요, 하고 진연은 말하고 싶었지만 곧 그만 두었다.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윤주는 자신의 어머니인 동시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녀의 어머니이기도 하면서, 여기 모여 앉은 모든 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남긴 이 집 지붕 아래 모여들지 않았을 테니까.



 "저기 마녀가 오네."



 답답하다며 일어나 문을 열던 시현이 대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마녀와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진연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그 말을 듣자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 마루로 걸어 나가 두 사람을 맞았다.



 "이 좋은 날 뭐 하러 방안에들 있었어? 비밀 얘기라도 한 거야?"



 마녀가 이상하단 듯 그들에게 물었다. 제대로 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일을 떠올린 사람들이 어색함을 감추며 두 사람을 맞아 짐을 받아주고 괜히 친한 척 말을 거는 통에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어딜 다녀왔어?"



 소란이 조금 진정되고 아페 리제가, 대청 끝에 앉아 신발을 벗는 마녀 옆에 다가가 쭈그려 앉은 채 물었다. 마녀는 여느 때처럼 명랑하게, 기분 전환 겸 산책, 이라고 답했다. 그런 그녀의 옷깃에서 낯익은 향냄새가 났다. 다소 흐릿하지만 은은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묘한 향기를, 아페 리제도 언젠가 맡아본 적이 있었다. 마녀만의 전유물인, 미처 사라지지 못한 생명의 부스러기들을 모아 태우는 안식향 냄새.



 "또 어디선가 다투고, 누군가의 영혼을 태워 길동무로 삼았겠지, 평소처럼."



 아페 리제가 은근히 떠보는 투로 말하자, 마녀는 씩 웃으며,



 "죽음을 찬미하는 내게 어울리는 역할 아니니?"



 하고 답했다. 아페 리제는, 물론 그렇지. 마녀 씨. 사망유희라는 이름이 괜히 붙겠어. 죽음조차 찬미하고 즐기면서(死亡遊戱), 정작 그 자신은 결코 사랑스런 죽음을 맞을 수 없는 불쌍한 아이, 라며 마음속으로 마녀와 그녀가 대신 피워 올린 누군가의 영혼을 애도했다.



 그러고 보면 그날은 마녀 말따나마 너무도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다. 마당에선 아지랑이가 오르고, 하늘은 흠 없이 푸르렀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덧없이 행복하고, 또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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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이름>은 이걸로 완결입니다.


 


 그러고나니 문득 든 생각,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업을 하면서도 그 길고도 멋진 출판소설을 써낼 수 있는 걸까요?


 [꿈꾸는 마녀]란 타이틀 아래 수많은 글들을 쓰면서 캐릭터는 만들어 왔지만, 정작 중요한 '메인' 이야기는 도저히 쓸 엄두가 안납니다. 애당초 저는 아무리 길어봐야 A4 50페이지 이상은 가본 적이 없거든요.


 누군가처럼, 공책 한 권을 사서 다 쓴다 생각하고 첫 페이지부터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까요;; 예전에 썼던 글 중에 그런 게 있긴 한데, 너무 엉망인데다 길어서 타이핑도 못하고 있네요;;


 암튼, 갑작스럽게 고민입니다. 정말 본격적인 글을 제 스스로 쓰고 싶어하는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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